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공기업 직원이야” 펜션 투숙객, 폭언·협박 입길

2차례 경찰 출동 중재
퇴실 때도 사과 없었다

[일요시사 취재2팀] 김준혁 기자 = 최근 한 펜션에서 투숙객이 자신을 공기업 직원이라고 주장하면서 펜션 업주에게 폭언과 욕설을 퍼부었던 것으로 드러나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17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경찰, 공기업 다니는 사람들이 이래도 되는 건가요?’라는 제목의 글이 게재됐다. 작성자 A씨는 자신이 펜션을 운영 중이라며 자신이 겪은 일을 공유했다.

A씨에 따르면 새벽에 위층에서 쿵쿵거리는 소음에 양해를 구하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그러자 해당 투숙객 B씨는 업주에게 느닷없이 욕설을 퍼부었고 얼마 있지 않아 펜션 사무실로 내려왔다.

사무실 앞에서 B씨는 온갖 욕설과 함께 “나와라. 왜 시비를 거느냐? 고소하겠다”면서 “펜션 리뷰에 악평을 써서 가게 망하게 하겠다”고 엄포를 놨다. 그는 자신이 공기업 직원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A씨가 경찰에 신고하자, 결국 B씨는 “죄송하다. 기분이 상하셨다면 사과드린다”며 돌연 태도를 바꿨다.

그러나 상황은 마무리되지 않았다. 약 10분 뒤 B씨는 다시 전화를 걸어 폭언을 퍼붓고, 사무실 현관문을 발로 차는 등 난동을 부렸다. 경찰이 재차 출동한 후에야 사태는 진정됐다.


A씨는 “당시 아내도 옆에서 함께 욕설을 들었지만, 다른 객실 손님들에게 피해가 갈까 봐 (맞서지 않고) 가만히 당하고만 있었다”며 “B씨가 난동을 부리는 동안 그의 일행들은 방관만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돌아간 뒤에도 심장이 두근거리고 손이 떨려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너무 수치스럽고 억울하고, 자존심도 상했다”고 토로했다.

논란은 퇴실 과정에서도 이어졌다. B씨는 사과 한마디 없이 오히려 웃으면서 나갔고, 일행 중 한 명은 “사실 저희는 경찰들이다. 죄송하다”는 말만 남긴 채 떠났다.

A씨는 “울고 있는 아내를 보니 너무 마음이 아프고, 자괴감이 든다. 23년 장사하면서 온갖 진상을 다 겪어봤지만 이번 경우는 정말 너무 속상하다”며 “나랏일 하는 사람이 가족 앞에서 협박과 욕설을 하는 건 아니지 않느냐”며 한탄했다.

그는 “녹음 파일도, CCTV도 다 있는데 정식으로 사건 접수를 할까 고민된다”며 “(다만) 괜히 몇 사람 인생 망치는 꼴일까 봐 겁나기도 한다”고 고민을 털어놓기도 했다.

사연을 접한 보배 회원들은 “이 정도면 사건 접수 해야 된다” “참으면 병 된다. 참지 말고 할 수 있는 조치 다 하시라” “저런 사람들은 금융치료가 답” “그들이 정말 경찰이라면 공론화해 파면시켜야 한다” “너무 이기적이고 민폐를 가하는 사람이다. 공론화돼야 반성할 것으로 보인다” “그들도 사장님 펜션 망하게 하겠다고 위협했으니 똑같이 해줘야 한다” 등 B씨와 일행들의 행동에 공분했다.

또 다른 회원들은 “타인들 있는 곳에서 욕하고 발길질 했으면 모욕죄, 협박죄 성립이 가능하다” “그 사람들이 경찰이 아니면 그것도 (사칭죄 등) 문제가 된다” “해당 기관 감사과에 민원 넣으면 품위 유지 위반으로 징계를 받는다” “녹음, CCTV 증거 있으니 경찰에 제출하라” “형사 고소와 민사 손해배상을 같이 진행하는 게 좋다” 등 법적 대응 방안을 조언했다.

다음날 A씨는 “많은 분들의 댓글과 응원에 정말 너무 감사드린다. 아내가 힘들어하면서 떠는 모습을 보니 이건 그냥 넘어가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또 이들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피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에 용기를 얻어 사건 접수를 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당시 상황을 처음부터 다 봤던 고객분들이 감사하게도 ‘연락주시면 증언을 도와주겠다’고 한다”며 “어디서부터 어떻게 진행해야 될 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제보든 고소든 차근차근 시작해보겠다”고 말했다.

법조계에선 B씨의 행위가 모욕죄와 협박죄에 해당될 소지가 있을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형법 제311조 모욕죄는 ‘공연히 사람을 모욕한 경우’ 적용되는데, 당시 상황을 지켜본 투숙객들의 증언을 통해 ‘공연성’이 입증될 수 있다는 것이다.

