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산 물놀이 사망 책임 공방

“폐쇄했어야” VS “공무원 책임”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사고가 일어나 사람이 죽었다. 원인을 밝히고 재발 방지를 위해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사고에 의문이 있다면 수사 등을 통해 확인 작업을 거치는 일도 필요하다. 이 과정에서 책임 소재가 드러나기도 한다.

여름철 물놀이 사고가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다. 전년 대비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강으로, 바다로 떠나는 사람이 늘어났다. 최근 충남 금산군에서 물놀이를 하던 20대 4명이 한꺼번에 사망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사망 사고의 원인을 두고 유족과 공무원 사이에 공방이 벌어졌다.

안팎에서

지난달 9일 오후 6시17분경 충남 금산군 제원면 천내리 금강 상류에서 물놀이하던 20대 4명이 사라졌다는 119 신고가 접수됐다. 소방당국이 대원 100여명을 투입해 수색에 나섰지만 4명은 심정지 상태로 발견됐다. 이들은 대전의 한 중학교를 같이 나온 동창 사이였다. 일행 5명 가운데 1명이 화장실에 다녀온 사이 4명이 세찬 물살에 휘말린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가 발생한 지점은 금산군이 물놀이 위험 관리 구역으로 지정한 곳이다. 물살이 강해 입수가 금지돼 있었다고 한다. 금산군 관계자에 따르면 강 가장자리는 수심이 무릎 높이 정도로 얕지만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급격하게 깊어지는 곳이다. 강 가운데는 수심이 3~4m에 달할 정도다.

경찰은 사고와 관련해 CCTV를 확보해 조사 중이다. 유족 측은 금산군의 안전 관리가 부실했다면서 문제를 제기했다. 사망한 이들이 입수한 지점에 출입을 막거나 강을 가로지르는 안전 부표도 없고 ‘물놀이 금지 구역’ 안내판도 없었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사고 지점을 완전히 폐쇄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입수 지점에 부표가 있었더라면 아이들이 부표를 넘어서 들어갔겠나. 한 번이라도 안전요원에게 물놀이 위험 구역이라고 안내를 받았거나 안내 방송이라도 들었더라면 이 모든 것을 무시하고 놀았겠나”라고 반문했다.

금강 상류 20대 4명 숨져
유족 입장에 노조는 반발

경찰은 사고 당일 근무하던 안전요원 2명과 담당 공무원 1명을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입건해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다. 사고 직후 안전요원은 경찰에 “입수 금지 지역에서 물놀이하는 이들에게 한 차례 계도 조치했다”는 취지로 진술했지만 경찰 조사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사망한 이들이 물에 들어갔을 때 물놀이 주의를 알리는 안내 방송도 나오지 않았던 것으로 조사됐다.

공무원의 입건 소식이 전해지자 노조에서는 입장문을 내고 반발했다. 금산군공무원노동조합은 지난 6일 “물놀이 사고 예방을 위해 군이 마련·운용해온 안전 조치 일부가 작동하지 않았다고 해서 담당자의 개인 과실로 사건을 무마하려는 시도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노조는 “금강 상류에서 발생한 사고로 소중한 목숨을 잃은 청년들의 명복을 빈다. 또 사랑하는 가족을 떠나보낸 유가족에게도 진심으로 위로를 전한다”며 “20대 청년들의 목숨을 앗아간 그날의 안타까운 사고는 또다시 젊은 20대 여성 공무원의 삶을 흔들어 놓고 있다”고 했다.

이어 “이번 사고의 본질적인 문제는 여러 방법을 통해 위험을 알렸음에도 ‘나는 문제 없어. 나는 괜찮겠지’라고 생각하는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이라며 “안타까운 사고를 담당자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는 처사에 공직을 함께 수행하는 동료로서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으로 비슷한 종류의 사고가 매년 반복된다”며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직원을 위한 법적·행정적 최소한의 안전장치를 마련해 달라”고 요구했다.

이번 사고에 대한 경찰의 대처를 두고 갑론을박이 오가고 있다. 불의의 사고가 발생한 건 안타깝지만 공무원에게 책임을 묻는 건 과도하다는 의견과 사고 과정에서 안전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면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의견이 충돌하고 있다. 유족 측이 당시 상황에 대한 진상 규명을 요구하고 있기에 진실 공방으로 번지는 모양새다.


“금지 안내 없었다”
“담당 직원 희생양”

일각에서는 공무원에게 너무나 많은 책임을 지우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공무원 노조의 주장대로 시스템의 문제를 개인의 과실로 몰아가면 공무원 한 사람이 짊어져야 할 책임의 무게가 너무 무겁다는 것이다. 특히 시간이 흐른 뒤 관련 업무를 맡았던 공무원 한 사람만 옷을 벗거나 형사 처분을 받는 식으로 일이 마무리된 경우가 많은 점도 문제로 떠올랐다.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 ‘꼬리 자르기’ 식으로 희생양을 만든다는 지적이다.

