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초대석> ‘도시 침수 전문가’ 신민철 자인테크 대표

“물폭탄에 잠겨도 어디가, 무엇이 문제인지 모른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최근 ‘집중 호우’ 대신 ‘극한 호우’라는 표현이 기상 용어로 등장하고 있다. 시간당 72㎜ 이상 내리는 비를 뜻한다. 재난이 발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짧은 시간에 폭우가 쏟아지는 일이 늘었다. 지역이 초토화하는 수준의 수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국가 차원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난달 17일부터 19일까지 사흘간 광주·전남에 600㎜의 비가 내렸다. 연간 강수량의 절반에 달하는 비로 사망·실종 등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주택이 침수되고 농경지가 유실되는 등 막대한 재산상의 피해도 나타났다. 같은 날 충남 서산에는 1시간에 100㎜가 넘는 ‘물폭탄’이 떨어졌다. 강우 빈도로 따지면 200년에 한 번 올 만한 폭우였다.

이상 기후
극한 호우

지난 4일 기상청 자동기상관측장비(AWS) 기준으로 지난달부터 1시간에 100㎜ 이상의 비가 쏟아진 관측소는 경남 산청, 경기 포천, 충남 서산, 전남 무안 등 6곳에 이른다. 특히 지난 3일 전남 무안공항에는 1시간 동안 142.1㎜의 비가 내렸다. 극한 호우를 넘어 ‘괴물 폭우’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기상 전문가들은 지역별로 극한 호우의 원인이 다를 수 있다면서도 지금보다 더한 수준의 비가 내릴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여름마다 연례행사처럼 수해로 이어졌던 집중 호우, 태풍보다 더 세고 강력한 비가 전국을 할퀼 수 있다는 것이다. 기후 변화로 인한 이상 현상이 전 세계에 나타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도 이미 영향권에 들어왔다고 우려했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하수 시스템이 극단적인 기후 변화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즉, 극한 호우 발생 시 대책을 수립할 수 있는 기본 정보가 없다는 것이다. 왜 빗물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는지, 왜 싱크홀이 생기는지 판단할 수 있는 정보가 없는 싱황이다.

100년에 한 번 내릴 비에
전국 물난리로 손해 막심

신민철 자인테크 대표는 “물을 공급하는 상수 시스템은 현대화돼있는 반면 하수 시스템은 데이터조차 부족한 상태”라며 “도시가 침수되면 허둥대기만 하고 싱크홀이 발생하면 애꿎은 주변 상황만 이야기할 뿐이다. 결국 도시 침수나 싱크홀과 같은 재난이 반복돼 일어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수의 양을 측정하는 것은 침수를 예측하거나 싱크홀의 발생을 방지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자인테크는 유량계를 만드는 업체로 2020년 환경부가 발주한 ‘상하수도 혁신기술 개발사업’ 컨소시엄에 주관사로 참여했다. 하수관로에 흐르는 물의 수위와 유속을 통해 도시 침수를 예측할 수 있는 유량계를 개발해 2023년 8월 환경부 ‘우수성과 20선’으로 선정됐고, 2023년 9월 행정안전부가 수여하는 ‘재난 안전 연구개발’ 관련 상을 타기도 했다.

신 대표는 지난 4일 <일요시사>와 만나 현재의 하수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그는 “지자체별로 하수관로를 설치할 때 인구 유입과 강우 빈도를 예상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그 수준을 넘어서는 비가 내리고 있다. 100년에 한 번 내릴 비가 왔다면 그 이상을 감당할 수 있는 하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과거에는 물을 공급하는 일이 무엇보다 시급했기에 모든 국가는 상수 문제부터 파고들었다. 하수 문제는 상대적으로 외면한 셈이다. 실제 유량계를 사가는 나라는 미국이나 유럽, 호주 같은 선진국이다. 한국도 GDP가 3만5000달러, 4만달러에 달하는 만큼 이제 하수 시스템 정비에 돌입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땅 꺼지고
물 넘치고

무엇보다 하수관로의 상태를 파악하는 일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가정집 등에서 발생하는 생활 오수와 빗물 등이 하수관로를 통해 하천이나 강으로 나간다. 이 과정에서 쓰레기를 걸러내고 약품으로 처리하는 등 하수를 정화하는 작업을 거친다. 많은 비가 내릴 때는 침수를 막기 위해 빗물 펌프장 등이 가동되기도 한다.

