'돌아온 2인자' 손학규 이재오 노림수 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0 11:4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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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등만 기억하는 세상? 우리가 대선 키맨!"

[일요시사=정치팀] 대선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가운데 각 당의 2인자들이 돌아왔다. 한때 경선과정에서의 불만을 토로하며 칩거에 나섰던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과 손학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이 그들이다. 대선까지 남은 기간이 한자릿수로 줄어든 가운데 <일요시사>는 이들의 노림수와 역할, 대선에 미칠 영향력 등을 분석해봤다.

"슬로건 좋던데, 좀 빌릴까요?"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손학규 당시 경선 후보는 지난 7월23일 방송토론회에서 슬로건을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문 후보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된다면 손학규 상임고문의 슬로건인 '저녁이 있는 삶'을 빌려 써도 되겠냐고 물은 것이다. 그러나 손 고문은 자신이 대선후보가 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일은 없을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두 사람 사이에는 일순 싸늘한 분위기가 연출됐다.

돌아온 이유는?

그런데 지난 11월27일 문 후보의 유세장에 나타난 손 고문은 지지연설을 하던 도중 "지난 경선 과정에서 문 후보가 TV토론에서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구호가 괜찮으니 빌려줄 수 없냐고 했는데, 당시 내가 인색하게 안 된다고 했다"면서 "이제는 문 후보가 자랑스러운 민주세력의 단일후보가 됐으니 저녁이 있는 삶을 문 후보에게 몽땅 드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손 고문은 당내 경선 이후 두 달여 간이나 칩거하며 민주당의 지원요청에 좀처럼 응하지 않아 문 후보의 애를 태웠었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 측엔 이재오 의원이 돌아왔다. 이 의원은 지난 7월 당내 대통령후보경선 과정에서 완전국민경선제로의 경선룰 개정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자 경선 출마를 포기했고, 이후 외곽에서 박 후보를 지속적으로 비판해왔다. 때문에 이 의원의 박 후보 지지여부는 정치권의 큰 관심사였다.

이 의원은 대선을 2주가량 남겨둔 지난 2일 "정권 재창출을 위해 어떤 위치에서든 작은 힘이나마 힘껏 보태겠다"며 전격적으로 지지의사를 밝혔다. 친이계의 좌장인 이 의원의 지지 의사 표명으로 박 후보를 중심으로 한 당내 통합과 보수진영의 결집이 사실상 완료됐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여야 도울 수 있다던 기존 입장도 일단 포기했다. 이처럼 여야 각 후보의 애를 태우던 두 사람이 갑자기 입장을 바꾸고 대선전에 적극 뛰어들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이들이 대선경선 이후 칩거에 들어간 표면적인 이유는 경선과정에서의 불만 때문이다.

손 고문은 경선과정의 불공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불만을 제기 했었다. 문 후보와의 경선과정에서 대의원투표를 이기고도 모바일투표에서 엄청난 격차가 벌어지는 상황이 반복되자 이른바 조직이 동원됐다는 의혹제기였다. 비문주자를 지지하는 일부 대의원들은 경선 당시 달걀과 물병을 투척하고 지도부를 향해 입에 담기 힘든 욕설을 쏟아내는 등 극심한 갈등을 겪었다.

이 의원은 경선을 앞두고 비박계 경선주자들의 국민경선 요구를 박 후보가 묵살하자 "경선은 박근혜 후보를 추대하기 위한 정치쇼"라고 불만을 터뜨리며 아예 경선에 불참했었다. 하지만 정치권에선 이들이 그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는 게 정설이다. 실제로 손 고문과 이 의원을 제외한 다른 경선주자들은 경선 이후 각 당의 후보들을 적극 지원해왔다.

마지막 퍼즐 완성한 여야 "남은 것은 진검승부"
칩거 끝 얻은 것은 무엇? 향후 정치행보 관심

정치전문가들은 이들이 그동안 칩거에 들어갔던 이유에 대해 "2인자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한 안철수식 타이밍정치"라고 분석했다.


손 고문의 경우 이번 당내 경선에서 2위를 차지하며 그 영향력을 과시했다. 게다가 이념논쟁과 친노비판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인물이라 중도층에서 비교적 높은 지지를 받고 있다.

이 의원의 경우는 지난 5년간 계속 되어온 친이, 친박 간 갈등을 끝낼 새누리당 규합의 열쇠로 여겨지던 인물이었다. 따라서 대선이 종반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의 몸값 또한 높아질 것이 분명했고 그 과정에서 차기 당권이나 이 의원의 경우 분권형 개헌 등 복귀의 조건으로 원하는 것을 얻어내기 위한 복합적 노림수였다는 분석이다.

또 이들은 그동안 뜸을 들이며 대선 후보와 대등한 관계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꾸준히 부각시킬 수 있었다. 경선 패배 후 대선캠프에 참여하며 일개 당원으로 전락해 여론의 관심에서 멀어졌던 다른 경선주자들과는 차별화 되는 점이다.

그렇다면 이들이 돌아온 이유는 실제로 원하는 것을 얻어냈기 때문일까? 현재로선 그 속사정까진 상세히 알 수 없다. 하지만 아무런 실익도 없이 오직 대선승리의 밀알이 되기 위해 돌아왔다는 그들의 주장을 있는 그대로 믿는 이는 많지 않다.

이들의 복귀는 사실 예견된 일이었다. 아무리 경선과정에 대해 불만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번 대선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는다면 대선패배 시 책임론에 직면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당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상황이 불리하긴 마찬가지다. 대선과정에서 아무런 역할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당내 입지가 순식간에 좁아 질 것은 분명하다. 대선 후 정치행보를 생각한다면 반드시 이번 대선에 참여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예상외의 싸늘한 반응도 이들의 복귀를 앞당겼다는 분석도 있다. 이들의 영향력을 생각할 때 대선주자들과 지지자들이 복귀를 애걸복걸 할 것이라 예상했지만 여론의 관심이 모두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 후보에 쏠리면서 당내 일각에선 그냥 가만히 있는 게 도와주는 것이라는 이야기도 나왔다.

그렇다면 이번 대선에서 이들의 역할은 무엇이며 대선에 미칠 영향력은 어느 정도일까? 당내에서 기대하는 이들의 가장 큰 역할은 역시 분열된 당의 규합이다. 이들의 합류는 경선과정에서의 벌어진 당 내부의 갈등이 모두 봉합됐다는 것을 대내외에 천명하는 상징적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경선과정에 실망하고 이탈했던 표심을 끌어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대선 영향력은?

비록 2인자임에도 대통령후보들과의 지지율 격차가 워낙 벌어졌던 만큼 이번 대선에서 승부를 가를 변수는 아니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지만 대선판도가 초접전 양상으로 흘러가는 만큼 이들의 영향력도 결코 무시할 수는 없다. 

마지막으로 한 정치전문가는 "2인자의 복귀로 여야의 진용은 모두 갖춰졌다. 이제는 양측의 진검승부만 남은 셈"이라고 평가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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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