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쏭달쏭} 연예계 미스터리 스캔들

네티즌 수사대도 두 손든 의혹과 진실

[일요시사=연예팀] '타진요(타블로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라는 카페가 폐쇄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아진요(아이유에게 진실을 요구합니다)'는 명칭의 블로그가 새롭게 등장했다. 블로그 개설의 발단은 가수 아이유와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의 묘한 셀카사진에서 비롯됐다. 이처럼 수많은 네티즌들의 의혹을 부추기는 연예계 스캔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계속 이어져오고 있다. 의혹만 있고 진실은 없는 연예인의 풀리지 않은 스캔들. 그 속을 들여다봤다.


‘국민 여동생’이라는 타이틀을 등에 업은 가수 아이유. 그녀는 가녀린 몸에 천진난만한 아이 같은 외모를 소유하고 있어 삼촌팬들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수많은 남성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오죽하면 연예계 남성 연예인들도 아이유를 이상형으로 꼽을 정도니 말이다. 그런 그녀가 최근 뜻하지 않은 대형 사고를 쳐 논란 속 주인공이 됐다. 지난 10일 새벽 4시경, 그녀가 트위터에 멘션을 단다는 것을 실수로 2년 전에 찍은 슈퍼주니어 멤버 은혁과의 은밀한 셀카사진을 대신 올려버린 것. 이 사진은 온라인상에서 삽시간으로 퍼져나갔고, '아이유앓이'에 빠진 남성팬들은 아직도 충격과 배신감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다.   

‘아이 유’아닌
이제 ‘성인 유’

그렇다면 문제의 사진이 과연 어떻길래 연일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것일까. 사진 속 아이유와 은혁은 서로 얼굴을 맞댄 아주 밀착돼있는 모습이었다. 아이유의 얼굴은 3분의 1정도 밖에 보이지 않았고 아이유 쪽에 비스듬히 기댄 눈이 풀린 듯 한 은혁의 얼굴은 모두 비춰졌다. 문제는 그 다음부터다. 아이유의 옷차림이 파자마를 연상케 한 점과 언뜻 상반신을 탈의한 것처럼 보이는 은혁의 모습 때문.

더 큰 충격은 문제의 사진이 아이유가 미성년일 때 찍었다는 것이다. 둘의 모습은 마치 커플처럼 보였기 때문에 의혹은 점점 더 커져만 갔다. 이에 네티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증거사진을 들춰내며 사이버수사대라도 납신 양 둘의 열애설을 제기했다. 네티즌이 제기한 증거들은 사실로 믿겨질 만큼 그야말로 철저했다.

그들은 두 사람이 찍은 사진 속 뒷배경이 아이유의 집 거실 내 소파인 점, 아이유의 옷이 과거 그녀가 자신의 트위터에 올렸던 잠옷과 일치한 점, 은혁의 소지품과 아이유의 소지품이 일부 같은 점 등을 미뤄 열애설로 몰아가기에 이르렀다. 또 은혁이 자신의 홈페이지에 아이유와의 친분을 과시한 글과 아이유가 모 방송에 나와 “한때 남자 연예인과 연인관계까지 갈 뻔했다”는 발언을 한 장면이 온라인상에서 새삼 거론되고 있어 열애설은 의혹 아닌 사실로 단정 지어지는 듯 했다.

아이유, 은혁과 셀카로 ‘미성년 잠자리’루머
한수현, 수영장 키스사진 ‘노이즈마케팅’의문


상황이 점점 악화되면서 아이유 측 소속사는 열애설 해명에 만전을 기했다. 그러나 시간이 너무 촉박했던 탓일까. 소속사 측의 어설픈 해명은 더 큰 불신을 낳았다. 아이유의 소속사 로엔엔터테인먼트에 따르면 아이유가 살인적인 스케줄로 인해 건강이 악화되자 평소 친분이 있었던 은혁이 병문안 차 그녀의 집으로 방문했다는 것이다.

