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한국과 뉴욕의 작가 차연서·허지은

sent in spun found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두산갤러리가 2인전 ‘sent in spun found’를 준비했다. 이번 전시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 차연서와 뉴욕 기반의 한국계 미국인 작가 허지은이 참여했다. 두산갤러리가 한국계 디아스포라 작가로 지원을 확장하는 동시에 예술적 연결을 통해 다양한 맥락의 동시대적 담론을 생산하려는 시도로 기획했다.

차연서와 허지은의 2인전 ‘sent in spun found’는 누군가가 또는 어딘가로 보내지거나 역으로 보내는 연쇄적 흐름에서 남겨지고 발견되는 것에 주목한다. 차연서와 허지은은 각자의 사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가족, 종교, 사회적 현상과 그로부터 일어나는 정동을 독자적인 태도와 시각 언어로 이야기한다.

믿음

두 작가의 서사는 직접적으로 교차하지 않지만 이들의 작업은 ‘특정한 믿음’을 기반으로 하는 ‘경계의 횡단’ 혹은 이를 향한 거듭되는 고리에 기인한다.

허지은의 작업은 더 나은 삶과 종교적 소명을 다하기 위해 태평양을 횡단한 가족사에서 시작됐다. 차연서의 작업은 아버지가 남긴 것을 재료로 생과 사의 경계를 넘나드는 수많은 존재의 비통함을 위로하고 보살피는 데서 비롯됐다.

두 작가는 각자의 유산을 곱씹고 새롭게 이해하며 타인과 공유한다. 주변화된 이야기와 존재를 회복시키려는 시도를 이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당사자로서의 극진한 친밀감과 타자로서의 성근 거리감이 끊임없이 자리를 바꾼다.

전시장 외부 윈도우 갤러리에 자리한 허지은의 ‘라이에로 가는 길’은 전시의 입구이자 출구 역할을 한다. 차를 타고 구불거리는 도로를 이동하며 바라본 듯한 짙은 녹음의 풍경은 마치 랙(lag)이 걸린 화면처럼 도중에 끊기거나 중첩된 채 이어진다.

그 장면 사이로는 작가가 20년 만에 고향 미국 하와이 라이에를 찾아가며 기록한 영상이 삽입돼있다. 허지은은 자신의 성장 배경인 모르몬교를 바탕으로 종교 체계의 유산에 대해 꾸준히 탐구해 왔다.

이번 전시에서 그는 섬을 뜻하는 라틴어 어원 ‘insula’에서 파생된 단어 혹은 개념인 고립·격리(isolation), 보호(protection), 인슐린(insulin·설탕과 연계된) 등을 서로 엮어냈다. 그의 가족이 거주했던 라이에의 역사를 되짚어보면, 19세기 후반 모르몬교는 이 지역의 수백만평 대지를 매입해 대규모 사탕수수 농장을 운영했다.

이후 이 땅은 브리검영 대학교의 하와이 캠퍼스와 라이에 성전이 위치한 관광지로 탈바꿈했다. “이 땅을 성전으로 삼으라”는 신의 명령을 따르는 것이 다른 사상의 배제와 그로부터의 격리를 수반하며 결과적으로 고립 속에서 권력을 구축해 왔다는 사실을 시사한다.

이 같은 믿음은 종교뿐만 아니라 군대와 같은 집단주의 문화에서도 유사하게 작동한다. 단체행동을 각자의 사명으로 받아들이도록 몰고 감으로써 개인의 윤리적 선택과 복잡하게 얽히게 되는 것이다.

가정사에 기반한 경험
아버지 죽음에서 시작

허지은은 이런 문제를 토지, 노동, 점유의 개념으로 확장해 산업적 소재를 끌어와 시각화했다. 무게감 있는 고무밴드가 천장에서 바닥까지 이어지는 설치 작업은 대량 생산과 유통의 주요 설비인 컨베이어 벨트를 은유한다. 뒤엉킨 전선을 이용한 작업은 한국의 할머니 집 창문에서 바라본 전신주와 전화선을 참조했다.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허지은이 제시하는 프레임과 형태는 관람객에게 거시적, 미시적 관점을 동시에 허용한다. 라이에 사탕수수 농장의 아카이브 이미지를 작고 섬세한 드로잉으로 옮겨오거나 미국 부모님의 집 외벽 단열재를 초근접 촬영한 이미지를 통해 시점을 뒤섞으며 자신에게 남겨진 유산의 모호한 흔적을 드러낸다”고 설명했다.

