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슬 몸 푸는 이준석 승부수

  • 박형준 기자 ctzxp@ilyosisa.co.kr
  • 등록 2025.08.25 10:47:17
  • 호수 154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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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 산업 전쟁
이길 수 있을까

[일요시사 정치팀] 박형준 기자 = 개혁신당 이준석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300만원으로 선거를 치를 수 있도록 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는 이미 깊이 뿌리 내린 선거 산업과의 전쟁 선포로 해석될 수도 있다. 과연 개혁신당과 이 대표의 야심은 성공할 수 있을까?

개혁신당 3기 지도부가 지난 11일 연찬회를 개최해 내년 6월 진행될 지방선거 전략을 설명했다. 이준석 대표 등 개혁신당 3기 지도부는 지난달 전당대회서 선출됐다. 이 대표는 이날 “지난 대선을 통해 개혁신당이 군소 정당이란 것을 다시 확인했다”며 “골리앗을 확실하게 쓰러트릴 새 방식을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골리앗 상대

이어 “다른 당이 대선 자금 400억원을 지출할 때, 개혁신당은 28억원을 지출했다”며 “개혁신당은 극단적인 자동화의 길을 가는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가 설명한 ‘극단적인 자동화의 길’은 선거 업무 전면 자동화였다. 제한된 인력과 예산을 효율적으로 배치하고, 상시 점검과 피드백으로 전략을 개선하겠단 구상이었다. 이 대표가 밝힌 지방선거 전략의 핵심은 ‘선거비용 절감’이었다.

이 대표에 따르면, 개혁신당의 목표는 “기초·광역의원 후보들이 300만원대의 선거자금만 지출하게 한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대표로서 지방선거 승리를 지휘했던 경험이 있는 이 대표는 “통상적으론 공천 관련 비용만 수백만 원이 필요해서 정치 신인과 젊은 세대의 참여가 어렵다”며 “개혁신당은 완전히 온라인으로 공천을 진행해 20만원대의 실비만 지출하게 할 것”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지난 2022년 기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선관위)가 산정·공고한 지방의회의원 선거비용 한도액은 ▲비례대표 광역의원 2억200만원 ▲지역구 광역의원·비례대표 기초의원 4900만원 ▲지역구 기초의원 4200만원이었다. 한도액은 선거운동 과열·금권 선거를 방지하기 위해 선정된다.

한도액 제한이 없다면, 이보다 더 큰 비용이 지출될 수도 있다.

과다한 선거비용 지출은 선거 구조가 산업화한 것과 깊은 관련이 있다. 선거 산업은 ▲유세차 대여 ▲현수막 및 홍보물 제작 ▲광고 제작 및 송출 ▲선거송 제작 등으로 구성된다.

이 중 유세차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수천만원대의 대여비를 내야 한다. 여기에 스피커 등 옵션을 추가하면, 비용은 더 늘어난다.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당시 단 4대의 유세차만을 운용했다. 이 중 1대는 대구시당 당원들이 직접 특별당비를 모아 자체적으로 마련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금·인원이 부족한 군소 정당 특성상 개혁신당은 당직자·당원의 역량을 극한으로 모아 대선을 치렀다.

“300만원으로 선거 치른다”
개혁신당 야심 성공할까

장당 제작비용에 5만원~40만원이 소요되는 플래카드 설치에도 상당한 자금이 필요하다. 아울러 온라인·TV에 노출되는 광고도 적게는 수천만원에서 수십억원까지 내야 한다. 선거송도 한 곡당 수백만원의 저작권료를 내야 한다. 그외 선거 사무실 운영비용과 선거 운동권 관리 비용도 지출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은 선거자금 전액을 선관위로부터 보전받는다. 득표율 15%를 넘기 어려운 군소 정당은 득표율 10%가 넘어야 절반을 보전받는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8.34%(약 291만표)를 득표했기 때문에, 개혁신당은 선거자금을 한 푼도 보전받지 못했다.

