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위액트 함형선 대표 & 전혜수 활동가

다시 뛰는 구조견 입양 프로젝트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동물을 ‘반려’로 들인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동물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모든 것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짊어져야 하는 경제적 부담은 물론, 그 삶을 책임지는 내내 안고 가야 할 감정의 무게도 작지 않다. <일요시사>는 인간에게 학대받던 동물이 인간에게 구조돼, 인간과 부대끼는 과정을 동물구조단체 위액트와 함께 따라가 봤다.

지난달 16일 서울 중랑구의 한 사무실에서 함형선 위액트 대표와 전혜수 활동가를 만났다. 함 대표는 출산을 앞둔 상태라 몸이 무거운 와중에도 인터뷰를 위해 시간을 냈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은 주거니 받거니 취재진의 질문에 답했다. 그 답변을 통해 위액트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확인할 수 있었다.

문턱 낮춰

사단법인 위액트는 동물구조단체로, 지난해 3월 경북에서 산불이 났을 당시 고립된 개, 고양이, 염소 등을 구하면서 이름이 알려졌다. 동물 학대, 유기 등의 제보를 받으면 사전 조사를 거쳐 구조팀을 구성, 전국 어디로든 달려가는 단체로도 유명하다. 흥미로운 대목은 위액트에서 가장 먼저 만들어진 게 구조팀이 아니라 임보(임시보호)·입양팀이라는 점이다.

함 대표는 “위액트가 만들어지고 얼마 되지 않았을 때는 구조, 임보, 국내·해외 입양 등 모든 일을 팀원 전체가 다 같이 했다. ‘위액트팀’이었다고 보면 된다. 그러다 팀을 만들기 시작했는데 처음으로 생긴 게 임보·입양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래서 위액트의 입양, 임보 절차는 우리의 프라이드이자 강점”이라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실제 위액트의 동물 입양 절차는 동물구조단체 중에서도 상당히 까다로운 편으로 알려져 있다. 위액트 입양팀은 구조 동물이 어떤 가족의 품에 안겨야 가장 행복하게 평생 살아갈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춘다. 대기업 채용 과정에 버금가는 절차를 통해 입양자의 ‘진심’을 끊임없이 확인하는 과정이다.


먼저 위액트 SNS나 신문 등을 통해 공고로 올라온 구조 동물을 확인한다. 입양 의사가 있는 사람은 ‘입양 신청서’를 작성해 제출한다. 입양 신청서 첫머리에는 “깊이 고민해 내린 결정이신 만큼, 신청서에 그 마음을 담아주시길 기대합니다”라는 문구가 기재돼있다. 입양자의 진심과 결심을 확인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신청서에는 구조 동물을 입양하고 싶은 이유를 비롯해 신청자의 정보 등을 묻는 질문이 있다. 주거 환경, 가족 구성원 정보, 반려동물을 키워본 경험, 구조 동물을 입양한 뒤 경제적으로 비용을 얼마나 쓸 수 있는지, 인근의 동물병원 유무에 대해서도 물었다. 또 구조 동물 입양 후 변화할 삶에 대해서도 상세하게 기재해달라고 요청했다.

질문 내용을 보면 신청자의 삶 전반이 드러난다. 생활 수준부터 마음가짐까지 신청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셈이다. 여기에 더해 구조 동물이 생활하게 될 공간, 즉 신청자의 집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공유한다. 신청자로선 상당히 부담될 수 있는 대목이다. 웬만한 마음으로는 입양은 엄두조차 못 낸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입양 신청서가 통과되면 화상 면접, 트라이얼 등의 과정이 이어진다. 트라이얼은 위액트의 입양 절차에서 가장 까다로운 부분이다. 전 활동가는 “2주 동안 신청자와 구조 동물에게 미션을 준다. 이 미션에 대한 내용을 주마다 수행해서 위액트에 주면 다시 우리가 피드백을 주고 보완을 요청하는 방식”이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과 신청자가 함께 살아갈 공간에서 서로 맞춰 가는 과정이라고 이해하면 된다. 트라이얼 과정까지 마치면 최종 면접을 통해 입양 확정 여부가 결정된다. 여기까지 약 한 달가량 소요된다. 이후 입양자에게 소유권이 넘어가기까지는 또 6개월이 걸린다. 한 마리의 구조 동물을 입양하는 데 반년 정도의 기간이 필요한 셈이다.

