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3년 ‘한강 전망카페’ 현주소

  • 김설아 sasa7088@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6: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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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춥고 비싼 반쪽짜리 카페 누가 가겠어요”

[일요시사=경제1팀] 3년 전 한강 남북을 이어준 다리에 ‘전망카페’가 들어섰다. 서울시가 ‘제2의 한강의 기적’을 만든다는 계획으로 수 백억원의 세금을 들여 진행한 한강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이었다. 그로부터 3년.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특혜 의혹, 헐값 임대료, 화재 사건 등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한강 전망카페의 성적표를 점검한다.


“한강 다리 위에서 커피 한잔 하고 갈까?”

지난 2009년 서울시가 한강을 찾는 시민들이 편하게 쉴 수 있는 휴식·문화공간을 마련하겠다는 취지로 대교 위 전망카페를 조성했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은 ‘한강 조망권을 돌려주겠다’며 총 사업비 227억원을 들여 다리 6곳에 7개의 한강전망카페와 공연장 2곳을 만들었다. 지난해 4월 개장한 마포대교 ‘해넘이 전망대’를 포함해 양화대교, 한강대교, 동작대교, 한남대교, 광진교, 잠실대교 등 한강 다리 위에 만들어진 ‘한강교량 전망쉼터’는 현재 총 10개다.

장점 많았지만
초기 ‘반짝 관심’

카페운영은 외부에 위탁돼왔다. 한남대교와 양화대교는 서울시 공기업인 서울관광마케팅(주)가 동작대교와 한남대교는 민간사업자 2곳((주)한드림이십사, (주)한강체인본부)이 3년간 임대해 운영해왔다.

이들 카페는 초기 빼어난 전망으로 시민들의 발길을 끌어 모았다. 접근성이 떨어지고 주차공간도 제대로 확보되지 않은 데다 화장실이 건물 안에 없다는 우려가 쏟아졌지만 이용객 수는 급증했다.

날씨와 기온에 상관없이 쾌적하게 한강을 바라볼 수 있고, 카페마다 개성이 있다는 강점 때문이었다. 주말에는 500∼600명의 손님이 몰려 자리가 없을 정도였고 규모가 큰 카페의 한 달 매출은 6000만∼8000만원을 상회했다.


227억 시민 세금 투입된 대교 위 7개 전망카페
음식가격 시중과 별반차이 없어 주차비까지 따로

인기가 높아지자 음식의 종류도 더욱 다양해졌다. 커피와 음료는 물론 맥주, 요거트, 피자, 베이커리 등이 메뉴판에 등장했다. 가격은 시중과 별반 차이가 없다. 양화대교 아리따움 카페의 경우 아메리카노 3800원, 카라멜 마끼아또 5800원 등으로 커피 값이 평균 5500원 정도다. 베이커리 역시 티라미수 4800원 수제초콜릿 5500원 등으로 다른 커피 프렌차이즈 매장의 판매 가격과 비슷하다.

비교적 싼 가격이 아님에도 인기몰이를 하던 전망카페는 이후 방문객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시는 이를 우려해 주차공간을 마련하는 등 편의시설을 보완 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카페 바로 앞에 주차가 가능한 곳은 동작대교뿐, 나머지 카페는 주차장이 따로 없어 교량 아래 한강공원 주차장을 이용해야 한다. 게다가 카페 이용객에게도 대부분 주차비 할인혜택이 적용되지 않아 불만의 목소리는 커져 갔다. 

전망카페 방문객
최대 55% 급감

급기야 1차 임대 사업자들의 계약이 끝나고 2차 사용 계약기간 입찰이 진행되고 있는 현재 전망카페와 쉼터 이용객은 해마다 줄어 반 토막이 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들어 9월 말까지 10개의 한강전망 카페와 쉼터를 찾은 방문객은 모두 37만3219명으로 개장 이후 가장 많았던 2010년 83만2825명에 비해 현저히 줄었다. 2010년 방문객을 9월 말 기준으로 산술 계산해 올해와 비교하면 41.2%나 급감했다.

동작·한강·양화대교 전망카페는 개장 후 주목을 받던 2010년에 비해 방문객이 최소 16.9%에서 최대 55%까지 감소했다. 2010년 한 해 방문객이 14만7737명이던 동작대교 구름카페는 올 들어 9월 말까지 8만2635명이 찾았고, 한강대교 직녀카페의 경우 같은 기간 4만458명에서 1만3652명으로 방문객이 크게 줄었다. 한남대교 새말카페 역시 2010년 대비 30%가량 방문객이 감소했다.


