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가 감춘 막판 '대역전 카드' 6장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09:5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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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로 쓰러질 거라면 '선거의 여왕'이 아니지

[일요시사=정치팀]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야심차게 준비했던 '10월 대반격'이 사실상 실패했다. 지난 한 달 간 박 후보는 정수장학회 등 과거사에 발목이 잡혔고, 갑자기 터져 나온 당내 갈등을 수습하느라 진땀을 뺐다. 어느 덧 대선은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지율은 답답할 정도로 변화가 없다. 하지만 박 후보를 향한 정치권의 기대는 여전하다. '선거의 여왕'이란 그의 별명에는 분명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막판 대역전을 노리는 그에게 남은 카드는 과연 무엇일까?

제18대 대선이 40여 일 앞으로 다가왔다. 본격적인 대선경쟁의 시작을 알리는 후보등록일은 이제 20일도 채 남지 않았다. 갈 길이 바쁘지만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대권가도는 곳곳에서 경고등이 켜졌다. 정치권에서는 야권의 단일화를 이미 기정사실화 하고 있고 겨우 봉합해 놓은 당내 갈등은 언제 다시 벌어질지 모른다.

11월 대반격 예고
박근혜의 저력

박 후보의 과거행적을 놓고 이어지는 야권의 공세는 점점 더 거세지고, 박 후보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투표시간 연장 요구는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박 후보의 현 상황은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하지만 아이러니 하게도 정치권에서는 오히려 '박근혜의 저력'에 대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후보가 이대로 무너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다.

그동안 차떼기 사건과 노무현 탄핵 열풍,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 등 아무리 절망적인 상황에서도 몇 번이나 당을 구해낸 박 후보이기 때문이다. 박 후보 캠프도 "진짜 대선경쟁은 지금부터"라며 전열을 가다듬는 분위기다. 대선까지 남은 40여 일 박 후보가 꺼내들 막판 역전카드는 무엇일까?

일단 전문가들은 박 후보가 불리해진 대선판을 단숨에 뒤집기 위해서는 역시 강력한 네거티브만한 것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지금까지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에게 가한 네거티브 공격이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점에서 회의론도 있다. 두 후보의 주머니 속까지 털고 털어 나온 것이 겨우 NLL이고 다운계약서 뿐인데 남은 기간 동안 무엇을 더 찾아낼 수 있겠냐는 비관이다.


그럼에도 일부 전문가들은 박 후보 캠프 측이 비장의 네거티브 카드를 아직 아껴두고 있을 가능성도 있다고 점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너무 이른 시간에 네거티브 카드를 내놓으면 대선일 전에 잊혀져 버리고, 너무 늦으면 대선일 전까지 대중들 사이에서 제대로 알려지지 못한다"며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한 최적의 시점을 기다리며 공개를 미루고 있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쓸 카드는 다 써 가는데…남은 카드는 무엇?
"진짜 대선경쟁은 지금부터" 모아지는 기대

실제로 문 후보의 경우 참여정부 시절의 행적과 안 후보의 경우 기업가 시절의 행적에서 문제가 될 만한 사항은 얼마든지 있다는 분석도 있다. 또 대선일이 좀 더 가까워지면 묻지마 폭로전이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같은 폭로전은 비록 대선이 끝난 후 사실이 아니라고 밝혀지더라도 대선일까지는 진위여부가 가려지지 않는다는 점이 치명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진위여부를 놓고 공방이 이어지는 상황 그 자체가 후보자의 이미지를 심각하게 훼손하기 때문이다.

물론 박 후보 본인이 직접 문제를 제기할 경우 선거과정에서의 허위사실 유포혐의로 최악의 경우 당선무효가 성립될 수도 있지만 캠프 밖 인사나 언론 관계자 등을 통해 안전하게 문제제기를 할 수 있는 방법은 다양하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박 후보가 이번 대선과정에서 네거티브를 자제하고 정책대결로 가야한다고 말하고 있지만 이미 방대해진 조직 내에서 대선승리를 위해 무슨 짓이든 마다하지 않을 인물들은 얼마든지 있다. 박 후보가 지시를 내리지 않아도 개별적으로 움직일 가능성도 있다"며 "역대 대선처럼 이번 대선 역시 막판에는 네거티브전으로 흐를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정책대결 할까?
폭로전으로 갈까?

