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희롱 표적’ 여교사 수난시대

“뭘 했기에…선생님 이에 털 꼈어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여교사를 타깃으로한 교내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들은 여교사를 제외한 교내의 모든 남성들이다. 이들은 여교사에게 강제 신체접촉 또는 성적 발언, 인격모독 등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들을 일삼고 있었다. 교권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여교사들은 성희롱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치욕까지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009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수업을 마친 여교사에게 다가가 “누나 나랑 사귀자”며 어깨에 손을 올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남학생은 한 번으론 부족했는지 “누나 나랑 사귀자니까”라며 또 다시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남학생의 도발을 참지 못한 여교사는 남학생에게 화를 내며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성희롱 공포’
여교사는 괴롭다

해당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 사건이 연일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교육계는 바짝 긴장했고 성희롱을 가한 가해자들에게 징계를 내리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남녀공학으로 보이는 중학교 교실에서 한 여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수치심을 느낄만한 성적발언을 받은 영상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사를 향해 “첫 키스·경험은 언제냐” “애인 있냐” “초경은 언제 했냐” 등의 짓궂은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여교사가 해당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다가가자 “가까이서 보니까 예쁘네, 멀리서 보면 별론데…”라며 비아냥댔다.


이외에도 포항의 모 남자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여교사의 수업 중 성적 비하가 담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자신의 중요부위에 손을 갖다 대며 성관계를 하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는 등 노골적으로 교사를 무시하며 수업을 방해했다.

여교사를 향한 성희롱 사건이 거듭되자, 수많은 여교사들이 타 학교로 전근을 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모 중학교의 수학교사로 있는 임모(31)씨는 전 학교에서 성희롱 당했던 고충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임씨는 귀여운 인상에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당히 앳된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고등학교에서 있었을 당시 2∼3년 동안 말 못할 고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여교사 5명 중 1명 직간접 성희롱 경험
“스마트폰 찍힐까 화장실 가기도 무섭다”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정도면 머리도 다 클 나이고, 성적으로 호기심도 많아서 가벼운 농담정도는 받아줬는데 계속 받아 주다보니 수위가 점점 심해졌다. ‘오늘 예쁜데∼’ ‘내 애인하자, 잘 해줄게’ ‘오늘 수업 끝나고 뭐 하냐, 좋은데 놀러가자’ 등 전혀 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말하더라. 수업 끝나고 복도에서 아이들과 마주치면 남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려 들거나, 타 학생들이 한 남학생을 밀쳐서 일부러 나와 부딪히게 하는 등 신체접촉을 유도한 장난들이 매일 발생한다.

지나갈 때 아이들 옷깃에서 담배냄새가 나도 훈계는 엄두도 못 낸다. 단지 농담식으로 ‘몸에도 안 좋은 걸 뭐가 좋다고 하니’라고 말할 뿐이다.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당시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갔다 온 동료 교사한테는 ‘첫날밤 남편이 잘 해줬어요?’ ‘잠 제대로 못 주무셨나 봐요. 다크써클 장난 아니네’ ‘선생님 이에 털 꼈어요’ 등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했더라. 하루를 멀다하고 성희롱을 당하니 수업은 물론이고 ‘정말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종종 하게 됐다. 결국 그곳을 나와 현재 중학교로 전근 오게 됐다.”

인천시 모 중학교에 다니는 한 여교사는 중학생들도 만만치 않다며 남모를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요즘은 아이들이 발육이 좋은 편이라 모든 것을 일찍, 쉽게 접한다. 남녀공학이라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과 합세해 공격한다. 수업 중 뒤에서 ‘선생님 엉덩이 X나 커’ 또는 ‘다리 벌어졌다’며 신체비하적 발언들을 내뱉는다”며 “복도를 지나다니거나 돌아다니면서 수업할 때 아이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내 치마 속을 찍은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사진 찍을 때 ‘찰칵’ 소리가 안 들리도록 하는 어플들이 나와서 화장실 한 번 가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당시 고충을 토로했다.


교장·교감의
기쁨조 노릇까지  

교장과 교감 등 학교 측 고위 관리자의 횡포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모 중학교 교장은 한 여교사에게 “첫날밤은 잘 보냈냐, 어땠냐” 등의 성적 발언을 했고, 강제 신체접촉과 더불어 수시로 여자 화장실을 드나드는 파렴치한 행동을 저질렀다.

