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3년 ‘한강 전망카페’ 현주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6:40:19
  • 댓글 0개

“춥고 비싼 반쪽짜리 카페 누가 가겠어요”

[일요시사=경제1팀] 3년 전 한강 남북을 이어준 다리에 ‘전망카페’가 들어섰다. 서울시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수 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진행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로부터 3년.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혜 의혹, 헐값 임대료, 화재 사건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강 전망카페의 성적표를 점검한다.


“한강 다리 위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갈까?”

지난 2009년 서울시가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문화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대교 위 전망카페를 조성했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 조망권을 돌려주겠다’며 총 사업비 227억원을 들여 다리 6곳에 7개의 한강전망카페와 공연장 2곳을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마포대교 ‘해넘이 전망대’를 포함해 양화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광진교, 잠실대교 등 한강 다리 위에 만들어진 ‘한강교량 전망쉼터’는 현재 총 10개다.

장점 많았지만
초기 ‘반짝 관심’

카페운영은 외부에 위탁돼왔다. 한남대교와 양화대교는 서울시 공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주)가 동작대교와 한남대교는 민간사업자 2곳((주)한드림이십사, (주)한강체인본부)이 3년간 임대해 운영해왔다.

이들 카페는 초기 빼어난 전망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공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데다 화장실이 건물 안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이용객 수는 급증했다.

날씨와 기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한강을 바라볼 수 있고, 카페마다 개성이 있다는 강점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500∼600명의 손님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규모가 큰 카페의 한 달 매출은 6000만∼8000만원을 상회했다.


227억 시민 세금 투입된 대교 위 7개 전망카페
음식가격 시중과 별반차이 없어 주차비까지 따로

인기가 높아지자 음식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졌다. 커피와 음료는 물론 맥주, 요거트, 피자, 베이커리 등이 메뉴판에 등장했다. 가격은 시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양화대교 아리따움 카페의 경우 아메리카노 3800원, 카라멜 마끼아또 5800원 등으로 커피 값이 평균 5500원 정도다. 베이커리 역시 티라미수 4800원 수제초콜릿 5500원 등으로 다른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의 판매 가격과 비슷하다.

비교적 싼 가격이 아님에도 인기몰이를 하던 전망카페는 이후 방문객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는 이를 우려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등 편의시설을 보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카페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한 곳은 동작대교뿐, 나머지 카페는 주차장이 따로 없어 교량 아래 한강공원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카페 이용객에게도 대부분 주차비 할인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 갔다. 

전망카페 방문객
최대 55% 급감

급기야 1차 임대 사업자들의 계약이 끝나고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전망카페와 쉼터 이용객은 해마다 줄어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0개의 한강전망 카페와 쉼터를 찾은 방문객은 모두 37만3219명으로 개장 이후 가장 많았던 2010년 83만2825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2010년 방문객을 9월 말 기준으로 산술 계산해 올해와 비교하면 41.2%나 급감했다.

동작·한강·양화대교 전망카페는 개장 후 주목을 받던 2010년에 비해 방문객이 최소 16.9%에서 최대 55%까지 감소했다. 2010년 한 해 방문객이 14만7737명이던 동작대교 구름카페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8만2635명이 찾았고, 한강대교 직녀카페의 경우 같은 기간 4만458명에서 1만3652명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한남대교 새말카페 역시 2010년 대비 30%가량 방문객이 감소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처음에 생겼을 때 호기심에 한 번 가봤지만 두 번은 찾지 않았다”며 “생각과는 달리 한강을 볼 수 없고 야경도 멋지지 않아 실망했고, 가격도 싸지 않는데 커피 맛도 없어 돈이 아까웠다”고 털어놨다.

2년 새 이용객은 절반으로…사용료는 3배로 껑충
전시성 토건사업의 일부, 애물단지로 전락 우려돼

또 다른 직장인 박모(30·여)씨는 “여름엔 그나마 몇 번 찾는 편이었지만 겨울에 다리 위 카페를 찾은 적은 없다”며 “누가 칼바람을 뚫고 한강 카페까지 가서 커피를 마시겠나. 밤에 가면 한강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꺼멓다. 차라리 동네 카페를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나마 민간 임대 시설의 경우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공공방식으로 운영 중인 광진교 하부 전망쉼터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64.2% 감소했고, 잠실마루쉼터는 무려 81.4%나 급감했다. 일일 이용객은 지난해 문을 연 마포해넘이전망대의 경우 21명 정도에 불과하고 잠실마루쉼터도 50명에 미치지 못한다.

한강사업본부는 전망 카페가 교량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전망카페 이용객에 대한 주차요금 할인 혜택 제공 등을 검토하고, 한남 새말카페 진출로는 보행신호기 및 안전표지판을 신설해 개선할 예정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3년 동안 운영되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망카페 이용 편리성과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한 종합관리개선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전망 쉼터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카페별로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입찰 사용료
3배 이상 치솟아

상황이 이런데도 한강 전망카페의 사업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올해 2차 운영기간 계약을 위한 입찰에서 사용료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 재계약 입찰이 마무리된 한강대교의 경우 1년 사용료가 2919년 2650만원에서 8650만원으로 3배가량 높아졌다. 양화대교 전망카페 역시 월 130만원을 납부하던 사용료가 월 550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입찰 경쟁률도 높아졌다. 한남대교를 제외한 3개의 대교(동작, 양화, 한강) 입찰에 각 1업체씩만 참여했던 1차와 달리 2차의 경우 동작대교 전망카페 입찰에는 13명이 나섰고 나머지 전망카페도 7∼8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2009년 최초 계약 당시에는 일반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건물가액, 토지, 사업자 제안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료를 산정했다”면서 “이번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출, 3년 동안 인지도 상승부분 등을 고려해 사용료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 선정 중에 있는 동작대교 전망카페의 경우 다른 대교보다 접근성이 좋아 사용료가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


그러나 한강의 명물로 각광받던 ‘전망카페’가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부족한 점이 많이 발견되어 오히려 그것을 매꾸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강전망카페는 총 사업비 227억을 들여 만들어 졌지만 한강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요된 예산은 모두 1178억원이다. 이중 ‘한강 교량 보행환경개선’에만 761억 원이 사용됐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의 경우 주어진 임기 내에 빨리 착수해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땜질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카페이용자들의 편의는 무시한 전시적 토건사업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 향후에도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