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3)공약해부-③교육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6 17:54:03
  • 댓글 0개

국가의 백년대계 짊어질 아이들의 밝은 미소 되찾아 주세요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예비대선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세 번째 순서로 그들의 '교육 정책'을 살펴봤다.

한 나라의 현재를 알고 싶으면 시장으로 가고, 미래를 알고 싶다면 학교로 가보라는 말이 있다. 교육의 중요성을 역설한 말이다. 이처럼 교육의 중요성은 몇 번을 강조해도 부족함이 없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교육정책은 정권이 바뀔 때마다 큰 변동을 겪으며 국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 백년지대계라는 교육은 5년지대계, 심지어는 1년지대계로 전락한지 이미 오래다. 이제는 바꿔야 한다. 유권자들이 대선주자들의 교육정책에 귀를 기울여야만 하는 이유다.

박근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재 우리나라 교육시스템에 대해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로 변질되어 학생은 성적, 학부모는 사교육비, 교사는 교권 때문에 불행해 하고 이에 더해 학교폭력으로 더 힘들어 하고 있다. 이러한 문제들로 인해 교육이 오히려 계층 이동의 기회를 막고 있으며 또한 100세 시대를 준비하는 평생교육시스템도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소질 찾는 교육

따라서 박 후보는 교육 정책의 핵심으로 경쟁축소와 기회확대를 꼽고 있다. 특히 학벌, 스펙에 매달리는 교육에서 벗어나 개인의 능력과 소질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는 계획이다.


박 후보는 대입제도에 대해 "3000개나 넘는 복잡한 대학입학 전형 수를 대폭 줄여 수시는 학생부 위주, 정시는 수능 위주로 치르도록 하겠다"며 "수시에서 수능등급 자격 요건을 두지 않도록 대학을 설득하겠다"고 밝혔다. 입시제도를 단순화함으로써 대입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박 후보 측은 "기본적으로 입시 자체가 단순화돼야 한다는 취지에서 점차 논술 의존도를 줄여나갈 것"이라며 "논술이 유발하는 사교육비 문제도 제거하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다른 입시제도는 "큰 틀에서 (현행) 골격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또 박 후보는 "대학 입시제도를 자주 바꾸면 학부모, 학생들이 혼란스럽고 힘들어진다"며 '입시 3년 예고제'의 법제화도 공언했다. 그는 "주요 대입전형계획을 변경할 때, 3년 전에는 미리 예고하도록 의무화시키겠다"고 말했다.

한편 박 후보의 교육공약 슬로건은 '꿈과 끼를 끌어내는 행복교육 만들기'다. 박 후보는 이를 위한 4가지 실천과제와 행복한 교육을 만들기 8대 약속을 제시했다. 주요내용은 ▲입시위주의 교육을 탈피하여 소질과 끼를 개발할 수 있는 교육 ▲누구에게나 공평한 기회가 주어지는 교육 ▲경쟁력을 높이는 교육 ▲배우고 싶은 것을 언제든지 배울 수 있는 교육 등 4가지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다시 8가지를 약속했다. ▲학생들의 끼를 살리는 교육 ▲교육행정지원 인력확보 ▲대입부담 완화와 안정적인 입시제도 ▲교육비경감 ▲대학의 다양화 및 취업시스템의 확충 ▲학벌타파를 통한 능력사회 구현 ▲직업교육 강화를 통한 산업별 전문 인재양성 ▲100세 시대를 대비한 평생교육 시스템의 구축이다.

평생교육 시스템

이 밖에도 박 후보는 다양한 교육복지 정책을 내놨다. 우선 무상 의무교육은 고등학교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교육기본법을 개정하겠다고 약속했다. 고교 무상의무교육은 새누리당의 총선 공약이기도 하다. 한꺼번에 재원 조달이 어려운 만큼 차상위 계층을 시작으로 매년 25%씩 확대하면 5년내 10조원 정도의 재원으로 달성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또 저소득층 학생에게는 대학등록금이 실질적으로 무료가 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덧붙여 박 후보는 효과적인 교육개혁을 위해 '국가미래교육위원회'라는 이름의 범정부적·초당적으로 교육정책을 책임질 별도 위원회도 신설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도입 후 지속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학업성취도 평가(일제고사)에 대해서는 "자기 (성적의) 위치를 알아야 하지 않느냐"고 사실상 찬성의 뜻을 내비쳤다.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지나친 경쟁과 입시위주의 교육을 문제로 지적하면서도 그 근본 문제인 학업성취도 평가에 대해서는 찬성의 입장을 밝혀 박 후보 표 교육 공약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지적했다.


