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딸 결혼 축의금 논란 최민희

  • 서진 기자 jen9@ilyosisa.co.kr
  • 등록 2025.11.03 11:35:36
  • 호수 15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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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0만원, 100만원…돌려주면 끝?

[일요시사 취재1팀] 서진 기자 =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시끌했다. 그 기로에 최민희 과방위원장이 있다. 최 과방위원장은 국정감사 기간에 자녀의 혼사를 치르고, 회의 도중 MBC 보도본부장을 퇴장 조치해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의힘은 최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며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당내에서도 사퇴엔 거리를 두고 있지만, 그렇다고 두둔하는 모습도 보이지 않는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도 잇달아 터지는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이하 과방위원장)의 언행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주일 넘도록 '결혼식 축의금‘ 사태를 지켜보던 민주당 지도부는 지난달 29일 “국정감사 이후 여러 의견을 들어볼 것”이라며 말을 아꼈다. 야권은 이에 질세라 즉각 사퇴 공세를 밀어붙이고 있다.

슬그머니
비공개로

그야말로 수난 시대다. 지난달 20일, 국회 과방위에서 방송통신미디어심의위원회(이하 방통위) 국정감사가 진행됐다. 화두는 따로 있었다.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최 위원장의 딸 결혼식에 놓인 수많은 화환 사진을 공개하며 “매우 부적절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상 정치인의 결혼식은 지인만 초대하거나, 화환이나 축의금은 사양한다는 문구를 넣는 게 국민에 대한 예의 아닌가”라고 강조했다.

최 위원장의 딸은 지난달 18일 국회 사랑재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그러나 식이 올해 국감 기간에 치러진 점이 알려져 구설에 올랐다.


다수의 피감기관을 두고 있는 국회 과방위원장이 국감 기간에 자녀의 혼사를 치른 것은 부적절했다는 지적이 일었다. 피감기관 관계자들이 그의 사회적 지위를 생각해서 과도한 축의금을 낼 수도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각종 국회의 인사와 과방위 피감기관, 대기업과 언론사 등이 결혼식에 총출동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진 속 화환만 100여개 이상으로 추정된다. 모바일 청첩장에는 축의금 송금을 위한 계좌번호와 함께 신용카드 결제 기능도 있었다. 그러나 비난 여론이 일자 곧바로 삭제됐다.

국민의힘 주진우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국감 기간 내 결혼식은 '수금 세리머니'인 셈”이라고 주장했다.

일부 여론에서는 다양한 반응이 오갔다. 통상적인 경조사 문화에서 현금 전달이나 계좌이체가 아닌 신용카드 결제 방식은 보기 드문 점, 대중에게는 수금 의도로 비칠 수 있는 걸 간과한 점 등이 주로 비판 대상으로 이어졌다. 청렴함이 요구되는 공직자 윤리의 기준에서 벗어난 게 아니냐는 비난까지 나왔다.

이름, 기관, 액수 등 메시지 장면 포착
“부적절해 반환 보좌진에 지시” 해명

최 위원장이 지난달 2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축의금을 낸 인사의 이름, 소속 기관, 액수 등을 정리해 보좌진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는 장면이 포착됐다. ‘900만원은 입금 완료, 30만원은 김 실장께 전달함’이 그 내용이었다.

최 위원장은 부적절한 축의금을 반환하라고 보좌진에게 지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국감에서 딸의 개인 SNS도 공개됐다. 지난해 9월에 올라왔던 웨딩 촬영 사진이 발견되자, 지난달 열렸던 딸의 결혼식과 1년이 넘는 공백을 두고 이해에 혼란을 빚었다. 웨딩드레스를 입은 사진뿐 아니라 개인 정보 입력란에도 ‘2024년 8월14일부터 결혼’으로 적혀있었다. 논란이 커지자 해당 계정은 조용히 비공개로 바뀌었다.

