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연재> ‘몽키하우스’ 미군 위안부 수용소 (21)기이한 별세계 ‘블루문’

  • 김영권 작가 nammunsan@naver.com
  • 등록 2026.04.13 04:05:34
  • 호수 157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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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는 남대문이나 동대문이 아니라 ‘나라 보지’를 말하는 거야. 국가에서 우리 몸뚱이를 이용했으니…그 무서운 곳을 ‘언덕 위의 하얀 집’이라 부른 건 낭만이 아니라 야유하기 위해서였지…우리 보지는 나라의 보지였어!” <어느 위안부 할머니의 절규>

하지만 크리스마스엔 꼭 그렇지 않았다. 특히 블루문처럼 큰 곳의 홀엔 흑백인이 섞여 들어와, 이국에서의 삶을 서로 위로하는 듯 빙긋 미소를 나누기도 했다. 그렇지만 언제 어느 곳에도 망나니 같은 놈은 있는 법인지 의외의 사건이 벌어지기도 하는 기이한 별세계였다.

모종의 화인

클럽 여인들은 한 대목 잡기 위해 제 나름대로 최고의 화장술을 발휘해 단장하곤 미군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외부의 한국 사람들이 양색시, 양공주, 양갈보 따위로 부르는 그녀들도 무슨 요괴나 마녀가 아니라 사람이었다. 어쩌다가 그런 환경에 처했을 뿐인 한국 여인이었다. 모종의 화인(火印)이 찍힌…그 검붉은 도장이 자의에 의한 건지 타의에 의해 찍혔는지 청운은 아직 판별하지 못한 상태였다.

그녀들의 가슴에 찍혔을 붉은 낙인은 반투명의 간유리에 의해 불그무레하게 번져 무슨 뜻을 지닌 글자인지 잘 알아볼 수가 없었다. 대충 짐작만 될 뿐.

청운은 어딘지도 모를 천왕산 기슭의 고향 마을에 살던 어린 시절, 양공주라고 욕을 먹던 어떤 누나를 본 적이 있었다. 여름날 매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걷고 있는데, 허물어져 가는 산기슭 오두막집 앞에 쪼그려 앉아 있던 여자가 살며시 이름을 불렀다.

민들레 홀씨를 불어 날리며 청운을 향해 살풋 미소 지었다. 청운은 주춤주춤 다가갔다. 뱀영감집 딸 선애 누나였다. 두어 해 전쯤 갑자기 어디론가 사라져 버렸던 그 누나…서글서글한 눈과 앵두 같은 입술로 방긋 웃곤 하던 그녀는 청운을 친동생인 양 귀여워해 주었다. 땡깔(꽈리)을 입속에 숨긴 채 개구리 소릴 내어 어린 청운을 놀리며 까르르 웃기도 했다. 하지만 그때뿐이었다.

집이 가난한데다 엄마인 뱀영감댁 아지매마저 병으로 앓아누워 골골거리는 형편이라 선애 누나의 해쓱한 얼굴엔 문득문득 수심의 그늘이 어리곤 했다. 세상 물정 모르는 어린 청운은 그런 애슬픈 모습이 왠지 더 정겹고 고와 멍하니 쳐다보았었다. 스스로 내심 외로웠기 때문일까.

어느 날 저녁, 서녘하늘에 진 노을을 홀로 바라보던 청운은 탱자나무 무성한 골목을 지나다가 누나네 집으로 들어섰다. 흐릿한 등불이 비친 낮은 마루에서는 세 식구가 웅크려 앉아 저녁밥을 먹고 있었다. 낡아빠진 상 위엔 꽁보리 밥과 된장찌개만 놓여 있었다.

선애 누나가 부엌으로 들어간 사이 청운은 누나의 숟가락을 들고 밥을 살짝 떴다. 쌀알 하나 없는 완전한 보리밥은 푹 불려서 그런지 문들문들했다. 그 무렵까지만 해도 가난을 모르던 청운은 쌀밥보다 훨씬 별미라고 생각하며 된장으로 비벼 맛나게 먹었다.

뱀영감은 원래부터 땅꾼은 아니었다. 꽤 부지런한 농사꾼이었는데, 아지매의 병에 뱀이 특효약이란 소릴 듣고선 매일 뱀을 잡으러 다녔다. 하지만 아지매가 차라리 죽는 게 뱀탕을 먹느니보다 낫다며 상을 잔뜩 찡그린 채 거부한다는 소문이었다. 그래서 뱀영감이 대신 먹곤 그 기운을 전해 주기 위해 아지매를 껴안는다는 것이었다.

대목 잡기 나선 클럽 여인들
최고의 화장술로 미군들 맞아

하지만 병이 낫긴커녕 더 심해지고 있다는 얘기만 나돌았다. 영감님은 성이 백씨였는데, 뱀탕 때문인지 어쩐지 평소에도 늘 불그레한 얼굴로 혀를 날름날름했기에 동네 사람들은 뱀영감이라고 불렀다. 영감이 술을 한잔 들이켠 불콰한 얼굴로 능글맞게 웃으며 부르면 청운은 슬슬 도망치곤 했었다.

선애 누나가 고향 마을을 떠난 건 뱀영감이 중풍에 걸려 반신불수가 된 후였다. 그래도 대여섯 달 동안 지극정성으로 부모님 병수발을 한 덕에 뱀영감은 자리에서 일어나 조금씩 걸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약값은 물론이고 조석 끼니마저 제대로 댈 수가 없는 형편인 모양이었다. 병석에 누운 엄마와 반신불수인 아버지를 두고 선애 누나는 어느 날 홀연 떠나 버렸다. 무정하게.

