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질문 트라우마' 겪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7 11: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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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회견인데 질문은 하지 말라고?"

[일요시사=정치팀] 야권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이슈로 부상하면서 상대적으로 소외된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연일 정책발표를 이어가며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그런데 박 후보가 준비한 기자회견에는 한 가지 특이한 점이 있다. 아예 질문을 받지 않거나 질문을 받더라도 답변은 박 후보가 아닌 측근들이 한다는 것이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는 '질문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박 후보의 사연을 추적해봤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질문 트라우마'를 겪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6일 여의도 당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이날 발표는 오후에 있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단일화 회동에 대응하는 차원의 카드였기 때문에 정치권의 큰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발표가 끝난 후 박 후보는 쫓기듯 현장을 떠났고 질의응답은 안대희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이 대신했다. 그 후로도 박 후보의 정책발표는 일주일에 한 번 꼴로 이어졌지만 박 후보는 기자들의 질문에는 입을 꾹 닫았다.

언론과 악연

기자회견장에서 박 후보가 질의응답을 회피하는 상황이 반복되자 기자들 사이에선 뒷말이 무성해졌다. "박 후보가 자꾸 사고를 치니 측근들이 아예 질의응답을 배제한 것"이라느니 "박 후보 스스로 지레 겁을 먹고 질의응답을 회피하고 있다"는 등의 이야기였다.

실제로 박 후보는 유독 언론과의 악연이 깊다. "병 걸리셨어요?"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 "한국말 모르세요?" 등 박 후보의 불통이미지를 굳히는데 크게 기여한 이 같은 어록들은 모두 언론과의 인터뷰 과정에서 나온 말들이다.


때문에 박 후보는 이전에도 언론의 질의응답을 회피하다 여러 차례 구설에 오른 전력이 있다. 박 후보 측은 지난 8월31일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의원·당원협의회장 연찬회에서 기자들을 향해 박 후보에게 직접 질문하는 것을 자제해줄 것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기도 했으며, 지난 9월2일에는 이명박 대통령과의 오찬회동 뒤에 질의응답을 받지 않겠다고 공지했다가 기자들의 반발로 이상일 대변인이 따로 시간을 내 질문을 받는 해프닝도 있었다.

하지만 대선주자가 언제까지 침묵만을 지키고 있을 수만은 없는 노릇이었다. 박 후보는 지난 9월10일 MBC 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했다. 해당 프로그램은 박 후보가 지난 2004년 4월9일 출연했다가 진행자인 손 교수에게 "저하고 싸움 하시자는 거예요"라고 말해 논란을 일으켰던 프로그램이었다.

박 후보는 이날 인터뷰에서 또 한번 사고를 쳤다. 인혁당과 관련한 질문에 "인혁당 사건은 대법원 판결이 두 가지로 나오지 않았나"라며 "그 부분에 대해서도 앞으로의 판단에 맡겨야 하지 않겠는가, 그런 답을 제가 한 적이 있다"고 말해 논란에 휩싸인 것이다. 이는 유신시절 재판과 민주화 이후 재판의 판결에 동등한 정당성을 부여한 것으로 '사법체계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토 달지 마!" 박근혜 스타일 '황당한 기자회견'
불통이미지 고착 악영향…국민 알권리는 어디에?

또 지난 10월21일에는 정수장학회 기자회견에서 "법원에서 유족에 대한 강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린 바 있다"고 주장했지만, 회견이 끝난 뒤 박 후보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강압이 없었다고 얘기한 것은 잘못 말한 것 같다"며 "강압이 있었는지 인정하기 어렵다고 패소 판결을 한 걸로 알고 있다"고 자신의 발언에 오류가 있었음을 인정해 또 한번 구설에 올라야 했다. 박 후보가 최근 기자들의 질문에 유독 민감해진 것은 이 같은 연이은 사고들과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박 후보의 이 같은 질문 트라우마는 네 가지 문제점을 갖고 있다.

