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억 의혹’ 김경 서울시의원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20 10:29:57
  • 호수 1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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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긴 줬는데 누가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특별한 공무나 용무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이 싸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한때 교육과 예산 전문가로 시의회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가, 이제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은 미국 체류 중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를 제출하고 귀국 나흘 만인 지난 15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수서에 새로운 사실을 명시하며 진실 공방에 불을 지펴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 김경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 측에 1억원을 제공하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김 시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당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천을 받았을 뿐 금품 제공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저는 당에서 정한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공천받았다. 이후 강서구 6개 선거구 중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으로 당선돼 지역 발전과 주민의 권익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변호인을 통해 공천 헌금 관련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자수서에는 “공천 헌금 1억원을 전달하는 자리에 강선우 의원도 동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시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개인 SNS를 통해 “2022년 4월20일 보좌관(사무국장)의 보고를 받고 해당 사실(금품수수 의혹)을 인지했다”며 “누차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보고 받기 전에는 이 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시의원이 자녀를 만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 김 시의원은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에 휩싸였다.

김 시의원이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 등이 포착돼 증거인멸 의혹도 불거졌다.

이는 강 의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경찰은 구체적인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5일 2차 출석 당시 김 시의원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며 경찰에 재출석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다주택자 공천 배제’라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김 시의원은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 방배동 아파트, 강남·동대문 일대 상가 5채 등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했음에도 강서구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경찰은 이 ‘특혜성 공천’이 1억원과 연결돼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자수서 새로운 사실 보니…
‘공천 헌금’ 엇갈린 진술

김 시의원은 1965년생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 출신의 제10·11대 시의원(강서구 제1선거구)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 한양여대 아동복지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에 입성한 뒤 2022년 강서1(화곡1·2·8동) 단수공천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당내 정책위 부의장·서울시당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도시재생·문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용원 후보를 꺾고 동시에 강서구 지역 민주당 서울시의원 후보 출마자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지난해 9월 말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의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상태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공천 뇌물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을 이유로 김 시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발의하며 제명까지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구조상 재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제명 표결에서, 다수당 인원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함에 따라 김 시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의원의 품위 손상 등 사유가 있을 경우 공개회의 경고, 공개 사과, 출석 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재선 선거운동 시절 “강서, 개발을 선택! 발로 뛰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강서구는 한강과 인접해 있으며 김포공항과 함께 도시개발 지역 및 농촌 지역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면적은 약 41.4㎢로 서울 자치구 중 넓은 편이며, 인구는 약 65만명 수준으로 주거·상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한강 하안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해 과거 농경지였으나 가양·마곡지구 개발로 아파트와 오피스 단지가 대거 들어서며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마곡지구는 서울의 7대 광역중심 중 하나로 지정돼 MICE·지식산업센터·오피스 빌딩 등을 집중 개발 중이다. 트레이더스·교보문고 등 대형 상업시설로 서울 서남권 상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방화·가양동은 김포공항에 인접해 물류·항공 관련 산업이 발달했으나 공항 이전 논의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포공항로·남부순환로·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가 교차하며 5·9호선 등 지하철망이 잘 갖춰져 서울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우장산공원·방화공원 등 녹지 비율이 높아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그린벨트로 인해 추가 개발이 제한적이다.

김 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제시한 공약은 주거 혁신 ▲경제 활력 ▲청년·교육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된 지역 상권을 청년 에너지로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았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만성적인 노후 주거지 정비와 생활 인프라의 전면 개편이다.

주거 분야 사업으로는 ‘3080 플러스 공공도심 복합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화곡1동 모아타운의 조기 정착을 통해 주거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문화 복지
정책 마련

문재인정부 시절 ‘3080플러스 후보지’로 선정된 해당 지역은 주민 92% 동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조차 하지 못한 채 제도상 표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용적률 상향 혜택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성이 낮아진 게 이유다.