차연서는 몸과 연결된 삶, 그리고 끊어진 삶의 주변을 맴돌며 그것을 다시 연결하고 돌본다. 그가 최근 몇 년간 집중하고 있는 닥종이 작업은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죽음 후 남겨진 닥종이 무더기를 처리하려는 데에서 시작됐다. 짙고 깊은 색으로 채색된 닥종이를 가위로 잘라 유기된 몸을 그려가는 연작 ‘축제’의 창작 과정은 천도재 의식으로 물과 육지를 헤매는 모든 중생을 위한 의례인 수륙재와 닮았다.

차연서는 자신이 경험한 죽음과 상실, 그리고 반복적으로 응시하는 이미지 속 죽음, 특히 무연고자와 소외된 모든 존재를 기린다. 그에게 떠넘겨지듯 남겨진 아버지의 종이는 이번 전시를 통해 새롭게 자르고 직조돼 서로의 꼬리를 물며 다시 시작되는 다채로운 색의 뱀으로 변모한다.

영원히 끝나지 않는, 순환하는 원이 만든 환영은 정처 없이 죽어 흩어진 몸의 비통함을 승화시킴과 동시에 퍼포먼스 ‘저 고양이들!(아홉 목숨, 부활하신 어머니)’의 무대가 된다. 김언희와 실비아 플라스의 시를 참조하고 각색해 쓰인 퍼포먼스의 서사와 구성은 서로 엮인 종이를 만든 패턴과 상응한다.

관능적이면서도 들끓고 가라앉는 파괴와 부활의 순환을 말하는 시의 구절을 인용한다. 이 과정에서 전시장은 부서진 존재가 다시 태어나고 각자의 두려움과 마주하는 장소가 된다.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차연서는 녹으로 얼룩진 흰 가면을 허공에 매달아 신원이 확인되지 않은 몸이 그 자체로 이 공간에 존재할 수 있도록 만든다. 또 낡은 손대패를 지지체로 삼아 만든 혀 조각과 그에 얽혀 있는 핥기, 씻기, 대패질로 다듬는 행위를 통해 초대의 제스처를 확장한다”며 “작가, 퍼포머, 관람객을 막론하고 전시장에 존재하는 모든 몸의 등장을 환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순환

두산갤러리 관계자는 “하나의 인식 통로가 닫히면 다른 통로가 열린다. 이를 통해 관람객은 경험의 또 다른 층위로 건너가게 된다. 이는 한때 허지은의 가족이 속하고자 했던 곳이자 그가 태어난 곳, 오늘의 허지은과 차연서가 경계 사이에서 진동하며 이해하고 도달하고자 하는 시도와 닮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미지와 물질의 윤곽만 드러나는 빛 속에서 전시장의 모든 존재는 조금 전과는 다른 방식으로 생동하며 우리에게 보내지고 남겨진 것들, 건너가고 다시 모이는 일, 그리고 그들을 새롭게 연결하려는 움직임이 향하는 곳을 비춘다”고 전했다. 전시는 오는 12월13일까지(자료·사진= 두산갤러리). 

<jsjang@ilyosisa.co.kr>

 

[차연서는?]

차연서는 서울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드로잉, 설치, 텍스트, 퍼포먼스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죽음과 상실, 치유와 애도를 위한 예술적 탐구를 전개하고 있다. 평면 연작 ‘축제’는 주인 없는 몸, 벌레, 시적 언어를 자르고 그린 작품이다. 그들이 머물 자리를 마련하고, 이후에도 남겨진 것을 다시 자신만의 태도로 응시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다.

[허지은은?]

