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방향 튼 늘봄학교 일파만파

“우리 아이 좀…” 학원 찾아 삼만리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초등 돌봄 공백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늘봄학교가 시행 2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전 학년 확대를 앞두고 운영 대상이 축소되면서 맞벌이 부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맡아줄 학원을 찾아 전전하는 학부모는 속이 탄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전후와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가 돌봄과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다. 오전 시간대부터 방과 후까지 학생을 학교 안에서 보호하고, 놀이·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돌본다’는 의미에서 ‘늘봄’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통합·확장한 형태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고, 학교별 수용 인원이 제한돼 대기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늘봄학교는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됐다. 맞벌이 가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초등 저학년 시기의 돌봄 공백이 부모의 경력 단절과 양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배경에 깔려 있었다.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제2의 양육 위기’로 인식하고, 학교가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기반 돌봄 정책으로 설계됐다.

늘봄학교는 학교 수업 전후 시간과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 공간을 활용해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규수업 이후 일정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봄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운영에는 교육청,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방과후 강사 등 여러 인력이 동원된다.

늘봄학교는 크게 ‘맞춤형 프로그램’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 ‘선택형 돌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주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하는 놀이, 체육, 예술활동 등 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루 2시간 안팎으로 운영되며, 학기 중에는 정규수업 이후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 학년 확대라더니…
시행 2년 만에 축소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 방과후학교의 성격을 이어받은 형태로, 영어·수학 등 교과 중심 수업이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 선택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학교별로 개설 과목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늘봄학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이용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25학년도 기준 상당수 학생이 정규수업 이후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다. 특히 기존 돌봄교실에서 탈락하거나 이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가정까지 포괄하는 등 참여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

여러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이용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다수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과 돌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가 집계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부모 대상 조사에서도 늘봄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학교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 ‘돌봄 공백이 줄었다’는 항목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늘봄학교 도입 이전 돌봄교실 이용이 어려웠던 학부모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밥 주는
학원 인기

늘봄학교의 효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돌봄 공백 완화였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교에 일정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은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학기 중 평일 오후 시간대에 대한 돌봄 부담이 줄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늘봄학교의 기대효과로 언급되는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해서는 체감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이용으로 학원 이용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으며, 방과후 시간을 학교 안에서 보내게 되면서 이동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모든 사교육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늘봄학교는 놀이·체험 중심 프로그램 비중을 높여 교과 학습을 보완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도입 초기부터 단계적 확대를 전제로 추진됐다. 2023년 시범사업 형태로 처음 도입됐고, 2024학년도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으며 2025학년도에는 대상이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됐다. 학년별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늘려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2026학년도 운영 방향을 앞두고 늘봄학교의 적용 대상은 조정됐다. 교육부는 내년에도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2학년까지만으로 유지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별도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는 늘봄학교와 동일한 형태의 돌봄·맞춤형 프로그램이 아닌, 연간 일정 금액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이 제공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교육부는 이런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학년별 수요 차이를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돌봄 중심보다는 교과나 특기·적성 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일한 형태의 늘봄학교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대신, 학년 특성을 고려한 지원 방식으로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본질적
이유는?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현장의 운영 부담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었지만 시행 기간 동안 잡음 또한 많았다. 늘봄학교 운영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인력 부족이었다.

늘봄학교가 확대되면서 학교 내 돌봄·행정 업무가 증가했고, 교직원과 돌봄 인력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 이후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등 전담 인력이 학교에 배치됐지만,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비해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전 학년이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게 될 경우, 안전 관리와 행정 운영 측면에서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늘봄 실무사의 경우 학교당 1명씩 배치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며, 강사 관리, 회계 처리, 민원 대응 등 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여러 지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늘봄실무사 상당수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응답이 다수 확인됐다.

늘봄학교 운영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 또는 교육공무직 형태로 고용되면서 노동 조건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방학 중 생계 대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급식, 돌봄, 늘봄학교 운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업 기간 동안 대체 급식이나 단축 운영이 이뤄지기까지 했다.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해 급식과 중식 제공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급식 제공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인력과 시설 문제로 운영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방학 중 급식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급식실 운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중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학교도 생겼다. 이와 함께 식재료 관리 문제와 위생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근무시간 초과, 업무량 과도해”
실무사·돌봄 전담사 인력 부족

이뿐만이 아니다. 늘봄학교의 강사 선정과 관리, 교육 내용 검증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강사 양성과 파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 내용의 중립성과 관리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됐다.

