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드는 '내부의 적' 실상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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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적' 1만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내부의 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기사람이라고 믿었던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박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야권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박 후보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 번 내부의 적에게 발목이 잡혔다. 상황으로 치자면 2007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선이 아닌 본선인 까닭이다. 그 내부의 적들은 과연 누굴까? <일요시사>가 박 후보를 덜덜 떨게 만드는 그들의 실체를 집중 추적했다.

새누리당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당의 존립마저 불확실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때 '천막당사'라는 깜짝 쇄신카드로 당을 구해낸 것이 박근혜 현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다.

2007년 아픔
2012년 재현?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기적같은 선전을 펼쳤고, 그 결과 당시 한나라당은 100석도 힘들다는 예상과 달리 121석을 차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자연스럽게 당시 당내 주류는 친박계가 됐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충성을 맹세했던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박 후보를 배신하고 오히려 박 후보를 공격하는 선봉에 섰다. 박 후보가 유독 '내부의 적'에 대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박 후보는 최근 내부의 적 때문에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벼랑 끝에 선 박 후보로서는 무척 난감하다 못해 참혹한 상황이다. 그들이 쏟아낸 발언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익히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고 껍데기만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 박 후보가 변했다. 대기업 로비 받았나?"


웬만한 야권인사들의 공세보다 수위가 높은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같은 당 이재오 의원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이 의원의 경우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룰 갈등'으로 박 후보와 대립하다 아예 경선에 불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됐다.

'막말' 김종인 "박근혜 대기업 로비 받았나?"
'몽니' 이재오 "탈당 안하는 것만 해도 돕는 것"

박 후보는 지난 8월 20일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경선 경쟁자였던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역시 룰 갈등으로 경선에 불참했던 정몽준 전 대표까지 캠프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의원만은 박 후보의 영입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대선경선 패배 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손 고문은 캠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경선 패배 후 침묵을 지킨 반면, 이 의원은 외곽에서 꾸준히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의 주요 공격무기는 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공적인 자리에서 박 후보를 직접 공격할 경우 해당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만 SNS를 이용할 경우엔 개인적인 생각을 남긴 것뿐이라 선을 긋기가 수월하다"며 "게다가 이 의원이 SNS에 남긴 글들은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화 해주니 발언의 무게감과 파장도 결코 적지 않다. 이 의원에게는 최고의 공격수단으로 애용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대선정국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얄미운 김종인
더 미운 이재오

김종인 위원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주창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의 영입은 당초 '신의 한수'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엇박자 행보를 걷자 선거캠프가 통째로 술렁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 싼 이견 때문이다.


당내에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선 이 틈을 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 의원과는 달리 대선캠프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주요직책까지 맡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김 위원장이 책임감을 갖고 캠프 내에서 헌신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등 대선판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박 후보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할 때부터 '고집불통'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때도 수차례 당무를 거부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정책을 100% 실현시키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와야지 이건 월권이 아니냐"며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대선승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박 후보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결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위험한 동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두 사람 외에도 지금까지의 대선정국에서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아온 타칭 내부의 적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공천헌금 사태로 박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었었던 현영희 의원이 그랬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던 정준길 전 공보위원도 있었다. 새누리당 공동대변인 내정 첫날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김재원 의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내부의 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타칭 내부의 적들이었다. 정작 박 후보는 이들을 내부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 사태가 진정된 후 박 후보가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정준길 위원과 김재원 의원을 다시 캠프에 받아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과 이재오 의원, 김종인 위원장의 차이점은 바로 '고의성'이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긴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 때문에 그 영향도 일회성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의원과 김 위원장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의 대선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박 후보의 발목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큰 게 이들이다.

뼈아픈 내부의 적
대선행보 걸림돌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의 비판은 박 후보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같은 상황이라도 야권의 인사가 비판을 하면 사람들은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 반면, 내부의 비판은 아무래도 근거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일례로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야권에서도 비판을 했지만 각종 언론에선 이 의원의 비판에 더 무게를 두고 '당내 인사인 이 의원조차 박 후보의 쇄신안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자칫 외부에는 집안싸움으로 비쳐져 외연확대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측근들은 가차 없이 내치기로 유명한 박 후보지만 이들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이들을 내칠 경우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내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대선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의원들까지도 제재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심지어 대선을 방해하고 있는 이들을 내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부의 적에 발목 잡힌 박근혜 '이를 어쩌나?'
딴지 걸고 얻는 것은 무엇? 노림수 분석 분주


