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가 꿈꾸는 야권단일화 시나리오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6 09:3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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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을 수 없다면 밟아라? "이렇게!"

[일요시사=정치팀] 단일화 여부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던 야권 대선후보들이 조만간 본격적인 단일화 협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동안 단일화의 열쇠를 쥔 것으로 평가받아온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게 아니다”며 사실상 단일화에 응하겠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내에서는 이에 따른 대책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단일화를 막을 수 없다면 새누리가 꿈꾸는 야권의 단일화 시나리오는 과연 무엇일까?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지난달 29일 서울 종로구 공평동 캠프에서 열린 전체조회에서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라며 "하지만 11월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했으므로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한다"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빗장 푼 안철수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종합정책공약 발표 후에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와 단일화 논의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되며 정치권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안 후보가 그동안 "단일화는 국민들이 만들어주는 것"이라며 다소 난해한 기본 입장만 반복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진전된 모습이다.

이에 화답하듯 문 후보 측은 단일화의 가장 큰 걸림돌인 단일화 방식에 대해 "하나의 길만을 놓고 자기주장을 펼치면 서로 어긋나기 쉽기 때문에 여러 가지 경우의 수, 경로 등을 놓고 열린 마음으로 토론할 수 있으면 좋겠다"며 당내에서 가장 반발이 심한 여론조사방식의 단일화도 수용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이렇듯 문 후보와 안 후보 측이 큰 틀에서 단일화에 대한 합의를 이뤄냄에 따라 새누리당 내에서도 이제는 야권 단일화를 기정사실화 하고 대책 마련에 서두르는 것이 좀 더 현실적이라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야권 단일화 가능성을 애써 부정하며 언제까지 손을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새누리당은 야권 단일화의 실패가능성을 여전히 열어두고 있다. 야권이 단일화 협의에 나서는 것이 기정사실화 된 것이지 협의가 반드시 단일화로 이뤄진다는 보장은 없다는 시각이다. 아직까진 야권단일화가 실패하는 시나리오야 말로 최상이라는 것이다.

새누리당은 우선 야권단일화 과정에서 안 후보 측이 민주당의 쇄신노력이 부족하다거나 다자대결에서 자신의 승산을 높이 평가하고 완주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보고 있다. 또 민주당이 열린 마음으로 여론조사 등을 포함한 단일화 방식을 논의하겠다고 밝혔지만 당내 반대기류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결국 단일화 룰의 접점을 찾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도 있다.

실제로 민주당내 다수의 인사들은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대해 의문을 품고 있으며, 협상과정에서 질문 내용이나 조사 대상, 방법 등을 놓고 치열한 기싸움이 불가피한만큼 단일화 과정에서 이에 실망한 지지층이 대거 이탈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중 새누리당이 가장 선호하는 시나리오는 양측이 단일화 룰에 합의해 승부를 가른 후 패배한 후보가 이에 불복하고 독자 출마하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011년 서울시장 재보선을 앞두고 야권단일화 논의 중 반드시 민주당 후보가 서울시장후보로 당선돼야 한다며 전국적인 '동원령'을 내려 논란을 일으킨 전력이 있다. 이번 단일화 과정에서도 이와 비슷한 일이 재발한다면 안 후보가 결과에 불복할 가능성은 충분하다. 게다가 민주당도 최근 일명 '선거보조금 먹튀방지법' 통과에 합의하며 배수진을 친 만큼 결과에 쉽게 승복 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편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한다 하더라도 그 과정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새누리당은 야권이 단일화에 성공하더라도 대선 막판까지 단일화 논의를 끌고 간다면 오히려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단일화 논의 급물살 "어떤 방식이 되든 상관없어"
새누리도 야권단일화 기정사실화, 대책마련 분주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야권이 단일화 이슈를 너무 오랫동안 끌고 오면서 이미 많은 국민들이 피로감을 느끼고 있는데다 정책과 민생은 외면한 채 단일화 논의에만 몰두한다면 반드시 국민들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단일화가 어느 한쪽이 자진사퇴하는 식으로 허무하게 끝나버리는 상황도 새누리당의 호재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은 승부에서 패한 쪽이 대선에는 출마하지 않더라도 외곽에서 단일화 과정에 대한 불만을 터뜨리거나 적극적인 지지표명에 나서지 않는 경우도 기대하고 있다.


그렇다면 야권 단일화 이후 새누리당이 짜놓은 각 후보별 대응전략은 무엇일까? 만약 문 후보가 단일화의 승자로 결정된다면 새누리당은 '참여정부 실패론'을 바탕으로 문 후보를 집중공략 할 것으로 보인다. 참여정부 실패론은 지금까지의 대선과정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제기됐지만 문 후보는 여전히 이를 제대로 극복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문 후보 캠프 내에서는 참여정부 실패론이 일종의 금기어로 통할 정도다. 참여정부의 과오를 논하는 것 자체가 노 전 대통령의 명예를 훼손시키는 일이라는 인식 때문이다.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가 과거사 인식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지만 문 후보 역시 참여정부 시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있는 것은 마찬가지라는 지적이다. 이외에도 새누리당은 문 후보에 대해 친노세력의 패권화, 정치경험 부족, 민주당의 정치쇄신 미흡 등을 집중공략 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안 후보가 단일화 승부에서 승리한다면 무엇보다도 '무소속 후보'라는 점이 새누리당의 집중공략 대상이다. 캠프 내 단 한 명의 국회의원을 가진 안 후보가 과연 정권을 잡는다 해도 추진력을 갖고 일처리를 할 수 있겠냐는 논리다. 그렇다고 안 후보가 민주당에 입당한다면 민주당에 반감을 가진 중도층이 지지를 철회할 가능성도 있고, 구태정치라는 비판에 직면할 수 있다.

특히 안 후보에게 있어 대통령 출마 이전까지 정치경험이 전혀 없다는 점은 치명적이다. 청와대 이전, 국회의원 정족수 축소 등의 실현가능성이 낮은 공약은 안 후보의 정치경험 부족을 단적으로 나타낼 수 있는 사례로 새누리당은 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는 계획이다.

단일화 피로감

마지막으로 박 후보가 원하는 대선 상대는 누구일까? 최근까지 실시된 여론조사 지지율만 놓고 따진다면 박 후보는 자신의 상대로 문 후보를 더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안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오차 범위 밖까지 밀리는 경우도 있지만 문 후보와의 양자대결에서는 오히려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선거는 후보 개인 대 개인의 대결이기도 하지만 정당조직 간 치열한 물밑 대결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거대 야당의 대선 후보인 문 후보 역시 박 후보에게 마냥 달가운 상대만은 아니라는 평가다.

한 전문가는 야권단일화에 대해 "이제는 단일화 자체보다 그 방법에 대해 깊은 고민이 필요한 순간"이라며 "국민들이 원하는 방식을 통한 단일화가 아니라면 정권교체와는 거리가 더 멀어지는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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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