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장어 왕국’ 파주 갈릴리 무슨 일이?

“우리 장어, 다 죽게 생겼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상호만 말해도 ‘아, 거기 알아’ ‘가보진 않았는데 이름은 들어봤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명한 전국구 맛집이 공공기관과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업체는 ‘미래’ 자산을 보호해 달라고 호소했고, 기관은 ‘현재’로선 아무 문제가 없다고 맞섰다. 경기도 파주에선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파주시의 랜드마크죠. 기업이나 다름없어요.” 경기도 파주시 탄현면에 위치한 ‘갈릴리 농원’. 장어 숯불구이를 판매하는 맛집으로 알려져 있다. 1년에 30만~40만명이 찾는다고 한다. 직접 기른 장어를 저렴한 가격에 맛볼 수 있고 외부 음식도 반입이 가능해 40~50대 중장년층에게 인기가 높다.

연 30만~40만
파주 랜드마크

지난 25일, 서울 강북 지역에서 강변북로를 타고 자유로를 거쳐 40여분 정도 달리자 길 옆으로 갈릴리 농원이 보였다. 오전 11시경이었는데 주차장은 이미 절반가량 차 있었다. 갈릴리 농원에서 운영하는 카페가 차도를 사이에 두고 자리했다. 천정이 높은 카페에는 갓 만든 빵 냄새가 가득했다.

갈릴리 농원에 장어를 공급하는 양식장은 차로 10~15분가량 떨어진 곳에 있었다. 양식장에 가까워질수록 도로가 좁아졌고 차는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양식장에 도착했을 땐 갈릴리 농원 관계자의 차와 <일요시사> 취재진의 차만 남았다.

양식장으로 이어진 길은 포장돼있지 않아 차가 지나가자 뿌옇게 흙먼지가 일었다.

양식장 진입로는 두 개였다.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사이에 둔 양쪽 토지는 모두 갈릴리 농원의 소유다. 자유로 방향으로 서서 오른쪽은 양식장, 왼쪽은 추가 양식장을 만들기 위해 갈릴리 농원이 매입한 땅이다. 양식장에서 약 20m 떨어진 곳에 소형 굴착기 한 대를 조작하는 기사가 보였다.

양식장 부지는 2700여평, 장어를 양식하는 수조는 1100평에 달했다. 대형 장어 공장이라고 해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규모였다. 양식장에서 기르고 있는 장어 치어(어린 물고기)와 성체 장어 등은 120만마리 정도라고 한다. 이곳에서 양식된 장어는 갈릴리 농원을 통해 전국으로 팔려나간다. 이른바 갈릴리 농원의 ‘젖줄’인 셈이다.

최근 양식장과 인접 도로가 갈릴리 농원과 한국농어촌공사 간 법정 공방의 쟁점으로 떠올랐다. 갈등은 부동산 개발업체로 알려진 A사가 양식장 인근 부지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도로와 구거를 진출입로로 사용하기로 하면서부터 시작됐다.

구거는 하천보다 규모가 작은 4~5m 폭의 도랑, 개울이다. 농업용수 공급, 배수 등의 목적으로 만들어진 인공 수로라고 보면 된다.

전국구 맛집 VS 정부 기관
도로 사용 허가 놓고 갈등

한국농어촌공사에 따르면 해당 도로와 구거는 1975년경 경지 정리사업으로 설치한 농업용 수로 및 도로 부지다. 그때부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고 있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는 2022년 11월 해당 도로와 구거를 두고 임대차 계약을 맺었다.

