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흔드는 ‘의대생’ 뇌관

특혜 논란에 지지층까지 흔들?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의정갈등이 지난 정부에 이어 현 정부까지 흔들고 있다. 대통령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지지층에게도 영향이 가는 모습이다. 공정과 원칙을 표방하며 출범한 정부가 전혀 다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의료계는 몇몇 정부에서 개혁 대상으로 지목됐다. 이전 정부들은 20년 가까이 그대로인 의과대학 정원을 늘리는 방향으로 개혁의 물꼬를 트려 했다. 하지만 의료계의 반발은 거셌다. 파업, 사직, 휴학 등 사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동원했다. 결과는 원점. 정부가 의료개혁을 표방하며 내세운 정책은 끝내 진행되지 못했다.

사과도 없어

지난해 2월 의대 정원을 2000명 늘리겠다는 윤석열정부의 발표로 시작된 의정갈등이 1년6개월째를 맞고 있다. 전공의는 집단으로 병원을 떠났고 의대생은 학교를 쉬겠다고 선언했다.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사 수가 늘어나면서 의료 공백이 발생했다. 응급실 뺑뺑이 등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환자가 죽는 일도 일어났다.

그럼에도 윤석열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자 의정갈등은 파국으로 치달았다. 뒤늦게 의료계와 정치권, 정부 등이 머리를 맞댔지만 의견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았다. 정부는 고령화 등 다가올 미래에 대비하기 위한 대응책 차원이라고 주장했고 의료계는 숫자가 아니라 배치의 문제라고 맞섰다. 수도권으로 몰리는 의사와 의료기관을 지방으로 나눌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었다.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비상계엄 선포와 동시에 내놓은 포고령에 포함된 ‘전공의 처단’이라는 표현 등으로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하지만 이후 탄핵 정국, 조기 대선 등 굵직한 정치 이슈가 사회 전반의 다른 문제를 완전히 뒤덮어 버렸다. 윤석열정부에서 시작된 의정갈등은 새 정부의 현안으로 넘어갔다.


이재명정부 출범과 동시에 전공의 복귀, 의대생 복학, 지역의료 강화, 필수 의료 등 산적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졌다.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이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지명된 이유도 의정갈등을 대화와 타협으로 풀어갈 수 있다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정 장관도 지명 직후 의정갈등을 1순위 현안으로 꼽고 해결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무엇보다 의료계가 정 장관의 지명에 ‘환영’의 뜻을 드러내면서 해결의 물꼬가 트일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대한의사협회 등 의사 단체는 코로나19 창궐 당시 선봉에 서서 전 국민을 진두지휘했던 정 장관의 경험을 언급하며 의정갈등이 해소되길 바란다는 뜻을 비쳤다.

지난 1년6개월 간 의료 공백을 감내한 환자를 비롯해 국민의 기대도 컸다. 의료개혁이라는 이름으로 정책을 강하게 밀어붙이기만 했던 윤석열정부와는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는 신뢰를 드러냈다. 의사들의 반발로 여러 차례 꺾였던 의료개혁이 이재명정부에서 완수되길 바라는 목소리도 작지 않았다.

하지만 대응책이 발표되고 난 뒤 여론은 급격하게 부정적인 쪽으로 기울었다. 제대로 된 설명 없이 의대생에게 ‘특혜’로 여겨질 만한 조치를 한 사실이 드러나면서다. 올해 초부터 전국 의대는 의대생에게 복학하지 않으면 유급 및 제적 등의 조치를 하겠다고 경고했다. 신입생과 복학생이 같이 수업을 듣게 되는 더블링, 트리플링 상황이 현실화하면 대학이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기 때문이다. 수업의 질이 하락하는 문제도 대두됐다.

1년 넘게 단일대오를 유지하던 의대생 집단 내부가 분열되기 시작했다. 이미 1년이라는 시간을 휴학으로 날린 일부 의대생은 정부와 대학이 열어준 출구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고 일부는 끝까지 버텨야 한다고 반발했다. 실제 일부 의대생은 복학을 선택해 학교로 돌아왔다.

