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선정’ 2025년 을사년 10대 뉴스

대한민국 흔든 다사다난 순간들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다사다난했던 한 해가 지나간다. 우리는 전 국민을 분노케 했던 일들도, 가슴 아픈 일들도 겪었다. 이미 마무리된 사건도 있었고, 아직 끝나지 않은 일들도 남아 있다.

불안했던 시국에 새로운 정권이 들어서면서 차차 안정을 찾아가는 한 해였다. 하지만 정치·사회·경제 전반에 걸쳐 다양한 사건들이 연이어 발생하기도 했다. 올 한 해 대한민국을 떠들썩 하게 만들었던 10대 뉴스를 <일요시사>에서 선정했다.

윤석열 파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국을 격랑에 빠뜨렸던 윤석열 전 대통령은 체포와 구속을 거쳐 결국 파면됐다. 수사는 계엄이 해제되자마자 속도를 냈다. 경찰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는 지난 1월3일 신병 확보에 나섰지만, 대통령 경호처의 저지로 관저 진입에 실패했다.

이후 같은 달 15일 한남동 관저에 다시 들어가 현직 대통령을 체포하는 초유의 사례를 남겼다. 검찰은 26일 윤 전 대통령을 내란 수괴 혐의로 구속 기소했다.

구속 결정 이후에도 후폭풍은 이어졌다. 구속영장 발부 직후에는 법원 앞에서 일부 지지자들이 난동을 부리며 경찰과 충돌하는 사태까지 발생했다. 또 헌법재판소 판단을 둘러싸고 정치적 대립이 격화되면서, 도심 곳곳에서는 대규모 집회가 잇따랐다.

그러나 지난 4월4일, 재판관 전원은 군과 경찰을 동원해 헌법기관의 기능을 훼손하고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 점을 중대한 위헌 행위로 보고 파면을 결정했다.

아나운서 직내괴

MBC 아나운서가 직장 내 괴롭힘을 호소하며 사망하는 비극적인 일이 발생했다. 지난해 9월 고 오요안나 기상캐스터의 사망 소식이 뒤늦게 알려진 뒤, 올해 1월 유족이 직장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를 공개하며 사건이 본격화됐다.

지난 2월 고용노동부는 MBC에 대한 특별근로감독에 착수했으며, 5월 조사 결과 실제 괴롭힘 행위가 있었다고 공식 인정했다. 다만 고인이 프리랜서 신분이라는 이유로 근로기준법상 처벌은 어렵다는 결론을 내렸고, 이에 MBC는 가해자로 지목된 동료 A씨와의 계약을 해지했다.

이후 유족은 가해자 A씨를 상대로 5억원대 손해배상청구소송을 제기해 현재 민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지난 7월 첫 재판을 시작으로 지난 11월 열린 변론기일까지 A씨 측은 괴롭힘 혐의와 사망 사이의 인과관계를 전면 부인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한편 MBC는 유족의 28일간 이어진 단식 투쟁 끝에 지난 10월 안형준 사장이 직접 공식 사과하고 유족과 합의했다. MBC는 재발 방지를 위해 기상캐스터 프리랜서 제도를 폐지하고 정규직 채용으로 전환하겠다고 약속했다.

대전 초등생 피살

대전의 한 초등학생 학교 내에서 피살 당해 사회에 큰 충격을 줬다. 숨진 학생은 초등학교 1학년 김하늘양으로, 사건은 대전 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내에서 벌어졌다. 하늘양은 방과 후 학교에서 귀가하지 않아 보호자가 실종 신고를 했고, 이후 교내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현장에서 확보한 정황과 CCTV 분석 등을 토대로 같은 학교에 근무하던 교직원 명재완을 유력한 용의자로 특정해 검거했다. 명씨는 교내 시청각실 창고에서 하교하던 하늘 양을 유인해 흉기로 살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하늘양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숨졌고, 명씨는 자해로 수술을 받은 뒤 경찰에 범행을 자백했다. 검찰은 1심과 2심에 이어 항소심에서도 법정 최고형인 사형을 구형했다.

새 정부 출범

비상계엄 선포와 대통령 파면으로 이어진 정치적 공백은 조기 대선이라는 방식으로 봉합됐다. 윤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치러진 6·3 조기 대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제치고 제21대 대통령으로 선출됐다.

이 후보는 49.42%의 득표율을 기록하며 41.15%를 얻은 김 후보를 앞섰다. 이 선거는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 두 번째 조기 대선으로, 혼란한 정국 속에서 민심의 향배가 다시 한 번 정권교체로 모아졌다는 점에서 의미를 남겼다.

