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건속으로] 수십억 재력녀 내연남 살인 전말

사랑에 숨은 무서운 집착 돈에 가려진 추악한 욕망

[일요시사=사회팀] 40억원대의 건물과 임야를 보유하고 있는 재력가인 60대 여성 윤모(64)씨가 자신의 양아들이자 내연남인 40대 남성을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살해했다. 그는 자신의 내연남이 사치스러운 행동과 폭력, 잦은 외도를 일삼는다는 이유로 친아들 내외와 보험설계사 유모(52)씨를 끌어들여 내연남 살해해 가담케 한 것으로 드러났다. 열렬히 사랑했던 감정이 복수심으로 돌변해 결국 살인이라는 비극을 불러온 사건의 내막을 공개한다.

수면제와 연탄가스를 이용해 40대 내연남을 살해한 혐의로 경찰에 구속된 60대 여성 윤모씨는 공시지가로 40억대 상가건물을 보유한 상당한 재력가였다. 윤씨는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임대수익을 받고 이 가운데 절반인 500여만원을 보험료로 낼 정도로 경제적으로 풍족한 삶을 살았다. 그는 무엇 하나 아쉬울 것도, 집착할 것도 없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러나 그의 이면에는 어두운 속내가 꿈틀대고 있었다. 윤씨는 당초 세인들 눈을 피해 양아들 삼아 함께 살고 싶었을 정도로 내연남을 열렬하게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사랑에 대한 열정만큼 돈에 대한 집착 또한 강했다. 그러다 그는 어느새인가부터 내연남이 자신의 돈을 펑펑 쓰면서 다른 여성들과 은밀한 관계를 맺어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괘씸함을 느껴 친아들 내외와 전문 보험설계사를 고용해 철저히 살해계획을 세웠다.

그렇다면 윤씨와 내연남의 끔찍한 악연은 과연 언제부터 시작된 것이었을까.

수면제와 연탄가스
이용 계획적 살해

윤씨는 지난 2002년 안양의 한 골프장에서 내연남 채모(당시 34세)씨를 처음 만났다. 안양을 중심으로 교도소 재소자 교화활동을 해온 윤씨는 폭력배 출신인 채씨에게 뜻 모를 연민을 느꼈다. 채씨 또한 익히 들어 알고 있었던 윤씨의 재력을 보고 의도적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서로 다른 의도로 호감을 느꼈지만 계속되는 만남에 둘은 금새 가까워졌다. 어쩌면 20살 차이라는 나이를 극복하고 두 사람이 급속도로 친해질 수 있었던 것은 판이하게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왔기 때문일 것이라고 추측하는 이들도 있다. 


윤씨는 1995년 전남편과 이혼해 친아들 내외와 함께 살았다. 아들 내외와 함께였지만 남편 없는 삶은 적적함 그 자체였다. 그는 마음의 여유를 찾기 위해 교도소 내에서 재소자들을 상대로 종교 활동과 봉사를 병행하고, 평소에는 골프를 치며 여가생활을 즐겼다. 

반면 광주광역시 보육원에서 불우한 어린 시절을 보낸 채씨는 광주에서 잘나가는 조직 폭력배 일원으로 활동했다가 폭력 등의 혐의로 수감됐다. 출소 이후 그는 2000년부터 용인에서 단칸방을 얻어 혼자 생활해왔다. 그에겐 친구도 가족도 없었다. 그런 채씨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온 건 다름 아닌 윤씨였다. 윤씨는 어두운 삶을 살아왔던 채씨를 안타깝게 생각하면서도 옳은 길로 교화하고자 노력했다. 채씨는 별다른 거부감 없이 윤씨의 호의를 받아들였지만 순수한 마음으로부터 우러나온 것은 아니었다. 채씨의 이면에는 돈이라는 검은 욕망이 숨겨져 있었다.

40억대 재산 60대녀-40대남 골프장서 눈 맞아
세인들 눈초리 피해 내연남을 양아들로 들여

두 사람은 골프장과 윤씨의 집 등에서 데이트를 즐겼고 둘 사이가 깊은 관계로 발전했다. 이윽고 2002년 말, 윤씨는 채씨를 안양 소재 자신의 집으로 데려와 두 사람은 본격적으로 동거를 시작했다. 그러나 둘의 동거는 순조롭지 않았다. 20살이나 어린 남성과 한 집에서 사는 윤씨를 주위 사람들이 곱게 볼 리 만무했기 때문. 급기야 윤씨는 이웃의 따가운 시선을 피하고자 2004년 2월경 내연남인 채씨를 자신의 양자로 입양했다.

