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2인 현미경 검증 (26)공약해부-⑥복지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2.05 12:3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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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별적 복지 VS 보편적 복지 "국민들의 선택은?"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철저히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안철수 무소속 후보의 전격 사퇴로 여야의 대선후보로 압축된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와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의 면면을 검증한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여섯 번째 순서로 그들의 '복지정책'을 살펴봤다.

 

 

국민들의 표심을 자극하기 위한 방법으로 '복지' 만큼 쉽고 빠른 것은 없다. 때문에 역대 거의 모든 선거에서 복지는 언제나 핵심쟁점으로 떠올랐다. 박근혜, 문재인 두 후보 역시 복지를 늘린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또 한편으론 확연한 차이가 드러나는 분야가 복지다. '선별적 복지'를 선택한 박 후보와 '보편적 복지'를 내세운 문 후보. 국민들의 표심은 과연 어떤 후보를 향할까?

박근혜 <선별적 복지>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

우리나라는 이미 저출산·고령화 사회에 접어들었다. 노인 인구의 증가로 국가의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국가의 재정부담이 가중되는 등 이중고를 겪고 있지만 국민들의 복지확대 요구는 오히려 더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이제는 저출산 고령화 시대에 걸맞은 새로운 복지정책의 틀이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이다.

수요자 중심 복지

이 같은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한국형 복지체계'의 구축을 천명하고 나섰다. 미국이나 EU 등 선진국과는 판이하게 다른 경제와 정치 상황을 갖고 있는 우리나라에 딱 맞는 복지체계를 구축해 과도한 복지정책으로 발생할 수 있는 성장동력 감소 등의 부작용을 선제적으로 차단하겠다는 것이다.


박 후보가 주장하는 한국형 복지체계란 공급자 중심의 복지제도를 수요자 중심의 복지전달체계로 개선하고 일자리를 통해 소득을 창출하고 자아를 실현할 수 있도록 일과 함께하는 고용복지를 확대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박 후보는 한국형 복지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으로는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정책을 통한 촘촘한 사회안전망을 구축해 경제발전과 사회 안정에 역동적인 균형을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생애주기별 맞춤형 복지는 모든 국민에게 평생 살아가는 동안 생애단계별로 꼭 필요한 것을 필요한 때에 맞춤형으로 지원하는 것을 뜻한다. 국가의 긴급한 보호가 필요한 저소득층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평생에 걸쳐 생애단계별로 겪게 되는 다양한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소득과 사회서비스를 함께 보장하여 평생생활안전망을 구축한다는 것이다.

소득수준별 선별적 지원 "사각지대부터 복지혜택"
저출산·고령화시대 "한국형 복지체계 구축해야"

박 후보는 우선 자녀를 가지는 것이 걱정이 아니라 축복이 될 수 있도록 하겠다며 5세까지 무상보육 실시 등 국가책임보육 체제 확립을 약속했다. 집에서 키우는 0~5세의 아이들에게는 양육수당을 지원하고, 예비엄마의 근로시간 단축과 예비아빠의 육아휴직을 법제화하며, 국공립어린이집을 확충해 여성의 육아문제를 덜어준다는 계획이다.

무상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하고 사교육비 절감 및 대학 등록금 지원 등 교육비 부담 경감 정책도 내놨다. 2014년부터는 셋째 아이의 대학 등록금 무료지원도 약속했다. 다만 반값등록금에 대해서는 모든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혜택을 주는 것이 아니라 소득수준에 따라 지원에 차별을 두겠다는 입장이다.

또 박 후보는 우리 국민들의 가장 큰 걱정인 가계부채 문제도 복지의 개념으로 풀어나가겠다고 밝혔다. 신용회복을 신청하는 사람들에게는 빚의 50%를 감면해주고 기초수급자처럼 더 어려운 사람들은 70%까지 감면해주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의료비 걱정이 없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암, 심혈관, 뇌혈관, 희귀난치성 4대 중증질환에 대해서는 100% 국가가 부담하는 것을 원칙으로 건강보험을 운영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노인 임플란트를 건강보험 적용대상에 추가하고, 경증 치매도 장기요양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박 후보는 한국 복지 정책의 가장 큰 문제점을 "소득보장과 복지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저소득층마저 사각지대에 방치돼 복지의 확대를 제대로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부양자 기준을 대폭 완화해 수급자를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미흡한 복지대책

이를 위한 재원마련 방안으로는 ▲세출 구조 개혁을 통한 새로운 재원 마련 ▲투명하고 공정한 조세개혁 및 세정강화 ▲복지지출의 누수 및 유사 중복을 막기 위한 복지행정 개혁 ▲공공부문 개혁 추진 ▲'나라살림 지킴이 국민감사위원회' 설치 등을 제시했다.