신 대표는 하수관로의 상태를 수위만으로 측정하는 현 상황을 문제라고 지적하면서 수위와 ‘유속’을 동시에 확인해 정확한 유량을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수관로를 도로에 비유하면 수위는 차량의 수, 유속은 차량의 속도다. 차량이 많더라도 속도가 있다면 도로는 막히지 않는다. 하지만 사고 차량이 정체해 있다면 차량의 속도는 떨어지고 도로는 막히게 된다. 이는 수위만으로 침수를 예측할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신 대표는 “물의 수위가 하수관로 끝까지 차올랐다고 해도 유속이 정상이라면 침수가 일어나지 않는다. 문제는 유속이 떨어질 때 발생한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유량이 정체되면 빗물이 빠져나가지 못하고 결국 오염된 하수에 도시가 침수되는 것이다.

신 대표는 2023년 7월 세종시 대평동에서 일어난 도시 침수를 예로 들었다. 당시 자인테크가 조사한 자료에 따르면 그해 7월13일부터 16일까지 사흘간 내린 폭우로 유량 정체 현상이 발생했다. 강우로 만수위에 이르렀는데 유속이 0에 가까운 상태가 14일 오후 12시경부터 다음 날 오후 8시경까지 약 30시간 동안 계속된 것이다. 그는 “결국 해당 하수관로에서 20㎞ 떨어진 오성 지하도로에서 침수가 발생했다”고 말했다.

신 대표는 “이번 극한 호우처럼 짧은 시간에 엄청난 양의 비가 내릴 때는 도시 침수 시점을 잘 예측해야 한다. 수위만 가지고 대피 경보를 발령하면 까딱하다간 ‘양치기 소년’으로 몰릴 수 있다. 수해 피해를 막으려면 하수관로의 통수 능력을 측정해 빅데이터화하고 이를 이용해 신속 개선이 필요한 취약 하수관로의 개선을 실행해야 한다. 즉, 무작위로 아무 곳이나 하수관로 개선사업을 하면 효과가 없다”고 조언했다.

또 비가 내리지 않는 건기일 때 침입수와 강우 시 유입수의 양을 측정해 하수관로의 상태를 진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침입수는 하수관로의 깨진 틈 사이로 흘러든 지하수를, 유입수는 빗물을 가리킨다. 침입수가 늘어나면 싱크홀이 나타날 수 있고 유입수의 증가는 도시 침수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측정해서
빅데이터로

신 대표는 “상수도는 수도요금과 밀접한 관련이 있어서 사용량을 철저하게 체크한다. 그에 반해 하수는 어디에서 얼마만큼 배출되는지 확인이 안 된다. 일반인의 생활 방식으로 예상해 보면 오전 5~6시부터 하수 배출량이 늘었다가 낮 시간대에 줄고 퇴근 시간쯤에 다시 많아질 것이다. 그러다 새벽 1~5시경에 거의 배출되지 않는다고 보면 이 시간대를 최소 하수량으로 잡고 그 등락에 따라 침입수, 유입수를 파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배출량이 가장 적은 시간대의 평균 하수량을 모니터링하면 해당 지역의 최소 발생 하수량을 유추할 수 있고 이를 초과하는 하수의 양을 침입수로 판단할 수 있다. 신 대표는 “그건 하수관로에 금이 갔거나 노후화돼 외부에서 물이 들어오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지표가 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 지표는 세금과 직결되는 문제다. 예를 들면 하수관로를 적절한 시기에 보수해 10만큼의 하수량만 처리하면 될 것을 50만큼 처리해야 하는 일이 일어날 수 있다. 거꾸로 말하면 제대로 유지, 보수만 잘 하면 예산을 절약할 수 있다는 뜻이다. 거듭 말하지만, 그 단계까지 가기 위해선 일단 하수관로의 상태를 확인해야 한다. 이때 필요한 장치가 바로 유량계”라고 강조했다.