공기업이 주도해도 민간 건설사 참여가 어려운 상황으로, 공동 시행이나 시공사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화곡 모아타운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노후 저층 주거지(빌라·다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지역이다. 2025년 기준 설계·시공사 선정과 사업 시행 계획 단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은 전통시장과 청년이 만나는 경제 거점 구축을 위해 지원책을 강구했다. 그는 세대별 맞춤형 활성화를 제시했다. 화곡중앙시장과 까치산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화곡1동 먹자골목 내 청년몰 유치와 곰달래길·복개천 주변 상가 정비로 젊은 층을 유입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곡중앙시장은 까치산역에서 700m 거리에 있는 소규모 실속형 시장으로 육류·청과·생활용품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김포공항 고도 제한으로 인한 저층 주거 밀집과 보행 불편·간판 혼잡·주차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성화 계획이 원안 가결되며 간판 정비·보행 환경 개선·주차장 신설 등 5개 사업이 우선 추진 중이다. 까치산시장 또한 화곡중앙시장과 연계 재생으로 현대화·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진행돼 접근성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김 시의원은 젊은 세대를 위해 점포 인큐베이터 지원을 도입해 ‘도전하는 상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마곡 산업단지 내 유보지를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마곡도시개발사업 추진 당시 ‘전략적 미래 유보지’로 설정됐으나, 계획 수립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안 없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해충 발생, 도시 미관 저해 등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서구는 2024년 서울시에 조기 공급을 건의했으나, 시는 여전히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김 시의원에 따르면 강서구는 인구 1만명 당 문화 시설 수가 0.41개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0.98개와 비교해 42% 수준에 불과하다. 마곡 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구는 급증했으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시의원은 “강서구의 청소년 인구 규모가 서울 자치구 중 5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전무하다”며, “미래 인적 자산인 청소년을 위해 ‘전략적 미래 유보지’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원
제명 수순

그는 대규모 개발 계획에서 주민 편의시설이 누락된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보지 내 청소년 대상 문화체육시설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땅을 놀리는 것은 행정 낭비”라며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2022년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 등 관련 분야 6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부터 이어진 도시사업 관련 6번째 수상이었다. 주거환경 관련 조례 제·개정 공로 등 도시재생에 가장 이바지한 의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실제로 김 시의원은 소규모주택정비관리 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개최해 도심 정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특히 서울의 고질적 문제인 ‘반지하’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재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민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한 결과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해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시의원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해 발 빠른 입법으로 응답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는 ‘제15회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 좋은 조례 분야로 우수상을 건넸다.

실천본부가 주관하는 약속대상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 및 주민 신뢰 기반 구축을 위해 전국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 분야와 좋은 조례 분야로 나눠 수여하는 상이다.

실천본부에 따르면 좋은 조례 분야의 경우 ‘입법의 시급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영향, 지역의 발전 및 경제에 대한 효과, 대안적 독창성, 목적의 적합성’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김 시의원은 ‘서울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에게 법률 상담 및 금융·주거 지원의 연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특정 종교단체 당비 대납 의혹
민주당 탈당해 소속 정당 없어

해당 조례는 ‘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전세 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임차인 보호 대책의 수립 ▲피해 사실의 조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피해 예방 사업 ▲전월세종합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협력 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법률 상담, 금융·주거 지원 연계, 전월세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의원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였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는데 ‘좋은 조례’로 선정돼 수상받아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더 살피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엔 재선 의원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시의회 핵심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쌓은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 경쟁력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김 시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이동했다.

김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사편찬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 요건을 명확히 했다. 이번 개정으로 역사·행정·학술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 구성이 제도화되면서 서울시 기록물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강화됐다.

기존 조례에서 추상적이었던 민간위원 기준을 구체화해 위촉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 기록 축적을 넘어 정책 흐름을 체계적으로 후대에 남기는 공적 자산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 시의원은 “위원 구성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공 자산으로서의 역사 기록 책임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발의된 ‘서울갤러리 운영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며 임산부의 문화 향유권이 법적으로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서울갤러리 무료 관람 대상에 ‘임산부 본인’을 명문화한 것으로, 그동안 시설별 내부 지침이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이용 기준을 일원화하고 임산부가 당당하게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했다.

