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릿고개 넘는 제3지대 근황

춥고 배고픈 여의도 생존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여당도 싫고 야당도 싫다는 중도층이 늘었지만, 이들은 제3지대로 쉽게 발걸음을 옮기지 못한다. 거대 양당 독식 구조가 단단히 뿌리 박힌 한국 정치 제도에서 군소 정당이 존재감을 드러내기 쉽지 않은 탓이다. 선거판에 태풍을 몰고 온 이들부터 ‘0석’ 원외 정당까지, 여의도 구석구석에 존재하는 제3지대 근황을 들여다봤다.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 개혁신당은 제3지대 중에서도 ‘그나마 잘 풀린 사례’로 여겨진다. 조국 비상대책위원장, 이준석 대표 등 이름이 알려진 정치인이 당을 이끌면서 중요한 대목마다 주목받았다. 그럼에도 지지율 5%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고스란히 안고 있다.

고군분투

혁신당은 지난 11일 ‘2025 전당대회 출발식’을 열고 새 지도부 선출을 위한 공식 선거 일정을 시작했다. 오는 23일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를 선출할 예정으로 대표 후보로 조국 전 비상대책위원장이 단독 입후보했다.

앞서 조 비대위원장은 공식 출마 선언을 하며 “지금까지의 조국을 과거의 조국으로 남기고 ‘다른 조국’ ‘새로운 조국’으로 국민과 다시 시작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조 전 비대위원장은 “혁신당을 개혁과 민생, 선거에 강한 이기는 강소 정당으로 만들겠다”며 “총선에서 국민이 주셨던 마음을 되찾겠다”고 말했다. 공약으로는 ▲거대 양당 독점 정치 종식 ▲검찰개혁·사법개혁 완수 ▲차별금지법 도입 등을 냈다.


이번 전당대회는 수감생활로 빼앗긴 당 대표직을 조 전 비대위원장에게 돌려주는 형식적인 선거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해석이 나온다. 당선이 확실시되지만 성비위 사태로 차갑게 등을 돌린 민심과 조 전 비대위원장이 사면된 이후에도 한 자릿수에 머무르는 지지율 등 넘어야 할 산이 많다.

혁신당은 내년 지방선거에서 지방정치의 교두보를 만들겠다고 자신했지만, 한 석도 얻지 못한다면 추후 정치생명을 보장할 수 없다는 우려도 나온다.

개혁신당은 보수 집결에 공을 들이고 있다. 국민의힘이 갈지자 행보를 보이면서 좀처럼 갈피를 잡지 못하자 갈 곳 없는 보수 지지층을 자신들의 편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개혁신당은 10·15 부동산 대책 등을 내놓은 이재명 대통령을 타깃으로 공세를 이어가고 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40대인 이 대표는 정치인 중에서도 어린 편에 속하는데 개혁신당 지지층도 대부분 2030 남성이다. 2030 남성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메시지를 계속해서 던지는 것”이라며 “이 대표는 10년, 20년 뒤 이들이 사회의 주류가 됐을 때를 기다리는 것 같다. 기득권이 된 지지층을 기반으로 대권을 꿈꾸는 것”이라고 해석했다.

조국·이준석 빼면 ‘텅’…사실상 1인 정당
김문수와 손잡은 이낙연 정치 부활 가능성은?

각자의 자리에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결국 내년 지방선거를 위해서는 혁신당과 개혁신당이 각각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국민의힘과 손을 잡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군소 정당에서 1인자가 되느니, 더 큰 정당에서 정치 자산을 쌓는 것이 대권주자로서도 유리하다는 점에서다.


두 정당 모두 단박에 선을 그었다. 앞서 조 전 비대위원장은 당 대표 출마 선언을 통해 “설익고 무례한 흡수 합당론에 흔들리지 않도록 강철처럼 단단한 정당을 만들겠다”고 밝힌 바 있다. 개혁신당 역시 ‘내란 정당’ 꼬리표를 단 국민의힘과 손잡을 이유가 없다는 분위기다.

