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주자들 이미지에 울고 웃는 사연

  • 김명일 mi737@ilyosisa.co.kr
  • 등록 2012.11.08 09:4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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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든 '이미지' 하나가 열 '정책'보다 낫다고?

[일요시사=정치팀] 대권을 잡고자 하는 대선주자라면 국민들의 마음을 사로잡아야만 한다. 대개는 정책으로 경쟁을 펼치지만 좋은 정책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대선주자들의 '이미지'다. 후보자의 정책과 능력을 세심하게 살펴보고 투표하는 유권자들도 많지만 단순히 '훌륭한 대통령이 될 것 같다'는 후보자의 이미지에 더 높은 점수를 주는 유권자들도 많다. 대선이 다가올수록 대선주자들의 이미지 메이킹 경쟁이 점점 더 치열해지고 있는 이유다.  

지난 1960년 미국 대통령선거에서는 세계 최초로 TV토론회가 열렸다. 당시 대선후보였던 존F. 케네디는 42세였고 닉슨은 46세였다. 케네디는 검은 옷, 스타일리쉬한 머리 모양, 캘리포니아에서 태닝한 섹시한 얼굴색 등으로 젊고 박력 있는 이미지를 뽐냈다. 하지만 나이까지 많았던 닉슨은 회색 양복에 특색 없는 음성으로 인기를 끌지 못했다. 이러한 이미지의 영향은 컸다. 전날까지만 해도 여론조사에서 케네디에게 앞서가던 닉슨은 TV 토론회가 끝난 뒤 역전 당했다. 결국 선거에서도 승자는 케네디였다. 이후 선거에서 이미지 메이킹의 중요성은 날이 갈수록 강조되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도 예외는 아니다.

이미지의 중요성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가 지난 9월19일 대선출마를 공식 선언하며 출사표를 던진 후 다음 날 가장 먼저 한 일은 헤어스타일을 바꾸는 것이었다. 안 후보는 그동안 왼쪽으로 자연스럽게 흘러내리는 헤어스타일을 고수해왔다. 안 후보의 이 헤어스타일을 두고 정치권에서는 다른 기성 정치인들과 차별화 되며, 20~30대 젊은 유권자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는데 주효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대선후보로서는 너무 유약한 이미지라는 지적이 잇따랐다. 결국 안 후보는 이마를 좀 더 시원하게 드러내고, 흘러내리는 머리는 무스나 젤을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키며 이미지 변신에 나선 것이다.

안 후보는 대선 빅3 중 이미지 덕을 가장 많이 본 사람이기도 하다. 안 후보는 대선출마를 공식으로 선언하기 전 아무런 정책이나 비전 등을 제시하지 않았음에도 무려 1년여 동안이나 야권 대선주자 중 지지율 1위를 차지했다.

정치권에서는 그의 깨끗하고 신선한 이미지가 이 같은 결과를 만들어 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안 후보는 이 과정에서 "출마를 미루며 이미지 정치만 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 속사정이야 알 수 없지만 안 후보의 '좋은 사람' 이미지는 결과적으로 바닥을 드러냈다는 평가다. 따라서 안 후보는 앞으로 본격적인 대선 행보를 통해 국정운영 능력을 갖춘 '정치인 안철수'의 이미지를 만드는데 주력한다는 계획이다.


반면 박근혜 새누리당 대선후보의 경우, '좋은 사람' 이미지 만들기에 특히 몰두하고 있다. 2030유권자들의 표심을 얻지 못하는 것이 그의 권위적이고 고리타분한 이미지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박 후보는 청년층과의 만남을 확대하며 청바지에 후드티를 입기도 하고 말춤을 추기도 했다. 청년본부 발대식에서는 날개달린 빨간 운동화를 신은 뒤 두 팔을 머리 위로 올리며 하트를 그리기도 했다. 또 박 후보의 이미지를 훼손하는 방송이나 언론 등엔 당 차원에서 적극적인 항의를 표시하며 시정을 요구하고 있다.

