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12·29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관련 항공철도사고조사위원회(항철위)의 공청회를 앞둔 1일, 유가족들이 대통령실 앞에서 삭발과 밤샘 농성에 돌입했다.
‘12·29 무안공항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단체 등은 이날 오후 12시29분께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불투명하고 독단적인 항철위의 중간 보고와 졸속 공청회 강행 시도를 중단하고, 참사 진상규명과 피해자 참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 현장엔 유가족을 비롯해 이종욱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광주본부장, 권영국 정의당 대표 등이 참석했다.
유가족협의회는 “제주항공 참사 특별법 시행 직후 항철위는 엔진 정밀조사 결과를 일방적으로 발표하려 했지만, 세부 데이터와 분석 근거자료는 일절 공개하지 않은 채 결론만 내놓으려다 유가족들의 반발로 무산됐다”며 “그럼에도 또다시 유가족이 반대하는 사고조사 중간보고를 위한 공청회를 강행하려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해 당사자인 유가족이 참사의 책임이 있는 국토교통부 소속 항철위의 조사를 불신하는 것은 매우 당연하다”며 “사고 원인이자 정부 책임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콘크리트 둔덕 설치라는 명백한 규정 위반을 부정하고, 허위 사실을 발표한 국토부와 항철위에 대한 유가족들의 불신은 매우 깊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항철위가 조사해 ‘국토부 잘못은 없다’는 결론을 내린다면 그 결과를 누가 신뢰하겠느냐”며 “항철위가 국토부에서 완전히 독립한 뒤 공청회와 중간보고를 실시해야 한다는 유가족들의 요구는 정당하다”고 강조했다.
유가족과 시민단체는 조사의 신뢰성을 담보하기 위해 항철위를 국무총리 산하 독립 조사기구로 이관하고, 오는 4~5일로 예정된 공청회를 3개월가량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김유진 유가족협의회 대표는 “국토부는 국민에겐 ‘잘 수습된 참사’로 포장하고, 유가족에겐 ‘셀프조사’ ‘깜깜이 조사’로 모든 정보를 차단해 기만하고 있다”며 “유가족이 당면한 삶은 가족을 잃은 처절함 속에서 2차 가해의 메아리에 방치돼있다”며 목소리 높였다.
현직 대한항공 기장인 박상모 대한민국조종사노동조합연맹 사무처장도 이날 “항철위는 국토부 고위 관계자의 호위무사처럼 움직이고 있다”며 “공청회 전에 이해관계 당사자에게 사실 조사 보고서를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 직후 유가족 5명의 삭발식을 진행했다. 참여자들은 삭발식이 끝난 뒤 대통령 면담을 요청하며 대통령실로 향했으나, 경찰이 이를 막아서면서 한때 물리적 충돌이 빚어지기도 했다.
유가족들은 공청회가 연기될 때까지 대통령실 앞에서 촛불문화제와 노숙 농성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오는 4일엔 공청회 장소인 종로구 서울글로벌센터 앞에서 집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국토부는 이날 보도 설명자료를 내고 “이번 공청회는 사고의 최종 결론을 발표하는 자리가 아니라, 중간보고 단계에서 조사 진행 상황을 투명하게 공유하고 기술적 분석 결과를 검증받기 위한 과정”이라며 “사고 원인을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모든 가능성을 열어둔 채 조사 근거를 점검하는 절차”라고 설명했다.
국토부에 따르면 이번 공청회는 ▲조류 충돌 ▲방위각 시설 및 둔덕 ▲기체·엔진 ▲운항 정보와 인적 요인 분석 등 네 개 세션으로 나눠 설명과 논의를 진행할 예정이다.
항철위는 “공청회에서 제기된 의견과 기술 검증 내용을 반영해 추가 조사와 보완 분석을 이어가겠다”며 “조사 과정의 독립성과 객관성을 유지하면서 사실과 근거에 기반한 조사를 지속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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