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수십억 재력녀 내연남 살인 전말

사랑에 숨은 무서운 집착 돈에 가려진 추악한 욕망

[일요시사=사회팀] 40억원대의 건물과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인 60대 여성 윤모(64)씨가 자신의 양아들이자 내연남인 40대 남성을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내연남이 사치스러운 행동과 폭력, 잦은 외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친아들 내외와 보험설계사 유모(52)씨를 끌어들여 내연남 살해해 가담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렬히 사랑했던 감정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을 불러온 사건의 내막을 공개한다.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40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60대 여성 윤모씨는 공시지가로 40억대 상가건물을 보유한 상당한 재력가였다. 윤씨는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0여만원을 보험료로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다. 그는 무엇 하나 아쉬울 것도, 집착할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면에는 어두운 속내가 꿈틀대고 있었다. 윤씨는 당초 세인들 눈을 피해 양아들 삼아 함께 살고 싶었을 정도로 내연남을 열렬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 돈에 대한 집착 또한 강했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인가부터 내연남이 자신의 돈을 펑펑 쓰면서 다른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괘씸함을 느껴 친아들 내외와 전문 보험설계사를 고용해 철저히 살해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윤씨와 내연남의 끔찍한 악연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수면제와 연탄가스
이용 계획적 살해

윤씨는 지난 2002년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내연남 채모(당시 34세)씨를 처음 만났다. 안양을 중심으로 교도소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윤씨는 폭력배 출신인 채씨에게 뜻 모를 연민을 느꼈다. 채씨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윤씨의 재력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의도로 호감을 느꼈지만 계속되는 만남에 둘은 금새 가까워졌다. 어쩌면 20살 차이라는 나이를 극복하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판이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윤씨는 1995년 전남편과 이혼해 친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아들 내외와 함께였지만 남편 없는 삶은 적적함 그 자체였다.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을 상대로 종교 활동과 봉사를 병행하고, 평소에는 골프를 치며 여가생활을 즐겼다. 

반면 광주광역시 보육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채씨는 광주에서 잘나가는 조직 폭력배 일원으로 활동했다가 폭력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출소 이후 그는 2000년부터 용인에서 단칸방을 얻어 혼자 생활해왔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그런 채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온 건 다름 아닌 윤씨였다. 윤씨는 어두운 삶을 살아왔던 채씨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옳은 길로 교화하고자 노력했다. 채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윤씨의 호의를 받아들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채씨의 이면에는 돈이라는 검은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40억대 재산 60대녀-40대남 골프장서 눈 맞아
세인들 눈초리 피해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여

두 사람은 골프장과 윤씨의 집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둘 사이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이윽고 2002년 말, 윤씨는 채씨를 안양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순조롭지 않았다. 20살이나 어린 남성과 한 집에서 사는 윤씨를 주위 사람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기 때문. 급기야 윤씨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2004년 2월경 내연남인 채씨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했다.

이로써 윤씨에게 채씨는 내연남 겸 양아들이 된 것이다. 윤씨는 내연남 채씨와 친아들을 이복형제로 만들었고, 채씨가 훨씬 연상이었음에도 자신의 친아들을 형으로 대하도록 지시했다.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채씨지만 돈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자존심을 낮추고 비위만 맞춰 주면 쓰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윤씨와 채씨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윤씨의 친아들 내외가 윤씨의 집으로부터 분가해 안양 집에 둘만 살게 됐던 것. 두 사람은 이웃의 이목 때문에 밖에서 엄마와 아들 행세를 했지만, 안에서는 부부처럼 은밀하고 스릴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행복 끝 불행 시작
동거 순탄치 않아

그러나 은밀한 행복도 잠시였다. 두 사람의 동거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아들 내외가 분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짧은 행복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채씨는 여자관계가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윤씨에게 폭행까지 일삼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 했다. 경찰 관계자도 윤씨가 채씨를 살해한 동기를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크고 작은 다툼은 2006년부터 2009년 말,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채씨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심한 주사, 습관성 폭력으로 심신이 고달파진 윤씨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더 이상 채씨와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윤씨는 2009년 11월부터 친아들 부부와 범행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윤씨는 아들 내외와 2010년 1∼2월 서울, 안양, 횡성 등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 80여 알을 사고, 채씨가 사망했을 시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도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윤씨가 채씨 앞으로 가입한 보험은 모두 12개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7억원에 달했다. 채씨 앞으로 등록된 생명보험을 포함한 종신보험 등은 윤씨의 가족 등이  채씨가 사망하기 20여 일 전에 가입한 것이다. 그 중 4억3000만원 가량은 사망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생명보험 3개였고, 채씨 명의의 또 다른 보험 9개도 3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험금은 윤씨가 수령할 수 있도록 명의를 변경해 놓은 상태였다.

