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답 없는’ 종묘 개발 어디로?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25 13:23:56
  • 호수 1559호
  • 댓글 0개

미궁에 빠진 수습 불가 난장판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종묘를 둘러싼 서울특별시와 문화체육관광부 간 갈등은 세운 4구역 재개발을 풍경 좋은 미로로 바꿔놨다. 1995년 세계유산에 등재된 종묘를 두고 초고층 도심 개발을 기대하는 서울시와 숭고한 문화유산 보호를 요구하는 이들 사이에서 분초를 다투는 대립이 벌어지고 있다.

“언제부터인지 기억도 안 나.” 높이 가로막혀 내부가 보이지도 않았다. 유네스코 세계유산인 종묘의 건너편 고층 빌딩 부지 ‘세운재정비촉진지구 4구역(이하 세운 4구역)’은 2023년 초 철거를 완료한 후 2년 넘게 굵은 펜스로 둘러싸인 채 방치돼있다.

긴 다툼

재개발 부지 근처에서 작은 상점을 운영하는 A씨는 세운 4구역을 둘러싼 소문에 이젠 지친다고 호소했다. “연초에 (건물을) 더 높인다고 승인이 떨어졌대. 타산이 안 맞으니까 올린다는 거지”라며 지난 수년간 있었던 부지의 변천사를 읊었다.

서울시 세운 4구역은 2004년 당시 도시환경정비구역으로 지정됐으나, 9년간 총 10차례 넘게 문화유산 심의를 받으며 높이가 50m 축소되면서 사업 동력을 잃고 장기 지연됐다.

앞서 서울주택도시공사(SH)는 지난 2007년, 세운 4구역 사업시행자로 지정됐다. 그러나 2009년 사업시행인가를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국가유산청(구 문화재청)의 문화재위원회(이하 문화재위) 심의에서 제동이 걸렸다. “종묘 맞은편에 고층 건물을 지으면 종묘에서 바라보는 경관을 해치니 건물 높이를 낮추라”고 권고한 것이다.


현재 논란인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에 대해서도, 세운 4구역이 종묘로부터 100m 이상 떨어져 있어 보존 지역에서 벗어나지만, 경관 훼손을 우려해 당시 문화재위 심의에 포함됐다.

세운 4구역은 세운지구 일대 중 종묘와 가장 가깝다. 이에 세계유산을 관리하는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이하 이코모스(ICOMOS))가 우려를 표명하자, 세운 4구역의 인허가권자인 종로구가 2009년 문화재청에 사업시행인가를 위한 현상 변경 허가를 신청했다.

문화재위는 2010년 “종묘에서 건물이 보이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 스카이라인을 고려해 종묘 정전에서 상월대를 바라볼 때 건축물 최상부 3개 층 이하로 보이도록 하라”는 기준을 제시했다.

2014년 문화재위 6차 심의에서 옥탑을 포함해 55~71.9m로 높이 기준이 조건부 가결되면서 SH공사는 2018년에야 사업시행인가를 받을 수 있었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2020년 세상을 떠나면서 재개발은 다시 불확실해졌다. 서울시의 수장이 바뀌는 동안 재개발 계획은 뒷전으로 밀리기를 반복했다.

그러다가 2021년 재보궐선거를 통해 복귀한 오세훈 서울시장은 이듬해 4월 복합적인 민간 재개발과 녹지 확대를 동시에 추진하는 ‘녹지생태도심 재창조 전략’을 내놨다. 세운상가를 비롯해 노후 상가 7곳을 단계적으로 철거해 공원으로 조성하고, 서울 종묘 앞부터 퇴계로까지 이어지는 ‘세운 재정비 촉진 지구’의 양옆으로 빌딩 숲을 건설하겠다는 계획이 골자였다.

마천루 건설 왜 고집?
세계유산 해제 기우?


이후 2023년 9월, 고층 건물 건축을 허용하는 ‘서울특별시 문화재 보호 조례 개정안’이 서울시의회를 통과했다. 서울시는 문화재 반경 100m 이내의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밖이라도 문화재에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고 인정되면 인허가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문화재 보호 조례 등을 “과도한 규제”라는 이유로 삭제했다.