한편 박 후보가 내세운 연평균 복지 재정규모는 27조원이다. 이는 우리나라 GDP(국내총생산)의 약 2%수준으로 OECD 평균 복지 재정규모가 GDP의 19~21%인 것과 비교하면 턱없이 부족한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한 전문가는 "선별적 복지를 통해 재정부담이 낮고 실현가능성이 높다는 것은 장점이지만 연 27조원 규모의 복지재정은 '복지국가'라는 슬로건을 내세우기엔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문재인 <보편적 복지>
"복지는 상생발전 위한 필수요소"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평소 "복지국가는 민주주의가 상생 발전하는 유일한 방식"이라며 복지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실제로 문 후보가 내세운 복지정책은 매우 수위가 높고, 시민사회가 요구하고 있는 사항을 거의 수용하고 있다는 평가다. 하지만 선심성 퍼주기라는 논란은 피해갈 수가 없다.

퍼주기 논란

우선 문 후보는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국민의 기본적인 소득을 보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생활을 뒷받침해줄 각종 소득지원 제도를 충실하게 만들어감으로써,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다.

가장 먼저 노후소득의 보장체계 구축을 위해 국민연금법에 국가의 연금지급 책임을 의무화하는 조항을 신설하고 기초노령연금을 2017년까지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출산 시에는 국민연금에서 연금가입기간을 추가 인정하는 출산크레딧을 확대하고, 돌봄크레딧 도입 등 여성의 수급권이 보장되는 '1인 1연금제' 기반 구축 등 연금제도 전반을 개선하겠다고 약속했다.


문 후보는 구직자 지원 제도도 도입한다. 문 후보는 청년 구직자에게 '청년취업준비금'을 매월 최저임금의 50% 수준(약 50만원)으로 지급(6개월 후 심사하여 최대 1년간)하며, 폐업 자영업자 등 고용보험 미가입 실직자에게 '구직촉진급여'도 같은 방식으로 지급한다.

또 12세 미만의 아동들에게는 월 10만원의 아동수당을 지급한다. 연령별, 가구소득별로 지급을 시작하여 오는 2017년에는 12세 미만 전체 아동에게 지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장애인 소득보장을 위해서는 장애인연금의 기초급여액도 기초노령연금 인상액과 맞추어 두 배로 인상(9만원→18만원)한다. 이 밖에도 문 후보는 기초생활보장제도 수급자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부양의무자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비수급 빈곤층을 축소하고 최저생계비 책정을 상대빈곤선 기준으로 전환한다. 근로장려세제의 적용대상은 자영업자로 확대하고, 급여액 확대 등 일을 통한 자립기반을 확보하도록 했다.

의료 복지와 관련해서는 연간 환자 본인부담 100만원 상한제를 실시한다. 환자가 부담하는 의료비가 100만원이 넘을 경우 국가가 대납해주겠다는 것이다. 선택진료비, 상급병실료, MRI, 초음파, 그리고 의학적 효과성이 입증된 각종 검사와 치료에는 건강보험을 전면 적용한다.

간병서비스에도 건강보험을 적용해 간병비를 절감하고 가족의 간병부담을 완화할 계획이다. 아울러 의료복지와 저출산 문제를 동시에 해결하기 위해 임신·출산에 필수적인 의료비는 전액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불임·난임부부의 검사 및 의료비를 전액지원하고 고령산모의 추가적인 필수검사 비용도 전액지원하기로 했다.


국민 기본소득 보장 "누구나 인간다운 생활 누려야"
수위 높은 복지정책 "증세 없는 실현은 미지수"

정부가 엄격하게 관리하는 '공공산후조리원'을 설치하여 출산비용도 절감시킨다. 뇌수막염, 폐렴구균 등 필수예방접종 항목을 확대하고, 13세 미만 아동의 필수예방접종은 무상으로 제공한다.

0세아 아버지는 2주의 휴가를 제도화하고 육아휴직급여 수준은 현행 통상임금의 40%에서 70%로 상향조정한다.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 확대를 위해 육아휴직 1개월 간 통상임금의 100%를 지급하고 산전후 휴가 급여 인상(상한액 135만원→150만원) 및 이용대상 확대를 실시한다.

이밖에도 가족돌봄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가족돌봄휴가제(Care Free Day) 실시, 보육교사, 요양보호사, 간병인 등 돌봄노동자의 처우개선 대책을 마련한다.

보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국공립 어린이집을 대폭 확충하겠다고 밝혔다. 임기 중 국공립어린이집을 시설기준 20%, 이용아동기준 40%까지 확충한다는 것이다. 2020년까지는 시설기준 30%, 이용아동기준 50%까지 확충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필수적인 특별활동비까지 정부지원 보육비에 포함시켜 추가적인 보육료 부담이 없는 공공보육을 실현 하고 가정파견돌보미 등 다양한 형태의 육아 지원을 시도한다.

교육비 절감을 위해서는 방과 후 홀로 방치되는 아동이 없도록 지역 내 방과 후 돌봄체계를 강화하고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12년 무상교육 실시로 공교육 토대를 강화한다. 대학등록금은 내년에는 국공립대, 이듬해엔 모든 대학의 등록금을 반값으로 줄인다는 복안이다.

비관적 평가

이처럼 문 후보의 복지정책은 박 후보와 비교해 그 스펙트럼이 매우 넓고 구체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 마련. 문 후보는 부자감세를 철회하고 재벌에 대한 특혜를 줄이면 복지에 들어가는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대다수의 전문가들은 "증세 없이는 사실상 문 후보의 복지정책 실현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비관적인 평가를 내놓고 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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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