해명을 접한 네티즌들은 “친구가 병문안을 왔다고 해도 어떻게 집주인이 남자가 오는데 잠옷차림으로 있을 수 있느냐” “저 사진이 2년 전에 찍은 사진이라던데 당시 아이유가 철없는 미성년이었다고 해도 함부로 남자를 집에 끌어들이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등의 의혹을 제시하며 비난세례를 퍼부었다.

반면 논란이 들끓는 와중에도 은혁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이 같은 열애설에 대해 일언반구도 내뱉지 않았다. 네티즌을 기만했다는 혹평을 받은 로엔엔터테인먼트도 병문안 관련 공식해명 이후 더 이상의 해명은 삼가고 있다. 이에 시간이 흐르면 잠잠해질 것이라고 생각한 두 소속사 측이 의혹을 잠재우려 마치 아무 일 없었다는 듯 되레 당사자들을 당당히 공식행사에 내보내는 식의 태도를 취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되고 있다.  

실수인가,
마케팅인가?

아이유의 절친한 연예인 친구로 알려져 있는 여성 그룹 티아라의 멤버 지연은 데뷔 전부터 야릇한 몸캠 영상의 주인공으로 거론되며 의혹에 시달려왔다. 한 네티즌이 모 온라인커뮤니티 게시판에 지연이 과거 학창시절 때 몸캠 영상을 찍었다며 증거사진을 게재한 것.

해당 게시물 역시 연예계 핫이슈로 떠오르며 한순간에 많은 네티즌들의 눈요깃거리로 전락됐다. 게시판에 올라온 영상의 주인공은 지연과 매우 흡사한 외모를 소유한 여학생으로 자신의 아이디를 ‘얘쁜이’라고 지정한 뒤, 민소매 티셔츠를 입은 채 누군가와 음란 화상채팅을 했다. 이윽고 영상 속 여학생은 천천히 옷을 들춰 자신의 가슴과 신체 일부를 보여주는 음란한 장면을 영상에 담았다.

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진 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그 여학생이 지연이냐, 아니냐’에 대한 의견이 분분했다. 얘쁜이가 지연이라고 확신하는 네티즌들은 지연의 오른쪽 겨드랑이 점 위치와 손등 위의 점, 팔에 있는 점 등의 사진을 게시·비교하며 의혹을 사실화시켰다.


반면 일부 티아라 팬들은 본인의 의사와 맞지 않는 억지스러운 의혹은 상대할 가치도 없다며 반박했다. 네티즌들의 설전이 거세지자 급기야 티아라 소속사 측은 영상을 게시한 네티즌을 상대로 법적대응에 나서기도 했다. 소속사의 강력한 대응에 한동안 ‘지연 몸캠 사건’은 누그러지는 듯 했지만, 연예계에 음란한 사건이 터질 때마다 해당 영상은 아직도 온라인상에서 재탕되는 비교사례로 떠오르곤 한다.   

베이징올림픽 배드민턴 금메달리스트이자 가수 이승기와 비슷한 외모 덕분에 ‘국민 훈남’으로 급부상한 스포츠 스타 이용대가 최근 여자친구와의 수위 높은 폴라로이드 사진으로 골머리를 앓았다. 한 네티즌이 이용대와 신인여배우 한수현, 두 사람이 수영장에서 키스하는 장면이 담긴 폴라로이드 사진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게재한 것.

이 네티즌은 키스 사진 외에 두 사람이 몸과 얼굴을 맞대고 있는 모습, 한수현의 비키니 사진 등을 추가 게재했고, 이를 발견한 네티즌들은 해당 사진들을 온라인 게시판에 올리거나 개인 블로그에 옮겨 담았다. 이슈에 민감한 언론들도 이용대 열애설에 대한 보도를 하나둘씩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용대 측은 사진 무단유출만으로도 큰 타격을 입었지만 더 심각한 타격은 이후부터였다. 다수의 네티즌들이 “한수현이 일부러 남자친구 이용대의 인지도를 이용해 얼굴을 알리려 노이즈마케팅 전략을 꾀한 게 아니냐”며 의혹을 품은 것. 한수현 소속사 측은 절대 그럴 리 없다고 성급히 해명했지만, 여론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았다.