이어 “유입수도 마찬가지다. 모든 지자체가 처음 하수관로를 설치할 때 그 당시의 강우 빈도에 따라 30년, 50년, 100년, 혹은 200년 이런 식으로 용량을 설정했을 것이다. 하지만 그사이 기후가 변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하수관로도 낙후됐다. 이 상황에서 싱크홀이 발생하고 도시 침수가 일어났다고 해서 마구잡이로 하수관로를 바꾸는 작업을 하는 건 비용 낭비이며 효과도 없는, 걷기도 전에 뛰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정비 완료된 상수도와 달리
하수 시스템은 후진국 수준

신 대표는 더디지만 분명하게 정부, 지자체 차원에서 노력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경부에서 2020년부터 2023년까지 진행한 연구 용역은 ‘하수관로 시스템 종합 솔루션’이라고 보면 된다. 우리(자인테크)가 유량계 기술 개발을 진행했고 고려대가 악취 센서, 세라믹 기술원이 수질 센서를 연구했다. 정부가 선진국으로 가는 방향을 선제적으로 잡은 것”이라고 밝혔다.

서울시도 발맞췄다. 서울시는 지난 2022년부터 1년 동안 서울시 광진구 소재의 군자배수군구 내 5개 지점에 모니터링 시스템을 설치?운영하는 ‘테스트 베드 서울’ 사업을 진행했다. 하수관로 내 유량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고 측정된 데이터를 사물인터넷을 이용, 분석해 빗물과 지하수의 유입량을 산정하는 내용이다.

신 대표는 “예를 들어 강남은 비가 올 때마다 물에 잠기는 대표적인 상습 침수지역이다. 그 원인을 찾아야 한다. 얼마만큼의 비가 왔을 때 얼마의 하수가 주변에서 유입되고, 얼마의 하수가 빠져나가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그리고 이 유량 정보를 이용해 문제가 되는 하수관로를 교체하든가, 용량을 늘리든가, 빗물 펌프장을 짓든가 하는 등의 대책을 마련하는 게 그다음 순서”라고 말했다.

신 대표는 “우리가 환경부의 용역을 받아 기술 개발을 할 때까지 하수 유량계는 국산화가 안 돼 있었다. 현재 설치돼 있는 대부분의 유량계가 수입품이다. 그러나 수입품의 경우 심야의 최소 유량을 측정하지 못하거나 퇴적물로 인한 오차가 컸다. 재난 안전 측면에서 하수 유량 정보가 필요하다는 환경부의 예측으로 하수관로 유량계의 연구개발이 진행됐고, 그 결과 정확도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국산 제품이 개발됐다. 최근 미국, 호주, 이탈리아 등 선진국에 수출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거의 수입품
국산화 작업

신 대표는 “국민에게 깨끗한 물을 공급하고 홍수 등의 수해를 막는 ‘치수’ 사업은 국가 지도자의 중요한 과제로 여겨졌다. 관리는 제대로 된 데이터에서 나온다. 앞으로 이상 기후는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고 물난리는 이제 더 이상 여름에만 일어나는 재해가 아닐 수 있다. 하수 시스템을 정비하는 일은 국가적 사업이 될 것이다. 그 시발점에 기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을 맺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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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경기도에 판 깔린 ‘명심’ 선발전

