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인물> 400m 금빛 레이스 서민준·조엘진·이재성·김정윤

한국 계주 영광의 첫 골드

[일요시사 취재1팀] 안예리 기자 = 한국 육상이 세계 종합대회 남자 400m 계주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불가능할 것 같았던 금빛 질주는 0.3초의 극적인 차이로 이뤄졌고, 한국 육상에 새 이정표를 세웠다.

지난달 27일 독일 보훔에서 열린 ‘2025 라인-루르 하계 세계대학경기대회(U대회)’ 남자400m 계주 결승에서 대한민국 대표팀은 38초50이라는 기록으로 남아프리카공화국(38초80)을 제치고 결승선을 가장 먼저 통과했다. 대표팀은 서민준(서천군청), 나마디 조엘진(예천군청), 이재성(광주광역시청), 김정윤(한국체대)으로 구성됐다.

스타터
서민준

이번 경기는 시작 전부터 유리한 싸움은 아니었다. 대표팀은 예선에서 39초14로 전체 7위를 기록하며 결선 막차를 탔다. 하지만 결승전에서의 경기력은 완전히 달랐다. 첫 주자인 서민준 선수가 안정적인 출발을 끊었고, 이어 나마디 조엘진 선수가 예선보다 한층 공격적인 질주로 흐름을 바꿨다.

세 번째 주자 이재성 선수는 격차를 줄였고, 마지막 주자 김정윤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하며 극적인 역전승을 완성했다.

0.3초의 차이는 숫자로는 미미해 보이지만, 기적이나 다름없는 결과였다. 한국이 국제 종합대회 계주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것은 이번이 사상 처음이다. 2019년 나폴리대회에서 동메달을 획득한 이래, 약 6년 만에 이룬 최고 성적이자, 한국 육상이 단거리 릴레이에서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에서도 통할 수 있음을 증명한 결과였다.


현지 중계진은 경기 직후 “한국이 놀라운 배턴 워크로 전력을 다했다”며 “매 구간마다 균형 잡힌 스피드가 인상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국내외 육상 관계자들 사이에서도 “사상 처음 세계 종합대회에서 계주 정상에 오른 것은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긋는 일”이라는 반응이 이어졌다.

선수들이 입국했던 지난 29일 오전, 인천국제공항 제1터미널에는 많은 취재진이 몰려 이들의 귀환을 환영했다. 현장에서 나마디 조엘진 선수는 “우리가 1위를 차지했을 때 처음에는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강점을 끌어올릴 수 있는 자리였다”고 말했다.

김정윤 선수는 “예선에서 아쉬웠던 부분을 분석하고 팀 전체가 전술을 다시 맞췄다”며 “결승은 그 모든 것이 맞아떨어진 경기였다”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통령도 이날 오후, 자신의 SNS를 통해 대표팀의 우승을 언급하며 “끈끈한 팀워크가 만든 감동의 드라마”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 육상이 유니버시아드 등 세계 종합대회 릴레이 종목에서 우승한 것은 처음으로, 더욱 뜻깊은 성과”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수없이 흘린 땀과 오랜 인내의 시간이 마침내 빛나는 결실로 이어졌다”며 “9월 도쿄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 당당히 도전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한국 육상 역사에 한 획을 그은 이번 400m 계주의 첫 주자는 서민준 선수였다. 서천군청 소속인 그는 계주의 출발을 책임지는 중요한 역할을 맡아, 안정적이면서도 힘 있는 출발로 팀의 흐름을 주도했다. 단 한 순간의 실수가 전체 결과를 좌우할 수 있는 릴레이 경기 특성상 부담이 클 수밖에 없는 포지션이지만, 0.3초 차 승부였던 결승전에서 결정적인 발판이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민준 선수는 실전에서 차분히 제 몫을 해내는 유형의 선수로, 전국 단위 대회에서 차근차근 경험을 쌓으며 성장해 왔다. 경기력의 기복이 적고 꾸준히 자신의 기록을 경신해 온 그는 고등학교 시절부터 단거리 계주 종목에서 안정적인 주자로 주목 받아왔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팀의 구심점 역할을 해내고 있다.