함 대표는 “2018년부터 현재까지 1400두의 구조 동물이 입양됐다. 국내와 해외 입양 두수를 따로 분류한 게 2021년 이후부터라 전체적인 통계는 없지만 국내에서 파양된 수는 3건”이라며 “기적적인 숫자”라고 말했다. 3건의 파양에 대해서는 임신, 경제, 건강 등 입양자의 상황에 변화가 생긴 경우라고 설명했다.

지난해 200두 이상 구출
절차 간소화로 매력도 업


현재의 입양 절차가 정착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는 위액트는 최근 또 한 번의 변화를 꾀했다. 위액트 입양 절차의 ‘상징’처럼 여겨졌던 트라이얼 과정을 없애기로 한 것이다. 함 대표는 “트라이얼 과정은 입양 신청자들에게 상당히 호불호가 갈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 덕분에 내가 동물을 바라보는 시각 자체가 달라졌다’면서 고마움을 표하는 분이 있고 ‘이 개만 입양하고 다시는 위액트랑 얽히고 싶지 않다’고 말하는 분도 있다”며 “트라이얼 자체가 계속 검증받는 과정이라 (신청자 입장에서는) 시험받는 기분이 들어서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았다”고 전했다.

위액트는 지난해 10월 논의를 통해 지난 12월 입양부터는 트라이얼 절차를 없애기로 했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라고 말했다. 구조 동물이 똑같이 입양 시장에 나왔을 때 신청자가 위액트의 까다로운 절차 때문에 입양을 포기하는 사례를 조금이라도 줄여보겠다는 의도다.

함 대표는 “구조 동물의 매력이 사람들에게 그대로 전달됐으면 하는 마음이다. ‘개는 너무 키우고 싶은데 저 절차대로 하고 싶지 않아’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매력이 떨어지지 않나. 절차로 애들의 매력을 깎아내리지 말자는 생각으로 지난 10월부터 논의하기 시작해 12월 초부터 시행했다”고 설명했다.

절차가 복잡하면 구조 동물이 좋은 가족을 만날 가능성이 크지만 입양 기회가 줄어들고, 절차가 간소화되면 기회는 늘어나지만 검증이 약해질 수 있다. 위액트의 결정은 상당한 딜레마를 안고 시작한 셈이다. 그럼에도 결정을 밀고 나가는 건 교묘하게 변형된 방식으로 동물을 입양, 판매하는 신종 펫숍, 신분증만 있으면 바로 입양이 가능한 시 보호소 등과 경쟁하기 위해서다.

전 활동가는 “강아지, 품종견, 흰 모색이 입양이 잘된다. 성북구에서 구조한 강아지는 입양하고 싶다는 신청서가 100건 넘게 들어오기도 했다. 거꾸로 말하면 성견, 믹스, 털이 하얗지 않은 개는 입양이 잘 안 된다는 뜻이다. 절차가 간소화된 만큼 더 많은 사람이 이 아이들의 매력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장 입양이 잘 안 되는 ‘진도믹스’에 대해 언급했다. 전 활동가와 함 대표는 “(진도믹스는) 정말 깨끗하다”고 입을 모았다. 집에서 진도믹스 견을 키우고 있다는 함 대표는 “물건을 물어뜯는 저지레가 거의 없다. 또 실외 배변을 선호하기 때문에 굉장히 깔끔하다. 점잖고 조용하다”고 진도믹스의 매력을 늘어놨다.