국민의힘을 비롯한 야권은 최 위원장이 국감 기간에 맞춰 결혼식을 치른 것을 두고 ‘권력형 결혼 비리’라며 ‘결혼식을 일부러 미뤘다’는 등 강도 높은 비판과 함께 사퇴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최 위원장은 “2024년 국회 사랑재 예약에 실패해 올해 5월 새로 경쟁에 참여했으며, 10월18일 결혼식 날짜를 배정받았다”고 설명했다. 즉, 결혼식 날짜는 딸이 직접 정한 것이며, 위원장 임기 시작일과는 무관하다는 것이다.

그는 “양자역학을 비롯한 난해한 주제들을 공부하느라 딸 결혼식 준비에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며 “평소라면 화환 수령을 제한하는 등 꼼꼼히 챙겼을 것”이라고 해명했다. 딸이 결혼식 진행을 주도해 결국 본인은 문제 될 게 없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그러나 딸 결혼식을 위한 국회 사랑재 예약이 최 위원장 명의로 이뤄진 점, 과방위 피감기관과 기업들이 화환과 축의금을 보낸 사실에 잇따르는 비난은 막을 수 없었다.

국감 노린
세리머니?

국민의힘 박정훈 의원은 “혼주 본인의 잘못을 딸에게 전가한 후안무치한 변명”이라고 꼬집었다.

지난달 29일 국민의힘 미디어특별위원회(이하 미디어특위)는 최 위원장 딸의 결혼 논란을 ‘뇌물죄 및 권력남용’으로 규정하며 민주당 을지로위원회에 ‘갑질 의혹’ 신고서를 제출했다.

이렇게 주요 공직 인물이 가정의 대소사에 공적 지위를 이용했다는 의혹에 목소리가 커지면서, 정치권은 물론 국민 여론도 크게 들끓고 있다.

결국 위원장 측 보좌진은 아래와 같이 공식 SNS을 통한 입장 정리에 돌입했다.

▲첫째, “기업이나 피감기관에 청첩장을 전달한 적이 없다. ‘최민희가 대기업을 상대로 수금한다’는 말은 명백한 사실 왜곡이며 사실무근이다. 딸은 20살 때부터 10년 가까이 홀로 생활하며 결혼식 날짜와 장소 역시 어머니의 관여 없이 스스로 선택했다. 결혼한다는 사실만 인지할 정도로 바쁜 국회 일정과 의정활동을 소화하는 덕에 정확한 날짜는 한 유튜버의 방송을 통해 명백히 인지하게 됐다.”

▲둘째, “결혼식 날짜를 일부러 국정감사 기간에 맞춘 것이 아니다. 2024년 9월7일에 2025년도 사랑재 예약이 처음 열렸을 때 딸은 선착순 경쟁에서 탈락했다. 그러나 이후 기존 예약자가 2025년 5월18일 예약을 취소했고, 7일 뒤인 5월25일 총 26명이 참여한 선착순 경쟁에서 1위로 선정돼 10월18일을 배정받은 것이다.”


▲셋째, “허위 정보 유포에 단호히 응대하겠다. 표현의 자유는 존중돼야 하지만 공인이 아닌 가족을 향한 허위나 비방에는 무관용으로 대응하겠다. 젊은 부부의 결혼식은 정치의 소재가 아닌 축복받아야 할 지극히 사적인 일이다.”

위원장직
사퇴 촉구

한편 민주당 내 일부 인사들은 위원장을 옹호하기도 했다. 지난달 28일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죄 없는 자가 먼저 돌로 치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피감기관으로부터 받은 축의금은 이미 반환한 사실이 있다”며 두둔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한번 받은 축의금을 돌려주면 괜찮느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청탁금지법(김영란법)에 따르면, 공직자가 직무 관련 여부를 불문하고 1회에 100만원, 동일한 사람에게 연간 300만원을 초과해 금품을 받으면 형사처벌을 받는다.

그러나 직무 관련이 있으면 100만원 이하여도 과태료 혹은 징계의 대상이 된다.

현직 과방위원장이 갑을 관계에 있는 기업들로부터 고가의 축의금을 받은 것은 위법 소지가 크다. 뇌물죄상 뇌물은 나중에 돌려주더라도 수뢰죄가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뢰죄는 공무원 또는 중재인이 직무와 관련해 뇌물을 수수·요구·약속함으로써 성립한다.