일단 이 의원은 친이계의 수장으로 평가받는 거물급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내 영향력도 여전하다. 이러한 이 의원을 내칠 경우 박 후보가 내세워온 대통합은커녕 당내 갈등이 불거져 나올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퇴할 경우 박 후보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인 경제민주화 이슈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박 후보가 속앓이를 하면서도 이들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이들이 밖으로 내쳐질 경우 외곽에서 박 후보를 향해 엄청난 공세를 펼쳐 올 것이 분명한데 차라리 내부에 두고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 의원의 경우는 지난 14일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이면 도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것으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국방·외교·통일을, 총리는 국내 행정 전반을 책임진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분권형 개헌 후 총리직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평소 성격이 워낙 불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경선룰을 끝까지 거부했던 박 후보에 대해 단순히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원하는 것은 무엇?
승부 가를 분수령

김 위원장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김 위원장이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어느새 대선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 후보가 내부의 적을 잘 다독여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이는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분수령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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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검머외 쿠팡’ 막가는 싸가지 행보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고객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쿠팡의 태도가 도마 위에 올랐다. 현재까지 대응만 봐서는 국민은 물론, 정부와도 전면전을 벌일 기세다. 새어나간 정보의 범위와 규모가 ‘역대급’이라는 말이 나올 만큼 최악의 사태임에도 불구하고 쿠팡의 고개는 꺾일 줄 모르고 있다. 일각에서는 ‘뭘 믿고 저러나’ 소리가 나오는 중이다. 쿠팡의 고객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른바 쿠팡 사태가 점입가경이다. 사태가 일어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수습은커녕 국민의 화만 돋우고 있다. 쿠팡의 대응 태도가 미지근한 수준을 넘어 뻔뻔한 지경에 이르렀기 때문. 김범석 의장은 모습을 비추지 않고 보상안은 꼼수로 가득하다. 국민을 조롱하는 게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달 만에 고개 숙여 지난해 11월 말 3370만명에 이르는 쿠팡 고객의 개인정보가 ‘탈탈’ 털렸다. 앞서 쿠팡은 4500여건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다고 정부 당국에 신고했지만 2주 만에 그 수치는 7500배까지 늘어났다. 전 국민의 65% 수준이며 지난해 4월 SKT 개인정보 유출 사태 범위(2300만명)를 훌쩍 넘는 사태였다. 쿠팡은 이커머스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다. 대형마트 등이 규제에 막혀 뒷걸음질 칠 때 쿠팡은 로켓배송으로 시장을 싹쓸이했다. 전날 저녁에 주문해도 새벽이면 물건이 문 앞에 와 있는 총알 배송에 소비자는 쿠팡으로 몰렸다.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비판을 받던 물류센터는 거점 역할을 하고 있다. 이번 사태는 아이러니하게도 쿠팡이 국민의 실생활에 얼마나 스며들어있는지를 바로 보여줬다. 쿠팡 사태가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아 글로벌 투자은행 JP모건은 “쿠팡이 경쟁자가 없는 시장 지위를 누리고 있고 한국 고객이 데이터 유출에 덜 민감해 보인다”며 “잠재적 고객의 이탈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놨다. 그래서일까? 쿠팡은 역대 최악의 정보 유출 사태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고도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않고 있다. 