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상 고객 VS 펜션 업주 급발진’ 옥신각신, 왜?

“막무가내 퇴실 요구 황당해”
일부 “초과 요금 미지불 꼼수”

[일요시사 취재2팀] 김해웅 기자 = 최근 여름 휴가 시즌이 막바지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숙박시설을 이용한 피서객들과 업주 간 의견 충돌 사례가 늘고 있다. 펜션 등 숙박시설이 광고했던 것과는 달리 비위생적이라거나 객실 이용 기준을 두고 업주와 손님이 감정싸움까지 벌이고 있는 형국이다.

지난 24일, 온라인 자동차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펜션에서 쫓겨났어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먼저 올렸던 글을) 사정이 있어 지웠었는데, 저희 가족이 진상이 돼있어서 다시 남긴다”며 피해를 호소했다.

그는 “총 다섯 가족이 방문했었고 편의상 B(2명), C(2명), D(4명), E(3명), F(2명)라고 하겠다. 놀러 간다는 계획이 잡혔을 때 제게 ‘방을 알아보라’고 해서 15명 이상 인원이 되는 숙박업소를 알아봤다”고 운을 뗐다.

A씨 주장에 따르면, 여러 숙박 업소를 검색했으나 결국 큰 고모부 측에서 예약한 곳으로 가게 됐다.

그는 당일 오후 6시20분쯤 해당 펜션에 동생과 함께 도착했으나 당시 E 가족은 인근 해수욕장에 있었다. 이후 E 가족이 도착하지 않은 상황에서 고기를 구워 먹고 있는데, 마침 펜션 업주가 “총 인원이 몇 명이나 되느냐?”고 물었다.

옆에 있던 고모부가 “총 14명이고 영유아 2명이 포함돼있다”고 하자 업주는 “왜 그 사실을 이제야 말하느냐? 홈페이지에 인원 초과 시 환불 조치 없이 퇴실이고, 환불은 불가하니 나가 달라”고 요구했다.


퇴실 요청에 고모부가 “영유아 포함인지 확인을 못했다. 추가금을 내겠다”고 제안했으나 업주는 “확인하지 않았더라면 그냥 이용하셨을 것 아니냐? 환불은 못해주겠으니 나가라”며 재차 퇴실을 요청했다.

결국 이날 다섯 가족은 해당 펜션에서 고기만 구워 먹은 후 B 가족 집으로 가야 했다.

“저희가 추가금을 낸다고 해도 사장님은 E 가족과 큰소리치시며 나가라는 말만 했고, 자리가 불편해서 그냥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는 A씨는 “주작이나 꾸민 상황 없이 제가 본 그대로 말씀드리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집에 가면서 어이가 없어서 해당 펜션의 리뷰를 찾아봤는데 당연히 좋은 것도 있었지만 불친절하다던가 만족을 못한 내용도 상당히 많았다”고 토로했다.

아울러 “그날 개인적으로 사장님 기분이 안 좋아서 그랬을 수도 있지만 저도 어이가 없고 황당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글을 올린 것”이라며 “이해 안 가는 부분이 있는 분들은 댓글 남겨주시면 아는 한에서 답변 남겨드리겠다”고 마무리했다.

그는 문자메시지 예약 내역, 통화 내역 이미지 캡처본도 함께 첨부했다.

A씨는 추가 글을 통해 “애완견은 없었다. 할머니 생신 차 가족끼리 모인 자리였다. 다들 다른 지역에 거주하기 때문에 해수욕장에 놀러갔다가 저녁에 온 거였고 4인 기준(최대 6인) 방을 2개 잡아서 총 12명 수용 가능한 상황이었다”며 “다만 영유아 관련 약관은 잘 읽어보시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또 “바비큐장에서 고기를 먹다가 업주가 몇 명이 묵느냐길래 ‘영유아 포함 14명’이라고 했더니 왜 ‘영유아는 결제하지 않았느냐’며 ‘기분 나쁘니 환불 없이 나가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런 얘기가 오가고 30~40분 지나서 E 가족이 도착해 ‘추가 인원이라 안 되면 다른 곳에서 자겠다’고 했지만 업주는 ‘됐다. 나가라. 환불은 없다’고 해서 말싸움이 벌어졌던 것”이라고 부연했다.