이 교장은 “학교 관리차원에서 화장실을 드나들었을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교장직을 사퇴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스런 행태가 교직사회에 전반에 만연돼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장이 술자리동석 강요 및 신체접촉 등 성희롱은 물론 각종 추태와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투서가 올라왔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돼 다시 한 번 교육계를 바짝 긴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천시교육청 관내 승진을 앞둔 여교사는 일부 교장선생들이 평교사들에게 보직을 주고 근무평가를 잘 준다는 명분으로 술시중과 강제 신체접촉 등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신체접촉으로는 노래방에서 껴안기, 얼굴과 몸 밀착시켜 비비기, 무릎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기 등이다.

여교사를 상대로, 특히 승진을 앞둔 여교사를 상대로 한 학교 관리자들의 성추행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투서를 올린 한 여교사는 “교장들은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출장과 애경사, 사전 답사 등 장거리 출장에 동행하길 원한다”며 “심지어 1박을 하는 출장에도 승진을 앞둔 여자 보직 교사를 원하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교장들의 막장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정부시 모 초등학교 교장의 성희롱 사건은 교직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3월 부임한 이모 교장은 평소에 수시로 여교사들에게 “진짜 처녀 맞아? 임신한 거 아니냐? 뱃살 좀 빼라” “넌 내 옆에 앉아라. 내 무릎 위에는 아무나 못 앉는다” “결혼을 안 한 노처녀라서 그렇다” 등 100여 차례 이상 성희롱 발언을 했다. 심지어 치과에 가려는 여교사에게는 “누가 입술을 많이 빨아 주었느냐” “쓸개 빠진 X” 등의 선정적인 발언과 욕설까지 내뱉었다.

무분별 막장행위
기강 무너진 교육계

그는 부장급 간부 교사들의 회식자리에서도 입술이 부르튼 여교사에게 “남편 좋은 술집 보내라. 싸구려 아가씨 있는 술집에 보내니까 이상한 병 옮겨와서 입술이 그렇지…”라고 비아냥거렸다. 7월에 들어서는 교사와 교직원 등 1박2일 친목행사로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각 학년 담임 여교사들에게 돌아가면서 술을 따를 것을 강요하다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또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활동이나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녹색X들이 교장을 길들이려 한다” “애XX들 밥 처먹이는 데 돈 다 쓴다”는 등 상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는 또 교직원 친목회가 주관하는 연수에 개입해 강원도 정선군의 카지노로 장소를 정하도록 하고, 참여를 거부하는 교사들에게는 사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초등학교 교사 28명은 ‘교장이 상습적으로 교사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는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고 교육청은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결과 교장의 행위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해당 교장은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하는 치욕을 맛보았다.


이 교장은 평교사에서 출발, 교육자로서는 상위급에 속하는 장학사, 연구사를 거쳐 교장에 이르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다. 심지어 부임 직전 근무 학교에서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 2008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어 씁쓸함을 전했다.

술시중·신체접촉·인격모독 상상초월
교권 끝없이 추락…“보호 대책 절실”

동료 교사로부터의 성희롱을 당하는 직장 내 성범죄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2006년 서울의 한 중학교 남자 교사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남자교사 원씨는 기간제 교사로 영어를 가르치던 최씨와 같은 학교 남자교사 2명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한 최씨를 성폭행했다. 지난해 두 학기 동안 이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최씨는 12월 말 계약이 끝나 동료 교사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던 차였다.

원씨는 최씨에게 송별회 겸 회식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최씨는 별 의심 없이 술자리에 참석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소주 3병과 양주 2병을 남자교사 세 명과 함께 나눠 마신 후 화장실에 다녀오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속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심한 어지럼증과 두통으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재차 깨어났을 때 원씨가 나를 성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학교와 교사가
적극 대처해야


이처럼 범죄의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여교사들은 하루하루 성범죄와 싸우고 있다. 성희롱 및 추행을 당한 후 해당 교육청에 투고를 올려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수원의 모 초등학교 여교사는 교장으로부터 성희롱과 폭언을 당한 후 교육청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복성 징계를 받는 등 적반하장 격의 결과만 맞이했다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여교사에 대한 성범죄 수위나 횟수가 급증하면서 외부에서는 교권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성에 일찍 눈뜨는 학생들이 여교사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연륜이 짧은 여교사들은 왈칵 울음을 쏟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경험 많은 여교사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줘 대처능력을 높여주는 연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등 신붓감으로 여겨져 왔던 여교사의 실상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들은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발을 들였지만 보수적인 교직사회 속 폭언과 폭행, 성범죄 등에 노출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교권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여교사를 단지 교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올바른 교육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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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