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 시즌 총 34개 대회가 치러질 미국프로골프(PGA) 투어는 지난달 19일(한국시각) 끝난 개막전 소니오픈을 시작으로 이달 9일 막을 내린 WM 피닉스 오픈까지 4개 일정을 이미 소화했다. 매주 명승부가 펼쳐지고 있으나 그것을 먼 발치에서 바라만 봐야 하는 선수가 있다.
불의의 부상 여파로 개점휴업 상태가 길어지고 있는 한국 남자 골프의 간판 임성재다. 그가 한 달여간의 공백을 깨고 드디어 필드로 돌아온다. 이달 13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페블비치 골프링크스(파72)에서 개막하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시즌 데뷔전으로 잡고 있다.
이 대회는 올해 열리는 8개의 시그너처 이벤트 중 첫 번째다. 시그너처 이벤트는 총상금 2000만달러가 걸린 특급 대회로, 당초 9개가 열릴 예정이었으나 시즌 개막전으로 잡혀 있던 더 센트리가 전격 취소되면서 8개로 줄었다.
현재 국내에서 치료에 전념하고 있는 임성재는 투어 복귀를 위해 지난 8일 미국으로 건너갔다. 출국을 앞두고 언론 인터뷰에 나섰다. 그는 대체복무요원으로 골프 꿈나무들을 지도하는 봉사 활동을 하다 부상을 당했다고 했다. 추운 날씨에다 평상시 루틴을 지키지 않은 게 불찰이었다고 자책했다.
임성재는 “오전 8시30분부터 오후 5시까지 봉사 활동을 했다. 평소 같으면 오전에 몸을 푸는 운동을 먼저 하고 오후에 샷 연습을 하는 게 루틴인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워밍업 없이 스윙을 했더니 마지막 드라이버샷을 할 때 손목이 찢어지는 듯한 고통을 느꼈다. 힘줄에 염증이 생겼다는 진찰 결과가 나왔다. 설상가상으로 부상 부위가 안쪽이어서 호전되는 데 시간이 꽤 걸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많이 좋아졌지만 아직 통증이 남아 있어 걱정이다. 빨리 완치되도록 노력하고 있다”며 “출국 전까지 집중 치료를 마쳤다. 손목을 쓰는 운동은 하지 않고 틈틈이 하체 위주 훈련을 꾸준히 해서 체력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임성재는 올해로 PGA 투어 11년 차가 된다. 지난 10년 동안 부상으로 장기간 투어를 떠난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출전하지 못한 대회는 2022년 PGA챔피언십 딱 한 차례다. KPGA 투어 우리금융 챔피언십에 출전했다가 코로나19 확진으로 격리돼서였다.
그는 “PGA 투어에서 활동한 지난 10년간 자기 관리를 잘했다고 생각한다. 그 덕에 경기도 꾸준히 잘했고 원하는 것도 이뤘다”며 “그동안 자잘한 부상은 있었지만 이번처럼 대회 출전을 못 할 정도로 크게 다친 적은 없었다. 잠깐 쉬라는 뜻인 것 같다. 늦었지만 잘 준비해서 본연의 제자리로 돌아오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손목 부상으로 한 달여 개점휴업
AT&T 페블비치 프로암부터 출전
임성재는 2023년 항저우 아시안게임 골프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 병역특례 혜택을 받아 지난해 11월 제주에서 3주간의 기초군사훈련을 마쳤다. 규정에 따라 이후 총 544시간의 봉사 활동을 해야 한다. 이번 부상은 그 과정에서 발생한 것. 부상 악재는 분명 불운이지만 그렇다고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는 “훈련을 마치고 대체복무 봉사 활동을 시작하면서 마음이 한결 홀가분해졌다”며 “부상으로 시즌 출발은 본의 아니게 늦어졌지만 병역 문제 해결이 투어 활동에 좋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믿는다. 그래서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임성재는 봉사 활동 315시간을 소화한 상태다. 나머지 229시간은 2년10개월 이내에 마무리하면 된다.
훈련소에서 있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그는 “4살 때 처음 골프를 시작한 이후 3주간 골프채를 잡지 않은 건 처음이었다”면서 “힘든 훈련이었지만 단체 생활에서만 누릴 수 있는 동료애를 느낄 수 있어 좋았다. 처음에는 나를 알지 못하던 동료들이 입소 일주일이 지난 후부터 부모님이 팬이라며 사인을 요청해 많이 해줬다”며 웃었다. 임성재의 올 시즌 목표는 뭘까.
그는 “부상을 당하고 나니까 다치지 않는 게 중요하다는 걸 실감했다”며 “현재로선 큰 대회 위주로 출전할 생각이다. 아직은 온전치 않은 손목 상태가 변수지만 일단은 투어 챔피언십 8년 연속 출전이 최대 목표다. 마스터스 등 4대 메이저 대회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도록 준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임성재는 AT&T 페블비치 프로암을 마치고 나면 이어서 열리는 시즌 두 번째 시그너처 이벤트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이상 총상금 2000만달러)에 연거푸 출전할 계획이다. 임성재가 투어를 비운 사이 ‘코리안 브라더스’는 쌍두마차의 한 축인 ‘선배’ 김시우(30·CJ)가 이끌고 있다.
팬들은 임성재가 부상을 빨리 털어내고 필드로 돌아와 두 축이 정상적으로 가동되기를 학수고대하고 있다. 그는 “빨리 복귀해서 매년 잘해 왔던 것처럼 꾸준한 성적을 내도록 하겠다”며 “아낌없는 성원과 격려를 보내준 팬들에게 반드시 보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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