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기발’ 민주당 권력 재편 막전막후

쩍쩍 갈라지는 여의도 바닥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의 원내사령탑이 무너졌다.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사퇴 후폭풍이 꼬리를 물면서 계파 갈등의 도화선이 될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촘촘하게 예정된 각종 선거를 앞두고 의원들의 셈법이 분주하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사퇴했다. 자신과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리스크가 걷잡을 수 없이 불거지자 원내대표로서 거취를 표명한 것이다. 민주당 투톱의 한 축으로서 책임과 부담을 느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못 버티고
불명예 퇴장

지난달 30일 김병기 전 원내대표는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국민의 상식과 눈높이에 한참 미치지 못한 처신이 있었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제 부족함에 있다”고 운을 띄웠다.

이어 “지난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제 자리가 중요한 게 아니라 하나의 의혹이 확대 증폭돼 사실처럼 소비되고 진실에 관한 관심보다 흥미와 공방의 소재로만 활용되는 현실을 인정하기 어려웠다”며 “시시비비를 분명히 가리고 진실을 끝까지 밝히는 길로 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은 제 거취와도 연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연일 계속되는 의혹 제기의 한복판에 있는 한 제가 걸림돌이 될 수밖에 없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총 9가지다. 구체적으로는 ▲장남 국가정보원(이하 국정원) 채용 개입 ▲장남 국정원 업무에 보좌진 동원 ▲차남 숭실대 편입 개입 ▲차남 빗썸 취업 청탁 의혹 ▲국정 감사를 앞두고 쿠팡 대표와 식사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공항 의전 요구 ▲지역구 병원 진료 특혜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의혹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해당 제보를 ‘보좌진발’이라고 의심하며 “교묘한 언술로 공익 제보자 행세를 하고 있다“고 오히려 지적했다. “직접 보고 판단해달라”며 제보자로 지목한 전직 보좌진이 포함된 단체 소통방에서 나온 적나라한 대화 내용을 자신의 SNS에 공개하면서 양측의 공방은 전면전으로 치달았다.

최근에는 민주당 강선우 의원과 김 전 원내대표 간의 공천 관련 녹취가 공개되면서 공천 개입 의혹도 제기됐다. 2022년 치러진 지방선거 당시 민주당 서울시당 공천관리위원(이하 공관위)이었던 강 의원의 보좌관이 자신의 지역구에서 출마를 준비 중이던 김경 서울시의원으로부터 1억원을 수수했고, 이를 공관위 간사였던 김 전 원내대표와 상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이다.

당시 김 전 원내대표가 “돈 얘기를 들은 이상 제가 도와드려서도 안 된다. 일이 커진다”고 하자 강 의원은 “의원님, 저 좀 살려주세요”라고 호소했고, 김 전 원내대표의 우려에도 결국 김 시의원이 단수 공천되면서 문제가 됐다. 해당 사건과 관련해 세 사람 모두 의혹을 부인한 상태다.

“내가 걸림돌” 결국 사퇴한 김
최고위·원대 ‘동시 보궐선거’

사생활 문제와 더불어 공천 개입 의혹까지 제기되자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도 김 전 원내대표의 거취를 놓고 의견이 분분했다.

지난달 26일 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저 같은 경우 당에 부담을 안 주는 방법과 방향으로 고민했을 것”이라며 사실상 사퇴를 종용했다. 박범계 의원 역시 “어떤 형식으로든 입장 발표가 있지 않겠느냐. 본인이 과연 해명할 수 있는 사안인지, 거꾸로 용단을 내려야 되는 사안인지 본인이 잘 알고 있을 것”이라며 신중한 판단을 요구했다.


범여권인 조국혁신당과 진보당도 “사안이 엄중하다”며 압박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김 전 원내대표가 의혹에 대한 결백을 입증하기 위해서라도 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오는 6월 치러질 지방선거를 앞두고 원내사령탑이 흔들릴 경우 당이 어수선해질 수 있어 선거 일정을 고려했다는 해석도 제기된다.

민주당 박수현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한 라디오를 통해 “많은 언론이 다른 해석을 하고 있지만 일단 내일(지난달 30일) 해명과 사과에 더 방점이 있지 않을까 (싶다)”면서도 “그 후에도 국민께서 납득하지 못한다면 그 이후에는 어떤 생각을 할지 모르겠다”고 언급했다.

이날(30일) 아침까지도 그가 대국민 사과와 함께 ‘버티기’에 들어설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렸지만, 배우자와 아들에게도 고발장이 날아들면서 결국 사퇴 입장을 냈다. 이 과정서 정 대표의 지지자들은 김 전 원내대표를 겨냥한 사퇴 압박 수위를 높였고, 친명(친 이재명) 및 김 전 원내대표 지지층에서는 정 대표의 ‘자기 정치’를 비판하며 또 다른 잡음을 만들어냈다.

