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어터지는’ 지역축제 비결

‘물 들어왔다’ 노 젓는 K-분식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지역 먹거리 축제가 성황이다. 매년 지역마다 의례적으로 열리던 행사였지만, 올해만큼은 분위기가 확실히 다르다. 이전 축제들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방문객이 몰리며 “뭔가 달라졌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몇몇 지역에서 시작된 변화가 전국으로 번지면서, 축제의 흐름 자체가 바뀌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로 2회째를 맞은 경북 김천의 김밥축제가 15만명 넘는 인원 방문을 달성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지난해 축제에 다녀온 이들이 긍정적인 평가를 하면서 올해 축제에 대한 기대치가 올라갔기 때문이다.

달라진
분위기

2025년 김천시가 개최한 김밥축제는 운영 방식이 기존 지역축제와 확연히 달랐다. 축제에 불필요한 구성은 제외하는 식으로 ‘선택과 집중’을 했다. 김천시는 축제 시작 전 진행하던 내빈 소개, 축사, 환영사 등을 공연으로 대체했다.

행사장을 방문한 관광객을 위한 조치였다. 개막식이 사라지면서 지역축제에서 흔히 볼 수 있던 지역 정치인의 의전도 함께 없앴다. 이번 에는 ‘김밥’ 노래를 부른 자두 등이 공연을 진행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전 김천지역의 가을 축제는 주로 시청이 주도하는 문화예술제 형태였다. 당시 행사는 시청과 중심으로 운영됐고, 행사 참여 인원이 대부분이 지역 주민이었다. 김천시는 축제 운영 구조를 과감히 바꿨다. 기존에는 외주 기획사와 행정 부서가 기획을 맡았으나, 이번에는 지역 상인회와 청년 창업인 모임, 자원봉사자들이 참여해 청소, 교통, 안내를 분담했다.

제품 가격 면에서는 칼을 뽑아 들었다. 매년 축제 때마다 나오는 바가지 요금 문제를 바로 잡기로 한 것이다. 바가지 요금 방지를 위해 비교적 저렴하게 가격을 책정했다. 이런 방식은 판매 신뢰도를 높이고 상인 간 가격 경쟁을 완화하는 효과로 이어졌다.

환경 관리체계도 만들었다. 김밥축제에서는 일회용기 사용을 줄이고, 다회용기를 사용했다. 이에 더해 다회용기를 사용하면 할인을 해주거나 일회용기 접시 대신 뻥튀기를 접시로 활용하는 등 친환경적으로 운영했다.

김밥 축제에 이어 지난 7일 구미시에서 진행한 라면축제도 대박을 터뜨렸다. 지난해 17만명으로 곱절 가까이 늘어, 올해에는 30만명대에까지 도달했다. 이는 지역 대형 축제 가운데 역대 상위권에 해당한다. 구미시가 라면을 축제 소재로 선택한 배경에는 농심이 있다.

김밥축제부터 라면축제까지
줄줄이 터지는 먹거리 축제

1990년 준공된 농심 구미공장은 국내 라면 생산의 주요 거점으로 자리 잡아 왔다. 시는 이를 축제 콘텐츠로 연결할 수 있을지 고민했고, 그 결과 등장한 것이 ‘갓 튀긴 라면’ 콘셉트였다. ‘갓 튀긴 라면’이 축제의 핵심 콘텐츠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뜨거웠다. 공장에서 방금 튀긴 라면을 현장에서 구매하고 맛보는 체험은 다른 지역 행사에서는 경험할 수 없기 때문이다.

판매량도 크게 늘었다. 축제가 진행된 3일간 ‘갓 튀긴 라면’이 약 48만개가 판매됐다. 셰프들이 직접 선보인 25가지의 창의적인 라면 메뉴는 5만4000여그릇이 팔리며 두 매출의 합계액은 10억원을 웃돌았다. 축제 전용 메뉴로 구성된 라면 요리 부스에서는 국물 라면뿐 아니라 볶음류, 튀김류, 퓨전 메뉴 등 라면을 활용한 20여종류 이상의 요리가 제공됐다.

농심은 축제 기간 동안 자사 라면을 공급했고 이를 조리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다.

