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1억 의혹’ 김경 서울시의원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6.01.20 10:29:57
  • 호수 156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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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긴 줬는데 누가 받았나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특별한 공무나 용무 없이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어 ‘도피성 출국’ 의혹을 샀던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이 싸늘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으며 돌아왔다. 한때 교육과 예산 전문가로 시의회 요직을 두루 거쳤던 그가, 이제는 2022년 지방선거 당시 1억원의 금품이 오갔다는 ‘공천 헌금 수수 의혹’의 핵심 피의자로 수사선상에 올랐다.

김경 서울특별시의원은 미국 체류 중 변호인을 통해 자수서를 제출하고 귀국 나흘 만인 지난 15일 경찰에 자진 출석하는 등 정면 돌파를 선택했다. 하지만 자수서에 새로운 사실을 명시하며 진실 공방에 불을 지펴 논란은 점차 커지고 있다.

“모든 걸
사실대로”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출신 김경 시의원은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현역 의원 측에 1억원을 제공하고 단수 공천을 받았다는 의혹에 휩싸였다.

지난달 29일 김 시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당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 공천을 받았을 뿐 금품 제공은 없었다”며 의혹을 부인했다. 그러면서 “지난 2022년 지방선거 당시, 저는 당에서 정한 엄격한 심사 절차를 거쳐 공천받았다. 이후 강서구 6개 선거구 중 유일한 민주당 시의원으로 당선돼 지역 발전과 주민의 권익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해 왔다”고 강조했다.

경찰에 따르면 김 시의원은 미국에 머무는 동안 변호인을 통해 공천 헌금 관련 혐의를 사실상 인정하는 내용의 자수서를 경찰에 제출했다. 자수서에는 “공천 헌금 1억원을 전달하는 자리에 강선우 의원도 동석했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김 시의원은 정치자금법 및 청탁금지법 위반,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수수 등의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 소속이었던 강선우 무소속 의원은 지난해 12월31일 개인 SNS를 통해 “2022년 4월20일 보좌관(사무국장)의 보고를 받고 해당 사실(금품수수 의혹)을 인지했다”며 “누차 반환을 지시했고 반환됐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보고 받기 전에는 이 내용과 관련한 사실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며 “이를 지시하거나 요구한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김 시의원이 자녀를 만나기 위해 출국한 것을 뒤늦게 파악하고 ‘입국 시 통보’ 조치를 내렸다. 김 시의원은 경찰에 고발장이 접수된 직후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도피성 출국’ 의혹에 휩싸였다.

김 시의원이 미국 체류 중 텔레그램과 카카오톡 등 메신저를 탈퇴했다가 재가입하는 등 휴대전화를 교체한 정황 등이 포착돼 증거인멸 의혹도 불거졌다.

이는 강 의원의 해명과 정면으로 배치돼 경찰은 구체적인 진위를 조사할 방침이다. 지난 15일 2차 출석 당시 김 시의원은 “모든 걸 사실대로 말할 것”이라며 경찰에 재출석했다.

2022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은 ‘다주택자 공천 배제’라는 엄격한 기준을 세웠다. 그러나 김 시의원은 서울 평창동 단독주택, 방배동 아파트, 강남·동대문 일대 상가 5채 등 수십억원대 부동산을 보유했음에도 강서구에서 단수공천을 받았다.

경찰은 이 ‘특혜성 공천’이 1억원과 연결돼있는지 주목하고 있다.


자수서 새로운 사실 보니…
‘공천 헌금’ 엇갈린 진술

김 시의원은 1965년생 여성 정치인으로, 민주당 출신의 제10·11대 시의원(강서구 제1선거구)이다. 연세대 심리학과 졸업 후 한양대 대학원에서 교육학 석사 및 박사 과정 수료, 한양여대 아동복지교육과 교수로 재직했다. 2018년 민주당 비례대표로 초선 의원에 입성한 뒤 2022년 강서1(화곡1·2·8동) 단수공천으로 재선에 성공했다.