그는 육상에 대해 “나는 재능형보다는 노력형”이라고 말하곤 했다. 서민준 선수의 성장에는 많은 훈련과 반복, 그리고 경기 경험이 밑바탕으로 깔려 있다. 학교 운동부 시절부터 기본기 훈련에 충실했고, 대학 무대와 실업 무대를 병행하며 체계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을 이어왔다.

‘0.3초’ 차이로 역전승
남아공 제치고 결승 통과

특히 주종목인 100m와 200m 개인 종목에서도 일정한 성과를 내고 있지만, 팀워크가 중요한 계주에서의 역량이 돋보이면서 대표팀 내 핵심 멤버로 발탁됐다. 결승전 1번 주자로 나선 서민준 선수는 순간 반응 속도에서 밀리지 않고 곧바로 두 번째 주자 조엘진 선수에게 원활한 배턴 패스를 성공시켰다.

경기 직후 서민준 선수는 “우리 팀의 호흡이 이뤄낸 결과”라며 “1번 주자로 부담은 컸지만 나를 믿고 있는 팀원들이 있기에 흔들리지 않고 뛸 수 있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향후 목표에 대해 그는 “기록보다 중요한 건 팀의 완성도”라며 “국제대회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팀의 일원으로 뛰는게 목표”라고 말했다.

2번 주자로 나선 조엘진 선수의 활약도 눈길을 끌었다. 빠른 속도와 강한 추진력으로 계주의 중심 구간을 맡아 상대를 압박했고, 특히 서민준 선수와의 배턴 패스, 이어 이재성 선수에게 연결되는 흐름 모두 안정적이었다.

조엘진 선수는 한국인 어머니와 나이지리아 출신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나 이국적인 외모를 가지고 있지만, 한국에서 태어난 한국인이다. 그는 주변의 시선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지만 일과 함께 취미생활을 하며 이를 극복했다. 특히 조엘진 선수는 그림 실력이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조엘진 선수가 대중에게 처음 얼굴을 알린 건 트랙 위에서가 아니었다. 그는 지난 2016년 KBS2 인기 드라마 <태양의 후예>에 출연한 아역 배우 출신이다. 극 중 우르크 지역의 한 소년으로 등장해, 의료 봉사 중이던 온유(치훈 역)에게 “이거 말고 염소 사줘, 염소 키우고 싶어”라고 말하는 장면은 당시 시청자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분쟁과 가난 속에서도 생존을 갈망하던 소년의 대사는 극의 감정을 이끄는 장면 중 하나로 회자됐다. 드라마 출연 당시 그는 짧은 머리에 귀여운 이목구비로 등장했다. 촬영장에서 송혜교와 온유 등 배우들과 자연스럽게 호흡을 맞추며 잠시나마 연기자로서 활동했다. 그러나 연기를 이어가지 않고, 육상 선수의 길을 걷게 됐다.

염소 소년
조엘진

조엘진 선수가 육상을 시작한 것은 초등학교 5학년 무렵이었다. 육상 멀리뛰기 선수 출신의 나이지리아인 아버지의 영향이 컸다. 운동 감각과 신체조건이 어릴 때부터 뛰어났고, 특히 하체 근력이 두드러졌다. 어릴 적부터 “체격이 좋아 뭐든 잘할 것 같다”는 말을 들었던 그는, 실제로도 빠른 스피드와 좋은 신체조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본격적으로 육상에 뛰어든 이후, 그는 각종 청소년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전국체육대회,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100m, 200m, 400m를 가리지 않고 금메달을 휩쓸었다. 2024년에는 최고 수준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홍콩에서 열린 인터시티육상선수권대회 20세 미만 남자 100m 부문에서 10초35를 기록하며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특히 전국 단위 대회인 제104회 전국체육대회 남자고등부 100m와 200m에서 모두 금메달을 차지하며 실력을 입증했고, 제105회 대회에서는 18세 이하부 400m 금메달까지 추가해 전 종목 석권을 이뤘다. 전국종별육상경기대회에서도 100m 금메달을 차지하는 등 고등학교 시절에는 사실상 단거리를 휩쓸었다.


실업팀 예천군청에 입단한 이후에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보여줬다. 2024년에는 성인 무대 데뷔전인 아시아육상선수권 대표 선발전 남자 100m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국가대표로 선발됐다. 구미에서 열린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400m 계주 결선에서도 한국 대표팀으로 출전해 38초49의 역대급 기록을 올리며 대회 최초 금메달을 가져왔다.