재정 여건 역시 늘봄학교 축소 운영 결정의 이유다. 늘봄학교는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하는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 대상 학년이 확대될수록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향후 재정 여건과 정책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상을 전 학년으로 당장 확대 시행하기보다는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늘봄학교 확대를 기대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전 학년 확대를 전제로 겨울방학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돌봄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씨는 늘봄학교 축소 소식에 학원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동안은 늘봄학교 덕분에 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야근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체감 변화는 더 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심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학원을 찾고 있다며, 이미 방학 특강 자리가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방학 기간 동안 ‘점심 제공’을 내세운 학원이나 캠프 프로그램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실제 서울의 한 학원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영되는 방학 특강을 개설했고, 점심 식사를 포함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한 달 기준 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양육도 부담
비용도 부담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영어학원은 방학 집중 프로그램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학부모 이모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원을 알아보는 중인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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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단독] ‘제2의 로켓랩?’ 비트팜스 사건 내막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주식시장이 활활 타고 있다. 미국 대통령의 한마디에 휘청이던, 전쟁 여파에 고꾸라지던 모습이 전생처럼 느껴질 정도다. 특정 악재가 발생해도 하루 이틀이면 다시 제자리를 찾는 것을 넘어 지수를 말아 올리고 있다. 대통령이 공언했던 코스피 지수 5000보다 이제는 1만이 더 가까워졌다. 이재명 대통령이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없애겠다며 ‘코스피 5000시대’를 공약으로 내세웠을 때 대부분 ‘빈 약속’이 될 것이라 예상했다. 12‧3 비상계엄의 여파를 제외하고라도 코스피 지수는 3000 언저리 박스권에 갇혀 있는 상태였다. 바닥이 얇고 지붕이 단단하다는 우리나라 주식시장에 대한 인식은 깨지기 어려워 보였다. 역대급 불장 돈이 모인다 이재명정부 1년째를 앞둔 현재, 주식시장의 지붕은 완벽하게 뚫렸다. 국내외 증권사들은 코스피 상방을 올려 잡고 있다. 동시에 주식시장에 뛰어드는 ‘개미(개인 투자자)’의 비율이 높아졌다.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증후군이 퍼졌고 인생 역전을 꿈꾸는 이들이 너도나도 주식시장으로 움직였다. 부동산에 몰린 자금을 주식시장으로 옮기겠다는 정부 차원의 ‘머니 무브’ 정책으로 역대급 불장이 계속되면서 덩달아 증권업계도 신났다. 올해 1분기 국내 증권사는 거래대금 폭증으로 역대급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주요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1분기 순이익은 전년 대비 100% 이상 증가했다. 대형 증권사의 분기 순이익이 1조원을 돌파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60여개에 이르는 국내 증권사들은 불나방처럼 뛰어드는 개미들을 잡으려 각종 유인책을 내놓았다. 증권사는 주식 거래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로 이익을 내는 구조인 만큼 투자자가 많을수록 많은 돈을 벌 수 있다. 