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 외환죄 규명 불가능 결론 내막

여태 수박 겉만 핥았다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내란 특검팀 수사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았다. 법 개정으로 3차 연장이 가능해졌으나 핵심인 외환 의혹 규명은 미궁 속이다. 실체가 드러난 건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뿐이다. 특검팀이 피의자 대다수에 외환죄가 아닌 이적죄를 적용한 이유로 해석된다.

내란 특검팀(조은석 특별검사)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 수사를 이번 주 안에 마무리 지을 방침이다. 본래 지난달 기소하려 했지만 혐의 사실 등에 많은 시간이 걸렸다는 설명이다. ‘노상원 수첩’에 관한 수사는 오리무중이다.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들이 산더미다.

핵심은
빠졌다

박지영 내란 특별검사보는 지난 5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검에서 열린 언론 정례 브리핑을 통해 “외환 의혹과 관련된 대상자들에 대해서 다음 주 중으로 기소 여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밝혔다.

특검팀은 지난해 한국군이 평양으로 무인기를 침투시킨 작전이 북한을 자극해 12·3 비상계엄의 명분을 만들고자 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의 행동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다만 윤 전 대통령 등이 북한과 사전에 통모한 정황을 찾지 못했고, 핵심 관계자들에게 외환 유치죄가 아닌 군사상 이익을 해하는 등의 수준에서도 성립되는 일반 이적죄를 적용했다.

특검팀은 해당 의혹을 수사하기 위해 윤 전 대통령과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 김용대 전 드론작전사령관 등을 불러 조사해 왔다. 하지만 윤 전 대통령의 내란에 동조했다고 판단한 주요 국무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되면서 주춤한 모양새다.


특히 APEC 행사에 참석한 각국 정상들이 가장 민감할 수 있는 ‘외환’ 관련 일정을 늦췄다는 게 중론이다. 일반 이적죄는 외환 유치죄와 달리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할 경우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는 범죄다.

특검팀은 윤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 명분을 만들 목적으로 드론사에 평양 무인기 투입 작전 등을 지시했고, 무인기가 평양 인근에 추락하면서 작전·전력 등 군사 기밀이 유출됐다고 보고 있다.

앞서 특검팀은 김 전 사령관을 비롯한 관련자들을 불러 작전 실행 과정과 보고 경로를 파악했다. 조사 과정에서 작전 계획 단계인 지난해 6월, 군 지휘 계통이 아니었던 김 전 장관이 군 핵심 관계자 다수에게 비화폰으로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본 사실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만 규명 북풍은 빠져
윤 포함 다수 피의자 외환죄 아닌 이적죄 적용

특검팀은 지난 7월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통해 관련 자료를 확보하기도 했다. 당시 특검팀이 압수수색한 곳은 국방부와 드론사, 드론사 예하 백령도 부대, 국가안보실, 합동참모본부, 국군방첩사령부 등 24곳이다.

특검팀 압수수색을 통해 “지난해 10~11월 총 10여회 대북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졌다”는 내부 보고서를 확보했다. 기존에 알려진 2~3회보다 세 배 이상 많다. 드론사 예하 김포·백령도 대대 외에도 연천 대대 등이 작전에 관여했다.

합참은 북한의 2022년 12월 무인기 용산 침투, 2023년 5~11월 대남 오물 풍선 살포 등 도발 행위에 대응하기 위해 무인기 침투 작전을 세웠다.


한 군 관계자는 “김용대 드론작전사령관이 이승오 합참 작전본부장에게 직접 작전 계획 등을 보고했고, 국방부에도 관련 내용이 공유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달 15일에는 의혹의 정점인 윤 전 대통령도 소환 조사했다. 당시 교도관이 체포영장 발부 사실과 집행 계획을 알리자 윤 전 대통령이 자진 출석 의사를 표명한 바 있다. 조사에 응한 윤 전 대통령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면서도 혐의를 부인하는 취지의 주장을 일부 펼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의 수사 종료일은 이달 14일이지만 특검법 개정으로 한 차례 연장이 가능해 최대 내달 14일까지 수사할 수 있다. 특검팀은 내부적으로 기간 연장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12·3 비상계엄 관련 내란·외환 혐의를 수사하는 특별검사팀은 지난 3일,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을 소환했다. 특검팀은 여 전 방첩사령관을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해 조사했다. 그가 일반이적 혐의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 등 방첩사가 지난해 10~11월 진행된 드론사의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을 인지하거나 관여했는지 여부를 들여다보고 있다.

