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들이 털어놓은 국회의원들의 '횡포'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12 11:3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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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에서 다르고 밖에서 다른 두 얼굴의 영감님

[일요시사=정치팀] 우리나라 국회의원들은 입법활동을 지원받기 위해 4급 보좌관 2인과 5급 비서관 2인, 6·7·9급 비서 각 1인, 그리고 2인의 인턴을 채용할 수 있다. 총 9명으로 구성된 이들 보좌진은 여의도 정치의 숨은 주역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늘 가슴 속에 사직서를 품고 산다고 한다. 밖에서는 늘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한 없이 좋은 사람이지만 의원실만 들어오면 180도 돌변하는 일부 의원들 때문이다. 안팎으로 '반전' 있는 영감님들의 횡포 속에 우는 비서진들의 애환을 <일요시사>가 파헤쳐봤다.

모 의원실의 A비서관은 자신들은 국회의원들을 '영감님'이라 부른다고 말했다. 영감이란 단어는 원래 지체 있는 사람을 높여 이르는 말이지만 비서관들 사이에선 속칭 '꼰대'라는 의미가 더 강하다고 부연설명 했다.

인권 사각지대

A비서관은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기 전 "부모님한테는 이런 이야기 절대 못한다. 그래도 국회에서 공무원으로 일한다고 자랑스러워하시는데, 사실 별정직 파리 목숨"이라며 "아마 내가 국회에서 의원 가방 들어주고 커피심부름에 구두 닦기까지 뒤치다꺼리만 하고 다닌다는 거 알면 부모님이 쓰러지실 것"이라고 자조 섞인 농담을 했다.

그들이 털어 놓은 이야기는 가히 충격적이었다. 일부 의원들은 툭하면 사소한 이유로 보좌진들에게 화를 내거나 차량에 탈 때마다 뒤에 앉아서 수행비서들의 운전에 대해 온갖 참견을 하며 때로는 욕설도 서슴지 않는다고 한다.

게다가 국회의원 보좌진들은 늘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한 비서관은 "국회에서 일한다고 하면 다들 좋겠다고 하시는데 사실은 3D업종"이라며 "밤샘 근무도 잦고 주말은 물론이고 휴가 때나 심지어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도 시도 때도 없이 전화가 온다. 보좌진들은 항시 의원의 1분 대기조"라고 한탄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지난 총선 때 토론회에서 모 진보정당의 보좌진을 만나서 얘기하는데 그 정당 공약이 8시간 노동시간준수랑 최저임금 대폭 상향이었다. 그래서 '거기는 처우가 어떠냐'고 물으니까 하루에 18시간씩 일한다고 하더라. 한마디로 기가 막혔다"고 말했다.

비서관들은 "그런 의원들이 정작 국회에선 비정규직 처우개선이나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내고 목소리 높이는 것을 보니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의원실의 과도한 업무 탓에 연인과 헤어진 비서관도 있었다. 이 비서관은 "의원실에 들어오면서 자연스럽게 연인과 헤어지게 됐다"며 "도저히 만날 시간이 안났다. 주말에도 의원실의 스케줄이 잡혀있는 경우가 많고 스케줄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니 마음 편하게 연인과 약속도 잡을 수 없었다"라고 말했다.

의원들이 사적인 일로 보좌진들을 동원하는 일도 횡행했다. 어떤 비서관은 의원 가족들이 여름휴가를 간 사이 애완견의 사료를 대신 챙기는 일이나 의원이 이사할 때 이삿짐을 나르고 집을 청소한 적도 있었다고 말했다. 지난 18대 국회에서는 심지어 자녀의 과외수업을 비서에게 맡기는 국회의원도 있었다고 한다.

