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격세태> ‘성희롱 표적’ 여교사 수난시대

“뭘 했기에…선생님 이에 털 꼈어요”

[일요시사=김지선 기자] 여교사를 타깃으로한 교내 성범죄가 급증하고 있어 충격을 주고 있다. 가해자들은 여교사를 제외한 교내의 모든 남성들이다. 이들은 여교사에게 강제 신체접촉 또는 성적 발언, 인격모독 등 상상을 초월하는 행위들을 일삼고 있었다. 교권이 바닥을 치고 있는 지금, 여교사들은 성희롱이라는 감당하기 힘든 치욕까지 마주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지난 2009년 온라인 커뮤니티에 한 동영상이 올라왔다. 영상에는 고등학생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수업을 마친 여교사에게 다가가 “누나 나랑 사귀자”며 어깨에 손을 올리는 장면이 담겨 있었다. 그 남학생은 한 번으론 부족했는지 “누나 나랑 사귀자니까”라며 또 다시 여교사의 어깨에 손을 올리는 대담함을 보였다. 남학생의 도발을 참지 못한 여교사는 남학생에게 화를 내며 주의를 주는 것으로 마무리했다.

‘성희롱 공포’
여교사는 괴롭다

해당 동영상이 일파만파로 퍼져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자, 여교사를 상대로 한 성희롱 사건이 연일 전파를 타기 시작했다. 교육계는 바짝 긴장했고 성희롱을 가한 가해자들에게 징계를 내리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이었다. 지난 2010년에는 남녀공학으로 보이는 중학교 교실에서 한 여교사가 학생들로부터 수치심을 느낄만한 성적발언을 받은 영상이 올라왔다. 학생들은 너나 할 것 없이 교사를 향해 “첫 키스·경험은 언제냐” “애인 있냐” “초경은 언제 했냐” 등의 짓궂은 질문들을 늘어놓았다.

여교사가 해당 학생들에게 주의를 주려고 다가가자 “가까이서 보니까 예쁘네, 멀리서 보면 별론데…”라며 비아냥댔다.


이외에도 포항의 모 남자고등학교의 학생들이 여교사의 수업 중 성적 비하가 담긴 욕설을 내뱉는가 하면 자신의 중요부위에 손을 갖다 대며 성관계를 하는 듯한 신음소리를 내는 등 노골적으로 교사를 무시하며 수업을 방해했다.

여교사를 향한 성희롱 사건이 거듭되자, 수많은 여교사들이 타 학교로 전근을 가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경기도 동두천시 모 중학교의 수학교사로 있는 임모(31)씨는 전 학교에서 성희롱 당했던 고충을 조심스럽게 털어놓았다. 임씨는 귀여운 인상에 고등학생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로 상당히 앳된 외모를 소유하고 있었다. 그녀는 남자고등학교에서 있었을 당시 2∼3년 동안 말 못할 고통에 시달렸다고 말했다.

여교사 5명 중 1명 직간접 성희롱 경험
“스마트폰 찍힐까 화장실 가기도 무섭다”

“처음엔 귀엽다고 생각했다. 고등학생 정도면 머리도 다 클 나이고, 성적으로 호기심도 많아서 가벼운 농담정도는 받아줬는데 계속 받아 주다보니 수위가 점점 심해졌다. ‘오늘 예쁜데∼’ ‘내 애인하자, 잘 해줄게’ ‘오늘 수업 끝나고 뭐 하냐, 좋은데 놀러가자’ 등 전혀 선생으로 생각하지 않고 그들과 동급으로 취급하며 말하더라. 수업 끝나고 복도에서 아이들과 마주치면 남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려 들거나, 타 학생들이 한 남학생을 밀쳐서 일부러 나와 부딪히게 하는 등 신체접촉을 유도한 장난들이 매일 발생한다.

지나갈 때 아이들 옷깃에서 담배냄새가 나도 훈계는 엄두도 못 낸다. 단지 농담식으로 ‘몸에도 안 좋은 걸 뭐가 좋다고 하니’라고 말할 뿐이다. 나는 그나마 나은 편이다. 당시 결혼 후 신혼여행을 갔다 온 동료 교사한테는 ‘첫날밤 남편이 잘 해줬어요?’ ‘잠 제대로 못 주무셨나 봐요. 다크써클 장난 아니네’ ‘선생님 이에 털 꼈어요’ 등의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할 만한 발언들을 서슴없이 했더라. 하루를 멀다하고 성희롱을 당하니 수업은 물론이고 ‘정말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라는 극단적인 생각까지 종종 하게 됐다. 결국 그곳을 나와 현재 중학교로 전근 오게 됐다.”

