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트&아트인> ‘유리상자-아트스타’ 김선경

종이배로 본 삶과 죽음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봉산문화회관이 올해 ‘유리상자-아트스타’ 세 번째 전시로 김선경의 ‘無와 有의 경계에서’를 준비했다. 투명한 대형 종이배와 실을 사용해 삶과 죽음이라는 가장 근원적인 질문을 시각적으로 풀어냈다.

대구 중구 소재의 봉산문화회관은 2008년부터 ‘유리상자-아트스타’라는 기획전시를 선보였다. 동시대 예술의 새로운 시각과 담론을 소개하기 위해 마련된 공모 선정 작가전이다. 네 면이 유리로 이뤄진 공간인 ‘유리상자’에서 전시를 진행한다. 일반적인 미술관의 폐쇄적인 화이트 큐브와 달리 외부에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는 열린 구조다. 관람객은 유리상자를 통해 작품을 쉽게 감상할 수 있다.

존재

김선경은 유년 시절 종이배를 접어 강물에 띄우며 놀던 추억에서 생의 시작을, 배가 멀어지다 물에 젖어 가라앉는 모습을 보며 죽음을 떠올렸다고 한다. 이때의 기억은 작가의 내면에 자리하면서 종이배는 그의 작품 세계에서 생과 사를 사유하는 중심 이미지로 떠올랐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자아, 미래를 향한 나아감을 동시에 담아내는 상징인 셈이다.

이번 전시는 죽음의 강을 건너는 배의 형상에서 출발한다. 전시장 하단을 가로지르는 수많은 검은 실은 그리스 신화 속 망각의 강인 레테를 연상한다. 영혼이 이 강을 건너며 생전의 기억을 잊는다는 신화 내용처럼 검은 실은 지상과 지하, 존재와 소멸의 경계를 의미한다.

그 위로 흘러가는 투명한 종이배 후미에 엮인 붉은 실은 삶과 연결된 생명의 연속성과 인연을 상징한다.


검은 실은 망각의 강
붉은 실은 인연 상징

전시장 안을 부유하는 투명한 종이배는 시간과 빛에 따라 바뀐다. 낮에는 유리를 통과한 자연광을 받아 반짝이고 밤에는 반사되는 빛으로 인해 어둠 속에서 강렬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반짝임은 시작과 끝의 경계를 지나는 모든 생명에게 보내는 찬사이자 응원이다. 또 끝맺음을 향한 여정이 찬란하고 아름다울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마음도 담겨있다.

김민주 봉산문화회관 큐레이터는 “김선경은 이번 전시를 통해 삶과 죽음, 존재와 소멸, 기억과 망각, 유(有)와 무(無)처럼 극단에 있는 개념이 분리된 것이 아니라 마치 등을 맞대고 있는 듯 가까이 공존하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시킨다”며 “누구에게나 다가오는 시간의 흐름 앞에서 그 끝에 또 다른 시작이 있음을 알려준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나아가는 종이배를 바라보며 자신의 내면 속 경계와 마주하고 그 위에 겹쳐지는 감정과 기억, 삶의 잔상을 잠시 떠올려 보는 시간을 갖게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영동 미술평론가는 “김선경의 이번 유리상자 설치 작품에서 감동적이었던 부분은 작품의 시작과 끝에 모두 수만 번의 손을 움직여 만들어내는 지난한 노동이 깃들었다는 점”이라며 “그리고 감성 충만한 풍경을 창조해낸 장면을 마주했을 때도 감동을 느꼈다”고 설명했다.

소멸

김선경은 “종이배는 떠남으로 새로운 시작을 마주하게 되며 또한 흘려보냄으로 감정 치유의 힘을 가진다”며 “새로움 속에 희망을 보고 반짝임으로써 환할 수 있는 아름다운 미래를 꿈꾼다”고 말했다. 이어 “무와 유, 시간의 나열 속에 생의 여행자로서 빛나는 삶이길 기대한다”며 “종이배 작가로서 유한 삶들이 아름다움으로 물들며 무한 공간에서조차도 아름다움으로 남겨지길 나의 종이배는 오늘도 꿈꾼다”고 설명했다. (자료·사진= 봉산문화회관)

<jsjang@ilyosisa.co.kr>



[김선경은?]