같은 해 10월 문체부와 국가유산청은 협의 없이 조례를 개정했다며 대법원에 무효 소송을 냈으나, 지난 6일 대법은 서울시 조례 개정이 적법하다며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 서울시의회가 세계유산평가에 관한 조례를 삭제한 게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대법원 판결 전인 지난달 30일 서울시는 세운 4구역 건축물 높이 기준을 종로변 55m에서 101m, 청계천변 71.9m에서 145m로 변경하는 재정비계획을 고시했다. 인근 주민들과 투자자들은 20년 넘게 지지부진하던 재개발사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했다.

반대로 문화체육관광부와 국가유산청은 종묘가 유네스코 세계유산 지위를 잃을 수 있다며 경고에 나섰다.

하지만 서울시는 현재까지 세운 4구역이 종묘에서 180m 떨어져 보존 지역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높이 규제를 적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 18일 오 시장은 서울시 정례회에서 재개발 시뮬레이션을 보여주며 “이래도 숨이 막힙니까? 기를 누를 정도입니까? 전혀 아닙니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 재정비촉진위원회 심의 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계획대로 세운 4구역을 개발할 경우 종묘 정전에서 바라보면 종묘와 가까운 종로변 오피스 2개동(20층·98.7m)은 상부 절반가량이, 청계천변 오피스·오피스텔 3개 동(최고 38층·141.9m)은 절반 이상이 모두 보인다.

세운 4구역 방면 을지트윈타워(20층)나 힐스테이트세운센트럴(27층)이 수목선(나무 높이)과 거의 비슷해 잘 보이지 않는 것과는 차이가 있다. 종묘 정전을 등지고 정면을 바라볼 때 세운 4구역이 왼쪽에 치우쳐 있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는 것이다.

20년 기다렸지만 착공 제자리
‘도돌이표’ 누가 발목 잡았나

이번 개발안은 2014년 문화재청(현 국가유산청) 권고 기준안보다 최고 높이가 2배로 높아졌다. 서울 세운 4구역 재개발 계획의 최고 높이가 기존 권고안의 2배 수준까지 상향된 것으로 파악됐다.

서울시는 종묘 경계에서 100m 이내 건물에 대해 ‘앙각’(올려다보는 각도) 27도를 준수하도록 하는 규정을 확대 적용했으며, 세운 4구역은 경계로부터 최소 173m 떨어진 만큼 최고 높이 역시 이에 맞춰 상향됐다.​

또 역사문화환경 보존 지역 내 인허가 전 높이 기준 적합 여부를 반드시 검토하도록 했던 조항이 삭제됐다. 더불어 건물 높이 기준을 초과할 경우 기존에는 국가유산청장이나 시장과 사전협의가 필요했으나, 이 규정도 사라질 예정이다.


국가유산청은 세계문화유산 등재 당시 명시된 ‘경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인근 지역에서의 고층 건물 인허가는 없음을 보장할 것’이란 규정을 지켜야 한다는 입장이다. 2006년 세운 4구역에서 36층(최고 높이 122m) 개발을 추진하다가 이코모스 한국위원회로부터 경고를 받은 점 등을 근거로 세계유산 등재 취소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반면 서울시는 원형 그대로 보존된 정전 등 건축물과 제례악이 유산 지정의 주요 근거고, 현재도 수목선 위로 노출된 건물이 12개에 이르는 만큼 현 계획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서울시 계획이 그대로 이행될지도 의문이다. 세운 4구역 재개발은 SH공사가 시행을 맡고 2019년 1월 코오롱글로벌이 시공사로 선정됐다. 그 과정 곳곳에는 난관이 도사리고 있다.

코오롱글로벌은 계약을 체결한 지 5년이 지났지만, 터를 잡는 것조차 어려웠다. 기존 계획과 달리 2021년 호텔 2개동을 제외하거나, 2023년 문화재 조사 중 부지에 매장된 배수로와 도로(이문) 등이 발견됐기 때문이다. 결국 서울시의 고도 제한 상향은 재개발사업을 초기 단계에 머물게 하는 결과를 낳았다.

