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외환죄 규명 불가능 결론 내막

여태 수박 겉만 핥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 개정으로 3차 연장이 가능해졌으나 핵심인 외환 의혹 규명은 미궁 속이다. 실체가 드러난 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뿐이다. 특검팀이 피의자 대다수에 외환죄가 아닌 이적죄를 적용한 이유로 해석된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수사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본래 지난달 기소하려 했지만 혐의 사실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노상원 수첩’에 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산더미다.

핵심은
빠졌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언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외환 의혹과 관련된 대상자들에 대해서 다음 주 중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한국군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작전이 북한을 자극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과 사전에 통모한 정황을 찾지 못했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외환 유치죄가 아닌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등의 수준에서도 성립되는 일반 이적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해 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고 판단한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APEC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외환’ 관련 일정을 늦췄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이적죄는 외환 유치죄와 달리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했고,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불러 작전 실행 과정과 보고 경로를 파악했다. 조사 과정에서 작전 계획 단계인 지난해 6월, 군 지휘 계통이 아니었던 김 전 장관이 군 핵심 관계자 다수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 규명 북풍은 빠져
윤 포함 다수 피의자 외환죄 아닌 이적죄 적용

특검팀은 지난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국방부와 드론사, 드론사 예하 백령도 부대, 국가안보실, 합동참모본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4곳이다.

특검팀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해 10~11월 총 10여회 대북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졌다”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다. 기존에 알려진 2~3회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 대대 외에도 연천 대대 등이 작전에 관여했다.

합참은 북한의 2022년 12월 무인기 용산 침투, 2023년 5~11월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기 침투 작전을 세웠다.


한 군 관계자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작전 계획 등을 보고했고, 국방부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교도관이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조사에 응한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일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수사 종료일은 이달 14일이지만 특검법 개정으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내달 14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기간 연장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여 전 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그가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 등 방첩사가 지난해 10~11월 진행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 통모
확인 실패

드론사 방첩부대는 지난해 6월4일, 무인기 작전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서 ‘상부 지시로 추정되는데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상부 지시가 아니라고 한다.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령관은 이튿날인 6월5일 여 전 사령관에게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무인기 작전 전후 주요 시기마다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지난해 6월16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 전 사령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잇따라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9∼12월 김 전 사령관과 20여차례 통화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무인기 작전 시행일을 비롯해 주요 국면마다 양측 간 연락이 오갔다고 한다. 이른바 ‘V(대통령)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작성에 직접 관여했으며, 이를 보고했다는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정보사령부도 평양 작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여름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드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국과연 관계자는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해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드론사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정보사와 드론사가 국과연에 문의한 시기는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보고용 ‘V(대통령) 보고서’를 기획 단계부터 작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검증도
못했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 드론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한 기획팀을 만들고, 7월에는 V 보고서를 작성한 후 8월 이후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한다. 국과연은 해당 드론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드론사 내부에 무인기를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전단통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과연은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군 정보기관 연루 의혹도 오리무중
‘노상원 수첩’ 직접 증거 안 되나

노 전 사령관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건 해당 수첩과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서 정치인 등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 점을 근거로 그가 폭동 행위와 별개로 계엄 상황에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검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달에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북풍 공작’에 관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과 함께 ‘수거팀 구성’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거 대상 처리 방안으로는 ‘GOP(일반전초) 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 적혔다.

특검팀은 대법원의 1997년 5·17 판례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 별도로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을 국헌 문란의 수단으로 하는 내란죄와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하면서 특정 대상을 미리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내란죄와 별도의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 내의 한정된 집단에 대한 살해 자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 이런 살인 행위는 내란에 흡수될 수 없고 내란목적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적어뒀다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노 전 사령관 측은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이름을 살해 대상 명단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거쳐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워지는
수첩 명단

