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초등 돌봄 공백 해소를 목표로 도입된 늘봄학교가 시행 2년 만에 방향을 틀었다. 전 학년 확대를 앞두고 운영 대상이 축소되면서 맞벌이 부부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겨울방학이 시작되면서 아이를 맡아줄 학원을 찾아 전전하는 학부모는 속이 탄다.
늘봄학교는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전후와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가 돌봄과 교육을 함께 제공하는 제도다. 오전 시간대부터 방과 후까지 학생을 학교 안에서 보호하고, 놀이·체험·학습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 핵심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 함께 돌본다’는 의미에서 ‘늘봄’이라는 명칭이 붙었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늘봄학교는 기존 초등 돌봄교실과 방과후 학교를 통합·확장한 형태다. 기존 돌봄교실은 맞벌이 가정 등 일정 요건을 충족해야만 이용할 수 있었고, 학교별 수용 인원이 제한돼 대기자가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늘봄학교는 이 같은 한계를 보완한다는 취지에서, 맞벌이 여부와 관계없이 희망하는 학생이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늘봄학교는 저출생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지적돼 온 ‘돌봄 공백’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으로 추진됐다. 맞벌이 가구 비중이 꾸준히 증가하는 상황에서, 초등 저학년 시기의 돌봄 공백이 부모의 경력 단절과 양육 부담으로 이어진다는 문제의식이 정책 배경에 깔려 있었다.
교육 당국은 초등학교 입학 이후 발생하는 돌봄 공백을 ‘제2의 양육 위기’로 인식하고, 학교가 돌봄을 책임지는 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을 제시했다. 이에 따라 늘봄학교는 국가가 책임지는 공교육 기반 돌봄 정책으로 설계됐다.
늘봄학교는 학교 수업 전후 시간과 방과후, 방학 기간까지 학교 공간을 활용해 돌봄과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정규수업 이후 일정 시간 동안 학교에 남아 있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돌봄과 활동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것이다.
실제 운영에는 교육청,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방과후 강사 등 여러 인력이 동원된다.
늘봄학교는 크게 ‘맞춤형 프로그램’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 ‘선택형 돌봄’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주로 초등 저학년을 대상으로하는 놀이, 체육, 예술활동 등 체험 중심으로 구성됐다. 하루 2시간 안팎으로 운영되며, 학기 중에는 정규수업 이후 시간대에 진행된다. 이 프로그램은 교육부가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제시했다.
전 학년 확대라더니…
시행 2년 만에 축소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은 기존 방과후학교의 성격을 이어받은 형태로, 영어·수학 등 교과 중심 수업이나 특기·적성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은 학부모 선택에 따라 참여할 수 있고, 학교별로 개설 과목과 운영 방식에 차이가 있다.
늘봄학교가 단계적으로 확대되면서 학부모와 학생의 이용 규모도 빠르게 늘었다.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에 따르면 2025학년도 기준 상당수 학생이 정규수업 이후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돌봄 서비스를 이용했다. 특히 기존 돌봄교실에서 탈락하거나 이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던 가정까지 포괄하는 등 참여 범위가 넓어졌다는 점에서 이용자 수가 증가했다.
여러 시도교육청이 실시한 만족도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이용에 대해 긍정적인 응답이 다수 나타났다. 충북도교육청이 실시한 조사에서는 늘봄학교 맞춤형 프로그램에 대해 학생과 학부모의 90% 이상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선택형 교육 프로그램과 돌봄 프로그램에 대해서도 비슷한 수준의 만족도가 집계됐다.
한국교육개발원이 실시한 학부모 대상 조사에서도 늘봄학교에 대한 전반적인 만족도가 80% 이상으로 나타났다. 해당 조사에서는 ‘학교에 아이를 안전하게 맡길 수 있다’ ‘돌봄 공백이 줄었다’는 항목에서 긍정 응답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늘봄학교 도입 이전 돌봄교실 이용이 어려웠던 학부모일수록 체감 효과가 크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밥 주는
학원 인기
늘봄학교의 효과로 가장 많이 언급된 부분은 돌봄 공백 완화였다. 정규수업이 끝난 뒤에도 학교에 일정 시간 아이를 맡길 수 있다는 점은 맞벌이 가정이나 한부모 가정의 일상에 영향을 미쳤다. 특히 학기 중 평일 오후 시간대에 대한 돌봄 부담이 줄었다는 반응이 많았다.
늘봄학교의 기대효과로 언급되는 사교육비 부담과 관련해서는 체감 정도에 차이가 있었다. 일부 학부모는 늘봄학교 프로그램 이용으로 학원 이용 시간을 줄였다고 응답했으며, 방과후 시간을 학교 안에서 보내게 되면서 이동 부담이 줄었다고 밝혔다.
반면 늘봄학교 프로그램이 모든 사교육을 대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응답도 함께 나타났다. 늘봄학교는 놀이·체험 중심 프로그램 비중을 높여 교과 학습을 보완하는 역할에 초점이 맞춰졌기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도입 초기부터 단계적 확대를 전제로 추진됐다. 2023년 시범사업 형태로 처음 도입됐고, 2024학년도에는 초등학교 1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전면 시행됐으며 2025학년도에는 대상이 초등학교 1~2학년으로 확대됐다. 학년별로 점진적으로 대상을 늘려 2026년에는 초등 전 학년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그러나 계획과는 달리 2026학년도 운영 방향을 앞두고 늘봄학교의 적용 대상은 조정됐다. 교육부는 내년에도 늘봄학교를 초등학교 1~2학년까지만으로 유지하고,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별도의 방식으로 지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에 따라 초등학교 3학년 학생에게는 늘봄학교와 동일한 형태의 돌봄·맞춤형 프로그램이 아닌, 연간 일정 금액의 방과후 프로그램 이용권이 제공되는 방향으로 전환됐다.