회원들의 의견은 펜션 업주의 잘못과 진상 고객이라는 두 의견으로 극명하게 갈리고 있다.

가장 많은 추천수를 받은 글은 펜션 업주 측의 과오라고 해석했다.

회원 ‘이OOOO’은 “원래 인원 초과로 인한 환불 없는 퇴실은 문제가 있는 것인데 이걸 일부로 간과하느냐?”고 지적했다. 이어 “2명이 초과됐으면 2명만 다른 곳에서 자면 될 일인데 홈페이지에 적어 놨으니 땡이라고 하면 골 때리는 것”이라며 “사채업자가 이자 80%라고 계약하면 그대로 지켜야 하느냐? 법에는 상식과 현실이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추가 요금도 안 된다면 업체는 2명만 다른 곳에서 자야 한다고 안내하고 고객은 받아들이면 되겠지만, 그것조차 거부한다면 지탄받고 경찰도 부를 수 있다”면서도 “오직 환불 없는 퇴실만 요구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두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은 A씨의 잘못을 지적했다.

회원 물이OOOOO는 “도착해서 ‘인원이 아이들 포함이라 14인 초과되는데 어떻게 할까요?’라고 문의하는 게 그렇게 어려운 일일까요? 업주가 물어보지 않았으면 그냥 넘어가셨겠죠?”라고 의심했다.

이 같은 지적에 A씨는 “저도 아니라곤 할 수 없지만 E 가족은 해수욕장을 다녀와서 도착하자마자 환불 없이 나가라는 소리를 들었고, 도착 후 짐만 풀어놓고 고기 먹다가 쫓겨난 상황이라 황당해서 쓴 것”이라고 항변했다.

다른 회원도 “E 가족은 얘기할 필요가 없는 거 아니냐. 최대 인원이 초과됐는지 안 됐는지만 중요하고 초과 요금 안 내려다가 이 지경이 된 것”이라며 “그냥 손님이 잘못한 것이다. 보통 호텔도 (인원 제한 초과) 걸리면 그냥 퇴실인 곳도 있다”고 거들었다.

또 다른 회원도 “본인이 인원 규정 어긴 것부터 잘못했다. 규정을 지켰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며 “본인들이 원인 제공을 해놓고 피해자처럼 써놨다”고 지적했다.

세 번째로 추천을 많이 받은 댓글도 “다른 후기들과는 상관없다. (A씨 일행이) 규정을 어긴 건 맞지 않느냐?”는 내용이었다.


이 외에도 한쪽 주장만 들어서는 안 된다는 중립 댓글도 눈에 띈다.

데OOOOO는 “펜션 사장 입장도 안 듣고 이런 글 올라오면 댓글 쓰는 사람들이 많다. 어느 쪽 편도 안 들고 글 내용만 갖고도 글쓴이 잘못이 더 큰 건데 펜션 사장은 왜 욕하느냐?”며 “인원은 여행 계획 때부터 정해지고, 영유아든 초등학생이든 예약 단계에서 말하지 않은 게 착각이냐?”고 따져 물었다.

이어 “몰라서? 나이 많은 어른이라서는 건 본인들 합리화고 증거도 없는 주장일 뿐”이라며 “마음 먹고서 추가 비용 내지 않으려고 생각한 쪽이 더 가능성이 근데 펜션 업주는 작정하고 속이려 한 것으로 믿고 행동한 것 같다”고 해석했다.

그는 “만약 업주가 발견 못했으면 추가금 내지 않고 이용했을 텐데…반대 입장에서 본인들이 장사하는 사람인데 인원 제대로 얘기 안 하고 이용하면 ‘아, 그럴 수 있겠네’ 하고 넘어갈 수 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다른 회원도 “이런 사연들의 대다수가 그렇듯 글쓴이의 일방적인 입장이 서술된 경우가 많은데 이쯤 되면 이슈가 됐으니 업주분의 입장도 들어봐야 할 듯”이라며 “전후사정 차치하고 첨부된 불만 리뷰 내용 보면 공통점은 규정을 어긴 사람들이다. 정해진 운영 약관에 동의 후 이용했을 텐데, 자신의 편리를 위해 정해진 룰을 지키지 않고 불평불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글쓴이님도 해당 리뷰 캡처본 첨부할 때 내용 파악됐을 텐데 과연 도움이 될 만하다고 판단하시는지 의문”이라며 “본문 내용조차 규정을 지키지 않고 일방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 몰지각한 이용자들의 주장으로 비춰질 수도 있지 싶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사연 모두가 100% 사실이고 불리할 만한 내용을 제외시킨 게 아니라면 당연히 펜션 업주는 강한 지탄을 받게 될 것임은 분명하다”고 평가했다. 