인천시 모 중학교에 다니는 한 여교사는 중학생들도 만만치 않다며 남모를 고민을 털어놓았다. 그녀는 “요즘은 아이들이 발육이 좋은 편이라 모든 것을 일찍, 쉽게 접한다. 남녀공학이라서 남자아이들이 여자아이들과 합세해 공격한다. 수업 중 뒤에서 ‘선생님 엉덩이 X나 커’ 또는 ‘다리 벌어졌다’며 신체비하적 발언들을 내뱉는다”며 “복도를 지나다니거나 돌아다니면서 수업할 때 아이들이 휴대폰 카메라로 내 치마 속을 찍은 적도 있었다. 학생들이 대부분 스마트폰을 소지하고 사진 찍을 때 ‘찰칵’ 소리가 안 들리도록 하는 어플들이 나와서 화장실 한 번 가기도 힘든 실정”이라고 당시 고충을 토로했다.


교장·교감의
기쁨조 노릇까지  

교장과 교감 등 학교 측 고위 관리자의 횡포는 더 심각하다. 지난해 12월 경남 창원의 모 중학교 교장은 한 여교사에게 “첫날밤은 잘 보냈냐, 어땠냐” 등의 성적 발언을 했고, 강제 신체접촉과 더불어 수시로 여자 화장실을 드나드는 파렴치한 행동을 저질렀다.

이 교장은 “학교 관리차원에서 화장실을 드나들었을 뿐”이라고 부인했지만 이내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교장직을 사퇴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수치스런 행태가 교직사회에 전반에 만연돼있다는 것이다.

최근 인천에서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교장이 술자리동석 강요 및 신체접촉 등 성희롱은 물론 각종 추태와 만행을 저지르고 있다는 투서가 올라왔다. 이 사건은 일파만파로 확산돼 다시 한 번 교육계를 바짝 긴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인천시교육청 관내 승진을 앞둔 여교사는 일부 교장선생들이 평교사들에게 보직을 주고 근무평가를 잘 준다는 명분으로 술시중과 강제 신체접촉 등을 요구한다고 토로했다. 신체접촉으로는 노래방에서 껴안기, 얼굴과 몸 밀착시켜 비비기, 무릎에 손을 올리고 쓰다듬기 등이다.

여교사를 상대로, 특히 승진을 앞둔 여교사를 상대로 한 학교 관리자들의 성추행은 도를 넘는 수준이었다. 이뿐만이 아니었다. 투서를 올린 한 여교사는 “교장들은 승진을 앞둔 여교사들에게 출장과 애경사, 사전 답사 등 장거리 출장에 동행하길 원한다”며 “심지어 1박을 하는 출장에도 승진을 앞둔 여자 보직 교사를 원하고, 성희롱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고 했다.

교장들의 막장행위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의정부시 모 초등학교 교장의 성희롱 사건은 교직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2010년 3월 부임한 이모 교장은 평소에 수시로 여교사들에게 “진짜 처녀 맞아? 임신한 거 아니냐? 뱃살 좀 빼라” “넌 내 옆에 앉아라. 내 무릎 위에는 아무나 못 앉는다” “결혼을 안 한 노처녀라서 그렇다” 등 100여 차례 이상 성희롱 발언을 했다. 심지어 치과에 가려는 여교사에게는 “누가 입술을 많이 빨아 주었느냐” “쓸개 빠진 X” 등의 선정적인 발언과 욕설까지 내뱉었다.

무분별 막장행위
기강 무너진 교육계

그는 부장급 간부 교사들의 회식자리에서도 입술이 부르튼 여교사에게 “남편 좋은 술집 보내라. 싸구려 아가씨 있는 술집에 보내니까 이상한 병 옮겨와서 입술이 그렇지…”라고 비아냥거렸다. 7월에 들어서는 교사와 교직원 등 1박2일 친목행사로 마련된 저녁식사 자리에서 각 학년 담임 여교사들에게 돌아가면서 술을 따를 것을 강요하다 화를 내며 자리를 박차고 나가기도 했다.

