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조유담 기자 = 인천대교에서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투신해 생을 마감하며 충격을 안긴 가운데,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사각지대가 도마 위에 올랐다. 수십명이 목숨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에 매몰되어 있다는 지적이다. 한강 교량의 성공 사례가 있음에도 안전 난간 설치와 인공지능 관제 시스템 도입 등 실질적인 대책의 윤곽은 드러나지 않고 있어, 책임 있는 대응이 부재한 채 방치된 결과라는 비판이 커지고 있다.
지난 9일 오후 12시37분경 인천 중구 인천대교 주탑 인근에서 한 남성이 바다로 추락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긴급 출동한 해경 구조대가 그를 인근 병원으로 이송했으나 끝내 숨을 거뒀다. 신원을 확인한 결과 인천대교에서 투신한 남성은 김진 전 <중앙일보> 논설위원으로 드러났다.
5년간 60건
불과 이틀 전에도 자신의 유튜브 채널 ‘김진TV‘의 라이브 방송을 통해 6월3일 지방선거와 현안에 대해 평론했던 그였다. 갑작스러운 죽음에 해당 채널에는 추모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다. 김 전 위원의 죽음은 인천대교의 고질적인 안전 문제를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렸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이라는 상징성과 함께 도시의 자부심으로 자리 잡았지만 반복된 투신 사고로 ‘죽음의 다리’가 됐기 때문이다.
국토교통부와 해경 자료에 따르면, 인천대교 개통 이후 총 89명이 투신해 67명이 사망하고 14명이 실종됐다. 반복되는 사고와 장소의 집중성은 더 이상 개인의 문제로만 설명되기 어렵다.
최근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지난 5년간 투신 사고가 급증하며 2021년부터 지난해까지 인천대교에서 발생한 투신 사고는 60건 이상이다. 특히 2022년에는 한 달 평균 1.5명꼴로 총 15건의 사고가 발생했으며 지난해에는 총 11건의 사고가 발생했다.
인천대교의 구조적 특성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상 교량 특성상 초속 수십미터의 강풍을 견뎌야 하기 때문에 바람의 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해 난간 높이를 1.2~1.5m 수준으로 낮게 설계했다. 난간이 높고 촘촘할수록 바람이 빠져나가지 못해 상판에 가해지는 압력이 커지고 교량의 진동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낮은 난간은 서해의 아름다운 풍경을 바라보며 드라이브를 즐길 수 있게 된 동시에 성인이 1~2초 만에 넘을 수 있는 ‘낮은 문턱’이 되어 안전 사각지대를 형성했다.
물리적 거리 또한 원인으로 꼽힌다. 갓길에 승용차를 세우는 모습을 CCTV로 발견해 곧바로 순찰팀을 현장에 급파하더라도 현장에 도착하기까지는 최소 10분 이상의 시간이 소요된다. 인천 송도국제도시와 영종도를 잇는 총 길이 21.38km의 길이가 골든타임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있는 셈이다.
대한민국 최장 수상 교량
예고된 참사 그 이유가…
지난 2011년에는 차량이 교량 도로변에 정차하거나 도로에 물체가 떨어졌을 경우 상황실 알람이 울리는 자동감지시스템도 구축했지만 상황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자동차 전용 도로인 인천대교는 보행자 진입이 불가능할 뿐 아니라 한강의 교량과는 달리 통행량이 많지 않아 차량들이 시속 100km 이상으로 질주한다. 때문에 사고 발생 전 대교 이용자에 의한 신고도 거의 없는 실정이다.
여기에 ‘베르테르 효과(Werther Effect)’까지 더해진다. 특정 장소에서의 극단적 선택이 반복적으로 보도되며, 해당 장소에 대한 정보가 강렬하게 각인되는 것이다. 2012년 9월 ‘생명의 다리’ 캠페인 이후 2년 동안 투신율이 6배가 늘었던 것과 같이, 반복적 보도가 심리적 한계에 부딪힌 상황에서 같은 장소를 선택하게 만드는 악순환을 낳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인천대교 측은 2022년 주탑 부근 갓길에 플라스틱 드럼통 1500개를 설치했지만, 효과는 미미했다. 오히려 갓길 본래의 기능이 제한되며 긴급 상황에 차를 갓길에 대지 못해 위험성이 더 커졌다는 논란이 일자 지난해 8월 모두 철거했다.
