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속기획> 대선주자 3인 현미경 검증 (22)공약해부-②일자리 정책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9 23:5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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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 백수 서러움 달래줄 분! '거기 누구 없소'

[일요시사=정치팀] 오는 12월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여야의 대선주자들이 치열한 대권레이스를 벌이고 있다. 상대를 이겨야 웃을 수 있는 레이스에서 최후에 웃게 될 자는 누가 될 것인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여야 각 정당의 경선 이전부터 대선예비주자들을 검증해 온 <일요시사>는 새누리당의 대통령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후보와 야권후보단일화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 문재인(민주통합당)-안철수(무소속) 후보의 면면을 세세히 검증 중이다. 이번 호에서는 스물두 번째 순서로 그들의 '일자리 정책'을 살펴봤다.

일자리는 생계와 직결된 국민들의 가장 큰 관심사다. 역대 대선에서 각 후보들은 수많은 일자리 공약을 쏟아냈지만 임기 말 결과는 언제나 초라했다. 전문가들은 가장 중요하면서도 가장 지키기 어려운 공약이 바로 일자리 공약이라고 입을 모은다. 집권 전부터 치밀한 계획을 바탕으로 접근하지 않는다면 차기정부에서도 일자리 공약은 헛된 구호로 끝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유권자들은 대선주자들의 일자리 정책을 유심히 살펴보고 옥석을 가려내야만 한다.


박근혜 <창조경제론>
"성장률보다 고용률에 집중"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현재 우리나라가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이뤄내고 있음에도 많은 국민들이 일자리 문제로 고통 받고 있는 것은 '고용없는 성장' 때문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따라서 박 후보는 "고용없는 성장을 넘어 일자리 창출이 중심인 새로운 성장 방식을 제시 하겠다"고 공언한 상태다. 이에 대한 해답으로 박 후보는 '창조경제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와 일자리 창출'을 내세우고 있다.

새로운 성장 방식

박 후보는 기존의 경제 발전 방식이 추격형, 모방형, 경제성장률 지향, 양적 성장이었다면 앞으로는 상상력과 창의력, 과학기술을 기반으로 하는 경제운용으로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 후보가 새로운 일자리, 새로운 성장기반을 만들겠다며 제시한 '창조경제론' 구현을 위한 7대 전략으로는 ▲과학기술과 IT(정보기술)를 활용한 새로운 일자리 창출 ▲소프트웨어 산업의 미래성장산업 육성 ▲정보개방·공유를 통한 창조정부 구현 ▲새로운 기업이 끊임없이 탄생하는 창업국가 건설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 ▲청년들이 글로벌시장에서 일자리를 찾는 'K-Move' ▲미래창조과학부 신설 등이 있다.


박 후보는 특히 "대학에 창업기지를 건설하고, 창업연구실을 운영하며 다양한 창업교육을 통해 청년창업가를 양성하겠다"며 청년 일자리 해소에 적극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 후보는 청년 일자리 창출과 관련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어 주는 부분, 취업을 지원하는 부분 등 크게 2가지 방향으로 생각 중"이라며 "우선 일자리 창출 효과가 큰 관광, 소프트웨어, 문화 등 신성장동력을 발굴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스펙을 초월한 채용시스템 정착에 대해서는 "그 사람이 가진 열정, 잠재력 그리고 끼만으로도 취업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인재은행에 등록만 하면 데이터베이스(DB)를 구축해 자기 능력에 맞도록 지원하고 일자리와 연계하는 취업 지원 시스템을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새롭게 신설하겠다고 공약한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서는 "상상력과 창의성의 배양을 위해 우리 교육을 꿈과 끼를 키워주는 교육으로 바꾸겠다"며 "창의적 융합인재를 육성하고, 미래를 선도할 연구를 지원하며, 지식 생태계 구축 및 보호를 위한 법제도의 지원 등을 담당하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 후보의 창조경제론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바로 '스마트뉴딜'이다. 스마트는 정보 및 IT기술, 뉴딜은 내수활성화를 통한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 1930년대 루즈벨트 미국 대통령이 대공황 극복을 위해 대규모 토목사업을 벌여 일자리를 만들었던 뉴딜 정책을 산업전반과 IT의 접목으로 응용한다는 구상이다. 일자리 창출의 신성장동력으로 정보기술과 과학기술을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스마트 뉴딜