박 특검보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다고 해서 바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음모죄를 판단하려면 예비의 준비 행위라고 볼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인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법적 판단은 (노상원 수첩을 비롯해) 여러 정황 등을 같이 검토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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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단독] 한신학원 이사의 수상한 영전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신학원 이사였던 A씨가 한신대학교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장을 제출했다가 취하했다. 공교롭게도 고소를 취하하기 직전에 열린 이사회에서 그는 교육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다. 그동안 무슨 일이 벌어진 걸까? 고소가 이뤄진 배경은 지난 5월22일 열린 한신대학교 이사회에서 비롯됐다. 이날 회의에는 총장을 비롯해 이사 17명이 참석했다. 당시 학교법인 한신학원의 감사가 “그동안 한신대에서 사내 공사를 한 금액이 70억원이 넘는데 모두 입찰을 피하기 위한 쪼개기 공사로, 수의계약으로 공사를 했다”고 보고하면서다. 학원 감사 내부 폭로 당시 감사의 충격적인 발언으로, 한신학원 이사 A씨는 고민 끝에 업무상 배임 및 횡령으로 한신대 총장과 이사장을 상대로 고소를 진행했다. A씨가 지적하는 부분은 세 가지다. 첫 번째로 한신학원 재산인 거제도 땅과 관련한 배임을 주장했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학원은 거제시에 임야 약 55만평을 보유하고 있었고, 도로가 연결되지 않은 ‘맹지’로 분류된 해당 부지에 대해 논의 중이었다. 그 곳은 수익용 기본재산임에도 장기간 활용이 어려운 상태였다. 한신학원 측은 이 토지를 단순 보유할 경우 관리비만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가치 상승도 제한적이라고 판단해 활용 방안을 모색 중이었다. 당시 M 건설은 2016년부터 경남 거제시 아주동 일원에서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사업’을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사업 대상 부지 중 일부가 학교법인 한신학원 소유의 임야로 포함돼있었고, 한신학원 역시 해당 지역 임야를 공동개발 방식으로 참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M 건설은 경상남도로부터 지구 지정에 대한 조건부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사업 추진 과정에서 한신학원 이사들은 당시 이사장이 학원 소유 토지를 공공임대주택 개발에 제공하는 대가로 20억원을 받기로 했다는 사실을 용역업체 대표의 제보를 통해 알게 됐다. 이사회는 즉시 M 건설 측에 협상단을 파견해 토지에 대한 정당한 보상을 요구했지만, 협상은 결렬됐다. 이 사실을 뒤늦게 파악한 한신학원의 상급기관인 한국기독교장로회 총회(이하 기장총회)는 사업 자체를 중단시켰다. 이로 인해 M 건설은 한신학원 측의 토지 사용 승낙을 얻지 못하게 됐고, 결국 조건부 지구 지정이 취소될 위기에 놓이면서 개발사업은 사실상 좌초됐다. 이후, 한신학원 법인 산하 ‘한신영림운영위원회’는 열린 회의에서 해당 부지를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에 참여하는 형태로 개발하는 방안을 보고했다. 이 회의에는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주장하는 B씨와 C씨가 직접 참석해 사업 구조와 예상 수익, 한신학원의 참여 방식 등을 설명했다. 이들은 명함까지 주며 자신들을 “삼부토건 고문”과 “부사장”이라고 소개하며 접근했다. 한신대 상대로 업무상 배임·횡령 혐의 고소 불법 매각·쪼개기 공사·교비 횡령 의혹 제기 두 사람이 제안한 내용은 “삼부토건이 M 건설로부터 사업권을 인수해 시행하며, 한신학원은 부동산투자회사(REITs)에 현물출자하고 주식 지분을 배당받는 방식으로 수익을 창출한다”는 계획이었다. 이때 M 건설에도 B씨와 C씨가 접근했다. 이들은 “한신학원과 협의를 주선해 사업을 재개시키겠다”고 제안했다. M 건설은 이 제안을 믿고 2023년 8월 ‘사업시행대행 용역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조건은 B씨 측이 같은 해 9월20일까지 한신학원으로부터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받아오면 용역비를 지급한다는 내용이었다. M 건설은 계약금 명목으로 1억원을 지급했다. 같은 해 이사회는 한신영림운영위원회의 보고를 바탕으로 관련 헌의안을 기장총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한신학원은 기장총회가 한신대 운영을 위해 설립한 법인으로, 모든 사업은 기장총회의 허가가 필요하다. 