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간다. 우리는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일들도, 가슴 아픈 일들도 겪었다. 이미 마무리된 사건도 있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도 남아 있다.
불안했던 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 해였다. 하지만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10대 뉴스를 <일요시사>에서 선정했다.
윤석열 파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을 격랑에 빠뜨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포와 구속을 거쳐 결국 파면됐다. 수사는 계엄이 해제되자마자 속도를 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3일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관저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한남동 관저에 다시 들어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검찰은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구속 결정 이후에도 후폭풍은 이어졌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법원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헌법재판소 판단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4월4일, 재판관 전원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을 중대한 위헌 행위로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아나운서 직내괴
MBC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올해 1월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공개하며 사건이 본격화됐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으며, 5월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다만 고인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유족은 가해자 A씨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열린 변론기일까지 A씨 측은 괴롭힘 혐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MBC는 유족의 28일간 이어진 단식 투쟁 끝에 지난 10월 안형준 사장이 직접 공식 사과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MBC는 재발 방지를 위해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 초등생 피살
대전의 한 초등학생 학교 내에서 피살 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숨진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으로, 사건은 대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벌어졌다. 하늘양은 방과 후 학교에서 귀가하지 않아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했고, 이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정황과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직원 명재완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명씨는 교내 시청각실 창고에서 하교하던 하늘 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명씨는 자해로 수술을 받은 뒤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1심과 2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새 정부 출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공백은 조기 대선이라는 방식으로 봉합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제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1.15%를 얻은 김 후보를 앞섰다. 이 선거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 조기 대선으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민심의 향배가 다시 한 번 정권교체로 모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곧바로 출범했다. 이재명정부는 스스로를 ‘국민 주권 정부’로 규정하며, 출범 초기부터 국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성장과 회복에 두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캄보디아 사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한 대학생의 사망 사건이었다.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고문 흔적이 발견됐고, 박씨가 현지 범죄 단지에 감금된 채 마약을 투약 당하고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관련한 실종 신고가 잇따랐다. 조사 과정에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모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다수의 청년이 이를 믿고 현지로 향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중개 경로와 배후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 대응이 뒤늦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외교부는 지난 10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다. 이후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구출됐다.
정부는 11월부터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경찰 협력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12월에는 시하누크빌 일대 범죄 단지에 대한 단속이 진행돼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51명이 검거됐고, 감금과 폭행을 당하던 20대 남성도 구조됐다.
문 닫는 검찰청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따라 범죄 수사 역할을 해온 검찰청은 78년 만에 공식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 산하에 ‘공소청’을 두고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각 분야 불거진 10가지 이슈 보니…
격변의 한 해, 정치·경제·안보까지
개정안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공소청은 사건을 직접 개시해 수사할 권한을 갖지 않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사 공백 우려에 대해 중수청이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10월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미국과 진행해 온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원자력 분야 핵심 현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은 앞서 7월에 합의한 방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려던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최대 쟁점이던 현금 투자 규모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총 2000억달러를 집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연료 조달 방식 등 세부 사안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의 원칙적 지지를 얻어냈다.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식이나 협정 개정 여부는 후속 협상을 통해 논의될 전망이다.
경주 APEC
올해 하반기 한국 외교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다자외교 행사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아시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회의는 한국이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다시 주최한 APEC 정상회의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의에선 APEC 회원국 정상들이 무역과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혁신, 포용적 성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주 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이 제안한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은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주요 현안이었던 관세 협상이 정리됐고,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제 분야에서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논의가 이어졌다.
APEC CEO 서밋에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해 투자 계획을 공유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 방침을 밝혔다.
코스피 4000
올해 한국 증시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로 한때 22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6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 속도가 붙으면서 지수는 10월 말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고, 11월 초에는 종가 기준 4200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수의 상승은 수급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이후 매수세로 돌아섰다. 약달러 흐름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 같은 흐름은 6월 이후 지수 상승을 본격화시키는 동력이 됐다.
상승 폭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2400선 부근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집계 기준으로도 올해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특히 10월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속됐다. 짧은 기간 동안 급등을 거듭한 끝에 지수는 같은 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11월 들어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조정 국면이 나타났지만, 지수는 4000선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개인정보 유출
올해는 연이은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쿠팡 등 주요 기업을 겨냥한 해킹이 계속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됐다. 지난 4월에는 SKT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수천만명 규모의 가입자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핵심 식별 정보까지 유출됐고, 이로 인해 유심 교체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몰리며 현장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KT에서 불법 기지국 장비를 활용한 범죄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일부 이용자가 실제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과 유통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달 롯데카드에서도 수백만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의 경우 결제 관련 식별 정보까지 노출됐다. 지난달 쿠팡에서는 퇴직한 직원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내부 계정 관리와 접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사고 원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의 사후 점검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상시 점검과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 이후에도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심의를 거쳐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침해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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