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제3지대 근황

춥고 배고픈 여의도 생존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중도층이 늘었지만, 이들은 제3지대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거대 양당 독식 구조가 단단히 뿌리 박힌 한국 정치 제도에서 군소 정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선거판에 태풍을 몰고 온 이들부터 ‘0석’ 원외 정당까지, 여의도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제3지대 근황을 들여다봤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제3지대 중에서도 ‘그나마 잘 풀린 사례’로 여겨진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 당을 이끌면서 중요한 대목마다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지지율 5%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군분투

혁신당은 지난 11일 ‘2025 전당대회 출발식’을 열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 일정을 시작했다.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으로 대표 후보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앞서 조 비대위원장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지금까지의 조국을 과거의 조국으로 남기고 ‘다른 조국’ ‘새로운 조국’으로 국민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전 비대위원장은 “혁신당을 개혁과 민생, 선거에 강한 이기는 강소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총선에서 국민이 주셨던 마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공약으로는 ▲거대 양당 독점 정치 종식 ▲검찰개혁·사법개혁 완수 ▲차별금지법 도입 등을 냈다.

이번 전당대회는 수감생활로 빼앗긴 당 대표직을 조 전 비대위원장에게 돌려주는 형식적인 선거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성비위 사태로 차갑게 등을 돌린 민심과 조 전 비대위원장이 사면된 이후에도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지지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정치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자신했지만, 한 석도 얻지 못한다면 추후 정치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신당은 보수 집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자 갈 곳 없는 보수 지지층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개혁신당은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내놓은 이재명 대통령을 타깃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40대인 이 대표는 정치인 중에서도 어린 편에 속하는데 개혁신당 지지층도 대부분 2030 남성이다. 2030 남성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10년, 20년 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됐을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득권이 된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권을 꿈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국·이준석 빼면 ‘텅’…사실상 1인 정당
김문수와 손잡은 이낙연 정치 부활 가능성은?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힘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소 정당에서 1인자가 되느니, 더 큰 정당에서 정치 자산을 쌓는 것이 대권주자로서도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두 정당 모두 단박에 선을 그었다. 앞서 조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통해 “설익고 무례한 흡수 합당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강철처럼 단단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신당 역시 ‘내란 정당’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혁신당이 리스크를 많이 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혁신당 의원을 개별로 접촉해 민주당으로 영입할 수 있겠지만 통째로 흡수해 합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대표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다시 당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을 떠난 것도 모자라 새로운 둥지를 꾸렸으니 당에서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양당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여는 것을 모토로 한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총리라는 거물급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정당이지만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면서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던 김종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원외로 밀려났다.

새미래도 혁신당과 마찬가지로 한때 민주당과의 합당설이 나왔지만 지난 조기 대선서 이 전 총리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모두 장악하는 괴물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우클릭을 시도하자 민주당에서는 “크게 실망했다”는 기류가 이어졌다. 우선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권력을 향한 탐욕에 신념과 양심을 팔아넘긴 사람이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며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고 한 독재 세력과 결탁해놓고 독재를 우려하느냐?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내란 본색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참으로 뻔뻔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은 이재명 시간” 받아들인 한계
거대 양당에 가려져도 ‘지선’ 노린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총리가 괴물 독재 국가를 막기 위해 김문수 후보와 손잡는다고 하셨는데, 계엄으로 내란을 실행하려 했던 괴물 독재 잔당 세력과 손을 잡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 완전히 길을 잃으셨다”고 꼬집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는 정치 1선에 서는 대신 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 전 총리는 “인생과 사회, 국가와 세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저의 공부와 사색과 경험을 여러분과 나눌 것”이라며 “주제를 특정 분야로 묶어놓지 않고, 여러분과 국가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드리겠다.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여러분과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갖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정치판에 복귀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일뿐더러 노선을 잃은 새미래가 다시 도약하기에는 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도가 다른 군소 정당보다 현저히 낮다는 설명이다.