2023년 1월부터 2033년 1월까지 10년 동안 A사가 이 도로와 구거를 농로 목적 외로 사용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도로 사용 허가를 받은 A사는 파주시에 개발허가를 신청했다. 파주시는 2023년 9월 해당 부지에 사무소, 야적장 등을 지을 수 있는 허가를 내줬다. 파주시에 따르면 올해 A사가 개발 내용을 변경해 신청했고 허가가 나왔다. 어떤 건물이 들어설지 아직 모르지만 허가 내용상으로는 편의점 등 건축법상 소매점도 들어설 수 있는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의 계약, 파주시의 개발허가 등을 전혀 몰랐다고 주장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지난해 12월쯤에 인부들이 도로와 구거에 붉은 깃발을 연이어 설치해서 ‘뭘 하는 거냐’고 물었더니 A사가 도로 확장 공사를 한다고 하더라. 이후 정보공개를 통해 계약 내용을 일부 확인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개발이 진행되는 동안 발생할 수 있는 소음과 진동이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에 따르면 장어는 소음과 진동에 매우 취약한 어종이다. 개발을 위한 공사 차량이 도로를 오가면서 생기는 소음과 수조의 진동이 장어를 폐사에 이르게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 소음과 진동에 노출된 양식 어류가 정상 어류와 비교해 사망지수가 6배 가까이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설명했다.

갈릴리 농원은 부지 개발을 원하는 A사,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준 한국농어촌공사,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 등과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한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A사가 개발하려는 부지로 진입할 수 있는 도로가 두 개다. 하다못해 양식장에 인접하지 않은 도로를 사용하면 안 되냐고 제안했는데 도로 포장비용을 우리에게 부담하라고 해서 (A사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농어촌공사
사용 허가

한국농어촌공사가 A사에 사용 허가를 내줄 당시 도로를 포장해야 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는데, 진출입로를 변경하는 대신 그 도로를 갈릴리 농원 측에서 포장해 달라는 뜻이다. A사가 양식장에 인접한 도로를 진출입로로 선택한 이유는 옆 도로보다 접근성이 좋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실제 옆 도로는 양식장 인접 도로와 비교해 진입 지점까지 거리가 훨씬 길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한국농어촌공사, 파주시와도 이야기를 나눴다. 양식장 피해를 호소하며 사용 허가 및 개발허가를 취소하거나 A사와 협의할 수 있게 조율해 주길 원했지만 ‘절차상 문제가 없다’는 말만 들어야 했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는 기관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게 없으니 소송을 걸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결국 이 문제는 법정 공방으로 번졌다. 갈릴리 농원이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국유지 사용계약 무효 확인’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한국농어촌공사와 A사가 맺은 임대차계약은 무효라는 내용이 골자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파주시가 (A사에) 개발허가를 내준 배경은 한국농어촌공사가 도로 사용 허가를 내줬기 때문”이라며 “모든 일은 그 임대차계약에서부터 시작됐다”고 주장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한국농어촌공사의 도로 사용 허가가 없었으면 개발허가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는지 묻는 <일요시사>의 질문에 “무조건은 아니지만 안 나갈 수도 있었다”면서도 “그 부분(도로 사용 허가)이 선행돼서 개발허가에 절차상 문제가 생기지 않은 건 맞다”고 말했다.

소송의 가장 큰 쟁점은 한국농어촌공사에 해당 도로에 대한 사용 허가권이 있는지다. 농어촌정비법 제23조(농업생산기반시설의 사용 허가) 조항이 언급됐다. 갈릴리 농원 측은 현행법에 따라 해당 도로의 사용 허가권이 지자체장에게 있다는 견해고 한국농어촌공사는 자사에 허가권이 있다고 주장했다.

파주시는
개발허가

해당 조항은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에 사용하려 하거나 타인에게 사용하게 할 때는 시장·군수·구청장의 사용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내용이다. ‘다만, 농업생산기반시설관리자가 한국농어촌공사인 경우와 농업생산기반시설의 유지·관리에 지장이 없는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경미한 사항이면 그렇지 않다’는 단서가 달렸다.

또 ‘제1항의 따른 사용 허가는 그 본래의 목적 또는 사용에 방해되지 않는 범위에서 해야 한다. 이 경우 농업생산기반시설 관리자는 미리 관계 주민의 의견을 들어야 한다’고 명시했다. 갈릴리 농원 측은 허가 주체가 한국농어촌공사가 아니라 지자체장이기에 해당 도로에 대한 임대차 계약은 성립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농어촌공사는 농어촌정비법 제23조, 농어촌정비법 시행령 제31조(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 허가) 제2항을 들어 허가권이 있다고 반박했다. 해당 조항은 ‘농어촌정비법 제23조 제1항 단서에 따라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를 본래 목적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려는 자는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사용신청서를 한국농어촌공사에 제출해야 하며, 한국농어촌공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이나 용수의 사용에 관한 사항은 한국농어촌공사 정관으로 정한다’고 명시했다.