첫 번째 문제점은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는 것 자체가 국민들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행동이라는 것이다. 그동안 박 후보 진영은 야권의 단일화 논의에 대해 후보의 정책이나 자질을 알 수 없는 '깜깜이 선거'로 만들고 있다며 신랄하게 비판해 왔다. 그런데 진짜 깜깜이 선거를 만들고 있는 주범은 기자들의 질문을 회피하며 국민들이 반드시 알아야 할 정보들을 차단하고 있는 박 후보 자신이란 지적이다.


두 번째는 각종 정책에 대한 이해도가 부족하다는 것을 스스로 인정하는 모양새가 된다는 것이다.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에 대한 발표를 본인이 직접 하고, 질의응답은 안대희 위원장이 받았다. 외교·안보·통일 정책도 질의응답은 윤병세 외교통일추진단장이 받았다.

박 후보 측은 정책을 총괄한 실무자들이 내용을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지만 일각에선 자신의 이름을 걸고 내세운 정책임에도 기자들에게 제대로 설명도 하지 못할 만큼 이해가 부족한 것이냐는 비판이 일었다. 또 이렇게 이해가 부족한 정책을 내놓는다고 한들 과연 실천할 수 있겠느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결국 박 후보는 힘들게 내놓은 공약의 신뢰성을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세 번째는 '불통'이미지의 고착화다. 박 후보가 청년층 공략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바로 그의 불통이미지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청년층이 원하는 리더십은 어떤 정책을 추진하든 국민과 소통하고 국민의 이해를 구하는 모습인데, 박 후보처럼 내가 할 말은 다했으니 끝이라는 식의 태도는 불통이미지를 더욱 고착화 시킬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깜깜이 선거