박 후보 캠프는 스마트뉴딜 정책에 대해 "기존 제조업이 사양산업이고 중국 등과 비교해봤을 때 경쟁력이 낮다고 여겨지지만, 과학기술과 융합되면 부가가치가 상승해 새로운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정보통신기술을 농어업에 적용해 고부가가치 농어업을 만들고, 제조업에 활용해 제조업의 경쟁력을 높이고, 서비스업에 적용해 새로운 시장,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구상이다. 박 후보 캠프는 이를 위해 세계 최고수준의 기술과 인프라를 가지고 있는 정보통신기술을 산업 전반에 적용하고 소프트웨어 산업을 집중 육성해 성장동력과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만·나·바 일자리 혁명>
"일자리가 성장전략이자 복지정책"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출마선언 후 '일자리'가 가장 중요한 성장전략이자 복지정책이라며 일관되게 '일자리 혁명'을 강조해왔다. 선대위 내에서는 '일자리혁명위원회 위원장' 자리를 직접 맡아 챙기고 있을 정도다.

지난 9월16일 민주당 대선후보 수락연설에서도 "대통령에 당선되면 대통령 직속으로 국가일자리위원회를 설치해 직접 챙기고, 그 안에 청년일자리특별위원회를 두고 청년실업 문제를 챙기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문 후보는 일자리 문제를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한편 문 후보의 일자리 정책은 '일자리 혁명으로 일하는 사람이 행복한 세상을 만드는 것'으로 요약된다.  

행복한 근로자

문 후보는 현재 우리나라의 노동시장에 대해 "양극화, 활력 소진, 근로 빈곤, 악순환의 4대 함정에 빠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비정규직은 '절망 일자리', 청년은 '알바 일자리', 여성은 '불안 일자리', 노인은 '허드레 일자리'만 찾을 수 있다는 설명이다. 덧붙여 문 후보는 "한국사회는 '고용없는 성장'과 '고용양극화'로 '1:9 격차사회'로 진입했다"며 특히 이명박 정부 5년 동안 좋은 일자리는 줄고, 비정규직과 나쁜 일자리만 증가했다고 비판했다.

일자리 혁명을 이룩하기 위한 구체적인 목표로는 고용율을 선진국 수준인 70%로 달성해 중산층 비율을 80% 수준으로 복원시키는 것을 꼽았다. 이 과정에서 30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취임 후 신설될 국가일자리위원회를 통해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들고, 좋은 일자리를 나누어 지키고,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꾸겠다는 주장이다.

문 후보는 자신의 일자리 정책에 '만·나·바'라는 이름까지 붙였다. 만·나·바는 '일자리를 (만)들고, (나)누고, 좋은 일자리로 (바)꾼다'는 의미다. 만·나·바 일자리 혁명의 이행절차는 크게 4가지로 ▲포용·창조·협력·생태의 4대 성장 전략으로 좋은 일자리 만들기 ▲좋은 일자리 나누기 ▲절망의 일자리를 희망의 일자리로 바꾸기 ▲든든한 일자리 지키기가 바로 그것이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우선 중소기업 육성과 사회공공서비스 인프라 구축, 마을기업, 협동조합, 사회적 기업 지원을 대폭 확대하고 이와 함께 최첨단 기술에 기반한 산업과 지식기반 서비스 산업 육성, 중소·중견기업의 기술연구 역량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또 절망의 일자리를 희망의 일자리로 바꾸기 위한 방안으로는 '전 국민 고용평등법'을 제정해 전 산업 비정규직 비중 절반 이하로 감축, 근로기준법의 적용 확대와 적용 제외 축소, 최저임금을 전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 이상으로 결정하기 등을 꼽았다. 좋은 일자리를 나누고 지키기 위해서는 실노동시간 단축과 교대제 개편, 청년고용의무할당제를 시행하고 법정 정년을 60세로 보장한다는 계획이다.