또 증시가 폭발하면서 빚을 내서까지 시장으로 진입하는 비율이 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도 증권사는 손해 볼 게 없다. 문제는 주식 거래가 증가하면서 일어나는 증권사발 사건‧사고다. 최근 증권사의 갈지(之)자 행보로 투자자가 의도치 않은 세금 폭탄을 맞은 사건도 한 예다. 증권사마다 명확한 기준을 적용하지 않고 제멋대로 굴면서 일부 투자자는 수백만원, 많게는 억대의 손해를 봤지만 하소연할 곳도 마땅치 않은 상태다. 정부도 손을 놓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캐나다→미국 본사 이전 주식 구분 변경 일어나 캐나다에 본사를 두고 암호화폐를 채굴하던 ‘비트팜스(Bitfarms)’라는 기업이 있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법인을 뒀던 비트팜스는 미국으로 본사를 옮기고 인공지능 및 고성능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사명을 ‘킬 인프라스트럭처(Keel Infrastructure)’로 변경했다. 본사 이전이 완료된 시기는 지난달 1일. 비트팜스는 킬 인프라스트럭처의 자회사가 됐고 미국 현지시각으로 같은 달 6일 주식 구분이 변경됐다. 다시 말해 주식 종목에서 비트팜스가 없어지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거래가 개시된 것이다. 미국에서는 이 과정이 ‘주식 교환’으로 처리돼 세금이 붙지 않았다. 문제가 된 건 비트팜스 주식을 가지고 있던 우리나라 ‘서학 개미’들이다. 이들의 주식은 매도 후 재매수 처리됐다. 다시 말해 비트팜스 주식이 처분되고 킬 인프라스트럭처를 구매하는 방식으로 이른바 ‘양도’가 일어난 것이다. 비트팜스 1주는 킬 인프라스트럭처 1주로 바뀌었다. 이 과정은 투자자가 아닌 증권사의 의지로 이뤄졌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당연히 반발했다. 현행법상 해외주식으로 소득이 발생하면 ‘양도소득세’라는 세금이 붙는다. 250만원 이상의 주식 소득에 22%의 세금이 매겨진다. 예를 들어 해외 주식으로 1000만원을 벌었다면 250만원을 제외한 750만원에 대해 22%의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증권사 수수료까지 떼고 나서야 투자자가 실제 번 돈이 된다. 양도소득세는 1년치 해외주식 소득을 따져 부과된다. 그래서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는 시점이 되면 투자자들은 주식을 정리한다. 이익과 손해가 250만원 이내로 합산되면 양도소득세를 내지 않아도 되기에 이 시기에 투자자들은 계산에 골몰한다. 물론 주식을 사고팔지 않으면 양도소득세 자체는 ‘0’이다. 예상치 못한 세금 날벼락 하지만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될 당시 ‘매도 후 재매수’라는 방식으로 거래가 이뤄지면서 투자자들은 ‘강제로’ 이익 혹은 손해가 발생했다. 기대 수익, 예상 손해로 존재하던 게 실제 이익과 손해로 전환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투자자들에게는 예상하지 못했던 세금 부과 이슈가 발생한다. 비트팜스 사건을 두고 지난해 5월 일어난 ‘로켓랩’ 주식 전환 사태를 떠올리는 이유다. 미국 민간 우주기업 로켓랩 USA는 지난해 5월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는 기업재편을 단행했다. 같은 해 5월23일 신설된 로켓랩 코퍼레이션이 기존 로켓랩 USA 법인을 자회사로 흡수합병했다. 이때 로켓랩 USA 주식은 동일한 가치의 로켓랩 코퍼레이션 1주로 자동 전환됐다. 미국은 세법상 주식 교환 과정에서 이익과 손해를 실현하지 않는 것으로 간주한다. 그래서 세금을 부과하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됐고 무엇보다 당시 이 과정이 야밤에 기습적으로 이뤄졌다. 로켓랩 USA 주주들은 크게 반발했고 금융감독원 등에 ‘민원 폭탄’이 쏟아졌다. 단일 민원으로는 최다였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특히 문제로 떠오른 점은 국내 증권사들의 대응이었다. 당시 국내 증권사들은 이 문제를 어떻게 처리할지를 두고 각자 다른 답을 내놨다. 세법에 대한 해석이 갈리면서 적용을 달리한 것이다. 일부 증권사는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양도 거래’로 판단해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처리했다. 또 다른 증권사들은 단순 주식 교환으로 간주해 양도소득세를 부과하지 않았다. 투자자로서는 어느 증권사를 이용하고 있었느냐에 따라 세금이 부과되고, 부과되지 않는 이른바 ‘복불복’ 상태에 놓인 것이다. 당시 로켓랩 주식 전환 처리 방식에 따라 증권사를 옮기는 이동 사례도 있었다고 한다. 논란이 계속되자 공은 결국 정부로 넘어갔다. 세법에 대한 유권해석을 요청한 것이다. 