내연남을 살해할 모든 준비가 끝난 윤씨와 아들 내외는 같은 해 2월 중순 새벽 3시경, 윤씨는 채씨가 집에서 자주 마시던 홍삼즙에 80여 알에 달하는 수면제를 탔다. 채씨는 아무 의심 없이 홍삼즙을 마셨고 수면제 효과 때문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윤씨는 채씨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후 의도적으로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위장하기 위한 윤씨의 철저한 사전계획이었다. 같은 날 오후 윤씨는 외출하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후 채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것을 확인하고도 밤새 가동시켰던 연탄난로의 연탄재를 쓸어버리고, 새 연탄과 번개탄 등으로 갈아 끼우는 등 침착함과 태연함을 유지했다.

오후 7시30분. 윤씨는 마치 채씨가 죽어있는 상태를 처음 직면한 것처럼 “아들이 죽은 것 같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빨리 채씨의 변사사건을 접수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부검 결과 채씨의 시신에서 1회 복용량의 60배가 넘는 치사량 수준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고, 연탄가스 누수를 미뤄 채씨의 사인은 수면제 과량 및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밝혀졌다.

이어 경찰 측은 채씨 사망 직전에 윤씨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점, 윤씨가 119 신고시간보다 7시간여 일찍 집에 갔음에도 신고시간이 늦은 점 등 수상한 점을 확인한 후 윤씨와 그의 아들 내외가 채씨 살해에 공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간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윤씨가 안양 집 PC에서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과 윤씨의 며느리가 수도권 및 강원도 등지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씨 일가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고 윤씨의 며느리는 불면증 치료차 구입한 것이라고 발뺌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미제로 남을 뻔
재수사로 실마리

미제로 남을 뻔한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초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윤씨 주거지 컴퓨터에서 윤씨가 범행 2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고, 아들 내외가 윤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입증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 끝에 윤씨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구입했고, 경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되자 의심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수면제를 구입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필요치도 않은 수면제를 4번 더 구입한 점을 추가 시인하기도 했다. 윤씨의 친아들의 경우 보험회사 측으로부터 보험금 수령 동의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올 것을 대비해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락처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하는 등 뻔뻔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 일가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도와준 보험설계사 유씨의 범행도 뒤이어 밝혀졌다. 유씨는 채씨 생전 당시 채씨를 생명보험 가입시키기 위해 연금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시켰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유씨 등이 채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면서 주요한 피의자로 지목된 윤씨를 중점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잦은 폭행, 습관적 외도 탓 계획적 살해 계획
친아들 내외·보험설계사 공동으로 살인 교사

최초 채씨 사망에 대해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했던 윤씨는 최근 “내연관계를 끝내기 위해 동반자살하려고 수면제를 샀다”고 말을 바꿔 여전히 살인의 목적성은 부인했다. 이어 그는 경찰조사에서 “현재 공시지가로 40억∼50억원대 상가건물과 임야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아들을 죽였겠느냐”며 “생명보험은 재테크 차원에서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씨의 강력한 부인에도 경찰은 윤씨가 범행 이전 채씨와 여자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진술한 점과 윤씨 소유 40억원대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금전과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일가는 뚜렷한 직장과 임대수익 이외의 수입 없이도 매달 수백만원을 카드값으로 지출하는 등 씀씀이가 컸다”며 “윤씨가 여전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증거가 드러날 때마다 진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수면제 다량 구매와 보험 가입 등 정황 증거로 봤을 때도 타살이 확실하다”고 혐의를 자신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씨 일가와 보험설계사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검은 욕망이
비극 불러와

돈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과욕과 집착이 자신의 삶은 물론 아들의 가정까지 무너뜨렸다. 윤씨는 세인의 성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내연남을 양자로 들여 곁에 두고 싶었던 것, 그 내연남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돈으로라도 바꾸고 싶어 했던 추악한 욕망이 도리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가슴 한 켠에 비워둔 욕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하면 독이된다’ ‘그릇된 과욕은 항상 비극을 불러온다’는 옛말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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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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