또 녹색어머니회 등 학부모들의 학교 참여 활동이나 교육감의 무상급식 정책에 대해 “녹색X들이 교장을 길들이려 한다” “애XX들 밥 처먹이는 데 돈 다 쓴다”는 등 상스러운 말을 쏟아내는 건 부지기수였다. 그는 또 교직원 친목회가 주관하는 연수에 개입해 강원도 정선군의 카지노로 장소를 정하도록 하고, 참여를 거부하는 교사들에게는 사유서를 쓰도록 강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해당 초등학교 교사 28명은 ‘교장이 상습적으로 교사들에게 성희롱과 폭언을 했다’는 진정서를 국민권익위원회에 제출했고 교육청은 대대적인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 결과 교장의 행위들은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고 해당 교장은 정직 이상의 중징계를 받아야 하는 치욕을 맛보았다.


이 교장은 평교사에서 출발, 교육자로서는 상위급에 속하는 장학사, 연구사를 거쳐 교장에 이르기까지 순탄한 길을 걸었다. 심지어 부임 직전 근무 학교에서는 ‘폭력 없는 학교 만들기’에 앞장선 공로로 지난 2008년 대통령 표창을 받은 바 있어 씁쓸함을 전했다.

술시중·신체접촉·인격모독 상상초월
교권 끝없이 추락…“보호 대책 절실”

동료 교사로부터의 성희롱을 당하는 직장 내 성범죄도 배제할 수는 없다. 지난 2006년 서울의 한 중학교 남자 교사가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기간제 여교사를 성폭행한 혐의로 구속됐다.

남자교사 원씨는 기간제 교사로 영어를 가르치던 최씨와 같은 학교 남자교사 2명을 자신의 집으로 불러 함께 술을 마신 뒤 술에 취한 최씨를 성폭행했다. 지난해 두 학기 동안 이 학교에서 계약직으로 근무했던 최씨는 12월 말 계약이 끝나 동료 교사들과 간단히 인사를 마치고 떠날 준비를 하던 차였다.

원씨는 최씨에게 송별회 겸 회식이 있다며 자신의 집으로 초대했고 최씨는 별 의심 없이 술자리에 참석했다. 최씨는 경찰에서 소주 3병과 양주 2병을 남자교사 세 명과 함께 나눠 마신 후 화장실에 다녀오다 정신을 잃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속옷이 모두 벗겨진 상태였고, 심한 어지럼증과 두통으로 다시 정신을 잃었다. 재차 깨어났을 때 원씨가 나를 성폭행하고 있었다고 진술했다.

학교와 교사가
적극 대처해야


이처럼 범죄의 울타리 안에 갇혀있는 여교사들은 하루하루 성범죄와 싸우고 있다. 성희롱 및 추행을 당한 후 해당 교육청에 투고를 올려도 돌아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실제로 수원의 모 초등학교 여교사는 교장으로부터 성희롱과 폭언을 당한 후 교육청 측에 민원을 제기했지만 보복성 징계를 받는 등 적반하장 격의 결과만 맞이했다고 허탈한 심경을 전했다.