직장인 김모(29·여)씨는 “처음에 생겼을 때 호기심에 한 번 가봤지만 두 번은 찾지 않았다”며 “생각과는 달리 한강을 볼 수 없고 야경도 멋지지 않아 실망했고, 가격도 싸지 않는데 커피 맛도 없어 돈이 아까웠다”고 털어놨다.

2년 새 이용객은 절반으로…사용료는 3배로 껑충
전시성 토건사업의 일부, 애물단지로 전락 우려돼

또 다른 직장인 박모(30·여)씨는 “여름엔 그나마 몇 번 찾는 편이었지만 겨울에 다리 위 카페를 찾은 적은 없다”며 “누가 칼바람을 뚫고 한강 카페까지 가서 커피를 마시겠나. 밤에 가면 한강은 보이지도 않고 그냥 꺼멓다. 차라리 동네 카페를 찾는 게 낫다”고 말했다. 

그나마 민간 임대 시설의 경우 사정이 좀 나은 편이다. 공공방식으로 운영 중인 광진교 하부 전망쉼터의 경우 2년 전에 비해 64.2% 감소했고, 잠실마루쉼터는 무려 81.4%나 급감했다. 일일 이용객은 지난해 문을 연 마포해넘이전망대의 경우 21명 정도에 불과하고 잠실마루쉼터도 50명에 미치지 못한다.

한강사업본부는 전망 카페가 교량에 위치해 접근성이 낮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에 전망카페 이용객에 대한 주차요금 할인 혜택 제공 등을 검토하고, 한남 새말카페 진출로는 보행신호기 및 안전표지판을 신설해 개선할 예정이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실제 사용자가 줄어드는 추세지만 3년 동안 운영되면서 이제 자리를 잡아가는 것으로 보고 있다”면서 “전망카페 이용 편리성과 접근성 개선 등을 위한 종합관리개선계획을 수립해 시행하고 있다. 전망 쉼터에 대해서는 외부 컨설팅을 실시하고, 전문가들의 의견도 수렴해 카페별로 개선안을 만들 계획”이라고 말했다.

재계약 입찰 사용료
3배 이상 치솟아

상황이 이런데도 한강 전망카페의 사업성은 높게 평가받고 있다. 올해 2차 운영기간 계약을 위한 입찰에서 사용료가 3배 이상 증가한 것이다.

최근 재계약 입찰이 마무리된 한강대교의 경우 1년 사용료가 2919년 2650만원에서 8650만원으로 3배가량 높아졌다. 양화대교 전망카페 역시 월 130만원을 납부하던 사용료가 월 550만원으로 4배가량 증가했다.
입찰 경쟁률도 높아졌다. 한남대교를 제외한 3개의 대교(동작, 양화, 한강) 입찰에 각 1업체씩만 참여했던 1차와 달리 2차의 경우 동작대교 전망카페 입찰에는 13명이 나섰고 나머지 전망카페도 7∼8명이 입찰에 참여했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2009년 최초 계약 당시에는 일반 경쟁 입찰을 하지 않고 건물가액, 토지, 사업자 제안서를 평가하는 방식으로 사용료를 산정했다”면서 “이번엔 경쟁 입찰 방식으로 매출, 3년 동안 인지도 상승부분 등을 고려해 사용료가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사업자 선정 중에 있는 동작대교 전망카페의 경우 다른 대교보다 접근성이 좋아 사용료가 1억원을 훌쩍 넘을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돈만 축내는
애물단지로 전락?


그러나 한강의 명물로 각광받던 ‘전망카페’가 계속 이런 식으로 진행된다면 애물단지로 전락하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우려의 시각도 적지 않다. 기본적인 것에서부터 부족한 점이 많이 발견되어 오히려 그것을 매꾸는 데 더 많은 비용이 들고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 한강전망카페는 총 사업비 227억을 들여 만들어 졌지만 한강의 접근성을 향상시키기 위해 소요된 예산은 모두 1178억원이다. 이중 ‘한강 교량 보행환경개선’에만 761억 원이 사용됐다. 

이에 익명을 요구한 한 교수는 “한강르네상스사업의 경우 주어진 임기 내에 빨리 착수해 밀어붙이려고 하다 보니 문제가 생기면 나중에 땜질하는 패턴이 반복되고 있다”며 “정작 카페이용자들의 편의는 무시한 전시적 토건사업이 이러한 결과를 초래한 것. 향후에도 시민들이 편안한 마음으로 한강을 조망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김설아 기자
sasa708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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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