실제 공무원 조직은 안팎에서 압박이 가해지는 구조다. 한때 공무원은 고용 안정성을 이유로 취업 준비생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경제 상황이 어려워지면서 사기업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정년이 보장되는 공무원을 하는 게 낫다는 인식이 광풍처럼 불던 시기도 있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외부의 악성 민원, 특유의 조직 문화 문제 등이 수면 위로 올라오면서 공직 사회를 들여다봐야 한다는 주장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임용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공무원이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거나 경직된 조직 문화를 토로하면서 면직하는 사례가 심심찮게 일어나면서부터다.

최근에는 그 수가 크게 늘면서 정부 차원에서도 대책 마련에 나섰다. 공무원의 직무 위험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는 판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정부에 따르면 공무원 사망자 수는 2018년 78명에서 2022년 109명으로 43% 늘었다. 극단적 선택과 뇌·심혈관 질환 등 질병 재해는 86건, 사고 재해는 23건이었다. 특히 공무상 자살은 2022년 22건으로 2020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심리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다. 업무상 질병 중에 우울증과 적응장애 등 정신질환이 가장 많았다. 인사혁신처의 2022년 공무상 재해보상 승인 자료에 따르면 정신질환 요양자는 274명으로 공무원 1만명당 2.14명 꼴이었다. 일반 근로자의 정신질환 관련 산업재해 요양 비율(0.19명)보다 11배 높은 수준이다. 많은 업무량, 공무원 개인에게 과도한 책임을 요구하는 조직 문화, 악성 민원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잡도리 중?

공무원 조직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한 공무원은 “(공무원이) 세금으로 월급을 받고 있으니 국민의 모든 요구를 들어줘야 할 의무가 있다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다. 직무상 수행할 수 없는 부분까지 무리하게 요구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들었던 얘기”라며 “이런 태도가 바뀌지 않는 한 상황이 나아질 것 같진 않다”고 한탄했다.

<jsjang@ilyosisa.co.kr>

 



