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 대통합 가면 쓴 장동혁 가스라이팅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6.02.03 15:09:38
  • 호수 156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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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 전략에 드리운 창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단식을 만류한 이후 보수 대통합·보수 결집·박근혜 후광이란 표현이 쏟아지듯 등장했다. 단식을 중단한 장 대표 앞에 제시될 요구는 과연 무엇일까?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달 22일 단식을 전격 중단했다. 장 대표는 지난달 15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통일교·공천 헌금 의혹 관련 ‘쌍 특검’을 요구하면서 국회 본관 로텐더홀에서 단식을 시작했다. 하지만 대통령실과 민주당은 장 대표의 단식에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8일 만에
단식 종료

야당의 주요 인사가 단식에 들어가면, 대통령실·여당의 주요 인사가 위로 방문을 하는 것이 통상적인 정치 문법이었다. 자유한국당 김성태 전 원내대표가 지난 2018년 5월 ‘정부·여당의 드루킹 특검 수용’을 요구했을 때도 민주당 우원식·홍영표 당시 원내대표가 위로 방문을 했다.

하지만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달 15일 “윤석열 전 대통령에게 사형이 구형된 것에 대해선 장 대표가 아무런 반성도 하지 않은 채 그냥 밥을 굶는다”며 “국민과 역사 앞에 최소한의 반성도 없이 몽니를 부리는 단식 쇼”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22일엔 “장 대표가 필요 없는 단식을 했다”며 “병원에서 건강을 회복하면서 잘 생각해 주길 바라고, 모든 걸 다 떠나서 고생 많으셨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는 장 대표가 출구 전략을 마련하지 않고 단식투쟁을 시작했단 사실을 드러냈다. 이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장 대표의 단식에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지난달 22일 대구에서 갑자기 상경해 국회를 방문했다. 이는 지난 2016년 12월 탄핵 소추안 가결 이후 처음이었다.

박 전 대통령은 이날 장 대표에게 단식투쟁 중단을 요구했다. 박 전 대통령은 “물·소금만 드시면서 단식하신다는 얘기를 들어 걱정을 많이 했다”며 “계속 단식하면 몸이 많이 상해 회복이 어렵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장 대표께서 요구하시는 쌍 특검을 받아주지 않아서 아무것도 얻지 못한 단식이란 비난을 들을 수도 있다”며 “국민께선 정치인으로서 옳다고 생각한 것에 대해 목숨 건 투쟁을 한 장 대표의 진정성을 인정할 것”이라고 격려했다.

박 전 대통령은 “정부·여당이 장 대표의 단식에 아무런 반응을 보이지 않는 건 정치 도의상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면서도 “이 자리에서 단식을 그만두겠다고 약속해 달라”고 거듭 당부했다.

눈물을 흘리면서 장 대표는 “그렇게 하겠다. 먼 길 와주셔서 고맙다”고 단식 중단을 선언했다. 장 대표는 병원으로 이송됐고, 지난달 26일 퇴원했다.

판단력 저하된 장동혁의 눈에 보인 박
조직적으로 유포된 보수 결집·박 후광


하지만 장 대표에 대해선 “대통령실·여당의 무시로 치명적인 내상을 입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0일부터 3일 동안 전국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22%로 확인됐다. 이는 전주보다 2% 내려간 수치였고, 장 대표가 취임한 지난해 8월 이후 최저치로 확인됐다.

반면 민주당 지지율은 전주 대비 2% 올라간 43%로 확인됐다. 민주당의 중도층 지지율은 44%였고, 국민의힘의 중도층 지지율은 13%였다. 국민의힘의 지지 기반인 영남을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이 민주당의 절반 이하인 것으로 확인됐다.

장 대표가 박 전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갑자기 단식을 중단한 것도 “결국 초라한 결말 아니냐”는 평가를 받는 데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지난 1983년 단식투쟁 당시 신군부 때문에 단식 시작 1주 만에 서울대병원 특실에 강제 입원당했다. 김 전 대통령은 병원에서 2주 더 단식을 이어갔다.

단식을 만류하려 병실을 방문한 권익현 당시 사무총장이 외국행을 제안하자, 김 전 대통령은 “국민이 고생하는데 내가 어떻게 외국에 나가느냐. 나를 외국으로 보내고 싶으면, 시체로 만들어 보내면 된다”며 거부했다.