의정갈등 1년6개월째
공정·원칙 어디 갔나

문제는 정부가 돌아오지 않고 버티던 의대생에게 복귀의 길을 열어주면서 불거졌다. 먼저 학교로 돌아온 의대생, 고통을 감내하며 버티던 환자 등에 대한 조치 없이 ‘일단 돌아오기만 하라’는 내용이 담긴 정부 입장을 발표한 것이다. 당장 의대생 특혜 논란이 제기됐고 공정과 원칙이 무너졌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지난달 25일 교육부는 ‘의대생 복귀 및 교육에 대한 정부 입장’을 발표했다. 지난해 2월부터 강의실을 떠난 의대생의 2학기 복학, 향후 수련 일정과 의사 인력 배출 등을 고려해 본과 3·4학년 추가 의사 국가시험에 응시하는 방안 등이 담겼다. 1학기 수업 불참자에 대한 제적·유급 등 학사 행정 처리는 각 대학 학칙에 따르도록 했다. 사실상 처분이 내려질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게 중론이다.

국민 여론은 들끓었다. 정부가 복학의 길을 터줬음에도 의대생이 사과 등의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부정적인 기류가 확산했다. 이번 의정갈등에서 선봉에 섰던 전공의 단체가 환자 단체와 만난 자리에서 사과한 것과 대조되는 대목이다. 지난달 29일 대한전공의협의회는 한국환자단체연합회를 찾아 환자와 국민에게 고개를 숙였다.

여기에 의료계 내부에서는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특혜’가 아니라는 주장이 나오면서 여론은 최악으로 치달았다.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위원장을 맡은 더불어민주당 박주민 의원은 “의대생 복귀 조치가 특혜가 아니다”라는 뉘앙스로 발언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사과했다.

먼저 복학한 의대생에 대한 보호 조치가 미흡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의정갈등 과정에서 의료계 내부에서는 집단 사직, 휴학 등을 하지 않은 의사와 의대생을 ‘사이버불링(Cyberbullying)’ 하는 등의 문제가 드러난 바 있다. 집단행동에 불참한 의사들의 신상 정보를 유포하는 ‘의료계 블랙리스트’ 사태도 있었다.

의대생 이탈이 가져올 피해는 분명히 존재한다. 전공의 배출 등 의료 전문 인력 수급을 차질에 빚은 점은 향후 의료 상황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 국민도 의정갈등이 길어지면서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인지하고 있는 상태다. 어떤 식으로든 출구 전략이 필요하다는 데는 모두가 공감했다는 뜻이다.

하지만 그 방향이 지나치게 의료계 쪽으로 기울었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더 나아가 이재명정부가 내세운 ‘공정과 원칙’이 흔들리고 있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국민이 공정이라는 가치에 민감한 만큼 의대생에게 특혜를 주는 듯한 정부의 행보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속출하고 있다.

특히 이 대통령의 지지율을 떠받치고 있는 지지층에게서도 비판이 나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 이재명 대통령이 그동안 보여줬던 ‘사이다식 해결책’을 기대했던 지지층이 이번 결정에 실망했다는 의견이 여당 커뮤니티에서도 확인된다. 사망사고가 발생한 SPC 공장에 방문하거나 광주 민생회복지원금 카드 색깔 논란을 지적하는 등 ‘소통하는 대통령’의 모습을 보여주던 것과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다.

전공의는?

일각에서는 의정갈등이 이재명정부를 흔드는 ‘뇌관’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조치였다고 주장하지만 국민을 설득하지 못하면 의료개혁도 실패하고 지지층도 떠나는 상황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의대생 복학 논란이 끝나지도 않은 상황에서 전공의 복귀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jsjang@ilyosis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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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단독] 엔진 멈춘 3억 마이바흐 미스터리