교육부는 이런 정책 전환의 배경으로 학년별 수요 차이를 들었다. 교육부 관계자들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는 돌봄 중심보다는 교과나 특기·적성 중심의 방과후 프로그램에 대한 선호가 상대적으로 높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동일한 형태의 늘봄학교를 전 학년으로 확대하는 대신, 학년 특성을 고려한 지원 방식으로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본질적
이유는?
하지만 본질적인 이유는 따로 있었다. 학교 현장의 운영 부담 때문이다.
늘봄학교는 긍정적인 반응을 많이 얻었지만 시행 기간 동안 잡음 또한 많았다. 늘봄학교 운영 과정에서 가장 빈번하게 제기된 문제 중 하나는 인력 부족이었다.
늘봄학교가 확대되면서 학교 내 돌봄·행정 업무가 증가했고, 교직원과 돌봄 인력의 부담이 커졌다는 것이다. 늘봄학교 도입 이후 돌봄 전담사, 늘봄 실무사 등 전담 인력이 학교에 배치됐지만, 학교 규모와 학생 수에 비해 인력이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특히 초등학교 전 학년이 오후 늦은 시간까지 학교에 남게 될 경우, 안전 관리와 행정 운영 측면에서 추가적인 인력과 예산이 필요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늘봄 실무사의 경우 학교당 1명씩 배치되는 구조가 일반적이었으며, 강사 관리, 회계 처리, 민원 대응 등 행정 업무 전반을 담당했다.
여러 지역에서 실시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늘봄실무사 상당수가 법정 근로시간을 초과해 근무하고 있으며, 업무량이 과도하다는 응답이 다수 확인됐다.
늘봄학교 운영 인력 상당수가 비정규직 또는 교육공무직 형태로 고용되면서 노동 조건을 둘러싼 갈등도 발생했다. 전국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는 임금 인상과 처우 개선, 방학 중 생계 대책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급식, 돌봄, 늘봄학교 운영에 일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파업 기간 동안 대체 급식이나 단축 운영이 이뤄지기까지 했다.
늘봄학교 운영과 관련해 급식과 중식 제공을 둘러싼 논란도 있었다. 급식 제공이 이뤄지는 학교에서 인력과 시설 문제로 운영이 제한되는 문제가 발생한 것이다. 방학 중 급식 인력 확보가 어렵거나, 급식실 운영 여건이 갖춰지지 않아 중식을 제공하지 못하는 학교도 생겼다. 이와 함께 식재료 관리 문제와 위생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근무시간 초과, 업무량 과도해”
실무사·돌봄 전담사 인력 부족
이뿐만이 아니다. 늘봄학교의 강사 선정과 관리, 교육 내용 검증 문제도 제기됐다.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과정에서 관리·감독이 충분히 이뤄졌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특히 특정 정치 성향을 가진 교육 단체가 늘봄학교 강사 양성과 파견 과정에 관여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교육 내용의 중립성과 관리 책임 문제가 논란이 됐다.
재정 여건 역시 늘봄학교 축소 운영 결정의 이유다. 늘봄학교는 무상 제공을 원칙으로 하는 프로그램 비중이 높아, 대상 학년이 확대될수록 예산 규모가 크게 늘어날 수 밖에 없다. 교육부는 향후 재정 여건과 정책 지속 가능성을 함께 고려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상을 전 학년으로 당장 확대 시행하기보다는 단계 조정이 필요하다는 판단이 이뤄졌다는 설명이다.
갑작스러운 정책 전환에 늘봄학교 확대를 기대했던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발생했다. 일부 학부모들은 늘봄학교 전 학년 확대를 전제로 겨울방학을 준비해 왔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돌봄 대안을 다시 마련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서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2학년 자녀를 둔 직장인 김모씨는 늘봄학교 축소 소식에 학원 정보를 알아보기 시작했다. 김씨는 “그동안은 늘봄학교 덕분에 퇴근 시간을 유동적으로 할 수 있었는데 이제는 야근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현재 학원을 알아보고 있다.
방학을 앞두고 체감 변화는 더 컸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점심 제공 여부를 기준으로 학원을 찾고 있다며, 이미 방학 특강 자리가 빠르게 마감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실제 방학 기간 동안 ‘점심 제공’을 내세운 학원이나 캠프 프로그램의 수요는 빠르게 늘어났다. 실제 서울의 한 학원은 오전부터 오후까지 운영되는 방학 특강을 개설했고, 점심 식사를 포함한 프로그램도 운영했다. 수강료도 만만치 않다. 한 달 기준 100만원에 육박하는 수준이었다.
양육도 부담
비용도 부담
서울 강남 일대의 일부 영어학원은 방학 집중 프로그램 비용이 수백만원에 이르기도 했다. 서울에서 초등학생 자녀를 키우는 맞벌이 학부모 이모 씨는 “학년이 올라가면서 학원을 알아보는 중인데 비용이 만만치가 않다”고 호소했다.
<imsharp@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