박 후보가 다음으로 내놓을 역전카드는 바로 '정책 대결'이다. 상대 후보인 문 후보와 안 후보가 정치 입문 1년이 채 안 된 정치초보라는 점에서 정책대결은 박 후보의 준비된 대통령 이미지를 극대화 시킬 수 있는 최고의 역전카드다.


최근 문 후보와 안 후보가 무상의료와 청와대 이전 등 다소 실현가능성이 부족한 공약들로 "헛발질을 했다"는 평가를 받은 것은 두 후보가 정책적으로 박 후보에 비해 다소 약점을 지니고 있다는 대표적인 증거다. 또 야권 단일화가 이번 대선의 최대 이슈로 부상하며 박 후보가 소외되고 있다는 평가도 있지만 박 후보 진영에서는 단일화 이슈가 반드시 불리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한다.

박 후보 진영은 오히려 단일화에 몰두하며 정책대결에 집중하지 못하고 있는 야권의 두 후보를 싸잡아 비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로 보고 있다. 그동안 박 후보는 민생 및 정책 행보를 계속하며 '준비된 대통령론'을 더욱 강조한다는 계획이다.

세 번째는 정치쇄신 카드다. 박 후보는 이미 지난 2004년 17대 총선에서 일명 '차떼기 파문'과 '노무현 탄핵열풍'으로 궁지에 몰렸던 당을 '천막당사'라는 정치쇄신 이벤트를 통해 돌파했던 경험이 있다. 지난 4월 19대 총선에서도 15년만의 당명 변경이라는 파격적 쇄신카드로 위기를 극복했다. 때문에 정치권에서는 승부사인 박 후보가 이번 대선에서도 천막당사와 당명 변경을 뛰어넘는 빅이벤트를 내놓을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거론되고 있는 쇄신카드로는 캠프 인사들에 대한 파격적인 물갈이, 대국민 사과, 천막 선거캠프 등 다양하다.

이에 대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우리들이 예측할 수 있는 뻔한 카드라면 내놓아도 별 효과도 없지 않겠냐"며 "어쩌면 언론에서 예측해낸 카드는 검토했다가도 제외시킬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쇄신카드는?
예측 불가

네 번째는 거물인사의 영입이다. 이번 대선에서 박 후보 진영의 대규모 영입전은 당내 갈등을 촉발시켰다는 비판도 받고 있지만 어느정도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라는 평가다. 일례로 동교동계인 한광옥 전 김대중 대통령 비서실장의 영입을 계기로 박 후보의 호남 지지율 추이가 꾸준히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일부 여론조사에서는 마의 20%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호남은 새누리당의 불모지로 지난 17대 대선 당시 이명박 대통령은 이곳에서 8.9%(광주 8.4%, 전남 9.2%, 전북 9.0%)의 지지를 얻는데 그쳤다.

거물인사 영입은 외연 확대 뿐만 아니라 내부 결속 다지기에도 탁월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 정몽준 공동선대위원장의 경우가 그렇다. 정 위원장은 경선 룰 문제 등으로 박 후보와 첨예하게 대립했었지만 캠프에 합류한 이후로는 누구보다 박 후보에게 힘이 되어 주고 있다. 친이계와의 화합이라는 상징성도 부여해 보수표 결집에도 도움이 되고 있다는 평가다.