국민의힘 김재섭 의원은 “최민희가 받은 축의금은 ‘슈뢰딩거의 축의금’이라 축의금 상자를 낱낱이 까봐야 그게 뇌물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깔끔하게 수사받자”고 주장했다.

현재 국민의힘은 축의금 수수 의혹과 관련한 뇌물죄 고발장을 대부분 작성해 제출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29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난 박 대변인은 “과방위 국감 도중에 피감기관 대표를 퇴장시킨 것에 대해 민주당 정청래 당대표가 위원장과 직접 통화했다”고 밝혔다. 이어 “경위 파악을 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당 대표가 직접 나서 경위 파악을 위해 전화한 것 자체가 당 지도부의 염려를 표하는 메시지였다”고 말했다.

정 대표가 전화로 물은 사안은 지난달 20일 위원장이 MBC의 비공개 업무보고 중 하루 전인 19일에 방송된 MBC의 과방위 국감 관련 보도가 편파적이라며 지적한 것이있다.

이에 MBC 보도본부장이 ‘개별 보도 사안에 관한 질의는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대답하자 위원장은 ‘왜 내 질문에 대해 평가하느냐’며 ‘이건 그냥 넘어가지 않겠다’는 요지로 질책한 뒤 그에게 퇴장을 요구했다.

이해충돌 논란에 갑질 의혹
김영란법·뇌물죄 수사하나

해당 보도는 '고성·막말에 파행만? ‘막장’ 치닫는 국감'이라는 제목으로 보도됐다. 내용은 최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와 과방위에서 벌어진 크고 작은 언쟁과 위원장이 기자들을 퇴장시킨 내용이 골자였다.

최 위원장은 해당 보도가 공정치 못하다고 생각했고, 위원장으로서 원활한 회의 진행을 위해 MBC 보도본부장에게 퇴장을 명령할 수밖에 없었다고 해명했다.

이를 두고 MBC 기자회는 “명백한 부적절함을 넘어 언론 자유에 대한 위협”이라고, MBC 언론노조는 ‘권한남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최 위원장도 개인 SNS에 “MBC의 ‘친 국민의힘’ 편파보도가 언론 자유인가” “국민의힘 행태에 한마디 지적도 못하면서”라며 받아쳤다.

한국기자협회는 “권한을 남용해 언론 자유를 위협했다”며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존중조차 찾아볼 수 없는 태도를 지적하면서 최 위원장의 공식 사과를 요구했다.

지난달 23일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한 민주당 박지원 의원은 최 위원장이 잘못 대처했다는 데에 무게를 실었다. 박 의원은 “퇴장시킨 것은 과유불급”이라고 평가했다.

방송문화진흥회 권태선 이사장도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그런 일이 없었으면 좋았겠다”고 밝혔다.

최 위원장이 개인 SNS에 “방송사 간부는 지적당하면 안 되느냐” “MBC 보도본부장은 여전히 특권이며 성역인가” 라며 “앞으로도 필요하다면 국회에서든 어디서든 계속 지적할 것”이라는 등 퇴장 명령의 정당성을 재차 강조했다.

이후 한차례 더 글을 올렸다. 그는 이 사태를 두고 “면역세포가 적과 나를 구별하듯 사회도 허위 조작 정보를 구별해야 한다”며 “기존의 무차별적인 비판 방식은 오히려 사회를 해칠 수 있다”고 극암 치료 세포를 예로 들었다.그러면서 “시민들이 판단력을 잃지 않고 깨어 있는 조절 T세포처럼 사회의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해야 한다. ‘노무현 정신’을 되새기고 시민의 힘으로 언론을 정상화하고 사회적 건강을 지켜나가자”고 언급했다.