민주당과 국민의힘도 이들과 거리를 두는 모양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에서 “혁신당이 리스크를 많이 안고 있는 건 사실”이라며 “혁신당 의원을 개별로 접촉해 민주당으로 영입할 수 있겠지만 통째로 흡수해 합당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봤다. 한 국민의힘 의원 역시 “이 대표는 배신자로 낙인이 찍혀 다시 당으로 돌아오기 어려울 것”이라며 “당을 떠난 것도 모자라 새로운 둥지를 꾸렸으니 당에서도 반기는 분위기가 아니”라고 말했다.

양당제를 청산하고 새로운 정치 시대를 여는 것을 모토로 한 새미래민주당(이하 새미래)도 지지율이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면서 고군분투하는 모양새다. 이낙연 전 총리라는 거물급 인사를 중심으로 꾸려진 정당이지만 그가 정치 일선에서 물러서면서 급격히 동력을 잃었다.

지난해 9월 유일한 현역 의원이었던 김종민 의원이 탈당하면서 원외로 밀려났다.

새미래도 혁신당과 마찬가지로 한때 민주당과의 합당설이 나왔지만 지난 조기 대선서 이 전 총리가 국민의힘 김문수 후보를 지지하면서 돌이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당시 이 전 총리는 “한 사람의 사법 리스크를 없애기 위해 입법권, 행정권, 사법권을 모두 장악하는 괴물 독재 국가로 가는 길을 선택했다”며 지지 배경을 설명했다.

이 전 총리가 우클릭을 시도하자 민주당에서는 “크게 실망했다”는 기류가 이어졌다. 우선 민주당 박경미 대변인은 “권력을 향한 탐욕에 신념과 양심을 팔아넘긴 사람이 괴물이 아니면 무엇이냐”며 “국민에게 총구를 겨누며 헌정 질서를 유린하려고 한 독재 세력과 결탁해놓고 독재를 우려하느냐? 온갖 궤변으로 자신의 내란 본색을 정당화하는 모습이 참으로 뻔뻔하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지금은 이재명 시간” 받아들인 한계
거대 양당에 가려져도 ‘지선’ 노린다

비명(비 이재명)계인 박용진 전 민주당 의원도 “이 전 총리가 괴물 독재 국가를 막기 위해 김문수 후보와 손잡는다고 하셨는데, 계엄으로 내란을 실행하려 했던 괴물 독재 잔당 세력과 손을 잡으시면서 그런 말씀을 하시느냐. 완전히 길을 잃으셨다”고 꼬집었다.

이재명정부 출범 이후 이 전 총리는 정치 1선에 서는 대신 SNS를 통해 지지자들과 소통을 이어왔다.

최근에 유튜브 채널을 개설한 이 전 총리는 “인생과 사회, 국가와 세계의 현재와 미래에 대한 저의 공부와 사색과 경험을 여러분과 나눌 것”이라며 “주제를 특정 분야로 묶어놓지 않고, 여러분과 국가에 도움되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말씀드리겠다. 온라인·오프라인을 통해 여러분과 즉석에서 묻고 답하는 시간도 갖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 전 총리가 정치판에 복귀할 가능성은 적다는 게 정치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일뿐더러 노선을 잃은 새미래가 다시 도약하기에는 당을 향한 국민의 관심도가 다른 군소 정당보다 현저히 낮다는 설명이다.


정치 스펙트럼에서 가장 왼쪽을 맡은 진보당은 내년에 치러질 지방선거를 고대하고 있다. 진보당은 매번 선거 때마다 선거 지역을 찾아 담배꽁초를 줍고 농촌 일을 돕는 등 바닥 민심 훑기 전략을 펼치고 있다. 그 결과 2022년 지방선거에서 ▲기초단체장 1명 ▲광역의원 3명 ▲기초의원 17명 등을 당선시키는 기록을 세웠다. 이후 재보궐선거에서는 ▲광역의원 1명 ▲기초의원 1명이 추가로 당선됐다.

진보당 김재연 상임대표는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광역단체장을 반드시 포함한 지방자치단체장을 최소 5곳 이상에서 당선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경기도지사 후보군으로 이름을 올린 진보당 홍성규 대변인은 경기도의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돌봄 3법 제정’을 주장하는 등 지방선거를 위해 몸풀기에 나섰다는 관측도 나온다.