[일요시사 정치팀] 박희영 기자 = 더불어민주당이 6·3 지방선거 경기도지사 선거판을 달구고 있다. 여당 강세 지역인 만큼 민심은 물론 당심까지 한번에 훑어볼 절호의 기회다. 1차 예비경선도 ‘기승전 이재명’으로 막을 내렸다. ‘찐명’ 타이틀을 거머쥘 최후의 승자는 누가 될지, 여당의 이목이 경기도에 쏠리는 이유다. 지난 22일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이 경기도지사 예비경선을 실시했다. ▲김동연 현 경기도지사 ▲추미애 의원 ▲한준호 의원 등으로 후보가 압축되면서 3강 체제가 굳어졌다. 권칠승·양기대 후보는 고배를 마셨다. 100% 권리당원 투표로 진행된 만큼 오직 당심으로만 결정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았다. 현역인 김동연 후보는 행정력을, 추미애 후보는 검찰개혁 선봉자와 6선의 중량감을, 한준호 후보는 친명(친 이재명)계 조직력을 바탕으로 1차 관문을 통과했다는 평을 받는다. 당심 100% 첫 관문 본경선은 다음 달 5~7일 진행되며 과반 득표자가 없을 경우 상위 2명이 15~17일 결선투표를 치른다. 본경선 투표는 권리당원 50%와 국민 여론조사 50%가 반영된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위원장으로 검찰개혁에 앞장선 추 후보는 강성 지지층의 두터운 신뢰를 받고 있다. 추 후보 역시 이를 동력 삼아 사법 3법(법 왜곡죄, 재판소원법, 대법관 증원법)과 중수청·공소청 설치 법안 강행 처리를 주도했다. 추 후보는 출마 선언을 통해 선명한 개혁과 강인한 리더십을 강조했다. 그는 “이재명 대통령이 재난지원금과 청년기본소득을 적극 추진하며 사회적 기본권을 보장하고, 수십 년간 지지부진했던 불법 계곡을 정비해 경기도가 새로운 기준을 만들었던 것처럼 경기도에도 도민을 행정 중심에 놓는 사고의 전환과 강한 결단력의 리더십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저 추미애는 개혁이 필요하면 정면으로 돌파했다. 원칙 앞에서 물러선 적이 없었고 어려운 이웃을 외면한 적이 없었다”며 “책임지는 행정, 실천하는 행정으로 경기도정을 이끌겠다”고 밝혔다. 한 후보는 “경기도가 성공해야 이재명정부가 성공한다”며 명심(이재명 대통령의 의중)을 전면에 내세웠다. 한 후보는 “이정부의 실용주의를 경기도에서 가장 먼저, 가장 분명하게 성과로 완성하겠다. 지금 경기도에 필요한 것은 망설임이 아니라 실행, 말이 아니라 결단, 계획이 아니라 책임지는 도정”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당시 한 정치권 관계자는 “추 후보는 정부를 이끌 리더십을 강조했다면 한 후보는 보조하는 조력자 역할에 방점을 찍었다. 두 사람은 공통적으로 명심을 내세웠지만 이를 활용하는 방법은 다른 셈”이라며 “민주 당원도 어떤 역할이 이정부 성공에 도움이 될지 저울질하면서 선거 과정을 지켜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역인 김 후보는 “일잘러(일을 잘하는 사람) 대통령에게는 일잘러 도지사가 필요하다”며 행정 경험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김 후보는 이 대통령이 경기도지사를 지내던 당시 추진하던 기본소득과 지역화폐 등의 정책을 이어받아 발전시킨 사례를 성과로 제시했다. 김 후보는 “지금 이 대통령이 가장 강조하는 것은 ‘속도와 체감’이다. 좌충우돌, 시행착오로 낭비할 시간이 우리에겐 없다”며 자신이 이정부의 성공을 뒷받침하는 ‘국정 제1동반자’임을 거듭 강조했다. ‘강경’ 추 ‘친명’ 한 ‘비명’ 김 앞다퉈 “내가 국정 파트너 적임자” 정치권은 세 사람의 성향이 모두 다른 점에 주목했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강성 추미애’ ‘친명 한준호’ ‘비명(비 이재명)이었던 김동연’이 한자리에 모였다. 