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문안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는 이유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12 12: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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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권단일화 핵폭탄? 알고 보니 불발탄!"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효과는 없었다. 지난달 23일 안철수 전 무소속 대선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지지율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의 지지율 격차를 오차범위 밖까지 벌리며 여유 있는 모습이다. 뒤늦게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손을 맞잡았지만 기대처럼 효과는 별반 나타나지 않고 있다. 한때 야권 승리의 보증수표로 여겨지던 단일화 성사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는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묻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도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와 안철수 전 무소속 후보 모두 양자대결에서 박 후보를 앞서고 있었다. 때문에 새누리당 내에서는 야권단일화는 곧 대선 패배라는 위기감이 팽배했다.

박근혜 상승세
문재인 하락세

지난달 23일 안 전 후보가 백의종군을 선언하며 사실상의 단일화가 성사된 후 2주 가량이 지났다. 하지만 박 후보의 지지율은 여전하다. 오히려 문 후보의 지지율 하락세가 뚜렷해졌다. 단일화만 성사되면 컨벤션효과와 더불어 시너지효과를 불러일으키며 단숨에 대권 승리를 거머쥘 것이라 예상했던 문 후보 측은 그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정치권에서는 박 후보의 저력에 또 한 번 놀라는 눈치다. 이번 대선정국의 블랙홀이라고까지 불렸던 야권단일화가 성사됐음에도 박 후보가 흔들리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일단 가장 크고 표면적인 이유는 단일화와 지지표명 과정에서의 잡음이다. 당초 안 전 후보는 지난 3일 캠프 해단식에 참여한 자리에서 문 후보에 대한 지지의사를 밝힐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이날 안 전 후보는 "문 후보를 성원해 달라"는 한마디 외엔 별다른 언급이 없었다.

철 지난 네거티브, 안철수만 바라보는 무능
"이대로 가면 진다" 문재인 대권행보 빨간불

지난 5일에는 다급해진 문 후보가 안 전 후보의 자택을 직접 찾았으나 안 전 후보를 만나지 못하고 돌아오는 굴욕까지 겪었다. 이튿날 드디어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와 단동회동을 갖고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했지만 강제로 등 떠밀린 듯한 인상은 지울 수가 없었다.

정치권에서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지원을 망설인 이유에 대해 여러 가지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그 중 가장 유력한 것은 안 전 후보가 민주당의 행태에 실망했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우선 안 전 후보는 민주당 일각에서 "안 전 후보가 조만간 지원 유세에 합류할 것"이라 언론플레이를 하고 문 후보가 자신의 자택을 방문한 것을 두고 '빨리 지원에 나서 달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이며 무척 불쾌해 했다는 후문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안 전 후보가 문 후보를 지원한다는 입장은 변함이 없었지만 문제는 지지자들을 온전히 데려가는 것"이라며 "안 전 후보로서는 상처 입은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이 필요했던 것인데 민주당의 조급함이 오히려 일을 그르쳤다"고 지적했다.

안개화법 안철수
구걸화법 문재인

두 번째는 민주당의 잘못된 선거전략이다. 공식선거운동이 개시된 후 민주당의 일일브리핑과 논평 등을 살펴보면 박 후보에 대한 네거티브가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오죽하면 안 전 후보는 해단식에서 "지금 대선은 거꾸로 가고 있다"면서 "새 정치를 바라는 시대정신은 보이지 않고 과거에 집착하고 싸우고 있다"며 여야를 에둘러 비판하기도 했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중도층 공략이다. 이러한 민주당의 구태정치 답습으로는 결코 중도층을 공략할 수 없다. 게다가 민주당이 네거티브라고 내놓은 사항 중 새로운 것도 없었다. 한 정치전문가는 "보수는 이미 단단하게 결집해 있는데 유효기간 지난 네거티브로 철옹성을 깨뜨릴 수 있겠는가? 그나마 문 후보를 지지하던 중도층도 내쫓는 한심한 선거전략"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 야권단일후보로서 자력으로 본선에서 이길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초반부터 안 전 후보의 지원에만 기댄 것도 실패한 선거전략이라는 분석이다. 대선전략 전반에 대한 질타도 쏟아진다. 문 후보는 선거 초반 친노 프레임에 빠지면서 '실패한 참여정부의 핵심'이라는 새누리당의 공세에 고스란히 노출됐고, 뒤늦게 정권심판론을 들고 나왔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세 번째는 민주당의 지지세력 규합 실패다. 지난 6일 '리틀DJ'라 불리던 한화갑 전 민주당 대표가 박 후보 지지를 표명하고 나섰다. 이외에도 최근 박 후보의 지지를 선언한 이들의 면면을 살펴보면 무척 화려하다. 이인제 전 선진통일당 대표부터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대표,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 김영삼 전 대통령까지 역대 대선에서 단 한번도 한데 뭉친 적이 없는 이들이 보수정권 재창출이라는 대의 아래 박 후보를 지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른바 '보수대연합'이다. 민주당에선 구태정치인들의 집합일 뿐이라며 이들을 애써 무시하고 있지만 최소한 문 후보가 대선 승리를 위해 반드시 공략해야할 중도 보수층에서 이들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또 중도 보수층뿐만 아니라 지역별 격전지에서도 이들은 무시 못 할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박 후보는 이들을 품음으로써 '화합의 정치인'이라는 이미지까지 덤으로 얻었다. 반면 박 후보와 비교할 때 문 후보 측은 동교동계의 분화로 기존 야권세력조차 제대로 챙기지 못했다는 비판에 직면해 있다. 일각에선 문 후보 곁엔 친노만 남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 전문가는 "노련한 정치인이라면 선거에서 지지세력의 규합이 얼마나 중요한지 너무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비록 한물 간 인물들이라고 해도 과거 엄청난 영향력을 자랑했던 이들이 박 후보 주변으로 모이는 것을 과소평가한다는 것은 민주당이 현실인식을 제대로 못하고 있거나 사태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으면서도 애써 모른 척하는 것에 불과하다"고 평가했다.

