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4)공약해부-④부동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3 14:42: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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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구동성 "더 이상 집 걱정 없는 세상 만들겠다"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네 번째 순서로 그들의 '부동산 관련 정책'을 살펴봤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보유하고 있는 자산 중 70% 이상은 부동산이라고 한다. 국민들의 시선이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에 쏠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대선주자들의 부동산 정책은 국민들의 자산가치 변동에 곧바로 영향을 미치며, 각 가정의 가계부채와도 밀접하게 연계되어 있다. 따라서 <일요시사>는 주요 대선 후보들의 부동산 정책을 살펴보고 각 후보별 장단점을 진단해보았다.


박근혜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
"목돈 안드는 전세제도 도입"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자신의 대선 첫 공약으로 지난 9월23일 '집 걱정 덜기 종합대책'을 발표했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고통을 받고 있는 하우스푸어와 렌트푸어, 무주택자를 대상으로 한 이 정책은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 도입 ▲행복주택-행복기숙사 건설 ▲보유주택 지분매각제도 실시 등을 주요 내용으로 담고 있다.

획기적 발상?

우선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는 집주인(임대인)이 집을 새로 임대하거나 기존의 전세금을 올릴 때 전세보증금을 금융기관에서 저금리로 대출해 조달하고, 세입자(임차인)는 그 이자를 금융기관에 납부하도록 하는 방안이다. 세입자가 이자를 내지 못할 경우에는 공적금융기관이 이자 지급을 보증해 집주인의 부담감을 덜게 했다.

또 박 후보가 새로운 임대주택정책으로 제시한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국가 소유인 철도부지 위에 인공부지를 조성해 고층건물을 지은 뒤 아파트, 기숙사, 복지시설, 상업시설을 지어서 주변 시세보다 훨씬 싼 영구임대주택 약 20만 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덧붙여 박 후보는 '지분매각 제도'와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를 제시했다. 지분매각 제도는 집주인이 자신이 소유한 주택의 지분 일부를 공적금융기관에 매각한 뒤 매각대금으로 대출금 일부를 상환하도록 하는 제도다. 집은 공동명의가 되므로 집주인은 공적금융기관에 매각지분에 대한 임대료를 지급하면서 자신의 집에 계속 거주하는 형태다.

이와 함께 주택연금 사전가입제도는 주택연금 제도의 가입조건을 현재 60세 이상에서 50세 이상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조기퇴직으로 금전적 어려움을 겪는 베이비부머 지원에 초점을 맞춘 것이다. 주택연금 사전가입자는 60세부터 받는 주택연금 일부를 일시금으로 인출해 부채를 상환하고, 60세가 되면 인출금을 뺀 나머지 금액을 연금 형태로 수령하게 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박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여론의 집중포화를 맞기도 했다. 일단 목돈 안 드는 전세제도에 대해서는 세입자가 전세를 사는 데 집 주인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이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간다는 뒷말이 나왔다. 결국 전세라고는 하지만 매달 대출금 이자라는 명목으로 임대료를 내는 셈이라 월세와 다른 점이 없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굳이 이렇게 복잡한 월세를 선택할 이유가 없다. 집주인 역시 그냥 월세를 주면 되지 굳이 은행 대출을 받아 전세를 줄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해괴한 발상?

또 행복주택 프로젝트는 이미 2010년 서울시가 검토했다가 폐기한 정책으로 사업 효율성 면에서 비판의 목소리가 높았다. 지분매각제도 역시 채권은행이 손실을 회피하는 데 유리할 뿐 채무자인 주택소유자에게 유리한 제도가 아니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주택 매각 가격을 어떻게 책정할지가 불분명하고 주택소유자가 5년 후 주택을 다시 구입할 가능성이 사실상 없다는 것이 문제다.
한편 박 후보는 이외에도 저소득층의 기초생활보장제도 개편과 연계해 주거비 지원을 강화하고 정부가 보증하는 저리(연 4% 선)의 전세자금 대출을 확대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총부채상환비율(DTI)과 주택담보인정비율(LTV) 등 대출규제 완화에 대해서는 부정적이다. 부동산 거래 활성화를 취지로 한다지만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자칫 가계부채 증가와 금융 건전성 저해 등 금융시장 전체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안철수 <약자 보호에 방점>
"공공임대주택 연 12만 호 공급"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약자 보호'에 방점이 찍혀있다. 안 후보는 부동산 정책이 경기부양이 아니라 서민의 내집마련 등 주거 안정에 목표를 두어야 한다고 자신의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눈에 띄는 공약

안 후보의 부동산 공약 중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보금자리 분양주택 공급을 중단하고 공공임대주택을 2018년까지 연간 12만 호씩 공급해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10%로 높이고 다양한 유형(기존 주택의 매입 후 임차, 토지임대부 주택의 공급 등)의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공약이 실현된다면 서민들의 주거 안정성이 획기적으로 개선될 뿐 아니라 주거비 부담도 크게 줄어들게 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정부가 전체 주택 재고 물량의 10%가량을 소유하게 됨으로써 시장에 합리적으로 개입할 여지를 담보할 수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재원마련이다. 공공임대주택을 확대하려면 한 가구당 국가채무가 1억원 가까이 늘어나지만 안 후보는 속 시원한 재원 조달책을 내놓지 못했다. 따라서 전형적인 포퓰리즘 정책이라는 비판도 뒤따르고 있다.