문제의 도로는 농로여서 공사를 위한 진·출입로 등 농업 외의 목적으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한국농어촌공사의 허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지자체장의 허가를 받을 필요가 없고 임대차계약에도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일단 한국농어촌공사의 손을 들어준 상태다. 갈릴리 농원 측은 지난 4월 한국농어촌공사를 상대로 ‘행정처분 효력 정치 신청’을 제기했다. 본안 소송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임대차계약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내용이다. A사가 도로공사를 진행하려고 하자 이를 막기 위한 취지로 신청한 것으로 보인다.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피신청인(한국농어촌공사)이 도로 공사를 하겠다며 우리 땅에서 도로 쪽으로 흘러내린 토사 일부를 원상복구하라고 요구해 왔다. 해당 요구는 도로를 무단 임대한 불법행위를 배경으로 한 부당한 처사”라며 “또 토사가 일부 흘러내렸다고 해서 실제 도로의 효용에는 아무런 지장도 발생하지 않는다. 명백한 권리 남용”이라고 지적했다.

“양식어류, 소음과 진동에 취약”
“실질적 피해 없다” 가처분 패소

그러면서 도로 공사를 위해 중장비 차량이 오가는 사이 발생한 소음과 진동으로 장어가 먹이를 먹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3년 동안 2주에 한번씩 갈릴리 농원에서 양식 중인 장어를 대상으로 ‘병성 감정 업무’를 수행해온 수산질병관리원의 소견서도 제시했다.

소견서에 따르면 “최근(2025년 4월1일) 실시한 검사에서 특별한 병원체의 감염은 확인되지 않으나 사료 섭이가 떨어지는 증상이 관찰되고 있다”며 “이 같은 섭이 저하 증상이 대형 차량 운행에 의한 소음, 진동과 상관관계가 있는지 확인을 위해서는 세부적인 분석이 필요하지만 사육 중인 장어에 지속적인 스트레스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갈릴리 농원 측은 검사 사흘 전인 지난 3월29일 도로 공사를 위한 중장비 차량이 오갔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의정부지법은 갈릴리 농원 측의 신청을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청인(갈릴리 농원)이 제출한 자료만으로는 신청 취지 기재 처분으로 인해 신청인에게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가 발생한다거나 이를 예방하기 위해 그 효력을 정지할 긴급할 필요가 있음이 소명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소송 상대인 한국농어촌공사나 개발허가를 내준 파주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파주시 관계자는 “시가 봐야 할 부분은 허가 과정에서 절차상의 문제가 있었는지다. 개발허가를 내주기 전 양어장 주변까지 고려해 도시계획 심의도 진행했다. 도시계획 심의는 법적인 부분 외에도 주변 환경 등을 포괄적으로 확인하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문제는 갈릴리 농원과 A사가 ‘민사’로 해결해야 할 일이다. 어느 한쪽의 입장을 고려하면 다른 한쪽이 손해 보는 구조다. 인허가 문제로 시가 개입하는 사례도 있지만 이 건은 서로 입장 차가 뚜렷해 시는 절차의 적법성만 따졌고 (그 부분에서는) 문제가 없다”고 덧붙였다.

한국농어촌공사는 “갈릴리 농원 측에서 장어 피해와 관련한 소송을 제기할 것으로 생각했는데 A사와 맺은 임대차계약을 문제 삼아서 의외였다”며 “우리는 현행법에 따라 우리가 관리하는 농업생산기반시설을 목적 외로 사용하겠다는 신청이 들어오면 농기계 통행 등 농민에게 피해가 있는지를 검토해 허가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이런 문제는 지자체가 개발허가를 내줄 때 전체적으로 고려했어야 하는 게 아니냐”고 반문했다. 또 “결국 비용 문제”라며 “갈릴리 농원과 A사, 두 업체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책임 없다”
핑퐁 게임?

