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4)공약해부-④부동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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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동성 "더 이상 집 걱정 없는 세상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네 번째 순서로 그들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70% 이상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시선이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자산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며, 각 가정의 가계부채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고 각 후보별 장단점을 진단해보았다.


박근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대선 첫 공약으로 지난 9월23일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이 정책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도입 ▲행복주택-행복기숙사 건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획기적 발상?

우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임대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그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해 집주인의 부담감을 덜게 했다.

또 박 후보가 새로운 임대주택정책으로 제시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박 후보는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제시했다. 지분매각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므로 집주인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주택연금 제도의 가입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조기퇴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부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자는 60세부터 받는 주택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부채를 상환하고, 60세가 되면 인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단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 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뒷말이 나왔다. 결국 전세라고는 하지만 매달 대출금 이자라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는 셈이라 월세와 다른 점이 없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집주인 역시 그냥 월세를 주면 되지 굳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괴한 발상?

또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이미 2010년 서울시가 검토했다가 폐기한 정책으로 사업 효율성 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분매각제도 역시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 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하고 주택소유자가 5년 후 주택을 다시 구입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 박 후보는 이외에도 저소득층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연계해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연 4% 선)의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취지로 한다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건전성 저해 등 금융시장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약자 보호에 방점>
"공공임대주택 연 12만 호 공급"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약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집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공약

안 후보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금자리 분양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2018년까지 연간 12만 호씩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10%로 높이고 다양한 유형(기존 주택의 매입 후 임차,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전체 주택 재고 물량의 10%가량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시장에 합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마련이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려면 한 가구당 국가채무가 1억원 가까이 늘어나지만 안 후보는 속 시원한 재원 조달책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안 후보는 이외에도 주거 약자 보호를 위해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주택 혼합 건설과 공공임대주택 주거환경 개선 등의 공약을 내놨다. 또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만기 일시 상환형에서 장기 분할 상환형(최장 20년)으로 전환해 하우스푸어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안 후보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힘의 비대칭을 해소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자동계약 갱신권 보장, 우선변제 적용대상 확대 및 변제금액 증액, 전세금 보증센터를 설립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이사시기가 맞지 않아 곤경에 처한 세입자 지원, 주택임차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 제도)단계적 실시 등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부동산 공약을 통해 다른 후보들이 미처 아우르지 못했던 상가임차인 보호 대책도 내놨다. 상가임차인들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만큼 안 후보의 이번 공약은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안 후보는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우선변제의 적용대상 및 변제금액을 늘리며, 계약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지금보다 낮추고, 개건축 등을 원인으로 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정당한 계약 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매몰비용 중 상당액을 보전토록 하기로 했다.

이처럼 안철수표 부동산 정책의 특징은 소유자 중심주의에서 사용자 및 임차인 중심으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진정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실현가능성. 좋은 말들만 나열해 놓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문재인 <부담 가능한 주택>
"참여정부 실패 극복해야"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매우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실패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이미 한번 실패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소유와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 틀을 주거권과 주거안정성 위주로 재편한 것이 특징이다. 문 후보는 "이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더 많은 주택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부담가능한 주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주거안정, 도시재생, 사각지대 지원을 3대 주거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지역별 임대료와 계약기간을 공시하는 임대주택등록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인상 상한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빈곤계층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할 때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제도는 2013년부터 시범실시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모든 후보의 공통분모다. 문 후보 역시 장기계약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현 정부 들어 연간 3만~4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진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연간 12만 가구로 늘려 현재 5.3%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2018년까지 10%, 장기적으로 1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젊은층의 주택구매 촉진을 위해 국민주택 이하,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구입하는 생애최초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제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에서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점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이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기존 '피에타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외에 부채조정 과정 시 거주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문 후보는 또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무분별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동네를 해체하고 골목상권을 망치는 '도시재정비사업'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하겠다"며 도시 재생방안으로 ▲재정투자 2조원 증액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 총괄센터 신설 ▲도시재생기본법 제정 ▲지역재생사업 통한 지방발전 촉진 ▲뉴타운 출구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아파트단지 리모델링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한편 문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있다. 일례로 전세 계약 갱신권의 경우 집 주인이 4년치 전세금을 일시에 올려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인상 상한제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이를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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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