지역 상권 매출 증가 역시 뚜렷했다. 축제의 시그니처 콘텐츠인 농심 ‘갓튀긴 라면’은 이틀간 32만4000개가 판매돼 지난해 축제 기간 총판매량인 25만8000개를 이미 넘어섰다. 특히 세상에서 가장 긴 475m ‘라면 레스토랑’은 축제 첫째날에만 2억2000만원의 매출을 올리며 지난해 축제 기간의 총 매출인 2억53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운영 방식의 변화도 올해 축제 특징 중 하나다. 라면축제 현장은 400m가 넘는 라면 거리 형태로 구성했고, 부스별 운영 표준을 통일했다. 결제는 QR 주문 방식을 기본으로 하고 곳곳에 배치된 키오스크가 이를 보조했다. 주문 방식이 동일화되면서 부스별 대기 시간이 크게 줄어들었고 회전율도 높아졌다.

이 같은 변화는 방문객 편의 체감도를 높였다는 평가다.

환경도
챙기고

가격 정책 역시 축제의 신뢰도를 높인 요소 중 하나다. 구미시와 농심은 축제 준비 과정에서 판매 가격을 사전에 조율해 과도한 가격 인상을 방지했다. 실제 행사장에서 판매하는 모든 라면이 9000원을 넘지 않게 조치했다. 이로 인해 현장에서 벌어지기 쉬운 가격 혼선은 거의 발생하지 않았다.

기업과 지자체의 관계도 달라지고 있다. 과거에는 기업이 축제를 후원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지만, 올해부터는 기업이 축제를 새로운 홍보 플랫폼으로 활용하는 방식이 강화됐다. 농심은 올해 축제에서 수출 전용 신제품 ‘신라면 김치볶음면’을 국내 최초로 공개했다.

시식 행사와 팝업 전시가 함께 구성되면서 방문객이 제품을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 대비 직접 홍보 효과가 크다는 판단이었고, 시 입장에서는 축제의 독창성을 강화하는 요소로 연결할 수 있었다.

이번 라면 축제는 방문객 중 외국인이 큰 비율을 차지했다. K-푸드 인기와 더불어 넷플릭스 애니메이션의 인기가 주효했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에서 주인공이 라면을 먹는 장면이 나와 화제였는데, 영화의 흥행으로 한국 라면의 인기가 증가하자, 일부 관광객들은 축제를 여행 일정에 포함시키기도 했다.

방문객 동선 역시 올해 대폭 개선됐다. 라면 거리 한쪽은 ‘라면 레스토랑’ 콘셉트로 꾸며 지역 식당들이 라면을 활용한 특화 메뉴를 판매했고, 다른 한쪽은 체험존과 전시존으로 구성했다. 라면 제조 과정 소개, 라면 역사관, 퓨전 라면 레시피 체험 등 콘텐츠가 구역별로 나뉘어 방문객이 한곳에 몰리지 않도록 설계했다.

대구 북구의 떡볶이 축제는 지역 먹거리 축제가 어떻게 재편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또 다른 사례다. 특히 올해 5회를 맞은 떡볶이 축제는 단기간에 규모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13만명이었던 방문객 수는 올해 33만명으로 세 배 가까이 늘었다.

브랜드 참여
기업이 홍보

특히 5월 행사 취소 후 일정이 10월로 옮겨지면서 기온이 안정됐고, 야외에 머무르기 적합한 날씨가 유지됐다. 연기된 축제에 대한 기대감이 누적되면서 주말을 중심으로 외지 방문객이 대폭 늘었다. 축제가 열린 iM뱅크파크 일대는 사흘 내내 붐볐고, 지역 방문객과 외부 관광객이 거의 반반 비율로 나타났다.

서울·경기권에서만 10%가 넘는 인파가 찾아왔다.

이번 변화의 핵심은 떡볶이라는 음식을 중심으로 한 지자체의 기획 방식 변화에 있었다. 대구 북구는 2021년 처음으로 떡볶이 페스티벌을 시작했는데, 당시만 해도 떡볶이는 지역 특산물이 아니었다. 기존 지역축제가 대부분 특산물이나 고유 문화 요소를 중심으로 구성되던 방식에서 벗어나, ‘일상적이지만 전국적 공감대가 있는 음식’을 주제로 삼은 것이다.

올해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의 운영 방식은 김천과 구미가 보여준 운영 방식과 닮아있다. 북구청은 올해 처음으로 전 테이블에 QR 주문 시스템을 도입했다. 관람객은 줄을 서지 않고 자리에서 바로 주문할 수 있도록 했고, 음식 부스마다 실시간 대기 시간과 혼잡도를 확인할 수 있게 했다.