새 정부는 인수위원회 구성 없이 곧바로 출범했다. 이재명정부는 스스로를 ‘국민 주권 정부’로 규정하며, 출범 초기부터 국정 정상화를 최우선 과제로 제시했다. 정부는 정치·사회적 혼란을 수습하는 동시에 국정 운영의 초점을 성장과 회복에 두겠다는 기조를 분명히 했다.

캄보디아 사태

캄보디아 내 한국인 대상 범죄 실태가 수면 위로 드러난 계기는 한 대학생의 사망 사건이었다. 지난 8월8일, 캄보디아 깜폿주 보코산 인근에서 한국인 대학생 박모씨가 차량 안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시신에서는 고문 흔적이 발견됐고, 박씨가 현지 범죄 단지에 감금된 채 마약을 투약 당하고 협박당한 것으로 알려져 큰 충격을 안겼다.

이 사건 이후 전국에서 캄보디아에 체류하던 한국인과 관련한 실종 신고가 잇따랐다. 조사 과정에서 ‘해외 고수익 아르바이트’를 미끼로 한 모집이 조직적으로 이뤄졌고, 다수의 청년이 이를 믿고 현지로 향한 사실이 확인됐다. 경찰은 관련 중개 경로와 배후 조직에 대한 수사에 착수했다.

정부 대응이 뒤늦었다는 비판이 커지자 외교부는 지난 10월 정부 합동 대응팀을 캄보디아에 파견했다. 이후 현지 당국과의 공조를 통해 범죄 단지에 구금돼 있던 한국인 64명이 구출됐다.

정부는 11월부터 현지에서 한국인 대상 범죄를 전담하는 태스크포스(TF)를 가동하고 경찰 협력 인력을 추가 투입했다. 12월에는 시하누크빌 일대 범죄 단지에 대한 단속이 진행돼 사기 범죄에 가담한 한국인 51명이 검거됐고, 감금과 폭행을 당하던 20대 남성도 구조됐다.

문 닫는 검찰청

검찰 조직을 해체하고 수사·기소 기능을 분리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 문턱을 넘으면서 형사사법 체계에 대대적인 변화가 예고됐다. 이에 따라 범죄 수사 역할을 해온 검찰청은 78년 만에 공식적으로 폐지 수순을 밟게 됐다.

개정안의 핵심은 검찰청을 폐지하는 대신, 법무부 장관 산하에 ‘공소청’을 두고 중대 범죄 수사를 전담하는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을 행정안전부 장관 소속으로 신설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수사와 기소를 제도적으로 분리하겠다는 취지다.

각 분야 불거진 10가지 이슈 보니…
격변의 한 해, 정치·경제·안보까지

개정안은 내년 9월부터 시행된다. 시행 이후 공소청은 사건을 직접 개시해 수사할 권한을 갖지 않으며,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한해 보완수사를 할 수 있다. 정부와 여당은 수사 공백 우려에 대해 중수청이 기존 검찰의 수사 기능을 이어받게 될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정부는 제도 개편에 따른 혼선을 줄이기 위해 국무총리 산하에 검찰개혁추진단을 구성하고, 검찰청 폐지를 포함한 형사사법 체계 개편의 보완책을 논의 중이다.

한미 관세 협상

10월 말 열린 한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정부는 미국과 진행해 온 관세 협상을 마무리하고, 원자력 분야 핵심 현안에서도 일정 수준의 합의를 도출했다.

양국은 앞서 7월에 합의한 방침에 따라 미국이 한국에 적용하려던 상호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인하하고, 한국산 자동차에 부과되던 관세 역시 같은 수준으로 낮추기로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한국은 총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약속했다.

최대 쟁점이던 현금 투자 규모는 연간 200억달러 한도 내에서 총 2000억달러를 집행하는 방향으로 정리됐다.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도입과 관련한 진전이 있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재명 대통령이 핵추진잠수함 연료 공급 문제를 언급했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건조를 승인하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핵연료 조달 방식 등 세부 사안은 추가 협의를 통해 결정될 예정이다. 이와 함께 정부는 우라늄 농축과 사용후핵연료 재처리 권한 확대에 대해서도 미국의 원칙적 지지를 얻어냈다. 구체적인 권한 확대 방식이나 협정 개정 여부는 후속 협상을 통해 논의될 전망이다.

경주 APEC

올해 하반기 한국 외교 일정 가운데 가장 큰 다자외교 행사는 경주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였다. 지난 10월31일부터 11월1일까지 이틀간 경북 경주에서 아시APEC 정상회의가 열렸다. 세계 21개국 정상들이 한자리에 모인 이번 회의는 한국이 2005년 부산 회의 이후 20년 만에 다시 주최한 APEC 정상회의였다.