형법 제283조 협박죄는 ‘상대방에게 공포심을 일으킬 목적으로 신체, 재산 등에 해악을 고지한 경우’ 성립하는데, B씨의 “가게를 망하게 하겠다”는 발언과 반복된 욕설이 이에 해당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일각에선 회원들 사이에서 언급된 ‘사칭죄’ 적용은 현실적으로 어렵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제기된다. 일반적으로 사칭죄라고 불리는 형법 제118조 ‘공무원 자격의 사칭’은 공무원이 아닌 사람이 공무원의 직권을 행사했을 때 적용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B씨의 주장대로 공기업 직원이라면 공무원 신분이 아니므로 해당 혐의가 성립하지 않고, 일행이 “경찰”이라고 말했더라도 단속 등 직권을 행사한 정황은 확인되지 않았다.

그러나 신분을 위장해 영업을 방해한 혐의 등은 정황에 따라 문제가 될 수도 있으며, B씨가 실제 공기업 직원 혹은 경찰 신분으로 확인될 경우 품위 유지 의무 위반 등 내규에 따른 징계 가능성은 여전히 남아 있다.

19일 <일요시사>는 A씨에게 녹음 파일, CCTV 영상 등 증거 자료 요청 및 당시의 상황에 대해 자세한 취재를 위해 연락을 시도했으나 닿지 않았다.