개혁신당 서진석 전 선대위 부대변인은 지난 6월 “개혁신당과 이 후보는 후원금만으로 대선을 치렀다”며 “이미 후원금으로 모든 지출이 충당돼, 흑자를 봤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비용 절반을 보전받는 것과 한 푼도 보전받지 못한 것엔 엄청난 차이가 있다.

구성원 대부분이 30·40대인 개혁신당으로선 지난 대선보다 비용 지출을 더 간소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개혁신당의 비용 간소화 모델은 상당한 파장을 몰고 올 가능성이 있다. 제대로 현실로 구현돼 유권자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다면, 선거 산업의 존재 이유가 사라진다. 따라서 기존 선거 산업 업체·종사자들과 유·무형의 갈등을 유발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정치인이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계층은 이미 뿌리 깊게 형성된 기득권 집단이다. 이들의 이해관계를 거스르는 변화를 완수하는 것을 흔히 ‘개혁’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개혁에 대해선 “혁명보다 어렵다”는 관용 표현이 따라다닌다.

그래서 선거로 민주적 정통성을 확인하는 나라에선 특정 집단과 갈등하지 않고 이익을 주고받는 이익 유도 정치가 구조로 자리 잡는다. 이 구조에 도전하는 것은 결국 전쟁 선포로 해석될 수도 있다.

아울러 기성 양당과의 갈등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성공하면 혁명이요
실패하면 포퓰리즘

이 대표는 “공천 심사 비용으로 실비 20만원만 지출하게 한다”는 구상을 밝혔다. 선거는 한편으로 정당이 재정을 확충하는 방법이다. 적게는 수백만원에서 많게는 수천만원의 공천 심사비와 특별당비를 받기 때문이다. 개혁신당의 ‘공천 심사비 20만원’ 모델이 성공하면, 정당이 후보자들을 상대로 거액의 공천심사비를 받아야 할 이유가 사라진다.

자본주의 사회에선 지출과 수익·효용이 일치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따라서 비용 감소에만 몰두해 실질적인 내용 확보에 부실하면 “실속 없는 포퓰리즘성 허언”이란 비판을 받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개혁신당의 선거비용 효율화 시도가 제대로 구현되면 혁명이다.

하지만 실패하면 ‘포퓰리즘성 허언’이란 비난·조롱을 당할 수도 있다.

혁명과 허언을 판가름할 기준은 결국 선거 결과일 것으로 보인다. 군소 정당 특성상 거대 양당처럼 많은 선거구에 후보자를 출마시키긴 어렵다. 개혁신당도 이를 고려해 전략 지역으로 삼을 선거구를 공개했다. 개혁신당이 지정한 전략 지역은 ▲수원 영통 ▲화성 동탄 ▲파주 운정 ▲세종 ▲아산 탕정 ▲나주 빛가람 ▲대구 달성 ▲부산 기장 등 8곳이다.


이와 관련해 이 대표는 “제 대선 득표를 분석한 결과, 젊은 유권자가 밀집한 지역을 선정했다”며 “젊은 직장인이 많이 거주하고, 교육에 관심 많은 핵심 지역”이라고 밝혔다. 이어 “전국 각지의 대학 인근 지역 득표가 의미 있게 높았다”며 “이 지역들을 기초의원 전략 지역으로 선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주장은 “대선 득표 결과를 토대로 ‘선택과 집중’에 큰 의미를 부여한 선거 전략을 세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하지만 개혁신당과 이 대표는 지난 대선에서 몇 가지 단점·보완점을 노출했다. 그중 가장 큰 것은 고령·여성 유권자의 높은 비호감도였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은 한편으로 “높은 비호감도를 드러낸 유권자와의 접촉은 포기한 거냐”는 비판이 따라다닐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대표와 개혁신당은 지난 대선 당시 서울 강남역 인근에 개방형 대선캠프를 차려 누구나 방문할 수 있는 거점으로 삼았다. 이곳에 당원·자원봉사자를 모아 유권자에게 보낼 편지를 접는 작업을 촬영해 이 의원의 유튜브 채널로 생중계하면서 선거 이벤트로 삼는 등 기발한 선거운동을 한 적도 있다.

