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 수 없는’ 박찬욱 적중한 승부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11.03 11:50:38
  • 호수 1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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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점을 영업 전략으로”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박찬욱 감독은 신작 <어쩔수가없다>에서도 상징·미장센 활용에 대한 극찬을 듣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핍진성이 부족해 관객의 호불호가 엇갈린다. 과연 박 감독의 영화 철학은 지금과 같은 OTT 시대서도 이어질 수 있을까?

박찬욱 감독의 신작 <어쩔수가없다>는 지난달 29일 기준 관객 289만명을 동원하면서 극장 개봉을 마무리 짓고 있다. <어쩔수가 없다>는 마치 찰리 채플린의 영화 <모던 타임즈>의 100년 후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 영화는 <헤어질 결심>에 이어 상징·미장센의 활용이 정점에 달했단 평을 듣고 있다.

초현실주의

박 감독의 작품 성향에 대해선 평소 “초현실주의·표현주의 성향이 짙다”는 평이 따라다닌다. 이런 평을 듣는 박 감독 고유의 특징은 ▲문어체 대사 ▲극단적 설정 ▲다수의 상징·미장센 사용 ▲현실에서 벗어난 연출 등이 거론된다.

박 감독은 20세기 벨기에의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의 영향을 많이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어쩔수가없다>는 지난 2016년 개봉한 <아가씨>에 이어 마그리트의 영향을 많이 제시하는 작품으로 꼽힌다.

<어쩔수가없다>에선 마그리트의 ‘빛의 제국’ 연작 오마주가 자리 잡고 있다. <아가씨>에선 마그리트의 1937년 작 ‘금지된 재현’의 오마주가 제시된다. <어쩔수가없다>는 서사 전반이 마그리트 특유의 비틀기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는 평이 많다.


박 감독과 마그리트의 작품 전반을 관통하는 핵심은 ‘낯설게 하기’라고 볼 수 있다. 낯설게 하기는 20세기 러시아서 창안된 시 창작 이론이다. 낯설게 하기의 핵심은 사물의 통상적인 이미지를 낯설게 표현하면서 시적 미학을 완성하는 것이다.

고정관념과 사물의 배치를 낯설게 만들면서 현실에서 벗어난 다른 방향의 사유를 제시한다는 취지로 볼 수 있다. 그래서 마그리트의 작품은 다른 거장들에게도 많은 영감을 준 것으로 알려졌다.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은 <천공의 성 라퓨타>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을 디자인할 때 마그리트의 1959년작 ‘피레네의 성’으로부터 영감을 얻었다.

박 감독은 색채 대비를 능숙하게 사용하면서 의미를 부여한다. 박 감독의 색채 대비가 정점에 달했던 작품은 <헤어질 결심>이다. 박 감독은 <헤어질 결심>에서 주인공들을 각각 바닷가에 세워놓은 후 여주인공 서래에겐 블루톤 색감을 부여하고, 남주인공 해준에겐 오렌지톤 색감을 부여한다.

정점 다다른 색채 대비로 의미 부여
낯설게 하기 넘어 ‘특유의 비틀기’

하지만 카메라의 상하 이동은 정반대로 움직인다. 이들의 캐릭터 특징을 설명하면서 결말까지 암시하는 핵심 장면으로 통한다.

박 감독이 현실을 낯설게 표현해 비유적·극단적 연출을 하면서 생기는 약점은 핍진성이다. 박 감독의 영화를 두고 관객의 호불호가 갈리는 것은 작품 개봉 때마다 따라오는 반응이다. 이는 초현실주의 성향 연출로 인해 작품에 몰입하기 어려워하는 관객이 많은 것으로부터 비롯된다.


극장에선 2시간 동안 움직이지 못하는 상태로 작품을 봐야 한다. 이 때문에 핍진성이 중요하지만, 박 감독은 핍진성보다 고유의 초현실주의를 더 비중 있게 다룬다.

박 감독이 알프레드 히치콕·구로사와 아키라·페데리코 펠리니·김기영 등 거장들을 선호하는 것을 고려할 때, 이는 약점이 될 수도 있다. 이들도 초현실주의 성향을 일정 부분 받아들여 서사·미장센 구성이 독특해진 것으로 유명하다.