갈릴리 농원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한국농어촌공사’를 검색하면 ‘국민의 먹을거리 생산 기반을 확충하고 농어촌 생활환경 개선에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농정 최일선 기관’이라는 글이 뜬다. 하지만 지금 하는 행태를 보면 한국농어촌공사는 양식업에 종사하는 우리보다 부동산 개발업체의 편을 들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한국농어촌공사의 존재 의의에 대해 생각해 봤으면 한다”고 토로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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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단독] 설계사 발목 잡는 ‘포괄양수도’ 함정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떠나더라도 자신이 모집·관리해 온 고객의 보험계약을 함께 옮길 수 있도록 해주겠다는 이른바 ‘포괄양수도’. 한 대형 보험대리점 산하 조직이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퇴사 시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의 약정서를 작성했다. “나가도 기존 계약을 가져갈 수 있다”는 약속은 실제로 지켜질 수 있었을까. 보험설계사가 회사를 옮길 때 자신이 기존 회사에서 모집·관리하던 보험계약을 새 소속에서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넘겨받는 것을 업계에서는 흔히 ‘포괄양수도’라고 부른다. 설계사 입장에서는 이직 이후에도 기존 고객을 계속 관리할 수 있고, 계약 유지에 따라 발생하는 수수료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어 소속을 옮길 때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 양수도 약속 실행 미지수 다만 보험계약 자체가 설계사의 소유물인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의 당사자는 보험회사와 보험계약자이고, 보험설계사는 고객에게 상품을 설명하고 계약 체결을 중개한 대가로 보험사나 법조인보험대리점(GA)으로부터 약정된 수수료를 받는 구조다. 따라서 설계사가 자신이 모집한 계약에 대해 법적인 ‘소유권’을 갖고 있어 회사를 옮길 때 자유롭게 가져갈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예를 들어 한 설계사가 한 법인보험대리점에서 근무하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을 모집했다고 가정해 보자. 설계사가 회사를 그만두고 다른 보험대리점으로 옮긴다고 해서 고객 100명의 보험계약이 자동으로 설계사를 따라 움직이는 것은 아니다. 보험계약 자체는 기존 보험사와 고객 사이에 그대로 유지되고, 설계사가 퇴사하면 기존 회사가 해당 계약을 관리하거나 다른 설계사를 담당자로 지정할 수 있다. 반대로 기존 회사와 설계사 사이에 계약 이관에 대한 합의가 있다면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설계사가 새 보험대리점으로 이동한 뒤에도 자신이 모집했던 계약을 계속 담당할 수 있도록 기존 회사에서 새 회사로 관리관계를 옮기는 절차를 밟을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기존·신규 보험대리점 간 협의와 수수료 정산, 보험사 전산상 담당자 변경 등 실무적인 절차가 뒤따를 수 있다. 중요한 점은 이 같은 계약 이관을 보험업법 등이 일률적으로 보장하거나 금지하고 있지는 않다는 것이다. 보험설계사의 이직에 따른 계약 이관을 직접 규율하는 법령이 없어, 실제로 계약을 넘겨줄지 여부는 기본적으로 보험대리점과 설계사 사이의 계약이나 합의에 따라 결정되는 영역으로 해석된다. 설계사 영입 ‘계약 이관’ 약정 본사는 양수도 불허…엇갈린 방침 이 때문에 보험대리점이 설계사를 영입할 당시 “향후 다른 회사로 옮기더라도 기존 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속했다면 해당 약정이 중요해진다. <일요시사> 취재에 따르면 인카금융서비스 내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은 설계사를 영입하는 과정에서 향후 퇴사할 경우 기존 관리계약을 양수도 방식으로 이관해 주겠다는 내용을 약정서에 담았다. <일요시사>가 확보한 ‘인카금융서비스(주) 사업단 부속 약정서’에는 인카다이렉트 사업단과 설계사 김모씨 사이의 구체적인 계약 조건이 적혀 있다. 