주요 직책으로는 제11대 후반기 문화체육관광위원장, 보건복지위원회 위원, 당내 정책위 부의장·서울시당 대변인 등을 역임하며 도시재생·문화 정책에 집중했다. 지난 2022년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김용원 후보를 꺾고 동시에 강서구 지역 민주당 서울시의원 후보 출마자 중 유일하게 당선됐다.

지난해 9월 말 특정 종교단체 신도 3000명의 당비를 대납했다는 의혹을 받은 뒤 민주당을 탈당해 현재 무소속 상태다. 서울시의회 윤리특별위원회는 공천 뇌물 의혹과 각종 비위 의혹을 이유로 김 시의원에 대한 징계 요구안을 발의하며 제명까지 검토하는 절차에 착수했다.

현재 서울시의회 의석 구조상 재적 3분의 2 찬성이 필요한 제명 표결에서, 다수당 인원만으로도 통과가 가능함에 따라 김 시의원의 정치 생명이 위태롭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방자치법은 지방의회가 의원의 품위 손상 등 사유가 있을 경우 공개회의 경고, 공개 사과, 출석 정지, 제명 등의 징계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김 시의원은 재선 선거운동 시절 “강서, 개발을 선택! 발로 뛰는 시의원!”이 되겠다고 약속했다. 강서구는 한강과 인접해 있으며 김포공항과 함께 도시개발 지역 및 농촌 지역이 공존하는 특징을 지니고 있다. 면적은 약 41.4㎢로 서울 자치구 중 넓은 편이며, 인구는 약 65만명 수준으로 주거·상업 중심지로 성장했다.

한강 하안 김포평야 지대에 자리해 과거 농경지였으나 가양·마곡지구 개발로 아파트와 오피스 단지가 대거 들어서며 도시화가 급속히 진행됐다.

특히 마곡지구는 서울의 7대 광역중심 중 하나로 지정돼 MICE·지식산업센터·오피스 빌딩 등을 집중 개발 중이다. 트레이더스·교보문고 등 대형 상업시설로 서울 서남권 상권 허브로 부상하고 있다. 방화·가양동은 김포공항에 인접해 물류·항공 관련 산업이 발달했으나 공항 이전 논의로 변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김포공항로·남부순환로·올림픽대로 등 주요 도로가 교차하며 5·9호선 등 지하철망이 잘 갖춰져 서울 도심 접근성이 뛰어난 것으로 평가된다. 우장산공원·방화공원 등 녹지 비율이 높아 주거 선호도가 높지만, 그린벨트로 인해 추가 개발이 제한적이다.

김 시의원이 재선에 도전하며 제시한 공약은 주거 혁신 ▲경제 활력 ▲청년·교육 등 세 가지로 압축된다. 낙후된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침체된 지역 상권을 청년 에너지로 살리겠다는 구체적인 청사진을 담았다. 가장 역점을 둔 분야는 만성적인 노후 주거지 정비와 생활 인프라의 전면 개편이다.

주거 분야 사업으로는 ‘3080 플러스 공공도심 복합주택사업’을 신속히 추진하고, 화곡1동 모아타운의 조기 정착을 통해 주거 질을 한 단계 높이겠다고 했다.

문화 복지
정책 마련


문재인정부 시절 ‘3080플러스 후보지’로 선정된 해당 지역은 주민 92% 동의에도 불구하고 지구 지정조차 하지 못한 채 제도상 표류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도심공공주택복합사업의 용적률 상향 혜택을 활용하지 못해 사업성이 낮아진 게 이유다.

공기업이 주도해도 민간 건설사 참여가 어려운 상황으로, 공동 시행이나 시공사 모집이 지연되고 있다.

화곡 모아타운은 서울 강서구 화곡동 일대 노후 저층 주거지(빌라·다가구)를 대상으로 한 소규모 주택 정비사업 지역이다. 2025년 기준 설계·시공사 선정과 사업 시행 계획 단계에서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 시의원은 전통시장과 청년이 만나는 경제 거점 구축을 위해 지원책을 강구했다. 그는 세대별 맞춤형 활성화를 제시했다. 화곡중앙시장과 까치산시장의 환경을 개선하고 접근성을 다각화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화곡1동 먹자골목 내 청년몰 유치와 곰달래길·복개천 주변 상가 정비로 젊은 층을 유입시킨다는 계획을 세웠다.