함 대표는 “매년 그랬지만 지난해는 더 많이 달린 해다. (지난해) 1월 초부터 10마리 이상의 대규모 구조가 있었고 산불로 한 달 넘게 경북, 경남을 오갔다. 지난해 구조한 개가 200마리 정도다. 위액트는 매년 성장하고 있지만 2025년은 또 다른 성장을 한 해라고 생각한다. 이런 해를 잘 마무리한 점에서 뿌듯함도 있고 앞으로 이보다 더 많이 해야 한다는 무서움도 있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러면서도 “아, 올해 위액트 진짜 잘했다”며 웃음을 터트렸다.

더 많은 기회

전 활동가는 “트라이얼을 없앤 만큼 입양 문턱을 낮추고 소통방식도 다양하게 하려고 노력하고 있으니 더 많이 문 두드려 주셨으면 한다. 신혼부부, 1인 가구 등은 입양이 어렵다는 생각을 많이 하는데 집을 비우는 시간이라든지, 자녀 문제 등 우려되는 부분을 어떻게 보완할 건지가 중요하다. 그런 부분에 대비가 돼있으면 충분히 입양 가능하니 많이 신청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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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틈 공략’ 이재명표 동진 정책 막전막후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이재명 대통령이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여야는 저마다 큰 충격을 받았다. 장동혁·한동훈·이준석 연대 등 위기 앞에서 다양한 경우의 수를 내던 국민의힘은 이 대통령의 동진 정책을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해 12월28일 새누리당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9월 발표된 정부 조직 개편 방안에 따라, 지난 2일 재정경제부·기획예산처로 분리됐다. 이 지명자가 초대 장관으로 임명된 기획예산처는 예산 편성·재정 기획 기능을 담당한다. 연말 휴일 깜짝 발표 한나라당·새누리당 소속으로 서울 서초갑에서 3선 의원을 지냈던 이 후보자는 한국개발연구원(KDI) 연구위원을 지낸 경제통이다. 수려한 언변을 바탕으로 높은 대중적 인지도를 누리고 있다. 그는 지명 다음날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이 마련된 서울 예금보험공사로 출근하면서 장관 후보자 지명 소감을 밝혔다. 이 후보자는 “불필요한 지출은 사전에 없애고, 민생과 성장엔 과감하게 투자하는 방식이 필요하다”며 “기획과 예산을 연동한 중장기 재정 운영을 통해 구조적 위기에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 후보자를 임명하자, 정치권은 발칵 뒤집혔다. 일요일에 이 지명자 임명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다음 날 조간 신문 톱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 기획조정국은 같은 날 이 후보자를 제명하기로 한 서면 최고의원회의 의결 사항을 발표했다. 기획조정국은 “이 후보자는 국민의힘 서울 중·성동 당협위원장인데도 이재명정부 국무위원 임명에 동의해 현 정권에 부역하는 행위를 자처했다”며 “지방선거를 불과 6개월 남기고 국민·당원을 배신하는 사상 최악의 해당행위를 했다”고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겉으론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을 환영했다. 민주당 김현정 원내대변인은 같은 날 “여야를 가리지 않고 전문성을 인정받은 인사를 적재적소에 배치한 탕평인사”라면서 환영하는 논평을 발표했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지난해 3월22일 손현보 세계로교회 목사가 주도한 집회에서 이 대통령을 강하게 비판하는 연설을 했다. 이 때문에 민주당에선 충격을 받은 듯한 반응이 나오고 있다.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이날 “윤 어게인을 외쳤던 사람도 통합 대상이 돼야 하느냐”며 “솔직히 쉽사리 동의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윤준병 의원도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대통령을 향해 내란 수괴라고 외치고, 윤석열 전 대통령의 내란을 지지했던 이 전 의원에게 정부 곳간 열쇠를 맡기는 행위는 포용이 아니라 국정 원칙 파기”라고 주장했다. 