북한 통모
확인 실패

드론사 방첩부대는 지난해 6월4일, 무인기 작전에 대한 동향 보고서에서 ‘상부 지시로 추정되는데 (김용대) 드론사령관은 상부 지시가 아니라고 한다. 방첩사령관에게 직접 설명하겠다고 한다’는 내용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사령관은 이튿날인 6월5일 여 전 사령관에게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직접 설명했다고 한다. 두 사람은 무인기 작전 전후 주요 시기마다 비화폰으로 통화한 것으로 특검팀은 보고 있다.

여 전 사령관과 김 전 장관이 지난해 6월16일 함께 있는 자리에서 김명수 전 합동참모본부 의장, 김 전 사령관, 신원식 당시 국방부 장관 등에게 잇따라 연락해 무인기 작전을 물어봤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특검팀은 여 전 사령관이 지난해 9∼12월 김 전 사령관과 20여차례 통화한 정황도 들여다보고 있다. 무인기 작전 시행일을 비롯해 주요 국면마다 양측 간 연락이 오갔다고 한다. 이른바 ‘V(대통령) 보고서’와 관련해서도 특검은 김 전 사령관이 작성에 직접 관여했으며, 이를 보고했다는 내부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국군정보사령부도 평양 작전에서 자유롭지 않다. 특검팀은 국방과학연구소(이하 국과연) 관계자로부터 “지난해 여름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했는데, 비슷한 시기에 드론사에서도 비슷한 문의를 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바 있다.

국과연 관계자는 “정보사에서 드론에 전단통을 달 수 있는지 문의해 와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대답한 적이 있다”며 “드론사에도 같은 취지로 답변했다”고 진술했다.


정보사와 드론사가 국과연에 문의한 시기는 드론사가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과 관련해 대통령실 보고용 ‘V(대통령) 보고서’를 기획 단계부터 작성하던 시기와 겹친다.

검증도
못했다

특검팀은 드론사가 지난해 6월 드론을 북한으로 날리기 위한 기획팀을 만들고, 7월에는 V 보고서를 작성한 후 8월 이후엔 윤 전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했다고 판단한다. 국과연은 해당 드론 제작에 관여하지 않았고, 드론사 내부에 무인기를 개발하는 별도의 부서가 있어 자체적으로 전단통을 부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검팀은 드론 등 무인기에 대해 정보사가 전단통 부착을 문의한 게 이례적이라고 보고 ‘북풍 유도’를 목적으로 드론을 날리기 위해 드론사와 정보사가 정보를 교환하는 등 소통한 게 아닌지 수사했으나 결론을 내는 데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국과연은 국방·안보에 사용되는 드론 개발 등을 담당한다. 무인기에 전단통을 부착한 후 일명 ‘대북 삐라’를 넣으면 북한을 자극해 공격을 유도할 수 있다.

평양 무인기 침투 작전이 이뤄진 지난해 10월은 남북 긴장 국면이 극단으로 치달았을 때다. 북한은 2022년 12월 무인기 5대를 수도권 일대 영공에 침투시켰다. 그중 1대는 대통령실이 있는 서울 용산구 일대 비행금지구역 안에 진입했다. 지난해 5월부터 11월에는 북한이 오물 풍선 여러 개를 남한에 살포하기도 했다.


윤 전 대통령은 같은 해 6월 현충일 기념사에서 오물 풍선 도발을 겨냥해 “정부는 북한의 위협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하지만 합참 지휘부는 대응 작전과 관련해 신중한 기조를 유지했다.

‘노상원 수첩’의 경우 ‘NLL(북방한계선)에서 북한 공격 유도’ 등 이른바 ‘북풍’ 준비 정황이 담겨있어 실체 규명이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노 전 사령관이 정보사 비선 조직을 활용해 북한을 자극해 대남 도발을 유도했다는 시나리오가 가장 유력하다는 게 정보기관 간부들의 설명이다.

김봉규 정보사 대령의 “(노씨가) 북한 오물 풍선 얘기를 시작했다. 언론에 특별 보도가 날 거라고 했다”는 경찰 진술 등도 특검으로 송부됐다.

군 정보기관 연루 의혹도 오리무중
‘노상원 수첩’ 직접 증거 안 되나

노 전 사령관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 혐의 피의자로 입건된 건 해당 수첩과 거리가 멀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이 작성한 수첩에서 정치인 등 명단이 구체적으로 적힌 점을 근거로 그가 폭동 행위와 별개로 계엄 상황에서 일부 인사를 대상으로 한 살인을 사전에 계획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특검팀 관계자는 “노 전 사령관 수첩 내용을 기반으로 지난달에 조사가 이뤄지긴 했지만 ‘북풍 공작’에 관한 건 아니었다”고 말했다.

