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타운 아파트 귀한 대접?

서울 주택시장에서 뉴타운 희소성이 부각되면서 초기 분양 단지를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뉴타운 신규 지정이 사실상 중단된 가운데 기존에 공급된 뉴타운 단지들은 가격 상승을 통해 미래 가치를 입증하면서 신규 뉴타운 단지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지는 분위기다.

뉴타운사업(재정비촉진사업)은 지난 2002년 서울시가 강남·북의 지역 균형 발전을 위해 도입한 생활권 대상의 광역·종합적인 도시 정비 수법으로, 공공에서 먼저 종합개발 계획을 수립한 후 구역 내 개별 지구에 재개발·재건축사업 등을 적용해 추진하는 방식을 말한다.

서울 재개발 공급의 핵심 입지는 역시 뉴타운 사업지다. 뉴타운은 ‘강남이 아닌 지역에 강남을 만드는 사업’이라고도 할 수 있다. 흔히 강남이라고 표현하는 서초구와 강남구를 제외한 서울 대부분 지역에 뉴타운이 지정돼있다.

재개발
재건축

앞서 서울시는 2003년부터 2012년까지 은평, 왕십리, 한남 등 26곳을 뉴타운지구로 지정했다. 그러나 2012년 이후 사업성 부족, 주민 갈등, 경기침체 등이 맞물리며 정비구역 해제와 사업 지연이 이어졌고, 신규 지정도 사실상 중단되면서 공급 기반이 크게 축소됐다.

업계에서는 현재 진행 중인 뉴타운 사업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 경우, 서울에서 대규모 정비사업 형태의 신규 주택 공급은 한층 더 어려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도심 인프라를 그대로 누리면서도 신도시급 주거 환경을 갖춘 뉴타운의 희소성이 커지면서, 부동산 매매 시장에서도 뉴타운 내 분양 단지들의 가치가 재평가되는 분위기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에 따르면 흑석뉴타운 내 단지인 동작구 흑석동 ‘아크로리버하임(2019년 12월 입주)’ 전용면적 59㎡는 지난 1월 26억60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5억5340만~6억3540만원) 대비 20억원 이상 가격이 상승했다. 돈의문뉴타운 내 단지인 종로구 홍파동 ‘경희궁자이2단지(2017년 2월 입주) 전용면적 84㎡도 같은 달 27억500만원에 거래되며 분양가(7억6890만~8억2670만원) 대비 3배 이상 올랐다.

같은 뉴타운 내에서도 ‘초기 분양 단지’와 ‘후속 분양 단지’ 간 가격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초기 분양 단지는 상대적으로 낮은 분양가로 공급되는 반면, 후속 단지는 사업 진척과 시장 상황이 반영되며 분양가가 상승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서울 주택 신규 지정 사실상 중단
초기 분양 단지 선점 움직임 확산

부동산R114 자료를 보면 서울 동대문구 이문·휘경뉴타운의 첫 분양 단지였던 ‘휘경SK뷰(2019년 6월 입주)’는 2015년 분양 당시 3.3㎡당 평균 1555만원에 공급됐다. 반면 2023년 분양한 ‘이문 아이파크 자이(2025년 10월 입주)’는 3.3㎡당 평균 3579만원으로 크게 상승했다. 이를 전용면적 84㎡(약 34평형) 기준으로 환산하면 분양가는 약 7억원 가까이 차이가 나며, 8년 사이 두 배 이상 오른 셈이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서울의 뉴타운사업은 흑석뉴타운, 돈의문뉴타운 등 기존 단지들을 통해 사업성이 이미 입증됐다”며 “특히 뉴타운 내 초기 분양 단지의 경우 신도시의 시범 단지와 같은 상징성을 지니며 향후 지역 시세를 이끄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신규 단지에 대한 인기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다음은 서울 내 뉴타운 사업으로 공급되는 신규 단지들.