생활 밀착형으로 특정 선거에서 강하지만 전국으로 확대되기 어렵다는 게 진보당의 가장 큰 단점이다. 현재 4석인 진보당은 기본소득당(1석), 사회민주당(1석)과 마찬가지로 비교섭단체인 군소 정당의 현실에 부딪혔다.

묵묵히

한 군소 정당 관계자는 <일요시사>와 만나 “지금은 이재명의 시간”이라며 확장성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했다. 이 관계자는 “각자 자리에서 정부의 손길이 닿지 않는 구석구석을 살피는 게 우리 일인데 아무래도 국민의 관심도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그러다 보니 점점 존재감이 흐려지고, 존재감이 미미하니 중앙 정치에서 밀리는 일이 반복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양당제인 한국의 정치 제도에서 제3지대를 향한 표는 사표가 된다. 군소 정당에 한 표를 던지려다가도 내가 싫어하는 당의 후보가 당선되는 걸 막기 위해 큰 정당으로 손이 간다”며 “춥고 배고프지만 지지자와 당원들이 남아 있는 한 제3지대는 계속해서 굴러갈 것”이라고 말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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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범여권 3각 권력 재편 시나리오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정청래·조국·김민석 세 사람이 삼각관계로 얽혔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연임을, 조국혁신당 조국 대표는 자당의 생존을, 김민석 국무총리는 청와대의 명을 받아 권력 싸움에 참전했다는 해석에 힘이 실린다. 세 사람이 만든 새로운 소용돌이가 여의도를 향하고 있다. 이들이 범여권 지형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이목이 쏠린다. 여당 대표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그립감이 강해졌다. 지난 3일 대의원·권리당원 1인1표제 도입을 담은 당헌 개정안이 재적 위원 과반의 찬성으로 문턱을 넘은 것이다. 이로써 오는 8월 민주당 전당대회에서부터 대의원과 권리당원이 동일한 한 표를 행사하게 된다. 존재감 굳히기 민주당에 따르면 중앙위원 총 590명 중 87.29%인 515명이 투표에 참석했다. 이 중 찬성 312명(60.58%), 반대 203명(39.42%)으로 의결 요건을 충족했다. 이후 정 대표는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핵심 공약이자 1호 공약이라고 할 수 있는 1인1표제를, 임기 안에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돼 보람 있게 생각한다”며 “대한민국은 법치국가이고 모든 법의 으뜸은 헌법이다. 헌법에서 명령하고 있는 보통·평등·비밀투표, 1인 1표제는 진작에 민주당에서 시행돼야 마땅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1인1표 시행으로 가장 직접적인 효과는 당내 계파가 해체되는 것이라고 예상한다”며 “10년이 넘게 1인1표제, 당원이 주인이 되는 정당, 당원 주권 시대를 부르짖었는데, 드디어 마침표를 찍게 돼 개인적으로도 무한한 기쁨”이라고 소회를 밝혔다. 1인1표제가 통과되자 권리당원 사이 지지도가 높은 정 대표의 연임 가능성이 탄력을 받았다는 해석이 제기된다. 지난해 8월 치러진 전당대회서 정 대표는 전국 대의원 투표에선 46.91%로 박찬대 의원(53.09%)에게 열세를 보였으나 권리당원 투표서 66.48%의 득표율을 기록해 박 의원(33.52%)을 앞질렀다. 다만 6대 4라는 투표 결과를 놓고 정치권의 분석이 엇갈렸다. 