특히 그는 2025년 중국 광저우 세계릴레이선수권대회에서도 연일 기록을 경신했다. 예선에서 38초56, 패자부활전에서 38초51을 기록하며 계주팀의 상승세를 이끌었고, 이는 대표팀의 신뢰를 더욱 굳건히 하는 계기가 됐다. 그는 예천군청 소속 실업팀에서 훈련을 이어가면서 국가대표 단거리 계주 주자로서 확고한 입지를 다졌다.

업계에서는 조엘진 선수에 대해 “신체조건과 기술적 균형이 뛰어난 선수”라고 평가한다. 특히 단거리에서 드물게 100m, 200m, 400m 모두 소화할 수 있는 탄력성과 지구력을 동시에 갖추고 있다는 점에서 장기적으로도 높은 성장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중심축
이재성

훈련 태도 역시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다. 그는 공식 인터뷰에서 “기술보다 멘털이 중요하다는 것을 실감했다”며 “감독님과 함께 훈련하며 더 단단해진 것 같다”고 밝혔다. 후배들과의 훈련에서도 집중력을 놓치지 않으며, 실전 감각을 유지하는 데 철저한 선수로 알려졌다.

3번 주자는 바통을 이어받은 뒤 코너를 돌아 마지막 주자에게 연결하는 핵심 구간을 책임진다. 속도와 기술, 체력의 균형이 필요한 자리다. 이재성 선수는 이 구간을 안정적으로 책임졌다.


팀의 맏형이자 주장인 광주광역시청 소속 이재성 선수는 오랜 기간 국내 무대에서 꾸준히 활약해 온 선수다. 고교 시절부터 전국체전과 전국육상경기대회 등에서 꾸준한 성적을 올렸으며, 성인 무대에서도 100m와 200m 모두를 소화할 수 있는 전천후 스프린터로 평가받아왔다.

2025 아시아육상선수권에서도 이재성 선수는 400m 계주 멤버로 출전해 한국 신기록 수립에 기여했다. 당시에는 ‘고승환-서민준-조엘진-이재성’으로 구성된 팀이 38초49의 기록으로 아시아선수권 첫 금메달을 획득하며 한국 계주의 가능성을 보여준 바 있다. 이번 U대회에서는 고승환 대신 김정윤이 마지막 주자로 배치됐고, 이재성은 다시 3번 주자로 팀의 중심축 역할을 해냈다.

한국체육대학교 소속인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의 막내 주자이자 마지막 주자인 앵커 역할을 맡았다. 가장 빠른 속도를 유지하며 승부를 결정짓는 자리다. 그는 이번 결승에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마지막 주자와 접전을 펼친 끝에 0.3초 차로 결승선을 먼저 통과했다.

김정윤 선수는 대표팀 내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선수 중 하나다. 대학 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이어온 그는 단거리 전 종목에서 고른 기량을 보이며 계주 멤버로 낙점됐다. 앞선 세계육상릴레이선수권에서도 대표팀으로 출전해, 연달아 한국 기록을 경신한 경력도 있다.

세계 대회 뜻깊은 성과
금메달 들고 금의환향

특히 그는 올해 들어 체중과 근육량을 조절하며 후반 스퍼트 능력을 비약적으로 끌어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바탕으로 이번 대회에서 안정적인 마지막 주자로 활약하며 금메달 획득의 마침표를 찍었다. 김정윤 선수는 인터뷰에서 “결승선 직전까지 승부가 확실치 않았지만, 평소보다 더 집중하며 마지막 힘을 짜냈다”며 “대표팀에서 경쟁하는 동안 많은 것을 배웠고, 앞으로 더 발전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경기 종료 직후, 금빛 질주를 마친 선수들의 얼굴에는 땀과 함께 복합적인 감정이 엿보였다. 믿기지 않는 결과 앞에서 벅찬 환희를 느끼는 모습이었다.