▲래미안 엘라비네= 삼성물산 건설부문이 서울 강서구 방화뉴타운의 분양 단지인 ‘래미안 엘라비네’를 분양 중이다. 래미안 엘라비네는 서울 강서구 방화6구역(방화동 608-97번지 일원) 재건축 사업을 통해 최고 16층 높이의 아파트 10개동, 총 557가구로 새롭게 조성되는 신규 단지다.

이 가운데 전용 44~115㎡ 272세대가 일반분양 물량이며, 전용면적별로는 ▲44㎡ 12가구 ▲59㎡ 14가구 ▲76㎡ 39가구 ▲84㎡ 178가구 ▲115㎡ 29가구로 구성된다. 일반분양가는 3.3㎡당 평균 5178만원이다.

방화뉴타운 정비사업은 방화2·3·5·6구역을 대상으로 추진되고 있으며, 이 가운데 6구역에 들어서는 래미안 엘라비네가 가장 빠른 분양 단지다. 입주는 2028년 8월 예정돼있다. 사업이 모두 완료되면 일대에는 4400여세대 규모의 신규 대단지가 조성되는 등 강서구를 대표하는 주거 타운으로 거듭날 전망이다.

강남구 제외
대부분 지정

지하철 9호선 신방화역과 도보 약 5분 거리 이내로 인접해 있으며, 9호선 공항시장역과 5호선 송정역도 도보로 이용이 가능하다. 올림픽대로, 가양대교, 강변북로 등 주요 간선도로 진입이 수월해 차량 이용도 편리하다.

교육 환경 또한 우수하다. 단지 반경 1㎞ 이내 송정초·공항중·마곡중·방화중·공항고·서울백영고 등 풍부한 학군과 신방화역과 발산역 인근으로는 대규모 학원가가 형성돼 있다. 또한 LG사이언스파크를 비롯해 200여개에 달하는 기업 연구시설이 위치한 마곡지구와 인접해 직주근접 여건이 우수하며 생활권도 공유할 수 있다.

트레이더스 홀세일클럽 마곡점, 롯데몰 김포공항점, 이대서울병원, LG아트센터 등 편리한 주거 인프라에 마곡공원과 서울식물원 등 쾌적한 자연 환경까지 갖추고 있다.

삼성물산은 12년 연속 시공능력평가 1위에 걸맞은 차별화된 설계와 상품을 적용할 방침이다. 4000㎡(약 1210평) 규모에 적용되는 전면 커튼월 룩 디자인을 통해 고도 제한으로 인해 단조롭고 평이한 모습을 벗어나 일대를 압도하는 단지로 조성된다. 방화뉴타운 첫 분양 단지이자 강서구에 처음 들어서는 ‘래미안’ 브랜드 아파트로, 미래가치에 대한 기대감이 반영돼 특별공급에서 30대 1, 1순위 청약에서 25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초기 분양
후속 분양

세대 내부는 4베이 판상형 구조 적용 등으로 채광과 통풍을 극대화했으며, 특히 입주민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에 따라 자유롭게 공간을 분리·통합할 수 있는 기능성 가구 ‘넥스트 퍼니처’가 최초로 적용된다.

이 외에도 골프연습장·북라이브러리·사우나·피트니스센터·맘스카페 등 다양한 커뮤니티 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며, 스카이 커뮤니티에는 취미·휴식 등을 위한 프라이빗하면서도 품격 있는 공간이 조성될 예정이다.

▲아크로 리버스카이= DL이앤씨는 동작구 대방동 일원 노량진8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아크로 리버스카이’를 분양한다. 이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9층, 10개동, 전용면적 36~140㎡ 총 987가구 규모로, 이 중 285가구가 일반분양에 나선다.