여교사에 대한 성범죄 수위나 횟수가 급증하면서 외부에서는 교권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김동석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대변인은 “성에 일찍 눈뜨는 학생들이 여교사와의 관계 설정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제대로 교육해야 한다. 연륜이 짧은 여교사들은 왈칵 울음을 쏟거나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한다. 경험 많은 여교사들이 후배들에게 노하우를 알려줘 대처능력을 높여주는 연수가 늘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몇 년 동안 일등 신붓감으로 여겨져 왔던 여교사의 실상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들은 부푼 꿈을 안고 교단에 발을 들였지만 보수적인 교직사회 속 폭언과 폭행, 성범죄 등에 노출되면서 고통을 호소하고 있었다. 교권이 바닥으로 치닫고 있는 현재, 여교사를 단지 교사가 아닌 한 인간으로 권리를 보장받을 수 있는 올바른 교육정책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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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이재명 마지막 관문 ‘헌법 제84조’ 대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의 앞길에 주황불과 녹색불이 번갈아 들어서고 있다. 2심서 무죄를 받은 공직선거법 판결이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되면서 여전히 사법 리스크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형국이다. 이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되면 남은 재판을 어떻게 이어갈지가 초미의 관심사다. 정치권은 ‘대통령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를 나노 단위로 뜯어 살피고 있다. 지난 1일 대법원이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하고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했다.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벌금 100만원 이상이 확정되면 5년간 피선거권이 박탈된다. 당선돼도 찝찝하다 앞서 이 후보는 지난 2021년 20대 대선후보이던 당시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처장을 모른다”는 발언과 국정감사에서 성남시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과정에 “국토교통부의 협박이 있었다”고 말해 허위 사실을 공표한 혐의로 기소됐다. 1심은 유죄를 인정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지만 2심은 이 같은 발언은 의견 표명에 불과하다며 원심을 깨고 무죄를 선고했다. 구체적으로 1심 재판부는 이 후보의 “김 전 처장과 골프 친 사진은 조작됐다”는 발언을 유죄로 봤지만 2심 재판부는 “김 전 처장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취지고, 아무리 확장 해석해도 같이 골프를 치지 않았다고 해석할 여지는 없다”며 1심을 뒤엎었다. 백현동 발언에 대해서도 “의견 표명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 사실 공표로 해석할 수 없어 처벌할 수 없다”고 봤다. 무죄 판결이 난 바로 다음 날 검찰은 곧바로 상고했다. 항소심이 끝난 지 하루 만에 상고장을 접수한 만큼 대법원 판단을 빠르게 받아보겠다는 의지로 해석됐다. 대법원서 다루는 상고심은 항소심 재판에 대한 불복 신청을 토대로 하는 만큼 사실관계를 판단하지 않는 법률심이다. 판결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신속하게 원칙에 따라 재판을 해서 정의가 바로잡히기를 기대한다”며 내심 유죄를 희망했다. 국민의힘 권영세 비대위원장은 ‘대법원서 판결이 뒤집혀야 한다고 보느냐’는 취재진들의 질문에 “항소심 법원의 논리를 잘 이해할 수 없다. 대법원서 바로잡혀야 한다”고 답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원내대표 역시 “1심과 2심의 판단 차이가 너무 크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서는 하루빨리 대법원서 결정을 내려줘야 법적인 논란이 종식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 된 밥에 또…파기환송 ‘주황불’ “노골적 대선 개입” 대법원장 탄핵? 반면 민주당 사법정의실현 및 검찰독재대책위원회는 성명서를 내고 “윤석열의 즉시항고를 포기한 검찰은 이 대표에 대한 상고도 포기하길 바란다”며 맞불을 놨다. 민주당의 바람과 달리 대법원은 법리 해석에 오류가 있다고 판단해 무죄였던 2심 판결을 깼다. 대법원 전원합의체(이하 전합)는 “‘골프 발언’과 ‘백현동 관련 발언’은 공직선거법 250조 제1항에 따른 허위 사실 공표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에는 공직선거법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이번 전합 선고에는 조희대 대법원장과 대법관 11명 등 총 12명이 참여했다. 대법원은 이 후보의 “사진이 조작됐다”는 취지의 발언은 허위 사실 공표가 맞다고 판단했다. 