<일요시사> 취재를 종합하면 코오롱글로벌과 SH공사가 체결한 세운 4구역 도시환경정비사업 공사 계약은 이달 말 만료된다. 첫삽을 뜨기도 전에 현장을 떠나야 하는 것이다. 코오롱글로벌 관계자는 “추후 계약 기간을 연장하는 데 있어서는 논의된 사안이 아직 없다”고 말했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세운 4구역의 시공사 입찰이 거론되고 있으며 현재 여러 건설사가 경쟁을 준비 중이다. 코오롱글로벌은 2019년 당시 SH공사와 4811억원 규모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처럼 여러 세운 4구역을 두고 이해관계가 얽혀있으나, 부지 특성이 국유지와 사유지의 경계에 놓여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가능한가

세운 4구역 주민대표회의 관계자는 지난 14일 <일요시사>와의 인터뷰에서 “20년 동안 (투자자 중) 3분의 2가 부동산을 팔고 나가서 140명 정도밖에 안 된다”면서 “지금 계획만을 가지고는 그동안의 피눈물을 닦기 어렵다. 고층 개발을 무조건 소망한다”고 토로했다.

이 관계자는 “그들이(정부) 먼저 우리를 찾아와서 상생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생각하고, 문화재 보호구역이 벗어난 곳으로 역사·문화를 보존하자는 입장은 공권력의 횡포라고 생각한다”고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한동훈 축출’ 장동혁 용꿈의 비밀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와 한동훈 전 대표는 한때 ‘짝패’였다. 장 대표는 용꿈을 꾸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에 몰두한 이유를 이해하려면, 그의 욕망 ‘용꿈’을 이해해야 한다.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지난 5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자신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했다. 조건은 “다음날까지 정치 생명을 걸고 재신임·사퇴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누군가의 ‘정치 생명을 건 재신임·사퇴 요구’가 있으면, 곧바로 전 당원투표를 시행하겠다”는 제안이었다. 요구 기간 불과 이틀 지난 6일까지 장 대표에 대한 재신임 투표를 제안한 국민의힘 구성원은 아무도 없었다. 국민의힘 최수진 원내 수석대변인은 지난 7일 “반응이 없었으니 종결된 것”이라고 말했다. 장 대표에 대한 당내 친한(친 한동훈)계·소장파의 비판이 시작된 시점은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제명한 지난달 29일이었다. 친한계 일원인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 제명 조치도 지난 9일 확정됐다. 국민의힘 중앙윤리위원회는 지난달 26일 “현직 당협위원장 신분으로 장 대표 등을 공개 비판해 왔다”는 이유로 지난달 26일 김 전 최고위원에게 ‘탈당 권유’ 징계를 결정했다. 김 전 최고위원이 탈당하지 않았기 때문에 자동 제명 처리됐다. 오 시장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기어이 당을 자멸의 길로 몰아넣었다”면 장 대표를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는 국민의힘을 이끌 자격이 없으니, 물러나서 책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기관 조원씨앤아이가 <스트레이트뉴스>의 의뢰를 받아 지난 7일부터 이틀 동안 서울 거주 18세 이상 남녀 806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ARS 여론조사(휴대전화 가상번호 100%)에 따르면, 오 시장은 33.3%의 지지를 얻어 47.5%의 지지를 얻은 정원오 서울 성동구청장보다 14.2% 뒤처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에서 참조할 수 있다. 친한계는 한 전 대표를 중심으로 뭉친 수도권·부산 내 보수 성향 엘리트 집단이다. 국민의힘이 지난 2016년부터 총선에서 연패한 탓에 당내 수도권 엘리트들의 영향력이 줄었다. 양당 체제를 선호하는 한국인의 특성상 ‘집단 탈당 후 창당’을 선택하기도 어렵다. 바른정당·국민의당·바른미래당 등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 실험은 모두 실패했다. 현 시점에선 국회 의석 3석을 보유한 개혁신당만이 유일한 원내 보수 성향 제3지대 정당으로 존재한다. 4개월여 앞둔 선거가 총선이 아닌 지방선거·재보궐선거란 사실도 이들이 쉽게 움직일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지난 2022년 대선·지방선거를 지휘해 연이어 이긴 경험이 있다. 