한강변을 따라 이어지는 아크로 리버 라인을 완성하는 신규 단지로 꼽힌다. 기존 반포, 성수 중심으로 형성된 프리미엄 주거 흐름이 노량진 일대로 확장되며, 서울 서남권 주거 지형에 새로운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노량진뉴타운 역시 대규모 도시정비사업이 진행되며 주거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지역이다. 다수의 정비구역이 순차적으로 개발되면서 신흥 주거타운으로 탈바꿈하는 가운데, 아크로 브랜드 단지의 공급은 지역의 위상을 한 단계 끌어올리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단지는 입지 여건도 우수하다. 단지 중앙에서 직선 거리 600m 내에 지하철 1·9호선 환승역인 노량진역이 위치해 서울 전역으로 이동이 편리하다. 노선을 이용하면 여의도역까지 두 정거장, 시청역까지 네 정거장, 고속터미널역까지 두 정거장 등 서울 3대 업무지구를 10분대에 이동할 수 있어 직주근접 이점을 누릴 수 있다.

흑석뉴타운, 돈의문뉴타운 등
기존 단지들 사업성 이미 입증

교육 환경도 우수하다. 영화초교와 연접한 ‘초품아’ 단지로 안전한 통학이 가능하며 영등포중, 숭의여중, 숭의여고, 영등포고 등을 도보로 통학할 수 있다.

상품성도 남다르다. 단지에서 영화초교와 영등포고로 이어지는 길에 조경 조명을 추가해 보다 안전하고 밝은 분위기 속에서 통학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조경의 경우 하이엔드 조경의 정수를 보여주는 아크로만의 시그너처 디자인이 어우러진 ‘아크로 가든 컬렉션’이 적용된다.

단지 내 커뮤니티의 경우 대규모 면적이 조성될 예정으로 수준 높은 라이프스타일을 완성해 주는 하이엔드 커뮤니티 ‘클럽 아크로’가 들어선다. 아울러 전용면적 50㎡ 이상 전 주택형에 고객의 취향을 담은 맞춤형 인테리어 패키지 ‘디 셀렉션(D Selection)’이 적용돼 입주와 동시에 원하는 공간을 완성할 수 있다.

▲라클라체자이드파인= GS건설·SK에코플랜트는 동작구 노량진동 일원에서 노량진6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개발 정비사업을 통해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을 분양 중이다. 단지는 지하 4층~지상 28층, 14개 동, 총 499가구로 조성된다. 이 중 전용면적 59~106㎡ 369가구를 일반 분양한다.

노량진뉴타운의 첫 분양 단지 ‘라클라체자이드파인’이 출격 채비를 마치고 본격적으로 분양된다. 인근에 도보 이용 가능한 지하철 1·9호선 노량진역과 7호선 장승배기역을 통해 여의도·용산·서울역·광화문·강남 등 주요 지역으로 환승 없이 이동 가능하다. 영화초, 영등포중·고, 성남고, 숭의여중·고 등 초·중·고교도 인접하고 용마산, 대방공원, 장승공원 등 녹지 환경도 잘 갖춰져 있다.

저렴한
분양가

높은 미래가치도 주목된다. 노량진뉴타운은 서울에서 이례적으로 전 구역이 ‘드파인’ ‘오티에르’ ‘디에이치’ ‘써밋’ ‘아크로’ 등 대형 건설사의 하이엔드 브랜드로만 조성될 예정이어서 향후 서부권 고급 주거 벨트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초기 분양 단지는 후속 분양 물량 대비 저렴한 분양가에 공급돼 향후 높은 프리미엄이 형성되는 경우가 많아 시세차익 역시 클 것으로 예상된다.

분양가는 전용 59㎡ 최고가 기준 22억원, 전용 84㎡는 25억8500만원 수준으로 책정됐다. 3.3㎡당 평균 분양가는 약 76 00만원 선이다.

