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못 벗은 민주당 야당티

이판저판 끝판까지 십자포화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은 대통령을 탄생시킨 여당이다. 정부를 뒷받침하고 국정에 기여해야 하는 집권 세력이란 뜻이다. 그런 여당이 야당보다 더한 견제력을 보여주고 있다. 여의도에 ‘여야’가 아닌 ‘야야’만 존재하는 것 같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선고 이후 조희대 대법원장이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과 만나 이재명 대통령의 재판을 처리하겠다는 이야기를 나눈 이른바 ‘4인 회동’ 녹취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에서 이를 공개해 의혹이 제기됐고, 부승찬 의원이 대정부질문에서 다시 언급하며 공론화됐다.

곳곳에 도화선

문제는 해당 녹취가 유튜브 채널 ‘열린공감TV’에서 이미 공개됐으며 AI로 제작됐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해당 주장에 대해 열린공감TV는 “취재원 보호를 위한 ‘음성 변조’였으며 ‘조희대 4자 회동설’은 분명 제보자가 존재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AI라는 주장에 대해서는 4자 회동이 아닌 다른 콘텐츠에 사용된 육성이 AI라는 설명도 함께 내놨다.

서 의원 역시 제보자가 확실하다고 주장했다. 서 의원은 “제보자들은 특검이 수사하면 나가서 얘기할 용의가 있다고 했다”며 “정확한 정보도 있고 다 제보가 돼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의힘은 이번 사태가 ‘청담동 술자리’를 떠올리게 된다고 입 모아 말한다. 이는 2022년 한 진보 성향 유튜브가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부 장관, 법무법인 김앤장 변호사 등이 청담동의 한 술집에서 술을 마셨다”고 보도한 내용을 당시 민주당 김의겸 의원이 국정감사장에서 그대로 주장한 사건이다.

제보자였던 첼리스트 A씨가 자신의 전 남자 친구와 통화하며 “내가 직접 봤다”는 녹취록을 근거로 들었다.

그러나 A씨가 경찰 조사에서 “전 남자 친구를 속이려고 거짓말을 했다”고 진술하면서 판세가 뒤집혔다. 결국 법원은 김 전 의원 등이 국민의힘 한동훈 전 대표에게 70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이번에도 국민의힘에서는 “AI로 만들어진 거짓 녹취를 동원한 가짜 뉴스 공작”이라고 몰아붙였다. “의혹을 제기한 뒤 ‘아니면 말고’식인 민주당의 행태를 언제까지 놔둬야 하는가”라는 비판도 커졌다. 민주당이 적극 해명에 나섰지만 ‘조희대 녹취록’을 둘러싼 의혹이 쉽게 해소되지 않는 분위기다.

커지는 ‘조희대 녹취록’ 후폭풍
“지도부 몰랐다” 덜컥 잡힌 청문회

민주당 지도부는 선을 그었다. 의원 개인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구태여 말을 얹지 않겠다는 것이다. 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의원이란 직책이 의혹을 제기하는 것이다. 의원이 의혹 제기도 못하느냐?”라며 “조 대법원장이 ‘안 만났다’하니 더 확실히 해명하라는 것”이라고 짧게 언급했을 뿐이다.

녹취록 의혹이 진실공방으로 번진 가운데 민주당이 조 대법원장에 대한 청문회를 열겠다고 선전포고하면서 다시 불을 댕겼다. 조 대법원장이 이 대통령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유죄 취지로 파기환송한 과정을 대선 개입으로 볼 여지가 있단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은 ‘삼권분립 사망’이라며 “가짜 뉴스에 근거한 아니면 말고식 의혹 제기를 갖고 사상 초유의 대법원장 청문회를 열겠다는 것”이라고 반발했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민들은 무차별 정치 보복으로 조희대 대법원장을 망신주고 쫓아내고 사법부를 장악하겠다는 이재명정권의 의도를 정확히 간파하고 있다”며 “민주당 계열에서 독재 정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던 과거 박정희·전두환 시절에도 대통령과 국회가 대법원장을 망신 주고 축출하는 일은 없었다”고 비판했다.