정족수보다 16명 많은 ‘턱걸이 통과’로 리더십을 굳히기엔 명분이 약하다는 점에서다. 1인1표제 재추진에 제동을 걸던 집단의 반대표가 늘어난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치러진 첫 투표 당시 투표율이 62.58%로 두 달 만에 20%p 올랐지만, 반대표 역시 102표에서 203표로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에 민주당 권칠승 의원은 한 라디오를 통해 “1인1표가 갖는 대의엔 다 동의하지만 현재 민주당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정당이 갖고 있는 당원 구조의 취약성 때문에 1인1표제하는 게 맞느냐는 것에 대한 회의는 좀 있는 것 같다”며 “후속 정비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는 대의엔 찬성하지만 지금 상태에서 그냥 (1인 1표제를) 적용하면 부작용이 있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의 두 번째 승부수였던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합당에 반대하는 최고위원들이 정 대표를 정면으로 들이 받으며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른 것이다. 독주하는 정청래, 승부수는 던졌는데… “합당 못해” 마주하기도 전 무산 위기 민주당 이언주 최고위원은 “혁신당과의 합당 논란이 벌써부터 차기 대권을 의식한 논의로 번져 걱정”이라며 “‘큰 배를 띄우려면 본류를 타야 한다’면서 마치 민주당을 조국 대표의 대통령 만들기 수단으로 여기는 발언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지금은 이재명 대통령의 시간이지 차기 대권주자를 밀어줄 시간이 아니”라며 “야당도 아니고 여소야대도 아니고 과반 의석을 차지한 강력한 집권여당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60%에 육박하는데 왜 벌써부터 이런 얘기가 나오는지 괴이하기까지 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강득구 최고위원 역시 “어제(3일)부터 지방선거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됐고 중앙당과 시도당은 후보자 공모를 진행하고 있는데 이런 시점에서 합당을 밀어붙이면 혼란만 커진다. 공천 기준, 경선 룰이 흔들린다”며 “합당 논의를 당장 멈춰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정 대표는 전체 당원 여론조사와 토론 등을 통해 의견을 수렴하겠다며 의견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일련의 과정에 대해 한 정치권 관계자는 “공천권만 손에 넣으면 세력은 알아서 따라붙게 돼있다. 정 대표는 ‘축구 경기에서 1대 3이나 3대 0이나 같다’고 말하면서까지 1인1표제를 밀어붙였다. 당 대표 연임에 선을 긋고 있지만 연임을 통한 공천권 확보를 포석에 뒀다고 해석하지 않을 수가 없다”며 “조 대표를 끌어들여 본격적으로 자기 세를 넓히려는 것 아니겠느냐”라고 해석했다. 정 대표가 띄운 합당론에 혁신당이 휘말리는 듯한 그림이 됐다. 그동안 혁신당 조국 대표는 민주당과의 합당에 선을 그어왔지만 현실이라는 벽에 부딪혔고, 이번 합당 논의 역시 자당을 살리기 위해 민주당의 손을 잡은 것으로 전해진다. 결국 세를 불려야 하는 정 대표와 대권주자로서 도움닫기 공간이 필요한 조 대표의 니즈가 맞아 떨어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테이블이 마련되기도 전 민주당 내 집안싸움이 불거지면서 혁신당과의 논의조차 시작하지 못했다. 합당 논의에 촉각을 세우는 사이 이번에는 혁신당이 추진하는 토지공개념을 놓고 이견이 갈렸다. 이언주 최고위원이 토지공개념에 반대 의사를 표하자 조 대표가 “헌법재판소가 합헌이라고 판시한 것. 어이없다”고 맞받아치면서 새로운 갈등의 씨앗이 뿌리를 내린 것이다. 꼿꼿한 자존심 토지공개념이 난타전으로 번진 이유는 최근 집값 등 부동산을 저격하는 이재명 대통령과의 행보와도 맞물려 있다는 분석이다. 이 최고위원은 “토지공개념은 과거 공산주의 몰락 이전 토론의 대상이 될 수 있었을지 모르지만 AI 대전환과 글로벌 자본 유치, 기술 경쟁이 국가의 생존 과제가 된 지금의 시대 현실과는 분명한 괴리가 있고, 시대착오적이라는 평가를 피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어 “대통령이 강력한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고 있는데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주장하는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주장이 대두되면 대통령의 건강한 개혁 의지마저 희석되고 곡해돼 공격받을 여지가 크다”고 강조했다. 