"저녁 있는 삶은커녕 주말도 없는 삶"
공무원이라 좋겠다고? 별정직 파리목숨
 

모든 비서관들이 공감한 내용은 의원의 자녀가 임기 중 결혼을 하게 되는 경우였다. 한 비서관은 "청첩장 발송은 기본이고 식장 가서 식권체크에 축의금을 정산하고, 오만 잡일은 비서가 도맡아 한다"며 "결혼을 앞둔 자녀가 있는 의원실엔 두 번 다시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특히 대선이 다가옴에 따라 비서관들의 볼멘소리는 더욱 커져가고 있다. 한 비서관은 "각 선거캠프들이 자원봉사란 명목아래 엄청난 노동착취를 자행하고 있다"며 "제발 일주일에 하루라도 제대로 쉬는 후보일정을 법으로 강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 대선정국에 들어서니 의원들이 각종 행사에 자주 참여하고 대선캠프에 시도 때도 없이 드나들면서 힘들어진 건 정작 보좌진들이다. 의원들은 일정을 마친 후 퇴근하면 그만이지만 보좌진들은 일과시간에는 의원들을 수행하느라 해야 할 일들을 마치지 못하고 매일같이 야근을 하고 있다는 불만이다.

한 비서관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대선 슬로건이 나왔을 때 많은 비서관들이 무척 공감했다"며 "우리는 저녁이 있는 삶은커녕 주말도 없는 삶을 살고 있다"고 말했다.

의원들의 자질부족을 질타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모 의원실에서 인턴으로 근무하는 B씨는 "의원실에 들어온 후 사람이 겉으로 보이는 게 다가 아니라는 것을 느꼈다. 나름 유명한 의원이라 언론을 통해 자주 봤었는데 실제 모습은 전혀 달랐다"며 "국감 때 보좌진들이 밤새 작성한 질의서를 본인이 제대로 내용을 이해하지 못해 실수해놓고는 오히려 보좌진들에게 화를 내기도 했다"고 말했다.

B씨는 "여기에 와서 보니 실제로 정책을 개발하고 지역 민원을 해결하는 등 의원실을 꾸려가는 건 보좌진들이었다"며 "정작 의원은 밖으로만 도는데 언론에선 의원만 부각된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의원들의 횡포 때문인지 일부 비서관들은 다음 총선 때는 현재 몸담고 있는 의원의 낙선을 위해 당사 앞에서 촛불시위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라며 억울함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편 이러한 문제가 불거지는 가장 큰 이유는 국회의원 보좌진들이 모두 별정직 공무원이라는 데 있다. 한 비서관은 "의원이 아무리 부당한 지시를 하거나 비서들을 하인 취급해도 직언을 하려면 잘릴 각오를 해야 한다. 의원의 말 한마디면 해고되는 보좌진들은 더러우면 그만두는 수밖에 없다"고 한탄했다. 또 다른 비서관은 "총각들은 때려치울 용기라도 있지만 가정이 있는 사람들은 때려치우고 싶어도 당장 생계가 걱정 된다"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적반하장 의원

