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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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화 핵폭탄? 알고 보니 불발탄!"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효과는 없었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밖까지 벌리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뒤늦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손을 맞잡았지만 기대처럼 효과는 별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야권 승리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단일화 성사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묻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모두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단일화는 곧 대선 패배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박근혜 상승세
문재인 하락세

지난달 23일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의 단일화가 성사된 후 2주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하다.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단일화만 성사되면 컨벤션효과와 더불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대권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 예상했던 문 후보 측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저력에 또 한 번 놀라는 눈치다. 이번 대선정국의 블랙홀이라고까지 불렸던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음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가장 크고 표면적인 이유는 단일화와 지지표명 과정에서의 잡음이다. 당초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여한 자리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한마디 외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철 지난 네거티브, 안철수만 바라보는 무능
"이대로 가면 진다" 문재인 대권행보 빨간불

지난 5일에는 다급해진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자택을 직접 찾았으나 안 전 후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굴욕까지 겪었다. 이튿날 드디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단동회동을 갖고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했지만 강제로 등 떠밀린 듯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행태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안 전 후보는 민주당 일각에서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지원 유세에 합류할 것"이라 언론플레이를 하고 문 후보가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것을 두고 '빨리 지원에 나서 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며 무척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었지만 문제는 지지자들을 온전히 데려가는 것"이라며 "안 전 후보로서는 상처 입은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민주당의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그르쳤다"고 지적했다.

안개화법 안철수
구걸화법 문재인

두 번째는 민주당의 잘못된 선거전략이다.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 후 민주당의 일일브리핑과 논평 등을 살펴보면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안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며 여야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중도층 공략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구태정치 답습으로는 결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이 네거티브라고 내놓은 사항 중 새로운 것도 없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는 이미 단단하게 결집해 있는데 유효기간 지난 네거티브로 철옹성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그나마 문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도 내쫓는 한심한 선거전략"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야권단일후보로서 자력으로 본선에서 이길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초반부터 안 전 후보의 지원에만 기댄 것도 실패한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전략 전반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문 후보는 선거 초반 친노 프레임에 빠지면서 '실패한 참여정부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뒤늦게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세 번째는 민주당의 지지세력 규합 실패다. 지난 6일 '리틀DJ'라 불리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최근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척 화려하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부터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선에서 단 한번도 한데 뭉친 적이 없는 이들이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 아래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다. 민주당에선 구태정치인들의 집합일 뿐이라며 이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최소한 문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할 중도 보수층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또 중도 보수층뿐만 아니라 지역별 격전지에서도 이들은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들을 품음으로써 '화합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반면 박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 측은 동교동계의 분화로 기존 야권세력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 곁엔 친노만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선거에서 지지세력의 규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한물 간 인물들이라고 해도 과거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던 이들이 박 후보 주변으로 모이는 것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은 민주당이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보수 대연합
진보 대분열

네 번째 이유는 바로 공약이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바로 중도층에 있다. 때문에 박 후보는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선거초반 보수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민주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좌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공약은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단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의 사과나 재발방지책도 없이 금강산 관광을 일단 재개하겠다거나 북한이 몽니를 부려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을 무작정 확대하겠다는 등의 대북 공약은 중도층은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모든 대학,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겠다는 등의 퍼주기식 복지도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물론 새누리당과 정책에서 차별화는 필요하겠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민주당의 양보도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안철수식의 중도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동서화합을 강조하며 자신을 살해하려고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는 어떠한 공약을 제시했는가? 상대진영의 표를 끌어올 공약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대연합 효과 '톡톡' 진보진영은 사분오열
오르지 않는 지지율 "민주당 스스로 변해야"

다섯 번째 이유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대선후보 토론회를 역전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지지율의 변동은 없었다. 박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는 드물었지만 지지율에 변동을 줄 만큼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15년 정치 내공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 야권이 단일화에 몰두할 때 뚜벅뚜벅 정책행보를 걸으며 하루 10곳의 유세현장을 방문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야말로 박 후보가 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다.

여섯 번째 이유는 단일화 피로감이다. 일단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한 만큼 지지율이 2~5%까지 요동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야권단일화 시 거의 확실한 패배가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박 후보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백의종군 선언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는 게 좋았다"며 "이후 안 전 후보가 뜸을 들이면서 국민들의 단일화 피로감이 높아졌고 전체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은 이미 상실했다고 본다. 한마디로 단일화란 핵폭탄이 불발탄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후보사퇴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든지 아니면 안 전 후보의 주장대로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지지에 나서든지 둘 중 하나가 됐어야 하는데 설익은 밥통을 강제로 열어버린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의 정치내공
문재인은 정치초보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안철수만 움직이면 이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반드시 질 것"이라며 "안 전 후보가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기로 했지만 안 전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지지율은 2∼5%에 불과하다. 대선승리를 위해선 민주당 스스로가 더욱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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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