앞서 경찰이 압수한 노 전 사령관의 수첩에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대표 등 주요 정치인과 진보 성향 인사 명단과 함께 ‘수거팀 구성’ ‘수거 대상 처리 방안’ 등 내용이 구체적으로 담겼다. 수거 대상 처리 방안으로는 ‘GOP(일반전초) 선상에서 피격’ ‘바닷속’ ‘연평도 등 무인도’ ‘민통선 이북’ 등이 적혔다.

특검팀은 대법원의 1997년 5·17 판례를 바탕으로 노 전 사령관에게 이미 기소된 혐의와 별도로 살인예비음모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재판부는 ‘폭동’을 국헌 문란의 수단으로 하는 내란죄와 ‘살인’을 수단으로 하는 내란목적살인죄를 구분하면서 특정 대상을 미리 지목하고 살인을 저지르면 내란죄와 별도의 내란목적살인죄가 적용된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은 “특정인 또는 일정한 범위 내의 한정된 집단에 대한 살해 자체가 의도적으로 실행된 경우, 이런 살인 행위는 내란에 흡수될 수 없고 내란목적살인의 별죄를 구성한다”고 판시했다.

특검팀은 이 판례를 근거로 노 전 사령관이 체포 명단으로 추정되는 인물 명단을 작성하고 구체적인 살해 계획을 적어뒀다면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검팀은 앞서 개정특검법안에 따라 수사 대상이 자수·고발·증언할 경우 형을 감면해주는 ‘플리바게닝’을 노 전 사령관에게 제안했지만 노 전 사령관 측은 “이미 충분히 진술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고 한다.

특검팀은 노 전 사령관의 수첩 속 이름을 살해 대상 명단으로 볼 수 있는지 법리 검토를 거쳐 노 전 사령관의 추가 기소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지워지는
수첩 명단

박 특검보는 “노 전 사령관 수첩에 (관련 내용이) 기재됐다고 해서 바로 (내란목적살인) 예비음모라고 보긴 어렵다”며 “예비음모죄를 판단하려면 예비의 준비 행위라고 볼만한 행위가 있었는지, 구체적으로 살인 목적이 있었는지 등 법적 평가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추후 법적 판단은 (노상원 수첩을 비롯해) 여러 정황 등을 같이 검토해 이뤄질 것”이라고 부연했다.