문재인 <사교육 근절>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교육정책의 가장 우선적인 목표로 과열된 사교육 경쟁을 잡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문 후보는 고등학교 서열화를 사교육 열풍의 주원인으로 보고 과학고를 제외한 외국어고와 국제고, 자사고(자립형사립고등학교)를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대입 단순화

문 후보는 "특목고가 설립 취지에서 어긋나 입시 명문고로 변질됐다"며 "이들을 단계적으로 일반고로 전환하고 대학입학 전형에서도 일반고를 차별하는 소위 고교등급제를 허용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입 제도는 수능과 내신, 특기적성, 기회균형 선발 등 4가지로 단순화하고 입학사정관 전형은 기회균형 선발에만 적용하겠다고 약속했다. 장기적으로는 수능을 자격고사화 하고 내신중심 선발을 정착시킬 방침이다. 사교육을 예방하고 교육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해 수능, 논술 등은 고교 교육과정 범위 안에서만 출제하도록 한다는 것.

지나치게 높은 영어 '스펙' 요구의 폐해에 대해서도 바로잡는다는 계획이다. 문 후보는 "심지어는 외국에서 생활하다 온 학생들마저 영어 사교육을 받아야 하는 실정"이라며 "과도하게 부풀려진 영어 사교육의 폐해를 바로 잡겠다"고 말했다.

입학사정관제 전형에 대해서는 전면적인 감사를 실시하기로 했다. 다양한 적성과 재능을 가진 학생을 선발하기 위한 도입 취지와 달리 온갖 의혹과 우려를 낳고 있는 부분을 해소하겠다는 취지다. 대학 입시의 공정성을 높이기 위해 영국의 '대학입학지원처'와 같은 기구를 상설화해 점진적 개선이 가능한 입시제도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밝혔다.

문 후보는 이와 함께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전 국민의 출발선을 같게 하겠다"며 0~5세 무상보육·교육을 실현하고, 취학 전 1년의 유치원 과정을 의무교육에 편입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문 후보는 학교가 이제 단순하게 지식을 전수하는 곳을 넘어서 돌봄 기능을 실질적으로 갖추도록 통영 한아름양의 이름을 딴 '한아름법'을 제정하겠다는 계획도 마련했다.

아울러 학교와 지역사회가 함께 교육과 돌봄을 책임지는 에듀케어시스템도 구축한다. 학교 차원에서는 모든 학교에 전문상담교사를 배치하고 각 시·도에 부적응학생을 위한 대안교육기관도 마련한다. 이와 함께 '힐링교육위원회'를 설치해 마을 전체가 함께 교육공동체로 발전 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문 후보는 또 내년 국공립대부터 시작해 2014년에는 사립대까지 반값등록금을 실현하겠다고 약속했다.

반값 등록금

한편 문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기본 방향은 '행복한 교육, 즐거운 학교'다. 주요내용으로는 ▲유아 및 초등단계의 과도한 학습 부담을 줄이기 위한 방과 후 교육의 활성화 ▲산업혁신을 위한 평생학습체제의 구축 ▲행복한 중2프로젝트를 통한 진로적성교육 강화 및 아일랜드식 전환학년제의 도입 ▲공기업과 공공기관의 지방대학 채용할당제 ▲학력 블라인드제 실시 등이다. 이밖에도 문 후보는 정치적 중립이 보장되는 '국가교육위원회'를 설치하고 고등교육재정을 GDP 대비 1%로 확대하는 공약을 제시했다.