▲써밋 클라비온= 대우건설은 서울 영등포구 신길동 일원에서 신길10재정비촉진구역 주택재건축 정비사업을 통해 ‘써밋 클라비온’을 분양할 예정이다. 전용 45~84㎡, 최고 29층, 8개동, 단지는 총 812가구 규모로 조성되며 일반분양 물량은 174세대로 알려졌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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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지방선거 이후 꺼낼 국민의힘 개헌 꽃놀이패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여야 6당이 참여한 개헌 시도는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으로 인해 결국 무산됐다. 입법적 전격전을 선호하는 민주당은 지방선거 이후 내년 재보궐선거까지 약 10개월 동안의 공백기를 노릴 가능성이 있다. 국민의힘의 청야전술은 이를 막아낼 수 있을까? 국민의힘을 제외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등 여야 6당이 발의한 헌법 개정안이 지난 7일 의결정족수 미달로 투표 불성립 처리됐다. 국민의힘은 이날 표결 불참을 당론으로 정한 후 의원 전원이 불참했다. 이튿날인 8일,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를 예고하자, 우원식 국회의장은 개헌안 처리를 중단했다. 정족수 미달 투표 불성립 현행 헌법에 따르면, 개헌안은 국회 재적 의원 과반이나 대통령이 발의할 수 있다. 대통령은 이를 20일 이상 공고해야 하고, 국회는 공고일로부터 60일 이내에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해야 한다. 이어 30일 이내에 국민투표를 거쳐 유권자 과반이 투표하고, 투표자 과반이 찬성해야 확정된다. 지난 7~8일 기준, 국회 재적 의원은 286명이라서 개헌안 가결에는 191명의 찬성이 필요하다. 국민의힘 의원은 모두 106명이다. 여야 6당 의원 전원이 개헌안 투표에 참여해 찬성한다면, 국민의힘에서 최소 11명 이상의 이탈자가 나와야 한다. 개헌안에는 ▲헌법 전문에 5·18 광주 민주화 운동과 부마 민주항쟁 명시 ▲계엄 선포 시 48시간 이내 국회 승인을 받아야 유효하도록 변경 ▲국회가 계엄 해제를 능동적으로 주도할 수 있도록 대통령 권한 축소 등의 내용이 담겼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는 지난 7일 청와대 앞에서 진행된 현장 최고위원회의에서 “이재명은 연임 불가 선언 요구를 끝내 거부했다”며 “개헌을 하겠다면, 먼저 이재명이 연임 불가를 선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지난 8일 기자들을 만나 “부마 민주항쟁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등을 헌법 전문에 담는 데 대해 근본적으로 반대하지 않는다”며 “헌법 전문은 특정 사건에 대한 게 아니라, 통합적 역사 인식 아래 균형 잡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다 헌법 전문에 담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 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1987년 개헌은 오로지 제왕적 대통령 견제에만 집중해서, 국회에 예산·입법 등 막강한 권한을 몰아주는 기형적 구조를 탄생시켰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회가 권력남용을 이유로 언제든 대통령과 국무위원들을 탄핵의 심판대에 세울 수 있다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리면서 폭주하는 국회도 해산의 심판대에 설 수 있어야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완성된다”며 “의회해산권 도입을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 의원은 지난해에도 민주당을 비판할 때마다 의회해산권 도입을 주장했다. 