반면 한 전 대표는 선거를 지휘해 이긴 경험이 없다. 한 전 대표는 지난 2024년 비상대책위원장 자격으로 총선을 지휘했다. 당시 국민의힘은 108석만을 확보하는 참패를 당했다. 한 전 대표 제명을 사실상 주도한 장 대표에 대해선 “집단 탈당 후 신당 창당’이란 정치 실험이 성공한 사례가 드물고, 한 전 대표의 선거 지휘 능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것을 토대로 강행한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지방선거는 대선·총선에 비해 투표율이 낮고 중앙 정치에 미치는 영향력도 적지만, 그래도 선거는 선거다. 지역 기반을 확보하는 선거가 중요하지 않을 리는 없다. 통상 선거를 앞둔 시점에선 빅텐트 설치 등 이합집산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선거를 4개월여 앞둔 시점에서 당내 계파 중 하나를 와해시켜 ‘다이어트’를 시도하는 사례는 드물다. 이 대표가 개혁신당을 창당한 시점은 총선을 약 3개월 앞둔 지난 2024년 1월이었다. 당시 국민의힘 탈당 후 개혁신당으로 옮긴 현역 의원은 허은아 대통령실 국민통합비서관 1명이었다. 그리고 개혁신당이 거둔 의석은 지역구 1석·비례대표 2석 등 총 3석이라서 정치 구도를 바꿀 만큼의 영향력을 얻은 것은 아니었다. 한 제명 후 오 반발 “장 물러나 책임져야” 하나뿐인 꿈…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 장 대표의 한 전 대표 등 제명 및 오 시장과의 갈등은 “국민의힘이 수도권 내 지방선거를 포기한 것 아니냐”는 의문으로 이어질 만큼 집요하다. 선거에선 어제 없던 조직이라도 오늘 만들어서 돌려야 하고, 어제의 원수와도 악수해서 표로 바꿔야 한다. 일정한 영향력을 당내 구성원을 내쫓아 선거에 악영향을 주는 것을 감수하는 선택은 “의아하다”는 의심으로 연결될 가능성이 큰 지점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2016년 이후 수도권 패배·중도층 표심 공략 실패 여파로 총선에서 연패했다. “중도층 표심을 공략하면서 수도권에서 이겨야 한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이다. 국민의힘 지도부 구성원 중 가장 강경한 보수 성향을 드러내는 김민수 최고위원조차 지난 9일 보수 유튜버들이 공동 주최한 ‘대한민국 자유 유튜브 총연합회 토론회’에 출연해 “윤 어게인을 외쳐선 지방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며 “중도층을 설득해야 하는데, 부정선거론을 10년 동안 외쳐도 영역은 좁아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최고위원의 발언은 누구나 아는 선거 승리 공식을 그가 현실적으로 외면할 순 없으리라는 근거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한나라당 정옥임 전 의원은 지난 11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김 최고위원이 우파의 짠물 지지자들을 우습게 보는 것”이라며 “윤 어게인·탄핵 반대 구호로 그들의 성원을 받았으니, 노선을 바꾸더라도 그들이 따라올 것이란 기대감을 깔고 있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장 대표는 지난 2022년 6월 지방선거와 동시에 치러진 충남 보령·서천 재보궐선거에서 당선돼 금배지를 달았다. 지난 2024년 총선에서 승리하면서 형식적으로는 재선 의원이지만, 실질적으로는 아직 초선 의원 임기 4년도 마치지 않았다.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한 전 대표는 지난 2023년 12월 장 대표를 파격적으로 사무총장에 임명했다. 지난 2024년 전당대회에선 한 전 대표와 장 대표가 나란히 당 대표와 수석 최고위원으로 당선됐다. 지난 2024년 12월 윤석열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한 국민의힘 의원 18명 중엔 장 대표도 있었다. 한 전 대표와 장 대표는 이때까진 누가 보더라도 ‘짝패’였다. 그로부터 1주가 지난 12월11일에 이르러, 이들은 명백한 결별 신호를 언론·대중에게 드러냈다. 윤 전 대통령 탄핵에 찬성한 한 전 대표와 달리 장 대표는 반대했고, 굳게 입술을 다문 채 당 대표실을 나서는 모습이 포착됐다. 3일 후 장 대표는 가장 먼저 사퇴해 ‘한동훈 체제’ 붕괴에 결정적으로 일조했다. 누구나 아는 승리 공식 장 대표는 지난해 2월엔 윤 전 대통령 파면에 반대하는 세이브코리아 국가비상기도회에 참석해 “비상계엄에도 하나님의 계획이 있고, 하나님이 승리로 이끌 것”이라고 말하는 등 강경 보수 전향을 선언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와 차별화하면서 강경 보수의 지지를 선점하는 계기가 됐다. 