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도 너무한 '연예인 DC' 실태

거지근성 톱스타 A씨 “신상 좀 내놔봐”

[일요시사=사회팀] 연예인을 접한 매장들은 대체로 연예인이 방문하는 것을 반기지 않는다고 한다. ‘매장홍보효과를 누릴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연예인들에게 고가의 상품을 무턱대고 협찬 혹은 DC(Discount)해줬다가 일부 연예인들이 이를 악용하면서 울상을 짓는 주인들이 증가했기 때문. 이들은 시도 때도 없이 협찬을 요구 하는 연예인들 때문에 ‘연예인 출입금지’라도 시켜야 할 판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비양심적인 연예인DC 실태를 파헤쳤다. 

“연예인DC 되죠?”

일부 연예인들의 입에서 버릇처럼 튀어나오는 말이다. 연예인DC 혹은 협찬은 사실 예전부터 관습처럼 전해져 왔다. 고가의 상품일지라도 연예인이 걸치고 나오면 소비자들의 구매욕구가 급격히 증가해 해당 상품이 무조건 완판(‘완전히 판매되다’의 준말)되는 그릇된 현실 때문이다.

이러한 홍보효과 때문에 개인 사업을 하는 이들은 매장 브랜드 혹은 상품을 홍보하기 위해 연예인들에게 무차별적인 협찬과 DC를 제공한다. 연예인들은 일반인은 상상조차 못할 특권을 누린 것과 다름없다. 그런데 최근 일부 연예인들이 이를 악용하고 심지어 방송에 나와 협찬목록을 줄줄이 꿰는 등 개념 없는 발언도 서슴지 않고 있어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연예인이 벼슬?

압구정에서 의류브랜드 매장을 운영한다는 익명의 30대 여성은 한 온라인 커뮤니티사이트에 연예인DC와 관련해 말 못할 고민을 털어놨다.


그는 “서비스직종에 10년 넘게 일해 오면서 연예인DC 또는 협찬을 왜 해줘야 하는지 계속 의문이 든다”고 냉정한 입장을 밝혔다. 그에 따르면 연예인들이 그의 매장에 자주 들러 옷을 구매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는 처음에 연예인이 와서 사인도 해주고 사진도 찍어주면 홍보효과도 누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솔직한 심경을 드러냈다.

그러나 효과는 잠깐 뿐이었다. 한 번 방문했던 연예인은 습관적으로 고가의 상품에 대한 DC를 원했고, 옷 한 벌 가격으로 두 벌씩 챙겨가곤 했다. 지속되는 악순환에 그는 겉으로는 웃었지만 뒤로는 쓰라린 속을 추슬러야 했다고 전했다. 이 뿐만이 아니었다. 오랜 세월 동안 청순함의 대명사로 꼽히던 모 여배우도 협찬해 달라며 떼를 쓰기도 했고, 한류스타라고 불리는 소위 톱스타급 연예인은 “저 한류스타인데 DC 안 되나요?”라며 민망하기 짝이 없는 발언들을 대놓고 하는 이도 있다고 전했다.

그는 “연예인이 무슨 벼슬인가? 일반 상인들보다 돈도 더 많이 벌면서 왜 DC 해달라는 건지 모르겠다”며 “'땅을 얼마주고 구입했다' '얼마짜리 건물을 샀다' '외제 스포츠카를 샀다' 등 방송에서는 온갖 돈 자랑을 늘어놓으면서 구매하기도 전에 협찬해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는 행동이 꼴사납다. 양심 좀 챙겼으면 좋겠다”라고 일침 했다.

10여 년째 가구업을 운영해오고 있다는 박모씨는 연예인들의 거지근성(?) 때문에 피 본 일이 한두 번이 아니라며 치를 떨었다. 박씨의 매장에 들른 일부 연예인들은 무턱대고 매장에 방문해 물건을 협찬해 달라고 말한다고 한다. 문제는 그 뒤에 있다. 박씨가 협찬과 관련해 거절의사를 표하면 바로 “저 OOO인데요”라고 반문 한다는 것.