네 번째 문제는 질문을 회피하는 행동이 자칫 국민들에게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박 후보가 질문을 회피하는 행동이 이어지면 아무래도 국민들은 "정말 떳떳하지 못한 부분이 있는 것 아닌가" "자신의 능력부족을 숨기려는 것 아닌가"하는 의심을 할 수밖에 없다. 박 후보가 정말 떳떳하고 준비된 후보라면 굳이 질문을 회피하며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한 전문가는 박 후보가 이처럼 질문을 회피하는 이유에 대해 "아무래도 가장 큰 이유는 박 후보가 그동안 질의응답 과정에서 논란을 많이 일으켰기 때문일 것"이라면서도 "또 한편으론 본인들이 생각하기에는 사소한 말실수임에도 큰 의미를 부여해 비판을 가하는 언론들에 대한 서운함과 불신도 묻어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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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단독] 한샘 시흥공장 그린벨트 훼손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김철준 기자 = 우리나라는 개발이 제한돼있는 토지가 있다. 해당 토지들의 개발을 위해선 지자체장의 승인이나 대통령령 승인이 있어야 한다. 부동의 가구 1위 기업인 한샘이 개발제한구역을 마음대로 훼손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대상은 시흥 제1공장 부지 주변 필지다. 행정조치가 완료됐다고는 하지만 완전히 원상복구는 되지 않았다. 한샘은 주방·인테리어가구를 판매·제조하는 대한민국 부동의 1위 가구 업체다. 1970년 9월 한샘으로 창립한 뒤 1977년 국내 최초로 주방가구를 수출해 1979년에 수출 100만달러 돌파의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한샘의 2023년도 기준 매출액은 1조9669억원에 달한다. 영업이익은 19억4660만원이다. 최초의 공장 성장 시발점 한샘의 성장은 시흥 공장과 함께했다. 조창걸 명예회장이 자본금 200만원으로 은평구 대조동에 23.1㎡의 매장으로 시작했던 한샘은 1976년 시흥시 조남동에 최초의 공장다운 공장을 설립했다. 제1공장을 통해 한샘은 생산 체계를 크게 개선하며 큰 실적 향상을 이뤘다. 한샘은 현재 시흥과 안산 등에 4개의 물류센터·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당초 한샘 시흥 공장은 조남동 ▲594-1번지 ▲91-144번지 ▲91-145번지 세 곳의 필지, 약 1만4610㎡의 면적으로 지어졌다. 현재는 한샘은 91-117번지 매수해 총 1만8429.8㎡의 면적을 공장 부지로 사용 중이다. 등기사항전부증면서 확인 결과 한샘은 해당 부지 외 시흥 공장과 인접한 4개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2076㎡ ▲조남동 91-165번지, 207㎡ ▲조남동 91-166번지, 109㎡ ▲조남동 산 57-1번지, 3273㎡도 소유하고 있다. 항공지도에 따르면, 한샘 시흥 공장의 정문 바로 앞을 3개의 필지 ▲조남동 91-163번지 ▲조남동 91-165번지 ▲조남동 91-166번지가 둘러싸고 있으며 산 57-1번지는 공장 뒤편 산과 맞닿아 경계를 이루는 형세를 나타낸다. 그런데, 가장 오래된 2008년 항공사진부터 지금까지 해당 필지를 야외주차장 및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해 왔다. 여기서 문제가 되는 점은 해당 필지의 지목이 모두 ‘임야’라는 것이다. 임야는 산림과 원야로 구성된 토지로, 공간정보관리법에서는 죽림지, 수림지, 암석지, 모래땅, 습지, 황무지, 자갈땅 등을 예로 들고 있다. 임야는 대부분 산림자원보호법에 따라 산림보호구역 또는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다. 즉, 산림청의 허가 없이는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불가능하다는 얘기다. 간혹 산림보호구역이나 지역이 아닌 임야도 있지만 이 역시 산림청장의 허가를 받아야 토지의 용도변경이나 개발이 가능하다. 시흥 제1공장 주변 4필지 무단 개발 개발제한지역·공익용 산지에 해당 한샘이 야외주차장과 자재 적재용으로 사용한 필지는 모두 개발제한구역에 포함돼있다. 한샘이 산림청의 허가를 받지 않고 개발제한구역 땅을 개발해 무단으로 다른 용도로 사용했다는 의심이 드는 사안이다. 실제로 시흥시 도시정책과는 해당 필지와 관련해 많은 민원을 접수했다. 민원은 해당 필지들의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 위반이 주된 내용이었다.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 제12조에 따르면, 개발제한구역에서는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공작물의 설치, 토지의 형질변경, 죽목의 벌채, 토지의 분할, 물건을 쌓아놓는 행위(적재) 또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제2조 제11항에 따른 도시·군계획사업의 시행을 할 수 없다. 또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건축물의 건축 또는 공작물의 설치와 이에 따르는 토지의 형질변경 ▲개발제한구역의 건축물로서 제15조에 따라 지정된 취락지구로의 이축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 제4조에 따른 공익사업의 시행으로 철거된 건축물을 이축하기 위한 이주단지의 조성 ▲건축물의 건축을 수반하지 않는 토지의 형질변경으로서 영농을 위한 경우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토지의 형질변경 등 9가지의 경우만 예외로 하고 있다. 