이는 김 시의원이 주도했던 ‘서울시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공 문화시설 현장에 직접 이식한 실무적 후속 조치로 평가받는다.

그는 정책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서 실효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번 조례가 공공 문화시설 운영에 생애주기와 돌봄의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의정활동

김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공공시설에 임산부 패스트트랙과 우선 창구를 설치하는 등 일상 속 정책 반영에 주력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적 기반을 닦고, 보편적 가치를 담은 조례들로 서울시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jen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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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대구에 부는 ‘김부겸 바람’ 해부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등장하자 보수의 심장인 대구가 좌우로 흔들리고 있다. 광폭 행보에 나선 김 전 총리를 바라보는 대구 시민들도 양가감정이 교차하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은 1995년 민선 시장 선출 이래 대구에서 단 한 번도 시장을 배출하지 못했다. 그러나 대구 민심이 심상치 않은 만큼 최초의 진보 대구시장이 탄생할지 이목이 쏠린다. 대구는 보수 정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광역자치단체이다. 지난 6·3 조기 대선 당시 이재명 대통령 후보는 대구에서 23.22%(37만9130표)를 득표하는 데 그쳤다. 반면 국민의힘 대선주자였던 김문수 후보는 67.62%(110만3913표)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구는 윤석열정부 퇴진 이후 치러진 선거에서조차도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약세를 보이는 지역이었다. 적절한 타이밍 그런 대구에서 최근 국민의힘이 힘을 못 쓰고 있다. 지도부를 중심으로 당이 지리멸렬하는 사이 김부겸 전 국무총리가 대구시장에 출사표를 던졌고, 민주당이 빠르게 치고 나가면서 우위를 선점했다. 지난달 30일 김부겸 후보는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발전, 그것이 저의 마지막 소명”이라며 공식 출마를 선언했다. 김 후보는 대구에 당선된 경험이 있는 유일한 인물이다. 그는 2012년과 2014년 각각 제19대 총선·제6회 전국동시지방선거(대구광역시장)에서 낙선했으나 2016년 제20대 총선을 통해 대구광역시 수성구 갑에서 당선됐다. 이후 제21대 총선에서 또다시 낙선하면서 고배를 마셨다. 당시 김 후보는 캠프 해단식에서 “20년 전이나 지금이나 별반 바뀐 게 없는 것 같다. 면목이 없다”면서도 “포기하지 않겠다. 새로운 날들을 향해 걸어가겠다”고 다짐했던 바 있다. 그로부터 6년이 지난 지금 김 후보가 다시 대구 전면에 등장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 출마 기자회견을 통해 “대구가 점점 나빠지고 있다”며 “굳이 이런저런 수치를 열거하지 않겠다. 대구의 정치, 한 당이 독식하는 구조 때문”이라고 꼬집었다. 김 후보는 “정치인이 일을 안 한다. 일 안 해도 서울에서 공천만 받으면 또 된다. 대구 시민을 표 찍어주는 기계로 취급한다”며 “요즈음 시장 공천 과정을 보면 도대체 무엇이 달라졌냐는 생각이 든다. 지금 국민의힘이 보여주는 모습은 제대로 된 보수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어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는 포부를 밝히면서 “지금 대구에 필요한 사람, 김부겸이다. 나를 잘 써달라. 김부겸과 함께 대구를 바꾸자”고 제안했다. 