▲학력
경북대학교 예술대학 미술학과 서양화 전공

▲개인전
‘無와 有의 경계에서-흘러들다’ 예태미술관(2025)
‘無와 有의 경계에서-그리움을 접다’ 환갤러리(2025)
‘無와 有의 경계에는 달이 뜬다’ 인포그아트센터(2023)
‘천의 바람, 길을 내다Ⅱ’ 오모크갤러리(2020)
‘천의 바람, 길을 내다’ 갤러리MOON101(2020)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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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단독] ‘구로발’ 국민의힘 당원 명부 유출 의혹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서울의 한 지역구에서 특정 당의 당원 명부가 유출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총선, 지방선거 등을 치르는 과정에서 일어난 일로, 당 관계자의 업무용 노트북에 담겨있던 정보가 뒤늦게 드러난 것이다. 올림픽 육상 100m 경기를 생각해 보자. 8개 레인에 각 나라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선다. 이 선수들은 국내 선발전에서 1등을 차지했을 것이다. 국가대표로 뽑힌 선수는 올림픽에 출전해 예선을 치르고 결승에서 금메달을 다툰다. 0.01초 차이로 메달 색깔이 달라지는 경기에서 승자는 늘 단 1명뿐이다. 치열한 공천 경쟁 선거는 올림픽보다도 더 확고한 ‘승자 독식’ 구조다. 올림픽에선 2등에게 은메달, 3등에게 동메달이라도 주지만 선거에서 2등은 꼴찌와 같다. 당선자는 후보자에서 국회의원, 시·군·구의원, 구청장·군수, 시·도지사 등으로 신분 상승이 이뤄진다. 명예와 권력을 동시에 거머쥘 수 있는 자리로 순식간에 올라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선거에 출마하려는 후보들은 당선 가능성이 큰 자리로 몰린다. 어떤 경기든 일단 출발선에 서야 경쟁을 할 수 있듯, 선거에서 공천은 본선으로 가기 위한 1차 관문이 된다. 자리는 하나, 후보는 여럿이니 경쟁이 치열할 수밖에 없다. 일례로 최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에서 불거진 공천 헌금 의혹은 자리를 돈으로 사려 했다는 내용으로, 관련자는 구속됐다. 최근 서울 구로구에서 일어난 당원 명부 유출 의혹도 공천 경쟁 과정에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졌다. 당의 업무용 노트북에서 수십개의 엑셀 파일이 발견됐는데 그중 일부가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였고 이름, 연락처, 거주지 등이 포함된 이 파일이 상대 당의 후보 경선에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2020년 21대 총선 당시 서울 구로을 지역구에서 거물급 인사가 후보로 맞붙었다. 구로을 지역은 서울에서 민주당 지지세가 가장 강한 곳이다. 17대(2004년)부터 지난 22대(2024년) 총선까지 20여년간 민주당이 이겼다. 민주당(당시 통합민주당)이 사상 최악의 패배를 당한 18대 총선에서도 구로을 지역은 넉넉하게 수성한 바 있다. 업무용 노트북에서 발견 이름·연락처·거주지 담겨 구로에서만 평생 살았다는 한 시민은 “선거 때마다 텃밭, 험지 이런 말을 많이 쓰지 않나. 구로는 국민의힘 입장에서 ‘사지’다. 민주당이 아주 꽉 잡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보니 총선 등에서 민주당 후보가 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하다. 몇몇 인사들은 바닥부터 훑어가며 선거를 준비한다. 민주당은 21대 총선 때 구로을 지역 후보로 윤건영 의원을 전략공천 형태로 낙점했다. 윤 의원은 당시 문재인정부 청와대 국정기획상황실장을 맡고 있었다. 현재까지도 문재인 전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복심으로 불린다. 국민의힘은 서울 양천을 지역에서 내리 3선을 지낸 김용태 전 의원을 ‘자객’ 공천했다. 민주당의 독식으로 관심 지역에서 벗어나 있던 구로을이 순식간에 ‘격전지’로 떠올랐다. 문제는 구로을 지역 총선 출마를 준비하던 예비후보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이 가운데 민주당 조규영 전 서울시의원의 반발이 거셌다. 조 전 시의원은 2006년 지방선거에서 서울 비례대표로 정치권에 입성, 이후 구로2선거구에서 서울시의원으로 재선했다. 조 전 시의원은 최소한 경선은 치를 수 있게 해달라며 민주당의 전략 공천을 비판했다. 당시 조 전 시의원은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지역 당원 수보다 더 많은 권리당원을 모았다. 열심히 뛰었다. 누구와 경쟁하든 경선에서 이길 자신이 있었다”며 “그러나 결과는 낙하산 공천이었다. 저는 특혜나 찬스를 원하지 않았다. 공정한 경선만을 바랐다. 낙하산 공천은 공정하지도 않고 본선 경쟁력도 없다”고 강조했다. 어디에 사용했나 조 전 시의원은 노숙 단식까지 해가며 경선을 촉구했지만 결국 낙천했다. 이후 다른 선거에도 출마하지 않았다. 잊히는 듯했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최근 다시 거론되고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업무용 노트북에서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표기된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발견된 것이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국민의힘 당원들의 이름과 연락처, 행정동 등이 기재된 엑셀 파일은 ‘(보안철저)저쪽디비’ 폴더에 담겨있었다. 