“이번 건은 퇴실 조치가 아니라 환불받아야 할 것 같은데?” “환불 없이 퇴실을 요구하는 불공정 계약이 말이 되느냐?”며 A씨를 두둔하는 댓글들도 다수 달렸다.

이 외에도 “예약자도 잘못이긴 한데 입실할 때 미리 얘기를 했어야 했다. 그렇다고 (펜션 업주도) 바로 내쫓는 건 좀 (아닌 것 같다) 충분히 대화와 타협이 가능한 부분인 것 같다” “솔직히 글쓴이도 자초지종을 모르는 것 같다. 여론몰이하려고 올리기는 했으나 보다시피 의견이 분분한 것 같다” 등 양측 모두를 저격하는 댓글도 달렸다.

A씨는 글 말미에 “방금 통화하면서 알게 된 사실인데 원래 E 가족은 방문하지 않기로 돼있었고, 내용 보시면 아시겠지만 처음부터 12명(성인 10명, 영유아 2명)으로 예약했었다. 결제 후 사장님과 통화하고 추가 결제로 넉넉하게 최대 인원 수로 맞춘 것”이라면서도 “언제 방문하기로 결정됐는지는 확인해봐야 한다”고 추가글을 덧붙였다. 

해당 글은 26일 오후 3시 현재 10만명이 넘는 회원들이 읽었으며 573개의 댓글 및 974명이 추천 버튼을 누른 것으로 확인된다. 