눈에 띄는 것은 퇴사 이후의 계약 처리 방식이다. 약정서에는 “조직의 이동(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의 양수도 조건으로 원활한 계약 이관 조치한다”고 명시돼있다. 설계사가 향후 조직을 떠나더라도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취지다. 계약 이관뿐 아니라 퇴사 이후 남아 있는 수수료에 대한 내용도 포함됐다. 약정서에는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미정산 잔여 유지수수료는 월지급 또는 퇴사 시점부터 1년이 되는 시점에 정산해 지급한다”고 적혀 있다. 영입 당시 지급 수수료율과 일부 시책 등 구체적인 보상 조건도 함께 약정됐다. 앞서 작성된 또 다른 부속 약정서에서도 비슷한 내용이 확인된다. 해당 문서 역시 조직 이동 또는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양수도 조건으로 이관하고, 남은 유지 수수료를 별도로 정산하도록 했다. 그런데 이 약정에서 한 가지 의문이 생긴다. 설계사에게 계약 이관을 약속한 주체는 인카금융서비스 본사가 아니라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다. 인카다이렉트는 인카금융서비스 내에 편입된 영업 조직이다. 기존 다이렉트119가 인카금융서비스에 합병되면서 인카다이렉트라는 조직으로 편입됐고, 그 아래 다시 사업단과 본부 등 영업 조직이 구성돼있다. 계약 옮겨도 정산은 별개 앞서 김씨와 부속 약정을 체결한 사업단 역시 이 같은 인카다이렉트 산하 조직 중 하나다.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체결한 이 같은 약정이 인카금융서비스 본사의 방침과 맞아떨어졌느냐다. 인카금융서비스 본사는 지난 2024년 소속 조직에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방침을 전달했다. 김씨는 이후 본사의 방침과 자신이 체결한 약정 내용이 다르다는 사실을 알게 된 뒤 “본사에서는 안 된다고 하는 포괄양수도를 사업단이 어떻게 약정할 수 있는 것이냐”며 문제를 제기했다. 본사가 포괄양수도를 허용하지 않는다는 방침을 갖고 있었다면, 사업단이 설계사에게 향후 퇴사 시 전체 관리계약을 이관해 주겠다고 약정할 수 있었는지가 쟁점인 셈이다. 사업단 자체 판단만으로 계약 이관을 약속할 수 있었는지, 아니면 인카다이렉트나 인카금융서비스 차원의 권한이나 승인이 전제돼있었는지를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제는 약정서에 ‘계약을 이관한다’고 적었다고 해서 실제 포괄양수도가 쉽게 이뤄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다.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기존 소속 회사와 새로 옮길 회사, 보험사 등 여러 주체의 협의가 뒤따라야 하기 때문이다. 가령 한 설계사가 A법인보험대리점(GA)에서 B 대리점으로 옮기면서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함께 가져가려 한다면, 우선 기존 GA가 해당 계약을 내보내는 데 협조해야 하고, 새 GA 역시 이를 받아 관리할 수 있는 상태여야 한다. 이후 실제 보험계약을 보유한 보험사 전산에서도 담당 조직이나 설계사 변경 등 필요한 절차가 이뤄져야 한다. 근저당 걸고 3년 만 이관 계약을 넘기는 과정에서는 돈 문제도 함께 정리해야 한다. 설계사에게 지급되는 수수료는 계약 체결 시점에 모두 끝나는 것이 아니라 유지 기간에 따라 나눠 지급되는 경우가 많다. 회사가 자체 재원으로 일부 수수료를 먼저 지급했거나 정착 지원금·시상금 등을 지급했다면, 퇴사 시 이를 어떻게 정산할지를 두고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실제 보험업계에서는 설계사가 다른 GA로 옮기는 과정에서 기존 소속 회사가 계약 이관에 협조하지 않아 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반복돼 왔다. 계약 이관 여부를 일률적으로 정한 법적 기준이 없는 만큼, 기존 GA가 계약을 내보내지 않겠다고 판단할 경우 설계사가 이를 일방적으로 요구하기는 쉽지 않은 구조다. 