보수 대연합
진보 대분열

네 번째 이유는 바로 공약이다. 이번 대선의 승부처는 바로 중도층에 있다. 때문에 박 후보는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선거초반 보수층의 반발을 감수하면서까지 경제민주화 등을 전면에 내세우며 좌클릭 행보에 나선 것이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의 공약은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해 단 한 발자국도 양보하지 않았다. 북한의 사과나 재발방지책도 없이 금강산 관광을 일단 재개하겠다거나 북한이 몽니를 부려 지속적인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개성공단을 무작정 확대하겠다는 등의 대북 공약은 중도층은 물론 진보진영 내에서조차 반감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반값등록금을 모든 대학, 모든 계층으로 확대하겠다는 등의 퍼주기식 복지도 마찬가지다.

한 전문가는 "물론 새누리당과 정책에서 차별화는 필요하겠지만 중도층을 끌어안기 위한 민주당의 양보도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 안철수식의 중도적 시각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과거 김대중 대통령은 선거과정에서 동서화합을 강조하며 자신을 살해하려고한 박정희 전 대통령의 기념관 건립을 약속했다. 이와 비교할 때 문 후보는 어떠한 공약을 제시했는가? 상대진영의 표를 끌어올 공약이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보수대연합 효과 '톡톡' 진보진영은 사분오열
오르지 않는 지지율 "민주당 스스로 변해야"

다섯 번째 이유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다. 문 후보 측은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며 대선후보 토론회를 역전의 기회로 삼고자 했다. 하지만 토론회가 끝난 후에도 지지율의 변동은 없었다. 박 후보가 토론을 잘했다는 평가는 드물었지만 지지율에 변동을 줄 만큼 큰 실수를 한 것도 아니었다. 박 후보가 평소 토론에 약한 모습을 보여 온 것은 사실이지만 15년 정치 내공은 이를 상쇄하기에 충분했던 것이다.

또 야권이 단일화에 몰두할 때 뚜벅뚜벅 정책행보를 걸으며 하루 10곳의 유세현장을 방문하는 등 살인적인 스케줄을 소화해내는 박 후보의 정치내공이야말로 박 후보가 단일화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라는 평가다.

여섯 번째 이유는 단일화 피로감이다. 일단 새누리당 관계자들은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에 대한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겠다고 표명한 만큼 지지율이 2~5%까지 요동칠 수 있다고 예상하고 있다. 하지만 당초 야권단일화 시 거의 확실한 패배가 예상됐던 것과 비교하면 여전히 박 후보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한 전문가는 "단일화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차라리 백의종군 선언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는 게 좋았다"며 "이후 안 전 후보가 뜸을 들이면서 국민들의 단일화 피로감이 높아졌고 전체의 큰 흐름을 바꿀 수 있는 폭발력은 이미 상실했다고 본다. 한마디로 단일화란 핵폭탄이 불발탄이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전문가도 "후보사퇴 직후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든지 아니면 안 전 후보의 주장대로 지지자들을 설득할 시간을 충분히 갖고 지지에 나서든지 둘 중 하나가 됐어야 하는데 설익은 밥통을 강제로 열어버린 모양새"라고 비판했다.

박근혜의 정치내공
문재인은 정치초보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안철수만 움직이면 이긴다는 생각은 착각이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은 반드시 질 것"이라며 "안 전 후보가 적극적인 지지에 나서기로 했지만 안 전 후보가 움직일 수 있는 지지율은 2∼5%에 불과하다. 대선승리를 위해선 민주당 스스로가 더욱 정치쇄신에 박차를 가하고 정책과 공약으로 국민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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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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