화곡중앙시장은 까치산역에서 700m 거리에 있는 소규모 실속형 시장으로 육류·청과·생활용품 판매가 주를 이루지만, 김포공항 고도 제한으로 인한 저층 주거 밀집과 보행 불편·간판 혼잡·주차 부족이 문제로 꼽혔다.

지난해 5월 서울시 도시재생위원회에서 활성화 계획이 원안 가결되며 간판 정비·보행 환경 개선·주차장 신설 등 5개 사업이 우선 추진 중이다. 까치산시장 또한 화곡중앙시장과 연계 재생으로 현대화·유니버설 디자인 적용이 진행돼 접근성이 좋아지고 활력이 생길 전망이다.


김 시의원은 젊은 세대를 위해 점포 인큐베이터 지원을 도입해 ‘도전하는 상권’을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또 지난해 20년 가까이 방치됐던 마곡 산업단지 내 유보지를 지역 청소년을 위한 문화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며 서울시의 결단을 요구하고 나서기도 했다.

해당 부지는 2007년 마곡도시개발사업 추진 당시 ‘전략적 미래 유보지’로 설정됐으나, 계획 수립 이후 현재까지 구체적인 활용안 없이 나대지 상태로 방치돼 왔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는 각종 쓰레기 무단 투기, 해충 발생, 도시 미관 저해 등 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강서구는 2024년 서울시에 조기 공급을 건의했으나, 시는 여전히 “산업 트렌드 변화에 대응하겠다”는 입장만 고수 중이다.

김 시의원에 따르면 강서구는 인구 1만명 당 문화 시설 수가 0.41개로, 서울시 전체 평균인 0.98개와 비교해 42% 수준에 불과하다. 마곡 지역의 대규모 개발로 인구는 급증했으나, 주민들의 삶의 질을 결정짓는 편의시설은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특히 김 시의원은 “강서구의 청소년 인구 규모가 서울 자치구 중 5위권임에도 불구하고 이들을 위한 문화시설은 전무하다”며, “미래 인적 자산인 청소년을 위해 ‘전략적 미래 유보지’를 활용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시의원
제명 수순

그는 대규모 개발 계획에서 주민 편의시설이 누락된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유보지 내 청소년 대상 문화체육시설 건립을 최우선 과제로 삼을 것을 주문했다. 그는 “주민들의 고통을 외면한 채 땅을 놀리는 것은 행정 낭비”라며 서울시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김 시의원은 2022년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 등 관련 분야 6관왕을 달성했다. 이는 2021년부터 이어진 도시사업 관련 6번째 수상이었다. 주거환경 관련 조례 제·개정 공로 등 도시재생에 가장 이바지한 의원에게 주어지는 상이다.

실제로 김 시의원은 소규모주택정비관리 지역인 ‘모아타운’ 사업이 순항할 수 있도록 토론회와 간담회 등을 개최해 도심 정비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여했다. 특히 서울의 고질적 문제인 ‘반지하’ 주거 형태를 개선하기 위해 조례 개정을 추진하고, 새로운 형태의 재개발 모델을 제시했다.

당시 인터뷰를 통해 “서울시민을 위해 의정활동에 매진한 결과 도시개발정비 의정 대상을 수상하게 돼 기쁨과 함께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며 “앞으로도 더욱 열심히 의정활동에 매진해 도시개발 전문가로서 주민들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겠다”고 말했다.

이듬해 김 시의원은 사회적 재난으로 떠오른 전세 사기 문제에 대해 발 빠른 입법으로 응답했다.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이하 실천본부)는 ‘제15회 2023 지방의원 매니페스토 약속대상’에서 좋은 조례 분야로 우수상을 건넸다.

실천본부가 주관하는 약속대상은 지방의회 역량 강화 및 주민 신뢰 기반 구축을 위해 전국 지방의회 의원을 대상으로 공약 이행 분야와 좋은 조례 분야로 나눠 수여하는 상이다.