이렇듯 인재영입을 통해 재미를 본 박 후보 진영이 대선을 앞두고 파급력 있는 인재 모셔오기에 좀 더 공격적으로 나설 것이라는 예측이다. 영입 대상으로는 경선 이후 지속적으로 영입에 공을 들이고 있는 이재오 의원을 비롯해 진보성향의 연예인들까지 그 범위를 전방위로 대폭 넓힐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일각에서는 문 후보와 안 후보 간의 단일화가 이뤄진다면 단일화 승부에서 패한 캠프 측의 인사를 대거 영입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이 경우에는 야권 단일화의 의미를 퇴색시키고 그 효과를 선제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다섯 번째는 군소 대선주자들의 완주와 새로운 야권성향 대선주자들의 출마를 물밑에서 지원하는 방안이다. 이번 대선에선 빅3에 가려 존재감이 미약하긴 하지만 무려 10여 명에 달하는 대선주자들이 난립하고 있다. 한 여론조사 기관의 관계자는 군소 대선주자들의 영향력에 대해 "야권이 단일화하더라도 결국 박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50만∼100만표의 적은 표차로 승부가 날 수 있기 때문에 군소후보도 큰 변수"라고 설명했다.

앞에선 정책대결, 뒤로는 정치공작 "투트랙 전략?"
대선판세 뒤흔들 마지막 행보에 정치권 이목 집중

이 상황에서 웃고 있는 것은 박 후보 진영이다. 군소후보들이 대체로 중도 또는 진보 쪽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 후보 진영에서는 야권 성향의 새로운 군소후보를 발굴하고 기존의 군소후보들과 이들이 완주 할 수 있도록 잘 컨트롤 하는 것도 대선승리를 위한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마지막 여섯 번째는 끊임없는 대선 이슈의 생산이다. 단일화가 본격적으로 논의되기 시작하면 야권이 선거 이슈를 주도하는 양상이 전개될 것으로 예상된다. 정치권은 물론 유권자나 언론의 최대 관심사도 야권단일화 여부로 모아지면 박 후보로서는 핵심 이슈에서 소외될 수밖에 없다. 박 후보 진영이 NLL공방에 집착하며 여성대통령론, 개헌론 등 새로운 이슈를 끊임없이 거론하는 이유도 대선 이슈에서 밀려나지 않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이라는 평가다.


앞으로 남은 대선일정에서도 마찬가지다. 지금까지의 이슈들이 시간이 지남에 따라 자연스럽게 후순위로 밀려나게 되면 박 후보는 또 다른 대선 이슈를 발 빠르게 생산해내야만 한다. 이는 당장 대선판세를 바꿀 '필승카드'는 아니지만 대선승리를 위한 '필수카드'다.