백현동 용도변경과 관련해서도 “국토부가 성남시에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한 사실이 전혀 없는데도 피고인이 허위 발언을 했다”며 유죄로 인정했다. 이번 선고는 대법관 10명 다수 의견으로 유죄 취지 파기환송이 결정됐고 2명이 반대 의견을 냈다. 반대 의견을 낸 이흥구·오경미 대법관은 “골프 발언은 6~7년 전에 있었던 기억을 주제로 한 발언에 불과하고, 백현동 관련 발언은 국토부의 의무 조항을 지적한 부분이 허위라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예상보다 빠르게 닥쳐온 위기에 민주당은 “노골적인 대선 개입”이라며 조희대 대법원장에 대한 탄핵안을 발의하겠다며 공세 수위를 높였다. 통상 파기환송심은 상고심 판결에 기속되는 만큼 불리한 판결이 나올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의 탄핵에 속도를 냈지만 이 후보는 “당에서 알아서 할 것”이라며 다소 거리를 뒀다. 문제는 대법원이 파기환송을 결정하면서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에 관한 해석은 밝히지 않아 혼란이 가중되고 있다는 점이다.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訴追)를 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정치권은 물론 법조계까지 해석이 갈린 것이다. 어떻게 읽어도…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소추는 ‘형사 사건에 대해 공소를 제기하는 일’로 정의할 수 있다. 소추의 범위가 ‘검찰의 공소 제기’만을 의미하는지, ‘진행 중인 재판’까지 포함하는지가 최대 관건이다. 현직 대통령을 내란, 또는 외환죄가 아니면 새로 기소할 수 없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내·외환죄가 아닌 죄로 기소돼 재판이 진행되던 중 대통령으로 당선된다면 재판을 진행할 수 있는지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한자로 풀어서 본다면 소는 기소, 추는 좇다, 즉 소추는 ‘공소와 공소 유지’를 뜻해 재판을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는 게 첫 번째 해석이다. 기소가 중단될 수는 있지만 진행 중인 재판까지 중단시킬 수는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렇게 된다면 이 후보는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더라도 재임 중 5개 사건 재판에 출석해야 한다. 현재 이 후보는 ▲대장동·백현동 개발 특혜 ▲선거법 위반·위증교사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법인카드 유용 의혹 등 5개의 재판을 받고 있다. 이 중 하나라도 유죄가 확정된다면 대통령직서 물러나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 반면 소추가 기소까지만 포함하는 개념으로 정의된다면 이 후보의 모든 재판은 당선 즉시 중단된다. 이는 민주당이 주장하는 해석으로 대통령직을 유지하는 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갑론을박이 이어지는 가운데 검사의 수사와 소추권을 다룬 ‘검수완박’ 권한쟁의심판 사건의 각하 결정에 대한 반대 의견이 다시 주목된다. 당시 이선애·이은애·이종석·이영진 헌법재판관은 “형사상 소추는 심판 기관과 분리된 소추권자가 유죄 판결 및 적정한 처벌을 구하는 활동으로 소추 기능은 공소의 제기와 유지 여부의 결정 및 공개된 법정서 피고인의 상대방 당사자로서 수행하는 변론 및 입증 활동, 이에 관한 법원의 재판에 대한 불복 등을 포함한다”고 밝힌 것이다. 만일 이 후보가 당선된다면 재판 진행 여부는 이 후보의 재판을 맡은 각각의 재판부의 몫이 될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지난달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전체회의에 출석해 ‘대법원이 헌법 제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할 수 없다”고 답했다.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 대법원이 법률심으로 만약에 그런 쟁점을 다루게 된다면 판단을 내릴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 현재까지 상황만 놓고 본다면 고등법원과 지방법원 등 재판부가 헌법 제84조를 해석해야 하지만 최종 결론은 대법원의 몫이 될 가능성이 있다. 여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이뤄진다면 헌법재판소(이하 헌재)까지 다방면으로 충돌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헌재가 대통령과 법원 사이서 어떤 해석을 내리는지에 따라 운명이 갈리는 것이다. 한차례 끓어 올랐던 헌법 제84조 논란은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연기되면서 일단락하는 분위기다. 지난 7일 파기환송심을 맡은 재판부가 오는 15일 예정됐던 첫 공판을 대선 이후인 다음 달 18일로 연기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통령 후보인 피고인에게 균등한 선거운동의 기회를 보장하고 재판의 공정성 논란을 없애기 위함”이라며 재판 기일을 대통령선거일 이후로 변경했다. 