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아바타: 불의 재>는 적절한 장면 구성·편집으로 전편들을 다시 기억하도록 도와준다. 지금까지 제시됐던 제임스 카메론 감독 작품 세계의 특성도 밀도 있게 반영됐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화려한 회전 연출은 여전지만, “신선하지 않다”는 일각의 평가도 나온다.
지난 17일 개봉한 <아바타: 불의 재(이하 아바타3)>는 <아바타: 물의 길<이하 아바타 2)> 개봉 이후 3년 만에 공개됐다. 제임스 카메론 감독에 따르면, <아바타 2>와 <아바타 3>은 원래 하나의 작품처럼 기획됐다. 그래서 1편 개봉 이후 13년 만에 공개됐던 <아바타 2>는 “대립 구도도 1편에 비해 약해졌고, 후반부 전투 장면도 규모가 지나치게 작아졌다”는 일각의 평가를 받았다.
3년 만에
실제로 <아바타 2>의 후반부는 카메론 감독이 구상했던 서사의 중간에 해당했던 것이다.
<아바타 3> 첫 장면은 <아바타 2> 마지막 장면과 곧바로 연결된다. 이는 제이크 설리(샘 워딩턴 분)·네이티리(조 샐다나 분) 가족이 <아바타 2>에서 겪었던 비극을 다시 기억하게 해준다. 영상미와 관객의 기억 상기를 동시에 추구한 첫 장면을 통해 <아바타 2>와 <아바타 3>은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장면 구성과 편집을 통해 <아바타 1>과 <아바타 2>를 다시 기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상황을 이해할 수 있는 단서가 서서히 흘러나온다. 그러면서도 <아바타 3>은 독자적인 영화로 느껴질 수 있게 구성돼 전작들을 감상하지 않은 관객도 큰 무리 없이 작품을 즐길 수 있다.
속편이 연이어 나오거나 시네마틱 유니버스화된 시리즈가 갖는 운명적인 단점을 감독이 강하게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그에 대해 “속편의 제왕답게 속편 감상의 피로도를 줄이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아바타 3>을 비롯해 시리즈 전반엔 카메론 감독의 성향이 진하게 묻어나온다. 카메론 감독은 영화 <타이타닉> 제작을 계기로 해양 탐험을 시작했다. 당시 카메론 감독은 1인 잠수함을 타고 세계에서 가장 해저가 깊은 마리아나 해구 밑바닥까지 탐사했다.
이후 카메론 감독은 해양환경 보호 관련 주장을 강하게 내세운다. <아바타 2>에선 일본의 포경 산업을 비판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는 장면이 나오고, <아바타 3>에서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준다.
판도라 행성을 침략한 지구인 중 군인·용병의 비중이 높아 착각할 수 있는 점이 있다. <아바타 3>에 등장하는 지구인들은 RDA란 거대 민간기업의 고용인들이다.
교묘한 서사 연결·편집 무리 없는 감상
계속 이어지는 거장 특유의 서사 구조
RDA 고용인은 판도라 행성에 대한 내적 이해 없이 중남미 아메리카를 침략한 스페인의 콩키스타도르와 아프리카를 침략·분할 통치한 유럽 제국주의를 연상시킨다. <아바타 3>에선 RDA가 판도라 행성 내부 갈등을 활용하는 양상으로 이어진다.
이는 카메론 감독의 일관적 성향이다. <에이리언 2>를 연출할 때엔 ‘웨이랜드 유타니’란 대기업을 등장시켰다. 1편을 제작한 리들리 스콧 감독도 웨이랜드 유타니를 통해 영감을 받아 <프로메테우스>와 <에이리언: 커버넌트>의 주요 설정으로 활용할 정도로 거대 기업의 개입은 중요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에선 ‘사이버다인 시스템스’가 악의 축으로 자리 잡는다.
또 카메론 감독은 이질적 존재에 대해 갖는 다양한 감정을 영화 소재로 즐겨 사용한다. <터미네이터> 1편과 2편에선 이질적 존재 간 감정 교류가 작품의 핵심이었다. <에이리언 2>에선 합성 인조인간이 인간의 우군으로 등장한다.
<아바타>에선 인간 출신 나비족 지도자인 주인공 제이크 설리에게 마치 전설이라도 되는 듯 ‘외부 구원자’ 서사를 활용해 무게감을 부여한다. 가족 구성에도 이질적 존재가 포함돼 작품 전체를 좌우한다.