거물인사 영입
대선이슈 선점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선거의 여왕이라 불리는 박 후보가 앞으로 어떠한 반격을 해올지는 알 수 없지만 대선판을 크게 뒤흔들 저력이 있는 것만큼은 분명하다"며 "여야 모두 대선 승리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박 후보의 행보에 정치권의 관심이 모아질 수 밖에 없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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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br>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단독] ‘아나운서 강제 마약’
적색수배 피의자 실체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필리핀에서 프리랜서 아나운서 김나정에게 강제로 마약을 투약한 한국인 사업가 권모씨에게 인터폴 적색수배가 내려졌다. 권씨는 베트남, 필리핀 등 동남아 일대에 서버를 두고 투자 사기, 마약 유통 등에 가담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지난 6년간 수사망을 피하며 도주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월24일 경기북부경찰청 마약수사계는 아나운서 김나정을 마약류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불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김씨는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관련 증거를 경찰에 제출했지만, 경찰은 해당 증거로는 강제성을 증명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해외 도주 대담한 행적 김씨는 지난해 11월12일 마닐라에서 자신의 SNS에 “제가 필리핀에서 마약 투약한 것을 자수한다”며 “죽어서 갈 것 같아서 비행기를 못 타겠다”는 내용의 글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후 그는 마닐라에서 여객기를 타고 인천공항으로 귀국해 인천국제공항경찰대의 조사를 받았다. 사건은 주소지 등을 고려해 경기북부경찰청으로 넘어왔다. 이후 김씨 측은 필리핀 현지에서 강제로 마약 흡입을 당했다고 주장했다. 김씨의 법률대리를 맡고 있던 법무법인 충정은 “김나정은 뷰티 제품 홍보 및 속옷 브랜드 출시를 위해 필리핀을 찾았다가 젊은 사업가 A씨(권씨)를 소개받았다. 젊은 사업가가 김나정의 사업을 적극 도와주겠다고 해 시간을 할애해 방문했을 뿐이다. 항간에 도는 소위 ‘스폰’의 존재는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취재를 종합하면, 김씨가 필리핀에서 만난 1995년 8월5일생의 사업가 권씨는 SNS에 ‘투자 리딩방’을 개설해 범죄수익을 벌어들인 범죄자다. 업계에서 일명 ‘재림’으로 불리는 그가 리딩방 총책으로 활동하며 발생시킨 투자 사기 피해액만 약 300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2019년 8월4일 필리핀으로 간 권씨는 이후 국내로 입국한 적이 없다. 유튜버 크라임넷 등 제보에 따르면 권씨는 드라마 의 주인공 차무식의 실존 인물인 이상태씨와 돈독한 관계를 유지하면서 보호받아왔다고 한다. 검찰은 21년간 필리핀에서 도주 행각을 이어가던 이씨를 현지 교민 정보망을 활용해 검거했다. 법원에서 실형이 선고됐으나, 광주지검 목포지청(곽영환 지청장)은 해외 도주를 이어가던 이씨를 필리핀 현지에서 검거했다고 지난해 8월23일 밝혔다. 사업가로 변신, 김나정 앞에 나타난 권씨 취재 결과 70억대 사기단 우두머리로 확인 이씨는 2014년 공범과 함께 필리핀에서 불법 도박 사무실을 운영하겠다며 투자금 1억1000여만원을 받아 가로챈 사기 혐의 등으로 기소돼 2020년 2월 징역 2년의 확정 판결을 받았다. 구속 기소된 공범은 실형을 살았지만, 해외에 있던 이씨는 공소시효 임박에 따라 궐석재판으로 징역형이 확정돼 ‘자유형 미집행자’ 신분이 됐다. 자유형 미집행자는 징역·금고 등의 실형을 선고받았지만 잠적하거나 도주한 사람을 뜻한다. 이씨는 2003년 필리핀으로 출국한 뒤 세부섬에서 유흥업소를 운영하며 21년간 귀국하지 않고, 현지에서 공갈·사기 범행을 11건(피해액 약 8000만원) 저질러 지명수배·지명 통보 조치가 내려진 인물이다. 목포지청은 검거팀을 꾸려 이씨 검거에 나섰는데, 필리핀 현지 교민 사이트에서 이씨 거주지를 특정하는 단서를 확보해 검거에 성공했다. 