그러나 불과 한 달 만에 4명이 투신해 3명이 숨지고 1명이 실종되면서 사고 방지 시설물의 필요성이 다시 제기되자, 같은 해 11월 드럼통을 600여개를 재설치했다. 근본 대책 없이 철거와 재설치를 반복하는 모습은 일관성의 부재를 드러냈다. 실효성에 대한 의문에 더해 ‘보여주기식’ 대책이었다는 비판만 더 키운 셈이다.
뒤늦게 안전난간 설치 계획이 논의되고 있지만, 인천대교 관계자는 “실질적인 설치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고 전했다. 국토교통부와 인천대교는 인천대교 전체 구간 중 사고 위험이 높은 사장교 및 접속교 구간(약 7~8km 양방향)에 높이 2.5m 안팎의 투신 방지 안전 난간 추가 설치를 논의 중이다. 난간 설치 어려움의 원인이었던 바람 저항성 문제 또한 인천대교 측에서 재검토한 결과 허용치 이내인 것으로 밝혀졌다.
설치 비용은 80억~100억원으로 추산된다. 해당 비용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에 따른 한국도로공사와 인천국제공항공사의 차액보전금 및 특수목적법인의 운영 수익을 활용할 예정이다. 인천대교 통행료는 지난해부터 경차는 2750원에서 1000원으로, 소형차는 5500원에서 2000원으로, 중형차는 9400원에서 3500원으로, 대형차는 1만2200원에서 4500원으로 낮아졌다.
낮은 난간·고립된 구조
‘한강 모델’ 도입 언제쯤
다만 정부가 인천대교 통행료 인하를 위해 영종대교 통행료 징수 기한을 2030년에서 2061년으로 연장할 방침인 것으로 나타났다. 개별의 민자고속도로 두 개를 통합채산제로 묶는 상황에 사실상 ‘돌려막기’라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 중구의회는 지난해 인천대교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한 지능형 CCTV 설치를 강력히 촉구하는 결의문을 발표했다. 해당 결의문을 통해 “이미 서울의 주요 교량에서는 딥러닝 방식의 지능형 CCTV를 도입해 구조 인력이 골든타임 내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사실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주식회사 인천대교는 극단적 선택 예방을 위해 지능형 CCTV 시스템을 조속히 도입하라”고 강력 촉구했다.
실제로 서울시는 2022년부터 CCTV 통합관제센터에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지능형 영상 관제 시스템을 도입했다. 다리 위에서 오랜 시간 머무르고 있거나 이상 징후가 포착되면 해당 지점의 CCTV 영상이 관제요원에게 전달되는 방식이다. 24시간 CCTV를 모니터링하고 위험 상황이 발생하면 수난구조대에 전달해 현장 대원이 출동한다.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지능형 CCTV를 통한 투신시도자의 구조율은 97% 이상으로 집계됐다.
특히 투신 사고가 가장 빈번했던 마포대교는 2012년 고정형 CCTV 49대와 회전형 CCTV 16대 설치를 시작으로 비상벨 방송과 경광등 각 16개 설치를 시작으로 2019년 소방재난본부에서 인공지능형 CCTV 교체 및 장력센서 설치 등의 사업을 추진했다.
또 마포대교의 기존 1.5m 높이 난간 위에 난간 1m를 추가로 높이고 맨 윗부분에는 ‘롤러’를 설치해 매달리거나 붙잡지 못하도록 했다. 또 난간은 안쪽으로 구부러진 형태로 만들어 넘어가기 어렵게 했다. 20㎝ 간격으로 철제 와이어도 가로로 설치해 난간 사이를 헤집고 갈 수 없게 했다.
대응 부재
이미 한강 교량에서 효과가 입증된 안전 난간과 인공지능 기술 기반의 관제 시스템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인천대교의 적극적인 대응은 부재하다. ‘사고 이후 대응’이 반복되며 예방 중심의 대책은 번번이 후순위로 밀렸다는 비판이 나온다. 인천대교의 문제는 단순히 ‘사고가 발생했다’는 데 있지 않다.
수십명의 희생이 반복되는 동안에도, 실질적인 변화는 뒤따르지 않았다는 점이다. 드럼통 설치와 같은 임시방편은 근본적 해결과는 거리가 멀었고, 오히려 위험을 키우는 결과를 낳기도 했다. ‘죽음의 다리’라는 오명을 벗기 위한 실질적이고도 책임 있는 조치가 뒤따라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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