이번 정상회의는 전반적으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회의에선 APEC 회원국 정상들이 무역과 투자 확대, 디지털 전환, 혁신, 포용적 성장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경주 선언’을 채택했다. 한국이 제안한 ‘AI 이니셔티브’와 ‘인구구조 변화 대응을 위한 협력 프레임워크’ 중장기 과제에 대해서도 회원국들이 함께 대응해야 한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한국은 정상회의를 계기로 외교 분야에서도 성과를 냈다.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그간 주요 현안이었던 관세 협상이 정리됐고, 안보 분야에서는 핵추진잠수함 건조 승인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냈다. 경제 분야에서도 APEC 정상회담을 계기로 글로벌 기업들의 한국 투자 논의가 이어졌다.

APEC CEO 서밋에는 대규모 글로벌 기업인들이 참석해 투자 계획을 공유했으며, 일부 기업들은 향후 한국 시장에 대한 추가 투자 방침을 밝혔다.

코스피 4000

올해 한국 증시는 상반기 부진을 딛고 하반기 들어 방향을 급격히 틀었다. 연초 이후 이어진 정치 불확실성과 대외 변수로 한때 2200선 초반까지 밀렸던 코스피는 6월을 기점으로 점차 회복 흐름을 타기 시작했다. 이후 반등 속도가 붙으면서 지수는 10월 말 처음으로 4000선을 넘어섰고, 11월 초에는 종가 기준 4200선을 웃도는 수준까지 올라 사상 최고치를 새로 썼다.

지수의 상승은 수급 변화에서 시작됐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4월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순매도를 이어가던 외국인 투자자들은 5월 이후 매수세로 돌아섰다. 약달러 흐름 속에 글로벌 유동성이 확대된 데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자본시장 선진화와 주주가치 제고 정책에 대한 기대가 맞물리며 투자 심리가 빠르게 개선됐다. 이 같은 흐름은 6월 이후 지수 상승을 본격화시키는 동력이 됐다.

상승 폭도 가팔랐다. 지난해 말 2400선 부근까지 내려갔던 코스피는 불과 1년이 채 되지 않는 기간 동안 70%를 웃도는 상승률을 기록했다. 금융정보업체 집계 기준으로도 올해 코스피는 주요 20개국(G20) 증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올리며 글로벌 시장에서도 두드러진 성과를 냈다.

특히 10월 들어 상승세는 더욱 가속됐다. 짧은 기간 동안 급등을 거듭한 끝에 지수는 같은 달 27일 사상 처음으로 4000선을 돌파했다. 이후 11월 들어 외국인 매물이 대거 출회되며 조정 국면이 나타났지만, 지수는 4000선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했다.

개인정보 유출

올해는 연이은 해킹 사고가 발생했다. SK텔레콤, KT, 롯데카드, 쿠팡 등 주요 기업을 겨냥한 해킹이 계속되면서 개인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가 확산됐다. 지난 4월에는 SKT에서 대규모 유출 사고가 발생했다.

수천만명 규모의 가입자 정보가 외부로 빠져나가면서 개인을 특정할 수 있는 핵심 식별 정보까지 유출됐고, 이로 인해 유심 교체를 요구하는 이용자가 몰리며 현장 혼란이 빚어졌다. 지난 8월에는 KT에서 불법 기지국 장비를 활용한 범죄로 가입자 정보가 유출되고, 일부 이용자가 실제 금전 피해를 입은 사실이 확인됐다.

금융과 유통 분야도 예외는 아니었다. 같은 달 롯데카드에서도 수백만명 규모의 고객 정보가 유출됐고, 일부 이용자의 경우 결제 관련 식별 정보까지 노출됐다. 지난달 쿠팡에서는 퇴직한 직원을 통해 개인정보가 유출됐다. 내부 계정 관리와 접근 통제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점이 사고 원인으로 도마에 올랐다.

이 같은 상황을 계기로 정부는 개인정보 보호 정책의 방향 전환을 예고했다. 기존의 사후 점검 중심 체계에서 벗어나 상시 점검과 사전 예방을 강화하겠다는 방침이다.

인증 이후에도 중대한 결함이 발견될 경우, 심의를 거쳐 인증을 취소하는 방안도 추진된다. 반복적이거나 중대한 침해 사고를 낸 기업에 대해 전체 매출액의 일정 비율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인정보보호법 개정 논의도 함께 진행 중이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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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