실천본부에 따르면 좋은 조례 분야의 경우 ‘입법의 시급성, 지역 주민의 삶의 질에 대한 영향, 지역의 발전 및 경제에 대한 효과, 대안적 독창성, 목적의 적합성’ 등 5개 항목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수상자를 결정했다.

김 시의원은 ‘서울시 전세사기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조례’를 발의해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임차인에게 법률 상담 및 금융·주거 지원의 연계 등 필요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전세 사기 피해자를 지원하고 주거 안정을 도모하고자 했다.

특정 종교단체 당비 대납 의혹
민주당 탈당해 소속 정당 없어

해당 조례는 ‘주택’ ‘전세 사기 피해자’ ‘전세 사기 피해주택’에 대한 정의에서부터 ▲임차인 보호 대책의 수립 ▲피해 사실의 조사 ▲전세 사기 피해자 지원 및 피해 예방 사업 ▲전월세종합지원센터의 설치 및 운영 ▲협력 체계의 구축 등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다.

단순한 선언을 넘어 법률 상담, 금융·주거 지원 연계, 전월세종합지원센터 설치 등 피해자가 즉각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행정 체계를 구축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시의원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우리 사회의 큰 관심사였던 전세 사기로 인한 피해자들에 대해 관심 갖지 않는 것이 오히려 힘든 상황이었는데 ‘좋은 조례’로 선정돼 수상받아 매우 영광스럽다”며 “앞으로도 우리 주변을 더 살피며 시민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라는 격려의 의미로 받겠다”고 말했다.

2024년 7월엔 재선 의원으로서의 역량을 인정받아 시의회 핵심 상임위인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위원장으로 선출됐다. 전반기 보건복지위원회와 운영위원회에서 쌓은 정무적 감각을 바탕으로, 서울의 문화 경쟁력을 총괄하는 중책을 맡게 된 시점이다. 이에 따라 김 시의원은 보건복지위원회에서 문화체육관광위원회로 상임위원회를 이동했다.

김 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시사편찬위원회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이 지난해 12월23일 본회의를 통과하며 시사편찬위원회의 민간위원 자격 요건을 명확히 했다. 이번 개정으로 역사·행정·학술 분야 전문가를 중심으로 위원 구성이 제도화되면서 서울시 기록물의 전문성과 객관성이 강화됐다.

기존 조례에서 추상적이었던 민간위원 기준을 구체화해 위촉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이는 단순 기록 축적을 넘어 정책 흐름을 체계적으로 후대에 남기는 공적 자산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됐다.

김 시의원은 “위원 구성 단계에서부터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며 시민 공공 자산으로서의 역사 기록 책임성을 강조했다.

같은 날 발의된 ‘서울갤러리 운영 및 관리 조례 일부개정안’도 본회의를 통과하며 임산부의 문화 향유권이 법적으로 한층 두터워졌다. 이번 개정의 핵심은 서울갤러리 무료 관람 대상에 ‘임산부 본인’을 명문화한 것으로, 그동안 시설별 내부 지침이나 자의적 해석에 따라 제각각이었던 이용 기준을 일원화하고 임산부가 당당하게 공공서비스를 누릴 수 있는 법적 근거를 확립했다.

이는 김 시의원이 주도했던 ‘서울시 임산부 예우 및 지원에 관한 조례’를 공공 문화시설 현장에 직접 이식한 실무적 후속 조치로 평가받는다.

그는 정책이 선언적 수준을 넘어 시민의 일상에서 실효성을 가져야 함을 강조하며, 이번 조례가 공공 문화시설 운영에 생애주기와 돌봄의 가치를 반영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활발한
의정활동