게다가 이용대가 런던올림픽 직후 모 프로그램에 나와 “여자친구는 아직 없다”고 한 발언과 사진유출이 터진 후 “여자친구는 연예인 아닌 일반 여대생”이라고 언급한 점도 이번 사건을 통해 대중을 기만한 행동이라고 치부되며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이용대 측은 “당시는 여자친구 보호를 위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여자친구는 신인배우이고 나 때문에 배우라는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을까봐 그런 것”이라고 둘러대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 날까?    

“여러분들이 저를 도와주셔야 해요.”

모 언론사의 기자가 이미숙과 17세 연하남과의 불륜설을 터뜨렸을 당시 그녀는 경찰에 직접 출두해 경찰조사를 받은 후 기자들에게 이 같은 말을 내뱉었다. 이미숙은 이른바 ‘연하남 스캔들’을 터뜨렸던 전 소속사와 보도를 낸 모 기자가 허위 사실 유포를 통해 자신의 명예를 훼손 시켰다며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양측 입장이 팽팽한 연하남 스캔들, 그리고 전 소속사. 사건의 내막은 무엇일까.

사실 이 사건은 이미숙과 전 소속사 간의 소송문제에서 비롯됐다. 이미숙의 전 소속사 더컨텐츠엔터테인먼트 측은 이미숙을 상대로 전속계약 파기에 의한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했고, 이미숙 측은 “전속계약을 위반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하며 팽팽히 맞서왔다.

이때까지만 하더라도 단순히 돈을 위한 싸움으로만 보였다. 그렇게 질긴 법정 공방을 이어오다 항소심이 진행됐을 때 더컨텐츠 측이 돌연 “이미숙이 이혼 전 17세 연하 호스트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어왔으며, 이 일이 알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더컨텐츠가 수천만원의 합의금을 주고 합의했다”고 주장해 파문을 일으켰다.

티아라 지연, 데뷔 전 추정 몸캠 영상으로 ‘몸살’
이미숙, 17세 연하남과 야릇한 관계 두고 법정싸움


전속계약 소송이 희대의 연하남 불륜 스캔들로 번져버린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음 날 모 언론사의 기자가 이 내용을 ‘이미숙 스캔들’로 보도하며 큰 파문을 일으켰다. 더컨텐츠와 해당 기자가 보도한 내용에 따르면 이미숙이 호스트바 출신의 17세 연하남과 불륜을 저질렀고, 그녀는 소문이 삽시간에 퍼질 것을 우려했다. 이에 이미숙이 자신의 지저분한 소문을 막기 위해 방패막이 식으로 고 장자연의 성상납 관련 문건을 의도적으로 퍼뜨렸다는 것.

보도를 접한 이미숙 측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며 강력히 대응하며 질긴 싸움을 이어갔다. 수많은 억측이 난무한 가운데 갑자기 불륜 스캔들의 상대인 17세 연하남이 친필각서가 화두에 올라왔다. 연하남이 직접 작성한 각서에 따르면 그는 미국에서 유학생활을 하던 중 이미숙을 처음 만나게 됐고, 이후 그녀로부터 정신적·물질적으로 큰 도움을 받았다.

각서 내용에서는 호스트바와 관련된 불륜 이야기는 일절 포함되지 않았으며 다만 “앞으로 누나의 이름에 해가 되는 말과 행동은 하지 않을 것을 약속드린다”는 문장으로 끝을 맺었다. 그러나 이를 접한 소송 당한 일부 기자들은 “각서가 조작됐다”며 “이미숙 측이 입막음을 하려 사전에 말을 맞춘 게 아니냐”고 반기를 들었다.

현재 그녀는 전 소속사 사장과 이 사건을 보도한 기자 등을 민·형사상으로 고소한 상태로, “재판 결과가 진실을 말해줄 것”이란 공식 입장만 내놓은 채 기다리고 있다. 더컨텐츠 소속사와 기자 측 역시 계약해지와 스캔들과 관련해 단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고 있어 의혹은 깊어져만 간다.