이는 지난해 혼잡 문제에 대한 개선책이었고, 결과적으로 회전율이 크게 높아졌다. 좌석 수도 지난해 1700석에서 2700석으로 늘렸다. 늘어난 좌석 배치는 공간 혼잡도를 줄였고, 특정 공간에 인파가 몰리는 현상도 줄였다.

운영 방식에서 달라진 점은 또 있다. 김천이 ‘의전·개막식·바가지’를 없앴다면, 대구는 여기에 더해 ‘입점비 폐지’를 단행했다. 축제 초기에 지적됐던 바가지요금 문제는 입점비 부과 구조와 연결돼있었고, 북구청은 이를 없애는 대신 사전 오리엔테이션에서 판매 가격 기준선을 마련했다.

의전·무대·바가지 없애고
‘미니멀리즘’ 체험형 대세

이 방식은 합리적인 가격 체계를 유지하는 데도 효과를 냈다. 축제장 내 음식 가격이 명확하게 공개되면서 소비자 불만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또 하나의 변화는 브랜드 전략이다. 김천 김밥축제가 지역 이미지를 ‘김천=김밥’으로 재구성했다면,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은 ‘대한민국 떡볶이의 수도(떡볶구)’라는 캐치프레이즈로 도시 이미지를 재정비했다. 전국 28~29개 브랜드가 참여해 각 지역의 떡볶이 조리법을 보여주는 방식, 조선시대 궁중 떡볶이부터 분식집 스타일·퓨전 레시피까지 다양한 조리법을 체험형 콘텐츠로 구성했다.

축제의 규모가 커지면서 경제적 파급효과도 크게 늘었다. 대구 북구는 올해 축제가 275억원 이상의 직접 경제효과를 냈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도시 이미지 개선, SNS 노출, 지역 상권 확산 등을 포함하면 간접효과는 50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단기간에 수십만 명의 외부 인구를 끌어올 수 있는 지역축제의 파급력을 보여주는 사례다.

올해 떡볶이 축제가 가장 중점으로 둔 것은 ‘전국 참여형 축제’라는 성격이다. 그동안 지역축제는 지역 내 상인이 운영을 맡는 경우가 많아, 참여 업체 폭이 제한되는 문제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 대구 떡볶이 페스티벌에는 전국 각지의 떡볶이 브랜드들이 참여했다.

경기·인천·충청·강원 등 전국 29개 브랜드가 한 곳에 모였고, 이 과정에서 체계적 심사를 통해 입점 기준을 강화했다.