다윗의 선택

하지만 지난 5월 제3차 대선후보 토론회 당시 ‘젓가락’ 발언을 해서 상승세를 일부 꺾은 사람은 이 대표 자신이었다. 기발한 선거 전략도 부적절한 발언 하나 때문에 그 의미가 퇴색될 수도 있다. 선거는 종합예술이다. 발언·처신·전략·공약 등 모든 요소가 효과적으로 맞물려야 비용 절감 시도도 혁명이 될 수 있다. 개혁신당은 과연 내년 지방선거서 혁명을 일으킬 수 있을까?

<ctzx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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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78년 만에 해체’ 검찰 분해 전조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검찰의 시대가 저물고 있다. 한때 정부의 ‘칼’ 역할을 맡아 위세를 떨쳤던 검찰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되면서 우리나라는 또 한 번 가보지 않은 길을 가게 됐다. 검찰청이 완전히 폐지되기까지 유예기간은 1년. 검찰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봤다. 검찰은 새 정부가 출범할 때마다 그 쓰임새가 달라졌다. 개혁의 도구로 이용되기도 했고 개혁의 대상으로 전락한 적도 있다. 칼로 쓰이면서 동시에 고쳐야 할 기관으로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어떤 정부도 검찰의 존재 자체를 지우진 못했다. 견제 기관을 만들어 권한을 축소한 적은 있지만 ‘폐지’를 가시화한 적은 없었다는 뜻이다. 대통령 의지 당이 화답? 지난달 26일 검찰청을 폐지하고 기획재정부를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라 검찰청은 설립 78년 만에 문을 닫게 됐다. 검찰청 업무 중 수사는 중대범죄수사청(이하 중수청), 기소는 공소청이 맡는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장관, 공소청은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정해졌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공소청 설치에는 1년 유예기간을 두기로 했다. 지난달 30일 개정안이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면서 검찰청 폐지는 내년 10월로 정해졌다. 내년 10월1일에 법률안이 공포되고 이튿날인 10월2일 중수청·공소청이 설치되는 것이다. 문재인정부가 검찰의 권한을 줄이는 방향으로 검찰개혁을 본격화한 데 이어 이재명정부에서 검찰 폐지를 결정하면서 진보 정부의 숙원이 이뤄졌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정부 출범 직후부터 검찰청을 폐지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검찰의 수사‧기소 업무를 분리하고 수사권 등은 신설 기관으로 이관하겠다는 게 주요 내용이었다. 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취임한 이후부터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정 대표는 당 대표 선거 전부터 “추석 전 처리”를 공공연하게 말해왔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30일 국무회의에서 “검찰이 되도 않는 것을 기소해 무죄를 받고 나면 면책하려고 항소하고, 상고하면서 국민한테 고통을 주고 있다”고 비판했다. 또 “형사소송법에 ‘10명의 범인을 놓쳐도 1명의 억울한 사람을 만들면 안 된다’는 말이 있다”며 “의심스러울 때는 피고인의 이익, 무죄추정의 원칙(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혹시 무죄거나 무혐의일 수 있으면 기소하지 말라는 것”이라며 “(검찰이) 마음에 안 들면 기소해서 고통을 주고 자기 편이면 죄가 명확한데도 봐주면서 기준이 다 무너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정성호 법무부 장관에게 “1심이 무죄라고 했는데 (검찰이) 무조건 항소해서 유죄로 바뀌면 타당한가”라며 “검찰이 1심에서 무죄 난 사건을 항소해서 유죄로 바뀔 가능성이 얼마나 되나”라고 물었다. 정부조직법 개정안 통과 내년 10월 폐지 확정돼 정 장관이 ‘5% 정도’라고 답하자 이 대통령은 “95%는 무죄를 한 번 더 확인하기 위해서 항소심으로 생고생한다는 말”이라며 “나중엔 무죄는 났는데 집안이 망했다, 이거 윤석열 대통령이 한 말 아닌가”라고 했다. 또 “국가가 왜 이리 국민한테 잔인한가”라며 “인류 수천년 역사에서 경험으로 정한 역사가 있다. 