2번 주자로 뛰었던 조엘진 선수는 “처음에는 우리가 1위를 했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며 “2번 주자는 내 장점을 살릴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최선을 다했고,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아 가슴이 벅차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예천군청 소속 선수로서, 부끄럽지 않은 선수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1번 주자로 안정적인 출발을 이끈 서민준 선수는 “계주는 혼자 뀌는게 아닌 팀 경기다. 흐름을 잘 이어주는 데 집중했다”며 “모두가 자기 역할을 잘해줬고, 앞으로도 국제대회에서 이 팀으로 뛸 수 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3번 주자 주장 이재성 선수는 “예선에서 기록이 좋지 않아 고민이 많았지만, 결승에서는 모두가 하나 되어 뛰자는 생각만으로 임했다”며 “국가대표로 금메달을 따는 건 상상도 못 했던 일인데, 그걸 해냈다는 사실이 아직도 꿈만 같다”고 말했다.

피니시를 책임진 마지막 주자 김정윤은 “배턴을 받자마자 머릿속이 하얘졌다. 절대 뺏기지 말자, 끝까지 가보자는 생각뿐이었다”며 “이렇게 큰 대회에서 1등을 했다는 게 너무 감사하고 감격스럽다”고 말했다.

특히 계주팀은 내년 2026 아이·나고야아시안게임, 2027년 세계선수권, 그리고 2028년 LA올림픽까지, 향후 3년간 굵직한 국제 무대를 앞두고 있다. 선수 개인의 기량 향상뿐 아니라, 현재의 팀워크를 유지하며 국제 경쟁력을 갖춘 대표팀을 꾸려가는 것이 중요한 과제로 남았다.

피니셔
김정윤

육상계는 이번 결과를 계기로 “드디어 한국도 계주에서 세계와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있는 저력을 갖췄다”고 평가하면서도, “지속적인 관리와 장기적 지원이 반드시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을 아끼지 않고 있다. 무엇보다 선수 개인의 체력 관리, 부상 방지, 심리적 컨디션 유지 등이 향후 대회를 앞두고 핵심 과제로 꼽힌다.