국민의힘 주요 관계자들의 발언에 대해서는 “개헌안 속 숨겨진 덫을 잘 파악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개헌은 통치 구조 개헌의 전초전일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의 주장에 대해서는 “헌법적 상식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헌법 제128조 제2항은 “대통령의 임기 연장 또는 중임 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해서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과거 대통령들이 개헌을 통해 정권을 연장했던 과오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반성적 고려 차원에서 삽입된 조항이다. 대통령이 해당 조항의 효력을 무시하면서 임기 연장·중임 변경을 추진하려면 하야한 후 재선을 노려야 한다. 건국·새마을운동·의회 해산 쏟아내…과연? 이재명 독재 연장? 헌법 구조상 불가능한데… 하지만 이런 상황에선 대통령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책임이 매우 클 것이 분명하기 때문에 상식적이라고 보기 어렵다. 송 원내대표가 헌법 전문에 추가할 것을 요구한 건국·새마을운동·근대화도 실제로 시도할 경우, 엄청난 논쟁이 불거질 가능성이 있다. 헌법 전문은 실제 헌법재판에서 보충적 규범으로 활용되는 등 단순한 선언이 아니라 법 규범으로서의 효력을 가지고 있으며, 국가의 정체성과 헌법의 취지를 선언하는 문장이다. 따라서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가치를 담아야 한다. 이를 위해선 역사적 평가가 끝난 불가역적 가치를 담는 게 원칙이다. 그래서 현행 헌법 전문에는 ▲3·1 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 ▲4·19 민주 이념 등이 담겨있다. 여야 6당이 전문 추가를 시도했던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도 역사적 평가가 끝났다. 특히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재평가를 주도했던 정권은 국민의힘의 전신 신한국당 소속 김영삼 전 대통령의 문민정부였다. 송 원내대표가 주장한 건국 이념 반영은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과 곧바로 충돌한다. 임시정부 법통 논란은 해방 직후에도 치열하게 진행됐던 논쟁이었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인정했던 진영은 이승만 전 대통령·한국민주당 등 우익 진영이었다. 제헌의회도 임시정부 시절 임시의정원의 정통성을 승계하는 방향으로 정통성을 확보했다. 이는 김 전 대통령·김대중 전 대통령도 인정한 후 역사적 상식으로 굳어졌다가 뉴라이트 진영이 건국절 논란을 일으키면서 송 원내대표의 주장으로까지 흘러간 것이다. 건국 이념 반영은 임시정부 법통과 충돌할 수밖에 없다. 나 의원이 주장한 의회해산권에 대해서는 “대통령제와 맞지 않는다”는 반박이 나온다. 의회해산권은 의원내각제 국가에서 총리가 보유하는 권한이다. 의회가 갖는 내각불신임권과 함께 상호 견제를 위한 짝패를 이룬다. 국무총리가 있고, 현역 의원이 내각에 참여하는 우리 통치 체제는 일정 부분 의원내각제 속성을 반영하고 있다. 하지만 대통령은 직선제로 선출된다. 대통령은 의회가 아닌 국민을 향한 정치적 책임을 진다. 아울러 국회는 대통령에 대해 탄핵소추권을 가질 뿐 대통령과 내각을 불신임할 수 없다. 대통령은 구조적으로 의회해산권을 가질 수 없다. 대통령이 의회해산권을 가졌던 것은 유신 헌법과 제5공화국 헌법이었다. 이 헌법은 대통령에게 강력한 권한을 부여했던 프랑스 드골 헌법을 참고했다. 역사적 평가 불가역 가치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하거나 필리버스터를 시도하는 것에 대해선 “나름대로 이유는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06석을 보유한 국민의힘으로서는 할 수 있는 일이 그것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아울러 개헌안의 주요 내용인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등은 모두 전신 민주공화당·민주정의당을 포함한 국민의힘의 약점이다. 