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흔드는 '내부의 적' 실상 대해부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9 17: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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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적' 1만보다 '내부의 적' 1명이 더 무섭다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내부의 적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다. 지난 2007년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과정에서 자기사람이라고 믿었던 인사들이 공공연하게 박 후보를 깎아내리는 발언을 하는 바람에 큰 타격을 입었던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야권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절체절명의 위기에 봉착한 박 후보가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또 한 번 내부의 적에게 발목이 잡혔다. 상황으로 치자면 2007년보다 훨씬 심각하다. 경선이 아닌 본선인 까닭이다. 그 내부의 적들은 과연 누굴까? <일요시사>가 박 후보를 덜덜 떨게 만드는 그들의 실체를 집중 추적했다.

새누리당은 과거 고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을 주도했다가 역풍을 맞아 당의 존립마저 불확실한 위기를 맞았었다. 그때 '천막당사'라는 깜짝 쇄신카드로 당을 구해낸 것이 박근혜 현 새누리당 대선후보였다.

2007년 아픔
2012년 재현?

박 후보는 지난 2004년 총선에서 기적같은 선전을 펼쳤고, 그 결과 당시 한나라당은 100석도 힘들다는 예상과 달리 121석을 차지하는 큰 성과를 거뒀다. 자연스럽게 당시 당내 주류는 친박계가 됐다. 그러나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지자 충성을 맹세했던 다수의 친박계 의원들은 박 후보를 배신하고 오히려 박 후보를 공격하는 선봉에 섰다. 박 후보가 유독 '내부의 적'에 대해 심각한 트라우마를 보이는 이유다.

그런데 박 후보는 최근 내부의 적 때문에 또다시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야권후보단일화 이슈에 파묻혀 벼랑 끝에 선 박 후보로서는 무척 난감하다 못해 참혹한 상황이다. 그들이 쏟아낸 발언을 살펴보면 그 심각성을 익히 알 수 있다.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알맹이가 없고 껍데기만 있다."
"(경제민주화와 관련) 박 후보가 변했다. 대기업 로비 받았나?"


웬만한 야권인사들의 공세보다 수위가 높은 이 같은 발언을 쏟아낸 주인공들은 놀랍게도 같은 당 이재오 의원과 김종인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다. 이 의원의 경우는 새누리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룰 갈등'으로 박 후보와 대립하다 아예 경선에 불참하면서부터 본격적인 악연이 시작됐다.

'막말' 김종인 "박근혜 대기업 로비 받았나?"
'몽니' 이재오 "탈당 안하는 것만 해도 돕는 것"

박 후보는 지난 8월 20일 당 대선후보로 선출된 후 경선 경쟁자였던 김태호 의원, 안상수 전 인천시장, 임태희 전 대통령실장과 역시 룰 갈등으로 경선에 불참했던 정몽준 전 대표까지 캠프에 동참시키는데 성공했다. 그러나 이 의원만은 박 후보의 영입제안을 끝까지 거절했다.

민주통합당의 손학규 상임고문 역시 대선경선 패배 후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도움 요청을 거절하긴 했지만 두 사람은 근본적으로 다른 점이 있다. 손 고문은 캠프에 참여하진 않았지만 경선 패배 후 침묵을 지킨 반면, 이 의원은 외곽에서 꾸준히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다는 점이다.

이 의원의 주요 공격무기는 바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였다. 이에 대해 한 정치전문가는 "공적인 자리에서 박 후보를 직접 공격할 경우 해당행위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지만 SNS를 이용할 경우엔 개인적인 생각을 남긴 것뿐이라 선을 긋기가 수월하다"며 "게다가 이 의원이 SNS에 남긴 글들은 기자들이 알아서 기사화 해주니 발언의 무게감과 파장도 결코 적지 않다. 이 의원에게는 최고의 공격수단으로 애용될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 의원은 박 후보가 대선정국에서 위기를 맞을 때마다 자신의 SNS를 통해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얄미운 김종인
더 미운 이재오

김종인 위원장의 경우는 더욱 심각하다.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주창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성을 갖고 있는 인물로 그의 영입은 당초 '신의 한수'로 평가됐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박 후보와 엇박자 행보를 걷자 선거캠프가 통째로 술렁거리는 모양새다. 최근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갈등이 심화된 것은 순환출자 등 재벌 개혁의 속도와 방향을 둘러 싼 이견 때문이다.


당내에선 자신의 고집만 내세우는 김 위원장을 향한 비판도 날로 거세지고 있다. 야권에선 이 틈을 타 박 후보의 경제민주화 공약이 모두 거짓임이 드러났다며 연일 공세를 펼치고 있다.