심지어 대통령이 언급하고 정부 차원의 TF가 꾸려졌는데도 불구하고 오히려 ‘힘겨루기’를 하는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최근에는 정부의 반박에도 자체 조사 결과를 고집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행보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쿠팡은 지난달 25일 ‘정보 유출자는 3300만개 계정에 접근했으나 실제 저장한 정보는 3000여개에 불과하며 제3자 유출 정황은 없는 등 피해가 미미하다’는 내용의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그러면서 “(유출자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한 언론 보도를 접한 이후 저장했던 정보를 모두 삭제하고 범죄에 사용한 노트북을 파손해 하천에 던졌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잠수부들이 벽돌에 담긴 쿠팡 가방에 든 노트북을 하천에서 회수했고 유출자가 클라우드 계정에 등록한 일련번호와 해당 노트북의 일련번호가 일치하는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어 “범행에 사용된 PC 와 노트북 등 모든 장치를 회수해 안전하게 확보했고 글로벌 보안업체들의 조사 결과도 진술 내용과 같았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매출 90% 나오는데 정보 유출 태도·대응 낙제점 쿠팡이 발표한 대로라면 고객 정보 유출 피해 규모는 기하급수적으로 줄어든다. 또 유출자와 접촉해 장치를 확보했으니 추가 피해는 없다. 전체적으로 사건이 축소되는 것이다. 쿠팡의 발표에 정부는 강하게 반발했다. 쿠팡의 조사 내용은 사전에 정부와 어떤 논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부)는 “정보 유출 종류와 규모, 경위 등은 민관합동조사단이 조사 중인 사안”이라며 “쿠팡이 발표한 내용은 조사단에 의해 확인된 바 없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도 “쿠팡 측이 제출한 진술서와 노트북 등 증거물을 분석 중”이라며 “사실관계를 면밀하게 확인하겠다”고 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쿠팡은 정부의 지시를 받아 조사를 진행했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경찰은 사전 협의가 없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사실관계가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쿠팡은 지난달 26일 내놓은 입장문에서 “정부의 지시에 따라 수주간 진행한 조사였다”고 선을 그었다. 같은 달 9일 정부가 쿠팡 측에 유출자와 접촉할 것을 제안했고 14일 쿠팡은 유출자를 처음 만난 뒤 해당 사실을 정부에 보고했으며 16일에는 정부 지시에 따라 유출자의 데스크톱과 하드드라이브를 정부에 제공했다는 게 쿠팡 측 주장이다. 하지만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도 “쿠팡의 입장문 형식의 보도자료에서 정부와 협력했다는 내용 중 일부 국정원으로 추정되는 부분도 사실과 다르거나 왜곡된 부분이 있다”고 반박했다. 쿠팡이 자체 조사와 관련해 정부와 사실 공방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 김범석 쿠팡 의장이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사과했다. 그동안 박대준 전 대표가 청문회 등에서 뭇매를 맞고 있는 동안에도 김 의장은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그랬던 그가 정부의 압박이 거세지자 처음으로 입을 연 것이다. 5만원 상당 속사정은? 김 의장은 지난달 28일 “쿠팡의 창업자이자 이사회 의장으로서, 쿠팡 전체 임직원을 대표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이어 “저희의 책임으로 발생한 이번 데이터 유출로 인해 많은 분께서 자신의 개인정보가 안전하지 않다는 두려움과 불안을 느꼈고 사고 초기부터 명확하게 직접적으로 소통하지 못한 점으로 인해 큰 좌절감과 실망을 안겨 드렸다”며 “사고 직후 미흡했던 초기 대응과 소통 부족에 대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김 의장은 한 달 만에야 입을 연 부분에 대해 “무엇보다 제 사과가 늦었다”면서 “모든 사실이 확인된 이후에 공개적으로 소통하고 사과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판단했다. 돌이켜보면 이는 잘못된 판단”이라고 고개를 숙였다. 비판과 질책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도 했다. 하지만 자체 조사 논란에 대해서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김 의장은 “쿠팡은 조사 초기부터 정부에 전면적으로 협력해 왔다”며 “일련의 과정에서 많은 오정보가 확산하는 상황에서도 정부의 ‘기밀 유지’ 요청을 엄격히 준수했다”고 주장했다. 김 의장의 사과는 국회 6개 상임위원회가 참여하는 대규모 연석 청문회를 이틀 앞두고 나왔다. 정부가 범부처 TF를 과기부 총리 산하로 확대하고 다각도로 압수수색과 조사를 진행하는 등 대응 수위를 높이는 상황에 압박을 느꼈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러나 사과와는 별개로 김 의장은 청문회에 불출석하겠다고 밝혔다. 김 의장뿐만 아니라 동생인 김유석 쿠팡 부사장, 강한승 전 쿠팡 대표 등이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면서 쿠팡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여기에 쿠팡이 내놓은 보상안도 도마 위에 올랐다. 