기존 GA 입장에서도 계약이 빠져나가면 향후 해당 계약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등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 설계사의 이직과 함께 기존 고객 계약까지 다른 회사로 넘어갈 경우, 회사가 관리하던 계약과 수익 기반을 함께 내주는 셈이어서 계약 이관에 소극적일 유인이 있다는 설명이다.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해도 실제 진행은 쉽지만은 않다. 계약의 관리만 넘겨주는지, 남은 수수료까지 함께 정산하는지, 기존에 지급된 지원금이나 시상금에 환수 조건이 붙는지 등에 따라 설계사가 체감하는 조건은 크게 달라진다. 인카다이렉트 측 관리자들은 이와 관련해 포괄양수도가 불가능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지난 8월 김씨와의 카카오톡 대화에서 한 관리자는 “인카다이렉트 양수도 100% 된다”며 “W금융이 대표적이고, 개인이든 지점이든 자신들이 계속분을 받기 위해 안 한 거지 원하는 분들 다 해드렸다”고 말했다. 이들의 설명대로라면 포괄양수도가 이뤄지지 않은 사례는 회사가 이를 거부해서가 아니라, 설계사나 조직이 기존 계약에서 계속 발생하는 수수료를 받기 위해 스스로 계약 이관을 선택하지 않은 경우라는 취지다. ‘100% 가능’ 철석같은 약속 실제 이관까지 절차 수두룩 하지만 <일요시사>가 확인한 W금융 측 설명은 달랐다. W금융 대표는 DM(다이렉트 메시지)에서 “포괄양수도를 받은 사실이 없다”고 전했다. “내가 과거 인카 측에서 해촉된 뒤 곧바로 포괄양수도를 받은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인카다이렉트 측 설명처럼 퇴사와 동시에 기존 계약과 관련 권리가 한꺼번에 넘어온 것이 아니라, 해촉 이후 약 3년이 지나서야 기존에 관리하던 계약을 이관받았다는 것이다. 대표는 계약을 넘겨받는 과정에서도 별도의 조건이 뒤따랐다고 주장했다. 계약 이관 과정에서 근저당 설정 등의 부담이 있었고, 기존 계약에서 발생하는 유지 수수료 역시 충분히 정산받지 못했다는 설명이다. 다만 계약 이관을 어디까지 ‘포괄양수도’로 볼 것인지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퇴사 이후 기존 계약 일부 또는 전부가 다른 회사로 이관됐다고 하더라도, 영입 당시 약속한 조건에 따라 즉시 계약과 잔여 수수료 등이 함께 이전된 것인지, 일정 기간이 지난 뒤 별도의 협의와 조건을 거쳐 이관된 것인지는 성격이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포괄양수도 사례로 W금융을 언급한 경위에 대해 당시 김씨와 대화를 나눴던 사업단 관리자에게도 확인을 요청했다. 해당 관리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회사에서 전해 들은 내용을 그대로 전달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설명했다. 자신이 포괄양수도 가능 여부나 과거 사례를 직접 확인해 안내한 것은 아니라는 취지로 해석된다. 이후 A씨는 인카다이렉트를 떠나 같은 인카금융서비스 내 다른 조직으로 소속을 옮겨달라고 요청하는 한편, 포괄양수도 약정과 실제 운영 방식에 대한 문제를 SNS에 제기했다. 해당 내용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커지자 인카다이렉트 측은 A씨의 게시물 등을 문제 삼았고, 결국 A씨는 ‘허위 사실 유포 및 회사 평판 리스크’ 등을 이유로 해촉 통보를 받은 상태다. 결국 문제는 인카다이렉트 산하 사업단이 설계사들에게 약정한 포괄양수도가 실제 100% 가능한 조건이었는지다. 또 본사의 방침과는 달리 ‘포괄양수도’에 대해 사업단이 자체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지도 쟁점이다. 방침 따로 약정 따로 인카다이렉트 측은 현재 회사 내부 규정상 설계사 퇴사에 따른 타사 계약 이관과 잔여 수수료 등을 일괄 이전하는 포괄양수도를 운영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다만 소비자가 직접 요청하는 경우에는 예외적으로 개별 계약 이관을 허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산하 사업단에서 포괄양수도가 가능하다고 안내하거나 별도 약정을 체결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사실관계를 확인하겠다고 밝혔다. 회사 관계자는 <일요시사>와의 통화에서 “만약 그렇게 했다면 사업단에서 독단적으로 결정한 것”이라는 취지로 설명하며, 잘못된 안내가 사실로 확인될 경우 내부 조사와 필요시 제재가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