현지 주민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이씨에 대한 제보를 받아 검거에 필요한 핵심 정보를 획득했다. 결국 법무부, 필리핀 파견 검찰 수사관, 필리핀 이민청 수배자 검거팀과 국제공조로 클락시에서 이씨를 검거했다. 검찰은 “7000여개 섬으로 이뤄진 필리핀의 지리적 한계를 극복하고 본섬인 루손섬이 아닌 곳에서 범인을 검거한 첫 사례”라고 밝혔다. 현실판 차무식의 비호를 받고 유유자적한 삶을 살아온 범죄자가 바로 권씨인 것이다. 권씨의 이름은 다른 사건에서도 언급된다. 2022년 SNS에 ‘투자 리딩방’을 만든 뒤 대체 코인 거래 사이트로 이용자 130명을 유인해 70억원대 투자 사기 행각을 벌이다가 경찰에 붙잡힌 일당도 권씨가 총책이라고 진술했다. 그해 6월30일 부산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전기통신금융사기 등 혐의로 투자 사기 일당 16명을 검거해 총판 관리팀장 20대 A씨 등 8명을 구속하고, 나머지 8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또, 도주한 조직 총책인 권씨 등 핵심 간부 5명에 대해서는 인터폴 적색수배 조치하고, 국내에 체류 중인 나머지 조직원 1명은 지명수배해 뒤를 쫓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2021년 6월부터 올해 2월까지 SNS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서 전문 투자 상담사를 사칭해 투자자 130명을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게 한 뒤 투자금 약 70억원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강제 투약 진실은? 총책인 권씨는 필리핀에 본사를 두고, 본사 운영팀과 총판 관리팀, 회원 모집책 등 역할을 나눠 치밀하게 조직을 운영했다. 우선, 인터넷에서 불법 수집한 개인정보를 활용해 국내 휴대전화 사용자에게 무작위로 문자메시지를 전송한 뒤 SNS에 개설한 오픈 채팅방인 투자 리딩방에 초대했다. 이들 일당은 “대체 코인 투자로 300~400%의 고수익을 보장하겠다”라거나 “VIP에게만 제공하는 투자 리딩이 진행된다”며 피해자들을 유인했다. 회원 모집책 20대 C씨 등 13명은 투자 리딩방에서 대체 코인에 투자해 큰 수익을 낸 전문가인 것처럼 1인 다역 행세를 했고, 이에 속은 투자자들이 허위 가상 자산 사이트에 가입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C씨 등은 가짜 투자 전문가 자격증과 사업자 등록증을 소셜미디어 프로필에 게시하거나 피해자에게 보여주며 안심시켰다. 이들의 속임수에 넘어간 가입자 중에는 노후 자금 1억5000만원을 날린 60대 남성과 최대 2억5000만원의 투자금을 날린 50대 남성도 있었다. 또 가상 자산인 코인 시장에 처음 들어가 재테크를 해보려고 나선 대학생과 주부 피해자들도 포함됐다. 피해자는 모두 130명에 달한다. 1인당 피해 금액은 1000만원에서부터 2억5000만원에 이른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 일당은 피해자들에게 처음 한두 차례는 소액으로 투자한 수익금을 그대로 돌려줘 신뢰를 쌓은 뒤, 큰 투자금을 받는 수법으로 범행을 이어간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이들 일당이 범행에 사용한 계좌 28개를 지급 정지하고, 1억2000만원 상당의 범죄 수익에 대해 법원 결정을 받아 추징·보전 조치한 상태다. 인터폴 적색수배를 받는 권씨는 필리핀에서 가장 부유하고 발전된 보니파시오 지역 등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지 제보자에 따르면, “필리핀, 태국 등지에 권씨의 차명 부동산이 여럿 있고, 일부 한국 영사들이 지내는 집도 사실상 권씨의 소유”라고 한다. 현실판 차무식 돈이 곧 권력이자, 신분인 동남아에서 권씨가 경찰을 매수하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권씨는 수사망을 피해 사업가로 위장했고 다수의 여성과 향락을 즐겼다. 김씨도 부유한 사업가로 위장한 권씨를 의심할 수 없었을 것이다. 충정 측은 “김나정은 술자리를 가져 다소 취했던 상황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손이 묶이고 안대가 씌워졌다. 이 과정에서 그들은 김나정이 연기를 흡입하게 했다. 김나정이 이를 피하는 모습을 보이자 급기야 어떤 관 같은 것을 이용해 김나정이 강제로 연기를 흡입할 수밖에 없도록 했다”며 “김나정의 핸드폰에 손이 묶이고 안대를 가리고 있는 영상이 있다”고 주장했다. 