<imsharp@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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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연예계 스캔들과 정치권 음모론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한때 연예계를 떨게 했던 ‘마의 11월’이 다시 온 걸까? 매년 11월마다 연예계와 방송가에서 각종 이슈가 터진다는 말에서 비롯된 표현이다. 아슬아슬하게 11월은 넘기는가 싶더니 12월이 되자마자 연예계 이슈가 온 세상을 뒤덮었다. 동시다발로 터져 나온 연예계 사건·사고에 정작 중요한 이슈들이 가라앉고 있다. SNS에서 의혹이 제기되고, 이는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게재된다. 얼마 가지 않아 기사로 보도된다. 유튜브 쇼츠로 제작돼 확산한다. 다시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온다. 방송으로 퍼진다. 방송분이 편집돼 다시 유튜브 영상으로 제작된다. 이 모든 과정에서 생산된 콘텐츠는 SNS를 통해 재생산된다. 다른 이슈가 불거진다. 반복된다. 하루 사이 연달아서 최근 이슈가 퍼지는 방식이다. 기사 등을 통해 정보가 대중에게 전달되던 시기는 이제 끝났다. 이제는 오히려 언론이 온라인 커뮤니티 글을 소스로 기사를 작성하는 판이다. 동시에 레거시 미디어를 통해 정보가 확산하던 시기도 지나간 지 오래다. 이제 모두가 유튜브로 이슈를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의견을 표출한다. 문제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레거시 미디어로, 또다시 유튜브로 대표되는 뉴미디어로 정보가 전달되는 과정에서 자극도가 높아진다는 점이다. 동시에 확인되지 않은, 왜곡된 내용이 처음 올라온 정보에 덕지덕지 달라붙는다. 확산 속도 또한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몇 시간이면 대형 온라인 커뮤니티 사이트를 비롯해 유튜브까지 퍼진다. 이 사이클은 무한정 돌아간다. 시간이 가면서 대중은 짧은 영상에 목말라 하고 있다. 분 단위의 영상보다는 초 단위 쇼츠에 더 열광한다. 영상 제작자는 조회수가 곧 돈이기에 대중의 입맛에 콘텐츠를 맞출 수밖에 없다. 도파민을 바라는 대중의 눈에 들기 위해선 흡인력 있는 영상을 만들어야 한다. 사실이든 아니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불과 일주일 새 연예계에서 동시다발로 이슈가 터졌다. 과거, 약물, 갑질, 조폭 의혹 등 언급되는 단어만으로 충격이 일었다. 여기에 의혹에 연루된 연예인의 면면이 전부 각 분야에서 잘 알려진 사람이라는 점은 이슈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순식간에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이 불타올랐다. 배우 조진웅이 과거에 소년범이었다는 보도가 나왔다. 올해 광복절 경축식을 비롯해 정부 행사에 자주 얼굴을 드러냈던 터라 처음에는 반신반의하는 반응이 많았다. 비상계엄 사태 때에도 SNS에 글을 올리는 등 말할 때는 하는 이른바 ‘개념 연예인’으로 알려져 있어 대중은 조진웅의 반응을 기다렸다. 기사, SNS로 한꺼번에 유튜브 타고 빠른 확산 하지만 소년범이었던 과거가 사실로 드러나고 그가 은퇴를 선언하면서 상황은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동시에 조진웅의 은퇴를 두고 ‘과거의 일’이라는 의견과 ‘피해자를 생각하라’는 의견이 대립하기 시작했다. 일부 진보 진영 정치인이 한두 마디씩 말을 보태면서 의견 대립은 정치권으로까지 번졌다. 여기에 소년범 의혹을 최초로 기사화한 언론의 보도 윤리도 도마 위에 올랐다. 개그우먼 박나래는 매니저 갑질 의혹과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이 동시에 불거졌다. 매니저들이 박나래를 상대로 고소했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 줄줄이 이어진 후속 보도에서 드러난 의혹들이다. 박나래가 매니저들과 진실 공방을 벌이는 내용이 거듭해서 언론 보도, 유튜브 쇼츠 등으로 이어지면서 불씨가 꺼지지 않고 있다. 특히 불법 의료 시술 의혹은 ‘주사 이모’라는 존재가 등장하면서 판이 커질 기미를 보이고 있다. 주사 이모는 박나래에게 주사 등을 통해 투약한 인물로 추정된다. 해당 인물의 SNS가 공개되면서 몇몇 연예인이 연루 의혹을 받고 있다. 경찰 조사가 예정돼있어 장기전이 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개그맨 조세호는 조폭 연루설에 휘말렸다. 조세호 의혹은 SNS를 통해 사진이 공개되면서 확산했다. 폭로자가 조세호와 조폭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함께 찍은 사진을 올리고 글을 쓰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그 여파로 조세호는 고정 출연하고 있던 <유 퀴즈 온 더 블럭>과 <1박 2일>에서 하차했다. 유명 연예인 도마 위에 아이돌 그룹 BTS의 정국과 에스파 윈터의 열애설도 비슷한 시기에 터졌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두 사람이 비슷한 위치에 ‘커플 타투’를 했다는 의혹이 나왔다. 두 멤버의 소속사인 하이브와 SM엔터테인먼트는 ‘노코멘트’라고 입장을 밝혔다. 두 그룹이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만큼 계속 언급되는 중이다. 한 건만으로도 상당한 파급력을 지닐 사건이 연이어 터지면서 일각에서는 누군가가 민감한 이슈를 덮기 위해 연예계 사건·사고를 일부러 수면 위로 끌어올린 게 아니냐는 이른바 ‘음모론’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매년 11월마다 연예인 관련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두고 나왔던 이야기가 이번에 다시 나온 것이다. 