경기도지사 선거를 빙자한 ‘친명 선발 토너먼트’인 격”이라며 “최종 후보가 선정되는 과정을 따라가다 보면 민주당 권력이 어디를 향하는지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어 “국민의힘이 끼어들 틈이 없다 보니 민주당만의 리그가 됐다. 민주당 최종 후보는 경기도지사직뿐만이 아니라 ‘이재명의 복심’이라는 타이틀까지 얻는 효과를 본다. 민심과 당심의 향배를 모두 주목해야 한다”고 봤다. 세 사람 모두 네거티브 경쟁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예비경선 득표율을 놓고 신경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한 후보 측이 “(예비경선) 2위를 확신한다”고 주장하며 불을 지핀 것. 득표율은 후보 본인에게만 공개되지만 본선 진출을 위해 각자 유리한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예비경선이 치러진 다음 날인 23일, 민주당 염태영 의원은 경기도의회 브리핑룸에서 ‘한준호 후보 본경선 전략 브리핑’을 갖고 “당이 후보별 전체 순위와 득표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어 추정치라는 점을 전제로 한다”면서도 “한 후보가 상당히 약진했고, 권리당원 투표에서는 2위를 했다는 것을 확신한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중요한 것은 현재 수치보다 추세와 흐름”이라며 “경기도민과 권리당원들이 경기도의 미래를 이끌 새로운 지도자의 기준을 바꾸기 시작한 결과가 이번 예비경선에 반영됐다”고 해석했다. 이에 김 후보는 “순위 발표도 안 됐는데 각자 자기주장 하는 것”이라고 받아쳤다.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는 권리당원의 당심과 경기도민의 민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사람의 승리다. 김 후보는 당심이, 나머지 두 후보는 민심에 취약한 만큼 각각 절반이 부족하다는 평이다. 민심과 당심이 언제나 같은 방향으로 흐르지 않는 만큼 후보들은 전략 수정에 나섰다. 그동안 추 후보는 각종 개혁에 앞장서는 등 강성 이미지를 굳혀왔다. 하지만 강성 이미지는 양날의 검이 돼 2024년 하반기 국회의장 선거 당시 낙선 원인이 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강성 당심은 추 후보를 밀었지만, 의원 투표 결과 온건파인 우원식 후보가 당선되면서 급제동이 걸린 것. 추 후보는 6선의 중진이지만 이번 경기도지사까지 패배하게 되면 정치적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역풍 불라” 완급 조절 이를 의식한 듯 최근 추 후보는 ‘추다르크’라는 별명을 내려놓고 행정가로서의 면모와 실용성을 강조하고 있다. 추 후보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입법·사법·행정을 골고루 경험한 유일 후보”라며 “입법을 통해 큰 틀 아이디어를 냈다면 이제는 현장에 뛰어들어 성과를 내보고 싶다”고 말했다. 검찰개혁 완수를 본인의 최대 성과로 내세운 추 후보가 법사위원장을 내려놓고 선거에 뛰어든 것 역시 중도를 설득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권리당원 100%로 치러진 예비경선과 달리 본경선은 일반 여론조사와 당원 조사가 각각 50%씩 반영된다. 결국 줄어든 강성 당원의 영향력 만큼 중도층을 최대한 끌어오는 것이 관건이다. 