단식이 8일 동안 이어지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다. 뇌의 에너지 중 상당 부분을 지방산에서 전환한 케톤체가 다시 에너지가 되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뇌 기능이 저하되는 것이다. 이어 스트레스 호르몬인 코르티솔이 늘어나 인지적 유연성이 줄어든다. 체내 수분·전해질 부족과 영양 결핍도 뇌의 피로에 큰 영향을 미친다.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지난달 22일은 장 대표의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시점이었다. 한때 ‘선거의 여왕’으로 군림했던 박 전 대통령이 인자하고 다정하게 단식을 만류하니, 장 대표가 굳게 버티긴 힘들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예상 못한
퍼포먼스

장 대표가 단식을 중단한 직후, 주요 언론에선 박 전 대통령·장 대표와 국민의힘 유승민 전 의원을 묶어 ‘보수 결집’ 혹은 ‘보수 대통합’이라면서 기사들을 대량으로 내보냈다. 유 전 의원은 지난달 20일 국회 로텐더홀을 방문해 장 대표를 위로했다.

당시 유 전 의원은 장 대표에게 “건강을 해치지 않고 당의 중심으로 역할을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해당 보도 중 국민의힘 관계자로 소개된 이는 지난달 22일 한 매체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장 대표의 단식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당을 하나로 다시 묶으면서 리더십을 회복하는 데 역할을 했다”고 주장했다.

지난달 25일엔 “장 대표가 이번 주 안에 퇴원해 당무에 복귀할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들이 ‘박근혜 후광’이란 제목을 단 채로 대량 보도됐다. 장 대표 측 관계자라고 소개된 이는 한 매체와 전화 통화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하면서 보수의 상징성이 장 대표에게 일부 이전됐다”며 “이를 발판으로 중도층 외연 확장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들은 대통합·결집·후광 등 표현을 직접 언급하진 않았다. 하지만 이 표현들로 이어질 수 있는 단서를 언론에 흘린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이후 국민의힘 임이자 의원은 지난달 26일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은 박 전 대통령의 방문 등 보수 대통합 결과를 가져왔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7년 3월 파면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구속돼 약 4년9개월여 동안 수감 생활을 했다.

국민의힘은 박 전 대통령 구속·유죄 선고에 앞장섰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옹립해 정권을 창출했다. 국민의힘이 윤 전 대통령을 대선후보로 확정한 후 정권까지 창출했단 것은 박 전 대통령의 정치적 영향력이 사실상 사라졌단 것을 의미했다.

유 전 의원도 바른정당·바른미래당 창당을 통한 제3지대 실험 실패 이후 국민의힘에서 대선후보 경선·경기도지사 후보 경선 등에서 연이어 패배해 정치적 영향력을 잃었다. 지난달 기준 보수 정치권에선 ▲장 대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각각 자신이 주도하는 정치적 집단을 거느리면서 의제를 이끌고 있다.

국민의힘 안에선 토착 보수 집단인 언더 찐윤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장 대표는 이들에 맞서 장외 집회·유튜브 채널 콘텐츠를 통해 일정한 응집력을 드러내는 강경 보수 집단과 손잡고 자신의 영향력을 키우려고 하고 있다.

실타래
풀어야

따라서 현실 정치와 거리가 먼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이 장 대표를 위로 방문한 것만 두고 대통합·결집 등 표현을 사용하는 것은 위화감을 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아울러 “한 전 대표와 이 대표를 고의로 지우려고 한다”는 느낌을 줄 수도 있다.


장 대표·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을 묶어 ‘보수 대통합’이란 표현을 활용하면, 박 전 대통령과 유 전 의원은 각각 정치적 이득을 누릴 수 있다. 오는 6월 진행되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에선 대구시장 후보 선출을 노리는 정치인들이 많다. 출마 후보군 중엔 박 전 대통령의 복심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박 전 대통령을 굳이 행사 뛰는 가수에 비유하면 그렇게 몸값이 싼 분은 아니”라며 “추가로 지급할 정치적 비용이 뭔지 감도 안 잡힌다”고 주장했다. 이어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국회 방문에 일정한 역할을 했을 것으로 보인다”고 주장했다.

반면 유 의원은 지난달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느 평론가가 ‘박 전 대통령이 국회를 방문해 장 대표 단식을 만류한 이유는 유 의원의 대구시장 공천을 위한 것’이라고 지껄였다”며 “아는 거라곤 음모론뿐인 자가 또 요설을 뱉었다”면서 강하게 반발했다.

유 전 의원이 선점했던 개혁 보수 이미지는 이 대표에게 상당 부분 이전됐다. 또한 국민의힘 내에선 연이은 각종 공직 후보 경선 패배로 인해 정치적 돌파구가 필요했던 상황이었다.