쿠팡은 지난달 29일 고객 정보 유출 사태와 관련해 총 1조6850억원 규모의 보상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전체적으로 보면 1인당 5만원 상당이다. 하지만 세부적으로 뜯어보면 쿠팡의 ‘꼼수’가 보인다. 청문회는 나 몰라라 보상안은 ▲쿠팡 전 상품 구매 이용권 5000원 ▲쿠팡이츠 5000원 ▲쿠팡트래블 2만원 ▲명품 플랫폼 알럭스 2만원 등으로 구성됐다. 소비자들은 보상금의 상당 부분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 등 평소 이용 빈도가 낮은 서비스 이용권 위주로 구성된 점을 지적했다. 실제 이번 보상안을 통해 쿠팡트래블과 알럭스를 처음 알게 됐다는 소비자도 있다. 시민단체도 쿠팡의 보상안에 반발했다. 참여연대는 “1인당 5만원 보상이라고 했지만 현금이 아닌 구매 이용권으로 사실상 강제 소비를 유도하는 방식”이라며 “보상이 아니라 매출 확대를 위한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다. 쿠팡의 행보는 사사건건 비판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민을 조롱하고 정부를 기만하는 게 아니냐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쿠팡이 미국 시장에 상장한 기업이지만 매출 대부분을 우리나라에서 벌어들이는 상황인데도 이 같은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회원 탈퇴, 보상안 거부, 집단소송 참여 움직임이 거세지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심지어 이재명 대통령도 쿠팡 사태에 대해 여러 차례 언급했다. 이 대통령은 쿠팡 사태가 일어나고 사흘 뒤인 지난달 2일 “쿠팡 때문에 국민의 걱정이 많다”면서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엄중하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문했다. 그러면서 “관계부처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 과징금을 강화하고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도 현실화하는 등 실질적인 실효적 대책에 나서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뒤늦은 사과·꼼수 보상안 도마 위에 이래서 정치권 인사 영입했나? 의혹 12일에도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반복되는 것에 대해 “경제 제재가 너무 약해서 규정 위반을 밥 먹듯이 한다”며 “앞으로는 규정을 위반해 국민에게 피해를 주면 엄청난 경제 제재를 당해서 ‘회사가 망한다’는 생각이 들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규정을 위반하면 난리가 나야 하는 것 아니냐”며 “그런데 위반해도 태도를 보면 ‘그래서 어쩔 건데’ 이런 느낌이 든다”고 지적했다. 정부도 쿠팡에 강력하게 경고하며 전방위 대응을 예고했다. 실제로 같은 달 29일, 배경훈 부총리 겸 과기부 장관 주재로 ‘쿠팡 사태 범정부TF’ 회의를 개최했다. 이 자리에서 과기부와 경찰청, 개인정보위원회, 금융위원회 등은 역할을 분담해 신속한 조사를 진행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배 부총리는 “쿠팡이 국내 고객 정보 3000만건 이상을 유출한 것은 명백한 국내법 위반 사항으로 정부는 쿠팡이 관련 법령을 위반한 사실이 확인될 경우, 다른 기업과 동일하게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하게 조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상황에 따라서는 영업정지 여부도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사방에서 몰아치는 압박에도 쿠팡이 연달아 이상한 행보를 보이자 ‘믿는 구석’이 있는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그 정도로 쿠팡의 현재 대응 방식을 이해할 수 없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쿠팡이 미국 기업인 것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증시가 쿠팡의 모든 결정에 가장 결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요소라는 것이다. 실제 쿠팡이 자체 조사 결과를 발표한 다음 날 미국 뉴욕 증시에서 쿠팡의 주가는 6% 급등했다. 국내에서는 쿠팡의 ‘셀프 조사’에 분통을 터트리고 있는데 미국 시장에는 호재로 작용한 것이다. 쿠팡이 정치·국회 인사를 대거 영입한 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정치권 인사를 영입해 쿠팡 관련 각종 논란을 틀어막고 있다는 의혹이다. 해당 의혹은 ‘강력 경고’ ‘전방위적 대응’ 등의 수사를 사용하고 있지만 실제 조사는 흐지부지될 것이라는 관측이 조심스럽게 나오는 배경으로도 꼽힌다. 변죽 울리다 무사통과? 실제 최근 원내대표직에서 사퇴한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의원이 국정감사를 한 달여 앞둔 시점에 박대준 전 쿠팡 대표 및 대관 총괄과 오찬을 한 사실이 드러났다. 당시 쿠팡이 일용직 퇴직금 미지급 사건에서 검찰 외압 의혹, 물류센터·배송 기사의 과로 및 산재 사망 문제가 제기된 상황이었던 만큼 적절성 논란이 불거졌다. 김 의원은 그달 16일 자신의 SNS에 “공개 일정이고 적어도 5명이 (함께) 식사했다”고 적었다. 그러면서 “만남보다 대화의 내용이 중요한 것 아니냐? 참고로 지난해 7월16일 쿠팡 물류센터도 방문했었다”고 적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