안철수 <교육격차 해소>
"사회구조 개혁이 최우선"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우리나라 교육문제에 대해 "(다들) 공교육이 죽었다고 말한다"며 "사교육 시장이 활개를 치고 아이들은 수업시간에 잠을 자며 학부모들은 사교육 부담에 허리가 휜다"고 지적했다. 이어 "더 중요한 문제는 부모들이 희생하면 아이들이 좀 더 나은 미래를 살아갈 수 있다는 희망이 있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는 희망을 가질 수 없는 계급사회가 되고 있다는 점"이라며 "교육복지와 교육정의를 바로 세워 천재 배출만이 아닌 대기만성형 인재를 기다리는 사회적 분위기와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기만성형 인재육성


이를 위해 안 후보가 내세운 교육정책의 골자는 교육격차의 해소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교육체제 확립이다. 이를 위해 안 후보는 지역거점대학과 특성화혁신대학을 집중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지역거점대학 육성 방안은 지역별 최우수 대학을 하나씩 선정해 국내 최우수 대학수준으로 육성한다는 정책이다.

지역거점대학에는 국공립대 뿐 아니라 사립대학도 지정될 수 있다. '특성화 혁신대학'은 전국에서 30여개 정도 교육우수대학을 선정해 지역취업 및 창업과 연계하여 교육을 실시하도록 육성하고 이들을 연합체로 구성해 학생과 교수, 학점이 교류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특성화 혁신대학과 지역거점대학의 차이점은 육성 수준이다. 포럼은 지역거점대학의 경우 서울대 수준으로 키우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안 후보는 지역고용 할당제를 통해 공공기관에서부터 지역대학 졸업자들을 일정 비율 채용하는 방안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계층 간 교육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중산층 이하의 대학생들을 선발하여 차상위 계층 이하의 학생들을 가르치도록 하는 '튜터링 시스템'을 도입한다는 계획이다.

교육현장에서는 창의성에 초점을 맞췄다. 학생 스스로 과목을 선택하는 고교 학점제를 도입하고 사교육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한 공교육 지원법을 마련하기로 했다. 외고와 국제고, 자립형사립고는 존속할 수 있지만 우선선발 방식을 없애고 대입 전형은 수능, 논술, 내신, 입학사정관 등 네 가지로 간소화할 방침이다.

한편 안 후보는 "교육은 사회구조의 종속변수라서 교육 자체를 개혁하는 것만으로는 안 된다"면서 "근본적인 사회구조 개혁이 전제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으로는 ▲공기업과 대기업의 지방이전 유도 ▲지역기업들의 지방대생 채용확대 ▲젊은이들의 창업활성화 등을 제시했다.

일제고사 대체


안 후보는 또 교육복지의 일환으로 2017년까지 전면 고교 무상교육과 모든 국·공·사립대에 반값등록금을 적용시키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비리가 있거나 부실한 사립대는 정부가 재정을 보조하되 운영을 책임지기로 했다. 또 안 후보는 일제고사 대신 국가수준 최소달성 목표기준을 설정하고 이에 도달했는지 만을 판단하는 '기초학력도달평가'를 정책으로 제시했다.