<아바타> 시리즈 전반을 좌우하는 설정도 이 감정이다. 이 감정은 외부 구원자가 혼탁한 내부 질서를 수호하는 데 영향을 준다. <터미네이터 1>에선 미래에서 온 카일 리스와 사라 코너 사이에 사랑이 싹터 예수 그리스도 격인 외부 구원자 존 코너가 탄생한다.
<터미네이터 2>에선 존 코너와 T-800이 존재를 초월하는 우정을 느낀 후 T-1000의 위협을 극복한다. 제이크 설리는 <아바타 1>에서 이미 나비족 최고의 영웅 토루크 막토로 등극했다. <아바타 3>에선 이질적인 존재가 작품에 미치는 영향력이 더욱 강력해졌다. 카메론 감독의 서사 구조가 더욱 강해진 것이다.
<아바타 3>에 대해선 호불호가 갈리고 있다. 압도적인 영상미와 화려한 회전 연출은 여전하다. 하지만 <아바타 1>의 대미를 장식한 나비족과 RDA의 회전 연출과 비슷해서 “신선하지 않다”는 평가도 있다.
서사 자체도 기승전결 구도가 명확해서 평이하다. 서사가 평이한 것은 카메론 감독 작품 전반의 특징이다. 평이한 서사 속 강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게 카메론 감독의 장점이다. 그런데 <아바타 3>엔 1편과 2편의 서사가 많이 스며들어 있어 “<아바타 3>을 상영하는 영사 기사가 실수로 <아바타 2> 영상을 넣은 것으로 착각하더라도 이상할 건 없다”는 혹평도 나왔다.
압도적 영상미·영상
떨어진 신선도 아쉬워
<아바타> 시리즈는 카메론 감독과 팬에겐 애증의 존재다. 카메론 감독은 <아바타> 제작·연출을 시작한 후 다른 영화는 연출하지 않고 있다. 카메론 감독은 원래 기예르모 델 토로 감독으로부터 일본 만화 <총몽>을 소개받은 후 오랫동안 이에 대한 영화화를 추진했다.
하지만 <아바타> 시리즈 제작·연출을 시작하면서 <총몽> 영화화는 로베르토 로드리게즈 감독이 맡아 지난 2019년 <알리타: 배틀 엔젤>이 개봉됐다. 하지만 <알리타: 배틀 엔젤>의 흥행은 부진했고, 암시됐던 속편은 제작되지 않고 있다.
카메론 감독은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엔 제작자 겸 원안자로 참여했다. <터미네이터: 다크 페이트>는 영화 시작 직후 터미네이터 Rev-9이 존 코너를 살해하는 등 골수팬들에게 큰 충격을 줬다.
초반에 존 코너를 살해하는 설정은 카메론 감독이 직접 구상한 것으로 알려져 “자신이 직접 낳고 기른 시리즈를 죽였다”는 비난을 받았다. <터미네이터> 시리즈가 카메론 감독이 영화 촬영 중 꾼 꿈으로부터 발상을 얻어 기획된 시리즈였기 때문에 받았던 비난이었다. <아바타> 시리즈는 이런 희생을 치러가면서 나오고 있다.
<아바타 1>은 영상 혁명 그 자체였다. 13년 만에 베일을 벗고 개봉했던 <아바타 2>는 <아바타 3>으로 가는 중간 단계였던 만큼 규모가 소소해졌다. <아바타 3>은 1편과 2편의 조합이어서 “신선함이 떨어진다”는 체감이 확산되는 경향이 있다.
<아바타> 시리즈가 쉬고 있던 13년 동안 촬영 기술도 비약적으로 발전했기 때문에 ‘영상 혁명’이란 말은 <아바타> 시리즈의 전유물이 아니다. <아바타 1>이 2009년 몰고 온 혁명은 ▲3D 영상 기술 ▲모션캡처 ▲CG 기술 발전 등이었다.
영상 혁명
<아바타> 4편과 5편은 <아바타 3>의 흥행 실적에 따라 제작 여부가 결정될 예정이다. ‘영상 혁명’이란 상징을 유지하려면, <아바타 3>의 흥행과 새로운 혁명으로 통할 수 있는 소재 탐구가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카메론의 혁명은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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