원내대표 궐위 시 1개월 이내에 새 원내대표를 의원총회에서 재선출해야 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2026년은 선거의 연속”이라며 3명의 최고위원 보궐선거와 새 원내대표 보궐선거를 동시에 치르는 11일을 주목했다. 이 밖에도 5월에는 국회의장 선거가 예정돼있으면서 곧장 6월 치러질 지방선거 후보를 선발하기 위한 공천 전쟁이 시작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급작스럽게 치러진 선거인 데다가 (신임 원내대표의) 임기가 (김 전 원내대표의 잔여 임기인) 6개월밖에 되지 않아 후보군도 어수선한 상황”이라며 “그럼에도 지방선거라는 큰 선거가 걸려 있는 만큼 부담감은 두 배로 크다. 까딱하다가는 독박을 쓰는 상황”이라고 해석했다.

줄줄이
나비효과

당헌·당규에 따라 원내대표를 재선출할 때까지는 문진석 원내수석부대표가 직무를 대행한다. 원내대표 당원투표는 오는 9일부터 11일까지 사흘간 진행되며 국회의원 투표는 마지막 날인 11일 실시한 뒤 결과를 발표한다.

민주당 진성준 의원이 첫 출사표를 던졌다. 이 밖에도 신임 원내대표 후보군으로는 박정·백혜련·한병도 의원이 물망에 올랐다.

박 의원은 2016년 치러진 20대 총선에서 파주을에 출마해 당선된 뒤 같은 지역구에서 내리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당 원내부대표를, 맡았으며 21대 국회서는 환경노동위원장, 22대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을 지냈다. 지난해 8월 민주당 전당대회서 정 대표의 경쟁 상대였던 박찬대 의원의 선거를 도운 인물이다.

비교적 계파 색이 옅은 것으로 분류되는 백련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20대 총선에서 경기 수원을에 출마해 마찬가지로 3선을 지냈다. 초선 시절 원내부대표와 당 대변인을 역임했으며 사법개혁 특별위원회 간사와 21대 국회 후반기 정무위원장 등 이력을 갖췄다.


한 의원은 2004년 열린우리당 시절 전북 익산갑 당선을 시작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지난 2017~2019년 문재인정부에서 정무수석을 지냈으며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로 돌아왔다. 제22대 국회 전반기 예결위원장을 지내는 만큼 출사표를 던질 경우 예결위원장직을 내려놔야 한다는 고민이 있다.

이 외에도 당 수석최고위원인 이언주 의원과 조승래 사무총장도 자칭타칭 원내대표 후보군으로 거론된다.

지난해 6월 원내대표 선거서 김 전 원내대표와 2파전을 벌인 서영교 의원도 재조명됐다. 지방선거서 서울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이럴 줄 알았으면 서 의원을 뽑았을 것”이라는 당원의 여론에 힘입어 원내대표직으로 선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면서다.

서 의원은 이재명 지도부 1기에서 최고위원을 지낸 대표적인 친명계 중진으로 당내 홍보위원장, 원내수석부대표 등을 거쳤다.

아니라더니…
셀프 갈라치기

그동안 당 투톱 간의 갈등설이 몇 차례 불거졌지만, 한편으로는 김 전 원내대표가 풀 액셀을 밟는 지도부의 ‘브레이크’ 역할을 해온 만큼 기존과 비슷한 성향의 후보가 선출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만 강성 지지층들은 김 전 원내대표의 행동을 ‘조율’이 아닌 ‘뒤통수’ ‘견제’로 해석한 만큼 더 센 원내대표에게 한 표를 던져줄 것이란 관측도 제기된다.


잦은 마찰을 보인 만큼 신임 원내대표의 조건으로 정청래 지도부와의 케미가 1순위로 여겨진 셈이다. 현 지도부와 손발을 맞춰 개혁을 완수하고, 2026년 목표인 내란 청산 작업에 전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원내대표가 필요하다는 게 당원들의 설명이다.

같은 날 치러지는 최고위원 보선이 이미 ‘친명 대 친청(친 정청래)’ 구도로 자리 잡으면서 이번 원내대표 보선 출마 역시 비슷한 프레임에 갇히지 않겠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와 관련해 최고위원 후보에 도전한 한 의원실 관계자는 “김 전 원내대표의 사퇴로 당원들이 더 결집할 수는 있겠지만 계파 프레임을 덧씌우진 않을 것이다. 개인의 역량에 따라 당원의 선택을 받으면 된다”고 선을 그었다.

당 관계자들의 이 같은 해명에도 불구하고 선거를 앞둔 최고위원 후보들 간의 설전이 뜨겁다. 지난달 23일 열린 첫 합동연설서 후보들은 입 모아 ‘원팀’을 외쳤지만 서로를 향한 말속에 칼을 숨겨 당내 갈등설의 여파가 드러났다는 분석이다.

이날 이성윤 후보는 “우리의 총구는 호시탐탐 우리를 노리는 저 내란 세력, 개혁 반대 세력으로 향해야 한다”며 정청래 지도부가 추진하는 3대 개혁에 재차 힘을 실었다. 문정복 후보 역시 “굳이 친명을 말해야 한다면 맨 앞에 문정복이 있다”며 당정 간의 화합을 강조하면서도 최근 부결된 1인1표제에 관해 “당 지도부 선출 시 재추진하겠다”며 정 대표와 발을 맞췄다.