[일요시사 취재1팀] 김성민 기자 = 서울 소재 H건설사 대표가 타는 메르세데스 벤츠의 최고급 사양인 마이바흐가 구매한 지 3년 만에 엔진 고장으로 멈췄다. H사 대표 박모씨는 2022년 말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와 한성자동차를 상대로 수리비 및 대차료 지급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무상 수리해야 한다고 했던 1심 재판부는 급기야 ‘벤츠의 책임이 없다’는 판결을 내렸다. 2019년식 ‘마이바흐 S560 4MATIC’은 2022년 9월13일 오전 11시, 박씨의 운전기사가 서울 용산 한강로를 주행하던 중 계기판에 엔진 경고등이 켜지면서 차체 진동과 함께 엔진이 멈췄다. 곧바로 차량을 한성자동차 성동서비스센터에 입고했으나 진단은 충격적이었다. 침수차 의심 수리 나 몰라라 “엔진 연소실에 물이 들어가 부품이 손상된 것으로 보인다. 침수 차로 의심된다”며 무상 수리가 어렵다는 것이었다. 이에 박씨와 자동차 감정사는 반대 의견을 제시했다. 그날은 폭우나 침수와 무관한 날씨였으며 정상 주행 도중 발생한 차량 고장이었기 때문이다. 원고인 H사는 “벤츠코리아가 제공하는 ‘통합서비스패키지(ISP)’ 보증에 따라 3년 또는 10만km 이내의 결함은 무상 수리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1심 재판부(서울중앙지법 민사47단독, 2024년 7월23일)는 “침수나 연료 혼유 등 외부 요인으로 단정할 증거가 부족하다. 한성자동차는 ISP 약정에 따라 엔진 결함을 무상 수리해야 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그러면서 벤츠의 수입사인 한성자동차에 대해 월 400만원의 대차료 배상을 명령했다. 법원은 독립 감정인 강대공씨를 지정해 정밀 감정을 실시했다. 강씨의 감정서에는 “침수 차량에서 보이는 오염 흔적이 없다. 냉각수(부동액) 누출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며 “엔진 내부 수분은 외부 요인이나 정비 과정에서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또 추가 사실조회 회신에서도 “혼유(연료 내 수분 혼입) 여부는 감정 범위를 벗어나며, 침수가 아닌 요인으로 인한 수분 유입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2심(서울중앙지법 제8-3민사부)에서 피고 측은 반격했다. 벤츠코리아의 법률대리인 김성진 변호사(김앤장 법률사무소)는 지난 8월27일 제출한 준비서면에서 “ISP는 차량 ‘결함’이 발견된 경우에만 적용된다.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명백히 예외 사항이며 제조사 귀책이 없는 이상 무상 수리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한성자동차 측(법무법인 세종)도 항소이유서에서 “ISP는 제조상의 하자에 국한된 품질보증 계약이다. 이번 사안은 ‘우발적 손상’으로 보증 대상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8-3부는 지난 9월26일,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박씨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판시했다. 2심 판결은 “외부 요인, 제조 결함이 아니”라며 1심을 전면 뒤집은 것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외부 수분 유입으로 인한 손상은 차량 제조사 귀책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 ISP는 ‘제조 결함’에 한정된 보증이다. 한성자동차의 패소 부분을 취소하고 원고의 청구를 기각한다”고 밝혔다. 즉, 법원은 이 사건을 ‘차체·부품 결함’이 아닌 ‘사용 중 발생한 외부 요인’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주행 중 경고등 켜지고 진동 후 엔진 스톱 감정 결과 “누수 없음, 외부 수분 가능성” 결국 박씨는 3년에 걸친 법정 다툼 끝에 패소했다. 따라서, 한성자동차는 더 이상 수리 의무를 부담하지 않게 됐으며, H사의 항소도 기각됐다. 이번 재판의 핵심 쟁점은 ‘수분 유입의 원인’이 제조 결함이냐, 외부 요인이냐였다. 법원은 “차체·부품의 결함으로 인한 냉각수 누수가 없었고, 외부 요인 가능성이 더 크다”고 판단했다. 결국, 제조물 책임(PL법)에 따른 보증 범위가 아닌 사용·관리상의 문제로 결론이 난 셈이다. 이번 판결은 ‘결함’의 해석 범위를 좁혀 정의한 사례다. 즉, ‘사용자 과실이 아닌 상황’이라도 차체·부품 자체의 결함이 입증되지 않으면 보증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자동차 전문가들은 “소비자 입증 책임만 더 무거워졌다”며 “ISP나 제조사 보증이 소비자 보호장치로 설계됐지만, 현실적으로 ‘결함 입증’의 벽이 너무 높다. 이번 판결은 소비자가 과실이 없더라도 제조사 책임을 묻기 어렵다는 선례가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이번 판결을 “제조물 책임법과 민법상 품질보증의 경계선을 명확히 한 판례”로 평가하고 있다. 