그 누나가 왜 저기 저런 모습으로 앉아 있는 걸까? 과연 선애 누나가 맞는 걸까? 청운은 의심스러워하면서도 점점 더 다가섰다. 길고 앙상한 팔이 뻗어 오더니 청운을 끌어 꽉 껴안았다. 전에 품에 안길 때와는 달리 허전하고 구슬픈 느낌이었다. 그 향긋하던 몸내음도 이젠 없었다.

더구나 누나는 어린 청운이 의지할 기둥이라도 되듯 얼굴을 숙인 채 어깨에 기대며 뜻 모를 소릴 중얼대는 것이었다. 몸을 파르르 떨면서 울먹거리다가 갑자기 미친 여자처럼 깔깔 웃기도 했다. 청운은 힘에 겨웠지만, 옛 누나와 지금 누나 사이에서 혼란스러운 대로 꼭 안아 주려고 애를 썼다.

지나가던 국민학생 형들이 양갈보니 뭐니 하며 저들끼리 히히득거렸다. 그건 아마 부모로부터 들은 얘기일 터였다. 동네 어른들도 ‘미친년. 양색시 짓 하다가 양놈한테 맞고 쫓겨나 저 꼴이 됐다나 어쨌다나’ 하고 쑥덕거렸다.

그 당시엔 문둥이들이 간혹 나타나 구걸을 하곤 했는데, 천형 받은 죄인이라며 천대하던 그들보다 오히려 양갈보를 더 사갈시했다. 서러운 눈물이 흘러내리는 선애 누나의 빛 잃은 큰 눈을 청운은 그저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음악 소리가 경쾌하게 바뀌고 미군들이 내지르는 환호성과 휘파람으로 인해 청운은 추억에서 벗어나 현실로 돌아왔다. 그렇지만 과연 어느 쪽이 추억이고 어느 쪽이 현실인지 잘 분간이 되지 않았다. 미군들과 함께 어울려 있는 홀의 여자들이 잃어버린 먼 고향의 선애 누나와 겹치곤 했다. 양갈보라는 생소한 이름 앞에서…그녀들은 모두 부모가 지어 준 본명을 지우고 익명의 요녀로 살아가는 존재가 된 것이다.

미란, 애희, 정아, 메리 킴, 신시아 같은 가명은 그녀들의 인생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

한 여자가 장막을 젖히며 무대 위로 물 흐르듯 걸어나왔다. 진홍색 춤옷 차림의 댄서였다. 흑백 미군의 환호성에 대해 그녀는 요염한 미소를 던지며 몸을 비틀기 시작했다. 전처럼 붉게 물들이지 않은 검은 생머리채가 율동적으로 나부꼈다. 그녀는 재즈 곡조에 맞춰 진홍 요정인 양 춤을 추었다.

천정에서 오색 미러볼이 빙빙 돌며 그녀의 드러난 흰 살갗에 몽환적인 빛무늬를 그렸다. 어찌 보면 한 마리 화사花蛇처럼 매혹적인 몸놀림의 춤사위였다.

은근히 기다림직한 스트립쇼는 없었다. 겉옷을 벗어 던지자 알몸 대신 하얀 모시적삼이 나타났다. 춤은 관중의 눈길을 현혹시키려는 듯 다채롭게 변화했다. 디스코에 캉캉춤이 뒤섞이더니 무당의 살품이춤에서 우아한 궁중무로 나아갔다. 하얀 반투명 치마의 레이스가 허벅지 위로 펄럭 올라가기도 했다.

그녀의 얼굴은 진한 화장 때문인지 희디희었고 입술은 피를 머금은 장미꽃잎처럼 붉었다. 그런데 춤추며 얼굴을 살짝 돌리는 순간 다른 한쪽 뺨은 검은 색이었다. 검은 반쪽 얼굴의 붉은 입술을 아프리카의 처녀인 양 비밀스런 미소를 짓고 있었다.

춤이 격렬해질수록 하얀 얼굴과 검은 얼굴이 빠르게 교차하더니 이윽고 분간할 수 없을 정도로 뒤섞여 버렸다. 그래도 붉은 입술은 뭔가 비밀을 말하려는 듯 살짝 열리곤 했다. 서서히 춤 동작을 갈무리하면서 그녀는 무대 구석으로 사라지더니 잠시 후 마이크를 들고 메아리처럼 속삭이며 나타났다.

“대니…대니….”

그건 연인을 부르는 요정 에코Echo의 목소리에 못지않았다. 홀 안의 미군들은 그 부름에 화답하듯 환성을 질러댔다. 무희는 인사도 하지 않고 애닯은 목청으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흑백 환호성

Oh Danny boy, the pipes are calling(오 대니 보이, 저 피리들이 부르고 있어)
From glen to glen and down the mountain side(골짜기에서 골짜기로 그리고 산 아래로)
The summer's gone and all the roses dying(여름은 떠났고 모든 장미들은 죽어가고 있어)
'Tis you, 'tis you must go and I must bye(넌 가야 하고 난 작별을 해야 해)
But come ye back when summer's in the meadow(그러나 여름이 초원에 머물 때나)
Or when the valley's hushed and white with snow(골짜기가 눈에 덮여 하얗고 잠잠할 때는 돌아와)
Oh Danny boy, I love you so(오 대니 보이, 난 너를 너무나도 사랑해)

<다음 호에 계속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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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