<hounder@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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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2월 위기설’ 보수 합종연횡 시동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국민의힘 일각에서 “장동혁 체제를 무너트린 후 비상대책위원회를 가동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된다. 장동혁 대표는 ‘중도 확장’을 언급하면서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를 몰아낼 준비를 하고 있다. 친한계는 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도 친윤계와 일시적 휴전을 하고 있다. 장동혁·친윤·친한·개혁신당은 얽히고설킨 합종연횡을 시작했다. 국민의힘 윤한홍 의원·주호영 국회부의장이 각각 지난 5일과 9일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비판했다. 이후 국민의힘에선 장 대표가 물러난 후 비상대책위원회(이하 비대위)가 출범할 가능성도 언급된다. 장 다음은 신 비대위? 장성철 공감과 논쟁 정책센터 소장은 지난 9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언더 찐윤 그룹 내 대구·경북에 지역구를 둔 몇몇 의원이 장 대표에 대해 ‘이 사람으로 되겠느냐’는 얘기를 하는 것 같다”면서 “장 대표가 물러나면 누구에게 비대위원장을 시키면 좋겠느냐는 얘기까지 나온다”고 주장했다. 장 소장은 “그들이 국민의힘 신동욱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을 맡기려 한다”고도 했다. 그에 따르면,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이 신 최고위원에게 비대위원장직을 맡기려는 이유로 경북 상주·언론사 앵커 출신이란 점이 거론된다. 장 소장은 “급소에 침을 넣을 수 있는 핵심은 국민의힘 박성민 의원”이라고 강조했다. 박 의원이 핵심인 이유는 “언더 찐윤의 구심점이자, 장동혁 체제를 만든 5인방 중 1명”이란 것이다. 구 친윤(친 윤석열)계 일원으로 알려진 국민의힘 김대식 의원은 지난 12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에게 제시할 노선 변경 시한은 연말”이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비상계엄 관련 대국민 사과를 하지 않은 장 대표가 판단을 잘했다고 보긴 힘들다”며 “국민이 원하면 국민의 뜻을 따라야지, 국민을 이기려고 정치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도부가 연말까지 노선 변경에 대한 전향적 의견을 밝히지 않으면, 상당한 혼선이 올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여기서 ‘상당한 혼선’은 장 대표 체제 붕괴 가능성을 언급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하지만 장 대표는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과 함께 흔들림 없이 강경 보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국민의힘 김민수 최고위원을 당 국민소통위원장에 임명했다. 국민의힘 장예찬 전 청년 최고위원은 국민의힘의 싱크탱크 여의도연구원 부원장에 임명됐다. 김 최고위원은 그로부터 4일 전인 지난 11일 TV조선 유튜브 채널 ‘엄튜브’에 출연해 “지난해 12월3일 계엄군의 총구를 잡은 안귀령 대통령실 부대변인의 행동은 사실상 즉각 사살해도 되는 행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다시 같은 방송에 출연해 국민의힘 지지율이 낮게 집계되는 여론조사에 대한 강한 불만을 제기하는 방식으로 장 대표를 엄호했다. 김 최고위원은 국민의힘 지지율이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지지율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단 결과가 나온 유튜브 채널 ‘고성국 TV’ 등이 발표한 여론조사를 제시했다. 이어 “한국갤럽 여론조사 외엔 국민의힘 지지율이 오른단 여론조사 결과가 대부분”이라며 “장 대표의 투쟁에 모두 단결했으면 더 올라갔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공개 제시된 장동혁의 시간은 ‘연말’ ‘통일교 특검’ 매개로 손잡은 장·이 장 부원장은 윤석열 전 대통령의 청년 참모 1호로 알려졌던 친윤계 일원으로서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의 가족이 연루됐다”는 논란이 발생한 당원 게시판 의혹에 강하게 대응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총선에서 부산 수영구 공천을 받았다가 “과거에 부적절한 발언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한동훈 당시 비대위원장은 장 부원장 공천을 취소했고, 이후 장 부원장은 친한(친 한동훈)계와 대립하고 있다. 장 부원장은 같은 날 MBC 라디오 <권순표의 뉴스하이킥>에 출연해 “김 의원은 지도부를 흔들기 위한 게 아니라 건설적 대안을 제시하겠다는 취지로 말씀하신 것”이라며 “연말까지 고름 같은 당내 문제를 해결하면, 새해부터는 대여 투쟁·민생에 집중해서 중도·외연 확장을 할 길을 열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언급한 ‘고름 같은 당내 문제’는 당원 게시판 의혹을 말한다. 