배너






설문조사

진행중인 설문 항목이 없습니다.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차례가 뭐죠?” MZ가 바꾼 추석 풍경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우리에게 추석은 차례를 지내거나 귀향을 하는 것이 익숙한 명절이었다. 그러나 최근 몇 년 사이 명절을 보내는 방식이 크게 달라졌다. 특히 차례를 지내는 비중은 줄어들고 MZ세대를 중심으로 긴 연휴를 활용한 여행, 단기 아르바이트, 자기계발 등을 하는 것이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최근 여론 조사 결과에 따르면 추석에 차례를 지내겠다고 응답한 비율은 40%대 초반에 그쳤다. 절반 이상은 차례를 지내지 않겠다고 답한 것이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당연하게 여겨지던 차례와 제사가 더 이상 필수가 아니게 된 셈이다. 알바 우선 통계청 조사에서도 명절 의례를 간소화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가정이 해마다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차례를 지내는 대신 긴 연휴를 여행으로 보내려는 수요가 뚜렷하게 증가했다. 한국인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여행 중개 플랫폼 스카이스캐너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약 77%가 이번 추석 연휴에 여행 계획을 세웠다고 응답했다. 특히 해외여행 비중이 크게 늘었다. 10년 전 대비 명절 여행에 긍정적인 인식이 37%에서 70%로 2배 가까이 상승했다. 검색 데이터에 따르면, 추석 연휴 기간 인기 여행지는 일본(43.1%)이 1위였고, 이어 베트남(13.2%), 중국(9.6%), 태국(7.5%), 대만(6.2%) 순이었다. 도시별로는 일본 후쿠오카(20.2%)가 가장 높은 검색 비율을 기록했으며, 오사카(18.3%), 도쿄(15.4%), 방콕(8.9%), 타이베이(8.0%)가 뒤를 이었다. 여행을 가지 않고 명절 연휴를 일터에서 보내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긴 연휴를 활용해 “돈을 벌겠다”는 사람들이 늘면서 단기 아르바이트 수요도 급증했다. 당근마켓과 같은 알바 커뮤니티와 플랫폼에는 “추석 알바 구합니다”라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한 20대 청년은 “쉬는 날이 길어 잠깐이라도 일을 하려 한다”고 밝혔고, 한 대학생은 “여행 경비를 마련하기 위해 선물세트 포장 알바에 지원했다”고 말했다. 특히 명절 기간에는 업무강도가 높아 평균 시급의 1.5배를 지급하는 경우가 많다. 평상시에 근무할 때보다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많은 청년들이 명절 시즌 알바를 노리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맞춰 구인·구직 플랫폼들은 ‘추석 알바 채용관’을 운영하며 수요를 모으고 있다. 백화점과 대형 마트, 도·소매점과 전통시장에서 단기 인력을 모집하고, 선물용 고기·과일 세트 포장, 택배 상·하차, 진열·판매 등의 일자리가 집중적으로 생겨났다. 절반 이상 “안 지내요” 77%가 여행 계획 세워 지난해 추석 구인 구직 사이트 알바천국 조사에서는 응답자 중 절반 이상(53.9%)이 단기 용돈 벌이를 위해, 22.2%는 고물가로 인한 지출 부담 때문에, 18.2%는 여행 경비나 등록금 등 목돈 마련을 위해 명절 알바를 계획했다고 답했다. 이는 명절을 단순히 휴식 시간으로 보내지 않고, 생계와 목표 달성을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집에 머무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자기계발하며 추석 나기’가 새로운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혼자 추석을 보내는 일명 ‘혼추족’ 중에는 독서나 온라인 강의, 어학 공부, 자격증 준비 등에 연휴를 투자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스터디 카페와 도서관을 찾는 이용객이 증가했다는 조사도 나왔다. 일부 출판사나 문화 기획사에서는 명절 연휴에 맞춰 북콘서트 같은 행사를 열기도 했다. 명절이 휴식 기간만이 아닌 스스로를 계발할 수 있는 기회로 활용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 같은 양상은 가족 모임에도 영향을 받았다. MZ세대는 가족·친척 모임을 스트레스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다. 한 청년은 “친척들과 모이면 취업·결혼 얘기 등으로 잔소리를 들어 스트레스를 받는 경우가 많은데, 그러느니 차라리 그 시간에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 더 유익하다”고 말했다. 과거처럼 친척 모임에 시간을 할애하기보다, 필요한 경우에만 가족을 만나고 나머지 시간에는 개인활동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연휴를 도심에서 보내는 ‘혼추족’을 겨냥해 유통·외식업계도 다양한 이벤트를 내놓고 있다. 수도권 맛집 가이드, 추석맞이 전시·공연, 집콕형 OTT·게임 프로모션 등이 대표적이다. 편의점과 HMR(가정 간편식) 업체는 명절 한정 도시락·한상 차림 제품을 늘리고, 명절 기간 반값·카드 제휴 할인 등 단기 판촉을 강화하고 있다. 추석 선물 시장도 과거와는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예전에는 굴비·한우·고급 과일 세트 등 전통 품목이 중심이었지만, 최근에는 실속형·소포장 선물세트가 늘었다. 대표적으로 대형마트에서는 고급 커피·차 세트, 수제 디저트처럼 가볍게 주고받을 수 있는 소포장 구성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과 자기계발이 더 유익해” 명절 스트레스 가족 모임 불참 온라인몰에서는 올리브 오일, 참기름, 견과류, 꿀 등 건강 지향 소품목 세트가 매출 상위에 오르기도 했다. 실속형·소포장 선물을 찾는 배경에는 고물가 부담과 1~2인 가구 증가가 있다.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고가 선물을 준비하기보다, 실용적이고 보관이 편리한 상품을 선택하는 경향을 보인다. 또 명절을 함께 보내는 가족 규모가 줄면서 필요한 양만큼만 담긴 선물세트가 ‘부담 없는 선택’으로 자리 잡았다. 가격 대비 효용을 중시하는 MZ세대 소비자층도 이 같은 흐름을 이끌고 있다. 모바일 선물하기 판매는 전년 추석 대비 두 배 이상 늘었고, 온라인몰도 같은 기간 선물세트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편의점 앱을 통한 선물세트 매출은 연중 대비 100% 이상 신장세가 관측됐고, 패션·라이프스타일 플랫폼의 선물하기 거래액도 두 자릿수 증가를 이어가고 있다. 마켓컬리는 추석 기간 한시 선물하기 서비스를 운영하며 홍삼·화장품 등 선물 품목을 확장했다. 명절 식문화 자체도 간편화 된 흐름이 뚜렷하다. 1인 가구 1012만명, 2인 가구 600만명으로 소규모 가구가 크게 늘어난 가운데, 대형마트의 간편 차례상 매출은 최근 3년 연속 증가했다. 편의점의 냉장·냉동 HMR 매출은 두 자릿수 증가했고, 명절 한정 도시락은 1인 가구 밀집 상권에서 판매 비중이 높았다. 이번 추석에도 이런 흐름에 맞춰 대형 마트는 간편 차례상·냉동 밀키트 대형 할인전을, 편의점 4사는 명절 도시락 출시와 제휴 할인행사를 연달아 내놓고 있다. 밀키트와 같은 간편식의 수요가 증가한 데에는 물가 상승이 영향을 미쳤다. 소비자 설문에선 추석 전체 지출 예산이 평균 71만2000원으로 전년 대비 26%가량 늘었다는 응답이 나왔다. 지출 중에는 부모 용돈·선물 비중이 절반을 웃돌았고, 차례상 비용·내식 비용도 적지 않았다. 품목별로 과일·수산물·햅쌀·송편 등의 차례상 음식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수입 축산물 고려 비율도 늘었다. 이 때문에 “차례상 형식을 간소화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됐다. 선택의 시대 추석을 준비하는 한 30대 가정주부는 “지금은 시대가 많이 바뀌어서 차례를 안 지내거나 설에 한 번만 지내는 집이 많다. 고물가 시대에 음식을 다 준비하는 것은 부담되는 것 같다. 그런 형식적인 것은 간소화하더라도 차례를 지내는 행위에 의미가 있으니 상관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imsharp@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