김 시의원은 문화체육관광위원장으로서 공공시설에 임산부 패스트트랙과 우선 창구를 설치하는 등 일상 속 정책 반영에 주력했다. 주거 환경 개선을 통해 지역적 기반을 닦고, 보편적 가치를 담은 조례들로 서울시 전체의 삶의 질을 높이려 했던 시도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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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중동발’ 한국 경제 파장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한상진 기자 = 미국이 이스라엘과 함께 이란을 공격하기로 결정하고, 지난달 28일 실행에 옮겼다. 이 같은 결정 배경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이란 핵 보유 가능성 차단’ ‘이란 정권교체’ ‘중동지역 미국 영향력 강화’ ‘석유 패권 우위’ 등이다. 아울러 이란 석유의 상당 부분을 수입하는 중국 견제 효과까지 노린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이란과 8차례에 걸쳐 핵 협상을 진행했다. 이란 측에서 트럼프정부에 큰 사업적 이익을 제안하기도 하면서 상당한 진전을 봤다는 평가도 나왔다. 하지만 이란이 핵 능력에 대한 완전한 포기를 약속하지 않으면서, 미국은 이란 수뇌부 제거 없이는 이를 달성하기 어렵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이란 공습 이틀 후인 지난 2일(현지시각) 37년간 이란 최고 지도자로 군림해 온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가 사망했다. 공습 결정 여러 요인 하메네이는 지난 1979년 이슬람 혁명 이후 혁명수비대 및 국방 관련 요직을 거치며 권력기반을 다졌다. 이후 국회의원과 이슬람공화당 지도부를 역임했고, 지난 1981년 대통령에 선출돼 두 차례 연임하며 정치적 입지를 강화했다. 그는 엄격한 이슬람 율법에 따라 대내적으로 여성, 종교적 소수자를 탄압하며 억압적인 정책을 펼쳤다. 이란 내에서 발생하는 시위에 대해서도 잇달아 강경하게 진압했다. 지난 2009년 강경파인 마무드 아마디네자드가 대통령으로 당선되자 반발하는 시위를 비롯해, 지난 2022년 히잡을 제대로 쓰지 않았다는 이유로 붙잡힌 22세 쿠르드족 여성 마흐사 아미니가 의문사하며 촉발된 대규모 반정부 시위 등을 강경하게 진압했다. 특히 올해 초 대규모 반정부 시위에서는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와 바시즈민병대를 동원해 무차별적 유혈 진압을 밀어붙였다. 이 시위는 이란 핵개발에 따른 서방의 제재가 수년간 이어지며 경제난이 누적됐고, 테헤란 상인들의 항의가 대규모 반정부시위로 번진 것이었다. 이란 당국은 이 사태로 인한 사망자를 3117명으로 집계했지만, 외부에서는 3만명 이상이 사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하메네이의 사망으로 이란 내 정치 지형은 크게 변할 것으로 보인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군사행동이 끝난 후 이란인들에게 “여러분의 정부를 장악하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직접 나서 정권교체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올해 초 있었던 대대적인 반정부 시위의 불길이 다시 붙으면 친미 정권 수립으로 이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다. 트럼프정부는 글로벌 에너지 패권을 추구하고 있다. 이번 공습으로 이란산 원유에 대한 일정한 영향력을 갖게 될 가능성이 있다. 베네수엘라산 원유처럼 직접 모든 것을 통제하지는 않더라도, 향후 이란의 정치적 주도권을 잡는 세력이 원유 문제에서 미국의 영향력을 받아들이는 방식으로 타협할 가능성이 크다. 미·이 전쟁 여파 국내 강타 금융, 산업 등 전방위 요동 이렇게 되면 이미 세계 최대 산유국인 미국은, 세계 최대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는 베네수엘라에 이어 중동지역 원유 생산에도 관여하게 된다. 석유수출국기구(OPEC)를 훨씬 넘어서는 시장 영향력을 갖게 되는 것이다.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은 우리 경제 전반에 큰 영향을 끼쳤다. 우선 증시가 크게 출렁였다. 지난 3일 코스피가 역대 최대 낙폭(452.22포인트)을 기록했고, 상장사 전체 시가총액은 하루 사이 377조원 넘게 줄었다. 주요 코피스 종목도 일제히 하락세를 보였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은 이날 종가 기준 4769조4000억원으로 전 거래일인 지난달 27일 대비 376조9396억원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전 거래일 대비 약 126조6803억원 감소했다. 주가는 이날 9.88% 급락하며 5거래일 만에 20만원 선을 내줬다. SK하이닉스도 100만원 선이 깨지며, 시총이 86조9497억원(11.50%) 줄었다. 이 밖에 현대차(-11.72%), LG에너지솔루션(-7.96%), 삼성바이오로직스(-5.46%) 등 주요 기업들의 시총 감소분이 상대적으로 컸다. 