뭐든 과하면
독이 되는 법
 
이미숙이 모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스캔들 없는 배우는 껍데기일 뿐”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었다. 이처럼 연예인들의 스캔들 의혹은 풍습처럼 과거부터 현재까지도 줄을 잇고 있다. 얼마 전 가수 김장훈이 자살을 암시하는 듯한 글을 SNS에 올려 팬들을 충격에 빠뜨렸다.

김장훈은 당시 자살을 시도한 것은 아니었다고 뒤늦게 해명했지만 그에 대한 자살의혹은 끊이지 않았다. 그룹 빅뱅의 멤버 승리는 일본에서 유흥주점에서 일하는 한 일본 여성과 잠자리를 한 후 도둑촬영을 당해 침대 위 상반신 사진이 일본의 파파라치 잡지에 실린 적도 있다. YG엔터테인먼트 측은 처음에 그 남성은 승리와 닮은 다른 사람이라고 변명했지만, 네티즌들의 잇단 항의와 의혹이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으면서 결국 “동일인물이 맞다”며 입장발표를 번복했다.


연예인이라는 직업이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게 되면 그것으로 연예인 인생은 끝이라고 보여지기도 한다. 그러나 ‘과하면 독이 된다’는 말처럼 불필요한 언행과 관심이 때로는 의혹을 낳을 가능성도 있다는 걸 명심해야 한다.