정치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을 맡은 진보당은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고대하고 있다. 진보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 지역을 찾아 담배꽁초를 줍고 농촌 일을 돕는 등 바닥 민심 훑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 등을 당선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재보궐선거에서는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1명이 추가로 당선됐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광역단체장을 반드시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최소 5곳 이상에서 당선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3법 제정’을 주장하는 등 지방선거를 위해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활 밀착형으로 특정 선거에서 강하지만 전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게 진보당의 가장 큰 단점이다. 현재 4석인 진보당은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과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인 군소 정당의 현실에 부딪혔다.

묵묵히

한 군소 정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나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각자 자리에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살피는 게 우리 일인데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점점 존재감이 흐려지고, 존재감이 미미하니 중앙 정치에서 밀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당제인 한국의 정치 제도에서 제3지대를 향한 표는 사표가 된다. 군소 정당에 한 표를 던지려다가도 내가 싫어하는 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걸 막기 위해 큰 정당으로 손이 간다”며 “춥고 배고프지만 지지자와 당원들이 남아 있는 한 제3지대는 계속해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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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칼춤 추는 이정현 마이웨이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 거침없이 칼을 휘두르고 있다. 주호영 국회부의장·김영환 충북도지사가 이 공관위원장의 칼에 희생됐다. 변방의 이방인이어서 휘둘러야 했던 칼의 운명은 반복되고 있다. 그는 왜 칼을 휘두르는 걸까? 국민의힘 이정현 공천관리위원장(이하 공관위원장)이 지난 13일 “여러 의견을 존중하는 과정에서 제가 생각했던 방향을 더는 추진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면서 사퇴했다가 이틀 후 번복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사퇴했던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이틀 후 또 번복 정치권 안팎에선 대체로 이 공관위원장의 갑작스러운 사퇴의 주요 원인으로 오세훈 서울시장과의 갈등을 주된 원인으로 거론했다. 오 시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과의 절연에 소극적인 지도부 혁신 ▲혁신적인 선거대책위원회 조기 출범 등을 요구하면서 지방선거 공천 기간 내 후보 등록을 하지 않았다.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 번복에는 장 대표가 큰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사퇴 번복 후 “장 대표가 지난 14일 공천 혁신을 완수해 달라면서 공천 관련 전권을 맡긴다는 뜻을 전해왔다”고 밝혔다. 따라서 이 공관위원장의 사퇴는 대체로 ‘무력 시위’로 해석되고 있다. 결국 오 시장은 지난 17일 국민의힘 서울시장 경선 후보로 등록했다. 복귀한 이 공관위원장은 ‘장 대표가 부여한 공천 관련 전권’을 거침없이 휘둘렀다. 