의심스러우면 피고인 이익으로 하라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검찰청 폐지를 바라보는 정치권의 시각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검찰개혁을 숙원으로 여겼던 여권에선 일제히 ‘환영’의 뜻을 보였다. 반면 국민의힘은 민주당의 ‘일방 독주’라고 비판했다. 실제 정부조직법 개정안은 국민의힘이 국회 본회의장에서 퇴장하면서 민주당 주도로 표결이 진행됐다. 민주당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정부조직법 개정안 본회의 의결 직후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김대중 대통령님에게 사형을 구형했고 노무현 대통령님을 죽음으로까지 내몰았던 정권의 칼, 검찰은 이제 사라졌다”며 “역사적인 날이다. 검찰청이 78년의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고 말했다. 박 대변인과 함께 기자간담회를 진행한 민주당 한정애 정책위의장은 “78년이라는 세월 사이 우린 여러 번에 걸친 개혁의 후퇴, 개혁의 좌절을 맛보기도 했다”며 “이제는 그 길을 다시 가지 않겠다고 하는 개혁 의지가 제대로 발현된 정부조직법”이라고 개정안을 평가했다. 표결에 불참한 국민의힘은 강하게 반발했다. 국민의힘 최보윤 수석대변인은 “이재명정권이 끝내 검찰청을 없앴다. 이는 간판을 바꾼 문제가 아니라 국민을 지켜주던 마지막 사법 안전망을 무너뜨린 폭거”라며 “가장 먼저 피해를 보는 건 사회적 약자”라는 내용의 논평을 냈다. 그러면서 “그 공백은 가장 약한 곳에서부터 드러난다. 아동 학대, 장애인 대상 범죄, 노인 학대 사건은 피해자가 말문을 열기 어렵고 증거는 금세 사라진다”며 “예전에는 빠진 단서를 보완하고 잘못된 수사를 되돌릴 두 번째 기회가 있었지만 이제 그 문이 닫혔다”고 비판했다. 검사들은 집단 반발 하루아침에 조직이 사라지게 된 검찰 내부는 참담한 상태인 것으로 알려졌다. 노만석 검찰총장 직무대행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에 위헌 소지가 있다는 입장이다. 노 대행은 지난달 29일 검찰 구성원에게 보낸 이메일에서 “78년간 국민과 함께해 온 검찰이 충분한 논의나 대비 없이 폐지되는 현실에 총장 직무대행으로서 매우 무거운 책임감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이어 “헌법상 명시된 검찰을 법률로 폐지하는 것은 위헌 소지가 있다”고 밝혔다. 역대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들도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명백한 위헌”이라면서 헌법재판소에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들은 “헌법은 89조에서 검찰총장 임명에 대해, 또한 제12조와 제16조에서는 검사의 영장 청구권에 대해 명백히 규정하고 있다”며 “이런 규정은 헌법의 삼권분립의 원칙에 따라 정부의 준사법기관인 검찰청을 둔다는 것을 명백히 한 것이므로 이를 폐지하는 것은 위헌”이라고 설명했다. 검사들 사이에서도 동요가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정부 1호 법안인 3대 특검법을 통해 발동한 특검에 파견된 검사들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은 상황이다.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3대 특검팀에는 110명의 검사와 99명의 검찰 수사관이 파견돼있다. 김건희 특검팀에는 40명, 내란 특검팀과 채 상병 특검팀에는 각각 56명, 14명의 검사가 근무하고 있다. 김건희 특검팀과 내란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 수를 보면 웬만한 일선 검찰청 검사 정원 규모와 비슷한 수준이다. 이 가운데 김건희 특검팀에 파견된 검사들이 “검찰청으로 복귀하겠다”고 요청한 사실이 드러났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 국무회의 의결에 대한 집단 반발로 해석된다. 위헌 주장 헌재 가나 검사들은 지난달 30일 민중기 특검에게 입장문을 제출했다. 입장문에는 정부여당의 검찰개혁 핵심은 ‘수사와 기소의 분리’ ‘검찰의 직접 수사 금지’인데 특검에 검사들이 남는 건 모순이라는 취지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여권이나 시민사회 단체 등에서는 ‘자업자득’이라는 의견도 심심찮게 나오고 있다. 검찰이 정권의 입맛에 따라 칼을 휘두르면서 현재 상황을 자초했다는 지적이다. 