해당 파일의 ‘구분’ 부분에 ‘조규영 일반 당원’이라고 표기돼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가 맞다고 말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에 민주당 구로을 국회의원 예비후보였던 조 전 시의원의 이름이 기재돼있다는 점에서 의심이 촉발됐다. 동시에 누가 노트북에 해당 파일을 옮겼는지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문서가 발견된 노트북은 2020년 총선 과정에서 당원협의회에 업무용으로 지급된 것으로 알려졌다. 다시 말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만 사용할 수 있었다는 뜻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비례대표로 구로구의회에 입성한 A 구의원이 해당 노트북을 사용했다. A 구의원은 2022년 국민의힘 비례대표 후보로 공천을 받아 당선됐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여성부장을 맡은 이력도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문제의 노트북은 A 구의원이 여성부장으로 활동할 무렵 사용했다가 후임자에게 넘겼다. 그는 “이후 여성부장이 바뀔 때까지 쭉 A 구의원이 가지고 있던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쉬쉬하다 이제서야 눈여겨볼 대목은 A 구의원의 이력이다. 그는 2022년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비례대표 순번을 받아 당선됐지만, 2020년 총선 때까지만 해도 민주당 조 전 시의원을 보좌하는 수행비서 역할을 했다. 실제 조 전 시의원이 예비후보로 선거운동을 하는 모습이 찍힌 사진 곳곳에서 A 구의원을 확인할 수 있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에 따르면 “A 구의원은 조 전 시의원 낙천 이후 김용태 전 의원 배우자의 수행비서로 발탁됐다. 김 전 의원의 측근이 A 구의원을 추천한 것으로 안다”며 “2020년 총선에서 김 전 의원이 낙선하고 당협위원장으로 있을 당시 A 구의원이 비례대표로 공천받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측 정치인을 수행했던 인사가 국민의힘 소속으로 선거에 출마한 데 이어, 그가 직접 사용한 노트북에서 자신이 보좌했던 사람의 이름으로 파일명이 기재된 국민의힘 당원 명부가 발견된 셈이다. A 구의원이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 명부를 민주당 측에 유출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대목이다.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A 구의원이 조 전 시의원을 수행할 당시 지역구 경선을 대비해 당원 명부를 입수한 게 아닌가 싶다”며 “당시 경선까지 진행되지 않았기에 당원 명부가 실제 사용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그 문서를 가지고 있었다는 자체만으로도 의아한 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 관계자는 “사실 이 문제는 올해 1월경에 처음 드러났다. A 구의원이 당원협의회에 노트북을 반납하고 확인하는 과정에서 해당 폴더가 발견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동안 ‘쉬쉬’하다가 최근에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고 설명했다. 당협 회의에서 논의 A 구의원 “문제없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A 구의원의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지난 1월 국민의힘 구로구 당원협의회에서 논의됐다. 해당 의혹이 구로 지역에서 확산하자 A 구의원이 먼저 이 문제를 먼저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당원협의회 회의에 참석했던 관계자에 따르면 대부분 위원은 ‘덮고 가자’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문제가 불거지면 지방선거를 망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일부 관계자가 “심각한 개인정보 유출” “해당 행위”라고 주장하면서 조사를 요청했지만 그 수가 많지 않아 관철되지 않았다. 회의에 참석한 한 위원은 “선거를 치르다 보면 당원 명단이 일부 흘러 다니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렇게 명부가 통째로 유출되는 건 심각한 일”이라며 “명백한 해당 행위다. 자체 조사를 통해 징계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국민의힘 윤리위원회 규정 제20조(징계사유)에 따르면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를 했을 때 ▲현행 법령 및 당헌·당규·윤리 규칙을 위반해 당 발전에 지장을 초래하거나 그 행위의 결과로 민심을 이탈케 했을 때 등의 사유로 징계할 수 있다고 돼있다. 해당 관계자는 A 구의원의 행위가 당에 극히 유해한 행위라고 주장했다. 경찰 수사가 진행될 가능성도 나오고 있다. 해당 행위? 징계 가능성? A 구의원은 해당 의혹은 전부 해명됐다는 입장이다. 그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당협 회의에서 이 문제가 논의됐는데 문제없다고 결론 났다. (당원 명부 유출 의혹은) 일고의 논의 가치도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을 언급한 제보자에게 허위사실 유포, 명예훼손 등으로 조치할 수 있다는 점을 전해 달라”고 말했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