김지선 기자 <jisun86@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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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용산에 날아들 영수회담 성적표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꼬박 720일이 걸렸다. 한 나라의 대통령과 제1야당 대표가 만나기까지 걸린 시간이다. 악재에 악재가 겹쳐 궁지에 몰린 용산 대통령실이 꺼내든 최후의 카드는 영수회담이었다. 온 국민의 관심이 무색하게 이번 만남은 여야 어느 한쪽도 만족시키지 못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임기가 3년 차에 접어든 시점서 또다시 ‘강 대 강’ 매치가 예상된다. 정치권이 학수고대하던 윤석열 대통령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만남이 성사됐다. 이번 영수회담은 지난 19일, 윤 대통령이 이 대표에게 만남을 제안하면서 시작됐다.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브리핑을 통해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3시30분 이 대표와 통화했다”며 “이 대표에게 다음 주 형편이 된다면 용산서 만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둘의 만남은 윤 대통령 취임 이후 1년 11개월 만이다. 어렵게 만났는데… 같은 날 민주당은 즉각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윤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내주에 만날 것을 제안했다”며 “이 대표는 ‘많은 국가적 과제와 민생 현장에 어려움이 많다’며 되도록 이른 시일 안에 만나자고 화답했다”고 전했다. 그동안 이 대표는 꾸준히 영수회담을 요청했지만 윤 대통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을 받고 있는 이 대표가 피의자 신분인 만큼 만남이 적절치 않다는 무언의 거절이었다. 윤 대통령의 변심에는 지지율이 20%대로 급락한 상황이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여당인 국민의힘이 4·10 총선서 참패한 데 이어 인사 문제를 두고 대통령실의 손발이 맞지 않자 비선 개입 의혹까지 가중됐다. 야당과 소통함으로써 단단하게 굳어진 불통 이미지를 벗어던지는 등 현 상황을 돌파하겠단 뜻이다. 개혁신당 이준석 당선인은 “이번 총선 이후 ‘야당 대표를 무시하다가는 총리도 임명 못하겠구나’라는 상황을 파악한 것”이라며 “아마 구체적인 내용보다는 총리 인선 협조 정도를 받아내기 위한 피상적 대화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이 대표에겐 편한 회담이 될 것이다. 자기 할 말만 하면 되기 때문”이라며 “예를 들어 ‘채 상병 특검 받고 거부권 행사하지 말아달라’고 했을 때 대통령이 못 받으면 회담까지 하고 욕먹는 건 본인”이라고 주장했다. 두 사람이 만남을 갖기로 합의를 봤지만 하나부터 열까지 조율해야 하는 상황의 연속인 만큼 넘어야 할 고비는 많았다. 1차 실무진 회의도 쉽지만은 않았다. 당초 지난 22일 예정됐던 만남이 대통령실의 일방적인 취소로 불발된 것이다. 대통령실의 수석급 교체 일정으로 인해 일정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전해진다. 피치 못할 사정이라지만 준비 회동조차 잡음이 새 나오면서 위태위태한 앞날이 예고됐다. 결국 첫 실무진 만남은 이로부터 하루 뒤인 지난 23일 이뤄졌다. 대통령실 측에서는 홍철호 정무수석과 차순오 정무비서관이 참석했다. 민주당 측에서는 천준호 비서실장과 권혁기 정무기획실장이 자리했다. 이날 회의는 영수회담 날짜는 물론 의제도 정하지 못한 채 빈손으로 종료됐다. 지지율 하락에 반등 노렸지만… 의제 놓고 격돌…샅바 잡은 윤-이 지난 25일 진행된 2차 회의도 큰 소득은 없었다. 테이블에 올릴 의제를 놓고 양측이 이견을 좁히지 못한 탓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채 상병 사망 사건 수사외압 의혹을 담은 특검법 수용과 윤 대통령의 거부권 남용에 대한 사과 등을 의제로 다루자는 입장을 밝혀왔다. 반면 이를 전해 들은 대통령실은 난감하단 태도를 보이며 팽팽하게 대립했다. 천 비서실장은 실무 협상 직후 브리핑서 “사전에 조율해 성과 있는 회담이 되도록 의제에 대한 검토 의견을 (대통령실이)제시하면 좋았을 텐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고 말했다. 홍철호 대통령실 정무수석은 “지도부와 상의를 거쳐야 한다”며 추후 답변을 주겠다고 밝혔다. 민주당 측이 제안한 의제와 관련해서는 ‘포괄적 수용’이라는 입장을 전달했다. 의제를 놓고 양쪽이 평행선을 달리면서 이대로 영수회담이 불발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다. 하지만 지난 26일 이 대표가 “다 접어두고 먼저 윤 대통령을 만나도록 하겠다”고 말하면서 논의는 급물살을 탔다. 진통 끝에 영수회담 날짜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관심이 두 사람의 입에 집중됐다.