그러나 동정론도 있었다. 한 비서관은 "국회의원도 일종의 감정 노동자들 아니냐. 옆에서 지켜보면 지역주민들에게 이리 저리 치이고 당 내에서도 복잡한 역학관계에 의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그러니 어느 정도 이해는 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국민들이 국회의원들을 나쁘게만 볼까 걱정 된다"면서 "국회의원이 300명이다. 당연히 이런 사람도 있고 저런 사람도 있는 법이다. 의원 중에는 정말 능력 있고 보좌진들에게 잘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덧붙였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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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당은 민주당 내부에서도 받아들일 의사가 있어야 진행될 수 있다. 자신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면서 합의점에 도달하면 합당 여부를 결정할 것이다. “대통령 있는데 당대표가 어떻게 의사 관철?” “장동혁은 대권 욕심 갖고 계속 변화할 것”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이끌던 국민의당과 혁신당은 총선을 치르면서 호남에서 선전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호남 민심이 어떤 선택을 할 거라고 보나? ▲두고 봐야 안다. 호남 민심은 제19대 대선에선 안 의원이 아니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선택했다. 호남 유권자들은 상당히 전략적으로 투표한다. 그들은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 후보에게 표를 몰아준다. 그러니 선거를 치러봐야 알 수 있다. 지금은 뭐라고 얘기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취임하자, 강경 보수 유튜버들은 “군소 보수 정당에 지방자치단체장 30석을 내놓으라”고 요구하고 있다. “국민의힘과 강경 보수 유튜버들이 너무 밀착한다”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민의힘이 계속 지금과 같은 자세를 유지하면, 희망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국민의힘은 지난해 12월 비상계엄 사태와 윤석열 전 대통령 파면 이후 우리 정치 지형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냉철하게 분석해야 한다. 변화가 있어야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요즘처럼 강경 보수로 회귀하면, 희망이 있다고 보이진 않는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와의 밀착과 중도층 공략 사이에서 계속 의견이 바뀐다. ▲장 대표에게도 정치적 목표가 있을 텐데 그는 목표 달성을 위해 많은 변화를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 강경 보수의 지원을 받아 당 대표가 됐지만, 자신의 정치적 지향점을 어떻게 결정할지 잘 생각해 봐야 한다. 만약 “지나치게 강경 보수와 밀착하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 어느 정도는 그들과 선을 그을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선을 긋는 데 한계가 있을 것이다. 이를 극복하지 못하면, 그에게는 크게 정치적 기대를 하기 힘들다고 본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고 평가한다. ▲장 대표도 어차피 당 대표가 됐으니, 대권 욕심을 가질 것이다. 정치인은 언제나 시대 변화에 적응해야 한다. 장 대표 스스로 “변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생각한다면, 계속 많이 변할 것이다.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는 장 대표가 당선되면서 위상이 많이 훼손됐다. 비상계엄 사태 이후 한 전 대표의 행보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국민의힘 당원들은 상당한 분노에 차 있었기 때문에 갑자기 강경해졌다. 세월이 흘러 당원들이 당을 위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 알게 되면, 또 변할 수도 있다. 지금 상황만으로 판단하기엔 굉장히 이르다. 한 전 대표가 당시 여당 대표로서 비상계엄 선포 직후 반대 의견을 밝히면서 윤 전 대통령 탄핵소추에 찬성한 것은 굉장히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그가 앞으로 어떻게 정치적으로 발전할지는 아직 모르겠다. 그래도 국민의힘에선 가장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본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바꾸지 않고 있다. ▲장 대표로선 당연히 한 전 대표를 국민의힘에서 쫓아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쫓아낼 수 있겠는가? 어떻게 쫓아내겠나? 