일각에선 적진인 국민의힘의 유명 정치인을 핵심 보직에 발탁한 것과 관련해 “당내 영향력이 비교적 약한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견제 목적 충격을 주기 위해 이 후보자를 임명한 것 아니냐”는 반응이 나온다. 이 같은 주장의 바탕엔 예산 편성·재정 기획을 맡는 기획예산처의 특성이 있다. 기획예산처는 쉽게 말해 ‘금고지기’다. 이혜훈 기습 임명에 발칵 뒤집힌 국힘 적진 출신 곳간지기로…민주당 견제?” 일각에선 “국민의힘 내에서 영향력이 줄고 있는 이 후보자를 영입해 금고를 맡긴다는 건 민주당 의원들을 믿을 수 없다는 것 아니냐”며 “이 대통령이 민주당에 강력한 경고를 한 것”이라는 해석도 나왔다. 아울러 “각종 갑질 의혹이 불거져 정치적 입지가 매우 좁아졌던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를 엄호하기 위한 물타기를 강하게 한 것”이란 분석도 있다. 하지만 “당내 역학 관계만을 고려한 대응이라고 보긴 어렵다”는 해석도 존재한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은 다양한 정치적 구도와 이슈가 뒤엉켜 있는 상황이다. 이 때문에 연이은 혼란과 어지러운 합종연횡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중심 축은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에 대해 이어지는 반발 속 ‘장동혁 체제’ 종말 가능성 ▲장 대표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갈등 ▲한 전 대표와 개혁신당의 오랜 갈등 ▲한 전 대표와 김문수 전 고용노동부 장관의 지난해 12월 깜짝 회동 ▲국민의힘·개혁신당의 특검 합의 등이다. 중심축만 해도 이렇게 많다. 이 틈은 이 대통령이 국민의힘의 허를 찌르는 기습을 시도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배경이다. 국민의힘이 이 후보자 제명을 언급하더라도, “적진 출신을 주요 부처 수장 후보자로 임명했다”는 압도적인 흐름을 극복하긴 어렵다. 보수 야권 내부에선 지난해 12월26일부터 ‘장한석 연대’라는 표현이 나왔다. ▲장 대표 ▲한 전 대표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 등이 연대할 가능성이 거론된 것이다. 국민의힘·개혁신당이 통일교 특검법을 공동 발의하고, 한 전 대표가 장 대표의 24시간 필리버스터를 긍정적으로 언급한 것을 근거로 제시된 가능성이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2일 오전부터 다음 날 오전까지 내란 전담재판부 설치법에 반대하는 필리버스터를 24시간 동안 진행했다. 이를 두고, 한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4일 자신의 SNS에 “장 대표가 장장 24시간 동안 온 힘을 쏟아냈고, 노고가 많으셨다”며 “민주당의 폭거가 선을 넘어도 한참 넘었으니, 모두 함께 싸우고 지켜야 할 때”라면서 장 대표를 추켜세웠다. 하지만 장 대표는 같은 날 “필리버스터의 절박함·필요성에 대해선 누구도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일축했다. 극복 어려운 압도적 흐름 ‘장한석 연대’는 실제로 성사되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단 분석이 나온다. 보수 야권의 대표로 통하는 정치인 3명이 서로 물고 물리는 앙숙 관계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강경 보수를, 한 전 대표는 중·노년 여성을 축으로 한 중도 보수를, 이 대표는 젊은 남성을 축으로 한 개혁 보수를 상징한다. 이들 사이에 연대가 성사되면 사실상의 이념적 보수 대통합이다. 이 연합이 성사되면, 영남·강원 중심 토착 보수를 대표하는 국민의힘 내 언더 찐윤과 대적해볼 수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이 가능성에 대해 강하게 부인했다. 