추 후보는 사퇴 기자회견을 통해 “지난 7개월간 법사위원장으로서 총 682건의 개혁법안과 민생법안을 처리했다”며 “법 왜곡죄를 도입하는 ‘형법’, 재판소원을 허용하는 ‘헌법재판소법’, 대법관 증원안이 담긴 ‘법원조직법’ 개정안 등 사법개혁 3법과 검찰청 폐지, 공소청·중수청 법안까지 검찰개혁 과제를 완수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언제나 제 중심에는 국민이 있었고, 어떠한 가시밭길도 외면하지 않았다”며 “2021년 검찰개혁을 완수하지 못한 채 법무부 장관 자리를 떠나야 했던 무거운 발걸음이 아니라 이처럼 뜻깊은 결과를 여러분께 보고드릴 수 있게 되어 영광”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힘이 되어주신 여러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대한민국의 중심 경기도를 승리로 이끌고 이정부와 함께 국민주권시대를 만들어 내겠다”고 덧붙였다. 한 후보는 오히려 ‘이재명 픽’을 앞세웠다. 이정부를 흔드는 세력을 향해 각을 세우면서 전투력을 강조하는 등 기존 지지층 결집에 나섰다. 최근 한 후보는 ‘이재명 공소 취소설’의 근원지인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대통령의 생각을 자꾸 언급하는 것 자체가 당을 지휘하고 있는 당 대표로서 맞냐는 생각이 있다”며 김어준씨와 정청래 대표 등을 겨냥한 듯한 발언을 했다. 여권 갈등의 뇌관이 된 유시민 작가의 ‘ABC론’을 놓고 설전이 이어지기도 했다. 유 작가는 민주당 지지층을 A(가치 중시), B(본인 이익 추구), C(A, B의 교집합) 등 세가지 그룹으로 분류했으며 특히 B그룹은 “이익과 생존을 위해 친명을 자처하는 이들”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한 후보는 “갈라쳐서 얻는 게 뭔지 모르겠다”고 반응했고 유 작가가 재반박에 나섰다. 이후 한 후보는 자신의 SNS를 통해 “작가님의 말씀, 무겁게 듣고 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며 “저를 향한 비판과 비난은 기꺼이 감당하겠다. 하지만 이 대통령님과 정부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이어 “지금의 모습은 불안한 외줄타기 같다”며 “선은 분명하다. 그 선은 지켜달라”고 요구했다. 끊지 못한 명 꼬리표 한 후보는 “53% 싸움”을 내세우며 본경선 승리를 위한 지지층 결집을 호소했다. 오는 6월 선출되는 경기도지사의 임기는 4년으로 이 대통령의 남은 임기와 맞물린다. 따라서 이정부와 합을 잘 맞추는, 명심을 잘 꿰뚫는 후보가 경기도지사에 당선되어야 한다는 게 한 후보 측 지지층의 핵심 메시지다. 한 후보 역시 “‘이재명 지사였다면 벌써 해결했을 일들’을 한준호가 가장 스마트하고 빠르게 해결하겠다”며 “딱 세 표가 부족하다. 나의 한 표에 더해, 가장 가까운 두 분만 더 설득해 달라”고 밝혔다. 김 후보는 후보 적합도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다. 1위의 김 후보를 추 후보가 뒤쫓고, 한 후보가 마지막 뒤집기 기회를 엿보는 구도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 24일 여론조사기관 ㈜엠브레인퍼블릭이 <중부일보> 의뢰로 경기 거주 만 18세 이상 남녀 800명을 대상으로 지난 23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오는 6월 경기도지사 선거에서 누가 가장 적합하다고 생각하는가’라고 물은 결과 김 후보는 25%, 추 후보는 22%, 한 후보는 11%로 집계됐다. 해당 조사는 전화면접조사 방식(CATI)으로 진행됐으며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5%p, 응답률은 12.7%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김 후보는 당심 100%라는 가장 어려운 관문을 뚫었지만 질긴 비명 꼬리표에 곤욕을 치르고 있다. 그의 최대 약점은 경기도지사 선거 당시 본인에게 도움을 줬던 민주당 핵심 지지층과의 관계를 소홀히 했다는 국민 인식이다. 유 작가는 한 유튜브 방송을 통해 “(당시 이재명) 대표한테 붙어 지사가 된 사람이지 않나. 배은망덕”이라며 원색적으로 비난하기도 했다. 2024년 임기 후반기 접어들자 본격적으로 비명 프레임이 굳어졌다. 