아직 민주당이 야당이었을 때의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지점이다. 여당은 대통령의 국정 운영을 뒷받침해야 하는데, 당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는커녕 오히려 혼란에 빠트리고 있는 형국이다.

역대 정권을 돌아봐도 집권여당이 눈에 띄는 일은 드물었다. 현재 국민의힘에서는 지도부 외에 목소리를 내는 의원이 없을뿐더러 민주당 스피커에 묻혀버리기 일쑤다. 특히 인지도 있는 민주당 의원들은 야당이던 당시 공격수를 자처하며 인기를 얻은 만큼 여전히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는 특유의 시원한 화법과 거침없는 행동으로 두터운 지지층을 보유한 인물이다. 야당이던 당시 ‘대포’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로 법사위에서 크게 활약했다.

“야당다워야” VS “숨 쉴 틈 줘야”
물러서지 않는 여야…국회 올스톱

민주당이 집권하고 여당 대표가 된 뒤에도 정 대표의 행동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정 대표는 조 대법원장의 “청문회가 삼권분립 사망”이라는 국민의힘의 주장에 대해 “어디다 대고 삼권분립 사망 운운하느냐”며 “우리 국민은 헌법 유린, 삼권분립 훼손, 부정·비리, 국정 농단, 내란 사태 등 불리한 대통령들을 다 쫓아냈다. 대법원장이 뭐라고”라고 반박했다.

민주당 여전사로 불리는 추미애 법사위원장의 행보도 부쩍 거칠어지고 있다. 법사위 전체회의에서 간사 선임을 요구하는 국민의힘 나경원 의원을 향해 “이렇게 하는 게 윤석열 오빠한테 무슨 도움이 됩니까”라고 말해 파장이 일었다. 당 지도부와 사전 논의 없이 독자적으로 조 대법원장의 청문회를 강행한 것 역시 추 법사위원장이었다.

양당 간의 협치가 요원하지만 민주당은 아직 내란의 강에서 허우적거리는 국민의힘을 야당으로 볼 수 없다는 입장이다.

정 대표는 지난달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야당이 건강해야 여당도 건강하고 서로 선의의 경쟁을 할 수 있을 텐데, 대한민국엔 야당이 없고 극우 세력만 득세하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여야 간의 역할과 야당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지만 대한민국엔 야당이 없고 극우세력만 존재한다는 것이다.

그동안 민주당은 국민의힘을 겨냥해 내란 정당 해산, 의원 제명 등 각종 카드를 꺼내 들었다. 최근에는 국민의힘 의원이 다수 얽힌 ‘더 센 특검’도 국무회의에 상정됐다. 국회에 올라오는 안건마다 진영 싸움으로 번졌고, 여야의 대치 상황이 장기화하면서 국회가 마비됐다.

언제까지나 국회가 올스톱일 수 없는 만큼 야당이 활동할 공간을 최소한이라도 내줘야 하지 않겠냐는 주장이 나온다. 이재명 대통령 역시 민주당이 지나치게 강성화되는 데 대한 우려도 표했다고 한다. 이 대통령은 취임 후 처음으로 민주당 의원과 함께한 오찬 자리에서 “우리가 다수당이기 때문에 강자가 세게 하면 국민의 여론이 악화할 수 있다”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사라진 방지턱

한 야당 소속 의원은 <일요시사>와 만난 자리서 “야당 중에서도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당이 있다. 가장 왼쪽을 진보당이나 조국혁신당에 맡겨놓고 민주당은 여당으로서 국정을 안정적으로 뒷받침하는 데 집중하는 게 이상적”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가뜩이나 큰 당인데 왼쪽을 넓게 쓰면서 중도보수까지 끌어 안고, 거기에 속력을 최대치로 내니 자꾸 덜그럭거리는 것”이라며 “문재인정부때는 (민주당이) 9년 만에 여당이 됐다. 그때는 여당이라는 자리가 어색하고 아직 탄핵 여파가 남아 있어 강경하게 나갈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집권여당이라는 의식을 갖고 국정 과제에 따라 발을 맞출 필요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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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매머드급 국방정보본부 ‘5공 보안사’ 오버랩, 왜?