안정적 운영
긍정적 반응

시민 동선도 안정적이었다. 올해 행사에는 명절·연휴 수준에 가까운 인파가 몰릴 것으로 예상됐고, 그에 맞춘 동선 관리가 진행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 방문객은 “이전 축제보다 즐길 거리가 많아져서 좋다. 지난해보다 사람은 많지만 체감상 혼잡도는 덜한 것 같다. 내년에도 방문 예정”이라고 전했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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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점점’ 더 깊은 늪에 빠진 국민의힘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지방선거 공천에선 인물난 속에서도 조직표를 놓지 못하는 흔적들이 감지된다. 서울시장 경선 참여자들은 장동혁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고 있다. 조직표에 기반한 정당이 집권하지 못했던 과거 사례들은 국민의힘을 더 깊은 늪으로 몰고 있다. 리얼미터·한국갤럽이 지난달 각각 진행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의 지지율은 높지만, 국민의힘의 지지율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리얼미터가 발표한 이 대통령의 지지율은 62.2%로 확인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3일부터 27일까지 5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2513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가면 갈수록 지지율 격차 민주당 지지율은 51.1%로 집계됐고, 국민의힘 지지율은 30.6%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6일부터 27일까지 이틀 동안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006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다. 두 조사 모두 무선 자동응답 방식을 활용해 무작위 생성 표집틀을 통한 임의 전화걸기 방법으로 실시했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한국갤럽도 비슷한 기간 동안 유사한 조사를 진행했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이 대통령 지지율은 65%였다. 정당 지지율은 민주당 46%로 집계됐고, 국민의힘은 19%로 집계됐다. 이 조사는 지난달 24일부터 26일까지 3일 동안 전국 만 18세 이상 유권자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됐다. 두 조사 모두 무작위로 추출된 무선전화 가상번호에 전화 조사원이 인터뷰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이 조사 결과들을 놓고 “민주당과 국민의힘 간 지지율 격차가 상당하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는 지방선거에서 언제나 중요한 승부처로 거론되는 서울시장·경기도지사 선거와 관련해 국민의힘이 인물난을 겪고 있는 현 상황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에선 양향자 최고위원·새누리당 함진규 전 의원 등 2명이 경기도지사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민주당에서 김동연 경기도지사·추미애 의원·한준호 의원이 치열한 경쟁을 하는 것과 대비된다. 이 때문에 국민의힘에선 유승민 전 의원에게 지속해서 출마를 권유했다. 국민의힘으로선 “중도 성향 유권자에게도 설득력이 있다”는 평가를 받는 유 전 의원이 경기도지사 후보로 적임이란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유 전 의원은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을 선언한 이후에도 당의 강경 노선에 큰 변화가 없다”는 인식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지난달 27일 서해수호의 날 기념식에서 만났던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출마 권유에도 “불출마한다는 생각엔 변화가 없다”면서 끝내 거절했다. 그러자 양 최고위원은 같은날 KBS 라디오 <세상의 모든 정보 윤인구입니다>에 출연해 “정당·국가 운영과 공천은 원칙·절차적 정당성 확보가 중요하다”며 “어떤 분이 제게 ‘절대로 떠밀려서 나오는 선거는 하면 안 된다’고 말했는데, 확실한 소명 의식을 가진 사람이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민의힘 이정현 전 공천관리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공천이 마무리되는 대로 당이 필요로 하는 가장 어려운 곳에서 제 역할을 다할 준비를 하겠다”며 “아무도 가지 않으려는 곳에서 또 다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썼다. 이는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 암시로 해석됐고, “유 전 의원에게도 출마를 간접 압박하는 것”이란 해석도 나왔다. 겹치는 악재에 강경 보수 조직표 의존? 장동혁 지원 유세? 각지 후보들 ‘난색’ 하지만 유 전 의원은 불출마 의사를 바꾸지 않았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유 전 의원의 뜻을 존중하기로 했다”며 “현재 신청하신 훌륭한 두 분을 포함해 여러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지방선거 공천이 사실상 완료됐다”며 전남·광주통합특별시장 출마를 선언한 후 사퇴했다. 부산에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과 부산시장 후보 경선을 치러야 하는 박형준 부산시장이 손영광 울산대 교수를 공동선대본부장으로 임명했다. 