이로써 윤씨에게 채씨는 내연남 겸 양아들이 된 것이다. 윤씨는 내연남 채씨와 친아들을 이복형제로 만들었고, 채씨가 훨씬 연상이었음에도 자신의 친아들을 형으로 대하도록 지시했다. 적잖이 자존심이 상했을 채씨지만 돈 앞에서는 무엇이든지 할 수 있었다. 그는 조금만 자존심을 낮추고 비위만 맞춰 주면 쓰고 싶은 것, 갖고 싶은 것 모두 누릴 수 있었다.

2005년에는 윤씨와 채씨의 관계가 더 돈독해졌다. 윤씨의 친아들 내외가 윤씨의 집으로부터 분가해 안양 집에 둘만 살게 됐던 것. 두 사람은 이웃의 이목 때문에 밖에서 엄마와 아들 행세를 했지만, 안에서는 부부처럼 은밀하고 스릴 있는 관계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행복 끝 불행 시작
동거 순탄치 않아


그러나 은밀한 행복도 잠시였다. 두 사람의 동거는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다. 아들 내외가 분가한 지 1년도 채 되지 않아 짧은 행복이 지나가고 두 사람의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조직폭력배 출신인 채씨는 여자관계가 복잡했을 뿐만 아니라 윤씨에게 폭행까지 일삼으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걷잡을 수 없이 악화됐다. 회복하기에는 이미 늦은 듯 했다. 경찰 관계자도 윤씨가 채씨를 살해한 동기를 여기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둘의 크고 작은 다툼은 2006년부터 2009년 말, 살해사건이 발생하기 전까지 지속됐다. 채씨의 복잡한 여자관계와 심한 주사, 습관성 폭력으로 심신이 고달파진 윤씨는 결국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했다. 더 이상 채씨와의 관계가 회복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자 윤씨는 2009년 11월부터 친아들 부부와 범행을 위한 치밀한 계획을 세웠다.

윤씨는 아들 내외와 2010년 1∼2월 서울, 안양, 횡성 등지에서 향정신성의약품인 졸피뎀 성분이 함유된 수면제 80여 알을 사고, 채씨가 사망했을 시 받을 수 있는 종신보험도 집중적으로 가입했다. 윤씨가 채씨 앞으로 가입한 보험은 모두 12개로 수령할 수 있는 금액은 약 7억원에 달했다. 채씨 앞으로 등록된 생명보험을 포함한 종신보험 등은 윤씨의 가족 등이  채씨가 사망하기 20여 일 전에 가입한 것이다. 그 중 4억3000만원 가량은 사망 보험금을 탈 수 있는 생명보험 3개였고, 채씨 명의의 또 다른 보험 9개도 3억원에 달했다. 그리고 이 모든 보험금은 윤씨가 수령할 수 있도록 명의를 변경해 놓은 상태였다.

내연남을 살해할 모든 준비가 끝난 윤씨와 아들 내외는 같은 해 2월 중순 새벽 3시경, 윤씨는 채씨가 집에서 자주 마시던 홍삼즙에 80여 알에 달하는 수면제를 탔다. 채씨는 아무 의심 없이 홍삼즙을 마셨고 수면제 효과 때문인지 바로 잠이 들었다. 윤씨는 채씨가 잠이든 것을 확인한 후 의도적으로 거실에 있는 연탄난로의 덮개를 열고 외출했다.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위장하기 위한 윤씨의 철저한 사전계획이었다. 같은 날 오후 윤씨는 외출하고 자신의 집으로 되돌아온 후 채씨가 싸늘한 주검으로 변해버린 것을 확인하고도 밤새 가동시켰던 연탄난로의 연탄재를 쓸어버리고, 새 연탄과 번개탄 등으로 갈아 끼우는 등 침착함과 태연함을 유지했다.

오후 7시30분. 윤씨는 마치 채씨가 죽어있는 상태를 처음 직면한 것처럼 “아들이 죽은 것 같다”며 흥분한 목소리로 119에 신고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재빨리 채씨의 변사사건을 접수한 후 본격적인 수사에 돌입했다. 부검 결과 채씨의 시신에서 1회 복용량의 60배가 넘는 치사량 수준의 수면제 성분이 발견됐고, 연탄가스 누수를 미뤄 채씨의 사인은 수면제 과량 및 일산화탄소 중독사로 밝혀졌다.

이어 경찰 측은 채씨 사망 직전에 윤씨가 다수의 보험에 가입한 점, 윤씨가 119 신고시간보다 7시간여 일찍 집에 갔음에도 신고시간이 늦은 점 등 수상한 점을 확인한 후 윤씨와 그의 아들 내외가 채씨 살해에 공범일 가능성을 열어두고 장기간에 걸쳐 수사를 진행했다.