장 대표는 지난해 12월28일 국회서 진행된 기자간담회 중 “왜 ‘장한석’이란 말이 붙는지 잘 모르겠다”며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것이 정치적으로 무슨 의미를 갖는 것인지, 당내 인사와 연대한다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연대는 국민께서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을 갖고 감동을 줘야 한다”며 “지방선거를 5개월여 앞둔 상황에서 국민의힘은 변화와 쇄신을 위해 더 노력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 전 대표와 연대할 가능성을 일축하면서도 이 대표와의 연대 가능성에 대해선 “당내 쇄신 후”라는 전제만 남겨놨다. 장 대표와 이 대표는 통일교 특검 추진이란 특정 이슈를 토대로 제한적 연대를 진행하고 있다. 근본적인 연대 가능성은 장 대표와 이 대표가 바라보는 지지층이 달라서 “실제로 가능하겠느냐”는 의문을 남긴다. 장 대표는 강경보수 결집을 위해 당 차원의 장외집회를 추진·주도했다. 하지만 이 대표는 특유의 합리성을 토대로 보수 성향 청년을 결집해 개혁신당의 정치적 공간을 일궜다. 정치적 공간 자체가 다르고, 그 공간 사이에 벽도 크게 세워져 있다. 현실적으로 벽을 허물고 손을 잡을 수 있을지 근본적인 회의를 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집단 사이에 세워진 벽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다. 국민의힘이 12·3 비상계엄에 대한 당 차원 공식 사과와 윤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공식화해 추진하면, 개혁신당은 근본적인 혼란에 처할 수 있다. 국민의힘과의 연대를 통해 정치적 공간을 더 넓힐 수 있지만, 근본적인 차별화가 어려워진다. 이 경우 개혁신당은 “국민의힘과 별개로 왜 따로 존재해야 하느냐”는 의문에 그대로 노출된다. 장 대표에게도 깊은 딜레마를 안긴다. 강경 보수는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추앙하고 있다. 사과·절연은 강경 보수가 정치적 영역화를 시도하던 장 대표에게 크게 반발하면서 선을 그을 것이다. 하지만 5개월 후 예정된 지방선거는 장 대표에게 외연 확장이란 숙제를 남긴다. 선거는 손 하나라도 더 있어야 수월하다. 그래서 사과나 절연을 하지 않으면, 개혁신당과의 선거 연대는 근본적으로 불가능하다. 경우의 수 윤 딜레마 한 전 대표에 대해선 당원 게시판 의혹과 관련된 조사 절차가 진행되고 있다. 친한(친 한동훈)계로 분류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선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가 당원권 정지 2년을 권고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 조사 결과가 최종 발표되고,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 권고에 이은 국민의힘 윤리위원회의 확정까지 이어지면, 한 전 대표는 국민의힘에서 사실상 축출된다. 그렇다고 신당 창당이란 모험을 하기도 어렵다. 신당 창당이란 실험은 이 대표가 이미 치렀다. 이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국민의힘을 탈당했고, 다음 달 창당해 그로부터 석 달 후 총선을 치러 국회 의석 3석을 확보했다. 이 대표는 경기 화성을에서 사실상 개인기로 선거를 치러 창당 직후 지역구에서 당선되는 기염을 토했다. 하지만 오는 6월엔 지방선거와 몇몇 지역구에 대한 재보궐선거만 진행된다. 정치의 중심지 국회에서 세를 확보하기 위한 선거가 아니다. 게다가 이 대표는 지난 2022년 국민의힘 대표로서 대통령·지방선거 승리를 주도했다. 반면 한 전 대표가 지휘했던 전국 단위 선거는 지난 2024년 총선이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 확보하는 대형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는 곧바로 비상대책위원장직을 사퇴했다. 한 전 대표가 ‘24시간 필리버스터’를 마친 장 대표를 위로한 한 이유로는 이 같은 현실적 상황이 거론된다. 하지만 장 대표의 반응은 차가웠다. 그는 한 전 대표를 콕 집어서 “당내 인사와 연대라는 표현이 언제부터 사용됐는지 동의하거나 이해하기 어렵다”고 저격했다. 이 발언은 사실상 한 전 대표의 항복을 요구하는 메시지로 해석되고 있다. 이 대표 입장에서도 창당된 지 불과 2년이 안 되는 개혁신당만으로는 지방선거를 치르기 어렵다. 