오늘의 장 대표는 한 전 대표 덕분에 존재하는 것이다. -이 대표는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 오세훈 서울시장 등과 지방선거에서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친다. ▲뻔한 사람들끼리 하는 거라서 큰 효과가 있을 것 같진 않다. 모두 국민의힘 사람이거나 국민의힘 출신인데 특별한 효과가 있겠는가? -진영 간 대결 구도가 성별·세대 갈등 구도로 번졌다. 정치권 원로로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그건 어쩔 수 없는 것이다. 시대·사회·경제 구조가 변하고, 새 기술이 도입되면 의견이 분분할 수밖에 없다. 국민 사이에 형성되는 ‘그룹’을 조화시킬 수 있는 정치적 능력이 필요하다. 이런 능력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으로 성공할 수 없다. “이준석·안철수·오세훈? 뻔한 사람들” “국힘, 강경 보수로? 희망 보이지 않아” -일부 정치인은 갈등을 이용해 정치적 영향력을 확대하면서 후원금을 벌고 있다. ▲큰 도움이 되진 않을 것이다. 갈등을 전체적으로 포괄한 후 최대공약수를 찾아 정치해야 한다. -과거 정치와 현재 정치의 가장 큰 변화와 차이점은? ▲못 살던 시절엔 먹고사는 게 가장 중요해서 경제가 가장 큰 영향을 미쳤다. 그런데 먹고사는 문제가 어느 정도 해결된 지금은 국민의 의식 구조가 과거와 다르다. 이 시대의 젊은 세대는 우리 국민 중 성숙도가 가장 높다. 정보를 활용할 수 있는 능력도 가장 좋다. 이들은 공정하지 못하고, 불평등하며, 민주적이지 않은 것에 크게 저항한다. 세대별로 약간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누군가는 이를 두고 “극우화됐다”고 하지만, 그렇게 생각하면 안 된다. -4050 남성이 2030 남성에게 가장 불만을 품는 부분은 “너희는 왜 국민의힘을 지지하면서 보수화되느냐”는 것이다. ▲2030 남성은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게 아니다. 최근 국민의힘은 장외 집회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을 것이다. 이들은 너무 소란을 피우는 것 자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흔히들 “장 자크 루소가 얘기하는 계몽주의가 프랑스 대혁명을 낳았다”고 한다. 그런데 그 계몽주의가 뭔가? 성숙지 못한 국민을 성숙하게 만들어서 사회를 변화시킨다는 것이다. 우리 국민의 성숙도는 매우 높아졌다. 이 때문에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도 실패했다. 국민의 의식 수준이 높아지면, 정치가 이를 따라가야 하는데, 접근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 -정계의 킹메이커로 알려졌다. 대통령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인가? ▲대통령은 정직해야 한다. 시대 변화에 민감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우리 대통령들이 모두 실패한 원인은 너무 탐욕스러웠고, 시대 변화를 제대로 못 따라갔다는 것이었다. -최근 한국 정치·사회에서 작게나마 희망을 봤거나 “아직은 희망이 있다”고 생각하거나 그 반대가 된 일이 있다면? ▲우리나라의 제일 시급한 과제는 아주 극단적인 양극화 현상이다. 이를 완화하지 않으면, 한국 정치는 국민통합을 이룰 수 없다. 우리는 초고령화 사회로 가고 있고, 출산율은 매우 낮다. 경제의 역동성이 거의 없어지고 있다. 정치인이 말로만 소통·통합을 외친들 아무 소용이 없다. -추석 연휴를 앞둔 <일요시사> 독자에게 남길 덕담 한마디가 있다면? ▲대통령을 선출하는 기준이 여론조사에 휩쓸리는 식으로 정해지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윤 전 대통령도 그렇게 대통령에 당선됐다. 오랫동안 검사였던 사람이 지도자가 된 사례가 세계적으로 별로 없다. 이들은 남의 부정적인 측면만 따지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창의적·긍정적 역할을 하기 힘든 사람들이다. 제가 그를 호의적으로 봤던 것도 큰 잘못이었다. 당시 국민의힘엔 대통령감이 없었다. 그래서 저는 윤 전 대통령의 여론조사 지지율이 높은 것을 일컬어 “별의 순간을 잡았다”고 말했다. 결국 윤 전 대통령은 제가 우려했던 행동을 했다. 저는 이승만 전 대통령 외엔 모든 대통령을 만나봤다. 직접 자문도 했고, 대통령 선거에 참여한 적도 있다. 이 경험을 토대로 <왜 대통령은 실패하는가>라는 책도 출간했다. 이들이 실패한 원인은 초심을 관철하지 못했단 것이었다. 박근혜·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에선 오래전에 보수·진보가 사라졌다. 지난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선됐던 제15대 대선도 보수·진보의 싸움이 아니었다. 모두 보수였다. 1980년대 운동권 출신들은 정치권에 진출한 후 스스로 대단한 진보를 자처했다. 그런데 이들은 진보의 뜻도 모른다. 이들은 정권을 네 번 잡을 동안 양극화 하나도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이들이 무슨 진보 정권인가? 국민이 정치 상황을 냉철하게 관찰하시고 올바른 선택을 하는 자세를 갖추셔야 한다. 대통령·국회의원도 결국 국민이 선출한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길 바란다. <ctzxp@ilyosisa.co.kr>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