다시 터진
여 리스크

그러자 노무현 전 대통령의 사위인 민주당 곽상언 의원은 개인 SNS에 “여러 사람이 언론 보도를 보내온다. 노무현 정치는 자신의 이익이 아니라 공동체의 이익을 우선한다”고 반박했다. 곽 의원은 “공동체의 이익이 아닌 자신의 이익을 위해 선택하는 것, 자신의 이익을 위해 타인의 이익과 공동체의 가치를 해하는 것은 노무현 정신이 아니다”고 지적했다.

그는 “적어도 엿장수 마음이 노무현 정신은 아닐 것”이라며 위원장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jen9@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최민희의 굴곡진 인생

최민희 의원은 1960년 12월3일 서울특별시 동작구에서 태어났다.

혜화여자고등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 인문과학대학 사학과를 졸업하고 1985년 민주언론운동협의회(이하 민언협)가 창간한 월간 <말>에 1호 입사한 기자 출신이다.

같은 해 민언협 간사를 맡고 중앙위원과 사무국장을 지냈다.

민언협이 이름을 바꾼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에서 기획관리국장, 사무총장을 역임했고,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이 이름을 바꾼 민주언론시민연합(이하 민언련)에서 상임대표 자리에 올랐다.

최 의원은 언론 개혁에도 주도적인 모습을 보였다.

그는 언론개혁국민행동 공동집행위원장으로 활동했고, 노무현정부 때 여당 몫 방송위원회 위원에 선임돼 2006년 7월14일부터 2008년 2월29일 방송위원회가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와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 개편돼 사라질 때까지 부위원장을 역임했다.

19대 총선에서 비례대표 19번을 받아 국회의원에 당선된 이후 더불어 민주당(이하 민주당) 원내부대표를 역임했다.

2016년 테러방지법 반대 필리버스터에 참여해 2월25일 오후 3시41분부터 9시2분까지 5시간21분 동안 발언했다. 당

시 준비한 자료가 A4용지 박스에 하나 가득 찰 정도로 많은 분량이었는데, 발언을 마치고 퇴장할 때는 할머니들이 쓰는 장보기용 손수레에 실어서 끌고 나갈 정도였다.

제20대 국회의원 선거에서는 남양주시 병에 출마해 새누리당(국민의힘 전신) 주광덕 의원에게 패해 2위로 낙선했다.

20대 총선 과정에서 허위 사실 등 인한 선거법 위반으로 2018년에 벌금 150만원이 선고된 원심이 확정돼 2023년까지 5년간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박탈된 상태였으나, 2021년 12월24일 크리스마스 대사면으로 복권됐다.

복권된 이후 8회 남양주시장 선거에 출마했으나 주 전 의원에게 패했다.

두 번의 여론조사에서는 그보다도 더 큰 격차로 지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2022년 9월23일, 민주당 국민소통위원장으로 임명된 이후엔 차기 방통위 야당 추천 상임위원으로 내정됐다.

하지만 임기가 만료된 안형환 전 방통위 부위원장은 당시 제1야당이었던 미래통합당(국민의힘 전신)의 추천 인사였기에 미래통합당의 후신인 현 여당 국민의힘 측에서 안 전 부위원장의 후임을 자신들이 추천하겠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이는 무시됐다.

2023년 3월 30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당 의원들이 퇴장한 상태에서 최 후보자에 대한 선임안이 가결됐다.

선임안 가결 후 최 의원은 개인 SNS를 통해 “지난 3월22일 민주당 최고위에서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으로 추천됐다. 방통위 상황이 녹록지 않아 어깨가 무거웠다.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열심히 하겠다”는 짤막한 글을 남겼다.

하지만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방통위 상임위원으로 임명하지 않는 방안을 검토한 데다 MBC 노조위원장과 사장을 지낸 최승호 PD 등도 최 의원 임명을 비판하는 등 난관에 봉착했었다.

결국 2023년 11월6일 방통위 상임위원 후보자에서 사퇴했다.

이후 2023년 12월27일, 22대 총선 남양주시 갑 출마를 선언했다.

조응천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함에 따라 2024년 3월6일 임윤태 당시 후보를 경선에서 누르고 민주당 후보로 확정됐다. <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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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