지난해 8월 전당대회에선 강경 보수의 압도적 지지를 업고 당 대표에 당선됐다. 당 사무총장엔 통상 3선 의원이 발탁된다. 그래서 국회의원이 된 후 약 1년6개월이 지난 장 대표가 사무총장으로 발탁된 것은 한 전 대표의 파격 인선으로 해석됐다. 이후 장 대표는 원내 수석대변인·수석 최고위원을 지내는 등 승승장구했다. 하지만 지난 2024년 12월 이후엔 정치적 원수가 돼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했다. 장 대표의 변화에 대해선 “정치적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같은 분석이 나오는 배경은 “장 대표가 용꿈을 꾸고 있다”는 평가로부터 비롯된다. 이 대표는 지난해 9월 채널A 유튜브 채널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장 대표는 국회의원이 되기 전부터 ‘충청에서 몇 안 되는 용꿈 꾸는 분’이란 평가를 받았다”며 “용꿈을 꾸는 사람답게 유연한 정치 행보를 이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당 대표 당선 이후엔 굉장히 유연하게 노선을 바꿔 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장 대표는 ‘한동훈’이란 이름 석 자 앞에선 유연하지 못하단 사실을 몸소 보여줬다. 정신분석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에 따르면, 남성은 3~5세에 이르러 처음 만나는 이성인 어머니로부터 사랑받으려고 한다. 이 때문에 아버지는 어머니의 사랑을 두고 싸워야 하는 경쟁자로 인식된다. 그런데 모든 조건에서 아버지가 우월하다. 그래서 “아버지가 나를 거세할 것”이란 무의식적인 공포를 느낀다. 아버지의 거세 시도를 막기 위해 어머니에 대한 사랑을 포기하면서 아버지에 대한 증오·공포는 선망으로 바뀐다. 이를 일컬어, 프로이트는 ‘초자아 형성 과정’이라고 주장했다. 그리스 신화 속 오이디푸스는 “아버지를 살해하고, 어머니와 결혼한다”는 불행한 신탁을 받는다. 오이디푸스 신화는 “이미 정해진 운명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했지만, 그 노력 때문에 정해진 운명을 맞는다”는 전형적 구조로 유명하다. 프로이트는 신화의 구조를 토대로 “아들은 어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하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아버지와 경쟁한다”는 무의식 구조를 규정한 것이다. 한 전 대표는 윤 전 대통령이 선포한 비상계엄에 반대했고, 체포 대상 중 1명으로 지정됐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지면서 정치적 절정을 누렸다. 한 전 대표의 정치적 절정은 장 대표의 ‘용꿈’과 결정적으로 충돌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한 전 대표가 날아오를수록 장 대표의 용꿈은 거세 공포를 느낄 수도 있다. 용꿈도 날아오르려는 욕망이다. 두 사람 모두 날아오를 순 없다. 한 전 대표의 최측근으로서 비상계엄 해제에 참여했던 장 대표는 하루아침에 한 전 대표와 결별했다. 절정·비상 거세 공포 장 대표의 용꿈이 현실이 되기 위해선 ‘한동훈’이란 압도적인 권위를 극복해야 한다. 당내 가장 막강한 그룹으로 거론되는 언더 찐윤엔 자체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대권주자가 없다.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국민의힘이란 어머니를 차지해야 한다. 장 대표의 용꿈은 한 전 대표라는 ‘이미 결별한 정치적 아버지’를 제거해야 이룰 수 있다. 한 전 대표 제명은 “한동훈의 측근이란 옛 흔적을 완전히 부순 후 독립적인 용꿈을 추구하려는 것”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또 용꿈을 실현하기 위해선 언더 찐윤이란 막강한 집단도 굴복시켜야 한다.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은 지난해 12월 장 대표 앞에서 “국민의힘은 여전히 어이없는 비상계엄은 잘못됐단 인식을 갖지 못한다는 평가를 받는다”며 “아무리 정부를 비판해도 국민 마음에 다가가지 못하니 백약이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어 “더불어민주당의 국정 마비가 비상계엄의 원인이란 얘기를 더는 하면 안 된다”며 “몇 달 동안은 강성 지지층으로부터 배신자 소리를 들어도 되니, 지방선거에서 이겨 대한민국을 살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경 보수를 자신의 정치적 배경으로 삼으려고 한다”고 평가받는 장 대표를 정면 비판한 것이다. 