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주하기 싫은 군소후보들 '속사정' 엿보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20 10:3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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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는 곳은 없고…"누가 나 좀 말려줘요"

[일요시사=정치팀] 제18대 대선을 고작 한 달여 남겨둔 지금, 대선정국은 박근혜-문재인-안철수 등 이른바 '빅3' 후보들의 각축전으로 그 어느 때보다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그러나 대선일이 다가올수록 소외감을 느끼는 이들이 있다. 바로 군소후보들이다. 호기롭게 대선판에 뛰어들었지만 대선이 하루하루 다가올수록 이들은 초조하기만 하다. 과연 그 이유는 무엇일까? <일요시사>가 살펴봤다.

 

"완주하기 싫은데 어쩌지?"

대선을 한 달여 앞둔 요즘 정치권에선 군소후보들의 한숨이 들려오고 있다. 호기롭게 대선판에 뛰어들었지만 지금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등 이른바 대선 빅3 눈치보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빅3 중 누군가가 자신들에게 먼저 손을 내밀어주길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초라한 지지율

심상정 진보정의당 대선후보는 지난 10월14일 출마 기자회견을 열고 "99% 국민을 위해 싸우는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그 후로 한 달이 지났지만 각종 여론조사에서 심 후보의 지지율은 1%에도 못 미치며 실망스러운 결과를 낳고 있다.

다른 군소대선후보들 역시 마찬가지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유권자 1500명을 대상(유선전화 RDD(80%)+휴대전화 RDD(20%), 신뢰도 95.0% ±2.5%)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군소후보 중 1%의 지지율을 확보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심지어 군소후보들의 지지율을 모두 합한다 해도 그 지지율은 2.1%에 불과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는 모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솔직한 속내를 드러냈다. "될 수 있으면 완주하지 않고 정권교체를 위해 힘을 모으고 싶다"는 발언이었다. 출마선언 한달 여 만에 완주보다는 단일화에 무게를 두고 있음을 시인한 것이다. 매우 솔직한 발언이었지만 일각에선 대선 출마의 명분을 뿌리째 흔드는 발언이라는 비난여론도 일었다.

다른 군소후보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현재 중앙선관위에 등록된 대선예비후보는 모두 9명. 대선 빅3를 비롯해 이재오 새누리당 의원(곧 사퇴할 예정), 이정희 통합진보당 전 공동대표,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 박광수 부모교 교주, 박종선 전 삼협기획주식회사 사장, 강지원 변호사, 이건개 변호사, 김순자 전 진보신당 비례대표 후보자, 김소연 비정규직없는세상만들기 네트워크 집행위원 등이다.

박찬종 변호사는 지난 10월4일 대선출마를 공식선언했지만 아직까지 선관위에 후보등록은 하지 않았다. 이들 중 일부는 당선가능성에 연연하지 않고 완주하겠다는 의지를 가진 후보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초박빙 대선정국에서 자신이 캐스팅 보트를 쥘 것이라는 기대를 갖고 대선에 뛰어들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대선정국이 초박빙으로 치달을수록 이들의 입지는 더욱 더 좁아지고 있다. 사표를 방지하기 위한 유권자들의 표심이 군소후보들을 외면하고 빅3 대선주자들에게로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진보정당들은 최근 분당사태 등을 겪으며 전통적인 지지층인 노동계마저 등을 돌린 상황이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부들은 심상정 후보가 아니라 문재인 후보 지지를 선언했다.

이러한 가운데서도 일부 군소후보들은 빅3로부터 이미 단일화 제의를 받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협상과정은 험로가 예상된다. 단일화의 명분으로 그들에게 어떠한 지분을 요구하기에는 군소후보들이 가진 지지층이 너무나 미약하기 때문이다. 

'빅3' 주도 대선에서 서러운 군소후보들
그들만의 리그? 승부 가를 캐스팅보트?

군소후보 캠프 내부에선 이대로 가다간 대선을 앞두고 힘 한번 못써보고 자신들의 일방적인 양보로 단일화가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한 군소후보 캠프 관계자는 "단일화 제의를 받긴 했지만 우리가 느끼기엔 사실상 '싫으면 말라'는 식이라 자존심이 상했다"고 말했다.


또 선거운동이 길어질수록 선거비용은 늘어나는데 지지율이 1%에도 못 미치는 군소후보들로서는 선거비용을 보전 받을 수 있는 방법도 묘연하다. 이는 군소후보들의 대선행보가 유독 느슨한 이유이기도 하다. 빅3와 비교해 확연히 느슨한 군소후보들의 대선행보는 다시 지지율의 하락으로 이어지며 악순환의 고리를 형성하고 있다.

정당이 없는 일부 후보들의 경우는 3억원의 기탁금을 내야 하는 대선후보 등록일 다가오는 것도 부담이다. 이왕이면 그전에 단일화 제의를 받기를 바라는 것이다. 한편 이대로 완주할 경우 군소후보들은 입지는 더욱 좁아지게 된다. 만약 자신과 같은 성향의 대선후보가 패배할 경우 비난의 화살이 군소후보들에게 쏠릴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010년 서울시장 선거에서 노회찬 의원은 완주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야권 패배의 원흉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써야만 했다. 당시 오세훈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후보는 한명숙 민주당 후보를 0.6% 차이로 이기고 당선됐다. 이 선거에서 노 의원은 3.4%를 득표했다.

같은 성향의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더라도 문제다. 군소후보들의 존재감은 그만큼 더 미약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군소후보들로서는 실리와 명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단일화에 목을 맬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단 대부분의 정치전문가들은 빅3 후보와 군소후보들 간의 단일화 가능성을 비교적 높게 보고 있다. 한 전문가는 "빅3 대선주자들로서는 지지율이 미미하다고 해도 이들과 단일화하는 것이 대선승률을 조금이라도 높이는 방법"이라며 "군소후보들 역시 이를 마다할 특별한 이유가 없어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특별하다. 부정경선논란과 종북논란 등을 겪으며 야권 대선후보들 사이에선 통합진보당과 단일화해봐야 역풍만 맞을 것이라는 시각이 팽배하기 때문이다. 또 통합진보당의 경우는 야권단일화에 동참하겠다는 뜻을 밝히긴 했지만 전문가들은 사퇴한 대선 후보에게 선거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 '먹튀방지법'이 통과될 경우 스스로가 단일화를 거부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래저래 사면초가

마지막으로 한 전문가는 "문재인-안철수 후보 간의 단일화 작업이 마무리 되면 곧장 군소후보와의 단일화 논의도 본격적으로 시작 될 것으로 예상된다"며 "워낙 지지율 격차가 큰 만큼 그 형식은 경쟁보단 정책연대를 통한 군소후보들의 양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했다. 이어 그는 "빅3와 군소후보들 간의 융합이 어떤 시너지 효과를 가져올 것인가는 이번 대선의 주요 관전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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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