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한류 열풍을 타고 외국인 관광객들 사이에서 한국의 다채로운 음식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K-푸드 메카’로 자리 잡은 서울 광장시장이 또다시 바가지 요금과 불친절 논란의 중심에 섰다.
지난 2023년 모둠전 논란 이후 서울시와 상인회가 서비스 개선에 나섰지만, 2년이 흐른 현재까지도 고질적인 문제가 해결되지 않아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지적이 나온다.
이번 논란은 149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명 유튜버 ‘이상한 과자가게’가 지난 4일 광장시장 방문 후기를 담은 쇼츠 영상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해당 쇼츠는 하루 만에 조회수 200만회를 넘기며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이 유튜버는 광장시장에서 겪은 불쾌한 경험들을 영상을 통해 상세히 공개했다. 그는 시장 내 노점 5곳을 방문했는데 “4곳이 불친절했다”며 특히 가격을 멋대로 올려 받는 상인의 행태를 지적했다.
그는 “칼국수를 먹으러 갔는데 바로 다음 손님 칼국수에 누가 봐도 오해할 수밖에 없게 생긴 김가루랑 고명이 덕지덕지 붙은 면을 삶을 때 섞었다”고 설명했다. 손님이 먹다 남은 음식을 ‘재탕’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더 황당한 일은 한 분식 노점에서 벌어졌다. 그는 순대를 먹으러 간 곳에서 상인과 가격 문제로 언쟁을 벌였다고 토로했다. 메뉴판에는 큰 순대가 8000원으로 표시돼 있었지만, 상인이 1만원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이에 “여기 8000원이라고 쓰여 있는데 왜 1만원이냐”고 항의하자, 상인은 “고기를 섞었다”고 답했다. 유튜버는 고기를 추가해달라고 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는 “끝까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소리가 커지니까 주변의 시선이 느껴져 그쯤에서 멈췄다”고 털어놨다.
이외에도 카드 결제기가 있음에도 무조건 현금 계산을 요구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유튜버는 “상인들이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언성을 높이며 버럭 화를 내는 모습도 여러 번 목격했다”며 “BTS, 케이팝데몬헌터스로 한껏 기대에 부풀어 한국에 왔을 텐데 참 안타깝다. 시장을 활성화해야 한다고 하는데 막상 이러면 누가 가겠나”라고 꼬집었다.
해당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광장시장은 여전히 개선 의지가 없다” “서울을 대표하는 시장인데 외국인들에게 소개하기 망신스럽다” “현재 상인들 싹다 갈아엎고 입찰해서 정직하게 판매하는 상인만 입점시켜야 한다” “역지사지로 우리가 외국 가서 이런꼴 당했으면 얼마나 욕했겠냐” 등 학을 뗀 반응을 보였다.
광장시장의 바가지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이는 일회성 문제가 아닌 ‘고질적인 병폐’로 인식될 만큼 매년 반복되고 있다.
지난 2023년 11월에도 유사한 사건이 발생해 큰 파장을 일으켰다. 당시 한 유명 여행 유튜버가 외국인 지인과 함께 전 판매점에서 1만5000원짜리 모둠전을 주문했으나, 한두 입 크기의 전 9~10개만 제공받아 ‘양이 터무니없이 적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또 지난해에는 5000원짜리 고기만두를 주문한 손님에게 상인이 “섞으라(믹스)”라고 권유하며 김치만두와 섞인 만두 한 접시를 1만원에 판매하는 등, 손님의 의사와 무관하게 가격을 인상시키는 ‘강제 섞음 판매’ 수법이 문제 된 바 있다.
당시 서울시와 종로구는 시장 상인회와 함께 정량 표시제 도입과 암행 점검반인 미스터리 쇼퍼 운영, 서비스 향상 결의대회 등 재발 방지 대책을 내놨다. 문제의 가게는 10일 영업 정지 처분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 같은 대책이 도입된 지 2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바가지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서울 소재 한 상인회 관계자는 “시장은 오랜 관행과 영세한 구조가 얽혀 있어 바뀌는 데 시간이 필요하다”며 “특히 연령대가 높은 상인들이 많고 외국인과의 소통 문제도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특히 관광객 위주의 일회성 손님이 많은 구조 속에서 일부 상인들은 친절보다는 당장의 매출에 집중하려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에 시장 전체의 문화를 바꾸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jungwon933@ilyosisa.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