혁신당이 주장하는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그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을 골자로 한다. 지난 2일 열린 ‘신토지공개념 입법추진단 출범식 및 토론회’서 혁신당 차규근 의원은 입법을 비판한 여당을 향해서는 “하나부터 열까지 모두 틀린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차 의원은 “토지공개념은 토지의 사유재산권을 전면 인정하되, 공공의 이익을 위해 필요한 경우, 이용을 제한할 수 있다는 원칙”이라며 “헌법재판소도 1989년 토지거래허가제 사건 판결에서 모든 사람의 생존권을 보장하기 위해 토지 소유권은 절대적인 권리가 될 수 없으며, 공공복리 증진을 위해 의무와 제약을 수반하는 방향으로 변화해 왔다고 판시했다”고 설명했다. 이 최고위원의 주장을 반박하기도 했다. 차 의원은 민주당 강령을 언급하며 “토지 재산권 행사의 합리성을 담보하는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지대 수익으로 인한 경제 왜곡과 불평등을 방지한다고 명시돼있다”며 “현재 시행 중인 토지거래허가제와 개발이익환수제 역시 모두 토지공개념에 기반한 제도”라고 꼬집었다.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가 진행 중인 민주당 일각에서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토지공개념을 포기하지 않는 한 합당 논의는 불가능하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그럼에도 혁신당이 이를 추진하는 이유는 혁신당이 민주당에 흡수 합당되는 것만은 피해야 한다는 분위기 때문인 것으로 전해진다. 민주당에 혁신당 DNA가 섞이는 게 아닌, 혁신당의 정체성을 잃지 않으면서 민주당과 함께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는 점에서다. 논의를 띄운 이상 합당을 하든 약속을 파기하든 결과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주판알을 굴렸을 때 합당 가능성이 낮다”는 게 한 여의도 관계자의 전언이다. 로망을 현실로? 이 관계자는 “어떤 방법으로든 조 대표가 민주당과 함께한다면, 차기 당권을 놓고 정 대표와 경쟁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봤다. 이어 “두 사람(정 대표, 조 대표) 모두 대권주자로서 욕심이 있다. 시기가 언제가 됐든 다음 대선을 위해 경쟁하는 사이가 될 것”이라며 “종래에 서로를 집어삼키려는 계파 싸움으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고 전했다. 조 대표를 등에 업고 빠른 보폭으로 걷는 정 대표의 시선 끝에는 김민석 국무총리가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총리가 “당 대표에 로망이 있다”고 말하면서 8월 전당대회 출마설에 스스로 불을 지핀 것이 화근이다. 여기에 청와대에서까지 김 총리를 차기 당 대표로 세우려 한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정 대표의 셈법이 더욱 빨라졌다는 해석이다. 그동안 김 총리의 대표 도전설은 꾸준히 회자했다. 지난달 23일 국무총리실은 공지를 통해 서울시장 선거 여론조사에서 김 총리 이름을 빼달라고 요청했고, 이에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총리가 서울시장이 아닌 민주당 당 대표를 노리는 게 아니냐고 봤다. 여기에 김 총리가 한 유튜브를 통해 정 대표와 차기 대표 자리를 놓고 경쟁할 수 있다는 관측에 대해선 “민주당의 당 대표는 굉장히 자랑스러운 일이기 때문에 당연히 로망은 있다”고 말하면서 본격적으로 불씨를 댕겼다. 다만 김 총리는 “세상(일)이 욕심을 낸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점은 안다. 욕망의 정치로 뭔가를 풀려고 하지 않는 편”이라며 조심스럽게 입장을 전했다. 그러던 중 민주당-혁신당 합당 논쟁에 김 총리가 뛰어들면서 당권을 둘러싼 경쟁이 시작됐다는 관측이 다시 나왔다. 