수사 결과 윤씨가 안양 집 PC에서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과 윤씨의 며느리가 수도권 및 강원도 등지에서 수면제를 구입한 사실이 드러났다. 그러나 윤씨 일가는 범행을 극구 부인했고 윤씨의 며느리는 불면증 치료차 구입한 것이라고 발뺌하면서 수사는 답보상태에 빠졌다.

미제로 남을 뻔
재수사로 실마리

미제로 남을 뻔한 이들의 범행은 지난 5월 초 경기경찰청 광역수사대가 기록 일체를 넘겨받아 재수사에 돌입하면서 사건의 실체가 서서히 드러나기 시작했다. 경찰은 윤씨 주거지 컴퓨터에서 윤씨가 범행 2일 전부터 지속적으로 인터넷을 통해 수면제를 검색한 사실을 확인했고, 아들 내외가 윤씨의 지시에 따라 범행을 공모한 사실도 입증했다.

경찰의 계속되는 추궁 끝에 윤씨 아들 부부는 “어머니의 지시로 수면제를 구입했고, 경찰의 수사가 다시 시작되자 의심받을 수 있을 것 같아 추가로 수면제를 구입했다”고 자백했다. 이들은 수사의 혼선을 주기 위해 필요치도 않은 수면제를 4번 더 구입한 점을 추가 시인하기도 했다. 윤씨의 친아들의 경우 보험회사 측으로부터 보험금 수령 동의여부를 묻는 확인전화가 올 것을 대비해 보험사 홈페이지에 접속해 연락처를 자신의 것으로 변경한 뒤, 피해자 행세를 하는 등 뻔뻔한 행동도 서슴지 않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유씨 일가가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게 도와준 보험설계사 유씨의 범행도 뒤이어 밝혀졌다. 유씨는 채씨 생전 당시 채씨를 생명보험 가입시키기 위해 연금전환이 가능한 것처럼 속이고 보험계약을 체결시켰다.
경찰은 끈질긴 수사 끝에 유씨 등이 채씨를 살해했다는 증거를 확보하면서 주요한 피의자로 지목된 윤씨를 중점적으로 추궁하기 시작했다.


잦은 폭행, 습관적 외도 탓 계획적 살해 계획
친아들 내외·보험설계사 공동으로 살인 교사

최초 채씨 사망에 대해 ‘연탄가스 사고사’라고 주장했던 윤씨는 최근 “내연관계를 끝내기 위해 동반자살하려고 수면제를 샀다”고 말을 바꿔 여전히 살인의 목적성은 부인했다. 이어 그는 경찰조사에서 “현재 공시지가로 40억∼50억원대 상가건물과 임야 등 부동산을 소유하고 있는데 내가 뭐가 아쉬워서 아들을 죽였겠느냐”며 “생명보험은 재테크 차원에서 가입한 것일 뿐”이라고 살인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윤씨의 강력한 부인에도 경찰은 윤씨가 범행 이전 채씨와 여자문제로 극심한 갈등을 겪어왔다고 진술한 점과 윤씨 소유 40억원대 건물에 근저당이 설정돼 있어 임의로 처분할 수 없는 점 등으로 미뤄 금전과 치정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확신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윤씨 일가는 뚜렷한 직장과 임대수익 이외의 수입 없이도 매달 수백만원을 카드값으로 지출하는 등 씀씀이가 컸다”며 “윤씨가 여전히 살인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관련 증거가 드러날 때마다 진술이 바뀌고 있는 데다 수면제 다량 구매와 보험 가입 등 정황 증거로 봤을 때도 타살이 확실하다”고 혐의를 자신했다. 경찰은 지난 10일 윤씨 일가와 보험설계사를 살인 등의 혐의로 구속 및 불구속 입건했다.

검은 욕망이
비극 불러와

돈과 사랑, 모두를 쟁취하고 싶었던 한 여성의 과욕과 집착이 자신의 삶은 물론 아들의 가정까지 무너뜨렸다. 윤씨는 세인의 성난 눈초리에도 불구하고 내연남을 양자로 들여 곁에 두고 싶었던 것, 그 내연남이 자신의 소유가 아닌 것을 알게 되자 돈으로라도 바꾸고 싶어 했던 추악한 욕망이 도리어 자신의 삶을 파괴하고 있는 줄도 모른 채 가슴 한 켠에 비워둔 욕망을 채우느라 여념이 없었다. ‘과하면 독이된다’ ‘그릇된 과욕은 항상 비극을 불러온다’는 옛말이 새삼 중요하게 다가온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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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