그는 지난해 8월 국회에서 연찬회를 열어 “지방선거 후보자들이 300만원대 비용만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며 “재보궐선거에서도 최소 2~3석을 확보할 수 있도록 조기 선거 구상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개혁신당은 현실적으로 국민의힘과의 연대가 필요하다. 민주당의 세가 막강하므로 최소한 제한적·전략적 빅텐트를 쳐야 제한된 여건에서 최대한 많은 당선자를 배출할 수 있는 탓이다. 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민주당이 지방선거에서 압승하면, 국민의힘이 개혁신당에도 일정 부분 책임론을 전가해 공격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한·석 연대 좌충우돌 보수 대표 3인 각양각색 그런데 개혁신당은 이 대표와 국민의힘을 주도하는 친윤(친 윤석열)계와의 갈등 끝에 창당됐다. 친한(친 한동훈)계와도 언론을 통한 상호 공방을 거치면서 “보수의 적자는 누구냐”는 갈등을 이어가고 있다. 이 정서는 규모는 적지만 당과의 밀착도가 높은 개혁신당 지지자들에게도 고스란히 전해졌다. 뚜렷한 명분을 제시하지 않고선 당원·지지자의 비난을 이겨내기는 사실상 어렵다. 소규모 정당 특성상 사비를 모아 유세차를 마련해 선거운동을 할 정도로 열성적인 당원·지지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다. 이 대표는 이미 개혁신당 창당 도중 이낙연 전 국무총리와 연대하려다가 당원·지지자의 거센 반발에 직면한 후 이를 취소하는 홍역을 치렀다. 국민의힘과 연대를 추진하려면, 당원·지지자를 설득할 수 있는 명분도 제시해야 한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나온 강수다. 이 대통령은 민주당 대표였던 지난 2월 “민주당은 진보가 아닌 중도보수”라면서 보수 공략 의지를 밝혔다. 이어 ▲권오을 국가보훈부 장관 ▲허은아 대통령비서실 국민소통비서관 ▲새누리당 김용남 전 의원 등이 이 대통령의 권한으로 임명되거나 민주당에 입당했다. 이혜훈 후보자는 이 대통령이 받아들인 보수 출신 인사 중 가장 중량급이다. 그의 임명은 이 대통령이 민주당 대표 시절 추진했던 이념적 동진 정책을 계속 이어가고 있단 상징적 정치 행위라고 할 수 있다. 최근 민주당과 관련해선 강력한 부산시장 후보자로 여겨지던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도 휩쓸려 사퇴하는 등 사건이 발생하자 “통일교 관련 의혹이 민주당에도 스며든 것 아니냐”는 의심이 강하게 제기됐다. 민주당 김병기 전 원내대표 관련 의혹도 크게 불거지고 있다. 민주당도 크게 흔들려 정치적 아노미 상태에 놓을 수도 있었다. 이 대통령의 이 후보자 임명은 이런 상황에서 발표됐다. 이 대통령의 강수는 ▲보수 포용 이미지 형성 ▲보수 분열 시도 ▲민주당에 대한 부정적 시선 분산 등 효과를 노린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상황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이 이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을지 장담하긴 어렵다. 그러던 중 국민의힘에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한국리서치가 지난해 12월22일부터 3일 동안 전국 성인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발표한 전국 지표 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율은 41%로, 국민의힘 지지율은 20%로 집계됐다. 특히 대구·경북 지역 내 국민의힘 지지율도 19%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텃밭서도 고작 19% 현재 국민의힘에 대해선 온갖 혼란·가설이 난무하는 상황에 이어 이 대통령의 강수를 접한 후 충격적인 여론조사 결과가 나온 것이다. 따라서 “지방선거 승리를 위한 중도 확정은커녕 전통적인 텃밭이나 제대로 사수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다수의 홍이포를 보유한 대군은 성을 포위하고 있다. <남한산성>을 집필한 김훈 작가는 “안에서 무너지는 것이 더 두렵다”고 강조했다. 보수는 밖에서 무너질 것인가, 안에서 무너질 것인가. 아니면 되살아날 것인가?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