김 총리는 지난 2일 서울 종로구 총리공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이런 시점, 이런 방식으로 진행될 줄은 몰랐다”며 정 대표의 합당 방식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민주당은 뿌리 깊은 정당이기에 당원들의 뜻을 묻는 민주적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며 그렇지 않으면 통합 자체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김 총리는 당 대표 선출 전당대회 출마설과 관련해 “(앞서 대표직에 대해 언급한) 로망이라는 단어가 이렇게 많은 말들을 불러올지는 몰랐다”며 “(당시 대표 출마 여부는 직접적으로 묻지 않기에) 국정에 전념한다고 했고, 오늘 기자간담회 내용을 주의 깊게 보면 굉장히 강력한 국정 전념 의지가 담겨있다는 것을 알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앞으로는 서울시장 선거로 본인(김민석)이 할 생각 없는데 서울시장 선거와 관련돼 거론되는 것이 국정 운영에 도움도 안 돼 거론되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며 “당과 관련한 부분에 대해서도 제가 대표라는 평소 로망을 이야기한 것이고 또 합당 등 모든 문제들은 당의 질서 속에서 충분히 논의될 것으로 보고 제가 더 이상 현재 당내 문제와 연관돼서 소환되거나 호출되거나 이러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민석 카드’ 청와대가 띄웠다? “당 대표 로망” 한마디에 ‘술렁’ 이후 김 총리는 3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전날 신년 기자간담회를 언급하며 “기자간담회의 핵심은 한층 높은 ‘책임감’으로 국정에 ‘전념’한다는 것이다. 정책 관련한 질문에는 훨씬 적극적으로 답하겠다”며 출마 의지가 없음을 강조했다. 김 총리가 거듭해서 출마설에 선을 긋지만 계속해서 이름이 오르내리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이를 정 대표의 대항마로 김 총리를 띄우기 위한 청와대의 물밑작업으로 봤다. 김 총리는 지난 총선 상황실장을 맡아 합을 맞춰오는 등 이 대통령과 연이 깊은 인물로 이 대통령의 의중인 ‘명심’을 등에 업어 민주당 수석최고위원 자리까지 오르기도 했다. 지난 2024년 민주당 전당대회서 김민석 의원의 최고위원 후보로 출마했지만, 사전 득표율이 저조했다. 이에 이재명 대표 후보는 첫 지역 순회 이후 김 후보와 함께 차 안에서 유튜브 라이브를 진행하면서 “(김 후보) 왜 이렇게 표가 안 나오느냐”며 “제 선거를 도와주느라 본인 선거(운동)를 못 해 결과가 잘못되면 어쩌나 부담된다”고 언급했다. 이후 민주당 커뮤니티 등에서는 “이재명이 김민석을 낙점했다”는 글이 퍼졌고, 빠르게 순위가 뒤집혀 단숨에 수석최고위원으로 올라섰다. 이처럼 청와대에서 정청래 체제의 힘을 빼기 위해 다시 한번 ‘김민석 카드’를 띄우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청와대가 정 대표를 견제하는 것은 정 대표가 ‘당원 주권 정당’ 등을 명분으로 당을 강하게 쥘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점에서다. 한 여권 관계자는 “정 대표의 행보가 모두 이해는 간다. 명분도 좋다. 문제는 시기가 너무 빨랐던 것”이라며 “이재명정부 출범 극초기부터 갈등이 불거졌다. 청와대 입장에서는 대놓고 발톱을 드러내는 정 대표가 장기간 민주당을 주무르는 게 달갑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집안싸움이 격화하는 것을 경계하고 있다. 혁신당 역시 합당 논의가 잘 풀리지 않을 경우 조 대표의 탓으로 돌리는 것을 우려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지방선거가 끝나는 대로 정치권의 시선은 8월 민주당 전당대회로 쏠리는 만큼 6월 전 합당 논의가 매듭을 지을지가 최대 관건이다. 숨길 수 없는 불편한 심기 혁신당 황현선 인재영입위원회 부위원장(전 사무총장)은 자신의 SNS를 통해 이 대통령과 김 총리, 정 대표를 모조리 언급하며 현 상황을 직격했다. 황 위원장은 “이 싸움(합당)의 최대 피해자는 이 대통령이다. 언젠가 후계 전쟁이 벌어질 것을 예상했겠지만 집권 1년도 안 돼 심각한 내분에 직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친K(김민석 국무총리) 세력이 선공을 하고, 선방 맞은 친J(정청래 대표)의 반격도 시작될 것”이라며 “지금은 대통령 눈치보며 권력투쟁을 벌이겠지만 총선에 다다를수록 눈치 보지 않는 싸움이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