권력의 방향에 따라 태도를 달리하는 검찰에게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줄 수 없다는 의지가 이번 정부조직법 개정안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는 설명이다. 실제 진보 정부에서는 오랜 시간 검찰의 권한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시도해 왔다. 본격화된 것은 문정부 때부터지만, 그 시발점은 김대중·노무현정부 때라고 봐야 한다. 검·경 수사권 조정,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이하 공수처) 설립 등 검찰개혁의 핵심 방안들은 다 그 시기에 나왔다. 하지만 노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은 실패했다. 검찰의 반발이 대단했고 당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적인 수사를 진행하면서 이들의 위세도 엄청났다. 실질적인 검찰개혁이 이뤄진 건 문정부 들어서다. 노 전 대통령의 서거 이후 검찰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커졌고 국민 여론도 정부에 힘을 더했다. 문정부에서 검찰은 ‘적폐 청산’의 칼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 이뤄졌고 공수처가 출범했다. 문제는 검찰개혁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내부 출혈이 상당했다는 점이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박근혜정부에서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 이후 한직으로 좌천돼있던 윤석열 전 대통령을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으로 연이어 영전시켰다. 진보 정부의 숙원 노·문 거쳐 결말 이는 향후 문정부를 뒤흔들었던 법무부 장관과 검찰총장 간의 갈등, 윤 전 대통령의 대선 출마, 당선 등의 불씨가 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의혹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문 전 대통령의 지지율을 떨구기도 했다. 조 전 장관의 뒤를 이어 취임한 추미애 전 법무부 장관은 윤 전 대통령과 정면으로 출동했다. ‘추·윤 대전’이라는 표현이 1년 내내 언론에 오르내릴 정도였다. 이 과정에서 검찰개혁은 흐지부지됐다. 법안이 급하게 처리되면서 ‘누더기’라는 지적이 잇따랐고 우여곡절 끝에 출범한 공수처는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했다. 특정 사건에 대한 수사권이 누구에게 있는지 등을 두고 기관끼리 갈등을 빚는 일도 일어났다. 경찰에 수사가 몰리면서 재판이 지연되는 일도 벌어졌다. 문정부의 검찰개혁을 ‘반쪽짜리’라고 평가하는 이유도 같은 맥락이다. 이후 이정부는 아예 검찰청을 없애겠다는 뜻을 품고 임기를 시작했다. 대선후보 때는 물론 윤석열정부 시기 내내 ‘사법 리스크’에 시달렸던 이 대통령은 검찰에 대판 비판적인 시각을 줄곧 드러낸 바 있다. 그리고 이 대통령의 뜻은 민주당을 거쳐 법안을 통해 실현됐다. 물론 과제는 산적해 있다. 당장 보완수사권 문제를 두고 이견이 있고 중수청과 공소청을 어떻게 운영할지 세밀하게 구상되지 않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은 보완 수사권을 존치해 달라고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검사가 경찰의 기록만 갖고 기소 여부를 판단하면 부실 기소, 불기소 남발 등으로 국민에게 피해가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주장의 배경이다. 또 검찰에 집중된 권한을 분산하기 위해 개혁을 진행했지만, 이 과정에서 또 다른 기관이 비대해지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이름만 다른 ‘검찰’이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검찰이 정권의 칼로 기능했던 것처럼 다른 이름의 ‘칼’이 등장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걱정이다. 산적한 과제 후폭풍 남아 검찰은 꽤 오랜 시간 외줄 위에 서 있던 상황이다. 이정부가 그 줄을 끊으면서 검찰은 사라질 운명에 처했다. 검찰에 대한 경고는 늘 있었고 전조도 뚜렷했다. 이제 후속조치를 두고 정치권은 물론 사회가 시끄러워질 전망이다. 검찰 해체가 가져올 후폭풍은 국민에게 언제쯤 닿을 것인가.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