하지만 이들은 서사의 밀도가 꽉 찬 작품들을 연출하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특히 히치콕·김 감독은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 전문이었다. 서사가 부실한 서스펜스 스릴러 영화는 성공하지 못한다.

<헤어질 결심>과 <어쩔수가없다>에 이르러, 박 감독은 서사 이해에 큰 영향을 주는 중요한 상징조차 찰나의 순간만 보여주며 휙휙 스쳐 보내는 연출을 즐겨 사용했다. 이는 박 감독의 열성 팬이 아닌 일반 관객으로선 서사가 뚝뚝 끊겨 이해하기 어렵단 문제로 느껴진다.

이 때문에 호불호 논란은 더욱 거세진다. <공동경비구역 JSA>나 BBC 6부작 드라마 <리틀 드러머 걸>은 밀도 있는 서사로 호평 받았다. 이를 고려할 때, 박 감독의 최근 연출은 의도적이라고 해석할 소지가 강하다.

의미심장한 것은 박 감독이 왕자웨이 감독의 영화에 비판적이란 사실이다. 왕 감독은 서사의 밀도·성숙도는 크게 신경 쓰지 않고 뮤직비디오 방식의 스텝 프린팅 기법을 즐겨 사용했다. 그러다가 <화양연화>에선 종전 작품과 다르게 느리고 정적인 화면 구성을 통해 불륜을 다룬다. 왕 감독도 박 감독처럼 열성 팬을 거느리고 있다.

극장 관람과 거리 먼 부실한 핍진성
OTT 시대에도 계속 통할지 의문 남아

박 감독은 지난 1999년 영화 월간지 <키노>와의 인터뷰에서 왕 감독의 1994년 작 <중경삼림>을 과대평가된 영화 5위로 꼽았다. 그는 “고독한 게 뭐가 자랑이라고, 고독하다고 우기면서 알아달라고 떼쓰는 태도가 싫다”며 “수건이나 비누를 붙들고 말 거는 장면은 기가 막힐 따름”이라고 평가했다.

이 관람평은 박 감독이 <헤어질 결심>을 공개한 이후 특히 더 많이 거론되고 있다. <헤어질 결심>과 <화양연화>는 소재와 일부 구성이 비슷하기 때문이다. <화양연화>의 일부 장면을 오마주한 것으로 보이는 흔적도 있다.

그런데 부실한 핍진성은 역설적으로 박 감독에겐 상업적 성공을 안겨주고 있다. 박 감독의 영화는 대중성과 다소 거리가 있다. ‘박찬욱’이란 이름값이 없었다면, 흥행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

하지만 박 감독은 <올드보이>로 칸 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을 받은 이후 열성 팬 집단을 형성했다. 이들은 박 감독의 영화를 이해하지 못하는 다른 관객들에게 비판적이다. 이들은 극장에서 박 감독의 영화를 N차 관람하면서 사소한 미장센이라도 완전히 이해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는 박 감독의 상업적 성공으로 연결된다.

공교롭게도 이는 칸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서 박 감독에게 상을 줬던 미국의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영업 전략과 비슷한 측면이 있어 의미심장하다. 박 감독과 타란티노 감독 모두 지적 만족을 원하는 열성 팬 집단이 형성돼있다는 공통점이 있다.


엄청난 영화광인 타란티노 감독은 다른 작품의 오마주를 수없이 활용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타란티노 감독의 오마주들을 분석하는 글들은 매우 흔하고, 열성 팬은 N차 관람을 통해 오마주를 탐색한다.

저무는 스크린

하지만 박 감독의 영업 전략이 언제까지 유지될진 알 수 없다. 극장의 시대가 저물고 있고, OTT 시대는 성큼 더 가까이 다가왔기 때문이다. OTT에선 월정액을 지불한 후 추가 비용 지출 없이 원하는 영화를 반복해서 볼 수 있다. 코로나19와 극장 관람 비용 인상 이후 OTT는 더 가까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따라서 후세의 영화감독은 박 감독의 방법을 인용하기 어려울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는 마지막 극장 키드의 일대기를 생생히 지켜보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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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