보고서에는 구체적인 사업 예측치도 포함됐다. “지구 단위 승인을 거쳐 2종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될 경우 평당 100만~150만원의 감정가가 예상되며, 현물출자 후 10년 임대 기간이 끝나 분양 전환 시 내부수익률(IRR)은 약 6.77% 이상”이라는 계산이었다. 하지만 기장총회는 “한신학원 소유 토지는 공공개발 참여 대신 현금 매매로 전환한다”는 결의를 내렸다. 한편, 약속된 기한이 지나도 M 건설에 토지 사용 승낙서는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이 계약 해지를 통보하자 B씨 측은 “승낙서가 곧 발급된다”며 시간을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승낙서는 끝내 발급되지 않았다. M 건설은 곧바로 계약을 해지하고, 실제 B씨가 대표로 있는 S사를 상대로 계약금 1억원 반환소송을 제기했다. 이 시기 한신학원은 삼부토건에 이들의 신원을 확인했다. 삼부토건은 “B씨와 C씨는 우리 회사와 아무 관계가 없다”고 답변했다. 즉, 자신들을 삼부토건 관계자라고 밝힌 B씨와 C씨가 실제로는 삼부토건 관계자가 아니었다는 것이다. 삼부토건 본사는 “이들과 별도의 위임이나 계약관계를 맺은 사실이 없다”고 확인했다. 대형 건설사인 삼부토건의 이름을 내세워 사업을 추진하려 한 것이다. 실체 없는 부동산 리츠 이후 B씨는 자신의 배우자 명의의 P사로 이름을 바꿔 사업을 계속 추진했다. B씨 일행의 만행을 알게 된 M 건설은 지난해 3월, 한신학원에 ‘토지 매수의향서’를 보내 “거제 아주동 임야를 평당 50만원에 매수할 의사가 있다”고 전달했다. M 건설은 인근 토지를 이미 평당 44만원에 매입했다고 밝히며, 한신학원 토지는 “13% 이상 높은 가격으로 정당하게 매입하겠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B씨는 신뢰할 수 없는 인물”이라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한신학원은 같은 해 5월30일, B씨의 부인이 대표로 있는 P사와 ‘부동산 매매계약’을 체결했다. A씨는 “총장과 이사장이 이 제안을 알고도 이사회나 총회에 보고하지 않았다”면서 “M 건설의 제안이 있었음에도 총장과 이사장이 P사와 불공정한 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문제로 지적한 점은 계약 내용이었다. 부동산 매매계약서에 따르면 계약금 총액은 10억5000만원으로 명시됐지만, 실제 한신학원이 받은 금액은 1억원뿐이었다. 잔금 9억5000만원은 “4년 이내 부동산투자회사(REITs)와의 매매계약 재체결 시 지급한다”는 조건이 붙어 있었고, 심지어 한신학원은 받은 계약금 1억원을 매수인에게 반환하기로 명시돼있었다. 또 특약 사항에는 ‘매도인은 계약 체결 시 토지 사용 승낙서를 발급한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즉, 계약금 실수령액이 전체의 100분의 1에 불과한 상황에서 매수인이 토지를 사용할 수 있도록 허가한 셈이었다. 고소인은 이를 “매매계약을 가장한 사실상 사용 허가서”라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 시행세칙 제18조에는 “기본재산의 매도·증여·교환 또는 용도 변경 시에는 재적 이사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이사회 의결을 거쳐 관할 관청 허가를 득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고소인은 “삼부토건으로 의결된 사업을 P사로 변경하면서 이사회가 새로이 의결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교육부 토지 처분 신고도 문제점으로 꼬집었다. 한신학원은 지난해 1월 교육부에 ‘수익용기본재산 처분 신고서’를 제출하면서 “감정가 이상(16억7000만원 이상)에 토지를 처분하고 대체 부동산을 구입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교육부는 이 신고를 ‘처분 허가’로 정정해 승인했으며 “1년 내 매각 완료, 대금 완납 전 소유권 이전 불가”를 조건으로 달았다. 그러나 P사와의 계약서에는 잔금 지급 시점이 명확히 적시되지 않았다. 이에 대해 고소인은 “교육부에는 단기 매각으로 보고하고 실제로는 장기 임대 형태로 계약했다”며 기망 가능성을 제기했다. 계약서상 ‘잔금 수령일’이 없고, 2차 계약금도 부동산투자회사와의 별도 계약 체결 이후로 미뤄져 있다. 쪼개기 공사? 교비도 횡령? 가장 큰 문제점은 잔금을 받기로 한 부동산투자회사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해당 회사는 현재 설립 예정으로 실체가 없는 곳이다. 게다가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토지 사용 허락서는 교육부의 허락을 받아야만 사용이 가능하다. 하지만 이 토지 사용 허락서가 교육부에 신고되지 않은 채 발급됐다는게 A씨의 주장이다. 실제 교육부는 민원 답변을 통해" 해당 토지의 사용 승낙 신청을 접수하거나 허가한 내역이 없으며, 우리부 허가가 없는 토지 사용 승낙은 효력이 없다"고 못 박았다. 