손 교수는 윤 전 대통령 탄핵 반대 집회를 주도한 손현보 목사의 아들이다. 이는 박 시장이 직접 지난달 24일 CBS 라디오 <박성태의 뉴스쇼>에 출연해 “손 교수는 역량이 뛰어난 사람이고, 누구의 아들이라고 매도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고 해명해야 할 정도로 큰 논란이 됐다. 박 시장은 국민의힘 내에서 합리적 보수 이미지가 강한 인물로 평가된다. 손 교수 영입에 대해선 “경선을 앞두고, 부산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대형 교회 조직표를 의식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서 공천 배제된 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에 대해서도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9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진행된 2026 KBO리그 개막전을 방문해 ‘대구시장 예비후보 이진숙’이란 어깨띠를 두르고 시민들에게 인사했다. 이에 대해선 “이 전 위원장이 대구시장 선거에 무소속 출마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반대로 “국민의힘이 이 전 위원장의 공천 자체를 배제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은 지난달 24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전 위원장은 정권의 무도함에 맞선 최전선 투사”라며 “대구시장 후보에 현역 의원이 공천되면, 그 지역구 재보궐선거에 이 전 위원장을 공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을 경기도지사 후보로 공천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힘 조광한 최고위원은 지난달 26일 기자들을 만나 “이 전 위원장이 경기도지사 후보로도 추천되고 있다”며 “이 전 의원장의 결심 여하에 따라 선택지가 굉장히 다양하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 전 위원장은 경기도지사 공천 가능성은 강하게 부정하고 있다. 이 전 위원장은 지난달 25일 <조선일보>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경기도지사 출마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제 인지도 하나만 달랑 갖고 경기도지사를 하겠다는 건 경기도민에 대한 우롱”이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경기일보>는 지난달 27일 ‘국힘, 경기지사가 경선 탈락자 처리장이냐’는 제목의 사설을 공개했다. 이 사설엔 “국민의힘 경기도지사 후보 경선에 나선 주자는 중량감·연고성 등이 모두 부족하다는 평가를 받는 2명”이라며 “급기야 대구시장 탈락자 차출설도 나오는데, 이쯤 되면 경기도민 모욕 아니냐”고 비판했다. 낮은 당 지지율과 공천 과정의 잡음이 이어지면서 급기야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장 대표의 지원 유세에도 난감해하는 상황도 이어졌다. 유권자에게 “공개적 절윤 선언과 달리 인적 절연이 제대로 안 되고 있다”는 인상을 준 영향이라고 분석되고 있다. 7년 만에 대표 거부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달 2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저도 장 대표를 선거 유세에 모시고 싶다”면서도 “변신한 모습으로 와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시장 선거 출마를 선언한 국민의힘 박수민 의원도 지난달 26일 같은 프로그램에 출연해 “장 대표의 지원 유세는 조금 예민한 문제”라며 “시민 눈높이에서 해결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선거는 후보가 시민이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잘 전하는 시민을 위한 시간”이라며 “장 대표는 노선형 정치인이 됐으므로, 정책 선거 현장이 정치 선거로 비화하면 유불리를 떠나 서울시민께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다 논란이 이어지자 지난 1일엔 의견을 바꿔 채널A 라디오 <정치시그널>에 출연해 “저는 국민의힘이 확장해야 한다는 것에 공감대가 확실히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공법을 선택하겠다”고 말했다. 주요 선거 후보들이 당 대표의 지원 유세에 난감해하는 것은 지난 2018년 지방선거 당시 주요 후보들이 자유한국당 대표였던 홍준표 전 대구시장의 지원 유세를 거부한 상황을 연상시킨다. 낮은 지지율과 혼란을 거듭하는 국민의힘의 현 상황에 대해선 “이미 예고됐던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국민의힘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4년 12월 비상계엄을 선포한 이후 대규모 집회 개최 및 참여 등 강경 보수 행보를 유지했다. 당시 진행됐던 대규모 집회는 손 목사·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담임목사·유튜버 전한길씨 등이 주도했다. 울림이 큰 방에서 나는 소리는 메아리가 돼 돌아온다. 이는 특정 성향·신념이 일치하는 사람들이 모여 비슷한 정보·주장을 계속 접하면서 그 의견이 굳어지는 현상을 비유하는 데 활용된다. 이를 두고 에코 체임버 현상이라고 한다. 보통은 SNS에서 일어나지만, 최근엔 정치권에서도 구조화되고 있다. 정치인의 관점에서 대규모 집회에서 동원한 인파·우호적인 사이트에서 확인할 수 있는 열렬한 지지는 쉽게 눈에 띈다. 선거에선 이게 독이 되는 경우가 많다. 