이로써 이 후보의 사법 리스크는 사실상 해소됐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마찬가지로 대장동·위례·백현동·성남FC 사건 등의 공판기일도 다음 달인 24일로 변경되면서 조 대법원장을 겨냥한 민주당의 날선 반응도 다소 누그러졌다. 상고심 일정이 연기되면서 한숨 돌리나 싶더니 민주당이 국회 법사위 법안심사소위원회서 대통령 당선 시 진행 중인 형사 재판을 정지하는 내용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삼권분립이 붕괴된 좋지 않은 선례”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지만 불소추특권 논란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확실히 못을 박는 분위기다. 이 후보의 파기환송이 결정된 다음 날인 지난 2일 법사위원장인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자신의 SNS에 “국민 여러분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 대법원의 비이성적 폭거를 막겠다. 헌법 제84조 정신에 맞게 곧 법 개정안(재판중지)을 법사위서 통과시키겠다”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글을 게재했다. 예고대로 지난 7일 민주당은 형사소송법 제306조에 ‘피고인이 대통령선거에 당선되면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공판 절차를 정지한다’는 내용 신설을 골자로 하는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국회 상임위원회서 단독 처리했다. 대통령이 재판을? ‘소추’ 범위 물음표 최종심 연기됐지만…개정안 밀어 붙인다 민주당은 “헌법 제84조는 대통령의 헌정 수행 기능 보장을 위한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으나, 현행 법령 체계에서는 기소 후 재판이 계속되는 경우 이를 중단할 법적 근거가 없다”며 “재판 계속은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지장을 줄 뿐 아니라 형사·사법기관이 대통령을 대상으로 재판을 계속하는 모순이 발생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법안 상정 당시부터 반발하며 퇴장했다. 권 원내대표는 의원총회서 “이런 무도한 집단이 깡패집단이지 정당이라고 할 수 있느냐”라며 “차라리 ‘이재명 유죄 금지법’을 제정하라”고 비꼬았다. 그러면서 “왜 애꿎은 허위 사실 공표죄만 개정하느냐. 이참에 위증교사죄도 폐지하라. 대장동·백현동 관련 죄도 폐지해서 이 후보를 무죄로 만들라”고 비판했다. 법무부는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법무부는 “대통령 취임 전에 범한 범죄는 대통령의 직무 수행과 무관함에도 재판을 정지하는 것은 공직 자격 요건을 엄격히 제한하는 법률 규정을 무력화하고 자격이 없는 피고인에게 부당하게 그 임기를 보장하는 결과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로써 대통령직이 범죄의 도피처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헌법 수호 의무를 지는 대통령의 지위와도 배치되는 측면이 있어 국민 신뢰를 훼손하고 대한민국의 신인도 및 국격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 장관을 지낸 한동훈 전 대표 역시 “이 후보의 재판 날짜를 잡으면 권력을 총동원해서 팔을 비틀고 (대통령의 불소추 특권을 규정한) 헌법 제84조가 자기들 입맛대로 해석되지 않을 것 같으니 재판을 못하도록 법을 위헌적으로 뜯어고치는 것도 모자라 이제는 유죄 판결을 한 대법원장이 보복 특검을 받아야 하는 세상이 눈앞에 와 있다”고 비판했다. 이 후보는 헌법 제84조에 대해 “만사 때가 되면 그때 가서 판단하면 된다. 법과 상식, 국민적 합리성을 가지고 상식대로 판단하면 된다”고 말했다. 어차피 부질없다 헌법 제84조와 소추의 정의를 놓고 저마다 해석에 나섰지만 이 후보의 최종심 날짜가 대선 이후로 연기되면서 의미 없는 논쟁이 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강신업 변호사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서 “(소추에 대한 정의는)대법원이 결정하면 그만인데, 만약 이 후보가 대통령이 되면 권한쟁의심판을 할 것이고 해당 문제는 헌재로 가게 된다”며 “(대통령이 된 이 대표가)두 명의 헌법재판관을 임명하면 헌재를 장악하는 수순이다. 결국 헌재는 대통령 편을 들 테니 사실상 그때 가서 헌법 제84조를 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그래도 달리는 이재명 대권 열차 대선 기간 동안은 사법 리스크 부담을 지우게 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후보가 본격적으로 민생·경제에 집중할 전망이다. 우선 이 후보는 지난 8일 경제5단체장을 만나 경제위기 극복에 방점을 찍었다. 이날 이 후보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등 각 단체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내수 침체, 민생 경제 등을 논의했다.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하는 12일부터는 ‘빛의 혁명’의 상징인 서울 광화문을 시작으로 전국을 돌며 선거 유세에 나선다. 한편 이 후보와 별개로 민주당은 조희대 대법원장의 거취를 압박하는 등 사법부를 겨냥한 전방위 공세를 이어갈 전망이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