두 번째로, 한신대가 진행한 각종 시설공사와 관련해 수의계약 체결 과정의 절차 위반이 있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A씨는 “학교법인 및 산하 대학이 사립학교법과 학내 재정세칙에 따라 공개경쟁입찰을 원칙으로 해야 하는 공사계약을 다수 수의계약 형태로 처리했다”고 주장했다. 한신학원 정관과 세칙에는 ‘2000만원 이상의 공사는 공고를 해서 경쟁에 부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며, 2인 이상의 견적서와 시방서, 설계서를 징수해야 한다’고 명시돼있다. 그러나 한신대학교는 2022년부터 2024년 사이 약 40억원 규모의 공사 57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절차를 대부분 생략했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일요시사>가 입수한 법인 내부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도 교내 공사 57건이 40억원에 진행됐다. 동일 공사인데도 나눠서 계약을 하고, 2억원까지 수의계약이 가능하다는 명목으로 쪼개기 공사와 공사 지정 업체의 중복이 발견되는 등 부실 흔적이 많다. 앞으로 전자입찰이 되도록 공사 입찰 규정을 반드시 만들기 바란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A씨는 “공개경쟁입찰 방식으로 진행했다면 계약단가가 낮아져 수억원의 예산을 절감할 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규정을 어긴 업무처리로 한신학원 및 한신대에 수억원의 재산상 손해를 입혔다”며 이를 업무상 배임 행위라고 주장했다. 세 번째로 한신대학교 교비 회계 자금이 학교 운영과 직접 관련 없는 법률 비용으로 사용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A씨는 “교비 회계는 학교 운영과 교육에 필요한 경비로만 사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있음에도, 교비 자금이 법적 분쟁 비용으로 전용됐다”고 강조했다. 문제가 된 것은 노무사 선임비용 약 6800만원이다. 고소장에 따르면, 한신대 총장은 2023년 고용노동부에 진정이 제기된 사건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노무사 및 법률대리인 선임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했다. 해당 진정은 한신대 내부 인사·노무 관련 사안으로, 교직원 고용 문제 및 근로계약 분쟁에 대한 것이었다. 이사회 후 돌연 취하, 왜? 학원 교육인사위원장 임명 A씨는 이를 업무상 횡령에 해당하는 행위로 판단했다. 사립학교법에 따르면 ‘교비는 학생 교육에 직접 필요한 용도로만 집행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법인 소송이나 노무 분쟁처럼 학교 운영 전반과 직접 관련이 없는 항목은 교비에서 부담하면 안 된다는 것이 고소인 측의 입장이다. 이 사건의 핵심 쟁점은 비용 지출의 성격이다. 즉 ‘노무사 선임이 학교 교육활동에 직접 관련된 행위인가’가 판단 기준이 된다. 실제로 올해 대법원은 노무법인 자문 비용을 교비회계 자금으로 집행한 행위를 업무상 횡령으로 판단하는 판결을 내렸다. 제주의 한 대학교 총장 A씨는 소속 교수가 자신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하자, 이에 대응하기 위해 변호사를 선임하고 그 비용 330만원을 포함해 총 1880만원의 변호사 비용을 교비 회계에서 지출한 혐의로 기소됐다. 재판부는 1심의 판단을 그대로 유지하며 “교수 및 노조 등과 관련한 분쟁 대응을 위한 변호사 비용은 학교의 교육활동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며 업무상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현재 해당 고소 건은 취하된 상태다. 지난달 <일요시사>가 이 사건을 취재하던 과정에서 한신대 비서실을 통해 A씨가 고소를 취하한 사실을 확인했다. 이후 제보자 역시 “해당 이사가 면직 압박을 받고 고소를 취하했으며, 그 직후 인사위원장 보직을 받았다”고 말했다. <일요시사> 기자가 한신학원 관계자에게 확인한 결과 지난달 10일 인사위원장으로 임명됐고, 같은 달 11일부터 공식 업무가 시작됐다. 추가로 확보한 녹취에서 A씨는 고소를 취하한 이유에 대해 “이사회에서 강제로 면직시키겠다고 해서 어쩔 수 없었다”고 언급했다. 한신학원 인사위원회는 내부 교직원의 인사와 징계 등을 담당하는 핵심 기구로, 교육인사위원장은 실질적인 권한이 큰 자리로 알려져 있다. 통상 이사장은 교육인사위원장 출신 가운데에서 선출되는 경우가 많아, 해당 보직이 사실상 이사장 자리로 가는 주요 루트인 셈이다. 대가성 보직? 이사장 루트 한편, 한신대는 해당 고소 건에 대해 전면 부인했다. 한신대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전화 통화에서 “토지 매각 문제의 경우 한신학원의 문제고 한신대와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수의계약 문제에 대해서는 “법적으로 2억원 미만이면 가능하다”고 밝혔고, 교비 횡령 의혹은 “사건 조사 관련된 비용으로 지출된 부분이라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