후보의 캠프에선 이를 유권자의 보편적 정서로 착각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최근엔 당원투표의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 당원의 뜻이 공천에 반영되면, 정당의 민주적 구조가 탄탄해진다. 하지만 조직표 동원 경선이 될 위험이 커진단 치명적인 단점도 있다. 당내 강경파·특정 조직의 관성은 중도층·무당층까지 포함하는 전체 민심과 방향이 다른 경우가 많다. 집권은 불가능 후보도 선거를 치르면서 조직표를 움직이는 지역 토착 세력·강경 지지층을 만나는 과정에서 현장 분위기를 착각한다. 설령 당선되더라도 이들의 포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와 같은 확증 편향 현상은 “누구나 현실을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사람은 자신이 보고 싶은 현실만을 본다”던 고대 로마 정치인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격언이 현재진행형임을 알 수 있게 한다. 조직표는 장단점이 명확하게 나뉜다. 일정한 득표를 보장하는 것은 분명한 장점이다. 하지만 득표 이상의 목표 달성을 불가능하게 만든다. 전형적인 사례는 일본 공명당이다. 공명당은 창가학회란 종교를 배경으로 두고 있다. 덕분에 공명당은 엄청난 조직력을 동원할 수 있다. 창가학회 회원 1명은 강력한 선거운동원이 된다. 그 1명은 주변 지인 모두에게 공명당 선거운동을 한다고 보면 된다. 정치와 종교의 결합이 흔히 발생하는 중요한 원인이다. 일본 자유민주당(이하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정을 하면서 창가학회·공명당의 조직력을 토대로 많은 정치적 이익을 얻었다. 공명당 후보가 출마하지 않는 지역구에선 그 조직력이 고스란히 자민당 후보의 선거 조직이 됐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명당은 종교 기반 정당이기 때문에 그 틀을 벗어나긴 어려웠다. 그래서 공명당이 정치적으로 확장할 수 있는 최대치는 집권당의 연정 파트너였다. 공명당과 손을 잡았다고 무조건 선거에서 좋은 결과를 얻는다고 보긴 어렵다. 이는 지난 2월 진행된 제51회 일본 중의원 의원 총선거(이하 중원선)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제1야당 입헌민주당(이하 입민당)은 자민당과 결별한 공명당과 손잡고 ‘중도개혁연합’이란 선거 연대를 구성했다. 하지만 선거 결과는 참혹했다. 입민당·공명당은 원래 총 169석을 보유했지만, 선거 결과 49석만 확보하는 대참패를 당했다. 이 중 입민당이 확보한 의석수는 21석에 불과했다. 중도개혁연합이 해체되면 각각 28석을 확보한 공명당·국민민주당이 제1야당 반열에 오를 수 있을 정도의 대참패였다. 조직력보다 더 중요한 것은 민심이란 걸 보여준 선거였다. 경기도지사 후보 인물난…유승민은 거듭 고사 손현보 아들 등장·컷오프 이진숙 못 놓는 이유? 절대로 몰락하지 않는 안정적인 하한선을 보유했지만, 상한선·기대치도 낮은 사례로 일본 공명당만 있는 것은 아니다. 성향이 강한 특정 집단을 기반으로 유지되는 정당은 그에 대한 다른 유권자의 거부감 때문에 집권이 불가능하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독일 좌파당 ▲영국 민주연합당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 등을 거론할 수 있다. 독일 좌파당은 독일 통일 이후 구동독 지역 사회주의 통합당 후신이 모여 조직됐다. 따라서 구동독 지역의 고령 유권자·옛 공산당 관료·강성 노동계급 등이 핵심 지지층을 이루고 있다. 이런 연유로 구동독 지역에선 큰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전체 민심과 조화를 이루긴 어렵고,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주로 거론된다. 영국 민주연합당은 북아일랜드 강성 개신교·연합주의자 조직에 기반한다. 이들의 강경한 종교 성향은 잉글랜드·스코틀랜드 등의 정서와 많이 멀다. 따라서 이들도 북아일랜드 지역 정당 겸 주요 정당의 연정 파트너로 거론된다. 지난 2017년엔 영국 보수당이 과반 확보에 실패하자 민주당과 신임 공급 협약을 맺고 정부를 구성할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샤스·유대교 토라 연합은 이스라엘 내 극단적인 유대교 원칙주의자들로서 사회적 민폐라고 거론되는 하레디를 기반으로 구성된 정당이다. 이들은 사회적인 활동보다 경전 공부에 몰두한다. 극단적인 일부 하레디는 19세기 생활 양식을 고집하고, 일체 생산 활동을 하지 않면서 정부 보조금에 의존한다. 이들은 출산율이 높아 이스라엘 재정에 부담을 주지만, 이스라엘 내 유대인 인구 비율 유지를 고려하면, 정부가 이들을 지원하지 않을 수 없는 측면도 있다. 이들은 랍비의 지시에 따라 절대적인 투표 성향을 유지한다. 이스라엘의 보수 정당 리쿠드당은 이들과의 연정을 통해 조직표를 동원한다. 일본 자민당은 원래 다양한 성향의 여러 파벌이 모여 구성된 특성을 역설적으로 정권 유지 비결로 활용했다. 총리를 배출하는 회파만 바뀌어도 국정 기조가 바뀌어 유권자에게 정권교체 체감을 주는 유사 정권교체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난 2월 중의원 의원 선거 대승은 자민당으로서도 기존과 다른 형태였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기민한 유튜브·SNS 활용 ▲실용적 포퓰리즘으로 통하는 사나에노믹스 등 다카이치 총리의 개인 팬덤이 강력하게 형성된 것이 승리로 연결됐다. 공명당 등 해외 사례 표면적으로는 국민의힘은 이미 지난 2월에 입증된 자민당의 승리 비결을 외면하고, 공명당의 길을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주요 후보들이 당 대표 지원 유세에 신중한 반응을 보이는 것 자체가 국민의힘이 ‘더 깊은 늪’에 들어가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는 일면일 수도 있다. 국민의힘은 늪에서 나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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