김 위원장은 특히 이 의원과는 달리 대선캠프에 직접 참여하고 있으며 국민행복추진위원장이라는 주요직책까지 맡고 있다. 때문에 박 후보 진영에서는 김 위원장이 책임감을 갖고 캠프 내에서 헌신해주길 기대했다. 그러나 김 위원장은 박 후보가 과거사 논란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에도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와의 갈등으로 당무를 거부하는 등 대선판도와는 상관없이 자신의 주장만 내세워 박 후보를 난감하게 만들고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청와대 경제수석으로 근무할 때부터 '고집불통'이라는 평을 들었다. 그는  지난 총선 때도 수차례 당무를 거부하며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줄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자신의 정책을 100% 실현시키고 싶으면 본인이 직접 후보로 나와야지 이건 월권이 아니냐"며 "김 위원장은 박 후보의 대선승리에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라면 박 후보에게 방해만 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정치권에선 박 후보와 김 위원장의 결별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지만 두 사람의 위험한 동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물론 이 두 사람 외에도 지금까지의 대선정국에서 박 후보의 발목을 잡아온 타칭 내부의 적들은 얼마든지 있었다. 공천헌금 사태로 박 후보를 궁지로 몰아넣었었던 현영희 의원이 그랬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불출마를 종용하며 협박했던 정준길 전 공보위원도 있었다. 새누리당 공동대변인 내정 첫날 기자들과 저녁식사 자리에서 욕설을 해 물의를 일으켰던 김재원 의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내부의 적이었다.

하지만 이들은 어디까지나 타칭 내부의 적들이었다. 정작 박 후보는 이들을 내부의 적으로 보지 않았다. 사태가 진정된 후 박 후보가 여론의 비난을 감수하고 정준길 위원과 김재원 의원을 다시 캠프에 받아들인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그들과 이재오 의원, 김종인 위원장의 차이점은 바로 '고의성'이다. 비록 결과적으로는 그들이 박 후보의 발목을 잡긴 했지만 고의성은 없었다. 때문에 그 영향도 일회성에 그쳤다. 하지만 이 의원과 김 위원장은 고의성이 다분하다는 것이 문제다. 앞으로의 대선과정에서도 얼마든지 박 후보의 발목을 집요하게 잡고 늘어질 가능성이 큰 게 이들이다.

뼈아픈 내부의 적
대선행보 걸림돌

게다가 더 큰 문제는 내부의 적의 비판은 박 후보에게 더욱 뼈아프게 다가온다는 사실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같은 상황이라도 야권의 인사가 비판을 하면 사람들은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는 인상을 받는 반면, 내부의 비판은 아무래도 근거가 있지 않겠냐는 생각을 한다"며 "일례로 박 후보의 정치쇄신안에 대해 야권에서도 비판을 했지만 각종 언론에선 이 의원의 비판에 더 무게를 두고 '당내 인사인 이 의원조차 박 후보의 쇄신안에 대해 비판을 했다'는 식으로 기사가 났다"고 설명했다.

또한 내부의 적으로부터의 공격은 자칫 외부에는 집안싸움으로 비쳐져 외연확대는 물론이고 전통적인 지지층 결집에도 큰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

한편 그동안의 대선정국에서 문제를 일으킨 측근들은 가차 없이 내치기로 유명한 박 후보지만 이들을 내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박 후보가 이들을 내칠 경우 얻는 것보단 잃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이들을 내치기엔 명분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새누리당이 대선을 적극적으로 돕지 않는 의원들까지도 제재하겠다고 나선 마당에 심지어 대선을 방해하고 있는 이들을 내치지 못할 이유는 없다.

내부의 적에 발목 잡힌 박근혜 '이를 어쩌나?'
딴지 걸고 얻는 것은 무엇? 노림수 분석 분주


일단 이 의원은 친이계의 수장으로 평가받는 거물급 인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가 얼마 남지 않았지만 당내 영향력도 여전하다. 이러한 이 의원을 내칠 경우 박 후보가 내세워온 대통합은커녕 당내 갈등이 불거져 나올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의 경우는 경제민주화의 상징으로 평가받는 인물이다. 사퇴할 경우 박 후보가 중도층 공략을 위해 공을 들인 경제민주화 이슈는 물거품이 되고 만다. 박 후보가 속앓이를 하면서도 이들의 행동을 그저 지켜보고 있는 이유다.

이들이 밖으로 내쳐질 경우 외곽에서 박 후보를 향해 엄청난 공세를 펼쳐 올 것이 분명한데 차라리 내부에 두고 '관리'하는 편이 낫다는 분석도 있다. 그렇다면 내부에서 박 후보를 공격하고 있는 이들의 노림수는 무엇일까?

이 의원의 경우는 지난 14일 "박 후보가 분권형 개헌을 받아들이면 도울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분권형 개헌은 대통령과 총리가 권력을 나눠 행사하는 것으로 대통령은 국가수반으로서 국방·외교·통일을, 총리는 국내 행정 전반을 책임진다는 게 골자다. 따라서 정치권에선 이 의원이 분권형 개헌 후 총리직을 원하는 게 아니냐는 분석도 있다. 일각에선 이 의원의 평소 성격이 워낙 불같은 면이 있기 때문에 경선룰을 끝까지 거부했던 박 후보에 대해 단순히 '몽니'를 부리는 것이란 분석도 있지만 가능성은 낮다.

원하는 것은 무엇?
승부 가를 분수령

김 위원장의 경우는 좀 더 복잡하다. 김 위원장이 정말 순수하게 자신의 경제민주화 정책을 반영시키기 위해 박 후보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인지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이들이 많다. 결국에는 두 사람 모두 자신의 가치를 상승시키기 위한 계산된 전략이 아니겠냐는 해석이다.


어느새 대선은 30여일 앞으로 다가왔다. 박 후보가 내부의 적을 잘 다독여 끌어안을 수 있을까? 이는 이번 대선의 승부를 가를 또 하나의 분수령이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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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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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