이후 장 대표는 한동안 “언더 찐윤이 장 대표를 2월에 실각시킨 후, 국민의힘 신동욱 수석 최고위원에게 비상대책위원장직을 맡길 것”이란 소문에 시달렸다. 언더 찐윤은 “국민의힘의 텃밭 대구·경북·강원에서 토호들과 밀착하면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런데 장 대표는 윤 의원의 비판을 받는 등 구 친윤계로부터도 압박당하는 상황에서 당내 소수 계파 친한계 수장인 한 전 대표 제명에 더욱 집중했다. 이는 하향 전치란 심리학적 개념이 성립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 전치는 자신의 감정·욕구를 그대로 표현하기 어려울 때, 그 감정을 덜 위협적인 대상에게 표출하는 방어기제를 말한다. 특히 자신보다 만만한 대상에게 표출하는 것을 일컬어 하향 전치라고 한다. 일상 언어로는 ‘화풀이’라고 한다. 장 대표의 정치적 상황은 프랑스 철학자 르네 지라르의 모방 이론에 비유할 수도 있다. 지라르에 따르면, 사람의 욕망은 다른 사람을 모방하는 삼각형 구도로 발생한다. 유명 연예인이 광고·사용하는 제품을 구입하는 것처럼, 욕망의 주체·대상·체계는 상호 의존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지라르가 규정한 욕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 인정받거나 확고한 정체성을 가지는 것도 포함한다. 이를 욕망의 삼각형이라고 한다. 언더 찐윤 압박에 제명 더 집착…화풀이? 한은 장의 희생양…전한길도 장 노리나 이 대표 주장대로, 장 대표가 처음부터 용꿈을 염두에 두고 정계에 진출해 국회의원으로 당선된 것이라면, 장 대표는 한 전 대표와 함께 ‘짝패’를 구성하면서 자신의 용꿈도 아울러 키운 것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하지만 비상계엄 반대 및 해제 참여로 정치적 절정에 오른 한 전 대표가 먼저 대권이나 보수 진영 주도권을 차지한다면, 장 대표로서는 “한 전 대표가 있는 한, 내 욕망 실현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장 대표가 갑자기 한 전 대표와 결별한 후 강경하게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을 외친 이유는 여전히 명확하게 알려지지 않았다. 또 한 전 대표가 ▲언더 찐윤 ▲강경 보수 ▲장 대표 등과 두루 갈등한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라르는 “한 집단의 갈등은 내부에서 가장 만만하고 약한 대상을 희생시켜 해소한 후 단결한다”고 주장했다. 지라르는 이 과정을 ‘희생양 메커니즘’이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는 이후 전한길씨·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성향 유튜버를 당에 유입시켜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공백을 채우고 언더 찐윤과 맞설 세력으로 양성할 뜻을 내비치고 있다. 하지만 두 유튜버를 통해 한 전 대표 고유의 영향력을 재현하기는 어렵다. 특히 전씨는 지난 8일 자신의 팬카페 ‘자유한길단’에 “장 대표의 해명을 요구한다”는 제목의 글을 작성했다. 전씨는 이 글을 통해 “국민의힘 지도부는 ‘내란 세력·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세력·윤 어게인을 주장하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는 박성훈 수석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인지 3일 안에 답변하라”고 요구했다. 이어 “장 대표가 답변 요구에 침묵한다면, 박 대변인의 논평이 장 대표의 공식 입장이라고 받아들일 것”이라며 “그렇다면 장 대표는 당원·윤 전 대통령을 함께 배신한 것이므로 이후 일어날 일에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장 대표가 한 전 대표 제명을 주도한 것처럼, 전씨가 장 대표를 강하게 압박할 수 있단 가능성을 암시한 것이다. 한 전 대표가 장 대표 주도로 ‘희생양’이 된 것처럼, 장 대표가 전씨 주도로 ‘희생양’이 될 수도 있단 압박으로 해석될 소지가 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전씨의 요구에 대해 “답변드릴 내용이 없다”면서 침묵했다. 직설적인 욕망의 덫 장 대표의 정치 행위는 직설적이어서 ‘용꿈’이란 욕망이 쉽게 드러난다. 하지만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국민의힘의 바닥 지지 기반이 무너진다. 이 때문에 구 친윤계 핵심이었던 윤 의원도 장 대표를 비판했다. 지방선거에서 패배하면 ‘용꿈’은 한여름 밤의 꿈이 될 가능성이 크다. 장 대표는 ‘욕망의 덫’에서 어떻게 벗어날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