[일요시사 취재1팀] 오혁진 기자 = 군 정보기관 개혁안의 윤곽이 잡히고 있다. 기한은 2027년까지다. 방첩사 해체 및 정보사 인간정보부대를 국방정보본부 직속으로 둔다는 게 골자다. 군 안팎에서는 우려가 쏟아진다. 국방정보본부에 여러 권한이 쏠리면 과거 ‘전두환 보안사’처럼 통제가 힘들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 조직에 여러 권한이 집중되면 장단점이 확실하다. 관리하기 쉽지만 수장의 역량이 부족하면 컨트롤하기 어렵다. 군 정보기관은 더욱 그렇다. 인간정보 부대(HUMINT·휴민트)의 경우 전문가가 극소수다. 특히 전문가 대다수가 12·3 내란에 연루돼 개혁에 동참할 수 없는 형국이다. 2027년까지 조직 개편 우리 군에는 각종 정보와 첩보 수집을 담당하는 군 정보기관이 존재한다. 대북 업무만을 담당하는 국군정보사령부, 777사령부와 국내 간첩 및 군사보안에 초점을 둔 국군방첩사령부로 나뉜다. 정보사와 777은 국방정보본부가 총괄 지휘한다. 정보기관 특성상 자세한 조직 현황은 공개되지 않는다. 그간 군 정보기관은 역할을 나눠 견제와 균형을 잡아왔다. 이들 기관은 12·3 내란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다. 정치인 체포조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이하 선관위) 투입 등 여인형 전 방첩사령관과 노상원 전 정보사령관은 각각 위험한 일을 계획하고 일부 실행했다. 이재명정부가 들어서면서 안규백 국방부 장관은 군 정보기관에 대한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약속했다. 방첩사 장성 7명은 모두 직무에서 배제됐고, 현재 참모장 대리 겸 사령관 직무대행은 육군사관학교가 아닌 학사장교 출신의 편무삼 육군 준장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지난달 29일에는 직무정지·분리 파견됐던 임삼묵 2처장(공군 준장) 등 장군 4명이 각 군으로 원대 복귀했다. 나머지 3명은 정성우 방첩사 1처장, 국방부 방첩부대장, 육군본부 방첩부대장 등이다. 방첩 업무는 방첩사에 두고 수사 기능은 국방부 조사본부로, 보안 기능은 국방정보본부 및 각 군으로 이관하는 방안 등이 확정됐다. 이는 정치 개입·민간 사찰로 누적된 군에 대한 불신을 불식하고 정보기관을 본연의 임무로 복귀시킨다는 취지지만, 대공·방첩 기능 약화로 안보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도 거세다. 방첩은 말 그대로 간첩 활동을 막는 걸 일컫는다. 방첩 자체가 정보·보안 수집과 수사를 통해 이뤄진다. 실제로 정보·보안 업무를 이관받는 국방정보본부의 경우 예하 정보사의 블랙 요원 명단 유출 등 기밀 유출 사고를 막지 못했다. 국회는 7년간 외부감사가 없었던 정보사에 대해 올해부터 방첩사가 들여다보도록 했다. 수사권도 문제다. 군사경찰 최상위 조직인 국방부 조사본부도 내란 당시 정치인 체포조 편성·운영 등의 혐의로부터 자유롭지 않다. 한 조직에 보안·신원조사·첩보 수집 통째로 해체 수순 방첩사 군 인사 통제는 누가 하나 명확한 규정 없이 광범위한 범죄 정보 수집 활동을 벌여오면서 수사 전문성을 의심받아 온 조사본부에 국가보안법·군사기밀보호법 위반죄, 내란·외환·반란·이적죄 등 10대 안보 관련 수사권을 넘기면 컨트롤하기 어려운 권력기관이 될 수도 있다. 특히 방첩사 기능 폐지로 군에 대한 통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방첩사는 국방부 장관 직할부대로서 각 부대의 부조리 조사 및 감찰, 지휘관의 특이 동향 점검, 대령급 이상 인사 검증 등을 통해 군을 견제해 왔다. 국방부는 올해 1단계로 내란 극복·미래 국방 설계를 위한 민·관·군 합동특별위원회 내 군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위원회(분과위원장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를 구성해 조직·기능 재설계 등 합리적 개편 방안을 도출할 예정이다. 내년엔 2단계로 방첩사 개편을 위한 법령·규칙 개정, 시설 재배치, 예산 조정 등 후속 조치 사항을 이행하고 개편을 완료할 방침이다. 