민원 폭탄에 기재부 해석 당시 기획재정부는 로켓랩 사태 이후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게 맞다는 해석을 내놨다. 국세기본법 제14조 실질과세의 원칙과 소득세법 제88조의 ‘양도’의 의미를 근거로 내세웠다. 주식 티커명이 같더라도 법률상 기존 로켓랩 USA 주식이 소멸하고 주주가 새로운 로켓랩 코퍼레이션을 취득한 만큼 동일한 자산을 연속적으로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자산을 교환한 것에 해당한다는 것이다. 주식 티커는 증권거래소에서 특정 상장회사의 주식을 고유하게 식별하기 위해 사용하는 짧은 약어를 뜻한다. 비트팜스 주주들은 기재부의 유권해석에 치명적인 허점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비트팜스가 KEEL로 티커명이 바뀌어도 주식을 보유한 투자자는 같은 사람이고 거래 상태는 ‘보유 계속’이다. 사업, 경영진, 지분율 어느 하나 바뀌지 않았는데 (기재부는) 이걸 자산의 이동으로 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백번 양보해서 로켓랩 사태 당시 기재부가 유권해석을 내렸기에 비트팜스 사건에 동일하게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것까지는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선례가 있음에도 국내 증권사들은 저마다의 방식을 적용했다. 이번에도 증권사에 따라 손해와 이익이 갈리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따지고 보면 비트팜스 사건과 로켓랩 사태에서 투자자들이 분노한 지점은 같다. ‘실제 팔지도 않은 주식’에 세금을 매겼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을 더 화나게 하는 부분은 증권사들이 적용 기준을 제멋대로 했다는 점이다. 재판으로 비유하면 판례가 있는 상황에서 이 같은 증권사의 행보는 ‘갑질’로 느껴질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비트팜스가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주식 구분이 변경되는 과정에서 일부 증권사별로 적용 시점이 달랐다. 메리츠 증권은 지난달 3일, 토스 증권은 같은 달 6일에 투자자들에게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알렸다. 미국은 비과세로 처리하는데… 우리나라는 ‘매도 후 재매수’ 투자자들에 따르면 일부 증권사는 주식 구분 변경 사실을 아예 공지조차 하지 않았다고 한다. 말 그대로 자고 일어나보니 내가 하지 않은 주식 거래가 이뤄져 있던 셈이다. 로켓랩 사태와 오버랩 되는 대목이다. 토스 증권을 사용 중인 한 투자자는 “6일에 비트팜스에서 킬 인프라스트럭처로 바뀌어서 거래가 개시됐는데 그 당일에 공지하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토스 증권은 해당 투자자의 문제 제기에 “(4월)3일에 (주식 구분 변경) 정보에 대해 처음 알게 됐고 (4월)6일에 공지했다. 최초로 정보를 알게 된 (4월)3일은 현지 휴장일로 투자자가 실제 매매 등 대응을 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이후 7일에 외부 법무법인의 자문을 받아 권리 처리를 이행했다고 덧붙였다. 즉 매도 후 재매수 방식으로 적용했다는 뜻이다.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교환으로 적용했다가 뒤늦게 양도로 처리한 증권사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 투자자는 “신한 증권을 사용하고 있는데, 처음에는 주식명만 바뀌더니 2~3일 뒤에 재처리됐다. 증권사에 문의했더니 다른 증권사의 처리 방식대로 했다고 하더라. 그사이에 주가와 환율이 바뀌었는데 일괄 적용한 것이다. 주먹구구식도 이런 주먹구구식이 없다”고 비판했다. 정부도 비트팜스 투자자들의 민원을 증권사에 돌리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금융감독원에 민원을 넣은 투자자들이 받은 답변은 이 사안이 ‘자율 조정 대상’이라는 내용이었다. 자율 조정 대상은 정식 조사 전 금융사와 소비자가 자율적으로 합의하도록 유도하는 제도다. 일단 증권사랑 얘기하라는 뜻이다. 투자자로선 금감원에서 증권사로 넘어간 공이 이리 튀고 저리 튀는 상황에 직면한 셈이다. 손 놓은 정부 투자자 운다 70명가량 모여 있는 비트팜스 투자자 단체 채팅방에서는 무력한 분위기가 감지됐다. 정부와 증권사의 태도에 분통을 터트리면서도 로켓랩 사태의 선례로 이번 사건 또한 흐지부지될 것이라 자포자기한 듯한 모습이었다. 실제 몇몇 투자자는 ‘손절(손해 보고 매도)’하고 채팅방을 떠났다. 한 투자자는 “로켓랩 사건 때 정말 다 들고 일어났다고 느낄 정도로 문제 제기가 많았는데도 결론적으로 양도소득세가 부과됐다. 그러다 보니 이번에는 민원도 많이 안 들어간 걸로 안다”며 “이 사건이 스페이스X와 합병설이 도는 테슬라 같은 대형 주식에 일어났어도 정부나 증권사가 이렇게 반응했을까”라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