뗄 수 없는 지하철과 아파트

역세권 아파트가 불확실한 부동산시장 속에서도 굳건한 가치를 유지하며 수요자들의 선택을 받고 있다. 출퇴근과 통학이 편리할 뿐 아니라, 역 주변으로 형성되는 상권 등 다양한 인프라를 손쉽게 누릴 수 있다는 점에서 생활 만족도와 거주 편의성이 높아 수요가 쏠림 현상이 계속되고 있다. 가격과 환금성 측면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이유로 풀이된다.

아파트 시장에서 역세권과 비역세권의 가격 차이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3호선 구파발역을 도보로 이용 가능한 ‘은평스카이뷰자이’ 전용 84㎡는 지난해 10월 10억6000만원에 거래됐다. 이는 은평뉴타운 내에서 구파발역과 거리가 있는 ‘은평뉴타운우물골2지구7단지’ 동일 타입이 같은 달 8억7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무려 2억원가량이나 높은 가격이다.

비역세권
가격 차이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역세권의 인기는 여전하다. 교통 접근성이 뛰어난 데다 상업·의료·교육 등 생활 인프라가 자연스럽게 형성돼 주거 편의성이 높기 때문이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지하철 노선과 역 자체가 제한적인 지방에서는 역세권 입지가 곧 희소 자산으로 인식되며, 경기 변동 국면에서도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안정형 입지’로 평가받고 있다.

한국부동산원 청약홈에 따르면 지난해 지방 분양시장에서도 역세권 단지들은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며 흥행을 이어갔다. 지난해 12월 부산 남구 대연동에서 분양한 ‘한화포레나 부산대연’은 부산지하철 2호선 경성대·부경대역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역세권 입지를 앞세워 1순위 청약 평균 21대 1의 경쟁률로 마감됐다.

대구에서도 같은 흐름이 확인된다. 지난해 7월 수성구 범어동에서 공급된 ‘대구 범어 2차 아이파크’는 대구지하철 3호선 수성구민운동장역 역세권이라는 점이 부각되며 1순위 청약 평균 75.19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다.

지방 핵심 주거지일수록 역세권 여부가 청약 성패를 가르는 핵심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역세권 단지의 강점은 청약 성적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거래시장에서도 지역 시세를 주도하고 가격 방어력이 높게 나타난다.

수도권과 달리 지방은 지하철 노선과 역 수가 제한적인 만큼, 역세권 아파트의 희소성이 더욱 부각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주요 지방 도시에서는 역세권 단지가 지역 내 최고가를 형성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도 굳건한 역세권 입지
수도권·지방 공통으로 각광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부산 수영구 남천동 일원, 부산지하철 2호선 남천역 역세권 단지 ‘남천 자이’ 전용 84㎡는 동평형 기준 16억8000만원에 거래되며 지역 최고가를 기록했다. 대구 수성구 범어동에서도 대구지하철 2호선 범어역 역세권 단지 ‘수성범어W’ 전용 84㎡가 지난해 10월 18억원에 매매되며 지역 시세 상단을 차지했다.

앞으로는 역세권 아파트 중에서도 개발 초기 단계에 있는 신규 지역보다는 기존에 이미 성숙된 생활 인프라를 입주 시점부터 즉시 이용할 수 있는 단지들이 더욱 높은 수요자 선호도를 보일 것으로 예측된다. 대중교통의 편리함을 넘어 교육, 상업, 문화시설 등 완비된 도시 인프라를 즉시 누릴 수 있는 ‘기존 역세권’ 또는 ‘완성형 역세권’의 가치가 시장에서 강화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역세권은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은 물론, 잘 갖춰진 인프라와 높은 환금성으로 자산 가치 방어에 탁월해 실수요자는 물론 투자자들의 눈높이까지 맞출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며 “역세권 입지를 갖춘 단지 중에서도 기존 인프라를 다양하게 누릴 수 있는 곳으로 수요자들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라고 밝혔다.

다음은 서울, 경기, 부산에서 공급 중인 역세권 아파트.