허지은은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에듀케이터다. 조각, 영상, 아티스트북, 드로잉, 사진, 판화 등 다양한 매체로 작업하며 믿음의 의미, 종교적 체제가 남긴 유산과 그 지정학적 영향에 대해 질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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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단독 보도] ‘3조 도박 조직’ 최이동 송환 막전막후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10년 가까이 해외에서 도피 생활을 이어온 3조원대 불법도박 조직의 핵심 인물들이 국내로 송환됐다. 이번에 국내로 송환된 조직원 중 한 명은 지난 7월 <일요시사>가 단독 보도를 통해 언급한 인터폴 적색수배자 최이동씨로 확인됐다. 최씨는 개그맨 조세호씨와의 친분으로 논란이 됐던 인물이다. 해외 불법도박 조직의 부총책이며, 함께 적색수배된 도박 사이트 조직 총책 김현규씨와 친동생 김찬규씨는 국내 송환 대기 중이다. 경찰에 따르면, 국내 송환이 이뤄진 인물은 1982년생 최이동씨와 조직원 A씨, 개발자 B씨 등 3명이다. 이 가운데 최씨는 3조1000억원 규모의 불법 도박 사이트 운영 및 범죄수익 세탁 혐의를 받는 조직의 부총책이다. A씨는 조직 관련자로 파악됐다. 개발자 B씨는 불법 도박 사이트의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에 관여한 혐의를 받고 있다. 조세호 친구 최이동 범정부 합동 ‘초국가범죄 특별대응 TF’는 UAE 당국과 공조해 불법 도박 사이트 총책 김현규씨와 부총책 최이동씨를 현지에서 검거하고, 최씨부터 지난 14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국내로 송환했다고 밝혔다. 이번 검거 작전은 한국과 UAE 수사 당국의 국제공조를 통해 진행됐다. 양국은 아랍어로 파멸 또는 멸망을 뜻하는 ‘HALAK’을 작전명으로 정하고 피의자들의 거주지와 이동 동향을 실시간으로 공유했다. 이를 바탕으로 UAE 당국은 현지 검거 작전을 벌여 주요 피의자들의 신병을 확보했다. 수사 당국이 공개한 전체 도박 사이트 운영 규모는 3조1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김씨와 최씨가 관여한 것으로 지목된 조직의 운영 규모는 2조6000억원에 달한다. 나머지 5000억원 규모의 불법도박 사이트는 별도 조직에서 운영한 것으로 파악됐다. 프로그램 개발과 운영을 담당한 개발자는 검거되는 과정에서 중학생 등 청소년까지 불법도박 영업에 동원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 당국의 추적을 피하려고 2016년 해외로 도주한 뒤 제3국 여권을 사용해 신분을 감추고 여러 차례 거주지를 옮기며 10년 동안 도피 생활을 이어왔다. 또 국내 유명 인사들을 현지로 불러들이거나, 고급 식당과 유흥업소를 이용하고 명품을 구매하는 등 호화 생활을 누린 것으로 드러났다. 최이동·김현규·김찬규 인터폴 적색수배 단독 보도 수조원대 도박 사이트 운영·자금세탁 추적 국내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해외 축구팀 유니폼과 경기장에 광고하기도 했는데, 이렇게 벌어들인 돈은 다시 대포통장으로 세탁했다. 정부는 TF를 중심으로 해외 거점을 둔 사이버 도박 조직을 추적해 검거하고, 자금 세탁망과 해외 은닉 재산 추적을 통해 범죄수익 환수도 추진할 방침이다. 도박 조직의 총책으로 지목된 김씨는 UAE 현지에서 국내 송환을 기다리고 있다. 김씨의 친동생 김찬규씨 역시 국내 송환 대기 상태인 것으로 파악됐다. 이들은 <일요시사>가 보도한 ‘조세호 82 멤버 조폭 최이동 정체’(https://www.ilyosisa.co.kr/news/article.html?no=257069) 단독기사에서 실명과 함께 범죄 혐의 및 해외 도피 행적을 추적했던 조직이다. 당시 <일요시사>는 최이동·김현규·김찬규 등 3명이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과 범죄수익 세탁 등의 혐의로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보도했다. 