이날 김 후보는 자신의 개인 전화번호도 공개했다. 김 후보는 “대구시장에 출마하는 김부겸으로서 시민들의 이야기를 직접 듣겠다”며 “경기도 군포 초선 시절부터 해왔던 대로 제 전화번호를 공개하겠다. 대구를 위해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언제든 전화해 달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의힘을 버려야 진짜 건강한 보수가 살아난다”며 “이번 선거는 대구가 다시 숨 쉴 수 있는 마지막 기회다. 지역주의 극복과 지역 균형 발전이 제 마지막 소명이다. 대구 시민과 함께 대구의 미래 희망을 찾겠다”고 강조했다. 사정없이 흔들리는 ‘보수 심장’ ‘민주당’ 없는 민주당 동진 전략 지난 3일 민주당 공천관리위원회는 중앙당의 만장일치로 김 후보를 대구광역시장 후보자에 선정했다. 이를 시작으로 김 후보는 광폭 행보를 보였는데, 특히 김 후보는 ‘민주당’이라는 여당 프리미엄을 전면에 세우는 대신 “김부겸을 도구로 써달라”는 실용주의를 내세웠다. 김 후보는 대구·경북(TK)의 상징인 박근혜·박정희 마케팅도 마다하지 않았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에 대한 평가가 어느 정도 있고 대구 시민들이 자부심을 느꼈다면 과오 논쟁을 넘어 대구의 미래를 향한 논쟁으로 넘어갈 수 있어야 한다”고 포용의 정치를 강조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예방 가능성을 열어둔 데 이어 ‘박정희컨벤션센터’ 공약을 언급하기도 했다. 다만 민주당 한병도 원내대표는 KBS에서 김 후보의 박 전 대통령 예방에 대해 “대구 현실에 대한 판단으로 존중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측근인 국민의힘 유영하 의원이 회동의 전제 조건으로 ‘박 전 대통령의 실질적인 명예회복 방안’을 언급한 데 대해서는 “당 차원의 명예회복 조치는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최요한 정치평론가는 김 후보의 선거 전략을 조명했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출마 선언문을 보면 김 후보는 민주당을 강조하는 대신 대구의 발전 방향만 이야기했다”며 “김 후보가 민주당 출신인 것을 모르는 대구 시민은 없다. 그럼에도 ‘내란’ ‘계엄’ 등 예민한 단어를 빼버림으로써 시민들은 김부겸이란 인물에만 집중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대신 김 후보는 국민의힘을 비판한다. ‘지금까지 국민의힘이 대구시장을 해 왔는데 대구가 뭐가 바뀌었냐, 그건 국민의힘이 무능해서’라는 메시지를 명확하게 준다. 절대 왼쪽으로 치우쳐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최 평론가는 “(현재 보수는) 박 전 대통령 탄핵 사태 때보다 지금이 훨씬 더 분위기가 안 좋다. 그때는 TK를 제외하고 몽땅 내줬지만 지금은 그보다 더 처절하게 패배할 것”이라며 “국민의힘이 명확하게 ‘절윤’하지 못한 것도 문제지만 워낙 김 후보가 전략을 잘 세우고 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 빼고 ‘경제’ 넣고 홍준표 전 대구시장도 참전했다. 홍 전 시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대구에 도움이 된다면 당을 떠나 정치꾼이 아닌 역량 있는 행정가를 뽑아야 한다”며 김 후보를 추켜세웠다. 그는 “부산은 스윙 보터 지역이라 민주당이 가덕신공항도 해주고 해수부도 이전해 주지만, 대구는 막무가내식 투표를 하니까 민주당 정권이 도와주지도 않고 버린 자식 취급을 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후임 대구시장이 능력 있고, 중앙정부와 타협이 되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뜻에서 김부겸 전 총리를 언급한 것”이라며 “민주당을 지지한 게 아니라 김부겸을 지지했다고 봐주시면 한다”고 설명했다. 김 후보의 지지율이 연일 상승하면서 안정궤도에 돌입했다는 평이 나온다. TBC가 리얼미터에 의뢰해 지난달 28~29일 대구 시민 8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김 후보는 차기 대구시장 적합도 49.5%를 기록해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15.9%)을 큰 격차로 앞섰다. 