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지난달 29일 오후 2시 용산 대통령실서 만났다. 대통령실에선 정진석 대통령 비서실장과 홍철호 정무수석, 이도운 홍보수석이 배석했다. 민주당에선 천준호 당 대표 비서실장과 진성준 정책위의장, 박성준 수석 대변인이 자리했다. 대통령실은 이번 영수회담을 통해 정국을 풀어갈 실마리를 확보할 것으로 기대했다. 민주당은 ‘총선 민의’를 가감 없이 전달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재명 15분 독주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로 들어선 이 대표를 웃음으로 맞이했다. 곧이어 두 사람은 악수를 한 뒤 건강 등 안부를 주고받았다. 이 대표는 “저희가 (국회서 이곳으로)오다 보니 20분 정도 걸리던데, 실제 여기 오는 데 700일이 걸렸다”며 뼈 있는 농담을 건넸다. 윤 대통령은 대답 대신 웃음으로 갈음했다. 이날 영수회담서 가장 눈길을 끈 건 이른바 이 대표의 ‘작심 발언’이다. 윤 대통령의 인사말 이후 취재진이 퇴장하려 하자 이 대표는 “퇴장할 건 아니고, 제가 대통령님한테 드릴 말씀을 써왔다”며 멈춰 세운 뒤 품에서 종이 뭉치를 꺼내 읽어 내려갔다. 700일 동안 묵혀둔 말을 몽땅 쏟아내겠다는 듯, 이 대표의 발언은 장장 15분 넘게 이어졌다. 이 대표는 “대통령님께서 너무 잘 아시겠지만 지금 우리의 현실이 참으로 팍팍하고 국민의 삶이 어렵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국가적으로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또 외교 안보, 모든 영역서 많은 위기가 도출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며 “물가, 고금리, 고환율 이런 삼중고를 포함해서 우리 국민의 민생과 경제가 참으로 어렵다는 것은 대통령님께서도 절감하실 걸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곧이어 이 대표는 ‘전 국민 1인당 25만원 민생회복지원금 지급’을 요구하면서 본격적인 의제를 던졌다. 이 대표는 “민간경제가 어려울 때 정부가 나서는 것이 원칙이다. 우리 민주당이 제안한 긴급 민생회복 조치를 적극적으로 검토해주실 것을 부탁드린다”며 “특히 지역화폐로 지급하면 소득 지원 효과에 더해서 골목상권 소상공인 자영업자 지방에 대한 지원 효과가 매우 큰 민생회복지원금을 꼭 수용해주길 부탁드린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김건희 특검법’ 수용도 에둘러 촉구했다. 그는 “이번 기회에 국정운영에 큰 부담이 되는 가족 등 주변 인사들의 여러 의혹도 정리하고 넘어가시면 좋겠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이 밖에도 이태원 참사나 채 상병 순직 사건의 진상을 밝혀 그 책임을 묻고 재발 방지 대책을 생각할 것과 연구·개발(R&D) 예산 등도 화제로 올렸다. 거부권 행사를 자제할 것도 강하게 요구했다. 아울러 “지금까지 제가 말씀드린 게 상당히 불편하실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또 민심을 과감하게 가감 없이 전달하는 것이 이 자리가 마련된 이유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이 대표의 말을 들으면서 중간중간 고개를 끄덕이는 식으로 답했다. 처음 웃는 얼굴로 이 대표를 맞이할 때와 달리 표정은 점차 굳어져 갔다. 모두발언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이 대표와 민주당이 강조해 오던 이야기라 예상하고 있었다”며 모두발언은 생략한 뒤 비공개 회담을 이어갔다. 이날 회담은 예상 시간인 1시간을 훌쩍 넘은 오후 4시10분쯤에 마무리됐다. 130분간 자리를 함께했지만 도중에 배석자를 제외하는 등 두 사람이 독대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두 사람이 영수회담 도중 배석자를 물리고 자연스럽게 만찬 회동을 가질 것으로도 기대했지만 이번 만남은 차담 수준서 그쳤다. 영수회담을 마친 뒤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각각 브리핑을 진행했다. 같은 장소서 같은 시간을 보냈지만 이번 회담을 바라본 양측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렸다. 두 쪽 난 여론 국민의 판단은? 이도운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영수회담 종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전체적으로 볼 때 대통령은 제1야당인 민주당의 대표와 민생 문제 등에 대해 깊이 또 솔직하고 허심탄회한 대화를 나눴다”며 “합의에 이르지는 않았지만, 양측이 총론적 혹은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고 평가했다. 이 수석의 설명처럼 별도의 합의문은 없었다. 다만 의료개혁이 필요하고 의대 정원 증원이 불가피하다는 데 인식을 같이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대표가 “의료개혁은 시급한 과제며 대통령의 정책 방향이 옳다. 민주당도 협력하겠다”라는 취지로 말했다는 것이다. 