또 “김나정에게 문제가 된 마약을 강제 흡입시키기 전, 총을 보여주고 사람을 쉽게 죽일 수 있다는 취지의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이 사실을 증명할 자료는 따로 없으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권씨는 다수의 범죄를 범해 수배 중인 자로 밝혀졌다. 이 때문에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자”라면서, “김나정은 권씨의 정체를 알게 됐고 후술하는 권씨의 협박이 허풍이 아니라는 생각에 공포를 느끼고 있는 상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김나정이 귀국 전 소셜미디어에 올린 마약 자수 관련 게시물은 ‘긴급 구조 요청’을 위한 것이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투약은 이번 단 한 번만 있었던 것이고 앞서 설명드린 바와 같이 강제로 행해진 것”이라며 “김나정이 경찰과 본인의 신변보호를 요청하는 영상통화를 했고 이 과정에서 권씨의 관계자로 보이는 자가 권씨와 통화하며 김나정을 추적하는 영상을 녹화했다. 즉 김나정은 긴급히 구조 요청을 하기 위해 마약 투약 사실을 자수한 것이지, 자의로 마약을 투약했음을 인정한 것이 아니다”고 덧붙였다. 이후 자료를 제출받은 경찰은 약 3개월 동안 분석 작업을 했다. 또 경기북부경찰청은 김씨 측이 강제성을 주장하며 언급한 권씨에 대해 경찰청 본청 국제 관련 사건 담당 부서에 수사를 요청했다. 대검찰청은 2016년 필리핀 국가수사청과 초국가적 범죄 대응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2022년부터 검찰수사관 2명을 현지에 파견해 국제공조·도피 사범 검거 업무 등을 수행하고 있다. 필리핀 본사···치밀한 조직 운영 추정 범죄 수익만 3000억원 이상 다만, 지난해 경기북부경찰청은 권씨에 대해 “수배 중인 자라 한국에 귀국할 수 없는 사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김씨가 인천국제공항 경찰단에서 2회 정도 조사를 받았고, (사건은) 주거지 관할인 경기북부경찰청으로 인계됐다”며 “사전 조사 후 1~2회 정도 소환조사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현재 국내법에서 마약을 다른 사람에게 강제로 투약하는 행위에 대해서 가중처벌하는 조항은 없다. 마약 강제 투약도 일반적인 마약 관련 행위와 마찬가지로 마약 관리법 위반으로만 처벌된다. 지난 2019년 국회에서 마약, 향정신성의약품, 임시 마약류를 다른 사람 의사에 반해 투약하거나 흡연 또는 섭취하게 한 경우 법정형의 2분의 1까지 가중 처벌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마약류관리법 개정안 발의가 이어졌지만 모두 폐기됐다. 법무부가 ‘신중 검토’ 의견을 제시한 이후 20대 국회 임기가 만료되면서다. 한편, 동남아에서 활동하는 투자 리딩방 범죄조직들은 대부분 마약 유통에도 가담한 것으로 추정된다. 일례로 ‘김미영 팀장’으로 불린 보이스피싱 총책 박모씨와 함께 필리핀 구치소에서 탈옥한 조직원들도 ‘비쿠탄 이민국 수용소’서 보이스피싱과 마약 유통을 결합한 신종 범죄조직을 꾸렸다. 이른바 ‘비쿠탄 마약왕’으로 알려진 송모씨는 2022년 수원에서 필로폰을 소지한 채 붙잡힌 김모씨의 상선이라는 정황이 드러났다. 이들은 보이스피싱, 대포폰 판매, 마약 유통 사업으로 수감 생활을 이어갔다. 박씨와 함께 탈옥한 송씨 등은 비쿠탄 교도소 내에서 대포 유심칩으로 신분을 숨겨 텔레그램 ‘마약방’을 개설했다. 평소 이들은 주식 및 코인 리딩방 등을 운영해오면서 모은 수만명의 회원들을 마약방으로 초대해 새로운 수입원을 창출했다. 이들은 수억원의 범죄수익을 비트코인으로 환전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지 제보자는 “리딩방, 보이스피싱 조직들이 쉽게 돈을 벌 수 있는 마약 사업에 손을 대기 시작했고, 권씨도 똑같은 수법으로 마약 유통에 가담하고 있다”며 “그렇기에 김나정에게 마약을 쉽게 투약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활동명 ‘재림’ 그러면서 “지난해 탈옥한 송씨도 필리핀 파사이 등에 있는 마약 공급책을 통해 한 달에 5kg 정도의 필로폰 유통을 지시했다”며 “송씨는 비쿠탄에서 만난 중국 마피아로부터 싸게 구입한 필로폰 등을 드로퍼(전달책)에게 전달해 한국으로 수출하기도 했다”고 설명했다. 송씨가 드로퍼에게 준 배달료는 한화 약 1000만원가량으로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