국민의힘 이호선 당무감사위원장은 지난 9일 당원 게시판 의혹 중간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 위원장은 “한 전 대표와 가족 명의로 게시된 글들의 실제 작성자를 확인하고 있다”며 “한 전 대표 가족과 같은 이름을 사용하는 3명은 서울 강남병 소속이고, 휴대전화 끝자리가 같다”고 강조했다. 이어 “그중 1명은 재외국민 당원으로 확인됐고, 거의 같은 시기에 탈당했다”면서 한 전 대표 가족 실명도 공개했다. 지난 16일엔 친한계 일원으로서 활발한 방송 활동을 하는 국민의힘 김종혁 전 최고위원에 대해 “당원권 정지 2년 중징계를 내려달라”고 윤리위원회에 요청했다. 당무감사위는 지난달 26일부터 김 전 최고위원을 조사했다. 윤리위가 당무감사위의 의견대로 징계를 확정하면, 김 전 최고위원은 내년 지방선거에 출마할 수 없다. 정당 활동이 멈춰 총선 공천에서도 큰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 김 전 최고위원은 같은 날 “터무니없는 결정”이라며 “윤리위가 당원권 정지를 결정하면 가처분을 신청할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위원장이 밝힌 김 전 최고위원 징계 사유는 “우리 당 운영을 파시스트적이라고 표현하면서, 북한 노동당에 비유했다”는 것이었다. 이어 “당원을 망상에 빠진 정신질환자에 비유하는 등 모욕적 표현을 했고, 사이비 교주의 영향을 받아 입당했다는 특정 종교 비난·종교 차별 발언을 했다”는 점도 덧붙였다. “영혼을 팔았다”는 등 장 대표를 비판한 것도 징계 사유로 제시됐다. 고름 같은 당내 문제 한편 장 대표는 통일교 특검법을 매개로 개혁신당에 연대를 제안했다. 장 대표는 지난 15일 최고위원회의 중 “통일교 특검법 통과를 위해 개혁신당과 뜻을 모으겠다”고 말했다. 그 이유로는 “지금껏 찾아볼 수 없었던 무자비·포악한 이재명 정권을 막기 위해선 모두 함께 힘을 모아 맞서 싸워야 한다”는 것을 제시했다.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는 곧바로 “16일부터 특검법 논의에 착수하겠다”고 화답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와 개혁신당 천하람 원내대표는 지난 17일 만나 큰 틀에서 ‘통일교 특검 추진’에 합의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26일 YTN 라디오 <김영수의 더 인터뷰>에 출연해 “장 대표는 미래통합당 황교안 전 대표와 다르지 않은 선택을 하는 것 같다”며 “같은 선택을 하면서 다른 결과를 바라는 것은 멍청한 행동”이라는 등 장 대표의 강경 보수 노선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어 “장 대표가 용꿈을 꾼다”는 평소 지론을 다시 강조하면서 “국민의힘 대표를 하면, 대권주자로서 약 20% 정도의 지지를 얻으니, 다른 주자가 사라지면 내가 유일한 대권후보란 착각에 빠진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유착 의혹이 제기된 후 두 사람은 제한적으로라도 연대할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최근 언론 보도에 따르면, 통일교 관계자들은 민주당 일부 정치인들에게도 후원금을 제공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은 “교단의 지시를 어긴 관계자 개인의 일탈이었다”면서 기소하지 않았다. 보수 야권으로선 특검의 공정성 문제를 대대적으로 제기할 수 있는 소재로 작용하고 있다. 특히 의원 상당수가 특검의 수사 대상이었던 국민의힘으로선 “되돌려줄 기회가 온 것 아니냐”고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은 “지난 2018년부터 3년 동안 현금·명품 시계 등을 받았다”는 의혹이 불거져 수사 대상이 된 후 장관직에서 물러났다. 아울러 장 대표가 친한계 정리 작업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친한계와 개혁신당도 사이가 매우 좋지 않단 사실도 주목받고 있다. 친한계와 개혁신당은 쿠팡 새벽 배송 논란 관련 토론회 개최를 놓고 크게 갈등했다. 국민의힘 김은혜·우재준 의원은 지난 15일 ‘새벽 배송 금지, 누구의 새벽을 위한 선택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개혁신당은 사흘 뒤인 지난 18일, 김성열 수석 최고위원이 주관하는 ‘새벽 배송 금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라는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윤·친한 여전한 갈등 김 최고위원은 지난 12일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김·우 의원이 토론회 개최를 예고했다가 취소해서, 개혁신당이 마음 다친 관계자들을 모시고 토론회를 기획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개혁신당 주최 토론회가 개최될 것이란 사실을 뻔히 알면서 다시 토론회를 개최하는데, 눈치 보다가 남의 것을 빼앗아서 하는 토론회에 무슨 진정성이 있겠느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토론회에도 ‘원조’ 표기를 하고, 상표권도 등록해야겠다”고 덧붙였다. 우 의원은 곧바로 반박했다. 그는 같은 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글을 통해 “새벽 배송 논쟁은 국민의힘이 먼저 제기했고, 우리 토론회는 원래부터 15일 개최가 예정돼있었다”고 반박했다. 