또 국방정보본부장의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하고 정보사령부에서 휴민트 부대를 분리하는 등의 내용을 담은 국방정보본부령 일부 개정안을 지난달 27일 입법 예고했다. 국방부는 “정보사령부를 포함한 국방정보 조직 전반의 지휘·부대 구조를 최적화해 임무·기능 수행에 전문성과 효율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며 개정 이유를 밝혔다.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의 업무와 관련해 ‘합동참모본부 등의 예산 편성 및 조정(1조 2항 7호)’을 삭제함으로써 합참과의 직접적 업무 연결을 차단했다. 반면 군사보안 외에 암호정책(동항 8호)과 군사 관련 지리공간정보 외에 국방기상정보(동항 제11호), 군사정보 외에 군사보안(동항 12호)을 추가했다. 군사보안 업무가 신설된 것은 국군방첩사령부 개편에 대비한 사전 조치로 풀이된다. 어디까지? 초월적 권한 개정안은 국방정보본부장의 직무와 관련해 ‘군사정보·전략정보 업무에 관해 합동참모의장 보좌’(3조 2항)를 삭제해 합참정보본부장 겸직을 해제했다. 개정안은 정보본부 예하부대 중 정보사령부 업무와 관련해 기존의 ‘군사 관련 영상·지리 공간·인간·기술·계측·기호 등의 정보’ 등(4조 2항 1호) 규정 중 ‘영상’과 ‘인간’을 삭제했다. 대신 동항 4호에 ‘군사 관련 인간정보 수집·지원 및 훈련에 관한 사항을 관장하기 위한 인간정보 부대’ 규정을 신설했다. 이른바 블랙 요원이나 특임대(HID) 같은 인간정보 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정보본부 예하에 재배치했다. 이에 따라 정보본부 예하에는 기존 정보사와 777사령부(신호정보 담당) 외에 인간정보 부대가 추가된다. 방첩사는 지난 8월 조직 와해를 막기 위해 전담팀을 꾸렸다. 정치권에 따르면 방첩사는 같은 달부터 ‘부대개혁 TF’라는 전담팀을 꾸리고 간부들에게 비공개 지침을 하달했다. ‘글로벌 안보 위협’을 이유로 들어 “주변 고위급 지인 등 인맥을 통해 부대 존치 논리나 순기능 역할에 대해 전파해 협조나 지원을 이끌어내라”는 내용이다. 국정기획위원회의 방첩사 폐지 방침을 두고 “국방부·대통령실·국회 측도 방첩 역량 약화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는 주장도 담겼다. 한 군 관계자는 “지금 방첩사가 내부 갈등이 심하다. 개혁해야 하는 것에 동의는 하는데 방첩사 폐지로 방첩 기능이 약화되는 걸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다. 반면 부대가 없어져도 기능 자체가 이관되기에 문제될 게 없다고 지적하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말했다. 대북 정보망 복구가 중요 정보사에서도 최근 개혁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포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에 따르면 경기도 판교에 위치한 정보사 100여단 소속 일부 인원들이 지난달 21일 오전 안양에 위치한 정보사령부 건물로 출동했다. 사령부에서 인간정보 부대 관련 업무를 담당·지원하는 관련 부서들의 사무용품, 책상, 의자, 서류 등을 포장해 100여단으로 가져오기 위해서다. 사무용품 등의 이전은 당일 낮 12시께 중단됐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박선원 의원이 문제를 제기하자 이전 중단 지시가 내려간 것이다. 이후 100여단 소속 인원들은 부대로 복귀했다. 다만, 중단 지시 전 옮겨진 인간정보 부대 관련 부서의 서류와 물품들은 100여단에 남아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국방부는 군 정보기관 개혁 조치의 일환으로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내년 1월1일부터 인간정보부대를 정보사에서 분리해 국방정보본부 예하 부대로 전속하겠다”고 보고했다. 