치열해진 이미지 경쟁, 잘못 나온 사진 한 장도 내려달라
"과도한 이미지 정치는 정책 없는 선거로 이어져" 우려

일례로 새누리당은 정치풍자 프로그램인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를 편파적인 프로그램으로 지목하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제재를 요청했다. 여의도 텔레토비 리턴즈는 tvN <SNL코리아>의 성인코미디 프로그램으로, 통합진보당을 '구라돌이'로 청와대 '앰비', 민주통합당 '문제니', 새누리당 '또', 무소속 '안쳤어'로 정치인에 대한 풍자를 이어왔다.

특히 문제가 된 것은 민주통합당 '문제니'가 새누리당 '또'에게 "자기네 아버지가 지원해주던 정수장학생과 사귀었다"고 하자 또가 "이 XX야 난 그 XX랑 아무 사이도 아니라고"라며 "(전화) 내가 안했어 XXX야"라고 하는 등 욕설을 하는 장면이다. 홍지만 새누리당 의원은 이 프로그램에 대해 "박 후보로 출연한 출연자가 가장 욕을 많이 하고 안 후보는 순하게 나오며 욕도 안한다"면서 "이미지가 남아 시청자들에게 그릇된 인식을 심어준다"고 주장했다.

새누리당은 또 잘못 나온 사진 하나라도 철저한 필터링을 통해 반드시 걸러내는 치밀함을 보여주기도 했다. 최근 인터넷상에서는 한 행사장에서 박 후보가 안 후보의 부인 김미경 교수를 무서운 표정으로 바라보는 장면이 우연히 찍혀 화제가 됐다. 이 사진이 네티즌들 사이에서 "먹이를 노리는 독사의 눈빛"이라며 조롱의 대상이 되자 불과 몇 시간 만에 삭제되는 일도 있었다.

하지만 박 후보 진영의 과도한 이미지 메이킹 전략은 역풍을 맞기도 했다. 지난 달 31일 새누리당이 개최한 체육인복지법 제정을 위한 토론회에 손연재 선수를 억지로 불러 이미지 메이킹용으로 이용했다는 논란이었다. 손연재 선수는 새누리당에서 대한체조협회에 요청해 긴급 섭외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이에 대해 "훈련에 바쁜 선수를 정치행사에 억지로 불러 사진촬영에 이용한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한편 두 후보와 비교해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는 이미지 메이킹이 너무 부족한 것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다. 문 후보는 훤칠한 키와 적당한 체격 조건, 시원한 이목구비로 좋은 외형적 조건을 가지고 있지만 아직도 "노무현 빼면 남는 게 없다"는 이야기가 들려온다는 것이다.


문 후보는 인품이나 도덕성에서는 어떤 후보에게도 뒤지지 않는다는 평가를 받지만 그의 '착한 남자' 이미지는 안 후보와 마찬가지로 한계에 봉착했다. 대선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착한 사람이 누구인가를 가려내는 마당이 아니라 우리나라를 가장 잘 이끌어 갈 지도자를 뽑는 행사이기 때문이다. 정치전문가들은 문 후보에게 가장 필요한 이미지는 결단력과 카리스마라고 말한다.