그는 지속적으로 거절의사를 표해도 상대 연예인이 끝까지 협찬을 요구하면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협찬해주곤 한다고 허탈한 심경을 나타냈다. 박씨는 “협찬이면 차라리 양호한 편이다. 진상 연예인들은 고가의 가구를 DC해달라고 하면서 ‘자신의 집이 방송연예프로그램에 많이 나올 것’이라며 허풍을 늘어놓기도 하고, 잡지 화보 촬영차 잠깐 빌려달라고 가져간 뒤 돌려주지 않기도 한다”며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아이돌 멤버 방송서 협찬 자랑 무개념 발언
스포츠 스타도 노골적 요구…업주들은 울상
C급 연예인 지방선 A급 행세

방송인 안모씨의 협찬 사랑도 빼놓을 수 없는 이야기다. 안씨는 친구 생일에 강남의 모 술집에서 파티를 벌였다. 그가 친구들과 함께 해당 술집에서 몇 백만원에 달하는 수많은 안주와 술 등을 시키며 각종 서비스를 요구했고, 이후 계산할 때 즈음 “잘 먹었어요”라며 자연스럽게 술집을 빠져나갔다는 일화는 연예계에서 유명하다.


남성 아이돌 그룹 멤버 이모씨의 경우 모 쇼프로그램에 나와서 가방과 신발 등을 지속적으로 협찬 받았다고 자랑하며 떠들기도 했으며, 유명 패션스타일리스트는 자신이 진행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가게를 홍보해준다고 원하는 상품을 일일이 고르면서 협찬해달라고 재촉하기도 했다.

이러한 연예인DC는 비단 연예인에게만 국한돼 있는 것은 아니다. 대중이 익히 알고 있는 일부 스포츠 스타와 그의 배우자 또는 가족들도 협찬과 DC라는 특권을 나눠 가지려고 노골적 행태를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고 전해졌다.

모 스포츠 선수 내외는 아이 돌잔치 때 행사 할인과 더불어 온갖 서비스를 요구하며 마치 전세라도 낸 듯 몇 시간에 걸쳐 돌잔치 행사를 누리기도 했고, 모 아이돌의 엄마는 한 가방매장에 방문해 “내가 OO의 엄마다. 연예인DC 좀 해달라”고 의기양양한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협찬과 DC 이외에도 연예인 특권은 무궁무진하다. 번호표를 뽑고 순서를 기다려야 하는 은행과 병원 등지에서도 연예인 특권은 유감없이 발생한다. 모 중년 남성 연예인은 “나 모르냐. 사람들 눈에 띄기 싫으니 먼저 진료 좀 부탁한다”고 생떼를 부렸다고 전해졌고, 모 중년 여배우도 은행에서 번호표를 뽑지도 않고 막무가내식으로 VIP 상담실로 들어가 개인 업무를 보고 갔다고 한다. 심지어 유명 남성 개그맨은 몇 천원어치 빵을 구매하면서도 연예인DC를 해달라며 비양심적인 행동을 일삼았다고 알려졌다.

지방에서 꽤 규모 있는 숙박업을 운영하고 있다는 강모씨는 “지방은 서울보다 더 하다. 톱스타도 아닌 이들이 지방에만 오면 톱스타 행세하며 이것저것 해달라고 주문한다. 연예인이 그렇게 대단한 직업도 아닌데 마치 왕인 양 허세부리는 것 보면 거북하다”며 “겉만 화려하면 뭐하나, 속은 거지근성으로 똘똘 뭉쳤는데…”라고 혀를 찼다.

연예인DC의 실상은 드러난 이야기보다 훨씬 더 심각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일부 연예인들이 가지는 공짜근성도 알고 보면 주변 상황이 만들어냈음을 알 수 있다.

돈도 많이 벌면서… 

일부 브랜드 매장 등에서 신제품이나 명품 론칭쇼를 개최하고 셀러브리티를 초대하면서 현금이나 현물을 지급하는 것이 연예인들이 갖는 공짜근성의 시초가 된 것이다. 즉 우리가 스스로 그들을 벼슬아치로 치켜세운 것이나 다름없다.

‘호의가 계속되면 그게 권리인 줄 안다’는 말이 있다. 협찬과 DC받는 것을 당연시하는 것이다. 반면 자신들이 참여한 영화·음악의 불법다운로드에는 열을 올리며 비난하고 있다. 원하는 걸 이루려면 그에 따른 희생도 감수해야 한다는 것을 상기해야 할 때이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