▲동래 반도유보라= 반도건설이 부산 동래구에 선보인 ‘동래 반도유보라’가 선착순 분양 중이다. 부산광역시 동래구 낙민동 76의 1에 들어서는 단지는 지하 3층~지상 최고 42층, 3개동, 총 400가구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 84㎡ 단일 타입으로 실거주 선호도가 높은 구조다.

남향 위주 배치와 개방형 설계를 통해 채광과 통풍을 확보했고, 인근 온천천 수변 경관을 일부 세대에서 조망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모든 가구가 2.35m의 천장고로 설계했고, 거실에는 15㎝ 더 높인 우물천장고(2.5m)를 사용해 개방감을 높인다. 1층에는 필로티 구조를 도입해 사생활 보호와 통풍성을 강화한다. 단지 내에는 피트니스클럽, 어린이집 등 다양한 커뮤니티시설을 조성한다.

지역 내
최고가

부산지하철 1호선 교대역, 4호선 낙민역, 동해선 동래역이 모두 도보권에 위치해 다중 노선 이용이 가능하다. 원동IC를 통한 시내외 이동도 수월한 편이다. 여기에 만덕~센텀 도시고속화도로가 개통되면 주요 업무 권역과의 이동 시간도 단축될 전망이다.

단지 인근에 낙민초, 동신중, 동래고, 학산여중·고 등 동래구의 명문 학군이 있다. 사직동과 명륜동 학원가도 가깝다. 쇼핑 및 생활 인프라도 풍부하다. 탑마트와 메가마트, 수안인정시장, 동래시장의 생활 편의시설과 부산지방법원, 검찰청, 세무서, 구청 등 주요 행정기관도 인접해 있다.

▲용인 메가시티= 경기 용인시 처인구 삼가동 일원에서 공급 중인 장기 민간임대 아파트 ‘용인 메가시티’가 최근 지역 개발 동향과 맞물리며 실수요층의 유입이 두드러지고 있다. 지하 2층~지상 28층 총 11개동으로 계획됐으며, 925세대(예정) 규모로 조성된다.

전용면적은 49·59·84㎡로 구성돼 1~4인 가구 등 다양한 주거 형태를 포괄한다. 피트니스 공간, 실내 골프연습장, 휴게형 커뮤니티 등이 도입될 예정이다. 최근 용인 지역에서는 커뮤니티시설 품질이 실거주 만족도를 좌우하는 주요 요소로 작용한다는 평가가 늘고 있다.

장기전세 민간임대 아파트는 입주 후 저렴한 임대보증금으로 안정적으로 거주한 뒤 10년 뒤 임차인에게 저렴한 분양가로 우선분양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구조가 매력적이다. 보유세, 취득세, 재산세 등 유지 비용이 발생하지 않고, 임대보증금은 신탁을 통해 관리돼 반환 안정성이 확보된다. 분양 전환 이전까지는 세금 부담 없이 거주 기간을 유지할 수 있어 자금 계획을 유연하게 세우려는 실수요자에게 유리하다.

편리한 출퇴근과 통학
상권 등 다양한 인프라

단지는 삼가역까지 약 3분 내 도보로 접근이 가능해 평일 출퇴근 시간대 거주 편의성이 높다. 삼가역은 에버라인과 연계된 교통축으로, 용인 도심 및 기흥·수지권 주요 생활권으로 이동이 수월하다. 여기에 용인시가 발표한 광역도로 정비, 버스 노선 확충 계획 등이 지속적으로 이어지며 중장기 교통 환경도 개선되고 있다.

주변에는 대형마트, 병원, 공공시설 등을 이용할 수 있어 자동차 이동이 많지 않은 1~2인 가구와 고령층의 실사용 평가도 긍정적이라는 반응이다. 실제로 용인세브란스병원과 이마트·롯데마트 복합 상권이 삼가역 주변에 집중돼 있어 역세권·생활권 접근성이 복합적으로 충족되는 구조다.