다만 “민생을 구체적으로 어떻게 개선할 것인지에 대해서는 대통령실과 여야 간의 정책적 차이가 존재한다는 데 대해서도 조금 이견이 있다는 것도 확인했다”며 “대통령은 민생 협의를 위한 여야정 협의체 같은 기구가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고 이 대표는 ‘여야가 국회라는 공간을 우선 활용하자’는 입장을 표명했다”고 말했다. 이태원 특별법에 대해서는 “대통령은 이 사건에 대한 조사나 재발 방지책, 피해자 유족들에 대한 지원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지만 지금 국회에 제출된 법안이 법리적으로 볼 때 민간조사위원회서 그 영장 청구권을 갖는 등 좀 법리적으로 문제가 있을 부분이 있기 때문에 ‘이런 부분은 조금 해소하고 다시 논의를 하면 좋겠다’ ‘그렇게 한다면은 무조건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취지로 말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대통령과 이 대표는 앞으로도 종종 만나기로 했다”며 “두 분이 만날 수도 있고 여당의 지도체제가 들어서면 3자 회동도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양측이 대승적으로 인식을 같이한 부분은 있었다는 대통령실의 평가와 달리 민주당은 이번 영수회담에 대해 냉랭한 반응을 보였다. 회담에 배석한 박성준 민주당 수석 대변인은 같은 날 국회서 브리핑을 열고 “영수회담에 대해 큰 기대를 했지만 변화를 찾아볼 수 없었다”고 지적했다. 박 수석 대변인은 “상황 인식이 너무 안일해서 향후 국정이 우려된다”며 “특히 우리 당이 주장했던 민생회복 국정기조와 관련해 민생을 회복하고 국정 기조를 전환하겠다는 의지가 없어 보였다”고 밝혔다. 이날 회담에 대해 이 대표의 소회를 묻는 질문에는 “답답하고 아쉬웠다. 소통의 첫 장을 열었다는 데 의미를 둬야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소통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서로 공감했으나 이 대표가 내민 청구서에 윤 대통령이 딱 떨어지는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범야권 집중 포격 맞은 대통령실 “결과도 실리도 없다” 쏟아진 질타 범야권도 일제히 쓴소리를 얹었다. “이럴 거면 대체 왜 만났냐”는 반응이 대체적이다. 조국혁신당(이하 조국당)은 “윤 대통령의 답은 거의 없었다”며 “총선 민심에 관한 시험을 치르면서 백지 답안지를 낸 것과 다름이 없다”고 혹평했다. 조국당 강미정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이번 회담을 통해 윤 대통령의 기조가 곧바로 바뀌진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강 대변인은 “준비가 덜 된 대통령과 그럼에도 최대한 민심을 담아 질문을 한 야당 대표의 만남”이라며 “(대통령이)여러 가지 법안과 자신의 가족 문제 등 민감한 질문은 빼버렸다. 추후 만남을 기약한 정도일 뿐 아무런 결실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다만 “그래도 윤 대통령 측에서 ‘자주 소통하자’는 뉘앙스가 나왔다”며 “만남을 거듭한다면 나아질 가능성이 있을 거라는 희망을 걸어본다”고 말했다. 새로운미래는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은 없었다”며 “130분간 회담을 했으나 공동합의문은 없고 소모적인 정쟁에 불과했다”고 양측을 모두 비판했다. 새로운미래 신재용 대변인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서 “가장 시급한 문제인 의료대란 관련해 조금이라도 진정성 있는 결과가 나왔어야 이번 회담이 성과가 있었다고 본다”며 “진전도 성과도 없이 끝나 버렸다”고 혹평했다. 김준우 정의당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130여분간 진행됐다는 대화의 결말은 결국 ‘2년 만에 첫 대화를 했다’는 그 자체와 여야 모두 입장이 애초에 비슷했던 의대 정원 확대 필요성을 확인한 것 외엔 아무런 성과가 없었다”고 비판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이번 영수회담이 아쉽게 끝난 것에 대해 이 대표에게도 책임이 있다고 봤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이 대표는)대화의 기본이 안 돼있다”며 “대화라는 건 서로 말을 주고받는 걸 전제로 해야 하는데, (이 대표처럼)하고 싶은 말을 모조리 한다고 해서 소통이 되는 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정치권 관계자 역시 “이번 만남은 이 대표의 1승”이라면서도 “이 대표가 무리하게 정국을 끌고 갈 가능성처럼 비칠까 우려되는 지점도 있다”고 말했다. 첫술에 배부르랴 현재로서는 이번 회담이 윤 대통령의 ‘자충수’라는 여론이 강하다.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TK·PK 기반의 집토끼를 꽉 쥐는 데 효과적일지 몰라도 중도층이 보기에는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는 평이다. 영수회담 민심이 반영된 여론조사 결과도 주목된다. 레임덕 돌파구로 이 대표와의 만남을 선택한 윤 대통령의 선택이 자충수인지 신의 한 수인지 지켜봐야 할 전망이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