이렇듯 한샘의 4 필지 사용은 예외 사항에 포함되지 않는다. 산림청장 허가받았나 민원을 접수한 시흥시 건축과 개발제한구역지도팀은 2020년에 해당 필지에 관한 현장조사 이후 한샘에 원상회복 행정조치를 내렸다. 하지만 한샘은 이에 불복하고 행정처분 취소소송을 감행했다. 재판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으로 인한 어려움을 호소한 한샘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여 이행강제금 일부를 한샘에 돌려주도록 판단했다. 하지만 이는 시흥시의 행정조치가 잘못됐다는 판결이 아니었다. 법적 싸움 끝에 시흥시의 원상복구 행정조치는 진행됐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에 따르면, 한샘은 행정소송 이후 2022년부터 2023년에 걸쳐 원상복구를 완료했다. 시흥시 개발제한구역지도팀 관계자는 “행정조치 이후 원상복구까지 불법으로 개발한 것을 모두 해체하고 폐기물 처리까지 완료해야 하는 만큼 많은 시일이 걸린다”며 “해당 필지(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는 지난해 11월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한샘 관계자는 “해당 부지는 한샘이 소유하고 있거나 소유했던 땅으로 불법 점용한 적이 없으며, 해당 부지는 개발제한구역 지정 전과 동일한 상태로 복구를 완료한 상태”라고 말했다. 하지만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한샘은 여전히 해당 필지들을 불법 점용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시흥시가 원상복구 이행을 확인한 필지는 조남동 91-166번지와 산 57-1번지다. 하는 척 얼렁뚱땅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91-166번지는 도로와 인접한 부분의 절반의 울타리만 철거됐으며 여전히 4~5대의 차량이 주차돼있는 상태였다. 해당 필지는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른 지역‧지구로는 도시지역, 자연녹지지역로 구분된다.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해당 지역에 4층 이하의 건축물을 지을 수 있지만, 개발제한구역이므로 건축물의 건축 및 용도변경 등이 불가능하다. 시장 혹은 도지사·군수 등의 허가를 받을 경우 가능하지만, 시흥시에서는 해당 부지의 주차장 사용을 허가해주지 않았다. 행정조치 이후에도 계속 불법으로 점용하고 있는 셈이다. 산 57-1번지도 마찬가지다. 항공사진을 분석한 결과 2008년부터 해당 필지를 덮고 있던 콘크리트는 2013년에 사라졌지만 자재가 적재돼있었다. 이후 2020년에 다시 콘크리트가 덮였다가 2022년 흙밭으로 복구됐다. 하지만 여전히 자재는 적재돼있다. 게다가 <일요시사> 확인 결과 조남동 산 57-1번지와 조남동 산 57-5번지가 개발제한구역이면서 공익용 산지로 지정돼있어 보전산지로 분류되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산 57-5번지가 산지 그대로 있는 것과 다르게, 산 57-1번지는 콘트리트가 지반을 받치고 있으며 경계선에는 울타리가 쳐져 있다. 행정조치 완료? 완전 복구 안돼 한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공익용 산지를 마음대로 개발하면 산지관리법에 의해 처벌받을 수 있다”며 “해당 부지 명의가 한샘이더라도 시장 등 지자체의 허가 없이 개발하면 안되는 곳으로 구조물을 통해 공장부지와 평행을 맞추는 지반을 만드는 것도 허가가 필요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행정조치가 진행 중인 상황에 문제가 되는 필지를 매매한 정황도 포착됐다. 한샘은 조남동 91-163번지의 필지를 1985년 매입했다. 이후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해당 필지를 2022년 11월4일 갑자기 팔아버렸다. 2022년은 한샘과 시흥시의 행정소송이 끝나고 행정조치가 진행되던 시기였다. 현재 해당 필지는 ㈜효경개발이 매수해 크레인과 덤프트럭 등 중장비 주차장으로 이용 중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원상복구에 많은 금액이 들어가는데 이를 피하기 위해 토지를 매매한 것이라고 의심하고 있다. 한 토지 전문가는 “일반적으로 야외주차장으로 사용하던 토지를 원상복구하는 데 많은 금액이 들어가지 않지만 해당 필지는 공익용 산지로 산지 조성까지 해야 해 상황이 다르다”며 “산지 조성에 들어가는 금액도 지불하지 않고 토지를 매매한 것은 이중으로 이익을 얻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한샘 관계자는 “크레인 등 장비가 있는 부지는 한샘의 소유가 아니므로 저희가 알 수 없다”며 답변을 회피했다. 문제의 필지 매매한 정황 한샘 측은 이번 불법 점용 의혹에 관해 개발제한구역 지정이 공장 설립보다 늦게 이뤄져 어쩔 수 없이 불법적인 개발로 분류됐다는 입장이다. 실제로 해당 필지들은 지난 1976년 12월에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됐다. 시기상 한샘의 공장 설립 이후에 묶인 셈이다. 하지만 산 57-1번지를 제외하고 나머지 필지들은 개발제한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인 1985년 매입한 땅이라 불법임을 알고도 마음대로 개발했다는 지적을 피하긴 어려워 보인다. <kcj512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