▲석촌역 대우 리버레이크 송파= 대규모 개발사업의 수혜지인 서울 송파에 미래 가치와 풍부한 생활 인프라를 누릴 수 있는 브랜드 아파트가 들어설 예정이어서 이목을 끌고 있다. ‘석촌역 대우 리버레이크 송파’가 주인공이다. 대우건설(시공 예정사)이 서울 송파구 석촌동 287번지 일원에 시공할 예정이다. 지하 5층~지상 35층 규모로 아파트(전용면적 40·59㎡ 380가구)와 근린생활시설로 이뤄져 있다. 조합원 모집가는 40㎡(19평) 5억원대, 59㎡(19평) 9억원대며, 일부 가구에서는 한강 조망이 가능하다.

최근 1~2인 가구의 폭발적인 증가세에 맞춰 소형 고급 주거시설로 풀옵션 무상 제공 특화 설계가 적용됐다. 여기에 다 같은 면적의 공간이라도 더 넓게 사용할 수 있는 최신 와이드 신평면 설계도 도입됐다. 이와 함께 입주민의 건강 관리를 위해 단지 안에 친환경 자연 조경 시설과 주민 운동 시설도 조성된다. 주상복합 아파트인 만큼 단지 안에서 원스톱 라이프를 즐길 수 있도록 다양한 근린생활시설도 갖출 예정이다.

소형 고급
주거시설

서울 지하철 8호선과 9호선 급행 환승역인 석촌역이 단지 바로 앞에 위치한 초역세권 단지다. 지하철 2호선 잠실역과 3호선 가락시장역도 쉽게 이용할 수 있다. 단지 인근에 있는 올림픽대로, 서하남IC 등을 이용하면 서울과 수도권 각 지역을 빠르게 오갈 수 있다. 잠실스포츠·마이스 복합 공간, 송파 ICT 보안클러스터, 가락시장 현대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인근 강남에도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강남대로 지하화 등이 진행 중이다.

인근에 롯데월드타워, 롯데백화점, 가락시장, 서울아산병원, 송파구청 등 송파를 대표하는 생활편의시설이 들어서 있다. 단지에서 석촌호수, 올림픽공원, 한강시민공원 등을 쉽게 이용할 수 있어 도심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편안한 산책을 즐길 수 있다. 가락초등학교와 송파초등학교, 가락중학교, 일신여자중학교, 일신여자상업고등학교, 잠실여자고등학교, 가락고등학교 등이 인근에 있다.

▲이수 더 써밋= 서울 동작구 사당동 일대가 강남 접근성과 생활 인프라를 갖춘 주거지로 재평가받는 가운데, 재개발 속도가 빨라지며 미래 가치가 부각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중심에서 초고층 대단지로 조성되는 ‘이수 더 써밋’이 새 랜드마크 후보로 관심을 받고 있다. 지하 3층~지상 37층, 총 870세대, 7개동 규모로 구성된다. 단지는 주변 대비 높은 스카이라인이며, 주차 공간도 총 1336대로 세대당 약 1.5대가 확보된다.

특히 중소형부터 중대형까지 다양한 평형이 구성되며, 실수요자를 고려한 맞춤형 설계를 내세웠다. 59㎡ 타입은 개방감 높은 거실·침실 구조와 복도 팬트리, 다용도실 등 실용 수납이 특징이다. 84㎡ 타입은 3룸 2욕실 구성에 아일랜드 식탁 중심 동선, 넓은 다이닝 공간을 제공한다. 122㎡ 타입은 5베이 판상형 구조와 드레스룸, 알파룸, 현관 창고 등 대형 평면의 고급 수납 시스템을 갖춘다.

단지는 사당2동 중심 생활권에 위치해 이마트, 롯데백화점, 사당시장 등 다양한 상업시설을 도보로 이용할 수 있는 입지를 갖춘 것이 특징이다. 또한 안평천, 사당근린공원, 힐링코스 등이 인근에 있어 도심 속 친자연형 주거 환경을 누릴 수 있다. 교육 환경도 뛰어나 동작초, 경문고, 세화여고 등 주요 학군이 가까워 학령기 자녀를 둔 실수요자들의 관심이 높다.

생활 만족도
거주 편의성

단지에서 도보 5분 내 접근 가능한 이수역은 지하철 4호선과 7호선이 만나는 더블 역세권으로, 여의도·강남·종로 등 주요 업무지구로 이동이 편리하다. 향후 GTX-D 노선(2035년 예정), 사당역 복합환승센터(2034년), 이수~과천 복합터널(2030년) 등이 더해지며 광역 교통망이 확장될 전망이다. 특히 GTX-D 개통 시 삼성역까지 약 10분, 인천공항까지 약 40분대로 연결돼 교통 편의가 크게 향상될 것으로 기대된다.