김 후보와 국민의힘 후보 간의 1대1 가상 대결에서도 추 의원과 맞붙을 경우 52.3% 대 36.6%로 오차범위 밖 우세를 보였다. 해당 여론조사는 무선전화 자동응답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5%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그동안 김 후보는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했지만 정치권에서는 이진숙 방송통신위원장(이하 방통위원장)과 국민의힘 주호영 의원이 컷오프되자 반발 차원에서 대구 시민이 역결집한 것으로 봤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오름세를 보이면서 이 같은 현상은 단순 역결집이 아니라 실제 보수 민심에 변화가 일어난 것으로 봐야 한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민주당도 김 후보 지원사격에 나섰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지난 8일 대구에서 최고위원 회의를 열고 김 후보를 ‘제2의 노무현’ ‘제2의 이재명’이라고 평가했다. 정 대표는 “노무현이 종로 꽃길을 마다하고 부산 가시밭길에 도전했듯이 김부겸도 군포 꽃길을 마다하고 대구 가시밭길에 내려왔다”며 “김부겸도 이재명도 대구·경북 사람이고 민주당에서 비주류였다”고 말했다. 이날 정 대표는 당정 차원에서 지역 숙원사업도 해결하겠다고 약속했다. 정 대표는 “이 대통령이 지난 대구 타운홀미팅에서 TK 신공항 건설, 취수원 문제 등 대구 숙원 사업 추진 의사를 밝혔다”며 “그 의지는 앞으로 예산을 통해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팍팍 깎이는 현지 민심 TK 통합에 대해선 “국민의힘이 우왕좌왕, 갈팡질팡하는 바람에 통합이 멈춰 섰다”며 “김 전 총리와 힘을 합쳐 통합을 반드시 이뤄내겠다”고 약속했다. 이에 화답하듯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대구에 중요한 약속을 했고, 정 대표도 ‘무엇이든지 다해드림센터장’이 되겠다고 했다. 이 보증수표를 믿고 대구를 메딕시티, AI·로봇 수도, 미래 모빌리티 산업 선도 도시로 만들어 그 약속을 시민의 삶과 연결하는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의 전략은 ‘민주당’을 빼고 대신 ‘대구 발전’ ‘민생’에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9일 김 후보는 후보 등록을 마친 뒤 취재진들과 만나 1호 공약을 소개하는 등 민생·경제 살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1호 공약으로 대구의 지역 경제 발전을 꼽으며 “지역의 주요 기관과 단체, 어른들께 조속히 인사를 올리는 것이 급선무다. 대구 곳곳을 마주하며 지역의 어려움과 스스로의 부족함을 동시에 체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역 최대 현안인 인구 유출 문제를 언급하며 “젊은이들이 떠나는 것이 하나의 흐름으로 굳어져서는 안 되는데 이를 막지 못하는 현실에 시민들이 아픔을 느끼고 있다”며 “그만큼 책임감이 무겁다”고 강조했다. 그는 “청년 일자리 해결과 경제 도약에 집중할 것”이라며 “대구의 절실한 요구를 예산과 법률로 뒷받침하겠다는 것이 핵심 공약”이라고 설명했다. 국민의힘은 안방마저 내줄 상황에 몰렸다. 김 후보가 우후죽순 치고 나가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당내 교통 정리에서조차 애를 먹으면서 표가 갈릴 위험에 처한 것이다. 하루가 멀다고 싸움이 일어나는 만큼 여의도에서는 ‘김 후보의 러닝메이트가 장동혁 대표’라는 웃지 못할 농담도 나온다. 국민의힘을 향한 대구의 실망감은 숫자로도 나타났다. 지난 9일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만 18세 이상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 이번 지방선거에 ‘여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의견은 54%, ‘야당에 힘을 실어줘야 한다’는 응답은 30%로 집계됐다. 