안 후보는 이외에도 주거 약자 보호를 위해 공공택지 내 공공임대주택 및 토지임대부주택 혼합 건설과 공공임대주택 주거환경 개선 등의 공약을 내놨다. 또 하우스푸어 대책으로는 주택담보대출 구조를 만기 일시 상환형에서 장기 분할 상환형(최장 20년)으로 전환해 하우스푸어의 원리금 상환 부담을 덜어주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안 후보는 집주인과 세입자 간 힘의 비대칭을 해소해 임차인을 보호하겠다고 천명했다. 그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임차인에게 1회에 한해 자동계약 갱신권 보장, 우선변제 적용대상 확대 및 변제금액 증액, 전세금 보증센터를 설립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거나 이사시기가 맞지 않아 곤경에 처한 세입자 지원, 주택임차료 보조제도(주택 바우처 제도)단계적 실시 등이다.

안 후보는 자신의 부동산 공약을 통해 다른 후보들이 미처 아우르지 못했던 상가임차인 보호 대책도 내놨다. 상가임차인들은 대부분 영세자영업자인 만큼 안 후보의 이번 공약은 특히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현 가능성은?

안 후보는 상가 건물 임대차 보호법을 개정해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상의 보호대상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우선변제의 적용대상 및 변제금액을 늘리며, 계약갱신 시 임대료 증액 상한선을 지금보다 낮추고, 개건축 등을 원인으로 해 임대인이 임차인의 정당한 계약 갱신청구권을 거절하는 경우 임대인에게 임차인의 매몰비용 중 상당액을 보전토록 하기로 했다.

이처럼 안철수표 부동산 정책의 특징은 소유자 중심주의에서 사용자 및 임차인 중심으로 무게의 중심이 이동했다는 것에 있다. 이는 진정 바람직한 변화로 평가되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역시 실현가능성. 좋은 말들만 나열해 놓았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문재인 <부담 가능한 주택>
"참여정부 실패 극복해야"

부동산 정책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몸담았던 참여정부의 경제정책 가운데 가장 뼈아픈 실책으로 평가받고 있는 만큼 매우 민감한 문제다. 때문에 문 후보는 참여정부 시절 부동산 정책의 실패원인을 철저히 분석하고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모습이다.


이미 한번 실패

문 후보의 부동산 정책은 소유와 공급 중심의 주택정책 틀을 주거권과 주거안정성 위주로 재편한 것이 특징이다. 문 후보는 "이제 주택정책의 패러다임이 더 많은 주택이 아니라 자신에게 적합한 '부담가능한 주택'으로 바뀌어야 한다"며 주거안정, 도시재생, 사각지대 지원을 3대 주거정책 방향으로 제시했다.

주거안정을 위해 주택·지역별 임대료와 계약기간을 공시하는 임대주택등록제와 임대차계약갱신청구권 도입, 전·월세 인상 상한제를 대책으로 내놨다. 빈곤계층이 민간임대주택에 거주할 때 임대료의 일부를 지원하는 주택바우처 제도는 2013년부터 시범실시해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안이다.

각론에선 차이가 있지만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통해 서민 주거 안정을 꾀하겠다는 정책 방향은 모든 후보의 공통분모다. 문 후보 역시 장기계약임대주택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문 후보는 현 정부 들어 연간 3만~4만 가구 수준으로 떨어진 공공임대주택 공급물량을 연간 12만 가구로 늘려 현재 5.3% 수준인 장기 공공임대주택 거주가구 비율을 2018년까지 10%, 장기적으로 15%까지 확대하겠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젊은층의 주택구매 촉진을 위해 국민주택 이하, 6억원 미만의 주택을 구입하는 생애최초주택에 대한 취득세 면제도 공약에 포함시켰다. 사회적 이슈가 되고 있는 하우스푸어 대책에서는 은행의 책임을 지목한 점이 눈에 띈다.


문 후보는 "하우스푸어의 주요한 원인은 약탈적 대출이다. 금융기관이 무책임한 대출로 채무불이행의 위험을 모두 가계에 떠넘긴다고 해서 약탈적 대출이라고 부르고 미국에서는 법률로 금지되어 있다"고 설명했다.

문 후보는 기존 '피에타3법'(이자제한법, 공정대출법, 공정채권추심법) 외에 부채조정 과정 시 거주권을 최대한 보장하는 방안을 내놨다.

문 후보는 또 "뉴타운으로 상징되는 무분별한 재개발과 재건축 등 동네를 해체하고 골목상권을 망치는 '도시재정비사업'을 '도시재생사업'으로 전환하겠다"며 도시 재생방안으로 ▲재정투자 2조원 증액 ▲총리실 산하 도시재생 총괄센터 신설 ▲도시재생기본법 제정 ▲지역재생사업 통한 지방발전 촉진 ▲뉴타운 출구사업에 대한 재정지원 확대 ▲아파트단지 리모델링제도 개선 등을 제시했다.

다시 한번 기회를?

한편 문 후보가 내놓은 정책 중에서도 논란이 되는 부분은 있다. 일례로 전세 계약 갱신권의 경우 집 주인이 4년치 전세금을 일시에 올려 전셋값 폭등으로 이어질 위험이 있어 도입에 신중해야한다는 지적이다. 전·월세 인상 상한제의 경우도 시장에서는 부작용을 염려하고 있지만 문 후보는 이를 도입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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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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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