<haewoo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자승자박’ 정청래 리더십 위기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의 리더십이 위기다. 1인1표제가 통과된 이후 힘을 받나 싶더니, 조국혁신당과의 합당 문제와 2차 종합특검 후보 논란 등 악재가 겹치면서 연임에 적신호가 켜졌다. 이재명 대통령도 시시각각 리더십 시험대에 올랐지만 결국 대권가도의 길을 걸었다. 정 대표도 무사히 ‘이재명의 길’을 걸을 수 있을까? 지난 10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조국혁신당(이하 혁신당)과의 합당 논의를 ‘일시 중지’하기로 결론지었다. 늦은 시간까지 이어진 의원총회서 민주당 의원들은 대체로 지방선거 전 합당 추진을 중단하자는 의견을 낸 것으로 전해진다. 충분한 논의 없이 합당을 띄워 당을 혼란스럽게 하고, 당·청 관계까지 어색해진 만큼 ‘정청래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리더십은 타격을 입게 됐다. 더 좁아진 운신의 폭 이날 정 대표는 국회에서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연 뒤 브리핑에서 “오늘 민주당 긴급 최고위와 함께 지방선거 전에 합당 논의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대신 지방선거 후 통합을 추진하기 위한 ‘연대와 통합을 위한 추진준비위원회(이하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을 결정하고, 혁신당에도 준비위를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로서 혁신당과 통합을 제안한 것은 오직 지방선거 승리와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한 충정이었다”며 “그러나 통합 제안이 당 안팎에서 많은 우려와 걱정을 가져왔고, 통합을 통한 상승 작용 또한 어려움에 처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여러 자리에서 의원들의 말씀을 경청했고 민주당 지지층 여론조사 지표도 꼼꼼히 살피는 과정에서 더 이상 혼란을 막아야 한다는 당 안팎의 여론을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을 혼란케 한 점에 대해서도 사과했다. 정 대표는 “그동안 통합 과정에서 있었던 모든 일들은 저의 부족함 때문”이라며 “국민 여러분과 민주당 당원들, 혁신당 당원들께 사과드린다”고 고개를 숙였다. 당초 이달 13일 입장을 밝히겠다던 혁신당은 날짜를 앞당겨 지난 11일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사안에 대해 입을 열었다. 혁신당 조국 대표는 통합추진준비위 구성에 동의하며 6월 지방선거 연대 가능성을 열어뒀다. 민주당을 향한 뼈있는 말도 이어졌다. 조 대표가 “선거 후에는 통합의 의미가 무엇인지 확인하고 내용과 방식에 대한 논의를 책임감 있게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것이다. 그동안 혁신당은 민주당에 흡수되는 방법을 피하고자 했던 만큼 합치는 방식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것이 합당의 최대 과제로 남아있다. 조 대표는 “양당 간 회동이 이뤄지면 먼저 민주당이 제안한 연대가 지방선거에서의 연대인지 아니면 추상적 구호로서의 연대인지 확인해야 한다”며 “지방선거 연대가 맞다면 추진준비위에서 그 원칙과 방법을 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모든 과정에서 양당은 상호 신뢰와 존중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며 “특정 정치인 개인과 계파의 이익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반드시 역효과가 난다. 국민과 양당 당원께 또다시 실망을 드리고 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제동 걸린 민주당-혁신당 합당…다음 복안은? ‘쌍방울 변호인’까지…제대로 꽂힌 ‘2연타’ 조 대표는 정 대표의 사과를 수용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조 대표는 “정 대표께서 혁신당 당원에게 표명한 사과를 받아들인다”며 “혁신당 당원은 당으로 향해지는 비방과 모욕에 큰 상처를 입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어야 한다”고 밝혔다. 혁신당 박병언 선임대변인도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민주당이) 단순히 연대라고만 표현했는데 우당 간 레토릭적 연대를 의미하는지, 실질적으로 두 당이 지선을 치러낸다는 선거 연대인지 분명히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며 민주당의 답변을 요구했다. 앞서 민주당은 합당이 아닌 ‘지선 이후 통합’이라는 단어를 썼는데, 민주당의 답변에 따라 향후 당의 대응이 달라질 것으로 풀이된다. 합당 논의가 중지되면서 당이 숨 고르기에 들어가나 싶더니 2차 종합특검으로 추천된 전준철 변호사가 새로운 불씨가 됐다. 민주당이 추천한 전 변호사는 2023년 ‘불법 대북 송금 사건’으로 구속 기소된 김성태 전 쌍방울 회장 등의 변호인으로 선임된 인물이다. 1심 이후 사임했지만, 친명(친 이재명)계에서는 “이재명 죽이기” “제2의 체포동의안 사태” 등 격하게 반발했다. 