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시사 취재2팀] 박정원 기자 = 서울시가 출퇴근 대중교통의 새 축이라며 야심차게 선보인 한강 수상버스가 정식 운항 첫날부터 ‘화장실 역류’ 문제로 시민 불편을 초래하며 입길에 올랐다.
지난 18일 정식 출항한 한강버스에서 장애인 화장실이 오물 역류로 봉쇄된 모습이 다수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공유됐다.
해당 사진에는 문이 청테이프로 붙여져 있었고, 문과 바닥 틈새에는 오물이 흘러나오지 않도록 걸레와 화장지가 덕지덕지 막혀 있었다. 글을 올린 시민은 “첫날이라 단순히 이용 불가인 줄 알았는데 실제로 넘친 상황이었다”며 “테이프로 문을 막고 휴지로 오물이 새는 걸 틀어막고 있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한강버스에는 남·여 화장실 각 1칸과 장애인 화장실 1칸이 설치돼있으나, 첫날부터 고장이 발생하면서 2시간이 넘는 항로를 이용하는 승객들이 사실상 화장실을 이용하지 못한 셈이다.
특히 수상버스 특성상 중간 하차가 어려워 긴 운항 시간 동안 대체 수단이 없는 점은 더 큰 문제로 지적됐다. 누리꾼들은 “출퇴근 교통수단이라면서 화장실조차 못 쓰게 되면 말이 되냐” “2시간 동안 참고 가라는 거냐”며 불만을 쏟아냈다.
하지만 일각에선 “버스도 타는 동안 화장실 이용 못 하는 건 마찬가지”라며 “문제를 과장한다”는 반론도 나왔다.
19일, <일요시사> 보도 이후 서울시 관계자는 “시설 고장은 아니고, 탑승객들이 변기에 물티슈 등 이물질 투입해 배관이 막힌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민들께 화장실 이용에 주의해줄 것을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화장실 문제 외에도 효율성 논란이 이어졌다. 서울시는 마곡~잠실 구간(28.9km)을 잇는 한강버스를 출퇴근 대중교통으로 홍보했지만, 실제 소요 시간은 일반 노선 기준 127분, 급행도 82분에 달했다.
지하철 9호선 급행으로 비슷한 구간을 약 40분 만에 이동할 수 있는 점을 감안하면 현저히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불어 선착장이 주요 지하철역과 멀리 떨어져 있어 접근성 불편도 제기됐다.
한 탑승객은 “시트는 편안하고 속도도 적당했지만 출퇴근용보다는 3000원짜리 유람선 같다”며 “교통수단이라기보다는 관광용에 가깝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일부 시민들은 “출근하지 않는 날 체험 삼아 타봤다”며 여유롭게 이용하는 모습을 공유하기도 했다.
정시성과 수익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누리꾼들은 “차라리 관광용으로 홍보하지, 굳이 출퇴근용이라고 할 필요가 있냐” “잠실에서 압구정까지 50분이면 조깅이 더 빠르다” “바다 여객선도 수익성 맞추기 힘든데 과연 버틸 수 있겠냐”는 반응을 보였다.
한강버스는 정식 운항 시작 전 취항 행사도 순탄치 않았다. 서울시는 지난 17일 여의도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참석한 취항식을 열었으나, 예고 없이 쏟아진 폭우로 인해 시승식은 취소됐다.
시는 향후에도 기상 악화나 팔당댐 방류량 증가 등으로 연 20일 이상 운항이 중단될 수 있다고 밝혔지만, 기습 폭우, 한강 결빙 등의 변수까지 고려하면 실제 운항 중단 일수는 더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서울시에 따르면 이날, 한강버스 탑승객은 총 4361명, 평균 좌석 점유율은 80.3%로 집계됐다. 첫날 흥행 자체는 꽤 성공적이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그러나 화장실 고장, 장시간 소요, 접근성 불편, 기상 변수 등 한강버스가 ‘출퇴근 대중교통’이라는 본래 취지에 부합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붙는다.
김병민 서울시 정무부시장은 이날 MBC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 출연해 “지금은 운항 초기여서 안정성에 기반을 두고, 높일 수 있는 속도보다 낮은 속도로 운항했다”며 “급행 노선도 기획하고 있다. 현재 나오는 시간보다 매우 단축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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