지난 16일에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이하 공관위)는 박형준 부산시장 공천 컷오프를 검토하고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박 시장을 컷오프하고,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을 단수공천하자”고 주장한 핵심은 이 공관위원장이었다. 그러자 부산에 지역구를 둔 국민의힘 의원들이 장 대표를 방문해 항의했고, 장 대표는 박 시장·주 의원 간 경선을 결정했다. 같은 날 공천이 날아간 현역 광역자치단체장은 김영환 충북도지사였다. 공관위는 김 지사를 컷오프한 이유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그저 “김 지사의 공적·업적을 부정·평가절하 하기 위한 게 결코 아니”라면서 시대 교체·세대 교체를 언급했다. 정치권에선 ▲만 70세 고령 ▲수뢰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는 등 사법 리스크 ▲재임 중 각종 발언 논란 등 대체로 김 지사의 약점이 컷오프의 실제 이유 아니겠느냐는 추측이 돌고 있다. 김 지사는 곧바로 “특정인을 두고 면접을 진행하다니 기가 막힌다”면서 일각에서 거론됐던 ‘국민의당 김수민 전 의원 충북도지사 후보 내정설’을 암시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2024년부터 1년 동안 충북 정무부지사를 지냈다. 김 지사는 지난 18일엔 서울남부지법에 공천 배제 효력 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어 다음 날 진행된 심문에서 “이 공관위원장이 김 전 의원에게 개인적으로 연락해서 출마 여부를 타진했다”며 “절차적 정당성이 파기됐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공관위는 이와 상관없이 지난 20일 김 지사를 제외한 경선 구도를 확정했다. 이 공관위원장은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공천과 관련해서도 존재감을 드러냈다. 공관위는 지난 22일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 경선과 관련해 주호영 국회부의장·이진숙 전 방송통신위원장을 공천에서 배제했다. 광주시장 출마 아닌 공관위원장 지방선거와 묶인 운명의 끝은? 대구시장 후보 경선에 대해선 한동안 “국민의힘 최은석 의원 공천이 사실상 내정된 게 아니냐”는 설이 돌아다녔다. 그러자 최 의원은 지난 21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 공관위원장은 공천 심사 면접에서 처음 만났다”면서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주 부의장은 공천 배제에 크게 반발했다. 그는 공천 배제 가능성이 거론되던 지난 17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대구를 공천 실험장으로 삼으면 안 된다”며 “대구시장을 더불어민주당에 상납하려는 거냐”고 비판했다. 이어 “이 공관위원장은 대구의 자존심을 더 이상 짓밟지 말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주 부의장 공천 배제는 지난 22일 확정됐다. 그는 지난 25일 가처분 신청과 무소속 출마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각에서 의아하게 해석하는 지점은 유튜버 고성국씨 등 강경 보수 진영에서 강하게 지지했던 이 전 위원장이 공천에서 배제됐다는 것이다. 이를 두고, “추 의원이 국민의힘 대구시장 후보로 확정돼 의원직에서 물러나면, 이 전 위원장이 추 의원의 지역구 대구 달성 재보궐선거에 출마하는 게 아니냐”는 설이 나왔다. 반대로 “주 부의장이 무소속으로서 대구시장 선거에 출마하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가 주 부의장의 지역구인 대구 수성갑에 출마하는 것 아니냐”는 설도 나오고 있다. 국민의힘 친한(친 한동훈)계 일원으로 거론되는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은 지난 24일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주 부의장의 공천 배제엔 감정이 어느 정도 반영돼있는 게 아니냐는 생각을 하지 않고선 해석이 잘 안 된다”며 “장 대표의 생각도 분명히 들어가 있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이어 주 부의장과 한 전 대표의 연대설에 대해서도 “한 전 대표가 보수 재건 후 당에 돌아오는 길을 찾아가는 길에 있어선 주 부의장의 선택 여하에 따라 모든 가능성을 다 열어 검토할 것이라고 본다”면서 연대설을 부정하진 않았다. 장 대표는 지난 23일 국민의힘 대구시당을 방문해 “공천 관련 모든 것은 당 대표인 제 책임”이라면서 공천 내정설에 대한 간접적인 의견을 밝혔다. 