국민의힘으로서는 4·19 혁명에 이어 역사적 약점이 헌법 전문에 추가되는 굴욕을 감당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은 자가당착에 빠질 수 있는 부분까지 감수하면서 개헌안 표결에 불참했다. 부마 민주항쟁의 무대 부산·마산은 오랫동안 국민의힘을 탄탄하게 받쳐주던 주된 지지 기반이었다. 부산·경남은 노무현 전 대통령 등장 이후 경합 지역이 됐다. 국민의힘은 개헌 투표에 불참하면서 부산·마산의 위업을 헌법 전문에 담는 것을 걷어차는 외통수에 갇혔다. 비상계엄 관련 개헌안은 근본적으로 대통령의 권한을 약화시키면서 국회의 권한을 강화한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국민의힘으로서는 개헌을 반대할 수밖에 없었다.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에 대해서는 국민의힘과 보수 진영 내부에서조차 평가가 일단락된 사안이기 때문이다. 아울러 국민의힘이 배출한 전직 대통령의 업보가 헌법에 명백하게 못 박히는 것이다. “국민의힘은 위헌 정당”이라는 암시가 새 개헌안에 담기는 것을 배제하기 어렵다. 여야 6당 중 민주당에 대해선 “국민의힘의 구조적 약점을 날카롭게 찌르면서 기습적인 총력전을 시도한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각 정당은 이미 6·3 지방선거라는 총력전을 앞두고 있다. 국민의힘이 개헌안 표결에 불참한 이유에 대해선 “개헌 시도가 지방선거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인식을 한 것 같다”는 분석이 나온다. 민주당이 ‘총력전 속 총력전’을 시도한 것과 비슷하다. 개헌 시도와 6·3 지방선거를 묶는 연환계를 구사하면서 전쟁을 양면 전쟁으로 바꾸는 것이다. 당세가 줄어들어 물량 동원에 한계를 보이는 국민의힘을 상대로 심리적·물리적 과부하를 유도한 것이다. 이는 장 대표의 지도력 논란까지 파고들어 결정적 지점에 화력을 집중하고, 국민의힘의 정치적 명분까지 꺾으려 했던 난도 높은 승부수였다. 개헌안 표결은 진행하지 못했지만, 국민의힘의 궁색한 현실을 전방위적으로 폭로했기 때문에 “졌지만 지지 않은 승부”라는 평가가 나올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그 궁색한 현실 때문에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고전적인 청야전술을 동원할 수밖에 없었다. 총력 공격 총력 방어 이는 명장들이나 강대국이 자주 구사하던 전법이었던 사실을 전쟁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당 태종은 제1차 고당(고구려-당나라) 전쟁에서 패배한 이후 전략을 바꿔 수시로 소규모 부대로 고구려를 침공해 변방을 교란하는 등 소모전을 병행했다. 태종의 뒤를 이은 당 고종은 2회에 걸쳐 대규모 침공을 감행했다. 고구려의 연개소문은 제2차 고당 전쟁 당시 사수에서 당나라 대군을 격파했지만, 방어선이 한반도 내부로 점점 밀리고 있는 양상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어 제3차 고당 전쟁에서는 내부 배반까지 겹쳐 고구려가 끝내 멸망하고 말았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소련군도 독일군이 서부전선 노르망디 상륙작전이라는 기습을 당해 방어에 모든 신경을 쏟고 있을 때, 바그라티온 작전이라는 총력전을 진행해 동부전선 내 독일군을 완전히 전멸시켰다. 민주당이 노린 전세는 이 같은 구도였다. 민주당은 이재명 대통령이 대표로 재임할 당시부터 윤석열정부를 상대로 30건이 넘는 탄핵소추를 발의하거나 법안 물량 공세를 펼치는 등 총력전 양상의 입법전을 주도했다. 170석이라는 압도적 의석수를 확보한 데서 비롯됐다. 원래 민주당은 압도적 지방선거 승리를 기대했다. 그러다가 이 대통령 공소 취소를 강하게 추진하는 상황에 대한 일부 유권자의 반감을 사면서 일부 지역에서는 보수층이 결집하는 등 선거 구도가 백중세로 바뀌고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은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의지를 꺾지 않고 있고, 개헌까지 시도했다. 