고용의 평등

이외에도 문 후보는 고용영향평가제도의 채택, 고용증진과 기업지원의 연계, 교육의료복지 사회서비스 일자리 창출, 공기업과 공무원의 지역우대 채용, 각종 정부 지원의 지방채용 연동제 확대 등을 일자리 공약으로 내걸고 있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혁명을 달성하기 위한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서는 "일반회계와 기금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안철수 <국민들의 일할 권리 보장>
"가장 다채로운 공약, 엇갈리는 평가"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의 일자리 정책 목표는 '일하고 싶은 사람은 누구나 일할 수 있는 경제를 실현하는 것'이다. 즉 국민의 일할 권리를 보장하겠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의사, 벤처기업 CEO, 교수 등 다양한 경력을 갖고 있는 안 후보는 출마선언 후 다른 후보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다채로운 일자리 정책들을 쏟아냈다.


문재인 닮은 꼴

그가 최근까지 발표한 일자리 정책은 ▲청년고용특별조치 추진 ▲대통령 직속 일자리 국민합의 기구 설치 ▲고용평등기본법 제정(비정규직 남용방지) ▲대기업 고용관련 공시제도 실시 ▲노동시간 단축 일자리 나누기 ▲취약근로자 직업훈련 확대 ▲정년 60세 연장과 점진적 연령제한 폐지 추진 ▲사회통합 일자리 기금 조성 ▲직장 생활 균형을 위한 여성친화적 일자리 창출 ▲고령자 일자리 제공 등이다. 좀 더 세부적인 사항으로는 공공 부문부터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추진, 새로운 블루오션 개척을 통한 일자리 창출, 문화예술을 새로운 성장 동력원으로 육성, 벤처 생태계 정비를 통한 청년창업 활성화 등을 약속했다.

안 후보는 우리나라 일자리 부문의 문제점을 "고용없는 성장의 고착화와 비정규직 등 나쁜 일자리의 증가"라고 지적하고 "우선 공공부문의 2년 이상 계속되는 직무에 대해 정규직을 사용하겠다"며 "민간부문은 고용공시제를 통해 정규직화를 유도하게 하겠다"고 밝혔다. 또 "고성장 중소기업과 중견기업에게 고용보조금으로 추가 고용 1인당 연간 1000만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공약도 발표했다.

한편 안 후보의 일자리 공약은 여러 부분에서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의 공약과 유사하다. 안 후보도 문 후보와 마찬가지로 일자리 정책의 주요 과제로 일자리 나누기를 꼽고 있다. 현재 OECD 최장인 노동시간을 단축한다는 점에서는 유사하지만 실행방안은 노사정 간 대타협이다. 기업은 노동시간을 줄여 신규인력을 고용하고 노조와 근로자는 노동시간 단축으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대신 임금인상은 자제한다는 것이다. 정부는 사회보험료 및 세금감면으로 이를 지원한다.

임금피크제와 연계한 정년 60세 연장도 문 후보와 비슷하지만 안 후보는 한발 더 나아가 고용에 있어서는 아예 연령 제한을 폐지한다는 방침이다. 이와 함께 보육·교육·간호·복지·환경보호 등 대인서비스에 고령자를 대거 배치해 일할 능력만 있다면 나이 제한 없이 일할 기회를 주겠다는 게 안 후보의 구상이다.

이외에도 안 후보는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는 '5년 한시 청년고용특별조치'를 법제화해 대기업과 공기업에 청년 의무 고용 비율을 할당키로 했다. 비정규직-정규직 근로자 간 차별을 금지하기 위한 '고용평등기본법'도 주요 공약으로 소개됐다.


동일가치노동-동일임금 원칙을 위반한 기업주에게는 징벌적 배상금을 물리고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정규직화를 한층 강도 높게 요구키로 했다는 점에서는 균형을 잃은 근로자 중심의 정책이란 평가가 나오기도 한다. 때문에 일부 전문가들은 안 후보의 정책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실제 노동구조를 살펴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근로자 중심

그러나 민주노총 등은 안 후보의 일자리 정책에 대해 "현실에 대한 비판적 통찰에 기초한 전향적 정책공약"이라며 긍정 평가했다. 안 후보는 이러한 일자리 정책을 실현시키기 위한 재원 조달방안에 대해서는 "불요불급한 예산 절감과 우선순위 조정으로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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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