단지 관계자는 “학세권·공세권·역세권을 모두 충족하는 드문 입지에 더해, GTX-D와 사당역 복합환승센터 등 굵직한 개발 이슈가 예정돼 있어 미래 가치가 매우 크다”라며 “강남 접근성, 생활 인프라, 주변 정비 사업까지 갖춘 이수 더 써밋은 향후 사당권역의 새로운 주거 중심지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했다.

<webmast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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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대마불사’ 국힘 생존 방정식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법원이 주호영 국회부의장의 대구시장 경선 컷오프 관련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를 강하게 비판하면서 항고할 뜻을 내비쳤다. 주 부의장의 강경 대응은 저조한 국민의힘 지지율과 맞물려 혼란상을 더욱 극적으로 비추고 있다. 과연 국민의힘이란 ‘대마’는 ‘불사’의 존재일까? 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경선에서 컷오프된 것에 반발해 지난달 26일 법원에 가처분을 신청했다.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수석부장판사 권성수)는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그러자 주 부의장은 곧바로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법원 결정에 반발했다. 법원 결정 바로 반발 주 부의장은 “저는 그동안 이번 컷오프가 절차·내용 모두 중대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해 왔다”며 “법원의 판단과 별개로 이번 공천 과정이 과연 당원·시민의 눈높이에 맞는 공정하고 민주적인 절차였는지는 여전히 엄중하게 따져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주 부의장은 지난 6일 항고를 제기했다. 이어 지난 8일엔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항고심 판단을 끝까지 지켜본 후 제 거취에 대한 최종 판단을 내리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선 일각에서 제기했던 무소속 출마설을 일단 유보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어 주 부의장은 “항고심 판단을 기다린다고 해서 이번 공천 난맥상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 체제의 책임을 덮고 가겠단 뜻은 결코 아니”라며 “이런 공천 구조를 만든 세력과 절대로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공천은 충성의 대가나 숙청의 도구가 아닌, 오직 국민 앞에 가장 경쟁력 있고 책임 있는 후보를 세우는 과정”이라고 주장하는 등 자신을 컷오프한 것을 ‘숙청’이라고 암시했다.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강한 의지를 드러낸 것에 대해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6선인 주 부의장은 대구 수성에서만 국회의원을 지냈다. 대구 수성을에서는 4선을 지냈고, 수성갑에선 재선에 성공했다. 이 중 4선을 했던 지난 2016년 총선 수성을 선거에선 친박(친 박근혜)계 주도로 공천을 받지 못해 무소속 출마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여유 있게 이겼다. 문제는 주 부의장이 당내 최다선인 6선 의원 겸 국회부의장이라는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명예가 곧 실권을 보장하진 않는다. 아울러 주 부의장이 차기 총선에서도 같은 지역구에 출마해 7선에 도전하면, 이에 대한 비판이 제기될 수도 있다. 같은 6선인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조정식 의원은 각각 부산 사하을·경기 시흥을을 지역구로 두고 있다. 부산은 이미 격전지가 된 데다 조 의원은 민주당계 정당과 국민의힘 소속으로 각각 3선 했고, 경기 시흥을은 수도권이다. 국민의힘의 안정된 텃밭으로 분류되는 대구 수성을에서 7선에 도전하는 것과는 상황이 다르다. 설령 7선에 성공한다고 하더라도, 오는 6월 지방선거에서도 참패 가능성이 제기되는 국민의힘이 2년 후 총선에서 다수당이 된다는 보장도, 국회의장이 되리라는 보장도 하기 어렵다. 