반면 정 대표와 각을 세워온 유동철 후보는 “민주당이 이재명이고 이재명이 민주당이다. 겉으로는 이재명을 말하지만 뒤에서는 자기 정치를 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꼬집었다. “친명에게 맨 앞자리는 없다”며 문 후보를 저격하는 듯한 발언도 이어갔다.

이건태 후보와 강득구 후보는 이 대통령과의 호흡을 강조하며 당정이 한 몸으로 움직이는 민주당에 방점을 찍었다.

갈수록 거칠어지는 후보들의 입
5월 의장 선거…판 달구는 명·청

지난달 30일에는 후보들 간에 직접적인 설전도 발생했다. 유동철 후보는 앞서 이성윤 후보가 “지도부를 흔드는 것은 우리 당의 분열을 바라는 내란 세력과도 같다”고 말한 것을 언급하며 “지도부를 흔들면 내란 세력이냐? 후보에서 사퇴하거나 적어도 상처받은 당원에게 사과해야 한다. 최고위원 자격이 없다”고 직격했다.

문정복 후보는 “이재명 당시 당 대표의 체포동의안 가결이라는 아주 엄혹한 시기에 저는 연판장을 돌리면서 막았다. 그 당시 강득구 후보는 함께한 기억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자 강 후보는 “당시에 저도 가장 앞장서서 싸웠다. 사실을 근거로 말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이건태 후보는 “당청 갈등은 없다”면서도 “다만 대통령이 외교 일정을 소화할 때 시차를 뒷받침하지 못하고 엇박자를 낸 것은 사실”이라며 ‘명청 갈등’을 수면으로 띄우기도 했다.

내년 5월 임기가 만료되는 국회의장 자리를 두고도 당내서 묘한 기류가 흐른다. 22대 국회 전반기 선거 당시 모두의 예상을 깨고 의심(민주당 의원의 의중)인 우원식 후보가 명심(이재명 당시 대표의 의중)인 추미애 후보를 꺾은 만큼 후반기 역시 결과 예측이 쉽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권리당원 투표 비율을 20% 반영하지만 국회의원이 중심이 되는 선거인 만큼 선거 결과에 따라 당내 권력구도가 바뀌게 된다.

지난달 ‘친명 좌장’이자 6선인 민주당 조정식 의원이 “이른 시점이지만 후반기 국회의장에 뜻을 두고 있다”며 출마를 시사했다. 조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후반기 국회가 민주주의와 헌정 질서를 제대로 지켜내고, 이정부와 함께 유능한 민생 국회를 만드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며 “그런 점에서 제가 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5선인 박지원·김태년 의원도 국회의장 후보로 이름을 올렸다. 이런 상황에서 조 의원이 대통령 정무 특별보좌관에 위촉되면서 이미 명심이 한쪽으로 쏠렸다는 관측이 나온다.

비슷한 시기에 정 대표가 박 의원을 치켜세우며 ‘명청 대리전’이라는 해석을 낳았다. 박 의원은 지난 전당대회 당시 정 대표에게 힘을 실어줬고, 1인1표제가 부결되자 설득 과정의 부재를 꼬집으면서도 “정 대표의 설득, 노력이 되면 1인1표제가 좋을 것”이라며 그를 옹호했다.

잘나가다
생긴 실금

앞으로 치러질 모든 선거가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 친청과 비청(비 정청래) 구도로 흘러가면서 민주당에서는 갈등이 심화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양새다. 그러나 “권력 있는 곳에 갈등은 당연하다”는 한 민주당 관계자의 중론인 만큼 권력 다툼은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당장 오는 11일 치러질 원내대표·최고위원 보선이 그 시작점이다. 민주당의 세력 분화가 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쏠린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잘 걸렸다” 김병기 흔드는 국힘

국민의힘이 민주당 원내대표직을 사퇴한 김병기 의원을 향해 “의원직도 사퇴하라”며 비판을 날을 거두지 않고 있다.

원내대표직 사퇴는 결단이 아니라 국민 여론에 떠밀린 뒤 내놓은 늦은 후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김 전 원내대표를 둘러싼 의혹은 이미 개인 차원의 논란을 넘어섰다”며 “의원직에서 즉각 사퇴하고 제기된 모든 의혹에 대해 성실히 수사에 임해야 한다. 더는 책임을 미루지 말고 법의 판단을 받으시라”고 촉구했다.

현재 경찰은 김 전 원내대표와 그의 가족을 둘러싼 사생활 관련 비위 의혹을 여러 방면으로 들여다보고 있다.

관련 고발장이 동작경찰서·영등포경찰서·서초경찰서 등 여러 곳으로 나뉘어 제출된 상태인 만큼 이를 한데 모아 상급청인 서울경찰청이 직접 수사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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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