이 밖에도 안 후보는 일관된 교육정책의 실시를 위한 '교육개혁위원회'를 대통령 직속으로 두기로 했다. 위원회는 교원과 학부모, 학생과 관련 시민단체 인사 등으로 꾸려진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추석특집 대담] 정치 9단 김종인 대한민국을 묻다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박희영 기자 =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더불어민주당의 검찰개혁에 대해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고 비판했다. 김 전 비대위원장은 국민의힘에 대해서도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고 경고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개혁신당 공천관리위원장을 끝으로 정치에 직접 개입하지 않고 있다. <일요시사>는 추석 연휴를 앞두고 김 전 비대위원장을 만나 그가 제시하는 정국 진단 결과와 향후 우리 정치가 나아가야 할 길을 들었다. 다음은 김 전 비대위원장과의 일문일답. -출범 100일을 넘긴 이재명 정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100일 동안 별 탈 없이 무난하게 잘했다고 본다. 국민과 소통하려고 애를 많이 썼다. -추석을 앞두고 지급된 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에 대한 의견은? ▲민생 경제가 굉장히 어렵고, 우리나라의 총수요가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진단한 올해 성장률도 0.9%밖에 안 된다. 쿠폰을 풀면, 약간의 소비 촉진 효과는 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 경제가 당면한 문제를 해결하기엔 부족하다. -이재명 대통령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겉보기엔 훈훈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의 3500억달러 투자 펀드 조성 요구와 노동자 317명 추방 등 사태와 맞물려 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여론이 불거졌다. ▲우리 경제 부처 장관들이 미국 월가를 이해하지 못한 채 막연하게 생각한 것 같다. 그래서 “미국의 요구는 보증·대출을 거쳐 이행하면 될 것”이라고 이해한 것 같다. 근본적인 시각 차이 때문에 협상이 타결되지 못했다. 그런데 국민에겐 마치 타결된 것 같은 인상을 줬다. 한 달도 안 돼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에 국민은 의아하게 생각할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하는 미국의 MAGA 진영은 우리나라 일각의 부정선거론을 지지하면서 “한국이 공산주의에 진입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어떻게 보는가? ▲그들은 미국이 어떻게 위대한 나라가 됐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트럼프의 MAGA 프로젝트는 성공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우리와도 관계가 없다. “MAGA 진영이 우리 정치에 개입할 것”이란 믿음은 국내 보수 진영의 희망 사항일 뿐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검찰 해체를 서둘러 마무리하려고 한다. 민주당이 새로 구상하는 검찰 체계에 대한 평가는?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검찰의 문제는 지금까지 권력자가 검찰을 이용해 자신의 권력을 유지하려고 한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이 때문에 검찰도 못된 버릇이 들어 이렇게 됐다. 개혁보다 “검찰을 어떻게 활용하느냐”가 진짜 문제다. 검찰을 3개로 찢어놓는다고 해서, 검찰이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이란 확신은 못하겠다. -이 대통령이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 재헌씨를 주중대사로 임명했다. 노 대사가 어떤 역할을 할 것 같은가? ▲노 전 대통령은 한중 수교를 이끌었다. 노 대사는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으로서 한중 문화 교류와 관련된 많은 역할을 했다. 이 대통령이 이를 참작해 중국 대사로 임명하는 신선한 인사를 한 것 같다. 이 대통령도 자신에게 정치적으로 유리하다고 생각했으니 노 대사를 임명했을 것이다. -최근 민주당의 내부 구도를 놓고 ‘김어준 상왕설’이 불거지고 있다. 이 주장은 정국을 강경하게 이끄는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대응과 맞물리고 있는데… ▲김어준씨가 유튜브를 시청하는 일정 부류엔 영향력을 행사할 것이다. 그런데 대중에게 크게 영향력을 행사한다고 보진 않는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기 때문이다. ‘상왕설’은 너무 과장된 얘기라고 생각한다. -최근 특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정 대표와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충돌했다. ▲내부 의견 충돌 때문에 일어난 사건이다. 내가 보기엔 김 원내대표가 독단적으로 합의한 것 같진 않다. 합의 후 강성 지지층이 반발해서 문제가 생겼다. 그래서 합의를 파기하려다 보니 두 사람 사이에 갈등이 생겼다. 그 자체가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이 대통령과 정 대표는 과거에 갈등이 많았고, 최근 민주당에 대해선 “친명과 구 친문이 갈등하는 게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그건 다 괜히 하는 소리다. 대통령이 엄연히 있는데, 당 대표가 대통령을 상대로 자신의 의사를 관철하기가 쉽진 않다. -민주당 일각에선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에 합당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혁신당 조국 비대위원장은 목표가 정해진 사람이다. 합당이 그 목표 실현에 유리할지 많이 생각할 것이다. 아울러 조 비대위원장으로선 혁신당만으로 전국 단위 선거를 치를 수 있을지 고민할 텐데, 상황에 직면하면 합당 여부를 정하지 않겠나? 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