오는 2028년 총선까지 연일 떠들썩하게 이어지는 계파 갈등을 어느 정도 안정시킨 후 대안 야당으로 발돋움하면서 이재명정부가 실정으로 지지율이 폭락하는 상황이 겹쳐야 승리를 노려볼 수 있다. 주 부의장이 국회의장에 도전하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가능성이 희박하다. 불확실한 국회의장…‘텃밭 7선’ 대신 대구? 연이은 공천 가처분 세례 속 서울 지지율 13% 따라서 주 부의장이 대구시장 출마에 집념을 불태우는 것은 필연이다. 대선 패배 후 대구시장에 출마해 당선됐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전례도 있다. 주 부의장으로선 “나라고 출마 하지 말라는 법이 어디에 있느냐”고 판단해도 무리가 아니란 분석이 있다. 대구시장으로서 임기를 마친 후 대권에 도전하거나 당내에서 영향력을 행사하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이 가능성은 일명 ‘주한 연대설’로 통하는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와의 연대설 때문에 불거졌다. 이는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이 주 부의장을 컷오프한 직후 불거졌다.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 대구시장에 출마해 대구 수성갑에서 재보궐선거가 진행되면, 한 전 대표가 여기에 출마하는 형식으로 연대한다”는 설이다. 한 전 대표 측으로선 손해 볼 게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달 25일 채널A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주 부의장은 보수 재건이 필요하다고 공감하면서 나서겠다고 했다”며 “우린 이미 연대하고 있는 게 아니냐”고 주장했다. 반면 주 부의장은 신중한 반응을 내비쳤다. 그는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던 중 주한 연대설 관련 질문을 받자 “제 코가 석 자인데 딴 생각할 여지가 있겠느냐”고 답변했다. 다만 무소속 대구시장 출마 가능성에 대해선 “모든 경우의 수에 대해 준비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따라서 주한 연대설 성립 가능성 자체를 배제한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나왔다. 주 부의장의 항고 제기는 국민의힘의 치명적 문제 하나를 외부로 노출했다. 국민의힘에선 당내 처분에 대해 연이어 법원으로 달려가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가깝게는 주 부의장과 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컷오프에 대한 가처분을 신청했다. 김 지사는 주 부의장과 달리 가처분이 인용돼 경선에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멀게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배현진 의원에 대해 각각 결정했던 제명·당원권 정지 1년 징계의 효력도 법원에서 정지됐다. 4건의 가처분 모두 서울남부지법 민사합의51부에서 판단했다. 재판부는 주 부의장 건에 대해서만 국민의힘의 손을 들어줬다. 장 대표는 김 지사가 신청한 가처분이 인용된 다음 날인 지난 1일 기자들과 만나 “법원이 정치에 너무 깊숙이 개입하고 있다”며 “재판장이 국민의힘에 와서 공천관리위원장과 윤리위원장을 하면 될 것 같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정치의 사법화가 심각할 정도로 진행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공천 관련 갈등이 이어지는 가운데,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승리 가능성을 어둡게 하는 신호들은 계속 이어지고 있다. 한국갤럽은 지난달 31일부터 지난 2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상대로 이동통신 3사가 제공한 무선전화 가상번호를 무작위로 추출해 전화 조사원이 직접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한 여론조사 결과를 공개했다. 이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8%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8%로 집계됐다. 제 코가 석 잔데… 서울에선 민주당 지지율이 5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13%로 집계됐다. 