친청(친 정청래)계로 분류되는 이성윤 최고위원이 전 변호사를 추천하면서 반발이 더욱 거세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전 변호사는 검사 시절 김건희 주가조작 사건, 한동훈 채널A 사건 등을 담당했다. 이 최고위원은 “(전 변호사가) 윤석열·김건희 수사를 할 때 서슬 퍼런 윤 총장하에서도 결코 소신을 굽히지 않고 강직하게 수사했다”며 “이번 2차 종합특검의 중요성에 비춰 적임자로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정확한 팩트 확인 없이 전 변호사가 김성태 대북 송금 조작 의혹 사건을 변호했고, 그런 변호사를 추천함으로써 마치 정치적 음모가 있는 것처럼 의혹이 확산하는 것을 매우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주장했다. 정·이 차이는? ‘윤정부에서 탄압을 받은 변호사’를 강조했지만, 민주당을 설득시킬 명분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러자 이 최고위원은 “이번 2차 종합특검 추천 과정에서 조금 더 세밀하게 살피지 못한 것을 유감스럽게 생각하고, 앞으로는 더 세심히 살피겠다”고 사과했다. 정 대표도 거듭 고개를 숙였다. 정 대표는 해당 사태를 인사 검증 실패에 따른 ‘사고’로 규정하고 “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의 책임은 당 대표인 저에게 있다. 대단히 죄송하다”며 사과의 뜻을 밝혔다. 지도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사태는 이 최고위원을 향한 사퇴 압박으로 이어졌다. 이번 사태가 단순한 인사 사고가 아닌 정청래 체제를 향한 불만이 표면화된 결과라는 해석이 나온다. 합당 무산과 후보자 논란으로 정 대표의 리더십이 2연타를 맞으며 8월 전당대회를 앞두고 연임 가능성도 불투명해졌다. 정 대표는 직접 연임 여부를 밝히지 않았지만 1인1표제 등 당원의 힘을 강화하는 작업에 공을 들이며 대권주자로 나서기 위한 입지를 다지고 있다는 해석이 우세했다. 혁신당과의 합당 이후 지방선거를 승리로 이끈다면 공은 정 대표에게 돌아간다. 그 성과를 토대로 대표 연임에 성공한 뒤 차기 대권까지 밟는 이른바 ‘이재명의 길’을 염두에 뒀다는 것이다. 여의도가 바라본 이재명의 길은 순탄치만은 않았다. 친문(친 문재인)계가 민주당을 꽉 쥐던, 시절 그는 한 줌의 계파도 없이 고군분투하며 기득권에 맞섰다. 온건파 사이에서 파격적인 개혁을 앞세워 당원들의 갈증을 해소했고, 이들을 ‘개딸(개혁의 딸)’로 묶어 본격적인 팬덤 정치에 나섰다. 당 대표 시절에는 대선에 출마하려는 대표의 사퇴 시한인 ‘대선 1년 전’에 예외를 두는 내용의 당헌을 바꾸면서 극심한 내홍에 시달렸다. 그럼에도 당시 이재명 대표는 자신 있게 뜻을 밀어붙였고 전당대회서 최종 득표율 85.4%로 연임에 성공했다. 리더십 심폐소생 권력의 정점에 선 이 대통령이 걸어온 길은 비주류에서 주류로 거듭나고 싶어하는 정치인들의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정 대표는 그런 거친 이재명의 길 초입에 들어섰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사이다 화법’으로 지지 세력을 키우는 시도는 이 대통령과 매우 유사하다. 이 대통령도 성공하지 못했던 1인1표제를 정 대표는 해냈다”면서도 “서둘렀던 게 문제다. 합당도 시기가 적절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어 “이 대통령은 당 대표이던 시절부터 모든 것이 순차적으로 맞아떨어졌다. 그때는 민주당이 야당이었고 윤석열·김건희라는 공공의 적이 있으니 친명과 비명(비 이재명)이 매일같이 싸워도 봉합할 명분이 충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대통령과 정 대표의 차이는 측근의 유무다. 이 대통령은 성남시장일 때부터 함께해 온 이른바 ‘성남 라인’이 존재했고, 김현지 대통령비서실 제1부속실장 등 측근이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존재했다”며 “친청을 자처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이들을 측근이라고는 볼 수 없다. 김어준·유승민 두 사람이 정 대표에게 영향을 주는 인물로 꼽히지만, 그들조차도 자기 정치에 당 대표를 쓰는 느낌이 든다. 누가 중심이고, 누가 휘둘리는지 알 수가 없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승부수를 던지지 않는 한 지방선거가 정 대표의 마지막 리더십 시험대가 될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린다. 지방선거에 사활을 걸어 ‘압승’을 끌어낸다면 무너진 리더십을 다지는 건 물론 8월 전당대회 출마 명분까지 얻을 수 있다. 당장은 정 대표가 타격을 받았지만 선거 국면을 통과하면서 과오가 희석되는 흐름에 기대를 건 셈이다. 민주당은 오는 4월 중순까지 모든 지방선거 공천을 마무리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다만 경선 규칙과 공천 룰 등을 두고 계파 간 갈등이 재점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모든 권력에는 비판이 따르기 마련”이라는 한 정치권 관계자의 말처럼 반대 여론을 찬성 여론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리더십이 판가름 난다. 