그러면서 “토론회 개최 직전 발생한 쿠팡 개인정보 유출 사태로 사회적 관심이 분산될 가능성을 우려해 일정 연기도 검토한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여론 흐름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 원래 계획대로 진행하는 게 적절하다고 판단됐다”고 설명했다. 우 의원이 15일 개최를 중요시 여긴 이유 중 하나는 지난 16일 진행된 국회 기후에너지환경노동위원회 전체 회의라고 한다. 구도를 정리하면, 장 대표는 당내 친윤계·친한계와 갈등하면서 개혁신당과 제한적 연대를 추진해 중도 확장·대여 공세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번에 잡으려고 한다. 개혁신당은 장 대표와의 제한적 연대를 통해 오랜 갈등 관계인 친한계와의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친한계는 장 대표·개혁신당과 갈등하면서 마찬가지로 오랜 갈등 관계인 친윤계와 중도 확장·지방선거 승리라는 대의 앞에서 일시적으로 휴전한 것 같은 구도를 만들었다. 이를 단순하게 볼 수만은 없다. 장 대표는 지난 17일 경기 고양에서 연탄 배달 봉사활동 이후 기자들을 만나 “국민의힘이 새롭게 태어나기 위해선 방향·보수 가치 재정립 과정이 필요하다”며 “그에 수반돼 많은 의원이 말씀하시는 당명 개정도 필요하다면 함께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당명 개정’은 당내 다수를 차지하는 친윤계와의 갈등을 진화하기 위한 승부수가 될 수 있다. 다만 선거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을지는 쉽게 장담하기 어렵다. 김민수·장예찬 내세워 한동훈 축출 작전? 개혁신당과 쿠팡 갈등…친윤과 일시 휴전? 개혁신당은 국민의힘 내 이준석계와 구 친윤계의 갈등 끝에 이준석계가 국민의힘을 이탈한 후 창당됐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 출마한 후 각계에서 언급했던 국민의힘 대선후보와의 단일화를 끝까지 뿌리친 후 완주했다. 이는 구 친윤계와의 화학적 결합은 창당 배경·당 정체성이란 측면에서 사실상 불가능했기 때문에 진행된 흐름이었다. 하지만 민주당의 통일교 게이트 연루 가능성이 제기되자, 천 원내대표가 특검 추진 합의를 위해 구 친윤계의 일원이었던 송 원내대표와 손을 맞잡는 그림을 연출했다. 제한적 빅텐트가 구성된 것으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이 구도가 ‘화학적 결합’으로 해석된다면, 지난해 2월 이낙연 전 총리와 함께 빅텐트를 치려다가 당원의 강한 항의를 들은 후 무산됐던 것과 같은 사태가 재현될 수도 있다. 이 때문인지 이 대표는 지난 17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장 대표는 황 전 대표처럼 굉장히 대통령이 되고 싶어하는 것 같다”며 “장 대표가 주장한 ‘우리가 황교안’이란 구호대로라면, 황 전 대표의 좋은 점·나쁜 점·정치적 진로 및 결과까지 다 답습할 것”이라는 등 선을 그었다. 이 전 대표가 지난 2022년 당원권 정지 6개월을 받은 후 탈당해 개혁신당을 창당하기까지의 과정은 개혁신당 구성원·지지자들에게 분명하게 각인돼있다. 이들은 국민의힘을 틈을 비집고 들어간 후 언젠가 극복해야 할 대상으로 여긴다. 친한계는 김 전 최고위원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위기에 처했다. 당원 게시판 의혹에 대한 조사·징계가 막힘없이 흐르는 현 상황대로라면, 한 전 대표에 대한 징계가 현실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한 전 대표가 국민의힘 후보로서 선거에 출마하는 방법이 막힐 위험이 있다. 이렇게 되면 친한계는 생존 자체를 걱정해야 한다. 개혁신당과의 갈등은 이로부터 비롯된다. 유권자를 상대로 “한 전 대표와 이 전 대표 중 누가 보수의 젊은 적자냐”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어야 한다. 이 전 대표를 제치고 ‘보수의 젊은 적자’라는 명분을 얻어야 장 대표·구 친윤계와의 당내 다툼에서 명분을 얻을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의힘에 비상이 걸릴 수도 있는 여론조사 수치가 발표됐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뷰는 지난 12일부터 이틀 동안 만 18세 이상 서울시민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서울시장 선거 양자구도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만약 최근 주목받는 정원오 성동구청장이 오세훈 서울시장과 양자구도를 이루면, 45.2%의 지지를 얻어 38.1%의 지지를 얻은 오 시장을 이길 수도 있단 결과가 확인됐다. 비상 걸린 지방선거 이는 민주당이 여의도 정치와 거리를 두고 행정 경험이 풍부한 새로운 후보를 내세우면 서울시장 선거에서 이길 가능성을 암시한다. 이는 ▲장 대표 ▲구 친윤계 ▲친한계 ▲개혁신당 등 보수 4자 합종연횡 구도가 더욱 복잡하게 얽히고설킬 가능성도 함께 내포한다. 장 대표에게 사실상 주어진 시한은 연말이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형사재판 제1심 선고가 진행될 예정인 내년 2월까지 윤 전 대통령과 절연하는 등 매듭 짓지 않으면, 지도부가 무너질 수도 있다”는 ‘2월 위기설’이 현실화될지도 모른다. 장 대표와 국민의힘은 과연 어떤 연말·연초를 맞이할까? <ctzx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