대선 영향력은?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빅3 대선후보들이 정책 제시는 뒷전이고 이미지 연출에만 열을 올리면서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한 전문가는 "미디어시대라서 이기도 하지만 빨리 성과를 보려는 조바심 때문에 이미지 정치가 심화된 측면이 있다"며 "과도한 이미지 정치가 정책과 내용 없는 선거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치열한 경쟁 속에 대선주자들이 만들어 낸 이미지가 다가오는 12월 대선 판도에 어떤 영향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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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탈세보다 무서운 산재와의 전쟁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산재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사망하는 사건을 줄이겠다는 취지다. 이 대통령이 칼을 휘두르자 기업은 납작 엎드렸다. 이 대통령의 행보를 보는 시각은 엇갈린다. 산재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단호한 조치가 필요하다며 환영하는 의견과 구조적 문제를 뒤로하고 기업 ‘잡도리’만 하고 있다는 의견 등이다. 건설업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미국발 관세나 국내 경기 문제가 아니다. 산업재해(이하 산재)가 건설 현장을 뒤흔드는 중이다. 대통령은 여러 현안 중 산재로 인한 사망사고 근절을 국정 과제 첫머리에 올린 듯한 모습이다. 대통령 한마디 이재명 대통령이 반복되는 산재 사망사고의 고리를 끊겠다고 나섰다. 산재 사망사고가 발생한 기업을 법과 제도를 통해 처벌하겠다고 선언했다. 발언 수위도 나날이 세지고 있다. 본보기가 된 기업은 대통령이 일으킨 칼바람을 온몸으로 맞는 모양새다. 지난 5월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1분기 ‘산업재해 현황 부가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월 재해 조사 대상 사고 사망자는 총 137명(잠정)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138명)보다 1명(0.7%) 줄었다. 사망사고 건수도 같은 기간 136건에서 129건으로 7건(5.1%) 감소했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29명으로 지난해보다 2명, 기타 업종(건설업과 제조업 이외 업종)이 38명으로 6명 감소했지만 건설업은 71명으로 오히려 7명 늘었다. 노동부는 부산 기장군 건설 현장 화재와 서울-세종고속도로 교량 붕괴 등 대형 사고의 영향으로 건설업 사망자 수가 증가했다고 분석했다. 지난 2월14일 부산 기장군 반얀트리 리조트 신축 공사장에서 불이 나 6명이 숨졌다. 또 같은 달 25일, 경기도 안성시 서울-세종고속도로 건설 현장 교량 상판 구조물이 붕괴해 4명이 목숨을 잃는 사고가 일어났다. 규모별로는 상시 근로자 50인(건설 업종은 공사 금액 50억원) 미만 사업장에서 올해 1분기 사망자는 83명으로 지난해보다 5명(6.4%), 사망사고 건수는 83건으로 7건(9.2%) 늘었다. 반면 50인 이상 대형 사업장과 대규모 공사 현장에선 사망자 54명, 사고 건수 46건으로 각각 6명, 14건 줄었다. 사망사고 유형별로는 ‘추락’ 62명, ‘끼임’ 11명, ‘물체에 맞음’ 16명으로 지난해와 비교해 각각 1명, 7명, 5명 감소했다. 화재와 폭발로는 10명, ‘붕괴’ 사고로는 11명이 목숨을 잃었다. 지자체별로는 경기(31명), 서울(17명), 경북(15명), 부산·전남(12명), 경남(11명), 충남(9명), 강원·울산(6명) 순으로 많았다. 산재로 인한 사망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날 수 있는 최악의 사고다. 정부는 산재 사망사고를 줄이기 위한 각종 대책을 내놨다. 2022년 1월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이하 중처법)도 그중 하나다. 중처법은 근로자의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기업의 경영 책임자 등이 안전 보건 관리 체계 구축 등 의무를 위반한 것으로 확인되면 처벌하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취임 이후부터 직접 챙겨 국정 운영 계획에도 포함 문제는 실효성이다. 