이 과정에서 정보사가 100여단을 움직여 인간정보 부대가 국방정보본부 소속으로 개편되기 석 달 전, 국방부와 정보사 지휘부에 보고도 없이 사령부 건물을 방문한 것이다. 정보사령관 직무대리는 지난달 26일 “상급부대에서 (인간정보부대 개편 내용을 담은) 법적 근거를 마련할 때까지 불필요한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사령부가 추진한 사항을 잠정 중단하라”는 취지의 공문을 하달했다. 지난 9월18일 정보사 100여단 부대 강당에서는 국방정보본부 산하 인간정보 부대 개편을 위한 내부 설명회가 열리기도 했다. 당시 100여단장은 해당 간담회를 주재하며 부대원들에게 “간담회에서 나눈 이야기나 부대의 사정이 외부로 유출되지 않도록 하라”며 입단속을 강조했다. 앞으로 국방정보본부가 갖게 되는 권한은 막대하다. 현행 구조에서 국방정보본부장은 정보사·777, 합참 정보부를 총괄한다. 여기에 더해 정보사의 휴민트 기능을 직접 통제하고 보안·신원조사를 추가하면, 누구도 견제하기 힘든 조직이 탄생한다. “대북공작 휴민트가 장관 직속? 전례 없어” “조직 수장 역량에 따라 괴물 집단 될 수도” 민주당 내부에서도 반발이 만만치 않다. 민주당 한 중진 의원은 “휴민트 임무 특성상 비밀·독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걸 국방정보본부장 예하로 두겠다는 건 관리하기 쉽다는 장점도 있지만 윤석열과 같은 인간에게 넘어간다면 굉장히 위험한 조직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와는 차원이 다른 기관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다른 군 전문가도 “전문성이 없는 민간 부처가 공작 임무를 직접 운영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정보사 휴민트 조직은 국정원과 긴밀한 협력을 통해 공작을 기획한다. 국정원이 예산도 관리해 관리·감독하는 데는 문제가 없었다”며 “이번 개혁안이 완전히 확정된 건 아니지만 휴민트를 국방정보본부 예하로 두는 건 도박”이라고 비판했다. 박 의원도 지난달 13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휴민트 부대의 본질은 숨기고 또 숨겨야 하는 특수공작 조직”이라면서 “전 세계 어느 나라도 국방 장관 직속으로 인간정보 공작부대를 두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같은 당 부승찬 의원 역시 “전시 연합사령관 지시를 받는 부대도 아니고, 평시 합참 지휘체계에도 없는 부대”라면서 “작전 지휘체계나 통제체계에 들어가 있지 않은 부대인데, 이를 국방정보본부에 넣는 건 불가능하다”고 언급했다. 이 같은 지적에도 국방부는 국방정보본부령 일부개정령안을 입법 예고했다. 기존 국정감사 업무보고에선 정보부대 개편을 2026년 내 마무리하겠다고 했었는데, 이번 개정령안은 내년 1월1일 시행으로 못 박았다. 이에 민주당 황명선 의원은 종합감사에서 인간정보부대의 국방정보본부 편입에 우려를 표했다. 황 의원은 “장관도 동의하지 않는 이런 개정안을 누가 냈느냐”고 따져 물었다. 이에 안 장관은 “글자 그대로 입법 예고이니 의원들께서 의견을 주시면 최적화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그러나 국방정보본부와 국방부 기획조정실(조직관리담당관)은 다른 분위기다. 한 국방부 관계자는 “장관과 국방정보본부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 같다. 정보 계통 군인들은 오히려 현 입법안을 두고 안도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개혁 반대 움직임도 황 의원이 민·관·군 합동 특별자문위원회의 ‘방첩·보안 재설계 분과’가 합리적인 안을 만들어낼 때까지 입법 예고를 보류해달라고 하자 안 장관도 “알겠다”고 답했다. 안 장관은 “휴민트 조직이 중요하기 때문에 이 부대에 대해서는 가급적 말을 절약해주는 것이 휴민트 부대를 살리는 길이고 부대 가치를 존중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hounder@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