박씨의 마이바흐는 결국 엔진을 교체하지 못한 채 3년 동안 방치됐다. 이번 사건은 ‘명차’의 기술력보다 보증 체계의 경계선이 어디까지인지를 가늠케 한 사건이다. 소비자는 결함을 주장할 때 ‘입증의 문턱’을, 제조사는 ‘보증의 한계’를 확인했다. 독일 명차 대명사인 벤츠의 전기차는 해마다 폭발하는 배터리 화재로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전기차뿐만 아닌 내연기관 모델 중에서도 최상위급인 마이바흐조차 원인 모를 엔진 고장으로 멈췄지만, 고객과 3년간 법정 다툼을 이어간 회사로 남겨졌다. 1심선 인정 “무상 수리” 벤츠는 고객과 진행한 재판에선 승소했지만, 우리나라 정부의 제재 착수 대상이 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전기차에 저가 배터리를 쓰고도 고가 배터리를 쓴 것처럼 허위 광고한 혐의를 받는 벤츠코리아에 대한 제재에 착수했다. 공정위의 최종 판단은 벤츠코리아와 벤츠 전기차 이용자 간 진행 중인 법적 분쟁에도 지대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해당 저가 배터리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 주차장 화재가 시작된 전기차에도 쓰였다. 업계에 따르면 공정위는 지난 8월12일, 벤츠코리아를 표시광고법·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제재해야 한다는 의견을 담은 심사보고서(검찰 공소장에 해당)를 회사 쪽에 발송했다. 벤츠코리아는 자사의 모든 전기차에 중국 1위 배터리 업체인 시에이티엘(CATL)의 배터리가 장착됐다며 허위 사실을 소비자에게 알린 혐의를 받는다. 제휴사 딜러를 상대로 소비자에게 이런 허위 사실을 설명하라고 교육하는 등 소비자를 부당하게 속여 유인한 혐의도 있다. 이 사실이 알려지자 EQE 차주들은 벤츠 본사, 벤츠코리아, 공식 딜러사 한성자동차 등 판매사 7곳, 벤츠파이낸셜서비스코리아 등 리스사 2곳을 상대로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8월1일 인천 청라국제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화재 사고를 일으켰다. 당시 충전 중이던 벤츠 전기차 한 대에서 불이 나 인근 차량 87대가 전소되고 783대가 그을러 38억원에 달하는 재산 피해가 발생했다. 당시 주민 23명은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이송됐으며 화재로 아파트 14개 동 1581가구의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5개동 480가구가 단전돼 승강기 운행이 중단되는 등 입주민 불편이 극심했다. 한때 주민 수백명이 피신하는 등 ‘도심 대형 전기차 화재’의 대표 사례로 기록됐다. 하지만 경찰은 장기간의 감식 끝에 “정확한 화재 원인을 확인할 수 없다”며 ‘원인 불명’ 결론을 내렸다. 수사 결과, 해당 벤츠 전기차의 배터리는 중국 CATL이 제조한 셀을 벤츠가 직접 조립해 만든 배터리팩으로 확인됐다. 현재 국내에서 판매 중인 벤츠 전기차 대부분(EQE, EQS 등)은 중국 CATL 또는 파라시스(Parasis) 배터리를 탑재하고 있다. 2심에선 “책임 없다” EQA 등 극히 일부 모델에만 LG에너지솔루션, SK온 배터리가 사용된다. 이에 공정위는 화재 발생 이후 벤츠코리아에 대한 직권조사를 시행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9월과 지난 1월에 각각 벤츠코리아 본사와 제휴 딜러사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여 제재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 공정위는 벤츠코리아 추가 의견서를 받고, 위원회 회의를 열어 최종 제재 여부와 수위를 확정할 예정이다. 표시광고법 위반 시 관련 매출액 최대 2%, 공정거래법 위반 시 최대 4% 내에서 과징금이 산정, 제재 강도가 낮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공정위 제재 착수에도 벤츠의 콧대는 꺾이지 않았다. 벤츠코리아는 “심사보고서의 결론은 당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으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며 “추후 심사보고서 내용을 면밀히 검토한 후, 절차에 따라 의견을 제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공정위 판단을 존중하지만, 회사의 법률적 판단과는 일치하지 않는다”며 “제기된 혐의는 근거가 없다고 보고 있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해 진통이 예상된다. 벤츠 전기차는 지난해 인천 청라 아파트 지하주차장에서 대형 화재를 낸 데 이어, 최근 수원시에서도 유사한 사고를 일으켜 배터리 안정 논란을 다시 불러일으켰다. 