중처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건설 현장에서 근로자가 죽는 일이 계속 일어나고 처벌은 ‘솜방망이’ 수준에 그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결국 이 대통령이 칼을 빼 들었다. 이 대통령은 지난 12일 “비용을 아끼기 위해 누군가의 목숨을 빼앗는 것은 일종의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또는 사회적 타살”이라고 비판했다. 필요하면 법을 개정해서라도 ‘산재 공화국’이라는 오명을 벗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국무회의에서 “일상적으로 산업 현장을 점검해서 필요한 안전조치를 하지 않고 작업하면 엄정하게 제지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제도가 있는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조치를 해달라”고 주문했다. 사고 위험이 큰 업무를 하청과 외주를 통해 해결하는 ‘위험의 외주화’ 현상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이 대통령의 산재 사망사고 근절 ‘드라이브’는 점진적으로 거세지고 있다. 초기에는 주무 부처에 대책을 요구했다면 최근에는 직접 목소리를 내고 움직이는 식이다.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산재를 줄이라고 지시했는데도 불구하고 사망사고가 이어지자 특유의 행동력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이 대통령이 고용노동부에 산재 관련 종합 대책을 주문한 뒤에도 ▲인천 맨홀 작업 노동자 질식사 ▲포스코이앤씨 노동자 끼임사 ▲경기 의정부 아파트 신축 현장 노동자 추락사 등의 사고가 일어났다. 불과 한 달 새 일어난 일이다. 지난달 6일 인천 계양구 병방동의 한 도로 맨홀 안에서 지하 시설물 조사 작업 중이던 노동자 1명이 의식을 잃고 1명은 실종됐다. 이들은 결국 사망했다. 조사 결과 이 사고는 용역 계약 위반에 따라 허가 절차 없이 진행하다가 발생한 인재로 드러났다. 법으로도 안 됐는데… 숨진 근로자는 산소 마스크 등 안전 장비를 제대로 착용하지 않은 채 작업하다 유독가스에 중독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이 대통령은 “현장 안전 관리에 미흡한 점이 있었는데 철저히 밝히고 법령 위반 여부가 있었는지를 조사해 책임자를 엄중히 조치하라”며 “후진국형 산업재해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현장 안전관리를 정비하고 사전 지도·감독을 강화하는 등 관련 부처도 특단의 조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지난달 28일 포스코이앤씨가 시공하는 경남 함양-울산고속도로 의령나들목 공사 현장에서 사면 보강 작업을 하던 60대 근로자가 천공기(지반을 뚫는 건설기계)에 끼어 숨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포스코이앤씨 시공 현장에서만 올해 들어 4번째 일어난 사망사고다. 지난 1월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 현장 추락사고, 경기도 광명 신안산선 건설 현장 붕괴사고, 대구 주상복합 신축 현장 추락사고 등도 줄을 이었다. 이 대통령은 “똑같은 방식으로 사망사고가 나는 것은 결국 죽음을 용인하는 것이고 아주 심하게 얘기하면 법률적 용어로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이라고 질타했다. 그러면서 “(산재 사망사고가 나면) 여러 차례 공시하도록 해서 투자를 안 하고 주가가 폭락하게 (해야 한다)”고도 말했다. 여름휴가를 마치고 복귀 첫 일성도 산재 관련 발언이었다. 이 대통령은 “앞으로 모든 산업재해 사망사고는 최대한 빠른 속도로 대통령에게 직보하라”고 지시했다. 산재 사망사고를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번 천명한 것이다. 사과문 내고 또 반복되다 지난 9일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을 통해 전해진 이 대통령의 발언은 전날인 8일 경기 의정부 신축 아파트 공사 현장에서 안전망 철거 작업을 하던 50대 근로자가 6층 높이에서 떨어져 숨진 사고가 영향을 미쳤다. 이 대통령이 선포한 ‘산재와의 전쟁’에 기업은 바짝 얼어붙은 상황이다. 지난달 25일 경기 시흥 SPC 삼립 공장을 방문해 ‘중대산업재해 발생 사업장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해당 공장은 지난 5월 50대 여성 노동자가 작동 중인 컨베이어벨트에 끼어 사망했고 2022년과 2023년에도 여성 노동자가 각각 소스 교반기와 반죽 기계에 끼어 숨지는 등 중대 산재가 빈번하게 일어났던 곳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간담회에서 SPC 근로자의 노동 시간 등을 자세히 물었다. 