부산·울산·경남에서도 민주당 지지율은 42%로,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27%로 집계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확인 바람). 영원한 격전지 서울에서도 양당의 지지율 격차가 크게 벌어지는 여론조사 결과 수치가 공개되자,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한 지적이 날로 거세게 일어나고 있다. <조선일보>는 지난 4일 자 사설을 통해 “국민의힘은 지금 수도권에서 후보를 찾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며 “현행법상 15% 이상 득표해야 선거 비용을 전액 보전받을 수 있는데 그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한다는 것”이라며 현실을 짚었다. 이어 “말로만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했을 뿐 실제로는 반대로 하고 있다”며 “공천 혼란에 대해서도 가처분을 인용한 법원 탓만 할 뿐, 어떻게 수습하고 책임질지 방향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는 등 장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의 주장대로라면, 수습·책임을 맡을 당 대표는 보이지 않는 셈이다. 해당 매체는 “어렵게 나선 후보들은 국민의힘 상징색인 빨간색을 포기하고 흰색 점퍼를 입고 다닌다”며 “인구가 1300만명에 달하고 국회의원 의석수도 가장 많은 경기도에선 지사 출마자를 구하지 못해 공천을 차일피일 미루고 있다”는 현실도 짚었다. <조선일보>가 짚은 국민의힘의 현실은 신체를 통제할 두뇌 없이 거대한 군집을 이룬 채 각자의 역할을 맡은 군집 생물에 비유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관해파리를 들 수 있다. 관해파리는 겉으로 볼 땐 덩치 큰 해파리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각의 역할을 맡은 독립 개체들이 모인 군집이다. 이 개체들은 먹이 섭취·이동·번식 등 각각의 역할만을 담당한다. 각각의 개체들은 생존을 위해 서로 연결돼있지만, 이들을 하나로 통합하는 뇌는 없다. 개체 중 누군가가 제 역할을 못하면 모두 죽는다. 단세포생물인 점균류도 먹이를 찾을 때, 각자의 세포가 알아서 효율적인 길을 찾는다. 이를 통제할 뇌는 없지만, 화학적 신호를 주고받으면서 최적의 경로를 결정한다. 그런데 잘못된 경로를 찾으면 방향을 틀 능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남는 것은 군집 전체가 굶어 죽는 일이다. 페로몬을 통해 신호를 주고받는 군대개미 집단도 선봉에 선 개미가 길을 잃으면 모든 개미가 원을 그리다가 지쳐 죽는다. 제 역할 못하면… 이탈리아의 정치학자 조반니 사르토리는 원심적 경쟁 이론을 주장했다. 보통의 민주주의 국가에선 정당이 중도층의 표심을 얻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강경한 여당과 무책임한 야당이 양립할 땐 정당이 중도층을 설득하기보다 진영 결집에 따른 조직표 구성에 몰두한다. 이런 구도에선 중도층이 정치에서 배제되고, 정치적 대화도 단절된다. 이런 상황에선 후보자들은 당의 승리와 중도 확장을 포기하고, 강성 핵심 지지층의 지지를 얻으려고 노력한다. 중도층이 정치에 냉담해지면서 설득 가능 대상으로 강성 핵심 지지층만 남기 때문이다. 가성비 높은 선택이 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후보자들이 지도부를 거부하면서 강성 핵심 지지층에게만 구애하는 각자도생에 몰두한다. 이는 결국 자신들만의 세계에 빠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국민의힘의 지방선거 준비 과정에서 서울시장·경기도지사 경선에선 구인난에 빠졌지만, 대구시장·경북도지사 경선은 열기가 과도한 것도 이와 비슷하다. 특히 대구시장 경선엔 국회부의장·경제부총리·원내대표 등 당정의 핵심을 지낸 인사들이 모두 출마했기 때문에 더욱 눈에 띄고 있다. 미국의 정치학자 리처드 카츠와 아일랜드의 정치학자 피터 메어는 정당을 카르텔·프랜차이즈 기업에 비유하는 독특한 이론을 발표했다. 카츠와 메어는 “현대 정당이 시민의 자발적 후원보다 국가의 정당 보조금·공천권 등 국가의 자원에 의존해 서로 담합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중앙당과 지역구 후보의 관계를 본사와 가맹점주 관계로 규정했다. 따라서 중앙당이 자원을 적절히 배분하지 못하거나, 시장에서 자원의 가치가 폭락하면 가맹점주의 불만이 폭발한다고 주장했다. 이들의 주장을 매개로, 캐나다의 정치학자 켄 카티는 “정당이 실제로 프랜차이즈 시스템으로 바뀌고 있다”고 주장했다. 카티에 따르면, 정당은 브랜드로서만 기능하고, 선거에선 후보가 중앙의 브랜드를 빌려온다. 