이어 “시민이 납득할 수 있는 경선을 치르겠다는 말씀을 드렸고, 당 대표로서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광역지방자치단체장 경선 상황·흐름에 대해선 “영남권 기성 중진과 반 장동혁 성향 인사를 배제하는 방향으로 가는 게 아니냐”는 의문이 나오고 있다. 일각에선 장 대표와 이 곤공관위원장이 각각 ‘굿 캅’과 ‘배드 캅’으로 역할을 분담한다고 의심하고 있다. 의외의 연대설 이 공관위원장의 활동 방향을 놓고, 일각에선 그가 “사실상 장 대표의 칼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그의 삶과 정치 활동은 국민의힘 주류 정치인과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은 영남을 주된 지역 기반으로 두고 있지만,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곡성 출신이다. 그가 태어나 자란 곡성에서도 특히 위치가 외진 목사동면 동암리로 알려졌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정치에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고, 정계 입문 계기는 그의 고향을 지역구로 두고 국회의원으로 활동했던 민주정의당 구용상 전 의원의 비서관으로 발탁된 것이었다. 구 전 의원이 지난 1988년 제13대 총선에서 낙선한 후 이 공관위원장은 민주정의당의 말단 간사로 특채됐다. 영남 기반 정당의 호남 출신 당직자였던 그는 훗날 “늘 근본 없는 놈 취급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26년 후 그는 고향 전남 순천·곡성에서 진행된 재보궐선거에서 새누리당 후보로 당선되는 이변을 일으켰고, 다시 2년이 지나선 새누리당 대표로 당선됐다. 당선 이후 그의 28년에 대해선 “한 편의 드라마” 혹은 “인간 승리”라는 평가도 나왔다. 이 공관위원장에겐 2명의 이 위원장이 있다. 그는 재보궐선거 당시 49.43%를 득표해 40.32%를 득표한 당시 새정치민주연합 서갑원 후보를 물리쳤다. 이 후보의 당선엔 서 후보와 노관규 전 순천시장의 갈등도 큰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있다. 하지만 정치적 흐름만을 탄 결과라고 보기 어렵다는 판단도 있다. 고향 곡성에서 이 공관위원장에 대한 지지세가 높아 70% 이상 득표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그는 새누리당이 아닌 ‘곡성 출신 이정현’을 내세워 자전거를 타고 지역구를 누볐다. 당시 그는 스스로 ‘머슴’ 혹은 ‘촌놈’을 자처했다. 그러면서 “고향을 위해 미치도록 일하고 싶다”며 “죽도록 부려먹다가 못하면 그때 쓰레기통에 다시 넣으시더라도 이번 한번만큼은 제 손을 한 번 잡아달라”고 호소하는 등 지역의 호감을 얻는 발언을 이어나간 영향도 컸던 것으로 분석됐다. 비판·조롱 낯설게하기 지난 2016년 총선에선 지역구 조정 영향으로, 이 공관위원장은 전남 순천에 출마했다. 고향이 아닌 지역구에 출마한 것은 일견 불리할 수도 있는 선택이었다. 하지만 그는 44.54%를 득표해 당선됐다. 그는 재보선 당선 이후 매주 지역구를 방문해 현장을 누빈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당시 야권이었던 더불어민주당·국민의당에서 모두 후보를 출마시킨 구도의 영향도 호재로 작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공관위원장은 지난 2022년 지방선거에선 국민의힘 전남도지사 후보로 출마해 선거 비용 보전액 하한선 15%를 넘기는 18.81%를 득표해 “선전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런데 그는 중앙 정치에선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그가 중앙 정치에서 큰 물의를 일으켰을 때 그 원인은 대체로 설화였다. 청와대 홍보수석비서관으로 재직했던 2014년엔 길환영 당시 KBS 사장에게 연락해 “세월호 참사 관련 해경에 대한 비판을 지금은 자제해 달라”고 요구한 게 2년여가 흐른 후 뒤늦게 알려져 물의를 일으켰다. 이는 방송 편성 관련 규제·간섭을 금지한 방송법 위반 행위가 될 위험이 있었는데 실제로 그는 벌금형을 확정받았다. 새누리당 최고위원이었던 지난 2015년엔 광주를 방문해 ‘광주 비하’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을 했다. 당시 그는 “광주 시민이 이정현이를 쓰레기통에 버렸다”며 “박근혜 대통령이 나 같은 쓰레기를 끄집어내서 탈탈 털어 청와대 정무수석·홍보수석을 시켜주는 배려를 했다”고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에게 과잉 충성하는 이 공관위원장의 모습이나 발언은 지금도 쉽게 찾을 수 있다. 