특히 TK에서 여당 44%·야당 34%로 집계되면서 국민의힘에서도 위기감을 감지한 모양새다. 잘나가는 김 멍 때리는 장 대구 달서병을 지역구로 둔 국민의힘 권영진 의원은 “대구 여론이 보통 심각한 것이 아니”라며 “모두 기득권을 버리겠다는 각오를 하지 않는다면 사상 처음으로 민주당이 대구시장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권 의원은 MBC 라디오를 통해 최근 대구 민심에 대해 “그동안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이번에는 갈아보자’고 했지만 대안이 없어 ‘미워도 다시 한번’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저도 한번도 느껴보지 못한 민심”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구에 반이재명 정서가 강했지만 요즘은 사람들이 많이 달라졌다. ‘윤석열보다는 이재명이 잘한다’, 심지어 ‘얄밉게 잘한다’는 사람도 있다”며 여기에 “김부겸이란 대안도 있어 대구 민심이 그 대안으로 옮겨가기 직전”이라고 지적했다. 권 의원은 국민의힘 지도부의 안일한 태도를 지적하기도 했다. 그는 “이런 상황인데도 당은 ‘무난히 여섯 명(예비 후보) 중 한 명을 뽑으면 된다고 하고 있다”며 “자칫 잘못하면 국민의힘에 대한 실망으로 ‘김부겸을 통해 이익이라도 챙기자’라고 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주호영, 이진숙을 다독거려서 될 문제가 아니다. 6명 중에서 뽑힌 후보가 김부겸을 이기기 힘들 만큼 대구 민심은 훨씬 더 나쁘다”며 “상황이 이렇기에 보수 기득권에 안주하는, 보수 결집으로 이기겠다라는 마음을 버려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현재 이진숙 전 방통위원장은 무소속 출마 쪽으로 마음을 굳혔으며, 가처분이 기각된 주호영 의원은 “항고심을 지켜본 뒤 거취를 판단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주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의 최대 장애물은 장동혁 대표 체제 그 자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를 정면으로 비판하기까지 했다. 앞서 주 의원은 지난달 26일 법원에 컷오프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을 제출했고 법원은 지난 3일 이를 기각했다. 이후 주 의원은 기자회견을 열고 장 대표를 향해 “민심을 붙잡을 대책도, 보수를 다시 세울 노선도, 국민 앞에 사과하고 변화를 약속하는 모습도 없다”며 “대신 곳곳에서 공천 작당만 벌였다는 비판만 커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대구 현장에서도 장 대표가 싫어 국민의힘을 못 찍겠다는 말이 적지 않다. 장 대표가 먼저 결단해야 한다”며 “비상대책위원회든 선거대책위원회든 새로운 책임 체제를 즉각 구성하라”라고 장 대표의 후퇴를 촉구했다. 이번 대구시장 선거의 변수는 시민들의 막판 결집력이다. “당장 내일 선거가 치러지면 김부겸을 찍겠다”는 이들조차 투표소에 들어가면 “그래도 보수를 찍어야지”라는 마음으로 돌아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냥 그렇게 삼진 아웃? 다만 한 정치권 관계자는 이런 ’습관성 투표‘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봤다. 이 관계자는 “‘보수가 큰일 났다’ ‘대구가 위험하다’라는 위기의식이 있어야 이들이 똘똘 뭉쳐 결집하고 표가 된다”며 “지금은 장 대표가 위기 그 자체다. 그래서 ‘이번에는 김부겸 한번 믿어보자’는 기대감이 오히려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14년 (박 전 대통령 탄핵 상황)과 지금은 다르다. 보수에 대한 인식이 조금씩 바뀌어 가면서 보수 지역 민심도 그에 맞춰가는 것”이라며 “김 후보가 크게 실수하지 않는 이상 ‘이대로라면 대구가 민주당에 뺏긴다’라는 위기감보다 ‘그래도 보수를 먼저 살려야지’라는 여론이 형성될 것이라 본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