세 사람의 구체적인 관계는 물론 국내 유명 인사들과의 연결고리, 자금 세탁에 활용됐다는 의혹을 받는 국내 사업체까지 추적했다. 최씨의 국내 송환으로 과거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의 관계도 재조명되고 있다. <일요시사>는 지난 7월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촬영된 단체 사진을 토대로 최씨와 김찬규씨가 김 전 시장과 함께 여행 일정을 소화했던 사실을 보도했다. 해당 사진에는 김포시 자문변호사로 활동한 경찰 출신 이상훈 변호사도 등장했다. 김포시장 지인? 당시 김 전 시장은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2023년경 이 변호사의 권유로 말레이시아를 방문했다고 설명했다. 김 전 시장은 “이 변호사가 바람을 쐬러 가자고 제안해 금요일에 출국한 뒤 일요일에 돌아오는 일정으로 해외를 다녀왔다”는 것이다. 김 전 시장은 최씨에 대해 몇 차례 만난 적은 있지만 사업가로만 알고 있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이어 당시 최씨와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상태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묻자 김 전 시장은 “몰랐다. 수배자라면 당연히 검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최씨는 김포FC 홈경기장 VIP석에서도 목격된 바 있다. 김포FC는 김포시가 운영하는 시민구단으로, 당시 구단주는 김 전 시장이었다. 이에 김포FC 측은 “구단이 최씨를 직접 초청한 사실은 없으며 다른 멤버십 회원이나 후원사를 통해 티켓을 전달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해명했다. 김 전 시장 역시 취재진에 “VIP석은 스폰서에게 배정되는 자리로, 구체적인 출입 경위는 구단에 문의하라”고 반박했다. 조세호와 친분 과시하던 조직 부총책 최이동의 두 얼굴 김병수 전 김포시장과 말련 동행…김포FC VIP석도 등장 특히 최씨와 김 전 시장을 연결한 이 변호사는 경찰 출신으로 김포시 자문변호사를 지낸 인물이다. 그는 다른 사건에서도 수사를 받던 차가원 빅플래닛메이드엔터테인먼트 대표와 현직 경찰관의 만남을 주선한 인물이다. <일요시사>는 이 변호사가 소유한 서울 용산구 한남동 소재 건물에 최씨 명의의 대부업체가 법인 본점 주소지로 등록돼있다는 사실도 확인했다. 부동산 등기부와 법인 등기사항을 대조한 결과, 이 변호사는 한남동 S 빌딩의 소유자였으며 최씨 명의 H 대부업체는 해당 건물을 사업장 소재지로 사용하고 있다. 최씨 등이 국내에서 수익을 현금화하거나 다른 사업자금으로 전환했다면 범죄수익 추적의 실마리가 될 수 있다. 수사 관련 자료와 복수의 제보를 종합하면 김씨는 해외 도박 조직의 전반적인 운영과 자금 흐름을 관리하고, 김찬규씨는 현지 실무와 도박 사이트 관리 등에 관여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찬규씨는 올해 4월 말레이시아에서 발생한 한국인 납치사건의 피해자로 등장하면서 처음 신원이 드러났다. 말레이시아 현지 보도에 따르면 한국인 권모씨 등 3명은 지난 4월17일 겐팅하이랜드에서 쿠알라룸푸르로 이동하던 김찬규씨를 납치해 감금한 뒤 거액의 몸값을 요구한 혐의로 기소됐다. 남은 수배자는? 현지 수사 당국은 사건 발생 나흘 만에 김찬규씨를 구조하고 납치 용의자들을 체포했다. 김찬규씨가 인터폴 적색수배 대상자라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사건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전개됐다. 현지 법원에서 그는 불법체류 혐의 등으로 징역형을 선고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납치사건에서는 피해자였지만, 한국에서는 해외 불법도박 사이트 운영 등에 관여한 혐의로 수사를 받는 피의자 신분이었던 셈이다. <smk1@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