새누리당 대통령 후보였던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2년 9월 과거사 사과 기자회견에서 회견문을 읽은 후 고개 숙여 인사했다. 당시 상황을 촬영한 사진 중에 후보 공보단장이었던 이 공관위원장이 “질의 시간을 가지면 안 된다”는 의미로 손가락으로 X 표시를 만드는 사진도 있다. 새누리당 대표였던 지난 2016년 11월엔 야권이 박 전 대통령의 임기 단축 협상을 거절하고 탄핵소추를 추진하자 “그 사람들이 탄핵을 실천하면 뜨거운 장에 손을 집어넣겠다”고 반발해 한동안 이 공관위원장을 조롱하는 합성 사진이 범람했다. 정치인은 대체로 선거 현장·당내 투쟁에선 정반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일부 정치인은 그 간극이 커서 주목받는다. 이 공관위원장의 태도는 “상대방에게 진정성 있게 몰입한다”는 장점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 그 진정성 있는 몰입은 정반대의 이미지를 연출한다. 지역구에선 유권자들이 전통적인 지역 구도에 따른 관성을 무시하고 그를 지지하는 이변으로 이어진다. 반대로 중앙 정치에선 지지자들의 환호와 반대파의 비판·조롱으로 나뉜다. 주호영·김영환 치니 한동훈 꿈틀…나비효과? 마구 휘두르고 장동혁이 수습…굿 캅 배드 캅? 20세기 독일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의 존재론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호남 출신 보수정당 소속’으로 던져졌다. 이는 그 스스로 선택한 것이지만, 주어진 운명이 그를 던진 측면도 있다. 던져진 상황을 극복하는 것은 그의 선택이 부여한 운명이었다. 이 때문에 이 공관위원장은 고향에선 ‘친근한 고향 사람’이 돼 선거에 임하면서 국회의원으로 당선됐다. 하지만 보수정당에 뿌리내릴 수 있도록 그를 발탁한 사람은 박 전 대통령이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충성은 그 스스로 선택해 자신의 삶을 던진 것으로 볼 수 있다. ‘영남 출신 엘리트’ 주축으로 구성된 국민의힘 기준에서 이 공관위원장은 변방의 이방인이다. <조선일보> 양상훈 주필은 지난 2016년 8월 이 공관위원장이 새누리당 대표에 당선된 후 그에 관한 칼럼을 썼다. 양 주필에 따르면, 이 공관위원장은 당직자 시절 자신보다 어린 당 출입기자로부터 반말을 들어가면서 그의 심부름을 했다. 변방의 이방인이었기 때문에 그에 대한 태도는 훨씬 ‘편하게’ 나왔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하지만 그는 지금도 국민의힘에 있다. 러시아 문예비평가 빅토르 슈클로프스키는 시 창작과 관련해 ‘낯설게하기’란 이론을 창안했다. “익숙한 대상을 생경하게 바라보면서 그 본질을 시로 표현할 수 있다”는 취지의 이론이다. 그런데 이 공관위원장은 존재 자체가 ‘낯설게하기’였다. 고향에선 보수 정당 소속이기 때문에 낯설다. 보수 정당에선 호남 출신인 그의 존재는 낯설면서도 동시에 강렬하다. 공천관리위원장으로서 시행하는 주요 정치인 컷오프도 그가 낯선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부각된다. 박 전 대통령에 대한 그의 충성도 반대파·비판자의 관점에선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로 보일 여지가 있다. 개종자의 열정은 원래 특정 집단 소속이 아니었던 사람이 집단에 들어간 이후 기존 구성원보다 더 근본주의적인 태도로 열정을 쏟아붓는 현상을 말한다. 이는 대체로 “난 원래 이 집단 사람이 아니었다”는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진행된다. 그에게는 늘 ‘근본’과 관련된 비판을 받으면 안 된다는 불안감이 있기 때문이다. 과잉 사회화도 뒤늦은 주류 문법 학습 때문에 유연성을 발휘하기보다 집단의 규범을 그대로 집행하려는 경향으로 이어지는 측면을 일컫는다. 개종자의 열정·과잉 사회화를 상징하는 역사 속 인물로는 긍정적인 측면에선 한때 유대교 바리새파에서 촉망받았다가 예수의 가르침을 전파한 사도 바울을 언급할 수 있다. 부정적인 측면에선 20세기 소련의 공안 탄압을 상징하는 라브렌티 베리야를 언급할 수 있다. 조지아 출신인 베리야는 이오시프 스탈린에게 발탁된 후 대숙청을 진두지휘했던 니콜라이 예조프를 몰아내고 방첩기관 NKVD의 수장이 됐다. 지금도 베리야는 공안 탄압을 상징한다. 특정 집단에 기반이 없는 이방인이 그 집단에서 생존하기 위해 누군가의 ‘칼’이 되는 것은 숙명에 가깝다. 숙명적으로 묶인 운명 이 공관위원장은 원래 광주·전남통합시장 출마를 준비했다가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는 임명된 직후 군복을 연상시키는 야전상의를 입고 다시 등장했다. 사실상 장 대표의 칼로써 공천을 진두지휘하면서 그의 정치적 운명은 지방선거에 묶였다. 그의 운명은 여전히 칼인 걸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