<kj4579@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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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단독] 한의대 졸업준비위 ‘강제 가입’ 논란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전국 한의과대학교에는 ‘졸업준비위원회’가 존재한다. 말 그대로 졸업 준비를 위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만든 조직이다. 하지만 내부에서는 “명목상 자발적인 가입을 독려하는 듯하지만 실질적으로는 강제로 가입할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졸업준비위원회(이하 졸준위)는 졸업앨범 촬영, 실습 준비, 학번 일정 조율, 학사 일정과 실습 공지, 단체 일정뿐 아니라 국가시험(이하 국시) 대비를 위한 각종 자료 배포를 하고 있다. 매 대학 한의대마다 졸준위는 거의 필수적인 조직이 됐다. 졸준위는 ‘전국한의과대학졸업준비협의체(이하 전졸협)’라는 상위 조직이 존재한다. 자료 독점 전졸협은 각 한의대 졸업준비위원장(이하 졸장)의 연합체로 구성돼있으며, 매년 국시 대비 자료집을 제작해 졸준위에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의텐’ ‘의지’ ‘의맥’ ‘의련’ 등으로 불리는 자료집들이다. 실제 한의대 학생들에게는 ‘국시 준비의 필수 자료’로 통한다. 국시 100일 전에는 ‘의텐’만 보는 사람도 있을 정도다. 학생들 사이에서는 “졸준위가 없으면 국시 준비 자체가 어려워진다”는 말이 정설이다. 한의계 국시는 직전 1개년의 시험 문제만 공개되기 때문에 시험 대비가 어렵기 때문이다. 국시 문제는 오직 졸준위를 통해서만 5개년분 열람이 가능할뿐더러, 이 자료집은 공개자료가 아니라서 학생이 직접 구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사실상 전졸협이 자료들을 독점하고 있는 셈이다. 이 자료집을 얻을 수 있는 경로는 단 하나, 졸준위를 결성하는 것이다. 졸준위가 학생들의 투표로 결성되면 전졸협이 졸준위에 문제집을 제공한다. 이 체계는 오랫동안 유지돼왔고, 학생들도 졸준위를 통해 시험 자료를 제공 받는 것이 ‘관행’처럼 받아들여왔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반드시 결성돼야만 한다는 기조가 강하다. 학생들의 반대로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시 전졸협은 해당 학교에 문제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은 모든 학생들의 가입 동의를 얻어야 가능하다. 졸준위 가입 여부는 실질적으로 선택이 아니다. 자료집은 전졸협을 통해서만 제공되기 때문에, 졸준위에 가입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받는다는 인식이 학생들 사이에서 강하게 자리 잡았다. 학생들은 “문제를 얻기 위한 목적이 가장 크다”고 말한다. 졸준위가 결성되지 않을 경우 현실적으로 문제집을 받아볼 수 있는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졸준위는 학생들의 해당 학년 학생들을 모두 가입시키는 것이 목적이다. 실제 한 대학교에서는 졸준위 결성을 위한 투표를 진행했는데 익명도 아닌 실명 투표로 진행됐다. 처음에는 익명으로 진행했지만 반대자가 나오자 실명 투표로 전환한 것이다. 이 과정에서는 반대 의견이 나오기 어렵다. 실명으로 투표가 진행되는 데다, 반대표를 던질 경우 이후 자료 배포·학년 일정에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졸준위 결성, 실명 투표로 진행 가입시 200만원 이상 납부 필수 문제는 이 졸준위 가입이 무료가 아니라는 점이다. 졸준위에 가입하면 졸업 준비 비용(이하 졸비) 명목으로 학생들에게 돈을 걷는데, 그 비용이 상당하다. <일요시사> 취재 결과 한 대학교의 졸비는 3차에 걸쳐 납부하도록 했는데 1차에 75만원, 2차에 80만원, 3차에 77만원 등 총 232만원 수준이었다. 이는 한 학기 등록금에 맞먹는 금액이다. 금액 산정 방식은 졸준위 가입 학생 수에 따라 결정되는데, 한 명이라도 빠지게 되면 나머지 인원의 비용 부담이 커지게 된다. 심지어 2명 이상 탈퇴하게 된다면 졸준위가 무산될 수도 있다. 이 모든 사안은 ‘졸장’의 주도 하에 움직인다. 졸장은 학년 전체를 대변하며 전졸협과 직접 소통하는 역할을 맡는다. 실제 졸장을 선발하는 과정에서 “한 명이라도 탈퇴하면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이 오갔을 정도다. 문제는 이뿐만이 아니다. 졸준위가 결성되면 가입한 모든 학생들은 졸준위의 통제를 받는다.<일요시사>가 입수한 한 학교의 규칙문에 따르면 졸준위는 다음과 같은 규정을 두고 있었다. ▲출석 시간(8시49분59초까지 착석 등) ▲교수·레지던트에게 개인 연락 금지 ▲지각·결석 시 벌금 ▲회의·행사 참여 의무 ▲병결·생리 결 확인 절차 ▲전자기기 사용 제한 ▲비대면 수업 접속 규칙 ▲시험 기간 행동 규칙 ▲기출·족보 자료 관리 규정 등이다. 학생들이 이 규정을 어길 시 졸준위는 ‘벌금’을 부과해 통제하고 있었다. 금액도 적지 않았다. 규정 위반 시 벌금 2만원에서 50만원까지 부과할 수 있도록 정해져 있었다. 가장 논란이 되는 부분은 병결이다. 졸준위는 병결을 인정하기 위해 학생에게 진단서 제출을 요구하고, 그 내용(질병명·진료 소견·감염 여부 등)을 직접 열람해 판단했다. 제출 병원에 따라 병결을 인정하지 않는다는 공지도 있었다. 한 병원의 진단서가 획일적이라는 이유에서였다. 단체가 학생의 개인 의료 정보를 열람해 병결 여부를 자체적으로 결정하는 방식은 학생들 사이에서 부담과 압박으로 작용했다. 질병이 있어도 벌금이 부과될 수 있고, 병결을 얻기 위한 절차가 학습보다 더 어렵다는 말도 나왔다. 규정에 대해 문제 제기를 하면 졸준위는 대면 면담을 하는 방식으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3:1로 면담을 진행하는 등 학생이 위축될 수 있는 방식을 행하기도 했다. 전자기기 사용 불가 규칙 어기면 벌금도 이 같은 문제로 탈퇴자가 발생하기도 했다. 실제 A 대학 졸준위 전체 학번 회의에서 밝혀진 내용에 따르면 한 학생은 규정에 문제를 느껴 졸준위 측에 탈퇴를 의사를 밝혀왔다. 이 회의에서는 그간 탈퇴 의사를 밝힌 학생과의 카톡 대화 전문이 학생들에게 공개됐다. 공개된 카톡 내용에는 탈퇴 과정이 담겨있었는데 순탄하지 않았다. 졸준위 측은 탈퇴 의사를 즉각적으로 승인하지 않았고, 재고를 요청하거나 면담하는 방식으로 요청을 지연했다. 해당 학생이 다시 한번 탈퇴 의사를 명확히 밝힌 뒤에도, 졸장은 “만나서 얘기하자”며 받아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이 대화를 공개한 뒤 학우들에게 ‘졸준위에서 이탈하지 않는다’는 취지의 서약서를 받아내기도 했다. 졸준위 운영이 조직 이탈 자체를 문제로 판단하고, 이를 최소화하기 위해 압박을 가한 정황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해당 학우는 탈퇴 확인 및 권리 포기 동의서에 서명한 뒤에야 졸준위를 탈퇴할 수 있었다. 탈퇴 이후에도 갈등은 지속됐다. 목격자에 따르면 시험 기간 중, 강의실 앞을 지나던 탈퇴 학생은 졸준위 임원 두 명에게 “제보가 들어왔다”며 불려 세워졌다. 임원들은 이 학생이 학습 플랫폼 ‘퀴즐렛’을 사용한 점을 언급하며, 그 자료 안에 졸준위에서 배포한 기출문제가 포함돼있는지를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후, 졸준위에서는 퀴즐렛에 학교 시험 내용이 있다며 탈퇴자가 보지 못하도록 사용자를 색출하기도 했다. 한편, 전졸협은 10년 전 자체 제작한 문제집으로 논란된 적이 있다. 당시 한의사 국가고시 시험문제가 학생들 사이에서 사용되는 예상 문제집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시험이 끝난 직후 시험장 앞에서 수험생 60여명을 상대로 참고서와 문제집을 압수했고, 국가시험원까지 압수수색해 기출문제와 대조 작업에 들어갔다. 기형적 구조 문제가 된 교재는 ‘의맥’ ‘의련’ 등 졸준위 연합체인 전졸협이 제작·배포해 온 자료들이다. 학생들은 교재에 일련번호를 붙이고 신분증을 확인한 후 배포하는 등 통제된 방식으로 유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제보자는 “학생들이 전졸협을 통해서만 기출문제를 구할 수 있는 구조는 기형적”이라며 “국가고시를 위해 몇백만원씩 돈을 받고 문제를 제공하는 건 문제를 사고파는 것”이라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