반면 방산주는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주가가 19.83% 오른 143만2000원, 한화시스템은 29.14% 오른 14만6700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고가를 경신했다. LIG넥스원은 11.15% 오른 68만8000원을 기록하며 상한가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코스피 지수는 투자심리가 악화하며 7.24% 급락한 5791.91에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다.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의 전면전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5조1708억원을 순매도하며 지수를 끌어 내렸고, 기관도 8817억원 매도 우위를 보였다. 미국과 이란 전쟁의 여파로 인한 불안감이 이날 장 마감까지 이어지며 매도세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로 인해 지난 3일과 4일 이틀 연속 매도 사이드카(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중지)가 발동되기도 했다. 금융권 직격타 코스피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된 건 지난달 6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지난 4일 오전 9시25분 기준 코스피 지수는 189.43포인트(3.27%) 내린 5602.48에 거래되고 있다. 지수는 199.32포인트(3.44%) 내린 5592.59에 개장했다. 코스닥지수는 35.83포인트(3.15%) 내린 1101.87에 거래 중이다. 지수는 전날보다 25.62포인트(2.25%) 내린 1112.08에 개장했다. 환율 역시 급등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이후 중동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위험 자산 회피 심리로 원·달러 환율이 한때 1500원을 돌파했다. 1500원 돌파는 지난 2009년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이다. 4일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12.9원 오른 1479.0원에 개장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오전 0시20분쯤 원·달러 환율이 야간 거래에서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다. 환율은 1506원까지 올랐다가 다시 1500원 밑으로 하락했다.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습으로 시작된 중동 사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자,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강화돼 환율이 급등한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산업계도 고환율에 따른 환경 변화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통상 원·달러 환율이 오르면 수출 단가 측면에서 이익을 줄 수 있지만, 원자재 수입 가격 상승과 결합할 경우 실질적인 부담이 커지게 된다. 반도체와 조선 업종은 단기 방어가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지만 항공과 철강은 비용 부담이 직격탄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수출 주력 품목인 반도체의 경우 현재 시장의 공급 제약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이에 따라 원가 상승 일정 부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할 수 있는 상황이다. 조선의 경우 수주 산업인 만큼 이미 3년치 이상의 일감을 확보하고 있어, 고환율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 수주한 선박을 건조해 선주사에 인도하는 구조라, 이미 3~4년치의 수주 잔고를 확보한 상태다. 따라서 현재 환율 흐름에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아울러 조선 업계 특성상 달러로 수주 계약을 체결하기 때문에 단기적 관점에서 환율 상승은 실적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자동차의 경우 양날의 검이다. 미국 수출 및 매출이 늘어나고 있어 달러 강세가 수익성 개선으로 이어질 수 있는 반면, 자동차 한 대에 수백개 이상의 부품이 들어가는 만큼 원자재 부담이 상존한다. 다른 업종 대비 상대적으로 부담은 덜하지만, 역시 환율 시장의 상황을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종 별로 희비 교차 항공의 경우 항공기 리스료, 정비료 등 주요 비용이 달러로 결제되는 만큼 업계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3~4월은 항공업계 전통적 비수기다. 개학과 함께 공휴일이 적어 여객 수요가 일시적으로 둔화되기 때문이다. 