그러면서 “(산재가) 심야에 대체적으로 발생하고 12시간씩 4일간 일하다 보면 사실 심야 시간에 힘들다. 주의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심야 장시간 노동 때문에 생긴 일로 보여진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의 지적에 SPC 회장을 비롯해 그룹 관계자들이 쩔쩔맨 것으로 전해졌다. SPC그룹은 이 대통령이 다녀간 지 이틀 만인 지난달 27일, 8시간 초과 야근을 폐지하겠다는 대책을 내놨다. 제품 특성상 필수적인 품목 외에는 야간 생산을 최대한 없애 공장 가동 시간을 축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주간 근무 시간도 점진적으로 줄여 장시간 근무로 인한 피로 누적, 집중력 저하, 사고 위험 등을 사전에 차단하겠다고 밝혔다. 포스코이앤씨는 지난달 29일 담화문을 내고 고개를 숙였다. 정희민 전 대표이사는 “어제(28일) 사고 직후 모든 현장에서 즉시 모든 작업을 중단했고 전사적 긴급 안전 점검을 실시해 안전히 확실하게 확인되기 전까지 무기한 작업을 중지하도록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협력업체를 포함한 모든 근로자의 안전이 최우선 가치가 되도록 필요한 자원과 역량을 총동원해 근본적인 쇄신 계기로 삼겠다”며 “또다시 이런 비극이 발생하는 일이 없도록 사즉생의 각오와 회사의 명운을 걸고 안전 체계의 전환을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 전 대표의 사과는 엿새 만에 또다시 일어난 사고로 빛이 바랬다. 지난 4일 오후 경기 광명시 옥길동 광명-서울고속도로 민간투자사업 제1공구 현장에서 미얀마 국적 30대 근로자가 감전돼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 근로자는 병원으로 이송된 지 8일 만인 지난 12일 의식을 회복했다. 높아진 발언 수위·제재 조치 “왜 기업만 잡도리?” 의견도 정 전 대표는 사의를 표명하고 물러났다. 연이어 산재사고가 일어난 포스코이앤씨는 ‘본보기’가 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일단 이 대통령은 포스코이앤씨에 대한 건설 면허 취소, 공공 입찰 금지 등 법률상 가능한 방안을 모두 찾아서 보고하라는 지시를 내린 바 있다. 국내 건설 면허 취소는 현행 건설산업기본법상 최고 수위의 징계다. 1994년 성수대교 붕괴 책임이 있던 동아건설산업에 내려진 사례가 유일하다. 건설 면허가 취소되면 신규 사업을 할 수 없고, 다시 면허를 취득한다고 해도 수주 이력이 없기 때문에 관급공사를 따내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경찰은 사고 관련 수사 전담팀을 만들고 고용노동부 안양지청과 함께 포스코이앤씨와 하청업체에 대한 압수수색에 돌입했다. DL건설도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진 전원이 공사 현장에서 발생한 사망사고에 책임을 지고 일괄 사표를 제출하는 등 납작 엎드렸다. 특히 이 대통령이 휴가에서 돌아와 산재 관련 발언을 한 직후 터진 사고여서 충격파가 더 컸다. DL건설에서 사표를 제출한 임직원은 80여명, 공사를 중단한 현장은 44곳에 이른다. 이재명정부는 산재사고로 인한 사망자 비율을 2030년까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인 1만명당 0.29명까지 끌어내리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산재로 인한 사망자 비율은 1만명당 0.39명으로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실정이다. 이 같은 내용은 ‘이재명정부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에 포함됐다. 이 대통령이 지난달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전 세계에서 또는 OECD 국가 중 산업재해율, 사망재해율이 가장 높다는 불명예를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끊어내겠다”고 의지를 드러낸 부분을 국정과제로 담은 것이다. 구조 문제 나 몰라라 일각에서는 이 대통령이 지나치게 건설업계만 잡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관련 법과 제도가 시행되고 있는데도 사망사고가 끊이지 않는다면 구조적인 문제도 살펴봐야 한다는 것이다. 수주 경쟁이 과열되면서 저가 입찰이 늘고 안전관리에 소홀해지는 점이 산재로 이어지는 식의 고리를 끊어야 진정한 의미의 ‘근절’이 이뤄질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