지방선거 종료 이후엔 내년 4월 재보궐선거 전까지는 선거가 없는 만큼, 오는 6월부터 내년 4월까지 약 10개월 동안 여야가 전면전을 치를 가능성은 높지 않다. 이는 실제 정치학·정책학 이론으로도 입증된다. 존 W. 킹던 미국 미시간대 명예교수는 ‘정책의 창’ 이론을 주장했다. ▲사람들이 문제의식을 느끼고 ▲준비된 해결책이 있으며 ▲정치권이 움직일 수 있는 분위기 등 3박자가 맞물리면 ‘정책의 창’이 열린다는 것이다. 민주당의 관점에서는 선거 종료 이후 유권자로부터 직접 심판받지 않는 그 10개월이 정책의 창이 열리는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개헌 및 이 대통령 공소 취소 등 물량 공세를 밀고 나갈 수 있는 전략적 시간대라고도 볼 수 있다. 업보·약점 헌법 전문 실리면 위헌 정당? 투표 불참·필리버스터…청야전술 한계 전술적으로 보더라도, 국민의힘이 동원할 수 있는 수단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라는 청야전술격 수동적 방어밖에 없다. 법안을 반복적으로 밀어붙이면, 국민의힘은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로 대응하게 된다. 그럴수록 국민 피로도가 높아지고, 중도층의 의심을 받게 된다. 진영이 확고하게 나뉜 상황에서는 중도층이 캐스팅 보트를 행사한다. 필리버스터는 말 그대로 마지막 방법이어야 하지만, 국민의힘이 거듭 사용하면서 식상해져 그만큼 비장함의 강도도 낮아졌다. 민주당의 입법적 전격전과 국민의힘의 투표 불참·필리버스터는 일종의 경로가 됐다. 양당 모두 경로 의존성이 생긴 것이다. 물론 국민의힘은 송 원내대표와 나 의원을 통해 ▲건국 담론 ▲새마을운동 ▲근대화 ▲대통령의 의회해산권 등 반격 카드를 제시했다. 하지만 모든 국민의 지지를 얻기 어려운 담론이기 때문에 기존 경로를 고칠 만큼 파급력이 강한 승부수가 되긴 어렵다. 아울러 민주당은 압도적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이라는 위치를 이용해 선거 기간이 아닌 10개월 동안에도 지지층을 결집하면서 중도층의 설득을 얻을 영구적 선거운동을 할 준비를 마친 것으로 볼 수도 있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해선 중도층의 의견이 아직 명확하게 확인되지 않아 민주당으로서도 도박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개헌안의 경우는 다르다.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부마 민주항쟁 ▲비상계엄 선포 및 해제 요건 변화 등은 국민 대다수가 이미 평가를 마친 사안이다. 이 대통령 공소 취소에 대한 중도층·보수층의 비판을 상쇄할 수도 있다. 민주당은 이 같은 영구적 선거운동을 통해 내년 재보궐선거에까지 대비하는 입법적 공세를 치르려고 한다. 청야전술은 자신의 경제 기반을 모두 허물면서 진행하는 극단적 처방이다. 국민의힘이 투표와 토론을 포기하거나 체력을 소비하는 등 극단적 처방을 할수록 대중·언론의 관심을 얻지 못하는 딜레마에 빠졌다. 이어 지지 기반인 부산·경남의 자랑스러운 역사를 헌법 전문에 담는 것까지 포기해야 하는 악순환의 고리에 접어들었다. 2200년 역사를 자랑하던 동로마 제국이 몰락을 이기지 못했던 사례가 있다. 콘스탄티노폴리스에 세운 테오도시우스 3중 성벽은 오스만 술탄국이 준비한 대형 ‘우르반 대포’를 이겨내지 못했다. 또 예니체리 등 최정예 병력을 앞세운 오스만 술탄국의 물량 공세도 이겨내지 못했다. 여기에 방어전을 실질적으로 주도했던 용병 대장 조반니 주스티니아니가 부상 때문에 전장을 이탈하는 불운까지 겹쳤다. 궁색한 현실 자충수 되나 물론 청야전술에도 한계는 있다. 국민의힘에는 연개소문이나 조반니 주스티니아니조차도 없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민주당에는 정책의 창이 열릴 것이다. 지도력 공백을 회복하지 못한 국민의힘은 이제 청야전술을 넘어선 새 전술을 고안해야 한다. 국민의힘은 과연 정책의 창을 막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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