항공기 이용률이 낮은 상황에서 환율 상승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 아울러 소비자 부담도 확대돼 수요 위축이 나타날 수 있다. 보통 항공사들의 유류할증료는 1개월 시차를 두고 항공권 가격에 반영된다. 다음 달에 항공권을 구매할 경우 인상된 유류할증료가 적용될 가능성이 있다. 철강업계는 중동 정세 불안으로 인해 에너지 가격이 크게 상승하는 가운데, 고환율 부담까지 겹치며 이중고를 겪고 있다. 철강은 업종 특성상 환율 상승으로 수입 원자재 가격이 올라도 이를 철강 제품 가격에 즉시 반영하기 구조다. 그만큼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정유업계에는 환율 상승이 단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달러 상승에 따라 비용이 증가하지만, 수출할 때에도 높아진 달러가 적용돼 비용 부담이 상쇄된다. 특히 이전에 저렴하게 사들인 원유에 대한 재고 평가이익 인식은 재무적 개선으로 이어진다. 원유 재고 평가이익은 정유사가 보유한 원유(재고) 가치가 시세 변동으로 장부상에 이익으로 올라가 실적에 반영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가 상승 시 저가로 산 원유 가치가 올라가는 것이다. 기름값도 급등세를 보였다. 지난 4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 자료에 따르면 이날 오후 7시 기준 서울 지역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전날보다 L당 56.9원 오른 1845.4원으로 집계됐다. 서울 휘발유 평균 가격이 1800원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12월18일(1802.7원) 이후 약 2개월 반 만이다. 주가·환율·유가 변동 산업계 직결 모건스탠리 “수출지향 한국 더 민감” 같은 기간 전국 평균 휘발유 가격 역시 L당 61.6원 상승한 1784.6원을 기록했다. 경유 가격 상승 폭은 더 컸다. 서울 지역 경유 평균 판매가는 1811.2원으로 전날보다 103.8원 뛰었다. 전국 평균 경유 가격도 1741.8원으로 하루 만에 1700원을 돌파했다. 싱가포르 석유 제품 시장가에 연동된 국내 주유소 가격은 통상 2∼3주 차이를 두고 국제 유가 변동이 반영된다. 다만 전쟁 확산 우려 등에 따라 주유 수요가 늘고 환율 변수까지 겹치면서 가격 상승 압력이 더욱 커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난달 28일 미국·이스라엘이 이란과의 전쟁을 시작한 이후 국제 유가는 빠르게 상승하고 있다. 지난 2일 이란혁명수비대(IRGC)가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시도하는 선박을 공격하겠다고 공식 경고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이 사실상 봉쇄됐기 때문이다. 호르무즈 해협은 전 세계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을 틈타 기름값을 과도하게 올리는 주유소들을 제재하기 위해 ‘최고가격 지정’ 작업에 착수했다. 주유소 담합 조사 등 시간이 필요한 조치에 앞서, 즉각적인 가격 통제에 나선 것이다. 또 주유소 담합 적발 시 ‘가격 재결정 명령’을 내리기로 하는 등 유가 잡기 총력전에 나섰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 5일 민생물가 특별관리 관계 장관 태스크포스(TF)를 주재하고 ‘중동 사태에 편승한 시장교란 행위 근절 방안’ 등을 논의했다. 구 부총리는 이날 “현재 국내 석유류 수급 상황은 안정적이며 국제 가격의 국내 반영 시차 등을 고려할 때 아직 국내 가격에 실질적 영향을 줄 시점은 결코 아니다”며 “석유류 최고 가격의 지정 등을 포함해 가능한 모든 행정 조치를 활용해 철저히 대응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앞서 이재명 대통령이 임시 국무회의에서 석유 판매가격의 최고 가격 지정을 지시한 데 따른 후속조치다.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을 봉쇄한 가운데,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수입산 석유·가스 의존도가 높은 아시아 국가들이 전쟁에 따른 경제적 여파가 심각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한국 경제가 중국보다 원유·천연가스 가격 상승에 따른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2일(현지시각) 모건스탠리의 아시아 수석 이코노미스트 체탄 아야 등은 전날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전망했다. 보고서는 “아시아 국가들은 제조업 비중이 높고 수출 지향 경제인 만큼 유럽이나 미국에 비해 유가 변동에 더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이러다 진짜 대전 터지면… 이어 석유·가스 무역적자 수준을 근거로 한국을 포함해 태국·대만·인도 등이 상대적으로 성장 측면에서 하방 위험에 노출돼있다고 지적했다. 다만 “이번 전쟁에 따른 아시아의 전체적 여파는 유가 상승 수준과 고유가 지속 기간에 달려있다”면서 “현재까지는 관리할 수 있는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jins.h@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