당시 김 후보는 민주당 전해철 전 의원 등 대표 친문(친 문재인)계 인사를 영입했고, 친명계에서는 “유력 대권후보 주자인 이재명 당 대표에 맞서기 위한 결집 시도” 등 견제가 이어졌다. 김 후보는 표를 분산시키는 친비명 프레임을 깨고 인물론에 승부를 걸었지만 민주당 여론이 심상치 않다. 일부 친민주당 성향 커뮤니티에서 “친명계와 개딸(개혁의 딸)이 벼르고 있다”는 여론이 형성되자 김 후보는 자세를 낮추고 당원에게 호소하는 메시지를 냈다. 2% 부족한 후보들…해법은? 이제 와서 고개 숙인 김동연 김 후보는 예비경선이 시작된 지난 21일 자신의 SNS에 “‘나는 동지들의 헌신에 보답했는가’ 되묻는다. 많이 부족했다”는 장문의 글을 올렸다. 김 후보는 “경기도의 저력도, 제가 여기에 서 있는 것 자체도, 당원 동지들이 없었으면 불가능한 일이었다”며 “갚을 길은 하나라고 믿는다. 이재명 대통령의 성공을 위해 제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붓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제 저는 선택의 시간 앞에, 당원동지들 앞에 서 있다. 감히 청한다.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뛰어라, 당원의 마음을 명심하고 다시 한번 일하라.’ 저 김동연에게 그 기회를 주십시오. 당원 동지들의 뜻을 간절히 기다린다”고 호소했다. 김 후보는 친비명 논란에 거듭 선을 그었다. 그는 “이 대통령 중심으로 성공한 나라를 만드는 게 중요하기 때문에 당의 친명(친 이재명)·비명은 의미가 없다”며 “경기도는 이재명정부의 성공을 위해서 국정 제1파트너로서 충분히 뒷받침하면서, 필요하다면 앞에서 끌면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한 후보와 마찬가지로 유 작가의 ABC론을 꼬집었다. 김 후보는 JTBC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가나다’론을 제시하며 “ABC 때문에 논쟁이 벌어진 거 같은데 저는 ‘가나다’로 얘기하면 어떨까 싶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가’는 김대중 대통령을 좋아하는 민주당의 토대다. ‘나’는 그 뒤를 이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과 함께하고 지지했던 분들, ‘다’는 이재명 대통령의 실용과 성과로 보여주는 리더십을 좋아하는 분들”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ABC론이 조선시대 노론이나 소론도 아니고 가나다로 한데 뭉치고 더하는 민주당이 됐으면 좋겠다”고 부연했다. 민주당은 이번 경기도지사 선거가 계파 분열의 초입이 될까 노심초사하는 모양새다. 이에 민주당 원조 친명 핵심으로 꼽히는 김영진 의원은 김 후보를 향한 ‘반명 공세’에 “이 대통령과 어려움을 함께했던 소중한 민주당의 멤버”라며 직접 엄호에 나섰다. 또 김 의원은 2022년 대선 당시 김동연 대선후보(새로운 물결)와의 단일화 과정을 회상하며 “안철수 후보는 윤석열 후보에게 갔지만 김 후보는 이재명 후보 지지를 선언하고 어려운 선거를 함께 뛰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분열은 ‘독’ 친명 지원전 한 민주당 관계자는 김 지사의 화합 메시지와 호소력에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골수 친명은 김 후보에 대한 반감이 크다. 김 후보에게 친문 표가 약 30% 정도 있다고 본다”며 “김 지사가 막판에 승리하려면 이 30%를 유지하면서 당원에게 호소하는 전략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친명을 적으로 돌리면 답이 없다. 등 돌린 사람이 있는 곳에 가서 그 사람이 원하는 메시지를 내야 한다”고 덧붙였다. <hypak28@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