시계를 돌려 2024년 4월, 이 대통령 역시 당 대표이던 시절 공천 시즌을 앞두고 ‘비명횡사’ 논란에 휩싸였다. 현역 의원 의정평가 하위 20% 통보를 박은 이는 6명으로 모두 비명계였던 만큼 의원들 대다수가 ‘친명’을 내세워 마케팅을 이어갔다. 이, 비주류서 180석 야당 대표로 지선 앞둔 대표님의 큰 그림은? 공천 갈등은 당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졌고 민주당이 패배했던 2012년 총선이 되풀이될 것이란 당내 우려가 커졌다. 하루가 멀다고 나오는 사퇴 요구에 이 대표는 “툭 하면 사퇴 요구를 하는 분들이 있는데, 그런 식으로 사퇴하면 1년 내내 대표를 바꿔야 한다”며 오히려 강경한 태도를 보였다. 친명과 비명 간의 갈등은 “환골탈태 과정에서 생기는 약간의 진통”으로 진단했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총선의 최대 걸림돌로 여겨졌지만, 180석 공룡 야당을 탄생시키면서 여론을 뒤집었다. 정 대표 역시 “비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합당 논란을)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아 지방선거 승리에 올인하겠다”며 반전의 기회를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어떤 기습 행동으로 당을 흔들지 종잡을 수 없어 잃어버린 신임을 되찾는 것이 지방선거를 앞둔 첫 번째 과제로 여겨진다. 정 대표는 ‘억울한 컷오프를 최소화하는 것’에 방점을 찍었다. 지난 11일에는 “공천 과정 전반의 불공정·불합리한 사례를 사전에 점검해 신뢰받는 공천 시스템을 구축하고자 노력하겠다”며 공천신문고 구성 안건을 의결했다. 이날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민주당이 합당 과정에 여러 가지 내홍을 겪고 걱정을 끼쳐드렸지만 그런 와중에도 할 일은 빈틈없이 해왔다”며 “민주당은 공정한 경선을 통한 공천, 투명한 공천이 지방선거 승리의 요체임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당 대표의 이 같은 의지가 (공천신문고) 제도를 통해서 충실히 반영되고 있다는 점을 다시 한번 말한다”고 강조했다. 정 대표가 ‘이재명 모델’로 노선을 잡았지만 ‘제2의 ○○○’이라는 꼬리표가 오히려 발목을 잡을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과감하게 오른쪽으로 핸들을 꺾은 이 대통령의 ‘중도 보수’ 전략까지 정 대표가 따라 할 수 있겠냐는 점에서다. 한 민주당 관계자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실망한 사람들이 정권교체에 손을 들어줬다. 이 대통령이 임기를 마칠 때 즈음이면 정권 유지든 교체든 국민의 마음속에 새로운 잣대가 세워질 것”이라며 “시간이 걸리더라도 좌우 통합을 이뤄낼 지도자를 원할지, 지금보다 조금 더 강경한 지도자를 원할지는 현 정부에 달려 있다. 그 시대에 맞는, 또 국민이 원하는 사람이 차기 대권주자로 분류될 것”이라고 봤다. 신선한 뉴페이스? 이어 “이 대통령은 후임자를 키우지 않는다고 한다. 미래의 민주당은 당 대표도, 차기 대권주자도 ‘포스트 이재명’이 아닌 새로운 모델이 필요하다”며 “이 대통령의 행보가 잘못됐다는 것이 아니라 이재명 그림자에만 메어서는 민주당이 앞으로 나아갈 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hypak28@ilyosisa.co.kr> <기사 속 기사> 극단으로 치닫는 여야 갈등 지난 12일 이재명 대통령이 설을 앞두고 민생 회복과 국정 안정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 위해 여야 대표를 오찬에 초대했지만, 약속 시간을 한 시간 앞두고 국민의힘 장동혁 대표가 불참을 통보했다. 장 대표는 “(이번 회동이) 부부 싸움하고 둘이 화해하겠다고 옆집 아저씨 불러놓는 꼴이라는 것을 충분히 알고 있었다”며 불쾌한 기색을 드러냈다. 이어 “오늘 회동에 가면 여야 합치를 위해 무슨 반찬을 내놨고, 쌀에 무슨 잡곡을 섞었고 그런 것들로 오늘 뉴스를 다 덮으려 할 것”이라며 “대한민국 사법시스템 무너지는 소리를 덮기 위해 여야 대표와 대통령이 악수하는 사진으로 모든 걸 다 덮으려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날 밤 민주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재판소원법’과 ‘대법관증원법’이 국민의힘 반발 속에 여당의 주도로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것에 대한 불만을 표현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정청래 대표는 SNS를 통해 “국민과 대통령에 대한 예의는 눈곱만큼도 없는 국민의힘의 작태에 경악한다”며 “본인이 요청할 때는 언제고 약속 시간 직전에 이 무슨 결례인가. 국민의힘, 정말 ‘노답(답이 없음)’”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청와대도 “이번 회동은 국정 현안에 대한 소통과 협치를 위한 자리였다. 그런 취지를 살릴 수 있는 기회를 놓쳤다는 데 깊은 아쉬움을 전했다”고 밝혔다. <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