정치나 사회 이슈와 비교해 연예계 관련 사건·사고 소식은 대중에게 직관적으로 다가가는 편이라 몰입도가 높다. 동시에 휘발성도 크다. 또 대중에게 잘 알려진 연예인일수록 사건의 파급력이 크다. 물론 연말연시를 앞두고 머리 아픈 이슈에 질린 대중에게 연예계 문제는 더할 나위 없이 흥미로운 소재라 말이 나오는 것일 뿐 확인된 바는 없다. 말 그대로 ‘도시괴담’에 가깝다는 뜻이다. 그럼에도 이번에는 상황이 묘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말이 심심찮게 보인다. 실제 여야가 한데 얽힌 것으로 추정되는 통일교 문제, 야당에서 강하게 반발 중인 국가보안법 폐지 논란 등이 연예계 이슈에 묻혀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3300만명이 넘는 고객의 개인정보가 유출된 쿠팡 사태도 그 사건 규모에 비해 관심도가 떨어지고 있다. 마의 11월 12월로? 통일교 관련 논란은 당초 야당인 국민의힘에 포커스가 집중됐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통일교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았다는 의혹이다. 그러다 최근 그 범위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으로까지 확대됐다.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이 통일교에서 금품을 제공한 정치인을 진술하면서 민주당 인사들도 입길에 올랐다. 민중기 특별검사팀은 지난 8월 윤 전 본부장으로부터 ‘통일교가 국민의힘 외에 민주당 소속 정치인들도 지원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했다. 윤 전 본부장이 언급한 인물 가운데 1명이 전재수 전 해양수산부 장관(당시 민주당 의원)이었다고 한다. 명품 시계 2개와 함께 수천만원을 한일 해저터널 추진 등 교단 숙원사업을 위해 줬다는 것이다. 금품수수 의혹이 보도되자 전 전 장관은 지난 11일, 전격 사의를 표명했다. 그는 “불법 금품수수는 없었다”면서 “장관직을 내려놓고 당당하게 응하는 것이 공직자로서 해야 할 처신”이라고 했다. 이어 “저와 관련된 황당하지만 전혀 근거 없는 논란”이라며 “해수부가 또는 이재명정부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정권이 흔들릴 수도 있는 사안이라는 목소리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동안 통일교 관련 논란으로 국민의힘에 맹공을 퍼부었는데 역풍이 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 국민의힘은 ‘통일교 특검’을 주장하면서 민주당과 이 대통령을 몰아가는 중이다. 공수가 뒤바뀐 것이다. 범여권에서 추진 중인 국가보안법(이하 국보법) 폐지를 두고 정치권이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이 국보법 폐지에 강하게 반발하면서 여야 간 힘겨루기로 비화했다. 정치권 이슈 묻히고 쿠팡도 잠잠해지나? 지난 7일 민주당 민형배, 조국혁신당 김준형, 진보당 윤종오 의원은 국보법 폐지 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의원들은 “국보법은 제정 당시 일본제국주의 치안유지법을 계승해 사상의 자유를 억압한 악법이라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국보법의 대부분 조항은 형법으로 대체 가능하며 남북교류협력법 등 관련 법률로도 충분히 규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반면 국민의힘은 국보법 폐지를 용인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국민의힘 송언석 원내대표는 ‘국가보안법 폐지, 누구를 위한 것인가’ 토론회에서 “국가정보원에서 대공수사권을 떼어내 경찰에 이관했지만 경찰은 그만한 준비가 제대로 안 돼 사실상 대공수사가 공중에 붕 뜬 느낌”이라며 “이런 상황에서 국보법을 폐지하려는 시도가 있다는 건 굉장히 심각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연예계 이슈에 바로 직전 가장 큰 이슈였던 쿠팡 사태도 상대적으로 잠잠해졌다. 지난달 말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알려진 쿠팡 사태는 3370만명의 개인정보가 해외로 유출된 사건이다. 사실상 모든 고객의 정보가 털린 셈이다. 올 한 해 통신사, 카드사 등에서 개인정보 유출을 겪은 이용자는 또 한 번 직격탄을 맞았다. 쿠팡 사태는 해킹 등으로 정보가 유출된 여타 업체와 달리 전 직원의 소행으로 드러나면서 이커머스 업체의 보안 실태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고 있다. 동시에 2010년 창업 이래 이커머스 시장을 독점하다시피 한 쿠팡 생태계의 민낯이 낱낱이 알려졌다. 동시에 쿠팡에서 일어난 노동자 사망사고도 재조명받는 중이다. 지난 10일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가 사임했다. 쿠팡은 “최근의 개인정보 사태에 대해 국민께 실망하게 한 점에 대해 매우 송구스럽게 생각한다”며 “이번 사태의 발생과 수습 과정에서의 책임을 통감하고 모든 직위에서 물러나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질이라는 의견이 많다. 당분간은 계속될 듯 일각에서는 음모론에서 한발 더 나아가 여당 쪽에서 연예계 이슈를 터트린 게 아니냐는 의심이 나오고 있다. 통일교 논란, 국보법 폐지, 쿠팡 논란 등 대형 이슈가 여당 쪽에 불리한 내용이 아니냐는 설명이다. 한편에서는 여야가 동시에 발을 걸치고 있는 사안인 만큼 특정 진영의 유불리를 따질 수 없다는 반박도 나온다. <jsjang@ilyosis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