박 전 대통령의 장 대표 단식 만류를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기류도 있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지난달 26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장 대표의 단식으로 인해 지지층 결집 효과는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박 전 대통령이란 상징적 인물이 출구 전략을 마련해 줘서 단식을 끝냈지만, 그 이상의 무언가는 없었다”고 평가했다. 이어 “장 대표는 살았지만, 국민의힘은 살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진중권 동양대 교수는 지난달 24일 TV조선 <강적들>에서 “박 전 대통령이 장 대표를 방문한 것을 보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며 “그림이 좀 그런데, 이게 출구 전략이냐”고 비판했다. 이어 “파면당한 대통령이 파면당한 대통령을 놓지 못하는 당 대표를 만나 악수하는 걸 보수 결집이라고 부르는 게 단식 농성의 결론이냐”며 “국민이 볼 땐 상당히 거꾸로 가는 게 아니냐는 느낌을 받는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쌍 특검 등 사안과 관련된 국민의힘과의 일부 사안 공조에 대해 ‘단절’을 언급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국회에서 기자들에게 “공조할 사안이 박 전 대통령 출현이란 특이한 형식으로 종결됐다”며 “이어나가기 어려운 단절이 있었던 게 맞고, 국민의힘은 그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국민의힘 측에 “단식 종결 과정을 설명하라”고 요구했다.

채무 탕감 수단은 관리형 대표로 만족?
모두 좌절 언더 찐윤 앞…김문수만 왜?

정치권에선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해 장 대표의 단식을 만류하고, 장 대표가 이를 받아들인 것을 출구 전략으로 해석하고 있다. “유 의원이 박 전 대통령의 아무리 복심이라고 하더라도, 초선인 유 의원 홀로 장 대표의 단식을 중단시키는 큰 그림을 그리긴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등장은 강원·대구·경북을 중심으로 토착 보수 집단을 형성한 언더 찐윤의 존재감을 함께 끌어올렸다”는 평가도 있다.

장 대표는 단식 이전까지 국민의힘에 연이어 입당한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 전한길·고성국씨와의 공조를 통해 강경 보수와 손을 잡으면서도 당 바깥에선 개혁신당과 공조하는 구상을 하고 있었다.

하지만 장 대표에게 돌아온 것은 “장 대표가 노선을 바꾸지 않으면 2월에 물러날 수도 있다”는 취지로 불거진 소문 ‘2월 위기설’이었다.

2월 위기설 배포 흐름과 박 전 대통령이 갑자기 등장한 흐름을 포개어 판단하면, 장 대표에게 “출구를 열어줄 테니, 독자 행보를 걷지 말고, 관리형 대표로 만족하라”는 신호가 전달됐을 가능성이 있다. 8일 동안 단식해 인지적 유연성·판단력이 저하된 장 대표가 정상적인 정치적 판단 과정을 거쳐 단식을 중단했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

언더 찐윤 입장에서도 지방선거를 불과 4개월여 앞두고 장 대표의 체면을 심하게 훼손해 지도부를 무너트리는 것에 긍정적이긴 어렵다. 언더 찐윤이 필요한 것은 비상대책위원장이 아니라 자신들의 지방선거 공천권을 건드리지 않을 관리형 대표일 가능성이 있다.

제1야당 대표인 장 대표를 상대로 사실상 현실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이 없는 박 전 대통령·유 전 의원과 묶어 ‘보수 대통합’ ‘보수 결집’이란 틀에 가두고, 이를 언론에 배포하는 것에 대해선 일종의 경고란 평가도 나온다. 언더 찐윤으로서는 장 대표에게 ‘출구 전략 마련’이란 채무를 안기면서 채권자가 돼 장 대표를 포섭하는 것이 유리하다.

따라서 장 대표는 향후 ‘보수 대통합 관리인’ 역할을 해야 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언더 찐윤의 이해관계와 다른 선택을 했던 이 대표·한 전 대표·국민의힘 김용태 전 비상대책위원장은 각각 중징계 결정 후 탈당·제명 결정·혁신안 좌절 등 결과를 맞이했다. 지난해 대선에서 국민의힘 대선후보였던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만이 언더찐윤과의 갈등을 극복하면서 ‘대선 완주’란 전략적 목표를 달성했다.

이 대표·한 전 대표·김 전 장관·김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각각 국민의힘에서 축출·좌절·극복 등을 겪는 과정엔 ▲스캔들 유포 ▲조직적 불복종 ▲전격전 등 요소가 들어갔다. 마치 경찰의 대규모 노조 파업 진압 작전이 진행된 것 같은 인상을 준다.

당사 후보실 점거·여론 규합 등 수단을 동원해 이를 홀로 극복한 김 전 장관이 전설적인 노동운동가였단 사실도 의미심장하다.

2월 위기설
다가왔다

니코스 카난스키스 원작·마틴 스코세이지 감독의 지난 1988년 작 영화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에선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 앞에 어여쁜 소녀가 나타난다. 소녀는 “너는 할 만큼 했으니 이제 십자가에서 내려와 네 삶을 살라”고 유혹한다.

이에 따라 영화 속 예수는 막달라 마리아와 결혼한 후 행복한 일생을 보낸다. 그 소녀가 악마였단 사실은 죽기 직전에야 깨닫는다. 8일째 단식하던 장 대표의 눈에 갑자기 나타나 자신을 만류하던 박 전 대통령은 어떤 소녀로 보였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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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