지난 10월5일 경찰과 소방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4분경 경기 수원시 권선구의 1800세대 규모 아파트 지하 1층 주차장에 서 있던 벤츠 전기차에 불이 났다. 이 불로 관리사무소 50대 직원이 연기를 마셔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주민 수십여명이 명절 전날 오전 한때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 사고로 벤츠 전기차를 포함해 인근 차량 3대가 불에 탔고, 주차장 내부가 그을려 한동안 입주민 출입이 통제됐다. 소방당국은 ‘지하주차장 차량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 펌프차 등 장비 10여대와 소방관 50여명을 투입해 진화 작업을 벌였다. 화재 발생 20여분 만에 연소 확대를 저지했고, 오전 8시43분경 초진에 성공했다. 이후 잔불 정리와 차량 냉각 작업을 거쳐 오전 10시16분에 완진시켰다. 소방 관계자는 “119 신고가 신속했고 출동 거리가 짧아 초기 대응이 빠르게 이뤄져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다”고 밝혔다. 법원 ‘결함 아님’ 판결 ‘제재 대상’ 벤츠 편든 재판부 소방대원들은 불이 난 차량을 지상으로 끌어올려 열기를 식히는 등 2차 발화를 막기 위한 안전조치를 이어갔다. 현재까지 파악된 바에 따르면, 화재 당시 차량은 충전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다만 배터리 결함에 의한 발화인지, 전선 또는 충전기 접속부 문제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인지는 아직 조사 중이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함께 합동감식을 실시해 배터리팩 손상 여부 및 충전 설비 결함을 중심으로 원인을 조사할 예정이다. 화재 차량은 2023년식 EQA-250 모델로 SK온 배터리가 장착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국내 전기차 등록 대수는 지난 9월 기준, 60만대를 돌파했지만 화재 사고 관련 안전 관리는 미흡한 상태다. 국토교통부는 청라 화재 이후 지하주차장 내 전기차 충전소 안전기준 강화안을 추진 중이지만, 구체적인 방재 설비 기준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지방자치단체별 안전관리 강화 조례도 제각각이다. 지속되는 품질 문제에 전기차 관련 허위광고 혐의까지 겹치면서 벤츠의 입지가 좁아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벤츠코리아 설립 이후 최대 위기”라는 평가도 나온다. 여기에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 노조의 파업으로 서비스 품질 저하 문제가 불거지며 브랜드 이미지에도 타격이 예상된다. 연일 터진 사고 이전까지 벤츠는 국내 수입 전기차 시장에서 높은 판매량을 기록했다. 소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SUV) EQA·EQB에 이어 전기 세단 EQE·EQS까지 라인업을 확대하며 시장을 선도했다. 2023년에는 전기차 판매량 9282대를 기록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4년 8월 벤츠 EQE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분위기는 급변했다. 화재 전 월평균 400대 수준이던 판매량은 사고 이후 절반 이하로 급감했다.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벤츠 전기차 판매량은 768대로, 전년 동기(2764대) 대비 72.2% 줄었다. 사고 이후 월 판매량은 100~200대에 그치며 반등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벤츠의 국내 최대 딜러사인 한성자동차의 노조 파업도 새로운 악재다. 수입차 업계는 딜러사와 벤츠코리아가 별개 법인임에도 불구하고 노조 파업으로 소비자 피해가 커지고 있어 결국 벤츠의 이미지 실추로 이어지고 있다고 분석한다. 추락하는 럭셔리카 한성자동차 노조는 지난 7월 31일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23년 노조 설립 이후 진행된 3년 연속 파업으로, 사실상 매년 파업을 이어오고 있다. 노조는 구조조정과 차량 할인에 영업사원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선수당 할인’ 제도 등에 반발하고 있다. 최근에는 일부 정비 인력까지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서비스 지연도 발생하고 있다. 실제 차량 정비 예약이 당일 일방적으로 취소되는 사례가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만은 커지고 있다. 이로 인해 “벤츠의 사후 관리 부실은 결국 한성자동차 탓”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smk1@ilyosisa.co.kr>