공천은 결국 이들 간 계약 관계 역할을 한다. 이는 실제 정치적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일 서울 쌍문역 일대 쌍리단길을 방문했다. 오 시장의 현장 방문에 동행한 국민의힘 소속 서울시의원들과 도봉구의원들은 국민의힘의 상징색 빨간색이 아닌 흰색 점퍼를 입었다. 오 시장도 서울시 로고가 새겨진 흰색 점퍼를 입고 현장을 돌아다녔다. 지난달 31일 진행된 국민의힘 서울시장 본경선 후보들 대상 첫 토론회에서도 후보들은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들은 “흰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동그라미 푯말을, 빨간색 점퍼에 눈이 간다면 엑스 푯말을 들어달라”는 진행자의 요구에 일제히 엑스 푯말을 들었다. 오세훈 ‘흰색 점퍼’ 현장행 “빨간색 입고 싶다” 대우그룹·프랑스 사회당 등 한순간에 망한 대마들 하지만 말은 날카로웠다. 오 시장은 “빨간색 점퍼를 입고 싶은 마음을 엑스 푯말을 들어 표현해 봤다”고 말했다. 미래통합당 윤희숙 전 의원은 “흰색 옷을 입어야 하는 사람은 장 대표”라며 “이번 공천이 마무리되면 백의종군을 결심해 달라”고 요구했다.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은 “빨간 당 출신이 빨간색을 안 입는 자기모순은 이해할 수 없다”면서도 “장 대표가 확장하지 못했다면 후보들이 확장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엔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의견을 밝혔다. 본사에 대한 가맹점주들의 집단행동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다. 서울시당위원장을 맡은 배 의원도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의힘의 서울 지지율 13%의 주역 장동혁 지도부가 기초단체장 후보를 못 구한 지역의 후보를 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방선거 패배 가능성이 내·외부에서 연이어 제기되고 있지만, 국민의힘 지도부에 대해선 “변화할 의지도, 대책도 없는 것 같다”는 평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은 카츠와 메어가 이미 이론적으로 짚었다. 이들은 “카르텔 정당은 국가 자원을 독점하기 때문에 ‘우리는 망하지 않는다’는 착각에 빠지기 쉽다”고 지적했다. 바둑으로 치면, 국민의힘은 여러 개의 돌로 넓게 자리 잡은 곤마인 ‘대마’와 비슷하다. 시사 분야에서 관용적으로 잘 쓰는 표현 중 하나는 ‘대마불사’다. “대기업이나 대형 금융기관은 국가의 지원을 받아 망하지 않는다”는 관용 표현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1990년대 후반 IMF 금융위기는 대마불사로부터 비롯됐다. 가장 충격적이었던 상황은 당시 재계 2위였던 대우그룹의 해체였다. 김우중 당시 회장은 ‘세계 경영’이라면서 해외 업체를 공격적으로 인수했다. 그러다 IMF 금융위기를 맞아 구조조정을 거쳤지만, 삼성자동차를 받고 대우전자를 주는 빅딜 과정에서 엄청난 빚을 져 결국 워크아웃을 선언했다. 김 전 회장도 해외로 도피했다. 대우그룹은 그렇게 해체됐다. 국제 정치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1990년대 초반 캐나다의 집권당 진보보수당은 경제 실정과 내부 갈등 끝에 구심력을 잃고 연이은 당원 탈당 사태를 겪었다. 그 결과 150석을 넘게 보유했던 거대 여당이 선거 한번에 2석만 건지는 참패를 당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프랑스에서도 프랑수아 올랑드 전 대통령의 낮은 지지율을 극복하지 못했던 사회당은 지난 2017년 대선을 앞두고 강경한 좌파 성향 브누아 아몽 대선후보를 선출했다. 그러자 사회당 소속 정치인 다수는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창당했던 신생 정당 앙 마르슈로 옮겼고, 당은 선거에서도 참패했다. 반대로 민주당은? 민주당은 대구시장 선거 승리를 위해 대구에서 일정한 기반을 갖추고 있고 선거 승리 경험도 있는 김부겸 전 총리를 대구시장 후보로 선출했다. 이어 지난 8일엔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김 후보와 함께 대구 농수산물도매시장을 방문하는 등 승리 의지를 드러냈다. 구인난을 겪고 있는 국민의힘과 달리, 민주당에선 추미애 의원이 치열한 경선 끝에 경기도지사 후보로 선출돼 주목받고 있다. 대마불사는 과연 영원한 걸까. 대마불사만 믿고 배짱 영업을 해도 되는 걸까. 대우그룹 해체는 국민의힘에 어떤 의미를 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